판시사항
가.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 제3조 제2항 소정의 "채무자가 그 이행의무의 존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하다고 인정하는 때"라 함의 의미
나. 위 법조 의 "그 상당한 범위"라 함의 의미 및 적용 예
다.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 제3조 의 입법취지
판결요지
가.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 제3조 제2항 소정의 "채무자가 그 이행의무의 존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하다고 인정하는 때" 란 이행의무의 존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하는 채무자의 주장에 상당한 근거가 있는 때라고 풀이되므로 결국 위와 같이 항쟁함이 상당한가 아니한가의 문제는 당해사건에 관한 법원의 사실인정과 그 평가에 관한 것이다.
나. 동항 후단 의 "그 상당한 범위" 는 "채무자가 항쟁함이 상당한 이행의무의 범위"가 아니라 "채무자가 항쟁함에 상당한 기간의 범위"라 하겠으므로 채무자가 당해사건의 사실심에서 항쟁할 수 있는 기간은 당해사건의 사실심 판결선고시까지로 보아야 하고 그 선고시 이후에는 어떤 이유로든지 위 법 제3조 제1항 의 적용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풀이함이 상당하고, 여기서 말하는 사실심은 당해사건의 제1심 또는 항소심이라 할 것이므로 소장 또는 이에 준하는 서면이 채무자에게 송달된 다음날부터 그 심급의 판결선고전이기만 하면 법원은 그 항쟁함에 상당한 기간의 범위를 적절히 정할 수 있고, 따라서 항소심은 제1심 판결선고시나 그 전후를 묻지 않고 그 기간의 범위를 정할 수 있다 할 것이며 아울러 객관적 병합소송에 있어서도 각 소송물마다 위와 같은 법리가 적용되므로 하나의 소송에서도 청구금액에 따라 위 법 제3조 제1항 의 적용을 달리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다.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 제3조 의 규정을 둔 뜻은 금융기관의 공금리에도 훨씬 미치지 못하는 민사상의 법정이율을 현실화하여 채권자에 대하여는 소송을 제기한 이후부터 만이라도 이행연체에 따른 실손해를 배상받을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채무자에 대하여는 낮은 민사상의 법정이율을 이용하여 악의적으로 채무의 변제를 지체하거나 소송을 지연시키고 상소권을 남용하는 것을 막는 한편 그 법정이율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함으로써 경제여건의 변동에 강력적으로 대처하려는데 있다 할 것이므로 결국 금전채무의 불이행에 관하여 위 법 제3조 제1항 의 법정이율은 채권자의 실손해를 배상하는 이율로서의 기능과 악의적인 채무자에 대한 벌칙의 기능을 함께 가진다고 보아 원칙적으로 이를 적용하되 한편 위 법 제3조 제2항 은 그 제1항 이 위와 같은 기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채무자가 당해소송에 응소하여 항쟁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까지 그 벌칙의 뜻을 갖는 높은 이율을 전면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채무자에게 가혹할 뿐더러 경우에 따라서는 높은 금리의 부담때문에 채무자의 방어권행사를 위축시킬 수도 있겠으므로 예외적으로 일정한 범위안에서 위 법 제3조 제1항 이 정하는 법정이율의 적용을 배제하려는데 있다 할 것이다.
[전원합의체판결 : 본판결로 84.07.10 84다카365 ; 86.3.11 85다카229 판결 등 변경]
참조조문
원고, 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황계룡
피고, 피상고인
주식회사 조흥은행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원심판결은 그 이유에서 피고는 원심인정의 손해배상금 42,000,000원에 대하여 이 사건 불법행위일 이후로서 원고가 구하는 1983.11.29부터 원심판결선고일인 1986.7.25까지는 피고가 이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하다고 하여 민사법정 이율인 연5푼의, 위 판결선고일 다음 날부터 다 갚을 때까지는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이 정하는 법정이율인 연2할5푼의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 제3조 제2항 은 "채무자가 그 이행의무의 존재를 선언하는 사실심 판결이 선고되기까지 그 존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그 상당한 범위안에서 제1항의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우선 "채무자가 그 이행의무의 존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하다고 인정하는 때"란 이행의무의 존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하는 채무자의 주장에 상당한 근거가 있는 때라고 풀이됨으로 ( 대법원 1984.2.14 선고 83다카875,876,877 판결 참조) 결국 위와 같이 항쟁함이 상당한가, 아니한가의 문제는 당해사건에 관한 법원의 사실인정과 그 평가에 관한 것이라 하겠다.
