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인 ‘공연성’의 의미와 판단 기준 / 명예훼손죄의 공연성에 관하여 판례상 확립된 법리인 이른바 ‘전파가능성 이론’의 유지 여부(적극)
[2] 피고인이 갑의 집 뒷길에서 피고인의 남편 을 및 갑의 친척인 병이 듣는 가운데 갑에게 ‘저것이 징역 살다온 전과자다’ 등으로 큰 소리로 말함으로써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갑의 명예를 훼손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병이 갑과 친척관계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전파가능성이 부정된다고 볼 수 없고, 오히려 피고인은 갑과의 싸움 과정에서 단지 갑을 모욕 내지 비방하기 위하여 공개된 장소에서 큰 소리로 말하여 다른 마을 사람들이 들을 수 있을 정도였던 것으로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였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피고인의 위 발언은 공연성이 인정된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다수의견] 명예훼손죄의 관련 규정들은 명예에 대한 침해가 ‘공연히’ 또는 ‘공공연하게’ 이루어질 것을 요구하는데, ‘공연히’ 또는 ‘공공연하게’는 사전적으로 ‘세상에서 다 알 만큼 떳떳하게’, ‘숨김이나 거리낌이 없이 그대로 드러나게’라는 뜻이다. 공연성을 행위 태양으로 요구하는 것은 사회에 유포되어 사회적으로 유해한 명예훼손 행위만을 처벌함으로써 개인의 표현의 자유가 지나치게 제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대법원 판례는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으로서 공연성에 관하여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고 밝혀 왔고, 이는 학계의 일반적인 견해이기도 하다.
대법원은 명예훼손죄의 공연성에 관하여 개별적으로 소수의 사람에게 사실을 적시하였더라도 그 상대방이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적시된 사실을 전파할 가능성이 있는 때에는 공연성이 인정된다고 일관되게 판시하여, 이른바 전파가능성 이론은 공연성에 관한 확립된 법리로 정착되었다. 이러한 법리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이라 한다)상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명예훼손이나 공직선거법상 후보자비방죄 등의 공연성 판단에도 동일하게 적용되어, 적시한 사실이 허위인지 여부나 특별법상 명예훼손 행위인지 여부에 관계없이 명예훼손 범죄의 공연성에 관한 대법원 판례의 기본적 법리로 적용되어 왔다.
공연성에 관한 전파가능성 법리는 대법원이 오랜 시간에 걸쳐 발전시켜 온 것으로서 현재에도 여전히 법리적으로나 현실적인 측면에 비추어 타당하므로 유지되어야 한다. 대법원 판례와 재판 실무는 전파가능성 법리를 제한 없이 적용할 경우 공연성 요건이 무의미하게 되고 처벌이 확대되게 되어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우려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전파가능성의 구체적·객관적인 적용 기준을 세우고, 피고인의 범의를 엄격히 보거나 적시의 상대방과 피고인 또는 피해자의 관계에 따라 전파가능성을 부정하는 등 판단 기준을 사례별로 유형화하면서 전파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필요함을 전제로 전파가능성 법리를 적용함으로써 공연성을 엄격하게 인정하여 왔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가) 공연성은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으로서, 특정 소수에 대한 사실적시의 경우 공연성이 부정되는 유력한 사정이 될 수 있으므로, 전파될 가능성에 관하여는 검사의 엄격한 증명이 필요하다. 나아가 대법원은 ‘특정의 개인이나 소수인에게 개인적 또는 사적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것과 같은 행위는 공연하다고 할 수 없고, 다만 특정의 개인 또는 소수인이라고 하더라도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 또는 유포될 개연성이 있는 경우라면 공연하다고 할 수 있다’고 판시하여 전파될 가능성에 대한 증명의 정도로 단순히 ‘가능성’이 아닌 ‘개연성’을 요구하였다.
(나) 공연성의 존부는 발언자와 상대방 또는 피해자 사이의 관계나 지위, 대화를 하게 된 경위와 상황, 사실적시의 내용, 적시의 방법과 장소 등 행위 당시의 객관적 제반 사정에 관하여 심리한 다음, 그로부터 상대방이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할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를 검토하여 종합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발언 이후 실제 전파되었는지 여부는 전파가능성 유무를 판단하는 고려요소가 될 수 있으나, 발언 후 실제 전파 여부라는 우연한 사정은 공연성 인정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소극적 사정으로만 고려되어야 한다. 따라서 전파가능성 법리에 따르더라도 위와 같은 객관적 기준에 따라 전파가능성을 판단할 수 있고, 행위자도 발언 당시 공연성 여부를 충분히 예견할 수 있으며, 상대방의 전파의사만으로 전파가능성을 판단하거나 실제 전파되었다는 결과를 가지고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다.
(다) 추상적 위험범으로서 명예훼손죄는 개인의 명예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진위에 관계없이 보호함을 목적으로 하고, 적시된 사실이 특정인의 사회적 평가를 침해할 가능성이 있을 정도로 구체성을 띠어야 하나, 위와 같이 침해할 위험이 발생한 것으로 족하고 침해의 결과를 요구하지 않으므로, 다수의 사람에게 사실을 적시한 경우뿐만 아니라 소수의 사람에게 발언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해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초래한 경우에도 공연히 발언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라) 전파가능성 법리는 정보통신망 등 다양한 유형의 명예훼손 처벌규정에서의 공연성 개념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 인터넷, 스마트폰과 같은 모바일 기술 등의 발달과 보편화로 SNS, 이메일, 포털사이트 등 정보통신망을 통해 대부분의 의사표현이나 의사전달이 이루어지고 있고, 그에 따라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명예훼손도 급격히 증가해 가고 있다. 이러한 정보통신망과 정보유통과정은 비대면성, 접근성, 익명성 및 연결성 등을 본질적 속성으로 하고 있어서, 정보의 무한 저장, 재생산 및 전달이 용이하여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명예훼손은 ‘행위 상대방’ 범위와 경계가 불분명해지고, 명예훼손 내용을 소수에게만 보냈음에도 행위 자체로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형성하는 경우가 다수 발생하게 된다. 특히 정보통신망에 의한 명예훼손의 경우 행위자가 적시한 정보에 대한 통제가능성을 쉽게 상실하게 되고, 빠른 전파성으로 인하여 피해자의 명예훼손의 침해 정도와 범위가 광범위하게 되어 표현에 대한 반론과 토론을 통한 자정작용이 사실상 무의미한 경우도 적지 아니하다.
따라서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명예훼손 행위에 대하여, 상대방이 직접 인식하여야 한다거나, 특정된 소수의 상대방으로는 공연성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법리를 내세운다면 해결 기준으로 기능하기 어렵게 된다. 오히려 특정 소수에게 전달한 경우에도 그로부터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 대한 전파가능성 여부를 가려 개인의 사회적 평가가 침해될 일반적 위험성이 발생하였는지를 검토하는 것이 실질적인 공연성 판단에 부합되고, 공연성의 범위를 제한하는 구체적인 기준이 될 수 있다. 이러한 공연성의 의미는 형법과 정보통신망법 등의 특별법에서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따라서 사실적시의 내용이 사회 일반의 일부 이익에만 관련된 사항이라도 다른 일반인과의 공동생활에 관계된 사항이라면 공익성을 지닌다고 할 것이고, 이에 나아가 개인에 관한 사항이더라도 그것이 공공의 이익과 관련되어 있고 사회적인 관심을 획득한 경우라면 직접적으로 국가·사회 일반의 이익이나 특정한 사회집단에 관한 것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형법 제310조 의 적용을 배제할 것은 아니다. 사인이라도 그가 관계하는 사회적 활동의 성질과 사회에 미칠 영향을 헤아려 공공의 이익에 관련되는지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관 김재형, 대법관 안철상, 대법관 김선수의 반대의견] 다수의견은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인 ‘공연성’에 관하여 전파가능성 법리를 유지하고자 한다. 그러나 명예훼손죄에서 말하는 공연성은 전파가능성을 포섭할 수 없는 개념이다. 형법 제307조 제1항 , 제2항 에 규정된 공연성은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직접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가리키는 것이고, 특정 개인이나 소수에게 말하여 이로부터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공연성 요건을 충족한다고 볼 수 없다. 다수의견은 범죄구성요건을 확장하여 적용함으로써 형법이 예정한 범주를 벗어나 형사처벌을 하는 것으로서 죄형법정주의와 형법해석의 원칙에 반하여 찬성할 수 없다. 전파가능성 법리를 이유로 공연성을 인정한 대법원판결들은 변경되어야 한다. 상세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전파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공연성을 인정하는 것은 문언의 통상적 의미를 벗어나 피고인에게 불리한 확장해석으로 죄형법정주의에서 금지하는 유추해석에 해당한다.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으로 공연성을 정한 입법 취지는 사람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평가를 떨어뜨릴 수 있는 행위 가운데 사적인 대화나 정보 전달의 차원을 넘어서서 ‘사회적으로’ 또는 ‘공개적으로’ 사실을 드러내는 것에 한정하여 처벌하려는 데 있다. 다른 사람의 명예를 침해할 수 있는 사실이 사회에 유포되는 경우만을 처벌하고자 하는 것이 입법자의 결단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명예훼손죄의 성립 범위를 좁혀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가급적 넓게 보장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전파가능성이란 아직 그러한 결과가 현실로 발생하지 않았지만 앞으로 전파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러한 결과가 발생하지 않은 상황에서 앞으로 전파될 ‘가능성’이라는 추측을 처벌의 근거로 삼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명백히 반한다. 가능성을 개연성으로 바꾼다고 해서 사정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다. 공연성을 전파가능성만으로 인정하는 것은 명예를 훼손하는 ― 명예훼손을 위험범으로 보는 다수의견에 따르면 훼손할 위험이 있는 ― 행위가 ‘공연히’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까지도 전파되어 공연한 것으로 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처벌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해석은 명백히 피고인에게 불리한 것으로서 허용되어서는 안 되는 부당한 확장해석이자 유추해석에 해당한다.
(나) 형법은 ‘공연히 사실 또는 허위사실을 적시한 행위’를 처벌하도록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명예훼손죄의 성립 여부는 적시된 사실의 전파가능성이 아니라 사실적시 행위 자체가 공연성을 가지고 있는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이때 공연성은 행위의 성격이나 모습을 분석하여 그것이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 대한 것인지, 사실적시 행위가 공개된 장소 등에서 이루어져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이를 인식하였거나 인식할 수 있었는지, 그와 같은 상태가 사회적 또는 공개적으로 유포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를 판단하면 된다.
전파가능성 법리는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인 공연성 이외에 전파가능성이라는 새로운 구성요건을 창설하는 결과가 되어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난다. 그리고 전파가능성 법리는 명확성 원칙을 훼손하여 명예훼손죄가 가지고 있는 행위규범으로서의 기능을 저해하고 법 적용자로 하여금 형벌법규를 자의적으로 운용하는 것을 허용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라) 사실적시의 상대방이 전파할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로 공연성을 판단하는 것은 수범자의 예견가능성을 침해하여 행위자에 대한 결과책임을 묻는 것으로서, 이는 형사법의 평가방식에 어긋난다. 결국 명예훼손죄에서 명예훼손 사실을 들은 상대방이 행위자가 적시한 사실을 장차 다른 사람에게 전달할지 여부에 따라 명예훼손죄의 성립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행위에 대한 불법평가에서 고려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되는 우연한 사정을 들어 결과책임을 묻는 것이다.
(마) 공연성을 전파가능성 여부로 판단하는 것은 명예훼손죄의 가벌성의 범위를 지나치게 확장하는 결과를 가져오고 형법의 보충성 원칙에도 반한다.
