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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경)대법원 1992. 3. 31. 선고 90도2033 전원합의체 판결
[국가보안법위반][집40(1)형,691;공1992.5.15.(920),1466]
판시사항

가. “임금의 기초이론” “미국, 누구를 위한 미국인가?” “새벽 6호” 라는 각 표현물이 구 국가보안법 (1991.5.31.법률 제439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7조 제5항 소정의 이적표현물이라고 본 사례

나. 같은 법 제7조 제5항 위반죄의 성립에 같은 조 제1항 내지 제4항 의 이적행위를 할 목적이 필요한지 여부(적극)

다. “나”항의 목적은 미필적 인식으로 족한지 여부(적극)

라. 반국가단체나 그의 활동을 이롭게 하거나 그 이익이 될 수 있는 내용이 담겨 있는 이적표현물을 그와 같은 인식을 하면서 취득 소지 또는 제작 반포한 경우 ”나”항의 목적에 대한 미필적 인식이 있은 것으로 추정되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가. “임금의 기초이론” “미국, 누구를 위한 미국인가?” “새벽 6호” 라는각 표현물의 내용이 구 국가보안법 (1991.5.31.법률 제439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의 보호법익인 대한민국의 안전과 자유민주주의체제를 위협하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표현으로서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어서 같은 법 제7조 제5항 소정의 이적표현물이라고 본 사례.

나. 같은 법 제7조 제5항 위반의 죄는, 그 법문이 표현하고 있는 바와 같이 제1항 내지 제4항 의 행위를 할 목적으로 문서 등 이적표현물을 취득·소지·제작·반포 등의 행위를 하는 것으로서 이른바 목적범임이 명백하므로 고의 외에 별도로 초과주관적 위법요소인 목적이 요구되는 것이고, 행위자가 표현물에 대한 이적성을 인식하고 위와 같은 행위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같은 조 제1항 내지 제4항 의 이적행위를 할 목적이 인정되지 아니하면 그 구성요건은 충족되지 않는 것이다.

다. “나”항의 목적은 같은 법 제1항 내지 제4항 의 행위에 대한 적극적 의욕이나 확정적 인식까지는 필요없고 미필적 인식으로 족한 것이므로 표현물의 내용이 객관적으로 보아 반국가단체인 북한의 대남선전, 선동 등의 활동에 동조하는 등의 이적성을 담고 있는 것임을 인식하고, 나아가 그와 같은 이적행위가 될지도 모른다는 미필적 인식이 있으면 위 조항의 구성요건은 충족된다.

라. 객관적으로 반국가단체인 북한의 대남선전, 선동 등의 활동에 동조하여 반국가단체나 그 활동을 이롭게 하거나 그 이익이 될 수 있는 내용이 담겨 있는 이적표현물을 그와 같은 인식을 하면서도 이를 취득·소지 또는 제작·반포하였다면 그 행위자에게는 위 표현물의 내용과 같은 이적행위가 될지도 모른다는 미필적 인식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것이고, 따라서 학문적인 연구나 오로지 영리 추구 및 호기심에 의한 것이라는 등의 그 이적 목적이 없었다고 보여지는 자료가 나타나지 않는 한 초과주관적 위법요소인 목적의 요건은 충족되는 것이다.

반대의견

가. 같은 법 제7조 가 규정하는 표현범죄에 있어서 반국가활동성, 즉 불법성의 판단기준은 자유민주주의의 방어를 위한 표현 자유의 한계에 그 근거를 두어야 할 것이며, 이러한 관점에서 국가보안법의 규제대상인 불법한 표현행위란 국가의 안전 등을 위협하는 표현행위, 즉 대한민국의 존립 안전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파괴할 “구체적이고 가능한 위험”이 있는 표현행위를 말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나. 같은 법 제7조 제5항 의 죄는 이른바 목적범인바, 목적은 초과주관적 위법요소로서 고의 외에 별도로 요구되는 것이므로, 행위자는 제5항 소정의 행위 및 객체에 대한 인식 외에 제1항 내지 제4항 소정의 이적행위를 함에 대한 의욕 내지 인식이 있음을 요한다.

다. 같은 조 제5항 소정의 행위 중 반포나 판매와 같이 표현물의 전파 내지 확산을 본질적 내용으로 하는 행위에 있어서는 표현물의 이적성을 인식하고 이를 전파 내지 확산하는 행위 자체가 반국가단체 등의 활동을 찬양 고무 동조하는 행위가 될 수 있어 같은 조 제1항 소정의 이적행위에 대한 인식이 있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으나, 이러한 추정은 표현물의 이적성에 대한 인식 외에 반포나 판매행위가 갖는 전파 내지 확산의 파급성에 대한 인식을 그 근거로 한 것이므로 위와 같은 반포나 판매 외의 단순한 취득·소지와 같은 행위에 대해서까지 위와 같은 추정을 확장할 수는 없다.

라. 같은 조 제5항 의 죄의 객체인 문서·도화 기타 표현물은 그 자체에 반국가활동성, 즉 국가의 존립 안전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하는 구체적이고 가능한 위험성이 표현된 것이어야 하는바, 표현물의 내용이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체제를 비판하거나 이와 반대되는 의견을 표명한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적어도 폭력 기타 비합법적 방법에 의하여 대한민국의 존립 안전과 헌법의 기본질서를 폐지 전복할 것을 유도 또는 선동하는 내용이 표현되어 있어야만 구체적이고 가능한 위험성있는 불법한 표현물이라고 할 수 있다.