그런데 위와 같이 항쟁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때에 위 법 제3조 제2항 후단 은 "그 상당한 범위안에서 제1항 의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고만 규정하고 있을뿐이어서 "그 상당한 범위"의 풀이와 함께 위 법 제3조 제1항 이 정하는 법정이율의 적용을 배제할 수 있는 범위에 관하여는 여러가지 다른 견해가 엇갈릴 수 있다고 보여진다.
생각컨대, 위의 "그 상당한 범위"는 "채무자가 항쟁함에 상당한 이행의무의 범위"가 아니라 "채무자가 항쟁함에 상당한 기간의 범위"라 하겠으므로 채무자가 당해사건의 사실심에서 항쟁할 수 있는 기간은 당해사건의 사실심 판결선고시까지로 보아야 하고 그 선고시 이후에는 어떤 이유로든지 위 법 제3조 제1항 의 적용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풀이함이 상당하다고 할 것이고 나아가 여기서 말하는 사실심은 당해사건의 제1심 또는 항소심이라 할 것이므로소장 또는 이에 준하는 서면이 채무자에게 송달된 다음날부터 그 심급의 판결선고전이기만 하면 법원은 그 항쟁함에 상당한 기간의 범위를 적절히 정할 수 있고 따라서 항소심은 제1심판결선고시나 그 전후를 묻지않고 그 기간의 범위를 정할수 있다 할 것이며 아울러 객관적 병합소송에 있어서도 각 소송물마다 위와 같은 법리가 적용되므로 하나의 소송에서도 청구금액에 따라 위 법 제3조 제1항의 적용을 달리할 수 있다고 하여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원래 민법 제397조 가 금전채무불이행의 손해배상액을 연5푼의법정이율에 의하도록 하면서 그 손해배상에 관하여 채권자는 그 손해를 증명할 필요가 없고 채무자는 과실이 없음을 항변하지 못하도록 그 특칙을 규정한 것은 금전채무가 갖는 특수성때문에 다른 종류 채권과는 달리 채무의 특정이 있을 수 없는데다가 그 이행지체만 있을 뿐 이행불능의 여지는 없는 것이어서 법정이율에 따라 일률적으로 채권자의 만족과 채무자의 지체책임을 아울러 조정하려는데 있는 것이지만 금전의 실질적 가치는 통용되는 액면가액보다 그것이 갖는 구매력에 의하여 좌우되므로 그 법정이율을 민법이나 상법에 규정하는 것으로 그치는 것은 처음부터 경제사정의 변동이나 통화팽창 등의 현실여건에 탄력적으로 대처할 수 없는 요인을 안고 있었고 그래서 그 법정이율이 금융기관의 공금리나 사채금리, 또는 물가상승률 등에 미치지 못한 여건 하에서는 그것이 채권자의 실손해를 배상하기는 커녕 필연적으로 채무자로 하여금 그 이행을 지체할수록 이익이 되게 하여 일부러 그 이행을 미루게 하거나 부당하게 소송을 지연시키고 상소권을 남용하게 하는 심히 불합리한 결과를 낳게 하였던 것이다.
