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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20. 1. 30. 선고 2016도21547 판결
[명예훼손][미간행]
판시사항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 중 ‘공연성’의 의미 및 판단 기준 / 전파가능성을 이유로 명예훼손죄의 공연성을 인정하는 경우, 주관적 요소로서 고의의 내용 및 고의 유무의 판단 방법

참조조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법무법인 새빌 담당변호사 박형일 외 1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춘천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인 공연성은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반드시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동시에 인식할 수 있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므로 비록 개별적으로 한 사람에 대하여 사실을 유포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로부터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면 공연성의 요건을 충족한다. 그러나 이와 달리 전파될 가능성이 없다면 특정한 한 사람에 대한 사실의 유포는 공연성이 없다 ( 대법원 2000. 5. 16. 선고 99도5622 판결 , 대법원 2011. 9. 8. 선고 2010도7497 판결 등 참조). 전파가능성이 있는지 여부는 발언을 하게 된 경위와 발언 당시의 상황, 행위자의 의도와 발언 당시의 태도, 발언을 들은 상대방의 태도, 행위자·피해자·상대방 상호 간의 관계, 발언의 내용, 상대방의 평소 성향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하여 구체적인 사안에서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전파가능성을 이유로 명예훼손죄의 공연성을 인정하는 경우에도 범죄구성요건의 주관적 요소로서 공연성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필요하므로 전파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있음은 물론 나아가 그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어야 한다. 그 행위자가 전파가능성을 용인하고 있었는지 여부는 외부에 나타난 행위의 형태와 상황 등 구체적인 사정을 기초로 일반인이라면 그 전파가능성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를 고려하면서 행위자의 입장에서 그 심리상태를 추인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04. 4. 9. 선고 2004도340 판결 , 대법원 2018. 6. 15. 선고 2018도4200 판결 등 참조).

2. 원심은, 피고인이 공소외 1과 공소외 2에게 허위사실을 적시하였고, 공소외 1, 공소외 2는 피고인이나 피해자 공소외 3, 공소외 4와 아무런 친분관계가 없으며, 비밀엄수의무가 있는 직무를 담당하고 있지도 않으므로, 피고인의 행위는 전파가능성이 있다고 인정하여, 이를 유죄로 판단하였다.

3. 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피해자 공소외 3은 망 공소외 5(이하 ‘망인’이라 한다)의 처이고, 피해자 공소외 4는 망인의 아들이다. 피고인은 망인의 여동생 공소외 6의 남편이다. 공소외 7은 공소외 1, 공소외 2에 대한 대여금 채권자였는데, 망인은 생전에 공소외 7의 채권을 추심하는 등 재산을 관리해 주었고, 망인의 사망 후에는 피고인이 그 역할을 하였다. 그런데 망인이 사망하자 망인이 관리하던 재산의 정당한 권리자가 공소외 7인지 아니면 망인의 상속인인 피해자들인지 다툼이 발생하였다.

(2) 피고인은 공소외 1, 공소외 2에게 각각 단둘이 만나거나 통화하는 도중에 피해자들이 아니라 공소외 7이 정당한 권리자라는 취지를 설명하면서 망인과 공소외 7의 관계와 관련해서 공소외 3과 공소외 4가 다투었다거나 공소외 3과 공소외 4가 망인을 돌보지 않았다는 취지의 공소사실과 같은 발언을 하였다.

(3) 공소외 1, 공소외 2는 피해자들 이외에는 피고인의 발언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한 바가 없다. 피해자들은 공소외 1, 공소외 2와 통화하면서 피고인이 위와 같이 발언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 위 인정 사실 및 다음과 같은 피고인이 발언한 경위와 내용, 발언 당시의 상황, 피고인과 공소외 1, 공소외 2 또는 피해자와 공소외 1, 공소외 2의 관계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발언이 전파가능성이 있었다거나 피고인에게 전파가능성에 대한 인식과 그 위험을 용인하는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1) 피고인은 공소외 1, 공소외 2와 단둘이 있는 가운데 발언하였고, 그 내용도 피해자들과 망인의 사이가 좋지 않다는 매우 사적인 내용이다. 공소외 1, 공소외 2는 피고인이나 피해자들과 알지 못하던 사이였고, 다만 망인이 사망하자 망인이 관리하던 공소외 1, 공소외 2에 대한 채권의 채권자가 공소외 7인지 아니면 망인을 상속한 피해자들인지에 관한 분쟁이 발생하여 그 과정에서 서로를 알게 되었을 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소외 1, 공소외 2가 위와 같이 알게 된 피고인의 발언내용을 다른 사람에게 알릴 이유가 없어 보인다.

(2) 공소외 7이 공소외 2와 피해자들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자 공소외 2가 피고인의 발언내용이 기재된 답변서를 제출하였으나, 공소외 7은 자신이 망인과 동거하여 사실혼 관계에 있었다고 주장하며 피해자들과 채권의 귀속 주체를 다투고 있었으므로 피고인의 발언을 알게 되었다고 하여 그 내용을 다른 사람에게 알릴 이유는 없어 보인다.

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와 달리 명예훼손의 공연성을 인정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명예훼손죄에서의 공연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상환(재판장) 박상옥 안철상(주심) 노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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