공연성 판단에 전파가능성을 고려하는 것은 명예훼손죄의 행위 양태로 요구되는 공연성을 전파가능성으로 대체하여, 외적 명예가 현실적으로 침해되지 않아도 침해될 위험만으로 성립되는 추상적 위험범인 명예훼손죄의 보호법익이나 그 정도를 행위 양태와 혼동한 것이다. 명예훼손죄가 추상적 위험범이라는 것은 공연히 적시된 사실로 인해 명예가 훼손될 위험이 있는 경우에 처벌한다는 것이지, 적시된 사실이 공연하게 될 위험이 있는 경우까지 처벌하는 것이 아니다. 명예훼손죄의 처벌 근거는 사실이 계속 전파되어 나갈 위험, 즉 타인이 전파함으로써 발생할 명예훼손 위험에 있는 것이 아니라, 공연하게 사실을 적시함으로써 발생할 명예훼손의 위험에 있기 때문이다.
또한 특정 소수와의 사적 대화나 정보 전달의 경우에도 전파가능성이 있는 경우 공연성이 있다고 보는 것은 거의 모든 사실적시 행위를 원칙적으로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으로, 형법의 보충성 원칙에 반한다.
(바) 전파가능성 유무를 판단할 수 있는 객관적 기준을 설정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구체적 적용에 자의가 개입될 소지가 크다. 사실적시자·상대방·피해자의 관계 등을 기초로 전파가능성을 따지더라도 어떤 경우에 전파가 가능한지에 대한 객관적 기준을 설정하기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이다. 직장동료나 친구에게 사실을 적시한 경우에 행위자나 피해자와 어느 정도 밀접한 관계에 있어야 전파할 가능성이 없는지를 객관화하기 어렵고, 이를 증명하거나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에 전파가능성은 구체적 증명 없이 ‘적어도 전파될 가능성은 있다’는 방향으로 포섭될 위험이 더욱 커지게 된다.
(사) 정보통신망법은 정보통신망을 이용하더라도 사실적시 행위를 공공연하게 할 것을 요구하므로 그 공연성 개념은 명예훼손죄의 공연성과 동일하다. 정보통신망을 통하더라도 특정 소수에게만 사실을 적시한 경우에는 여전히 공연성이 있다고 할 수 없고, 이러한 행위는 형법이나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의 규율대상이 아니다. 즉, 정보통신망, 예컨대 이메일이나 SNS 메시지를 통해 친구 1명에게 사실을 적시한 것과 편지를 쓰거나 대면하여 말로 하는 것은 특정된 소수에게 사실을 적시하였다는 행위 양태가 동일한 것이고,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였다고 해서 명예에 대한 침해의 일반적 위험성이 발생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인터넷과 과학기술의 발달로 정보의 무한 저장과 재생산으로 인한 명예훼손의 피해 정도와 범위가 넓어지는 문제는 양형에 반영하거나 정보통신망법에 의한 가중처벌로 해결되어야 하고, 이를 이유로 공연성의 개념이 변경되어야 할 필요는 없다.
(아) 다수의견은 개인의 명예를 보호하기 위해 사적인 관계와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표현행위까지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본 다음 다시 표현의 자유와 조화를 도모하고자 형법 제310조 의 위법성조각사유를 넓게 보려고 한다. 그러나 이는 결국 개인의 명예보호에 치우친 것은 마찬가지이고, 전파가능성 법리를 유지하기 위한 구실에 지나지 않는다. 아무리 형법 제310조 의 위법성조각사유를 넓게 보더라도 발언의 주된 목적이나 내용에 공익성이 없는 이상 명예훼손죄로 처벌받는다. 사적인 공간에서 사적인 대화에 공익성을 가지는 경우가 얼마나 있는지 의문일 뿐만 아니라 이를 요구하는 것은 사적인 주제에 관한 사담(사담)을 금지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모든 국민은 사적 대화 내용이 피해자에게 흘러 들어가지 않는 요행을 바라는 것 외에는 형사처벌을 피할 수 없다. 이것은 모든 국민을 잠재적인 또는 미처 발각되지 않은 범죄자로 보는 것이다.
[2] [다수의견] 피고인이 갑의 집 뒷길에서 피고인의 남편 을 및 갑의 친척인 병이 듣는 가운데 갑에게 ‘저것이 징역 살다온 전과자다’ 등으로 큰 소리로 말함으로써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갑의 명예를 훼손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과 갑은 이웃 주민으로 여러 가지 문제로 갈등관계에 있었고, 당일에도 피고인은 갑과 말다툼을 하는 과정에서 위와 같은 발언을 하게 된 점, 을과 갑의 처인 정은 피고인과 갑이 큰 소리로 다투는 소리를 듣고 각자의 집에서 나오게 되었는데, 갑과 정은 ‘피고인이 전과자라고 크게 소리쳤고, 이를 병 외에도 마을 사람들이 들었다’는 취지로 일관되게 진술한 점, 피고인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 앞에서도 ‘갑은 아주 질이 나쁜 전과자’라고 큰 소리로 수회 소리치기도 한 점, 갑이 사는 곳은 갑, 병과 같은 성씨를 가진 집성촌으로 갑에게 전과가 있음에도 병은 ‘피고인으로부터 갑이 전과자라는 사실을 처음 들었다’고 진술하여 갑과 가까운 사이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을 종합하면, 갑과 병의 친분 정도나 적시된 사실이 갑의 공개하기 꺼려지는 개인사에 관한 것으로 주변에 회자될 가능성이 큰 내용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병이 갑과 친척관계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전파가능성이 부정된다고 볼 수 없고(갑과 병 사이의 촌수나 구체적 친밀관계가 밝혀진 바도 없다), 오히려 피고인은 갑과의 싸움 과정에서 단지 갑을 모욕 내지 비방하기 위하여 공개된 장소에서 큰 소리로 말하여 다른 마을 사람들이 들을 수 있을 정도였던 것으로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였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피고인의 위 발언은 공연성이 인정된다는 이유로, 같은 취지에서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단이 정당하다고 한 사례.
[대법관 김재형, 대법관 안철상, 대법관 김선수의 반대의견] 위 사안에서, 피고인이 피고인의 남편 을과 갑의 친척 병이 듣고 있는 가운데 갑에 대한 사실을 적시한 것과 같이 특정 소수에게 말한 것만으로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직접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에 있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인의 발언에 공연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워 피고인의 행위가 갑에 대한 명예훼손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고, 공소사실은 갑에 대한 명예훼손 사실을 들은 상대방이 을과 병 2명임에도 전파가능성 법리가 적용되어 공연성이 인정될 수 있다는 전제에 있고, 재판 과정에서 병이 갑의 친척이라는 것이 밝혀졌는바, 이와 같이 상대방이 피고인 또는 피해자와 특수한 신분관계에 있는 점은 공연성(다수의견의 경우에는 전파가능성)이 부정될 수 있는 유력한 사정이므로, 그러한 신분관계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의 발언이 공연성이 있다는 점에 관해서는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의 증명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이와 달리 공연성에 관하여 충분한 심리나 증명이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려운데도 피고인의 발언이 전파될 가능성이 있어 공연성이 충족됨을 전제로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명예훼손죄에서 공연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참조조문
[1] 헌법 제12조 제1항 , 형법 제1조 제1항 , 제243조 , 제245조 , 제307조 , 제308조 , 제309조 , 제310조 ,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의2 제1항 , 제2항 , 제44조의7 제1항 제2호 , 제2항 , 제70조 , 제73조 제5호 , 공직선거법 제82조의4 제3항 , 제4항 , 제251조 [2] 형법 제307조 제1항
참조판례
[1] 대법원 1968. 12. 24. 선고 68도1569 판결 (집16-3, 형94) 대법원 1981. 10. 27. 선고 81도1023 판결 (공1982, 85) 대법원 1982. 3. 23. 선고 81도2491 판결 (공1982, 482) 대법원 1985. 4. 23. 선고 85도431 판결 (공1985, 817) 대법원 1989. 7. 11. 선고 89도886 판결 (공1989, 1268) 대법원 1992. 5. 26. 선고 92도445 판결 (공1992, 2065) 대법원 1994. 10. 25. 선고 94도1770 판결 (공1994하, 3166) 대법원 1996. 7. 12. 선고 96도1007 판결 (공1996하, 2567) 대법원 1997. 2. 14. 선고 96도2234 판결 (공1997상, 841) 대법원 1998. 9. 8. 선고 98도1949 판결 (공1998하, 2476) 대법원 2000. 2. 11. 선고 99도4579 판결 (공2000상, 747) 대법원 2000. 2. 25. 선고 98도2188 판결 (공2000상, 885) 대법원 2005. 3. 25. 선고 2005도329 판결 대법원 2006. 4. 14. 선고 2004도207 판결 대법원 2008. 2. 14. 선고 2007도8155 판결 (공2008상, 413) 대법원 2008. 10. 23. 선고 2008도6515 판결 대법원 2018. 6. 15. 선고 2018도4200 판결 (공2018하, 1347)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피고인
변호인
변호사 곽지현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명예훼손 부분
가. 사건 개요 및 쟁점
1) 사건 개요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이 피해자 공소외 1 집 뒷길에서 피고인의 남편 공소외 2 및 공소외 3이 듣는 가운데 피해자에게 ‘저것이 징역 살다온 전과자다’ 등으로 큰 소리로 말하여 공연히 사실을 적시해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였다는 것이다. 피고인은 공연성이 없다고 다투었으나, 원심은 피고인이 큰 소리로 공소사실과 같이 말하였고 피고인의 발언이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공연성을 인정하여 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피고인의 상고이유는 공소외 2가 피해자의 전과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고 피고인의 남편이며, 공소외 3이 피해자의 친척이므로 피고인의 발언에 전파가능성이 없어 공연성이 없다는 것이다.
2) 쟁점
이 부분 쟁점은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 대하여 전파될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도 명예훼손죄의 공연성을 인정하는 확립된 대법원 판례의 유지 여부이다. 나아가 판례를 유지하더라도 이에 관한 기존의 대법원 판례를 재검토하고, 공연성의 판단 기준이나 적용 범위를 합리적으로 제한할 수 있는 법리를 같이 살펴보기로 한다.
나. 명예훼손죄 규정 및 처벌 필요성
1) 명예훼손죄 규정
명예란 각 사람이 인간의 존엄과 사회적 생활의 기초 위에서 누려야 할 인격적 가치를 말하고, 이는 인간의 품위를 유지시켜 주고 타인과의 관계를 형성해 나갈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한다. 명예에 관한 죄의 보호법익으로서 명예란 사람의 인격에 관해 타인들에게서 주어지는 사회적 평가를 말하는데( 대법원 1988. 9. 27. 선고 88도1008 판결 등 참조), 이러한 인격적 가치로서의 명예를 형사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형법 외에도 다양한 특별법에서 이에 대한 침해를 규율하되, 각 규정은 명예훼손의 행위 태양으로서 다음과 같이 공연성을 요구하고 있다.
형법 제307조 제1항 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이라 한다) 제70조 제1항 은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를, 공직선거법 제251조 는 ‘당선되거나 되게 할 목적으로 또는 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연설·선전문서 등 기타의 방법으로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후보자를 비방한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더하여 형법 제307조 제2항 은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를, 형법 제308조 는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사자의 명예를 훼손한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하여 공연성을 구성요건으로 한다. 반면 형법 제309조 는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신문, 잡지 또는 라디오 기타 출판물에 의하여 제307조 제1항 , 제2항 의 죄를 범한 자’라고 규정하여 출판물 등에 의한 명예훼손의 경우에는 사실적시 행위에 공연성이 필요하지 아니하다.
정보통신망법은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개를 목적으로 제공된 정보로 명예훼손이 된 경우 해당 정보를 처리한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그 정보의 삭제 등을 요청할 수 있고,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삭제 등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하였으며(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2 제1항 , 제2항 ), 불법정보 유통을 금지하는 규정을 신설하면서 ‘비방 목적으로 공공연하게 사실 또는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명예훼손하는 내용의 정보’의 유통을 금지하고(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 제1항 제2호 ), 그에 대한 방송통신위원회의 제한 등 명령을 불이행할 경우 형사처벌하도록 하였다( 정보통신망법 제73조 제5호 ). 공직선거법 규정에 위반된 정보가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 게시되거나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전송되는 경우에도 해당 정보의 삭제 등의 조치가 가능하다( 공직선거법 제82조의4 제3항 , 제4항 ).