따라서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 제3조 의 규정을 둔 뜻은 금융기관의 공금리에도 훨씬 미치지 못하는 민사상의 법정이율을 현실화하여 채권자에 대하여는 소송을 제기한 이후부터만이라도 이행지체에 따른 실손해를 배상받을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채무자에 대하여는 낮은 민사상의 법정이율을 이용하여 악의적으로 채무의 변제를 지체하거나 소송을 지연시키고 상소권을 남용하는 것을 막는 한편 그 법정이율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함으로써 경제여건의 변동에 탄력적으로 대처하려는데 있다 할 것이므로 결국 금전채무의 불이행에 관하여 위 법 제3조 제1항의 법정이율은 채권자의 실손해를 배상하는 이율로서의 기능과 악의적인 채무자에 대한 벌칙의 기능을 함께 가진다고 보아 원칙적으로 이를 적용하되 한편 위 법 제3조 제2항 은 그 제1항 이 위와 같은 기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채무자가 당해소송에 응소하여 항쟁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까지 그 벌칙의 뜻을 갖는 높은 이율을 전면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채무자에게 가혹할 뿐더러 경우에 따라서는 높은 금리의 부담때문에 채무자의 방어권행사를 위축시킬 수도 있겠으므로 예외적으로 일정한 범위 안에서 위 법제3조 제1항 이 정하는 법정이율의 적용을 배제하려는데 있다 할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사실심에서 이행의무의 존재나 그 범위를 선언한 이상 그 이후부터는 이행지체에 대한 벌칙적 성질을 갖는 위 법 제3조 제1항 의 이율을 적용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여 채무자에게 반드시 가혹하거나 부당하다고는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사실심 판결선고전이기만 하면 법원으로 하여금 변론에 나타난 모든 사정을 참작하여 위 법 제3조 제1항 의 적용을 배제할 수 있는 범위를 정하도록 하는 것이 위와 같은 입법취지나 법문의 해석에 부합한다 할 것이다.
만일 위 법 제3조 제2항 후단 의 "그 상당한 범위"를 위와 같이 풀이하지 아니하고 "채무자가 항쟁함에 상당한 이행의무의 범위"로 풀이하여 채무자가 항쟁함에 상당한 이유가 있어 그 이행의무의 범위가 정해지기만 하면 위 법 제3조 제1항 이 정하는 법정이율의 적용이 언제까지나 전면적으로 배제하는 것으로 한다면 채무자가 항쟁할 수 있는 기간이 사실심판결선고시까지 인데다가 그 항쟁에 따른 이행의무의 범위가 정하여져 그 이행의무를 명하는 판결이 선고되었는데도 채무자에게 벌칙의 뜻을 갖는 위 법 제3조 제1항 의 법정이율을 적용하지 않는 셈이 되어 앞에서 본바와 같이 입법의 근본취지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므로 종전의 당원판례( 1986.3.11 선고 85다카229 판결 ; 1984.7.10 선고 84다카365 판결 )는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면 "상당한 기간의 범위"에 관계없이 이행의무를 명한 사실심 판결선고후에도 위 법 제3조 제1항 을 적용하지 아니한다는 취지여서 앞에서 밝힌 의견과 저촉되므로 이를 변경하기로 한다.
따라서 원심이, 피고가 이 사건 이행의무의 존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한 기간의 범위를 원심판결선고시로 인정하여 피고에게 이 사건 불법행위 이후로서 원고가 구하는 날부터 원심판결선고일까지는 민사법정이율에 따른 연5푼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을 때까지는 위 법 제3조 제1항 에 따른 연2할 5푼의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주장하는 바와 같이 위 법 제3조 제2항 의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주장은 이유없다.
이리하여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하기로 대법원판사 최재호, 같은 박우동의 별개의견 외에는 관여법관 전원의 의견이 일치되었으므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원판사 최재호의 의견은 다음과 같다.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 제3조 의 규정취지가 금융기관의 공금리에도 훨씬미치지 못하는 민사상의 법정이율을 현실화하여 채권자에 대하여는 소송을 제기한 이후부터만이라도 이행지체에 따른 실손해를 배상받을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채무자에 대하여는 낮은 민사상의 법정이율을 이용하여 악의적으로 채무의 변제를 지체하거나 소송을 지연시키고 상소권을 남용하는 것을 막는 한편 그 법정이율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함으로써 경제여건의 변동에 탄력적으로 대처하려는데 있는 것이고 결국 금전채무의 불이행에 관하여 위 법 제3조 제1항 의 법정이율은 채권자의 실손해를 배상하는 기능과 악의적인 채무자에 대한 벌칙의 기능을 함께 가진다고 보아 원칙적으로 이를 적용하되 한편 위 법 제3조 제2항 은 그 제1항 이 위와 같은 기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채무자가 당해소송에 응소하여 항쟁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까지 그 벌칙의 뜻을 갖는 높은 이율을 전면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채무자에게 가혹할 뿐더러 경우에 따라서는 높은 금리의 부담때문에 채무자의 방어권행사를 위축시킬 수도 있겠으므로 예외적으로 일정한 범위 안에서 위 법 제3조 제1항 이 정하는 법정이율의 적용을 배제하려는데 있다고 밝힌 다수의견의 견해에는 전적으로 찬동한다.
