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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3. 6. 24. 선고 2000도5442 판결
[국가보안법위반(간첩, 잠입·탈출, 찬양·고무등, 회합·통신등)][공2003.8.1.(183),1646]
판시사항

[1] 국가보안법 제4조 제1항 제2호 (나)목 에 정한 기밀의 개념 및 그 판단 기준

[2] 국가보안법상 이적표현물로 인정되기 위한 요건 및 그 판단 기준

[3] 자백의 신빙성 유무에 대한 판단 기준

판결요지

[1] 국가보안법 제4조 제1항 제2호 (나)목 에 정해진 기밀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각 방면에 관하여 반국가단체에 대하여 비밀로 하거나 확인되지 아니함이 대한민국의 이익이 되는 모든 사실, 물건 또는 지식으로서 그것들이 국내에서의 적법한 절차 등을 거쳐 이미 일반인에게 널리 알려진 공지의 사실, 물건 또는 지식에 속하지 아니한 것이어야 하고, 또 그 내용이 누설되는 경우 국가의 안전에 위험을 초래할 우려가 있어 기밀로 보호할 실질가치를 갖춘 것이어야 한다.

[2] 국가보안법상 이적표현물로 인정되기 위하여는 그 표현물의 내용이 국가보안법의 보호법익인 대한민국의 존립·안정과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하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것이어야 하는바, 표현물에 이와 같은 이적성이 있는지 여부는 표현물의 전체적인 내용뿐만 아니라 그 작성의 동기는 물론 표현행위 자체의 태양 및 외부와의 관련 사항, 표현행위 당시의 정황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결정하여야 한다.

[3] 자백의 신빙성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자백의 진술내용 자체가 객관적으로 합리성을 띠고 있는지, 자백의 동기나 이유가 무엇이며, 자백에 이르게 된 경위는 어떠한지 그리고 자백 이외의 정황증거 중 자백과 저촉되거나 모순되는 것은 없는지 하는 점을 고려하여 피고인의 자백에 형사소송법 제309조 소정의 사유 또는 자백의 동기나 과정에 합리적인 의심을 갖게 할 상황이 있었는지를 판단하여야 한다.