2) 명예훼손 행위에 대한 처벌의 필요성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형법 제307조 제1항 )에 관한 폐지 논의도 있으나,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명예를 훼손하는 방법이나 명예훼손이 이루어지는 공간도 다양해지고 새로워지면서 명예훼손죄는 이제 형법상의 범죄에 머물지 않고 인터넷을 이용한 경우 정보통신망법의 적용을 받으며, 명예훼손 행위의 목적, 수단 및 방법에 따라 특별법을 통해 그에 대한 처벌 범위와 규제가 오히려 더 확대되고 있다. 사회적으로 알려진 사실이 진실이든 진실이 아니든 보호받아야 할 부분이 존재하고, 특히 인격권의 핵심을 이루는 개인 사생활의 본질적 측면에 관한 공개는 그 자체로 개인의 기본권을 중대하게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 인터넷과 SNS의 발달로 그러한 명예에 대한 침해가 대량으로 발생하고, 건전한 인터넷 문화의 미성숙으로 사생활 폭로, 왜곡된 의혹 제기, 혐오와 증오적 표현 및 편파적 의견으로 인한 개인의 인격권이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로 심각한 침해가 이루어져 자살 등과 같은 부작용이 양산되고 있다. 현재 형벌을 대체할 만한 적절하고 효과적인 수단이 활성화되어 있지 않다. 이러한 점에서 진실한 사실을 적시한 것이든 허위의 사실을 적시한 것이든 명예훼손 행위에 대한 형사처벌의 필요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다. 명예훼손죄에서 공연성의 의의 및 대법원 판례
1) 공연성의 의의
명예훼손죄의 관련 규정들은 명예에 대한 침해가 ‘공연히’ 또는 ‘공공연하게’ 이루어질 것을 요구하는데, ‘공연히’ 또는 ‘공공연하게’는 사전적으로 ‘세상에서 다 알 만큼 떳떳하게’, ‘숨김이나 거리낌이 없이 그대로 드러나게’라는 뜻이다. 공연성을 행위 태양으로 요구하는 것은 사회에 유포되어 사회적으로 유해한 명예훼손 행위만을 처벌함으로써 개인의 표현의 자유가 지나치게 제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대법원 판례는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으로서 공연성에 관하여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고 밝혀 왔고 ( 대법원 1992. 5. 26. 선고 92도445 판결 , 대법원 1996. 7. 12. 선고 96도1007 판결 , 대법원 2008. 2. 14. 선고 2007도8155 판결 등 참조), 이는 학계의 일반적인 견해이기도 하다.
2) 공연성에 관한 대법원 판례
대법원은 명예훼손죄의 공연성에 관하여 개별적으로 소수의 사람에게 사실을 적시하였더라도 그 상대방이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적시된 사실을 전파할 가능성이 있는 때에는 공연성이 인정된다고 일관되게 판시하여, 이른바 전파가능성 이론은 공연성에 관한 확립된 법리로 정착되었다.
즉, 대법원 1968. 12. 24. 선고 68도1569 판결 에서 ‘비밀이 잘 보장되어 외부에 전파될 염려가 없는 경우가 아니면 비록 개별적으로 한 사람에 대하여 사실을 유포하였더라도 연속하여 수인에게 사실을 유포하여 그 유포한 사실이 외부에 전파될 가능성이 있는 이상 공연성이 있다.’고 최초로 판시한 후 대법원 1981. 10. 27. 선고 81도1023 판결 에서 ‘비록 개별적으로 한 사람에 대하여 사실을 유포하였다고 하여도 이로부터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면 공연성의 요건을 충족하는 것이나, 이와 반대의 경우라면 특정한 한 사람에 대한 사실의 유포는 공연성을 결여한 것이다.’고 판시하였고, 최근의 대법원 2018. 6. 15. 선고 2018도4200 판결 에서도 위 법리가 유지되었다.
이러한 법리는 정보통신망법상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명예훼손이나 공직선거법상 후보자비방죄 등의 공연성 판단에도 동일하게 적용되어 ( 대법원 1996. 7. 12. 선고 96도1007 판결 , 대법원 2008. 2. 14. 선고 2007도8155 판결 등 참조), 적시한 사실이 허위인지 여부나 특별법상 명예훼손 행위인지 여부에 관계없이 명예훼손 범죄의 공연성에 관한 대법원 판례의 기본적 법리로 적용되어 왔다.
라. 대법원 판례의 법리와 타당성
공연성에 관한 전파가능성 법리는 대법원이 오랜 시간에 걸쳐 발전시켜 온 것으로서 현재에도 여전히 법리적으로나 현실적인 측면에 비추어 타당하므로 유지되어야 한다. 아래에서는 대법원 판례가 전개해 온 전파가능성 법리의 구체적 내용과 기준을 살펴보고, 그에 따라 대법원 판례가 유지되어야 하는 근거를 밝히기로 한다.
전파가능성 법리를 비판하는 견해는 전파가능성 유무를 판단할 객관적 기준이 존재하지 아니하여 구체적 적용에 자의가 개입될 수 있고, 행위자에게 결과만으로 과중한 책임을 인정하여 책임주의에 반한다고 지적한다. 비판의 내용과 논거 자체는 타당하지 않지만, 처벌 범위의 확대를 경계하는 취지에는 공감할 부분이 있다.
대법원 판례와 재판 실무는 이러한 문제 인식을 토대로 전파가능성 법리를 제한 없이 적용할 경우 공연성 요건이 무의미하게 되고 처벌이 확대되게 되어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우려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전파가능성의 구체적·객관적인 적용 기준을 세우고, 피고인의 범의를 엄격히 보거나 적시의 상대방과 피고인 또는 피해자의 관계에 따라 전파가능성을 부정하는 등 판단 기준을 사례별로 유형화하면서 전파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필요함을 전제로 전파가능성 법리를 적용함으로써 공연성을 엄격하게 인정하여 왔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대법원 판례의 법리
가) 전파가능성 및 인식 등에 관한 증명
(1) 검사의 엄격한 증명책임
공연성은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으로서, 특정 소수에 대한 사실적시의 경우 공연성이 부정되는 유력한 사정이 될 수 있으므로, 전파될 가능성에 관하여는 검사의 엄격한 증명이 필요하다 ( 대법원 1997. 2. 14. 선고 96도2234 판결 , 대법원 2006. 4. 14. 선고 2004도207 판결 등 참조). 나아가 대법원은 ‘특정의 개인이나 소수인에게 개인적 또는 사적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것과 같은 행위는 공연하다고 할 수 없고, 다만 특정의 개인 또는 소수인이라고 하더라도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 또는 유포될 개연성이 있는 경우라면 공연하다고 할 수 있다.’고 판시하여 전파될 가능성에 대한 증명의 정도로 단순히 ‘가능성’이 아닌 ‘개연성’을 요구하였다 ( 대법원 1982. 3. 23. 선고 81도2491 판결 , 대법원 1989. 7. 11. 선고 89도886 판결 등 참조).
(2) 전파가능성에 관한 인식과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
대법원은 ‘전파가능성을 이유로 명예훼손죄의 공연성을 인정하는 경우에는 적어도 범죄구성요건의 주관적 요소로서 미필적 고의가 필요하므로 전파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있음은 물론 나아가 그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어야 하고, 행위자가 전파가능성을 용인하고 있었는지 여부는 외부에 나타난 행위의 형태와 상황 등 구체적인 사정을 기초로 일반인이라면 그 전파가능성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를 고려하면서 행위자의 입장에서 그 심리상태를 추인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여( 대법원 2004. 4. 9. 선고 2004도340 판결 등 참조), 행위자의 고의를 인정함에 있어 신중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였다.
이에 따라 대법원 2018. 6. 15. 선고 2018도4200 판결 은 피고인이 불미스러운 소문의 진위를 확인하고자 하는 질문 중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발언을 한 사안에서 명예훼손의 고의를 부정하였고, 대법원 2020. 1. 30. 선고 2016도21547 판결 은 적시의 상대방이 피고인이나 피해자들과 별다른 친분관계가 없더라도 발언의 경위와 내용에 비추어 피고인에게 전파가능성에 대한 인식과 위험을 용인하는 의사가 없었다고 보기도 하였다. 한편 대법원 2001. 4. 10. 선고 2000도5711 판결 은 피고인이 경찰서에서 피해자와의 다툼 경위에 관한 조사 과정에서 피해자에 대한 명예훼손 발언을 한 경우 공연성을 부정한 원심을 수긍하였고, 대법원 1990. 4. 27. 선고 89도1467 판결 은 조합장인 피고인이 전 조합장인 피해자의 측근에게 조합운영의 협조를 구하기 위하여 피해자의 불신임사유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발언을 한 경우 공연성을 부인하였다.
이를 종합하면, 친밀하고 사적인 관계뿐만 아니라 공적인 관계에 있어서도 조직 등의 업무와 관련하여 사실의 확인 또는 규명 과정에서 발언하게 된 것이거나, 상대방의 가해에 대하여 대응하는 과정에서 발언하게 된 경우 및 수사·소송 등 공적인 절차에서 그 당사자들 사이에 공방을 하던 중 발언하게 된 경우 등이라면 그 발언자의 전파가능성에 대한 인식과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를 인정하는 것은 신중하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명예훼손죄가 사실의 확인 또는 규명, 가해에 대한 대응, 수사·소송 등의 정당한 행위를 막는 봉쇄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나) 구체적인 판단 기준
공연성의 존부는 발언자와 상대방 또는 피해자 사이의 관계나 지위, 대화를 하게 된 경위와 상황, 사실적시의 내용, 적시의 방법과 장소 등 행위 당시의 객관적 제반 사정에 관하여 심리한 다음, 그로부터 상대방이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할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를 검토하여 종합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08. 2. 14. 선고 2007도8155 판결 등 참조). 발언 이후 실제 전파되었는지 여부는 전파가능성 유무를 판단하는 고려요소가 될 수 있으나, 발언 후 실제 전파 여부라는 우연한 사정은 공연성 인정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소극적 사정으로만 고려되어야 한다 ( 대법원 1981. 10. 27. 선고 81도1023 판결 , 대법원 1998. 9. 8. 선고 98도1949 판결 , 대법원 2000. 2. 11. 선고 99도4579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전파가능성 법리에 따르더라도 위와 같은 객관적 기준에 따라 전파가능성을 판단할 수 있고, 행위자도 발언 당시 공연성 여부를 충분히 예견할 수 있으며, 상대방의 전파의사만으로 전파가능성을 판단하거나 실제 전파되었다는 결과를 가지고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다 .
특히 발언 상대방이 발언자나 피해자의 배우자, 친척, 친구 등 사적으로 친밀한 관계에 있는 경우, 직무상 비밀유지의무 또는 이를 처리해야 할 공무원이나 이와 유사한 지위에 있는 경우에는 그러한 관계나 신분으로 인하여 비밀의 보장이 상당히 높은 정도로 기대되는 경우로서 공연성이 부정된다( 대법원 1978. 4. 25. 선고 78도473 판결 , 대법원 1981. 10. 27. 선고 81도1023 판결 , 대법원 1984. 3. 27. 선고 84도86 판결 , 대법원 2000. 2. 11. 선고 99도4579 판결 , 대법원 2002. 11. 26. 선고 2002도4800 판결 등 참조).
위와 같이 발언자와 상대방 및 피해자와 상대방이 특수한 관계에 있는 경우, 상대방이 직무상 특수한 지위 내지 신분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그 상대방에 대한 사실적시 행위에 관하여 공연성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그러한 관계나 신분에도 불구하고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수 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존재하여야 한다.