마. “미국, 누구를 위한 미국인가?”라는 표현물의 내용은 현재 대한민국의 존립 안전이나 헌법의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할 구체적이고 가능한 위험성이 없다고 볼 것이므로 국가보안법의 규제대상인 반국가활동성 있는 불법표현물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피고인의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이 인용하고 있는 제1심판결 채용증거를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원심이 판시한 피고인의 각 범죄사실이 넉넉히 인정되고 원심의 증거 취사과정을 살펴보아도 소론과 같이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

원심판시 사실과 거시증거에 의하여 원심이 이적표현물로 인정한 판시 각 책자 및 게재물의 내용을 보면, 판시 1사실의 “임금의 기초이론”이라는 제목의 책자는 우리 헌법의 기본질서 중의 하나인 자유경제체제의 붕괴와 임금제도의 최종적 폐지를 주장하면서 노동자계급은 자본가계급 전체와 투쟁하여 자신들을 해방시켜야 하고, 임금인상투쟁은 자본주의체제를 붕괴시키는 데에 그 목적을 두어야 한다고 선동하는 내용이고, 판시 2사실의 “미국, 누구를 위한 미국인가?”라는 제목의 게재물은 전체적으로 대한민국을 친일매국노와 미국이 합작하여 세운 미국의 식민지 정부라는 관점에서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북한의 인민공화국과 같은 정통성 운운하여 그 정통성을 시인하면서 미국을 매도하고 제주폭동을 미제국주의에 대한 민중의 궐기라고 표현한 내용이며, 판시 3사실의 “새벽 6호”라는 책자는 노동자계급이 중심이 되어 반민주자주화투쟁과 반독재민주화투쟁 및 조국통일운동을 삼위일체적으로 수행하면서 민족·민주·통일전선을 구축하고 민주정부수립을 위해 식민통치하의 한국사회를 변혁시켜야 하고 반합법적이고 비합법적인 대중조직도 광범하고 다양하게 건설해 나갈 것을 주장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는바, 위 각 표현물의 내용은 국가보안법(1991. 5. 31. 법률 제439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의 보호법익인 대한민국의 안전과 자유민주주의체제를 위협하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표현으로서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라고 볼 것 이므로, 원심이 위 각 표현물을 취득·소지하거나 제작·반포한 피고인의 판시행위에 대하여 국가보안법 제7조 제5항 , 제1항 을 적용한 조치는 정당하고 소론과 같은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원심판결에 채증법칙위반과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는 소론 논지는 이유 없다.

2. 피고인은 위 “임금의 기초이론”과 “새벽 6호”는 임금협상에 대비하거나 노조활동에 도움이 될까 해서 취득·소지한 것이고, 위 “미국, 누구를 위한 미국인가?”는 대학교 간행물에 게재된 내용을 학문적 검토를 마친 것으로 알고 일부 삭제하여 전제한 것에 불과하며, 반국가단체인 북한을 이롭게 할 목적이 없었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다.

국가보안법 제7조 제5항 위반의 죄는, 그 법문이 표현하고 있는 바와 같이 제1항 내지 제4항 의 행위를 할 목적으로 문서 등 이적표현물을 취득·소지·제작·반포 등의 행위를 하는 것으로서 이른바 목적범임은 명백하다. 그렇다면 고의 외에 별도로 초과주관적 위법요소인 목적이 요구되는 것이고, 행위자가 표현물에 대한 이적성을 인식하고 위와 같은 행위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제1항 내지 제4항 의 이적행위를 할 목적이 인정되지 아니하면 그 구성요건은 충족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위 조항에서의 목적은 제1항 내지 제4항 의 행위에 대한 적극적 의욕이나 확정적 인식까지는 필요없고 미필적 인식으로 족한 것이므로, 피고인이 표현물의 내용이 객관적으로 보아 반국가단체인 북한의 대남선전, 선동 등의 활동에 동조하는 등의 이적성을 담고 있는 것임을 인식하고, 나아가 그와 같은 이적행위가 될지도 모른다는 미필적 인식이 있으면 위 조항의 구성요건은 충족되는 것이며, 객관적으로 반국가단체인 북한의 대남선전, 선동 등의 활동에 동조하여 반국가단체나 그 활동을 이롭게 하거나 그 이익이 될 수 있는 내용이 담겨 있는 이적표현물을 그와 같은 인식을 하면서도 이를 취득·소지 또는 제작·반포하였다면 그 행위자에게는 위 표현물의 내용과 같은 이적행위가 될지도 모른다는 미필적 인식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것이고, 따라서 학문적인 연구나 오로지 영리추구 및 호기심에 의한 것이라는 등의 그 이적목적이 없었다고 보여지는 자료가 나타나지 않는 한 초과주관적 위법요소인 목적의 요건은 충족되는 것이다.

당원의 종전 판례 가운데는 표현물 자체의 이적성에 치중한 나머지 목적범의 설시를 소홀히 하여 오해를 일으킬 소지를 남긴 것도 있으나 그 앞뒤 문맥을 통한 전체의 취지는 위와 같은 견해를 바탕으로 한 것이며, 위 법조 소정의 죄를 목적범이 아닌 것으로 판단한 것은 아니라 할 것이다.