그런데 위 법 제3조 제1항 의 적용배제를 규정한 그 제2항 을 보면 "채무자가 그 이행의무의 존재를 선언하는 사실심 판결이 선고되기까지 그 존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그 상당한 범위안에서 제1항 의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그 상당한 범위"의 해석과 함께 위 법 제3조 제1항 이 정하는 법정이율의 적용을 배제할 수 있는 기간의 범위에 관하여 여러가지 견해가 있을 것임을 다수의견도 예견하고 있다.
그런데 다수의견은 위 제3조 제1항 의 적용이 배제될 수 있는 기간의 범위를 사실심판결선고시까지로 제한하여 사실심판결선고 이전의 기간에 한해서만 그 적용을 배제할 수 있을 뿐이지 그 선고이후의 기간에 대해서는 어떤 이유로든지 그 적용이 배제될 수 없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으나, 본인은 이 견해에는 선듯 찬동할 수 없는 것이다.
다수의견의 근거는 위 제3조 제2항 의 규정중 "그 상당한 범위"라는 문언을 "채무자가 항쟁함에 상당한 기간의 범위"로 해석되고 채무자가 당해사건의 사실심에서 항쟁할 수 있는 기간은 당해사건의 사실심판결선고시까지로 보아야 한다는데 두고 있는 바, 다수의견이 밝히고 있는 "채무자가 항쟁함에 상당한 기간의 범위"라는 것은 바꾸어 말하면 "채무자가 항쟁하는 소송행위를 함에 상당한 기간"으로 이해되는데 위 제3조 제2항의 규정중 "그 상당한 범위"라는 문언을 이렇게 좁게만 해석하기에는 문리상 그 근거가 희박하다 할 것이다.
위선 위 제3조 제2항 에서 "그 상당한 범위"안에서 제1항의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그 적용하지 아니하는 기간의 명시가 없고, 다만 위 조항의 전단에 "사실심판결이 선고되기까지"라는 문언이 있으나 그 전후 문맥을 검토하면 이것이 그 적용하지 아니하는 기간의 범위를 한정해 놓은 것이라 보기도 어렵다 할 것이다.
물론 민사상의 법정이율이 현실금리에 훨씬 못미치기 때문에 그 금리를 현실화시켜 선량한 채권자를 보호하자는 위 법 제3조 제1항 의 특례규정의 정신에 비추어 본다면, 사실심의 심리단계에서 채무자가 항쟁함이 상당한 사유가 있다 하더라도 심리결과 이행의무의 존재를 선언하는 판결이 선고된 이상 항쟁은 끝난 것이므로 그 선고 이후에는 항상 현실화된 위 특례규정이 적용되어야 함이 정의와 형평에 합당하고, 또 이것이 위 특례법의 입법취지에도 부합한다는 것이 다수의견의 견해인 것 같다.
그러나 특별한 경우이기는 하지만 사안에 따라서는 위와 같은 견해가 선량한 채무자에게 지나치게 가혹하여 정의와 형평에 어긋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을 것이고, 현재 위 특례규정의 이율이 연 2할 5푼이라는 고율이 적용되고 있는 점을 고려한다면 더욱 그러하다 할 것이다.
그래서 본인은 위 특례법 제3조 제2항 의 "상당한 범위안에서"의 규정을 다수의견과는 다소 견해를 달리하여 "법원이 상당하다고 인정하는 항쟁의 범위와 법원이 상당하다고 인정하는 기간의 범위안에서"로 해석하고, 또 이렇게 해석함으로써 위 특례규정이율 적용을 배제할 것인지 여부와 함께 그 적용배제의 기간도 법원이 재량으로 정할 수 있도록 그 길을 터놓는 것이 아주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이러한 해석이 전제가 되면 채무자가 항쟁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다수의견의 견해처럼 사실심판결선고전은 민사법정이율, 그 선고이후는 특례법소정이율을 적용할 수 있음은 물론이고 사안에 따라서는 법원이 재량으로 사실심판결선고 전후를 불문하고 민사법정 이율을 적용할 수 있고, 더 나아가 판결선고후 일정기간까지는 민사법정이율, 그 이후는 특례법소정 이율을 나누어 적용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고, 또 이와 같은 탄력적인 입장은 원체 다종 다양한 각종 민사분쟁이 그 사안에 따라 정의와 형평에 알맞게 처리되어야 한다는 민사법의 근본이념에도 합당하다고 생각되어 여기에 그 의견을 밝히는 것이다.