다) 소결론
대법원 판례는 그동안 전파가능성 여부에 관한 구체적 판단 기준을 발전시켜 오면서 한편으로는 특정 소수에 대한 사실적시와 관련하여 다양한 제한 법리를 확립해 왔다. 그 핵심은 개별적인 소수에 대한 발언을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을 이유로 공연성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막연히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만으로 부족하고, 고도의 가능성 내지 개연성이 필요하며, 이에 대한 검사의 엄격한 증명을 요한다는 것이다.
2) 명예를 해할 위험성의 발생과 공연성의 해석
명예훼손죄 규정이 ‘명예를 훼손한’이라고 규정되어 있음에도 이를 침해범이 아니라 추상적 위험범으로 보는 것은 명예훼손이 갖는 행위반가치와 결과반가치의 특수성에 있다. 즉, 명예훼손죄의 보호법익인 명예에 대한 침해가 객관적으로 확인될 수 없고 이를 증명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적시된 사실을 실제 인식하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상태에 놓인 것만으로도 명예가 훼손된 것으로 보아야 하고 이를 불능범이나 미수로 평가할 수 없다. 공연성에 관한 위와 같은 해석은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가능성의 측면을 말하는 것이고, 죄형법정주의에서 허용되는 해석이며, 그와 같은 행위에 대한 형사처벌의 필요성이 있다.
추상적 위험범으로서 명예훼손죄는 개인의 명예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진위에 관계없이 보호함을 목적으로 하고, 적시된 사실이 특정인의 사회적 평가를 침해할 가능성이 있을 정도로 구체성을 띠어야 하나 ( 대법원 1994. 10. 25. 선고 94도1770 판결 , 대법원 2000. 2. 25. 선고 98도2188 판결 등 참조), 위와 같이 침해할 위험이 발생한 것으로 족하고 침해의 결과를 요구하지 않으므로, 다수의 사람에게 사실을 적시한 경우뿐만 아니라 소수의 사람에게 발언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해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초래한 경우에도 공연히 발언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우리 형사법에서는 공연성을 성립요건으로 규정함으로써, 명예훼손죄의 공연성을 처벌의 가중요건으로 보는 독일 등과 차이가 있으므로, 해석 또한 우리의 형사법 체계에 맞도록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나아가 외국 입법례를 이유로 공연성 요건을 법문과 달리 지나치게 좁게 해석한다면, 표현의 자유를 위해 개인의 인격권을 등한시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특히 인터넷과 각종 정보통신 기술 발달로 인해 개인에 대한 정보와 사생활이 쉽게 노출되고 개인정보의 자기결정권이 상실되는 사례가 빈발하는 현실에서 개인의 사생활 비밀과 관련된 영역은 엄격히 보호되어야 하고, 표현의 자유를 이유로 이를 침범하는 것이 허용되어서는 아니 된다. 개인의 인격권, 사생활 보호와 표현의 자유는 모두 헌법상 보장되는 기본권으로서 서로 긴장관계를 갖고 대립하는 과정에서 각자의 영역 내에서 보호되어야 하는 것이지, 한쪽을 보호하기 위하여 다른 쪽을 희생시킬 수 없다.
3) 의사소통 방법과 구조의 변화에 따른 공연성의 의미와 내용
공연성의 의미는 고정된 것이 아니므로 시대 변화나 정보통신망 발달에 따라 그 개념과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는 아직도 인터넷 등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다른 사람의 신분적·사회적 지위나 활동 등을 둘러싸고 근거가 희박한 의혹을 제기하거나 소문을 적시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비록 적시된 사실이 허위사실이 아닌 경우라고 하더라도 그 사실에 기초하여 왜곡된 의혹 제기·편파적 의견 또는 부당한 평가를 추가로 적시하는 방법으로 실제로는 허위사실을 적시하여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와 다를 바 없거나 적어도 다른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심대하게 훼손하는 경우도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더욱이 명예와 체면을 중시하는 우리 사회의 전통적 가치관의 영향으로, 인터넷 등 정보통신망에서의 명예훼손, 비방 글들로 인하여 사회적 피해가 이미 심각한 상황에 이르고 있다. 따라서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경우에도 위와 같은 현재의 명예훼손의 양상과 우리 사회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이러한 명예훼손적인 표현을 규제함으로써 인격권을 보호해야 할 필요성은 매우 크다[ 헌법재판소 2016. 2. 25. 선고 2013헌바105, 2015헌바234(병합)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전파가능성 법리는 정보통신망 등 다양한 유형의 명예훼손 처벌규정에서의 공연성 개념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 인터넷, 스마트폰과 같은 모바일 기술 등의 발달과 보편화로 SNS, 이메일, 포털사이트 등 정보통신망을 통해 대부분의 의사표현이나 의사전달이 이루어지고 있고, 그에 따라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명예훼손도 급격히 증가해 가고 있다. 이러한 정보통신망과 정보유통과정은 비대면성, 접근성, 익명성 및 연결성 등을 그 본질적 속성으로 하고 있어서, 정보의 무한 저장, 재생산 및 전달이 용이하여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명예훼손은 ‘행위 상대방’ 범위와 경계가 불분명해지고, 명예훼손 내용을 소수에게만 보냈음에도 행위 자체로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형성하는 경우가 다수 발생하게 된다. 특히 정보통신망에 의한 명예훼손의 경우 행위자가 적시한 정보에 대한 통제가능성을 쉽게 상실하게 되고, 빠른 전파성으로 인하여 피해자의 명예훼손의 침해 정도와 범위가 광범위하게 되어 표현에 대한 반론과 토론을 통한 자정작용이 사실상 무의미한 경우도 적지 아니하다.
따라서 현재의 명예훼손의 방식과 양상을 고려할 때 공연성을 해석함에 있어서도 위와 같은 정보통신망의 특성이 고려되어야 한다. 대법원 판례도 위와 같은 정보통신망의 특성을 고려하여 이를 이용한 명예훼손의 경우 공연성 판단에서 전파가능성 유무를 그 기준으로 적용해 왔다. 즉, 대법원 2009. 11. 12. 선고 2009도9396 판결 은 피고인이 직장 상사에게 직장동료인 피해자에 관한 허위내용이 담긴 이메일을 보낸 사안에서 피고인이 이메일을 보낸 경위와 내용 등에 비추어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공연성을 인정한 원심을 수긍하였고, 대법원 2019. 7. 5.자 2019도6916 결정 은 피고인이 오피스텔 관리인 후보로 출마한 피해자에 대한 비위사실을 같은 관리인 후보로 출마한 후보자의 지지자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낸 사안에서 분쟁 상황이나 그 상대방의 지위를 고려해 볼 때 상대방이 그 내용을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알릴 수 있다는 점이 충분히 예상된다는 이유로 공연성을 인정한 원심을 수긍하였다. 또한 대법원 2019. 2. 22.자 2019도790 결정 은 피고인이 페이스북 메신저를 통해 피해자에 대한 허위사실을 적시한 사안에서 그 상대방이 페이스북 등에서 상당한 수의 팔로워가 있는 점과 적시 내용 등에 비추어 공연성을 인정한 원심을 수긍하였다. 반면 대법원 2018. 3. 29. 선고 2017도20409 판결 은 피고인이 지인에게 피해자에 대한 허위내용이 담긴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낸 사안에서 대화 경위와 이후 사정 등에 비추어 사적 대화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공연성을 부정한 원심을 수긍하였다.
마. 형법 제310조 의 위법성조각사유에 대한 새로운 판단 기준
1) 발언 내용에 따른 위법성조각의 확대 필요성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명예훼손죄의 공연성 판단에 있어 판례상 인정되어 온 전파가능성 법리는 유지되어야 한다.
그러나 행위 태양에 따른 공연성 판단 기준과 별도로 ‘발언 내용’에 따른 처벌 여부는 보다 엄격한 기준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 독일 등 외국의 입법례와 달리 우리 형법은 진실한 사실을 적시한 경우에도 명예훼손죄로 처벌하고 있는데, 타인에 대한 공정한 비판마저 처벌함으로써 건전한 여론 형성이나 민주주의의 균형 잡힌 발전을 가로막는 것이어서는 아니 된다. 유엔인권위원회도 당사국들에 대하여 명예훼손의 비범죄화 내지 제한적 적용을 권고한 바 있다. 따라서 표현의 자유와의 조화를 통한 우리 사회의 건전한 자정작용을 위해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공정한 비판에 해당할 경우 형사처벌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
2) 형법 제310조 의 위법성조각사유 인정 범위
형법 제310조 는 ‘ 제307조 제1항 의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명예훼손죄의 특수한 위법성조각사유를 규정한 것으로 위와 같은 개인의 명예보호와 표현의 자유를 조화시키려는 데 목적이 있다. 진실성의 증명과 공공의 이익이라는 위법성의 조각 요건을 엄격하게 요구하면 형사제재의 범위는 넓어지고 언론의 자유는 위축된다. 가치 있는 공적인 사안이나 국민이 알아야 할 사안(알 권리)에 대하여 자유로운 비판이나 토론을 하지 못하게 형사처벌로 규율한다면 언론의 자유는 축소되고, 비교형량의 비중은 명예보호 쪽에 치우치게 된다( 헌법재판소 1999. 6. 24. 선고 97헌마265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대법원은 위와 같은 취지를 고려하여 형법 제310조 를 점진적으로 넓게 인정하여 왔다. 형법 제310조 의 문언은 ‘진실한 사실’을 표명한 경우에 한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진실한 사실이 아니거나 진실한 사실이라는 증명이 없더라도 행위자가 그것을 진실이라고 믿을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까지 포함한다( 대법원 1962. 5. 17. 선고 4294형상12 판결 , 대법원 1988. 10. 11. 선고 85다카29 판결 등 참조). 진실한 사실이란 그 내용 전체의 취지를 살펴볼 때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는 사실이라는 의미로서 세부에 있어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더라도 무방하다. 또한 형법 제310조 의 문언상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 한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법문상 요건을 완화하여 널리 국가·사회 기타 일반 다수인의 이익에 관한 것뿐만 아니라 특정한 사회집단이나 그 구성원 전체의 관심과 이익에 관한 것도 포함되며, 행위자의 주요한 동기 내지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부수적으로 다른 사익적 목적이나 동기가 내포되어 있더라도 형법 제310조 의 적용을 배제할 수 없다( 대법원 1998. 10. 9. 선고 97도158 판결 , 대법원 2002. 9. 24. 선고 2002도3570 판결 등 참조).
3) ‘공공의 이익’에 관한 새로운 판단 기준
독일 형법 제193조는 “학문적, 예술적, 영업적 능력에 대한 비판, 권리의 행사나 방어 또는 정당한 이익의 행사를 위해 행해진 비판적 의견의 발표, 상관의 부하에 대한 징계와 견책, 공무원의 업무상 고발 또는 비평 및 기타 이에 준하는 경우에는 의견발표의 형식이나 의견발표가 행하여진 정황에 비추어 모욕이 인정된 때에 한하여 처벌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위 조항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 아니더라도 침해자의 침해행위가 정당한 이익의 옹호와 관련되어 있을 때에는 명예훼손죄 등을 가벌성이 없는 것으로 규정하여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다.
위와 같은 입법례나 유엔인권위원회의 권고 및 표현의 자유와의 조화를 고려하면, 진실한 사실의 적시의 경우에는 형법 제310조 의 ‘공공의 이익’도 보다 더 넓게 인정되어야 한다. 특히 공공의 이익관련성 개념이 시대에 따라 변화하고 공공의 관심사 역시 상황에 따라 쉴 새 없이 바뀌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공적인 인물, 제도 및 정책 등에 관한 것만을 공공의 이익관련성으로 한정할 것은 아니다.