참조판례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검사

변호인

변호사 황진호

주문

원심판결 중 간첩죄 부분 및 "피안으로 가는 수레들" 책자 소지죄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검사의 나머지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1. 국가보안법 제4조 제1항 제2호 (나)목 에 정해진 기밀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각 방면에 관하여 반국가단체에 대하여 비밀로 하거나 확인되지 아니함이 대한민국의 이익이 되는 모든 사실, 물건 또는 지식으로서 그것들이 국내에서의 적법한 절차 등을 거쳐 이미 일반인에게 널리 알려진 공지의 사실, 물건 또는 지식에 속하지 아니한 것이어야 하고, 또 그 내용이 누설되는 경우 국가의 안전에 위험을 초래할 우려가 있어 기밀로 보호할 실질가치를 갖춘 것이어야 한다 ( 대법원 1997. 7. 16. 선고 97도985 전원합의체 판결 , 2000. 10. 6. 선고 2000도2965 판결 등 참조). 또한, 국가보안법상 이적표현물로 인정되기 위하여는 그 표현물의 내용이 국가보안법의 보호법익인 대한민국의 존립·안정과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하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것이어야 하는바, 표현물에 이와 같은 이적성이 있는지 여부는 표현물의 전체적인 내용뿐만 아니라 그 작성의 동기는 물론 표현행위 자체의 태양 및 외부와의 관련 사항, 표현행위 당시의 정황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결정하여야 한다 ( 대법원 1992. 3. 31. 선고 90도2033 전원합의체 판결 , 대법원 1999. 10. 8. 선고 99도2437 판결 등 참조).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간첩죄 부분 및 "피안으로 가는 수레들" 책자 소지죄 부분에 대하여, 제1심의 판단, 즉 피고인이 탐지ㆍ수집한 사항이 이를 누설할 경우 국가의 안전에 위험을 초래할 우려가 있어 기밀로 보호할 실질적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피고인이 소지한 "피안으로 가는 수레들"이라는 책자도 일부 문제가 되는 용어가 있기는 하지만, 그것들이 함축적이고 추상적인 시어(시어)인 점을 감안하고 또한, 시들의 전체적인 취지를 보더라도 이를 사회주의 사회를 건설하자고 선전ㆍ선동하는 내용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광주민주화운동을 무력으로 탄압한 군부독재를 몰아내자는 내용 또는 노동자들을 탄압하는 군부독재를 타도하자는 내용으로 봄이 상당하여 거기에 이적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이 무죄라고 한 제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기록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채증법칙 위배나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2.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위 1.항에서 판단한 간첩죄 부분 및 "피안으로 가는 수레들" 책자 소지죄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이하 '나머지 공소사실'이라 한다)에 대하여, 이에 부합하는 증거들로는 피고인의 수사기관 및 제1심 제1회 공판기일에서의 자백과 피고인의 딸인 공소외 1의 수사기관에서의 진술 등이 있지만, 위 자백과 진술은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신빙성이 없어 이를 믿기 어려우며, 제1심판결이 명시한 나머지 증거들만으로는, 재일한국민주통일연합(이하 '한통련'이라 한다) 부의장인 곽영문이 북한과 연계되어 통일사업을 하는 반국가단체의 구성원이라는 사실을 피고인이 알면서도 그와 회합ㆍ통신하고, 그의 지령을 받아 대한민국에 잠입하였으며, 반국가단체인 북한 공산집단의 활동을 찬양ㆍ고무할 목적으로 이적성을 인식하면서도 "조국통일론"이라는 책을 소지하였다고 인정하기에는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원심이 설시하고 있는 무죄 이유의 요지는, ① 피고인과 그 딸이 검찰 및 제1심 첫 기일에서 한 각 자백은 비록 임의로 된 것이기는 하나 그 내용이 제1심 제2회 기일 이후에 진술한 내용과 다른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내용과 비교할 때 그들에게 지나치게 불리한 것이어서 의심스럽고, ② 피고인이 곽영문을 일본에서 처음 만나 즉석에서 그의 반국가적 행위의 요청을 쉽게 받아들이고 지령까지 받아 귀국하였다거나 공소외 2로부터 "조국통일론"이라는 책을 받아 이적성을 인식하면서 소지하였음을 선뜻 시인하였다는 등 자백내용이 상식적으로도 이해하기 어려우며, ③ 피고인 모녀가 고립상태에서 강도 높은 조사를 받는 동안 딸에 대한 선처를 미끼로 압박·회유가 행해짐으로써 이에 따른 허위진술이 이루어졌을 개연성이 높고 특히 제1심 첫 기일 전까지 피고인이 국선변호인을 면접한 바 없어 조력을 받지 못한 점을 고려하면 그 법정에서의 자백도 동일한 심리상황하에서 행하여졌을 가능성이 충분하며, ④ 수사과정에서 피고인 모녀의 대질, 피고인과 내연남인 공소외 3(예비역 장성)와의 대질이 전무하였고 공소외 2에 대해서는 진술조서조차 작성되지 않는 등 의문점이 많고, ⑤ 피고인이 국내에서 한 행위가 곽영문의 지령을 받은 자로서는 매우 사소하고 공소외 3으로부터 정보를 빼내거나 그의 일본행을 성사시키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보이지 않으며, ⑥ 곽영문으로부터 받았다는 일화 96만 ¥ 중 40만 ¥을 변제한 점 등 그들 사이의 금전관계에도 의문이 많다는 것 등이다.

3.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수긍할 수 없다.

⑴ 피고인의 검찰에서의 자백 및 제1심 제1회 공판기일에서의 자백이 그 이후의 법정 진술과 다르다거나 피고인에게 지나치게 불리한 내용이라는 사유만으로는 그 자백의 신빙성을 의심할 사유가 된다고 볼 수 없고, 자백의 신빙성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자백의 진술내용 자체가 객관적으로 합리성을 띠고 있는지, 자백의 동기나 이유가 무엇이며, 자백에 이르게 된 경위는 어떠한지 그리고 자백 이외의 정황증거 중 자백과 저촉되거나 모순되는 것은 없는지 하는 점을 고려하여 피고인의 자백에 형사소송법 제309조 소정의 사유 또는 자백의 동기나 과정에 합리적인 의심을 갖게 할 상황이 있었는지를 판단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01. 9. 28. 선고 2001도4091 판결 , 2001. 10. 26. 선고 2001도4112 판결 , 2002. 3. 12. 선고 2001도2064 판결 등 참조).