대법원판사 박우동의 의견은 다음과 같다.
피고에 대하여 원심판결선고일까지는 연 5푼의, 그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는 연 2할 5푼의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명한 원심판결에 대하여 제1심 판결선고일 다음날부터 연 2할5푼의 법정이율을 적용하는 것이 옳다는 논지로 불복한 원고의 상고가 이유없음은 다수의견의 결론과 일치하나 그 이유에 대하여 찬성할 수 없으므로 여기에 다른 의견을 표명하고자 하는 것이다.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 제3조 는 금전채무의 이행을 명하는 판결을 선고할 경우에 소장송달일 다음날부터 지연이자를 높이되 채무자가 그 소송에서 항쟁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그렇지 않다는 내용의 규정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민법 제397조 가 규정하는 법정이율은 연 5푼으로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이자의 약정이 없는 금전채무에 관하여서는 채무자가 애써 빨리 변제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렇게 되어 채권자가 제소를 하여도 채무자는 소송의 지연을 꾀하게 되고 시일을 끌수록 채무자에게는 오히려 유리한 처지가 되는 것이 일쑤이다. 이와 같은 불합리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하여 금전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의 기준이 되는 법정이율에 관한 민법 제397조 의 특례를 인정한 것이 위 특례법의 규정취지인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금전채무를 이행하지 않는 채무자가 소장의 송달을 받고 깨끗이 승복하여야 할 처지임에도 불구하고 연5푼의 비율에 의한 이자만 덧붙여 갚으면 된다는 계산에서 쓸데없이 소송을 지연시켜 득을 보겠다는 작전에 쐐기를 박아 채권자의 권리실현을 신속히 도모한다는 입법취지인 만큼 반대로 채무자가 채권자의 제소에 응소하여 그 이행의무의 존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높은 지연이자를 물게 할 까닭이 없기 때문에 예외를 인정한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 그 예외를 인정하면서 위 제3조 제2항 은 "사실심판결이 선고되기까지"라는 시간적 한계와 "그 상당한 범위안에서"라는 불투명한 적용의 제한을 두고 있기 때문에 해석상 혼란을 가져오게 된 것이다. 우선 "채무자가 그 이행의무의 존재를 선언하는 사실심판결이 선고되기까지"라는 말을 어떻게 연결하여 풀이하는가 하는 것부터 문제된다. 다시 말하자면 그 "판결이 선고되기까지…… 제1항 의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라고 읽을 것인가, 아니면 그 "판결이 선고되기까지……항쟁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때에는"하고 일단 끊고 " 제1항 의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라고 읽을 것인가 하는 것이다.
그리고 위에서 제1항 의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하되 "그 상당한 범위안에서"적용하지 아니하는 것인가, 그러면 그 상당한 범위라는 말은 또한 무슨 뜻인가하는 문제들도 있다.
만일 맨처음에 말한대로 "사실심판결이 선고되기까지…… 제1항 의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라고 읽을 때에는 바로 이 사건 원심판결의 결론이 그렇듯이 사실심 판결선고 전까지는 민법의 법정이율대로 하되 사실심 판결이 선고된 후에는 제1항 의 규정이 적용되어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 제3조 제1항 의 법정이율에관한규정(대통령령 제10240호)에 의하여 연2할 5푼의 이율에 의한 금원이 될 것이나 그렇지 않고 "사실심 판결이 선고되기까지……항쟁함이상당하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 제1항 의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라고 읽는 경우에는 연 2할 5푼의 이율문제는 처음부터 적용이 배제되는 것으로 해석되는 것이다. 본인은 후자의 뜻으로 해석하여야 옳다는 의견을 갖고 있다.