따라서 사실적시의 내용이 사회 일반의 일부 이익에만 관련된 사항이라도 다른 일반인과의 공동생활에 관계된 사항이라면 공익성을 지닌다고 할 것이고, 이에 나아가 개인에 관한 사항이더라도 그것이 공공의 이익과 관련되어 있고 사회적인 관심을 획득한 경우라면 직접적으로 국가·사회 일반의 이익이나 특정한 사회집단에 관한 것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형법 제310조 의 적용을 배제할 것은 아니다. 사인이라도 그가 관계하는 사회적 활동의 성질과 사회에 미칠 영향을 헤아려 공공의 이익에 관련되는지 판단하여야 한다.
바. 사안에 관한 판단
1) 원심판결 이유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을 알 수 있다.
가) 피고인과 피해자는 이웃 주민으로 여러 가지 문제로 갈등관계에 있었고, 이 사건 당일에도 피고인은 피해자의 집 뒷길에서 피해자와 말다툼을 하는 과정에서 공소사실과 같은 발언을 하게 되었다.
나) 피고인의 남편인 공소외 2와 피해자의 처인 공소외 4는 피고인과 피해자가 큰 소리로 다투는 소리를 듣고 각자의 집에서 나오게 되었는데, 피해자와 공소외 4는 ‘피고인이 전과자라고 크게 소리쳤고, 이를 공소외 3 외에도 마을 사람들이 들었다’는 취지로 일관되게 진술하였다.
다) 피고인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 앞에서도 ‘피해자는 아주 질이 나쁜 전과자’라고 큰 소리로 수회 소리치기도 하였다.
라) 피해자가 사는 곳은 피해자, 공소외 3과 같은 성씨를 가진 집성촌으로 피해자에게 전과가 있음에도 공소외 3은 ‘피고인으로부터 피해자가 전과자라는 사실을 처음 들었다’고 진술하여 피해자와 가까운 사이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2)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공소외 3과 피해자의 친분 정도나 적시된 사실이 피해자의 공개하기 꺼려지는 개인사에 관한 것으로 주변에 회자될 가능성이 큰 내용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공소외 3이 피해자와 친척관계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전파가능성이 부정된다고 볼 수 없고(피해자와 공소외 3 사이의 촌수나 구체적 친밀관계가 밝혀진 바도 없다), 오히려 피고인은 피해자와의 싸움 과정에서 단지 피해자를 모욕 내지 비방하기 위하여 공개된 장소에서 큰 소리로 말하여 다른 마을 사람들이 들을 수 있을 정도였던 것으로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였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피고인의 공소사실 발언은 공연성이 인정된다.
같은 취지의 원심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명예훼손죄의 공연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2. 피해자 공소외 5 등에 대한 상해 및 피해자 공소외 6에 대한 폭행 부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부분 각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반의사불벌죄의 처벌불원의 의사표시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한 잘못이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는 대법관 김재형, 대법관 안철상, 대법관 김선수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하였고,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박상옥, 대법관 민유숙의 보충의견이 있다.
4. 대법관 김재형, 대법관 안철상, 대법관 김선수의 반대의견
가. 다수의견은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인 ‘공연성’에 관하여 전파가능성 법리를 유지하고자 한다. 그러나 명예훼손죄에서 말하는 공연성은 전파가능성을 포섭할 수 없는 개념이다. 형법 제307조 제1항 , 제2항 에 규정된 공연성은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직접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가리키는 것이고, 특정 개인이나 소수에게 말하여 이로부터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공연성 요건을 충족한다고 볼 수 없다. 다수의견은 범죄구성요건을 확장하여 적용함으로써 형법이 예정한 범주를 벗어나 형사처벌을 하는 것으로서 죄형법정주의와 형법해석의 원칙에 반하여 찬성할 수 없다. 전파가능성 법리를 이유로 공연성을 인정한 대법원 1968. 12. 24. 선고 68도1569 판결 , 대법원 1985. 4. 23. 선고 85도431 판결 , 대법원 2005. 3. 25. 선고 2005도329 판결 , 대법원 2008. 10. 23. 선고 2008도6515 판결 을 비롯한 같은 취지의 대법원판결들은 변경되어야 한다.
상세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나. 전파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공연성을 인정하는 것은 문언의 통상적 의미를 벗어나 피고인에게 불리한 확장해석으로 죄형법정주의에서 금지하는 유추해석에 해당한다.
문언해석은 법률해석의 출발점이다. 형벌법규의 해석에서는 그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벗어나 유추를 통하여 처벌 범위를 확장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형벌법규를 해석할 때는 더욱 문언의 의미를 중요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으로 공연성을 정한 입법 취지는 사람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평가를 떨어뜨릴 수 있는 행위 가운데 사적인 대화나 정보 전달의 차원을 넘어서서 ‘사회적으로’ 또는 ‘공개적으로’ 사실을 드러내는 것에 한정하여 처벌하려는 데 있다. 다른 사람의 명예를 침해할 수 있는 사실이 사회에 유포되는 경우만을 처벌하고자 하는 것이 입법자의 결단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명예훼손죄의 성립 범위를 좁혀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가급적 넓게 보장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공연히’는 국어사전에 있는 대로 ‘세상에서 다 알 만큼 뚜렷하고 떳떳하게’라는 뜻이다. 형법 제307조 에서 ‘공연히’는 사실 또는 허위사실을 적시하는 행위의 모습을 한정하는 요건으로서 실행행위 자체가 공연히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고, 공연히 이루어지지 않은 실행행위는 명예훼손죄의 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 문언해석상 명백하다.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명예훼손 행위를 처벌하는 정보통신망법 제70조 는 ‘공연히’라는 표현 대신에 ‘공공연하게’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어 공연성의 의미를 한층 더 명확히 하였다.
‘공연히’ 또는 ‘공공연하게’는 그 뜻을 아무리 확장해석하더라도 소수의 친구나 직장동료 등에게 사적으로 말한 것을 두고 ‘세상에서 다 알 만큼 뚜렷하고 떳떳하게’ 또는 ‘숨김이나 거리낌이 없이 그대로 드러나게’ 발언했다고 할 수 없다. 위와 같은 행위가 원인이 되어 나중에 결과적으로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사실이 전파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행위 자체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한 것이 아니라면 명예훼손죄로 처벌할 수 없다.
대법원판결에서 그동안 전파가능성을 이유로 공연성을 인정한 사안에는 위와 같이 친구나 직장동료 등 사적인 관계에서 이루어진 대화가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 심지어는 상대방으로부터 비밀을 지키기로 하는 약속을 다짐받고 하는 은밀한 대화에 대해서도 전파가능성을 매개로 공연성을 인정하고 있다.
전파가능성 법리가 최초로 판례로 등장한 대법원 1968. 12. 24. 선고 68도1569 판결 은 피고인이 자신의 집에서 같은 동네 주민에게 말한 사안이다. 대법원 1985. 4. 23. 선고 85도431 판결 은 피고인이 같은 교회에 다니는 교인 부부에게 피해자에 대한 소문을 확인한 사안이고, 대법원 2005. 3. 25. 선고 2005도329 판결 은 피고인이 전화로 자신의 동창들에게 피해자에 대한 허위사실을 말한 사안이다. 대법원 2017. 11. 3.자 2017도13231 결정 은 피고인이 화장실에서 직장동료 1명에게 피해자에 대한 험담을 한 사안이다. 위 판결들은 전파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공연성을 인정하였다. 대법원 2008. 2. 14. 선고 2007도8155 판결 은 개인 블로그의 비공개 대화방에서 일대일로 비밀대화를 한 사안이고, 대법원 2016. 8. 29. 선고 2016도4699 판결 은 피고인이 동호회 회원 4명과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비밀로 하기로 약속한 후 피해자에 대한 욕설을 한 사안인데 전파가능성을 이유로 공연성을 인정하였다.
위와 같은 사안에서 피고인의 발언이나 표현을 ‘세상에서 다 알 만큼 뚜렷하고 떳떳하게’ 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는가? 그것은 입법자의 예상을 뛰어넘는 것이고 법적 이성이 요구하는 바도 아니다.
사람은 말을 하면서 타인과 교류하고 사회성을 키워간다. 말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고 사회적 관계를 맺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다. 말할 자유는 표현의 자유를 구성하는 핵심적인 권리이다.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라는 속담처럼 말은 그 자체로 전파가능성을 간직하고 있다. 타인에 대한 말이 진실이든 허위이든 전파가능성만으로 처벌한다는 것은 인간의 본질적 속성에 맞지 않고 헌법상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중대하게 위협한다. 따라서 명예훼손죄에서 공연성을 구성요건으로 요구하는 이유는 위와 같은 인간의 본질적 속성을 고려하여 표현의 자유를 위하여 숨 쉴 공간을 마련해 두기 위한 것이다. 위 대법원판결들에서 다루어진 사안과 같이 개인들의 사적 대화까지 전파가능성을 이유로 공연성을 인정하는 것은 헌법상 기본권 보장이라는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전파가능성이란 아직 그러한 결과가 현실로 발생하지 않았지만 앞으로 전파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러한 결과가 발생하지 않은 상황에서 앞으로 전파될 ‘가능성’이라는 추측을 처벌의 근거로 삼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명백히 반한다. 가능성을 개연성으로 바꾼다고 해서 사정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다. 공연성을 전파가능성만으로 인정하는 것은 명예를 훼손하는 ― 명예훼손을 위험범으로 보는 다수의견에 따르면 훼손할 위험이 있는 ― 행위가 ‘공연히’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까지도 전파되어 공연한 것으로 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처벌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해석은 명백히 피고인에게 불리한 것으로서 허용되어서는 안 되는 부당한 확장해석이자 유추해석에 해당한다.
다. 전파가능성 법리는 죄형법정주의와 명확성 원칙에 반한다.
형법은 죄형법정주의와 명확성 원칙을 기초로 한다. 범죄와 형벌은 법률에 규정되어 있어야 한다는 죄형법정주의는 형사법의 대원칙이다. 일반인이 자신의 행위가 어떻게 처벌되는지를 알 수 있도록 형벌법규는 명확해야 한다는 명확성 원칙은 죄형법정주의를 뒷받침하는 중요한 형사법 원칙이다.
형법은 ‘공연히 사실 또는 허위사실을 적시한 행위’를 처벌하도록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명예훼손죄의 성립 여부는 적시된 사실의 전파가능성이 아니라 사실적시 행위 자체가 공연성을 가지고 있는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이때 공연성은 행위의 성격이나 모습을 분석하여 그것이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 대한 것인지, 사실적시 행위가 공개된 장소 등에서 이루어져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이를 인식하였거나 인식할 수 있었는지, 그와 같은 상태가 사회적 또는 공개적으로 유포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를 판단하면 된다.
전파가능성 법리는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인 공연성 이외에 전파가능성이라는 새로운 구성요건을 창설하는 결과가 되어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난다. 그리고 전파가능성 법리는 명확성 원칙을 훼손하여 명예훼손죄가 가지고 있는 행위규범으로서의 기능을 저해하고 법 적용자로 하여금 형벌법규를 자의적으로 운용하는 것을 허용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라. 전파가능성 법리는 공연성을 구성요건으로 하는 다른 범죄의 공연성에 관한 일관되고 체계적인 해석에 장애가 된다.