이 사건에서 원심판시 각 표현물의 이적성이 인정됨은 위에서 본 바와 같고, 원심거시증거에 나타난 피고인이 위 각 표현물을 취득·소지·제작·반포하게 된 경위 및 피고인의 지식수준과 노조홍보부장의 직책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위 각 표현물이 이적표현물임을 인식하고, 취득·소지하거나 제작·반포한 것으로 넉넉히 인정되므로 미필적 인식으로서의 목적 또한 있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기록상 피고인의 이 사건 행위가 학문연구의 목적 등으로 하는 것이었지 이적의 목적이 없었다는 별다른 자료가 나타나지 않는 바이니 원심이 본조 제5항 소정의 목적범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판단하였음은 위와 같은 당원의 견해에 따른 것으로 정당하고 소론 논지는 이유 없다.

3.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대법관 이회창, 이재성, 배만운의 반대의견을 제외한 나머지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회창, 이재성, 배만운의 반대의견 은 다음과 같다.

1. 다수의견은 이른바 표현범죄에 해당하는 국가보안법 제7조 제5항 위반죄의 성립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국가보안법의 보호법익인 대한민국의 안전과 자유민주주의체제를 위협하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표현으로서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벗어난다는 것을 그 불법성 판단의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판단기준은 추상적이고 애매모호하여 도대체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표현이라는 것이 어느 정도의 표현을 가리키는 것인지, 또 위에서 말하는 표현의 자유의 한계라는 것이 어느 정도의 한계를 뜻하며 그것이 표현의자유의 우월적 지위를 전제로 한 것인지 전혀 분명치가 않다. 이러한 판단기준 아래에서는 일반적으로 예측가능한 구체적인 불법성 판단기준은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아서 국민은 법원의 최종적 판단이 나기까지는 어느 정도의 표현이 법에 의하여 규제되고 처벌대상이 되는지 예측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다.

더구나 국가보안법은 그동안 국가안전보장이 강조될 수밖에 없었던 국내외적인 사정과 정세하에서 개인의 표현의 자유보다는 국가안전보장의 보호에 더 치중하여 해석적용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므로 이제 국가보안법상 표현범죄의 성립여부가 문제된 이 사건에서 다수의견이 그 불법성 판단의 기준을 제시하는 마당에는, 이것이 지금까지 국가보안법 사건에 적용해온 종전의 해석기준과 다른 해석기준을 제시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대로 유지하는 것인지, 만일 다른 해석기준이라면 구체적으로 종전과 어떻게 다른 것인지를 좀더 명확하게 제시하였어야 할 것이다.

근래에 국내외 사정과 정세의 변화에 따라 국가보안법의 개폐가 거론되고 있으나, 국가보안법이 존속하는 한 법원은 그 해석과 적용의 원칙을 밝힐 의무가 있는 것이고, 이 사건에 적용할 법은 개정 전의 구법이긴 하나 현행법규정과 크게 다르지 않으므로,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국가보안법상의 표현범죄에 관한 규제기준을 명확히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아래에서 먼저 국가보안법상의 표현범죄에 관한 규제기준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를 살펴보고, 나아가 국가보안법상 표현범죄의 기본적 유형인 제7조 제1항 제5항 에 규정된 죄의 각 주요구성요건에 관하여 살펴본 다음, 끝으로 이 사건의 판단에 관한 의견을 개진하고자 한다.

2. 표현의 불법성 판단기준

국가보안법상의 표현범죄에 관한 규제기준은 결국 표현의 불법성 판단기준을 말하는 것인바, 먼저 국가보안법상의 표현범죄에 있어서 불법성, 즉 불법요소는 무엇인가하는 점부터 살펴보기로 한다.

(1) 국가보안법 제1조 는 이 법은 국가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반국가활동을 규제함으로써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생존 및 자유를 확보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국가보안법이 규제하는 행위는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생존 및 자유를 위태롭게 하는 반국가활동에 한정됨을 명시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결국 국가보안법 위반행위의 불법요소는 위와 같은 국가의 안전등을 위태롭게 하는 “반국가활동성”에 있음이 명백하다.

범죄의 구성요건은 규범적 가치판단이 배제된 순 객관적이고 기술적(기술적)인 행위유형이 아니라 규범적 가치판단을 포함하는 불법유형이라고 볼 것이므로, 위와 같은 반국가활동성은 국가보안법의 각 범죄구성요건에 화체(화체)된 불법요소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어떠한 행위가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 또는 제5항 소정의 형식적·기술적 유형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위와 같은 반국가활동성이 결여된 경우에는 구성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것이고, 또 행위자에게 반국가활동성에 대한 인식이 없는 때에는 불법성의 인식이 결여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위와 같은 국가의 안전 등을 위태롭게 하는 반국가활동이라는 개념은 국가보안법 제1조 에 규정되어 있는 정형적인 행위개념에 지나지 않으므로, 실제로 어떠한 표현행위가 반국가활동에 해당하는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으로 반국가활동성 즉 불법성의 판단기준이 밝혀져야 한다.

