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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88. 10. 11. 선고 85다카29 판결
[위자료등][집36(3)민,1;공1988.11.15.(836),1392]
판시사항

가. 개인의 명예의 보호와 표현의 자유의 보장이란 두 법익이 충돌할 경우 그 조정방법

나. 타인의 명예훼손행위와 위법성의 조각

다. 잡지에 개인에 대한 인신공격적 내용의 수기를 그대로 게재한 경우 발행인의 명예훼손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의 유무

판결요지

가. 구 헌법(1980.12.27. 개정) 제20조 , 제9조 후단 의 규정등에 의하면 표현의 자유는 민주정치에 있어 최대한의 보장을 받아야 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개인의 명예나 사생활의 자유와 비밀 등 사적 법익도 보호되어야 할 것이므로, 인격권으로서의 개인의 명예의 보호와 표현의 자유의 보장이라는 두 법익이 충돌하였을 때 그 조정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구체적인 경우에 사회적인 여러가지 이익을 비교하여 표현의 자유로 얻어지는 이익, 가치와 인격권의 보호에 의하여 달성되는 가치를 형량하여 그 규제의 폭과 방법을 정하여야 한다.

나. 형사상이나 민사상으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를 한 경우에도 그것이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으로서 그 목적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일 때에는 진실한 사실이라는 증명이 있으면 위 행위에 위법성이 없으며 또한 그 증명이 없더라도 행위자가 그것을 진실이라고 믿을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위법성이 없다.

다. 일정한 입장에 있는 인물에 관한 행위가 공적 비판의 대상이 된다고 하더라도 신문에 비하여 신속성의 요청이 덜한 잡지에 인신공격의 표현으로 비난하는 내용의 기사를 게재함에 있어서는 기사내용의 진실여부에 대하여 미리 충분한 조사활동을 거쳐야 할 것인바, 잡지발행인이 수기를 잡지에 게재함에 있어 그 내용의 진실성에 대하여는 전혀 검토하지 아니한 채 원문의 뜻이 왜곡되지 않는 범위내에서 문장의 일부만을 수정하여 피해자가 변호사로서의 본분을 망각한 악덕변호사인 것처럼 비방하는 내용의 글을 그대로 잡지에 게재하였다면 잡지발행인으로서는 위 수기의 내용이 진실한 것으로 믿는데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할 수 없고, 잡지에 이 수기를 게재하여 반포하였다면 위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가 저하되었다 할 것이므로 위 잡지발행인은 위 피해자에 대한 명예훼손의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원고, 피상고인