형법 제243조 의 음화 등 전시·상영죄는 ‘음화 등을 공연히 전시 또는 상영한 자’라고 규정하여 공연성을 구성요건으로 한다. 대법원 1973. 8. 21. 선고 73도409 판결 은 ‘음화 등을 공연히 전시한다는 것은 음화 등을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관람할 수 있는 상태에 현출시키는 것으로서, 특정된 소수만이 볼 수 있는 상태에 두는 것은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함으로써 명예훼손죄의 공연성과 달리 전파가능성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형법 제245조 의 공연음란죄 역시 ‘공연히 음란한 행위를 한 자’를 처벌하여 공연성을 그 구성요건으로 하고, 대법원은 위 죄의 공연성을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알 수 있는 상태라고 해석한다( 대법원 2000. 12. 22. 선고 2000도4372 판결 등 참조). 공연음란죄는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직접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에서 음란행위를 한 경우에만 성립하므로, 위 죄의 공연성을 전파가능성으로 해석할 수 없다. 대법원 2000. 12. 22. 선고 2000도4372 판결 은 ‘아파트 엘리베이터라고 하더라도 사람이 탑승할 가능성이 거의 없었다면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음란행위를 인식할 수 있는 상태라고 볼 수 없어 공연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한 원심판단을 지지하였다. 대법원은 공연음란죄의 공연성을 명예훼손죄의 공연성과는 다르게 보고 있는 것이다.
위에서 본 범죄들은 그 보호법익이 사회적 법익이기는 하나, 구성요건으로서 공연성을 공통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그 이유는 각각의 범죄에서 보호법익을 침해하는 개별 행위가 직접적으로 사회에 유포되거나 노출됨으로써 타인에게 해악을 끼치거나 보호법익을 침해할 위험이 있는 경우만을 처벌하려는 데 있다. 이 점에서는 명예훼손죄의 공연성을 구성요건으로 둔 입법 취지와 마찬가지이다.
마. 사실적시의 상대방이 전파할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로 공연성을 판단하는 것은 수범자의 예견가능성을 침해하여 행위자에 대한 결과책임을 묻는 것으로서, 이는 형사법의 평가방식에 어긋난다.
형사법에서 불법성의 본질은 행위반가치와 결과반가치에 있고, 그러한 불법성에 대한 평가방식은 객관적으로 나타난 행위 속성을 먼저 검토한 다음 그로부터 비롯된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둘 사이의 귀속관계를 파악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즉, 형사법의 불법판단에서 우선 파악해야 하는 것은 행위의 불법성이다. 공연하게 사실을 적시하여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했는지는 그러한 행위를 한 사람을 기준으로 행위의 불법성을 판단해야 한다.
사실적시자(행위자)·상대방·피해자의 관계가 어떠한지를 중심으로 전파가능성이 있는지에 따라 공연성을 판단하는 것은 위와 같은 판단방식과 합치되지 않는다. 행위자의 행위에 대한 불법평가가 아니라 그 사실을 나중에 전해들은 제3자의 지위나 역할을 고려하여 행위자의 불법성을 판단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명예훼손죄 등 공연성을 요건으로 하고 있는 범죄 이외의 경우에는 위와 같이 행위자의 행위가 아닌 제3자의 지위나 역할에 따라 범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하지 않고 있다. 행위자가 적시한 사실을 접한 제3자가 피해자와 어떠한 관계에 있는지 알 수 없는 경우에도 그러한 사정에 따라 공연성을 결정하는 것은 행위자의 예견가능성을 벗어난다. 이는 행위자로 하여금 행위 당시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를 예상하기 어렵게 만든다.
형법은 모든 법익에 대한 침해와 위험을 처벌하는 일반적 구성요건을 두고 있지 않고, 범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특정 행위만을 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다. 그런데 전파가능성 법리는 명예침해 또는 그 위험 발생이라는 결과를 중시하여 명예훼손의 구성요건에 규정된 특정 행위, 즉 공연히 사실을 적시한 행위에 대한 불법성 평가는 도외시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전파가능성 법리는 명예훼손죄에 대한 불법성 평가를 결과반가치에 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최초 발설자가 특정 소수에게 사실을 적시하는 행위를 반복한 경우 공연성 요건을 충족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최초 발설자로부터 명예훼손 사실을 들은 상대방이 이를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한 경우에는 최초 발설자가 아니라 그 상대방인 전파자가 명예를 훼손한 것이다. 최초 발설자가 명예훼손의 고의로 상대방의 전파행위를 의도하고 있었다면 그 상대방이 명예훼손죄의 정범이 되고, 최초의 발설자는 교사범이나 방조범의 법리로 해결하는 것이 형사법의 원칙적인 해결 방식이다. 즉, 상대방의 전파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이를 이용하려는 행위자를 처벌할 수 있는 방법은 전파가능성 개념이 아니라 공범의 법리이어야 한다.
최초 발설자가 특정 소수에게 명예훼손 사실을 적시하였는데, 실제 전파한 사람을 찾을 수 없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최초 발설자는 ‘공연히’ 사실을 적시한 경우가 아니므로, 명예훼손죄로 처벌하지 못하는 것일 뿐이지 이러한 경우까지 처벌의 공백으로 볼 수 없다. 따라서 그러한 처벌의 공백을 막기 위해 공연성에 전파가능성이 포함된다고 보는 것은 공연성을 구성요건으로 규정한 입법 취지를 오해한 것이다.
결국 명예훼손죄에서 명예훼손 사실을 들은 상대방이 행위자가 적시한 사실을 장차 다른 사람에게 전달할지 여부에 따라 명예훼손죄의 성립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행위에 대한 불법평가에서 고려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되는 우연한 사정을 들어 결과책임을 묻는 것이다.
바. 공연성을 전파가능성 여부로 판단하는 것은 명예훼손죄의 가벌성의 범위를 지나치게 확장하는 결과를 가져오고 형법의 보충성 원칙에도 반한다.
형법 제307조 제1항 의 문언에 따르면, 피해자에 대한 사실을 적시했다고 해서 명예훼손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고 그것이 공연성을 갖추고 피해자의 명예가 훼손된 경우에 비로소 명예훼손죄가 성립한다. 다수의견과 같이 명예훼손죄를 추상적 위험범으로 볼 경우 행위의 양태가 범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므로, 행위의 양태를 엄격하게 한정해야만 형벌권이 지나치게 확장되는 결과를 방지할 수 있다. 더욱이 형법은 진실한 사실을 적시한 경우에도 명예훼손죄로 처벌하고 있는 만큼 가벌성의 범위를 제한할 필요성이 크다.
공연성 판단에 전파가능성을 고려하는 것은 명예훼손죄의 행위 양태로 요구되는 공연성을 전파가능성으로 대체하여, 외적 명예가 현실적으로 침해되지 않아도 침해될 위험만으로 성립되는 추상적 위험범인 명예훼손죄의 보호법익이나 그 정도를 행위 양태와 혼동한 것이다. 명예훼손죄가 추상적 위험범이라는 것은 공연히 적시된 사실로 인해 명예가 훼손될 위험이 있는 경우에 처벌한다는 것이지, 적시된 사실이 공연하게 될 위험이 있는 경우까지 처벌하는 것이 아니다. 명예훼손죄의 처벌 근거는 사실이 계속 전파되어 나갈 위험, 즉 타인이 전파함으로써 발생할 명예훼손 위험에 있는 것이 아니라, 공연하게 사실을 적시함으로써 발생할 명예훼손의 위험에 있기 때문이다.
다수의견도 공연성을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라고 해석하므로 명예훼손죄는 명예를 해칠 수 있는 사실이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게 되면 기수에 이르게 된다. 이는 명예훼손으로 인한 침해의 결과가 있어야 발생하는 민사상 불법행위책임이 성립하지 않더라도 그에 앞서 불법성을 인정하여 명예훼손죄를 인정하는 것이다. 그런데 전파가능성 법리는 그러한 위험의 단계에 이르기 전에 불법성을 인정하게 된다. 즉,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것과 실제 그러한 상태에 있는 것을 동일하게 보는 것이다.
다수의견은 전자의 경우가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간접적으로 발생시킨 것이라고 하나, 특정 소수에 대한 사실적시 행위만으로는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간접적으로도 발생시킨 것으로 볼 수 없다. 그 상대방이 다시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실제 사실을 적시한 경우에만 그러한 위험이 발생하였다고 볼 수 있는 것이지 누구에게도 전파하지 않은 경우에는 명예에 대한 침해라는 ‘일반적’ 위험이 발생한 것이 아니다. 위와 같은 측면에서 다수의견은 결국 상대방의 의사와 전파 여부에 따라 피고인의 행위에 대한 평가를 떠나 결과책임을 묻는 셈이 된다. 이는 처음부터 명예훼손죄의 처벌 대상이 아닌 행위를 공연성 요건으로 포섭함으로써 발생하는 문제이다. 다수의견과 같이 전파가능성 여부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거나 전파가능성에 대한 인식을 요구하여 가벌성의 범위를 제한하려고 하는 노력은 근본적인 해결방법이 될 수 없다.
또한 특정 소수와의 사적 대화나 정보 전달의 경우에도 전파가능성이 있는 경우 공연성이 있다고 보는 것은 거의 모든 사실적시 행위를 원칙적으로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으로, 형법의 보충성 원칙에 반한다. 위와 같이 본다면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사적이고 개인적인 사실적시 행위를 형벌로 처벌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위와 같은 해석은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 대한 사실적시 행위로 개인의 명예가 훼손될 위험이 발생하기 전 단계까지도 범죄화하는 것으로 추상적 위험범인 명예훼손죄를 더욱더 추상적으로 만든다.
사. 전파가능성 유무를 판단할 수 있는 객관적 기준을 설정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구체적 적용에 자의가 개입될 소지가 크다.
사실적시자·상대방·피해자의 관계 등을 기초로 전파가능성을 따지더라도 어떤 경우에 전파가 가능한지에 대한 객관적 기준을 설정하기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이다. 직장동료나 친구에게 사실을 적시한 경우에 행위자나 피해자와 어느 정도 밀접한 관계에 있어야 전파할 가능성이 없는지를 객관화하기 어렵고, 이를 증명하거나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에 전파가능성은 구체적 증명 없이 ‘적어도 전파될 가능성은 있다’는 방향으로 포섭될 위험이 더욱 커지게 된다.
상대방이 피해자 또는 적시자와 밀접한 관계에 있다고 평가되더라도 이를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한 경우도 있고(그 전파 경위가 밝혀지지 않은 경우를 전제로 한다), 그 반대로 밀접한 관계에 있지 않다고 평가됨에도 실제 이를 전파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후자의 경우는 명예훼손 사실이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에 놓이게 되는 위험이 초래되지 않았는데도 밀접한 관계라는 추상적이고 모호한 기준만으로 공연성이 인정되고, 오히려 전자는 전파가능성이 없다는 이유로 처벌되지 않게 되는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한다. 이러한 해석은 명예훼손죄에서 공연성을 구성요건으로 규정한 취지에도 맞지 않음은 분명하다.
수십 년간 전파가능성에 관한 판결들이 축적되었는데도 여전히 명확한 기준을 찾기 어렵고, 상대방과 인적 관계 등이 유사한 사안에서도 전파가능성에 관한 서로 다른 판단이 내려진 경우도 많다. 전파가능성을 긍정한 사례 중에는 적시의 상대방이 피고인과 피해자의 중학교 동창인 사안( 대법원 2005. 3. 25. 선고 2005도329 판결 ), 상대방이 피해자의 법률사무를 대리하는 자인 사안( 대법원 2016. 1. 14. 선고 2015도9019 판결 ), 상대방이 피고인의 직장동료인 사안( 대법원 2017. 11. 3.자 2017도13231 결정 )이 있다. 전파가능성을 부정한 사례 중에는 상대방이 피해자의 직장동료인 사안( 대법원 1998. 9. 8. 선고 98도1949 판결 ), 피해자의 친구인 사안( 대법원 2000. 2. 11. 선고 99도4579 판결 )이 있다. 위와 같은 긍정례와 부정례에서 피해자와 일정한 친분관계가 있다는 것으로 전파가능성이 있는지를 구분할 수 없다.