(2) 국가보안법 제7조 가 규정하는 표현범죄에 있어서 어느 정도의 표현행위를 반국가활동성있는 불법한 행위로 볼 것인가 하는 불법성의 판단기준은 헌법상 보장된 표현의 자유의 한계와 관련되는 것이므로, 먼저 표현의 자유가 갖는 의미와 그 한계를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의 국가기본질서의 기초인 자유민주주의의 이념은 새삼스럽게 설명할 필요도 없이 자유와 평등이고, 그것은 개인의 인권과 인격의 존중에 밑바탕을 둔 것으로서 집단보다도 개인에게서 더 높은 인간의 가치를 인정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개인이 집단 또는 반대자의 의사와 상반되는 자신의 의사를 표명할 수 있는 자유는 자유민주주의의 필수적 요건의 하나일 뿐아니라 그 대표적 징표이기도 하다. 이러한 의사표현의 자유는 개인의 가치표현이라는 측면만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정치적 의사결정에 참가할 수 있는 민주적 정치참여의 권리확보라는 측면에서도 필요불가결한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표현의 자유는 사상의 경쟁이 자유롭게 허용되는 사회에서만 건전하고 실질적으로 보전될 수 있다. 한 시대 또는 한 사회에서의 기존의 진리와 가치는 사상의 자유경쟁과 도전을 거쳐 새로운 진리와 가치로 발전 또는 창조되어 나아가는 것이고, 우리는 이것을 역사의 발전과정으로 인식한다. 이러한 새로운 진리와 가치의 발전과 창조는 때로는 기존의 진리와 가치를 부정하고 극복함으로써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기존의 사상 이념에 반한다 하여 무조건 배척하거나 억제할 것이 아니라 무가치하고 유해한 사상과 이념이라고 할지라도 가급적 자유경쟁의 시장에서 비판되고 도태되는 과정을 거치게 함으로써 건전한 국가와 사회체제의 기초가 형성될 수 있는 것이다. 오늘날과 같이 대중매체가 고도로 발달되고 조직화되어 사상의 전달과 형성이 인위적으로 조작가능한 시대에 있어서는 자유방임에 의한 경쟁원리가 그대로 통용되지 않는다는 반론이 없는 것은 아니나, 사상의 경쟁이 자유민주주의 사회의 유지와 발전에 있어서 필요불가결한 요소임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런데 위와 같이 자유민주주의 이념이 표현의 자유를 그 대표적 징표로 삼고 심지어 기존의 사상과 가치체계를 부정하는 사상의 표현에 대해서 조차도 관용을 베푸는 것은 사상의 경쟁을 통하여 민주주의 사회의 건전한 보전과 발전을 도모하려는 데에 있는 것이지, 자유민주주의의 질서와 체제 자체를 파괴하려는 행위까지도 관용하려는 것은 물론 아니며, 이러한 행위는 표현의 자유의 한계밖에 있고 그 한계를 벗어나는 행위의 규제는 자유민주주의 자체의 방어를 위하여 당연하다.

결국 국가보안법 제7조 가 규정하는 표현범죄에 있어서 반국가활동성, 즉 불법성의 판단기준은 위와 같은 자유민주주의의 방어를 위한 표현자유의 한계에 그 근거를 두어야 할 것이며, 이러한 관점에서 국가보안법의 규제대상인 불법한 표현행위란 국가의 안전 등을 위협하는 표현행위, 즉 대한민국의 존립·안전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파괴할 “구체적이고 가능한 위험”이 있는 표현행위를 말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국가보안법 제7조 의 경우와 같이 표현행위가 일정하지 않고 다양하게 있을 수 있는 표현범죄에 있어서는 법익침해의 가능성, 즉 위험성은 법익을 침해하는 해악의 내용과 그 해악으로 인한 법익침해의 결과발생이라는 두가지 측면에서 고찰할 필요가 있으며, 위에서 “구체적이고 가능한 위험”이라고 함은 법익을 침해하는 해악의 내용이 구체적이고 그로 인한 법익침해의 결과발생이 가능한 것을 말한다.

우선 해악의 내용이 구체적이라고 함은 추상적인 것이 아니라 실질적이고 중대한 것을 의미하고, 또 법익침해의 결과발생이 가능하다고 함은 법익침해의 결과가 초래될 상당한 개연성이 있는 것을 의미한다.

어떤 표현이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이념과 가치에 동조하지 아니하고 이를 비판하거나 심지어 이와 반대되는 사상·의견을 표명한 것이라고 하여도, 이러한 정도의 의사표현만으로는 해악의 내용은 구체적이라고 할 수 있을 지언정 해악발생의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우며, 적극적으로 폭력 기타 비합법적 방법에 의하여 국가의 존립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전복·폐지할 것을 유도 또는 선동하는 경우에만 해악발생의 가능성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기존질서의 이념과 가치를 부정하거나 이와 상반되는 사상·의견을 표명한다는 것은 기존질서측에서 볼 때에는 매우 불쾌한 공격임에는 틀림없으나, 그것이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폐지·전복을 유도·선동하는 행위의 일환이라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와 같은 사상·의견에 대해서도 표현의 자유를 허용하는 것이 바로 자유민주주의의 존재이유인 것이다.

위에서 설시한 표현범죄에 관한 해석원칙을 염두에 두고 먼저 국가보안법상 표현범죄의 대표적 유형이라고 할 수 있는 같은 법 제7조 제1항 의 죄의 주요 구성요건을 살펴본다.

본조 제1항 에 규정된 행위는 크게 나누어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이하 반국가단체 등이라 약칭한다)의 활동을 찬양·고무하거나 이에 동조하는 행위와, 기타의 방법으로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하는 행위의 두 가지이다.