사실심 판결이 선고되기까지라는 말의 사실심이란 법률심인 상고심과 구별하는 용어로서 법률문제와 사실문제를 심리 인정하는 심급 즉 제1심과 제2심을 지칭한다. "그 이행의무의 존재를 선언하는 사실심판결"이라고 하고 있지만 상고심인 대법원도 파기환송만 하는 것이 아니라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를 토대로 파기자판도 할 수 있게 되어 있으므로 전자와 같이 해석할 때에는 "사실심판결"이라고 제한한 것부터도 정확하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하여 채무자가 그 이행의무의 존부나 범위에 관하여 공격방어 방법을 제출하여 항쟁하는 것은 주로 사실심이라 할 수 있으므로 그런 취지에서 규정된 것이라 보고 그 판결이 선고되기까지 항쟁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면 제1항 의 규정은 적용을 배제하는 것으로 풀이하여야 하는 것이다. 제2항의 첫머리에 나오는 "채무자가"하는 주체로부터 시작해서 언제까지 무엇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때라고 잇따라 읽어나오는 결론인 것이다.
그 다음 "항쟁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때"라 하더라도 그냥 제1항 의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그 상당한 범위안에서"적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매우 아리송한 규정으로서 지연이자의 기산점 등에 관한 해석의 혼란이 바로 이 대목으로부터 연유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 상당한 범위안에서" 제1항 의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는 것인 만큼 전면적으로 제1항 의 규정을 배제하는 것은 안된다는 뜻인가, 그렇다면 "그 상당한 범위안에서"에 대하여 "상당한 기간안에서" 또는 "상당한 채무액범위안에서" 등으로 생각할 수 있고 또는 "그 상당한 기간 및 그 상당한 채무액"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수의견은 "그 상당한 범위"란 "채무자가 항쟁함에 상당한 이행의무의 범위"가 아니라 "채무자가 항쟁함에 상당한 기간의 범위"라고 풀이하고 사실심선고 이후에는 어떤 이유로든지 제1항 의 적용을 배제할 수 없으며, 나아가 법원의 소장송달의 다음날부터 사실심 심급의 판결선고전이기만 하면 그 항쟁함에 상당한 기간의 범위를 적절히 정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와 같은 해석을 내림에 있어서 그 법률문언에 충실하려는 의도는 바람직하나 그것은 결국 법률로서의 가장 중요한 요건인 명확성을 결여하고 있는 문언에 집착한 고육책일 뿐이다. 민법과 상법의 몇가지 예 즉 "상당한 기간"( 민법 제131조 , 제381조 , 상법 제143조 제2항 , 제650조 ) "상당한 상환기간"( 민법 제203조 제3항 , 제325조 제2항 ) "상당한 담보"( 민법 제26조 , 제522조 , 상법 제176조 제3항 ) "상당한 가액"( 민법 제266조 제2항 , 상법 제758조 제1항 ), 상당한 금액( 상법 제405조 제1항 )또는 상당한 보수( 민법 제26조 제2항 ) 등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과 비교해 보아서 "상당한 범위"안에서 라는 표현대신 "상당한 기간" 또는 "상당한 금액"등으로 규정하였으면 몰라도 그렇지 아니한 애매한 표현에 대하여 다수의견처럼 법정이율의 적용범위에 관하여 법원에 광범위한 재량을 인정한 규정으로 풀이하는 것은 무리가 아닌가 생각된다. 따라서 "그 상당한 범위안에서"라는 말은 별다른 뜻이 없는 것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제1항의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하면 그 뿐이지 상당한 범위안에서 도대체 어떻게 적용을 배제하란 말인가.
채무자가 그 이행의무의 존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된 이상 채무자에게 고율의 지연이자를 배상케 하는 등 제재를 가할 이유가 없다.
이는 입법목적에도 합치되는 해석일 것이다.
특히 사고로 인한 손해배상소송에 있어서는 채무자는 거액의 배상여부라는 문제를 불의에 당면하므로 소송에서 그 배상의무의 존부 나아가 배상의 범위에 이르기까지 한푼이라도 적게 물기 위하여 투쟁을 전개하는 것은 당연하며, 이러한 당사자에게 제재성 고율이자까지 배상케 하는 것은 민사재판의 근본이념 가운데 하나인 공평성을 부당하게 제약하는 결과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따라서 행여 판결주문을 기준으로 하여 판단한 나머지 채권자의 전부 승소 또는 극히 일부의 패소라는 경우에는 채무자의 항쟁이 결과적으로 상당하지 않다는 결론을 이끌어 내어서도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