더욱이 상대방이 ‘실제로 전파하였는지 여부’를 공연성의 판단 요소로 삼는 것은 상대방의 전파라는 우연한 결과에 따라 명예훼손죄의 성립 여부를 결정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다수의견은 이와 같은 비판을 고려해서인지 실제 전파 여부는 소극적 사정으로만 고려해야 한다고 하나, 대법원 1994. 9. 30. 선고 94도1880 판결 등에서는 실제 전파되었다는 점을 공연성 인정의 적극적 사정으로 고려한 바 있다). 명예훼손죄에서 특정 소수에 대한 사적인 대화나 정보 전달은 그 처벌 대상에서 제외하였는데도 위와 같은 경우까지 처벌하기 위하여 구성요건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은 전파가능성 개념으로 공연성을 대체하는 것이다.
아.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명예훼손이라고 하더라도 공연성 개념을 달리 볼 이유는 없다.
정보통신망법은 정보통신망을 이용하더라도 사실적시 행위를 공공연하게 할 것을 요구하므로 그 공연성 개념은 명예훼손죄의 공연성과 동일하다. 정보통신망을 통하더라도 특정 소수에게만 사실을 적시한 경우에는 여전히 공연성이 있다고 할 수 없고, 이러한 행위는 형법이나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의 규율대상이 아니다. 즉, 정보통신망, 예컨대 이메일이나 SNS 메시지를 통해 친구 1명에게 사실을 적시한 것과 편지를 쓰거나 대면하여 말로 하는 것은 특정된 소수에게 사실을 적시하였다는 행위 양태가 동일한 것이고,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였다고 해서 명예에 대한 침해의 일반적 위험성이 발생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인터넷과 과학기술의 발달로 정보의 무한 저장과 재생산으로 인한 명예훼손의 피해 정도와 범위가 넓어지는 문제는 양형에 반영하거나 정보통신망법에 의한 가중처벌로 해결되어야 하고, 이를 이유로 공연성의 개념이 변경되어야 할 필요는 없다.
자. 전파가능성 법리를 통해 공연성의 범위를 확대하여 명예훼손 처벌을 강조하는 것은 외국의 입법 추세와도 동떨어진 것이다.
명예에 관한 죄는 고대의 로마법과 게르만법에서 유래하였는데, 이는 권력자나 지배계급을 위한 제도로서 일반 시민의 비판을 막기 위해 존재해 왔다는 연원적 특성이 있고, 실제 우리 사회도 그러한 경험을 여러 차례 한 바 있다. 최근에도 미투(Me Too) 운동에서 보는 것과 같이 명예훼손죄가 성폭력 피해자들의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가로막는 수단으로 작용하고, 오히려 피해자가 형사처벌을 받게 되는 모순적인 상황도 발생한다.
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가장 중요한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실현하기 위하여 각국은 명예훼손에 대한 형사처벌을 폐지하고 민사적인 방법으로 해결해 나가고 있다. 미국은 20세기에 들어서는 명예훼손의 대부분을 민사적인 방법으로 해결하고, 일부 주에서 형사처벌 규정을 두더라도 실제 적용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영국에서는 오래전부터 명예훼손에 대한 형사처벌을 함으로써 명예훼손죄의 왕국으로 불리기도 했지만, 19세기 후반부터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하여 명예훼손에 대한 형사처벌이 줄어들었고 2010년에는 명예훼손죄를 폐지하였다(Section 73 of the Coroners and Justice Act 2009). 독일에서는 명예를 훼손하는 사실이 진실임을 증명한 경우에는 명예훼손죄로 처벌받지 않고(독일 형법 제186조), 프랑스에서는 명예훼손죄에 관한 형벌로 징역형을 부과할 수 없다(프랑스 언론 자유에 관한 법률 제29조부터 제32조까지).
유엔인권위원회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하여 명예훼손죄에서 진실 항변을 허용해야 하고 명예훼손죄의 비범죄화를 고려해야 하며 특히 명예훼손을 이유로 구금을 해서는 안 된다고 하였다[UN Human Rights Committee (HRC), General comment no. 34, Article 19, Freedoms of opinion and expression, 12 September 2011, CCPR/C/GC/34, para. 47]. 더욱이 유엔인권이사회 특별보고관 보고서는 대한민국에 대해 형법상 명예훼손죄를 폐지할 것을 권고하였다. 명예훼손을 형사처벌을 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지나치게 위축시키는 효과가 있고 명예훼손에 대해서는 민법상 손해배상으로 적절하게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형사처벌은 정당화되지 않는다는 것이다[Frank La Rue, Report of the Special Rapporteur on the promotion and protection of the right to freedom of opinion and expression, Human Rights Council 17th Session, Agenda item 3, A/HRC/17/27/Add.2 (21 March 2011), para. 28].
그러나 대한민국 형법은 여전히 진실한 사실을 적시한 경우에도 형사처벌을 하고 있고, 그것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 아닌 이상 형사처벌을 피할 수 없다. 이에 더하여 대법원이 1968년에 일본의 판례에서 인정해 오던 전파가능성 법리를 수용한 이래 이 법리는 개인 간의 사적 대화까지 공연성을 인정함으로써 오히려 형사처벌의 범위를 넓히고 있고, 그로 인해 표현의 자유에 대한 심대한 위축효과를 가져오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다.
다수의견은 표현의 자유를 위해 형법 제310조 의 공익성을 넓게 인정하고자 시도하나, 이는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고 그 선후가 바뀐 것이다. 즉, 명예훼손죄에서 공연성을 규정한 취지를 고려하여 공연성의 범위를 엄격히 해석하는 것이 먼저이다.
다수의견은 개인의 명예를 보호하기 위해 사적인 관계와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표현행위까지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본 다음 다시 표현의 자유와 조화를 도모하고자 형법 제310조 의 위법성조각사유를 넓게 보려고 한다. 그러나 이는 결국 개인의 명예보호에 치우친 것은 마찬가지이고, 전파가능성 법리를 유지하기 위한 구실에 지나지 않는다. 아무리 형법 제310조 의 위법성조각사유를 넓게 보더라도 그 발언의 주된 목적이나 내용에 공익성이 없는 이상 명예훼손죄로 처벌받는다. 사적인 공간에서 사적인 대화에 공익성을 가지는 경우가 얼마나 있는지 의문일 뿐만 아니라 이를 요구하는 것은 사적인 주제에 관한 사담(사담)을 금지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모든 국민은 사적 대화 내용이 피해자에게 흘러 들어가지 않는 요행을 바라는 것 외에는 형사처벌을 피할 수 없다. 이것은 모든 국민을 잠재적인 또는 미처 발각되지 않은 범죄자로 보는 것이다.
공익을 해치는 발언에 대하여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지만 공익을 위해서만 표현의 자유가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다수의견이 채택한 전파가능성 법리는 결국 공익을 위해서만(부차적으로 사익적 동기가 포함되어 있더라도 주된 목적이 공익을 위할 경우에만) 표현의 자유가 허용된다고 보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는 공익 목적을 아무리 넓게 인정해도 전파가능성 법리를 포기하지 않는 한 그 결과가 바뀔 수 없다.
차.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명예훼손에 관한 원심의 판단을 살펴본다.
1) 이 사건은 피고인이 피고인의 남편 공소외 2와 피해자의 친척 공소외 3이 듣고 있는 가운데 피해자에 대한 사실을 적시한 것이다. 이와 같이 특정 소수에게 말한 것만으로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직접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에 있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인의 발언에 공연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말하였더라도 그러한 행위가 피해자에 대한 명예훼손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2) 이 부분 공소사실은 피해자에 대한 명예훼손 사실을 들은 상대방이 피고인의 남편 공소외 2와 공소외 3 2명임에도 전파가능성 법리가 적용되어 공연성이 인정될 수 있다는 전제에 있고, 재판 과정에서 공소외 3이 피해자의 친척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이와 같이 상대방이 피고인 또는 피해자와 특수한 신분관계에 있는 점은 공연성(다수의견의 경우에는 전파가능성)이 부정될 수 있는 유력한 사정이므로, 그러한 신분관계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의 발언이 공연성이 있다는 점에 관해서는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의 증명이 필요하다.
그러나 원심판결 이유는 단지 공소외 3이 피해자와 친척관계에 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발언이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고 하고 있을 뿐이고,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을 살펴보더라도 공연성에 관하여 충분한 심리나 증명이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피고인이 큰 소리로 말하여 다른 마을 사람들이 들었는지 여부는 이 부분 공소사실의 내용도 아니다.
다수의견은 피고인에게 방어권을 행사할 기회조차 부여되지 않았던 사정을 기록에서 찾아내어 위와 같은 원심판단을 수긍하고 있는데, 이것이 전파가능성 법리를 제한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다수의견의 취지에 부합하는 것인지도 의문이다.
3) 결국 피고인의 발언이 전파될 가능성이 있어 공연성이 충족됨을 전제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명예훼손죄에서 공연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다수의견에 반대한다.
5.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박상옥, 대법관 민유숙의 보충의견
가. 반대의견은 전파가능성 법리를 적용해 온 대법원 판례를 전부 폐기하여야 한다는 입장이나, 이는 타당하지 않다. 또한 반대의견은 공연성에 전파가능성이 포함될 수 없고 이를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직접 인식할 수 있는 상태’로만 보아야 한다는 것으로 이해되는바, 반대의견이 주장하는 ‘직접 인식할 수 있는’의 구체적인 내용이 불명확하여 판단 기준으로 부적합할뿐더러 반대의견에 따른다고 하여 표현의 자유가 더 보호되는 것도 아니다.
나. 반대의견의 여러 비판들은 여전히 초기 대법원 판례의 전파가능성 법리에 관한 지적에 머물러 있으나, 대법원 판례는 위와 같은 지적을 받아들여 전파가능성에 관한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하고 그에 관한 여러 제한 법리를 발전시켜 현재 확고한 법리로 자리 잡았다. 반대의견의 지적은 현재의 대법원 판례에 관한 타당한 비판이 될 수 없거나 다수의견이 전제하는 법리나 취지를 오해한 데에서 비롯된다.
1) 반대의견이 비판의 논거로 삼은 공연성의 문언적 의미나 입법 취지는 다수의견이 이미 판시하였거나 다수의견에서 전제로 하고 있는 내용이다. 즉, 다수의견도 명예훼손죄에서 공연성을 구성요건으로 요구하는 취지와 표현의 자유와의 조화를 위해 명예훼손죄 인정 범위를 제한하고자 하는 목표의식은 동일하다.
그러나 명예훼손죄가 왕권 등의 유지·강화를 위한 수단이었던 시대와 달리 현재 우리 사회에서는 표현의 자유가 기본적 권리로서 비교적 잘 보장되는 반면, 정보통신망 등을 통해 악의적이고 혐오적인 내용이 유포되어 개인의 인격권이 무차별, 무제한적으로 침해되고 피해회복은 불가능하거나 무의미해지는 상황이 심해지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에서는 여전히 침해된 인격권을 보호해 줄 사전적, 사후적인 구제책이 부족하거나 미흡하다. 우리나라의 형법 등에서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처벌 대상으로 하는 입법 취지는 이러한 점에 있고, 국민들 사이에서 여전히 행위규범으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다수의견이 전파가능성 법리를 유지하고자 하는 것은 위와 같은 현재의 명예훼손 양상과 명예훼손죄의 입법 취지를 고려하여 헌법상 기본권으로 보장되는 개인의 인격권과 사생활의 비밀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단순히 사적 대화나 정보의 전달을 의도적으로 처벌하여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으로 규정짓는 전제에서 출발하면 균형 잡힌 이익형량을 실현하기 어렵다.
2) 반대의견은 전파가능성 법리가 상대방의 전파 여부에 따라 결과책임을 묻게 된다고 주장하나, 이는 다수의견과 전파가능성 법리를 오해한 데에서 비롯한다.