(1) 우선 찬양·고무·동조는 반국가단체 등의 활동을 대상으로 하여 이에 수동적(수동적)으로 부응(부응)하거나 이를 수용(수용)하는 행위로서 부수적(부수적) 성질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부수성으로 말미암아 반국가단체 등의 활동이 반국가활동성을 지닌 것일 때에는 이를 찬양·고무·동조하는 행위도 반국가활동성을 지니게 되지만, 이와 반대로 반국가단체 등의 활동이 전혀 반국가활동성이 없는 것일 때에는 이에 부수하는 찬양 등 행위도 반국가활동성이 없는 것이 된다.

다시 말하면 찬양·고무·동조의 반국가활동성은 그 구성요건 자체에 화체된 규범적 가치로서 행위자의 구성요건적 행위에 의하여 외부에 발현되는 것이지만, 행위의 부수적 성질상 그 반국가활동성은 반국가단체 등의 활동의 반국가활동성으로부터 유래된 것이므로, 반국가단체 등의 활동자체가 전혀 반국가활동성이 없는 행위인 경우, 예컨대 북한의 유엔가입이라든가 핵포기와 같은 행위인 경우에는 이를 찬양·고무·동조한다 하여 반국가활동이 될 수 없다. 따라서 반국가단체 등의 활동을 찬양·고무·동조한다 하여 그 반국가단체 등의 활동내용의 반국가활동성 유무를 가려보지 않고 모두 이적행위로 처단함은 본죄의 본질에 반하는 것이다.

한편 반국가단체 등의 활동자체에 반국가활동성이 있는 경우에는 이에 대한 찬양·고무·동조행위도 반국가활동성을 지니게 되나, 그 불법성의 정도는 규제대상인 표현행위 자체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반국가단체 등의 활동자체의 반국가활동성은 미약한 것이라고 하여도, 행위자가 이를 과장 또는 각색하거나 선동적인 방법으로 전파·확산하는 경우에는 찬양·고무·동조행위에 의하여 발현되는 위험성이 반국가단체 등의 활동자체의 위험성보다 증폭된 것이 되어 더큰 불법성을 지니게 될 수 있을 것이다.

위와 같은 찬양·고무·동조 등 표현행위의 불법성 판단기준은 대한민국의 존립·안전과 자유민주주의체제를 파괴할 구체적이고 가능한 위험성의 유무에 있음은 이미 앞에서 설시한 바와 같다. 그러므로 예컨대 북한정권이 이른바 대남간접침략정책의 일환으로 사용해온 선전내용을 찬양·고무·동조하는 행위라고 할지라도, 그것이 현재에 있어서 대한민국의 존립·안전과 자유민주주의체제를 파괴할 구체적이고 가능한 위험이 있는 행위라고 보기 어려울 때에는 불법성을 부인할 수 밖에 없으며, 그것이 종전에 북한정권이 펴온 선전에 부합하는 내용이라는 점에 얽매여 위와 같은 구체적이고 가능한 위험성 유무를 가려봄이 없이 단지 금기(금기)된 표현물이 지니는 상징적 위험성만으로 불법표현행위로 단정하여서는 안될 것이다.

(2) 다음에 본조 제1항 후단 의 기타의 방법으로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하는 행위는 찬양·고무·동조와 유사한 동종유형의 행위를 보충적으로 포괄하여 규정한 것이라고 보는 견해와, 찬양·고무·동조와는 별개유형의 행위로서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하는 모든 행위를 포괄적으로 규정한 것이라고 보는 두 견해가 있다.

그러나 우선 전자의 견해에 따를 경우에, 찬양·고무·동조와 같이 대상활동에 수동적으로 부응하거나 이를 수용하는 성질의 행위로서 찬양·고무·동조가 아닌 그밖의 유사한 행위란 현실적으로 상정하기 어려우므로( 개정된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 전단 에 새로 삽입된 선전도 찬양이나 동조에 포함될 수있다), 이러한 행위유형은 무의미하다고 할 것이다.

또 후자의 견해에 따라 찬양·고무·동조 외의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하는 모든 행위를 처벌대상으로 규정한 것이라고 볼 경우에는, 도대체 어떠한 행위를 이적행위로 본다는 것인지 이적행위의 요건이 전혀 특정되어 있지 아니하여 구성요건적 행위의 정형성이 결여된 것으로서 죄형의 명확성을 요구하는 죄형법정주의에 반하는 규정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으므로, 후자의 견해에는 따르기 어렵다.

후자의 견해에 관하여 국가보안법의 규제대상을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하는 위험성있는 행위로 제한 해석한다면 죄형의 불명확성을 피할 수 있다는 의견이 있으나, 위와 같은 위험성은 이미 앞에서 본 바와 같이 행위의 불법요소로서 구성요건에 화체된 규범적 가치를 의미할 뿐이므로, 이로서 본래 정형성이 결여된 구성요건이 정형화될 수 없는 것이다.

결국 본조 제1항 후단 의 이적행위 규정은 별 의미가 없는 규정으로 볼 수 밖에 없다.

이제 이 사건에서 문제된 국가보안법 제7조 제5항 의 주요구성요건에 관하여 살펴본다.