원고

피고, 상고인

주식회사 학원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박상기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원고는 서울통합변호사회 소속변호사이고 피고는 월간잡지 “주부생활”등을 발행, 판매하는 출판업을 경영하는 회사인바, 피고는 위 “주부생활” 1982년 7월호에 “한국 최초로 변호사를 상대로 승소한 중학중퇴 기능공의 법정투쟁기” “위대한 소시민의 승리였읍니다”라는 제목아래 소외 최인천의 수기를 게재하였는데 그 수기는 위 최인천으로부터 소송수행을 위임받은 변호사인 원고가 위임사무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위 최인천이 원고를 상대로 하여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여 승소판결을 받기까지의 과정에 관한 것으로서 수기의 중간 중간에 “변호사의 잘못 드러나 나는 드디어 승소했다” “수임변호사가 날짜까지 변조해 가며 나를 패소케 하였다” “법을 잘 아는 사람에게 법 몰라 이용당한 꼴”등의 소제목을 붙여 원심판시와 같이 원고가 변호사로서의 윤리를 저버리고 본분을 망각한 행동을 하였다는 인신공격적인 표현으로서 원고의 인격을 비방한 사실, 피고는 같은 해 6.25. 위 최인천의 수기가 게재된 “주부생활” 1982년 7월 100,000여부를 발행하여 같은 해 7.1.경 전국에 반포한 사실, 그런데 소외 최인천이 1981.10.8.경 원고를 상대로 한 소송( 서울민사지방법원 81가소12004호 손해배상청구사건)의 내용은 원고가 동 소외인으로부터 수임하여 처리한 (가) 서울고등법원 80나3264호 손해배상 등 청구사건과 (나) 서울민사지방법원 80가합5058호 토지인도 등 청구사건이 모두 위 최인천의 패소로 종결되었는데 그 패소의 원인은 변호사인 원고가 소송위임에 따른 의무를 위반하였음에 기인한 것이므로 그 사건의 착수금으로 지급한 돈 등 손해금 770,000원의 배상을 구한다는 것이었는 바, 1982.6.10. 서울민사지방법원으로부터 위 (가)부분 청구는 원고가 위임의 본지에 따른 의무를 다하지 못하였다는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최인천의 청구가 기각되고 위 (나)부분 청구에 관하여는 원고가 위임사무처리의무를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금 370,000원의 지급을 명하는 최인천의 일부 승소판결이 선고된 사실, 그 무렵 소외 최인천의 위 일부 승소판결의 내용이 중앙, 조선, 서울 등 일간지에 “변호사태만으로 패소하면 수임료 돌려줘야”라는 제목 등으로 기사가 보도되자 위 소송사건에 대하여 공중의 관심이 높아지고 위 주부생활 잡지의 독자들로부터도 이에 대한 상세한 내용을 알고저 하는 요청이 있어 피고회사 편집부에서는 위 최인천의 수기를 “주부생활” 1982년 7월호에 게재하기로 기획하고 피고의 편집부 담당기자가 1982.6.17.경 위 최인천을 직접 찾아가 위 소송에 얽힌 내용의 수기를 써줄 것을 부탁한 사실, 같은 해 6.21.경 편집부 기자가 위 최인천으로부터 원고를 받아 검토한 결과 분량이 많고 문맥이 맞지 않으며 원고에 대한 과격한 표현이 많아 동 소외인의 동의를 얻어 위 수기의 요지와 취지를 해하지 아니하는 범위내에서 문장을 수정하여 위 잡지에 게재한 사실, 한편 원고는 소외 최인천으로부터 1980.9.26.경 위 두 사건을 수임하여 사건관계 기록을 검토한 결과, 80가합5058호 사건은 위 80나3264호 사건의 예비적 청구와 그 청구가 중복되어 2중의 소로서 부적법한 것으로 보여지므로 사전에 위 최인천에게 그 취지를 설명하여 동 소외인의 동의하여 위 80가합5058호 사건은 더 이상 소송수행을 하지 않고 그대로 종결짓기로 합의하고 그 대신 소외 최인천이 별도로 서울특별시를 상대로 제기한 서울고등법원 80구438호 토지지목변경처분취소청구사건을 수임하여 처리하여 주기를 약정한 사실, 소외 최인천이 원고를 상대로 한 81가소12004호 손해배상청구 사건의 원고패소부분에 관하여는 그후 원고가 항소를 제기하여 1983.3.25. 항소법원에서 원고에게 소송위임 사무를 잘못처리한 책임이 없다는 이유로 원고 패소부분(최인천의 일부 승소부분)이 취소되고 그 무렵 그 판결이 확정된 사실을 인정하고 있는바, 원심이 위와 같은 사실을 인정함에 거친 채증의 과정을 기록에 비추어 검토하여 보아도 정당하고 거기에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잘못 인정하였거나 이유불비의 위법이 있음을 찾아 볼 수 없으므로 논지는 이유없다.

2.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여론의 자유로운 형성과 전달에 의하여 다수의견을 집약시켜 민주적 정치질서를 생성 유지시켜 나가는 것이므로 표현의 자유, 특히 공익사항에 대한 표현의 자유는 중요한 헌법상의 권리로서 최대한의 보장을 받아야 할 것이다.

우리 헌법 제20조 제1항(1980.10.27. 개정 공포된 헌법) 도 “모든 국민은 언론, 출판의 자유와 집회, 결사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그 핵심은 표현의 자유의 보장에 있다고 해석된다. 그리고 헌법 제20조 제2항 전단 에서는 “언론, 출판은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된다”라고 규정하여 표현의 자유가 민주정치에 있어 필수불가결의 자유이기는 하지만 절대적인 것이 아니고 언론, 출판이 그 내재적 한계를 벗어나 타인의 명예나 권리를 침해한 경우에는 법의 보장을 받을 수 없는 것으로 하여 그 한계를 명시하고 있으며, 헌법 제20조 제2항 후단 에서는 언론, 출판의 사후책임에 관하여 명문규정을 두고 있다.