다수의견 1. 라.항에서 자세히 본 바와 같이 다수의견은 상대방이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실제 전파했는지 여부를 가려 공연성을 판단하는 견해가 아니다.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할 가능성이 있는 상대방에게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는 사실을 적시함으로써 다른 사람의 명예가 훼손될 위험에 처하게 한 행위를 객관적·규범적으로 판단하여 그로 인해 일반적 위험성이 발생하였다면 그 행위 자체에 불법성을 인정하는 것이고, 이는 결과책임과 전혀 다르다.
또한 반대의견이 주장하는 막연한 전파의 우려는 다수의견이 전파가능성 여부를 객관적 기준에 따라 판단하고, 고도의 개연성을 요구할뿐더러 전파가능성에 관한 행위자의 인식과 그 위험을 용인하는 의사에 대한 엄격한 증명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다수의견을 충분히 이해하지 않은 것에 불과하다.
한편 반대의견은 적시의 상대방이 친구나 직장동료인 경우와 같이 동일한 신분관계에 있음에도 공연성에 관한 다른 판단을 한 대법원 판례가 마치 서로 모순된 판단을 한 것처럼 비판한다. 그러나 대법원 판례는 전파가능성의 판단 기준을 친구나 직장동료라는 신분관계에 따라서만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대화 경위, 사실적시의 내용, 적시의 방법과 장소 등의 제반 사정을 고려하는데, 그중 하나만을 들어 비판하는 것은 타당하지 아니하다.
3) 반대의견은 전파가능성 법리가 음화 등 전시·상영죄와 공연음란죄 등의 공연성에 관한 일관된 해석에 장애가 된다고 한다.
그러나 음화 등 전시·상영죄와 공연음란죄의 보호법익인 선량한 성풍속에 대한 침해의 위험성은 말이 아닌 물건의 상태나 행위에 의한 것이어서 명예훼손적 사실이 전파됨에 따라 타인의 명예가 훼손될 위험성이 발생할 것을 구성요건으로 하는 명예훼손죄와는 차원을 달리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위 범죄들에서 공연성은 명예훼손죄에서 공연성과 달리 해석될 수 있다. 강간죄, 강도죄 및 강요죄에서 각 폭행과 협박의 의미와 정도를 달리 해석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다. 반대의견이 죄형법정주의를 이유로 판례의 전면적 폐기를 주장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게다가 반대의견에 의하더라도 공연성의 객관적인 판단 기준을 세울 수 있게 되거나 공연성 여부를 명확히 판단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1) 전파가능성 법리는 공연성의 해석과 관련된 것일 뿐 죄형법정주의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죄형법정주의의 대원칙에서 어느 한쪽의 해석 법리가 바로 도출되는 것이 아니고, ‘공연히’의 문언적 해석에서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직접’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가 도출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명예훼손죄에서 공연성을 구성요건으로 요구하는 외국의 입법례에서도 공연성의 의미는 다양하게 해석되고 시대에 따라서 변경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일본의 최고재판소 판례는 명예훼손죄의 공연성을 ‘불특정 및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로 해석하였다가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로 해석을 변경하였고, 독일에서는 일반적으로 공연성을 ‘불특정이면서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라고 해석한다. 우리의 학계에서도 공연성의 의미에 관한 다양한 견해가 존재한다.
이와 같이 공연성의 개념에서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라는 요건을 채택할 것인지를 두고 해석이 달라질 수 있어서 공연성의 의미를 반드시 반대의견과 같이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직접’ 인식할 수 있는 상태로 해석하는 방법이 문언해석의 한계라고 전제할 수 없다.
2) 반대의견이 주장하는 ‘직접 인식할 수 있는 상태’라는 내용이 분명하지 않으나, 행위 당시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물리적 공간에서 동시에 존재할 것을 요구하거나 행위 상대방과의 대면을 전제한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다수의견에서 본 바와 같이 정보통신망에 의한 의사전달은 비대면성 등을 본질적 속성으로 하여 정보의 무한 저장, 재생산 및 그 전달이 용이한 유통과정으로서 소수에 대한 적시 자체가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로 평가될 수 있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특징에 주목하여 학계에서는 정보통신망을 통한 명예훼손의 경우 공연성의 의미를 다르게 해석하거나 적시 그 자체로 공연성을 충족한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출판물 등에 의한 명예훼손죄( 형법 제309조 )의 경우 출판물 등이 그 자체로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 대한 전파성을 예정하는 본질과 특성에 따라 구성요건에서 공연성을 요구하지 않는 내용으로 입법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반대의견의 문제점은 발언의 ‘직접성’ 요건을 통하여 필연적으로 ‘물리적 공간에서의 대면성’을 요구함으로써 정보통신망의 가상공간에서 비대면적으로 발생하는 명예훼손의 가공할 확장성과 전파성을 제대로 규율하지 못한다는 점에 있다.
예컨대, 직장동료 1명에게 직장 상사의 개인사에 관한 민감한 내용이 담긴 이메일이나 문자메시지를 보냈는데, 이를 받은 상대방이 이를 그대로 다른 직장동료에게 전달한 후 순차로 동일한 행위가 수십 번 반복되었고, 최초 전파자가 전파를 예상할 수 있는 경우를 가정해 본다. 직접인식가능성을 요구한다면, 위와 같은 경우 어느 단계에서도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직접 인식할 수 있는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여 처벌받지 아니할 수 있다. 그러나 최초 전파자가 처음부터 다수인에게 이메일이나 문자메시지를 동시에 보낸 경우와 비교할 때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침해될 일반적 위험성이 발생하였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3) 반대의견은 명예훼손죄에서 공연성을 구성요건으로 둔 취지에 비추어 사적인 관계에서 이루어진 대화인 경우는 공연성을 인정할 수 없음에도 대법원 판례들이 전파가능성을 이유로 공연성을 인정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반대의견에서 언급한 대법원 68도1569 판결 , 대법원 85도431 판결 등은 단순히 사적인 관계에서 정보를 전달하거나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개인적인 대화에 그친 사안이 아니다. 즉, 친구나 직장동료라고 하더라도 피고인 또는 피해자와 적시의 상대방과의 관계가 적시된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않을 정도의 친분관계에 있지 아니하고(예컨대 평소에 별다른 교류가 없는 직장동료가 있을 수 있고, 10년 동안 연락이 없던 친구인 경우도 있다), 그 적시의 내용이나 방법에 비추어 전파될 가능성이 크고 그로 인하여 피해자의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될 위험이 있는 사안들이다. 그동안 대법원 판례들이 집적해 온 공연성의 판단 기준은 위와 같은 종합적인 사정을 고려한 것이고, 다수의견에서 언급한 새로운 제한 법리 역시 이를 발전시킨 것이다.
따라서 위와 같은 사안들을 사적인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단순한 사담으로 단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전파가능성 법리가 마치 사담을 처벌하기 위하여 고안된 것으로 도식화하는 것은 전파가능성 법리에 대한 잘못된 전제 내지 오해에서 비롯된다. 더욱이 위와 같이 정보통신망의 발전과 인적 교류의 비대면화 현상이 증가됨에 따라 사적인 관계와 공적인 관계의 경계가 모호하거나 허물어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적 관계라는 이유만으로 처벌의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라. 반대의견과 같이 공연성을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직접 인식가능한 상태로 이해하더라도 개별적 소수에 대한 사실적시의 경우가 그 처벌 범위에서 벗어나는 것은 아니고 오히려 그 처벌 범위가 넓어질 수도 있다. 설령 반대의견의 비판을 수용하여 공연성을 ‘직접 인식 가능’이라는 요건으로 대체하더라도 그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다. 반대의견의 비판 중 상당 부분은 근본적으로 형법 제307조 가 사실적시 명예훼손을 처벌 대상으로 하는 점에서 비롯된 것일 뿐 발언 상대방의 범위를 통제하는 것만으로 해결할 수도 없다. 다수의견은 이러한 현실을 직시하여 사실적시 행위의 모습과 내용의 양 측면을 모두 고려하여 그에 대한 제한 법리를 제시하고, 형법 제310조 의 위법성조각사유를 적극적으로 인정함으로써 실질적인 해결을 도모하는 견해이다.
1) 반대의견에 의하면 다수의견과 큰 구조적 차이가 있는 것처럼 보이나, 실제 사건에 적용하면 별다른 차이가 없다. 예를 들어 발언자와 사적으로 밀접한 관계가 없는 소수에 대하여 사실을 적시한 경우 반대의견에 의하면 불특정인이 직접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에 해당하므로 공연성을 인정하게 될 것이다. 다수의견도 전파될 가능성이 크다고 볼 사정이 있는 경우로서 공연성이 인정될 여지가 크다(결국 어느 견해에 따르더라도 명예훼손죄의 유죄가 인정된다는 결론은 동일하다). 반면 사적으로 밀접한 관계에 있는 특정 소수에 대한 발언의 경우 어느 견해에 따르든 공연성이 부정되어 무죄가 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반대의견에 따라야만 가벌성의 범위가 제한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다수의견에 의하면 발언자와 상대방의 관계뿐만 아니라 대화를 하게 된 경위, 적시의 내용, 방법 및 장소 등 행위 당시의 객관적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공연성 여부를 판단하기 때문에 가벌성의 범위를 실질적으로 제한할 수 있게 된다.
2) 반대의견은 다수의견이 공범 이론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를 전파가능성 법리로 해결한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명예훼손죄는 명예를 해할 일반적 위험의 발생 단계에 이른 이상 기수에 이르게 된다. 따라서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할 가능성이 있는 개별적 소수에게 사실을 적시한다면 그 단계에서 기수에 이르게 되고, 범죄가 종료되어 공범이 성립할 여지가 없게 되므로, 이를 공범의 문제로 볼 수 없다. 또한 최초 발설자에게 교사의 고의(정범에게 범죄 결의를 갖게 하고 정범에 의하여 범죄를 실행할 고의)를 인정할 수 없는 경우라면, 최초 발설자의 불법성이 가장 큼에도 이를 처벌할 수도 없게 된다.
3) 반대의견은 전파가능성 법리가 최근의 미투(Me Too) 운동을 가로막는 것처럼 주장하나, 공연성의 해석과 무관한 쟁점이다. 미투 운동에 대한 규율은 범죄 피해자가 언론 등 다수인에게 피해 사실을 알리는 행위를 명예훼손죄로 처벌할 수 있는지의 문제일 뿐 전파가능성 법리 때문에 미투 운동이 처벌받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는 형법 등에서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처벌함으로써 파생하는 문제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다수의견에서 본 바와 같이 대법원 판례는 가해에 대한 대응이나 수사 등 공적인 절차와 관련된 발언의 경우 명예훼손의 고의 내지 공연성을 부인해 왔고, 다수의견은 더 나아가 개인에 관한 사항이더라도 공공의 이익과 관련되어 있고 그것이 사회적인 관심을 획득하거나 영향을 미치는 경우라면 형법 제310조 의 공익성을 넓게 적용하여 위법성조각사유를 인정하자는 것이다. 오히려 다수의견에 따르면 미투 운동과 같은 범죄 피해자가 소수의 지인에게 알리는 경우뿐만 아니라 다수의 대중에게 알리는 경우에도 형법 제310조 의 위법성조각사유가 인정되어 범죄 피해자를 보호하는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마. 다수의견은 개인의 명예가 광범위하게 침해되고 회복이 불가능해지는 현상이 증가되고 있음에도, 그로부터 개인의 인격권을 보호해줄 만한 다른 대안도 없는 현실에서 개인의 명예, 인격권 및 사생활 보호와 표현의 자유와의 균형 있는 비교형량을 통해 전파가능성 법리를 유지하면서, 그 제한 법리를 발전시키는 데에 목적이 있다. 또한 외국과 달리 진실한 사실을 적시한 경우에도 명예훼손죄로 처벌하는 현행법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하여 위법성조각사유의 적용 범위를 넓히고자 하는 것이지 전파가능성 법리를 유지하고자 함에 있는 것은 아니고, 다수의견의 진의도 여기에 있다.
이상과 같이 다수의견의 논거를 보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