(1) 국가보안법 제7조 제5항 의 죄는 제1항 내지 제4항 의 행위를 할 목적으로 문서 등 표현물을 제작·수입·복사·소지·운반·반포·판매 또는 취득하는 것으로서 이른바 목적범이다. 목적은 초과주관적 위법요소로서 고의 외에 별도로 요구되는 것이므로, 행위자는 제5항 소정의 행위 및 객체에 대한 인식외에 제1항 내지 제4항 소정의 이적행위를 함에 대한 의욕 내지 인식이 있음을 요한다.

그러므로 행위자가 제5항 소정의 표현물의 불법성 내지 이적성을 인식하고 이를 제작하는 등 행위를 하였다고 하여도, 제1항 내지 제4항 의 이적행위를 할 목적, 즉 이러한 이적행위를 함에 대한 의욕 내지 인식이 있었음이 인정되지 않는다면, 주관적 위법요소인 고의는 있을 지언정 초과주관적 위법요소인 목적이 결여된 것이므로 결국 구성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것이다.

다만 위 각 행위 중 반포나 판매와 같이 표현물내용의 전파 내지 확산을 본질적 내용으로 하는 행위에 있어서는, 그 표현물내용이 반국가단체 등의 반국가적활동에 관한 것임을 인식하고 이를 전파 내지 확산하는 행위자체가 반국가단체 등의 활동을 찬양·고무·또는 동조하는 행위가 될 수 있으므로, 특별히 학문연구나 예술표현 또는 영리추구 등의 목적이 인정되지 않는 한 위와 같은 찬양·고무·동조의 목적이 추정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종래에 당원은 본조 제5항 에 규정된 죄에 관하여 그 표현물이 반국가단체나 그 활동을 이롭게 하거나 이익이 될 수 있는 표현물임을 인식함으로써 족하고, 이적목적은 필요하지 않은 것으로 판시한 바 있으나( 당원 1986.9.23. 선고 86도1429 판결 ; 1987.4.28. 선고 87도434 판결 ; 1990.7.24. 선고 90도1161 판결 ; 1991.2.8. 선고 90도2607 판결 등 참조), 이러한 견해는 마땅히 폐기되어야 한다.

(2) 그런데 다수의견은 본조 제5항 의 목적은 제1항 내지 제4항 의 행위에 대한 미필적 인식으로써 족하다는 전제하에, 표현물의 내용이 반국가단체의 이익이 될 수 있는 것임을 인식하고 제작 등 행위를 하는 자에게는 본조 제1항 소정의 이적행위에 대한 미필적 인식이 있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어 목적범의 요건을 충족하는 것이고, 종전의 판례도 이와 같은 취지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첫째로, 이러한 견해는 고의와 목적의 개념을 혼동하거나 목적의 인식대상을 잘못 본데서 비롯된 것이다. 고의는 범죄의 성립요소인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고, 이 성립요소에는 기술적(기술적) 요소 외에 규범적 요소도 포함된다는 것이 통설이다. 그런데 본조 제5항 의 죄의 규범적 요소는 객체인 표현물이 이적성, 즉 반국가활동성있는 불법표현물이라는 데에 있으므로, 이러한 표현물의 이적성에 대한 인식은 고의의 내용에 지나지 않을 뿐이고 초과주관적 요건인 목적이 될 수 없음은 더말할 나위도 없다.

또 목적의 인식정도에 관하여 의욕설, 확정적 인식설 또는 미필적 인식설 중 어느 견해를 취하든 그 인식의 대상은 본조 제5항 의 목적에 있어서는 제1항 내지 제4항 소정의 이적행위이다. 그런데 본조 제5항 의 표현물의 이적성에 대한 인식은 그 표현물의 규범적 요소에 대한 인식에 지나지 않으므로, 이러한 인식이 제1항 내지 제4항 소정의 이적행위에 대한 미필적 인식까지 포함한다고 주장하는 다수의견은 고의와 목적의 각 인식대상을 잘못 본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앞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본조 제5항 소정의 행위중 반포나 판매와 같이 표현물의 전파 내지 확산을 본질적 내용으로 하는 행위에 있어서는, 표현물의 이적성을 인식하고 이를 전파 내지 확산하는 행위자체가 반국가단체등의 활동을 찬양·고무·동조하는 행위가 될 수 있어 본조 제1항 소정의 이적행위에 대한 인식이 있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으나, 이러한 추정은 표현물의 이적성에 대한 인식 외에 반포나 판매행위가 갖는 전파 내지 확산의 파급성에 대한 인식을 그 근거로 한 것이다. 그러므로 위와 같은 반포나 판매 외의 단순한 취득·소지와 같은 행위에 대해서까지 위와 같은 추정을 확장할 수는 없음은 명백하다.

종전의 당원판례가 그 표현물이 이적성있는 표현물임을 인식함으로써 족하고 반국가단체 등의 이익이 되게 할 목적이 필요 없다고 판시한 것은 결국 그 표현물의 규범적 요소에 대한 인식, 즉 고의가 있음으로써 족하다는 말밖에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이적행위에 대한 미필적 인식을 요한다는 취지를 포함하는 것으로 보는 다수의견은 종전의 판례를 유지하기 위한 무리한 해석이라고 밖에 보이지 않는다.

둘째로, 다수의견과 같이 표현물의 내용이 불법임을 인식한 이상 이적행위의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한다면, 국가보안법상의 목적범규정은 사실상 무의미한 것이 되고 말 뿐 아니라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위협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음을 유의하여야 한다.