한편 헌법 제9조 후단 에서는 “모든 국민은......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라고 하여 생명권, 인격권 등을 보장하고 있어 어떤 개인이 국가권력이나 공권력 또는 타인에 의하여 부당히 인격권이 침해행위의 배제와 손해배상을 청구하여 그 권리를 구제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가 민주정치를 유지함에 있어서 필수불가결한 언론, 출판 등 표현의 자유는 가끔 개인의 명예나 사생활의 자유와 비밀 등 인격권의 영역을 침해할 경우가 있는데 표현의 자유 못지않게 이러한 사적 법익도 보호되어야 할 것이므로 인격권으로서의 개인의 명예의 보호( 헌법 제9조 후단 )와 표현의 자유의 보장( 헌법 제20조 제1항 )이라는 두 법익이 충돌하였을 때 그 조정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구체적인 경우에 사회적인 여러가지 이익을 비교하여 표현의 자유로 얻어지는 이익, 가치와 인격권의 보호에 의하여 달성되는 가치를 형량하여 그 규제의 폭과 방법을 정해야 할 것이다.

위와 같은 취지에서 볼 때 형사상이나 민사상으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를 한 경우에도 그것이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으로서 그 목적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일 때에는 진실한 사실이라는 증명이 있으면 위 행위에 위법성이 없으며 또한 그 증명이 없더라도 행위자가 그것을 진실이라고 믿을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위법성이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인격권으로서의 명예의 보호와 표현의 자유의 보장과의 조화를 꾀할 수 있다 할 것이다.

원심이 확정한 사실에 의하면, 피고발행의 월간잡지 “주부생활” 1982년 7월호에 게재된 소외 최인천의 수기는 원고가 수행한 소송과 관련하여 그가 변호사로서의 자질이 부족하다는 것을 그 내용으로 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인물에 대한 평가로서 공공의 이익에 관한 사항인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비평의 대상이 된다고 할수 있겠으나 이 사건 수기는 그 내용과 기술방법으로 보아 원고의 인격을 비방하는 인신공격의 표현이 상당히 포함되고 있어 그 수기의 게재가 오로지 공익을 위한 의도로서 행한 것으로는 도저히 볼 수 없고, 진실성이 결여된 점은 위 수기의 제목 및 표현내용과 문면자체에 의하여 분명한 바이다.

그리고 일정한 입장에 있는 인물에 관한 행위가 공적 비판의 대상이 된다고 하더라도 신문에 비하여 신속성의 요청이 덜한 잡지에 인신공격의 표현으로 비난하는 내용의 기사를 게재함에 있어서는 기사내용의 진실여부에 대하여 미리 충분한 조사활동을 거쳐야 할 것인데 원심이 적법히 확정하고 있는 바와같이 피고가 이 사건 수기를 잡지에 게재함에 있어 그 내용의 진실성에 대하여는 전혀 검토하지 아니하고 원문의 뜻이 왜곡되지 않는 범위내에서 문장의 일부만을 수정한 채 원고가 변호사로서의 본분을 망각한 악덕변호사인 것처럼 비방하는 내용의 글을 그대로 잡지에 게재하였다면 피고로서는 위 수기의 내용이 진실한 것으로 믿는데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는 할 수 없다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발행의 잡지에 이 사건 수기를 게재하여 반포함으로써 원고의 사회적 평가가 저하되었다 할 것이므로 피고는 위 잡지의 발행자로서 원고에 대한 명예훼손의 책임을 면할 수 없다 할 것이다.

같은 취지의 원심판결은 정당하고, 거기에 헌법상의 언론자유와 불법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할 수 없다.

그리고 수기는 객관적으로 발생한 사실을 보거나 체험한 사람이 그 체험과정에서 느낀점과 체험한 사실을 주관적으로 평가하여 기술하는 것이므로 취재기사와는 달리 객관적 진실에 부합할 것까지는 없고 주관적 진실에만 부합하면 된다거나, 수기의 내용에 사실과 다른 점이 있으면 그것은 작성자에게 책임이 있다는 상고인의 상고논지는 독자적인 견해로서 채용하지 않는다.

3. 기록에 의하면, 원심이 피해자의 연령, 신분, 교육정도, 피해자의 법조계에서의 위치 및 저명도, 침해자가 이 사건 기사를 집필하게 된 목적경위와 위 잡지의 발행부수, 위 기사를 읽은 독자들의 반응 위 수기게재후 피해자에게 명예회복을 위한 아무런 조치를 취한 바가 없었던 점 등을 참작하여 이 사건 명예훼손으로 인하여 피해자가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액을 금 10,000,000원으로 산정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위자료액을 정하는 기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할 수 없으므로 논지는 이유없다.

4. 그러므로 피고의 상고는 이유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기로 하여 관여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덕주(재판장) 배만운 안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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