다수의견대로라면 단순한 취득·소지에 있어서도 이적행위의 목적이 추정되고 이러한 목적이 없음을 피고인이 적극적으로 입증하여야만 처벌을 면할 수있게 되는데, 이것은 형사소송에 있어서 국가(검사)가 부담하는 입증책임을 합리적 근거도 없이 일률적으로 피고인에게 떠맡기는 것일 뿐아니라, 피고인 자신이 이적행위의 목적이 없었다는 소극적 사실을 입증하기란 어려운 일이어서 사실상 처벌을 면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물론 학문연구나 예술표현 등의 목적과 같은 반대사실을 적극적으로 입증함으로써 그 책임을 면할 수도 있겠지만, 학자나 교수 또는 예술가 등과 같은 지위를 갖지 않은 일반인이 그와 같은 목적이 있음을 인정받기란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다. 뿐만 아니라 학문연구나 예술표현 등의 목적이 없다고 하여 역으로 반드시 이적행위의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니어서 학문연구 등의 목적이 없으면서도 이적행위의 목적도 없는 경우가 있을 수 있는데, 이러한 경우에 관한 입증은 피고인으로서는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반포나 판매와 같이 그 행위의 성질상 이적행위의 목적이 강하게 추정되는 경우라면 모르되, 단순한 취득이나 소지는 개인이 갖는 사상과 양심의 자유의 최소한의 외부적 행위일 경우가 많으므로, 이러한 경우까지도 일률적으로 이적행위의 목적을 추정하여 사실상 추정번복을 어렵게 만드는 것은 헌법상 보장된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위협할 소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3) 다음에 본조 제5항 의 죄의 객체인 문서·도화 기타 표현물은 그 자체에 반국가활동성, 즉 국가의 존립· 안전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하는 구체적이고 가능한 위험성이 표현된 것이어야 한다.

본조 제5항 소정의 제작 등 행위 자체는 무색투명한 행위개념으로서 그 불법요소는 행위객체인 표현물로부터 유래되는 것이므로, 표현물 자체에 앞에서 설시한 불법성의 판단기준에 적합한 반국가활동성이 발현되어 있어야 한다.

따라서 표현물의 내용이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체제를 비판하거나 이와 반대되는 의견을 표명한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적어도 폭력 기타 비합법적 방법에 의하여 대한민국의 존립·안전과 헌법의 기본질서를 폐지·전복할 것을 유도 또는 선동하는 내용이 표현되어 있어야만 구체적이고 가능한 위험성있는 불법한 표현물이라고 할 수 있다.

만일 위와 달리 반국가활동성이 인정되지 않는 표현물이라도 본조 제1항 내지 제4항 의 행위를 할 목적으로 제작 등 행위를 한 이상 본조 제5항 의 처벌대상이 된다고 한다면, 초과주관적 위법요소인 목적에 대한 인식만으로 처벌되어야 하는 결과가 되어 부당하다.

5. 이 사건에 관한 판단

(1) 먼저 원심판시 사실중 1사실에 관하여 본다.

위 판시사실에 의하면 피고인은 마산시 합성동 소재 대성서점에서 “임금의 기초이론”이라는 제목의 책자를 구입하여 탐독, 보관함으로써 이적표현물을 취득·소지하였다는 것이고, 위 책자의 내용은 우리 헌법의 기본질서중의 하나인 자유경제 체제의 붕괴와 임금제도의 최종적 폐지를 주장하면서 노동자계급은 자본가계급 전체와 투쟁하여 자신들을 해방시켜야 하고 임금인상투쟁은 자본주의 체제를 붕괴시키는 데에 그 목적을 두어야 한다고 선동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위 표현내용이 이적성이 있는 것이고 피고인이 이를 알면서 취득·소지하였다고 하여도 이것만으로 이적행위목적, 즉 이적행위에 대한 인식(미필적 인식도 마찬가지다)이 있었다고 볼 수 없음은 이미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으므로 그 외에 이적행위목적이 인정되어야만 처벌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피고인은 이러한 이적행위목적을 부인하고 검찰과 1심법정에서 임금에 대한 기초지식을 알려고 산 것이라거나 임금협상도 있고 해서 산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기록을 살펴보아도 피고인이 이적행위목적으로 위 표현물을 취득·소지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자료를 찾아볼 수 없다.

다만 피고인은 노동조합 홍보부장의 직책에 있던 자로서 뒤의 2사실의 행위와 같이 위 표현물을 노동조합회보 등에 게재하여 그 내용을 반포할 의도로 취득·소지하였다면 이적행위목적이 추정될 여지가 있을 것이나, 피고인이 위 2사실의 노동조합회보에 게재한 내용은 위 “임금의 기초이론”이 아니라 “민주조선(창간호)”이라는 다른 책자의 일부를 발췌한 것이므로, 이러한 다른 글의 게재사실을 가지고 위 “임금의 기초이론”도 노동조합회보 등에 게재·반포할 의도로 취득·소지한 것이라고 유추할 수는 없는 것이다.

물론 이적행위목적은 피고인의 자백이 없어도 피고인의 전력, 지위 및 활동상황 등 상황증거에 의하여 이적행위의 경향성이 입증되는 경우에는 이를 인정할 수 있으나, 이러한 경향성의 유무는 당해 표현물의 내용과 용도를 가려서 엄격하게 판단하여야 하며, 이와 달리 광범위하게 그 경향성을 인정함으로써 목적범의 규정을 유명무실하게 만드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결국 위 1사실은 이적행위목적이 인정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이를 유죄로 인정하였음은 증거없이 사실을 인정한 위법을 저지른 것으로서 이 점에 관한 논지는 이유 있다.

(2) 다음 원심판시 사실중 2사실에 관하여 본다.

위 판시사실에 의하면 피고인은 조선대학교 민주조선편집위원회 발행의 “민주조선(창간호)”책자를 입수하여 그 내용 중 “민족사를 바로 알자”는 제목을 “미국, 누구를 위한 미국인가?”로 바꾸고 그 주요내용과 사진 등을 기초로 편집한 것을 피고인 소속회사 노보인 맥박 17호에 게재한 뒤 1,000부를 제작하여 1,900여명의 조합원에게 배포함으로써 이적표현물을 제작·반포하였다는 것인바, 피고인의 판시 행위는 반포행위를 포함하고 있어서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위 표현물의 내용이 반국가활동성있는 불법표현물이라면 이를 알고 반포한 경우에는 이적행위의 목적이 추정될 수 있으므로, 먼저 위 표현물의 내용이 과연 반국가활동성이 있는 불법표현물인지를 살펴보기로 한다.

위 표현물의 내용을 원심판시 사실에 의하여 요약하면, 근대조선시대부터 6·25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한국에 대한 정책과 행동을 식민지 지배를 위한 침략으로 파악하고, 이승만 정권의 정통성을 부인함으로써 간접적으로 북한의 정통성을 시사하며, 제주폭동을 미제국주의에 대한 민중의 궐기로 규정하는 등 한미관계에 관한 북한의 시각에 동조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위 표현물의 내용의 전체적인 취지는 과거사실에 대한 역사적 서술에 불과하고 또 객관적으로 허구내용임이 너무나 명백한 것들을 나열한 것이어서, 그 표현된 해악의 내용은 구체적이라고 할지라도 현재에 있어서의 국가안전보장에 대한 직접적인 위해행위라고 보기 어려울 뿐 아니라 그로 인하여 대한민국의 안전과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폐지·전복을 가져올 상당한 개연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것이다.

결국 위 표현물의 내용은 현재 대한민국의 존립 안전이나 헌법의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할 구체적이고 가능한 위험성이 없다고 볼 것이므로 국가보안법의 규제대상인 반국가활동성있는 불법표현물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보아야할 것이다.

위와 같은 표현내용이 우리에게 당혹스러운 느낌을 주는 것은 사실이나, 그것은 이러한 종류의 표현이 북한정권이 종전에 펴온 간접침략정책에 의한 선전내용과 흡사하여 그동안 국가안전보장을 이유로 철저하게 금지되어 온 것이어서, 그 내용의 실제적 위험성보다도 금기(금기)된 표현물이 갖는 상징적 위험성이 더 강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사상의 경쟁시장에 상장되면 그 허구성과 무가치한 실체가 드러나서 저절로 스러져 버릴 표현물이라고 할지라도 이를 금기시함으로써 상징적 위험성을 지니게 만드는 것이므로, 위 게재물의 내용이 기존의 이념과 가치를 부정하고 공격하는 내용이어서 당장은 당혹스럽고 불쾌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이를 과감하게 허용하여 사상의 경쟁을 거치게 함으로써 그 상징적 위험성을 제거하는 것이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정도(정도)라고 생각한다.

결국 위 표현물의 게재·배포행위는 불법성을 인정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이를 유죄로 인정하였음은 표현물의 불법성 판단기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저지른 것으로서 이 점에 관한 논지도 이유 있다.

(3) 끝으로 원심판시 사실 중 3사실에 관하여 본다.

위 판시사실에 의하면 피고인은 위 회사 창원공장 노조사무실에서 의식화교육자료 및 투쟁선동에 활용할 목적으로 “새벽 6호”책자를 가져와 피고인 주거지에서 탐독, 보관함으로써 이적표현물을 취득·소지하였다는 것이고, 그 책자의 내용은 노동자계급이 중심이 되어 반미자주화투쟁과 반독재민주화투쟁 및 조국통일운동을 삼위일체적으로 수행하면서 민족·민주·통일전선을 구축하고 민주정부수립을 위해 식민통치하의 한국사회를 변혁시켜야 한다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위 표현내용이 이적성이 있는 것이고 피고인이 이를 인식하였다고 하여도 그 외에 이적행위목적이 있어야 할 것인바, 원심은 피고인이 근로자의 의식화 교육자료와 투쟁선동에 활용할 목적이 있은 것으로 인정하였으나, 피고인은 이러한 이적행위목적을 부인하고 검찰과 1심법정에서 단체협약에 관한내용이 수록되어 있어 임금협상에 대비하기 위하여 산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기록을 살펴보아도 위 원심인정과 같은 이적행위목적을 인정할 만한 자료가 없다.

결국 위 3사실은 이적행위목적이 인정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이를 유죄로 인정하였음은 증거없이 사실을 인정한 위법을 저지른 것이라고 할 것이므로, 이 점에 관한 논지도 이유 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은 파기환송되어야 한다.

대법관 김덕주(재판장) 이회창 최재호 박우동 윤관 이재성 김상원 배만운 김주한 윤영철 김용준 김석수 박만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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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마산지방법원 1990.8.9.선고 90노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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