⑵ 그런데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제1심 제1회 공판기일 이후 전체적인 범의나 일부 범행을 부인하고 있기는 하지만, 다른 한편, 피고인이 대졸의 직장 여성으로서 남편과 협의이혼하고 어렵게 살면서 예비역 장성인 공소외 3과 내연관계를 맺고 있었는데, 피고인의 딸인 공소외 1이 1991. 10. 10.경부터 일본에서 일본어 공부를 시작하게 되자 평소 알고 지내던 공소외 2를 통하여 그녀의 시숙인 곽영문을 소개받아 딸의 어학연수 과정에서 상당한 도움을 받게 된 사실, 한통련 부의장인 곽영문이 피고인과는 아무런 친분관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피고인과 공소외 1에 대하여 물심양면의 도움을 준 사실, 피고인이 공소외 2로부터 곽영문의 정체에 관한 말을 어느 정도 들었는데, 특히 그 내용 중에는 곽영문이 재일교포이지만 한국에 오고 싶어도 올 수 없으며 공소외 2의 가족들도 곽영문과는 공중전화로만 연락한다는 취지의 말도 있었던 사실, 그 후 피고인도 곽영문과 전화로 연락할 시에는 공중전화를 사용하였을 뿐만 아니라, 피고인이 일본에 있는 딸에게 보낸 여러 통의 편지에도 편지를 읽은 후 반드시 없애버리라는 취지의 기재를 하였고, 피고인이 딸을 통하여 곽영문에게 수 차례 편지를 전달하기도 하였던 사실, 피고인이 실제로 1992. 11. 일본에 가서 곽영문을 직접 만나 상당한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대화를 나눈 뒤 귀국하였고, 1993. 10. 10.경 딸이 일본에서의 어학연수를 마치고 귀국한 후에도 계속하여 곽영문과 연락하였을 뿐만 아니라 1997. 6. 13.에는 일본에 가서 곽영문을 또 다시 만났던 사실, 피고인이 공소외 2로부터 "조국통일론"이라는 책을 받으면서 그 저자가 한통련 의장이고 곽영문의 가까운 친척이라는 말을 들은 사실 등 이 사건의 기본이 되는 객관적인 사실관계 자체를 부인하지는 않고 있는바, 사정이 이러하다면, 피고인이나 그 딸인 공소외 1이 각 자백한 진술의 내용 자체에서, 객관적으로 합리성이 없거나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면이 있다고 볼 근거가 없으며, 도리어 원심의 그러한 설시의 진의를 이해하기 어렵다.

⑶ 또한 기록에 의하면, 수사기관은, 1995. 8.경 공소외 1(실제로는 곽영문)측의 전적인 비용부담하에 공소외 1과 함께 일본에 가서 곽영문의 환대를 받으면서 공짜 관광을 하고 돌아온 공소외 1의 여고 동창생의 직장 동료로부터 제보를 받고 이 사건 수사에 착수하게 되었는데, 그 후 수사기관은 앞서 본 바와 같은 객관적인 사실관계, 특히 반국가단체인 한통련의 간부인 곽영문의 정체와 피고인의 딸이 일본에 있었던 동안 피고인과 그 딸의 구체적 행적 및 딸의 귀국 후에도 피고인이 계속하여 공중전화로 비밀리에 곽영문과 수시로 연락하면서 만나기도 하고 한편으로 공소외 3과의 관계도 은밀하게 유지하고 있는 사실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한 다음, 1999. 10. 11. 피고인과 공소외 1을 체포영장에 기하여 체포하여 심문하고, 이에 기하여 그 해 10. 13. 피고인과 공소외 1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받는 등 17일 동안 피고인과 공소외 1 및 공소외 3을 순차로 조사하여 이 사건을 검찰에 송치한 사실, 그 과정에서 이미 수사기관이 확보해 놓은 입출국 내역, 곽영문이라는 자의 신분과 정체, 피고인과 곽영문의 공중전화 통화 내역 및 회합 사실 등의 자료가 제시되자, 피고인과 공소외 1은 앞서 본 바와 같은 객관적인 사실관계를 인정하면서 피고인과 공소외 1 사이에 오고간 편지의 내용, 피고인과 곽영문 사이에 있었던 대화의 내용 및 공소외 1과 곽영문 사이에 있었던 대화의 내용 등을 구체적으로 진술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이 사건 공소사실을 자백하게 되었으며, 피고인과 공소외 1의 검찰에서의 진술도 마찬가지였던 사실, 특히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의 동기에 대하여, 곽영문의 정체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의 제의를 거절하고 싶었지만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것에 대한 고마운 마음도 있었고 어떻게든 딸의 공부를 마저 시키고 싶은 욕심 때문에 거절하지 못하였던 것이라고 솔직한 심경을 밝히면서, 처음부터 공소외 3을 통하여 군사 관련 사항을 파악할 목적으로 함께 여행을 갔던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하여는 '그렇지는 않다'고 당당하게 진술하기도 하였던 사실, 또한 피고인이나 공소외 1이 한 진술 중에는 당사자 본인이 아니면 알 수 없는 내용으로서 허위로 진술한다고는 도저히 볼 수 없는 것도 적지 않게 포함되어 있는 사실 등을 알 수 있는바, 위와 같은 자백에 이르게 된 경위 및 자백의 동기나 이유 등에 비추어 보면, 그 신빙성을 인정하지 못할 이유가 없을 뿐만 아니라, 기록상 자백 이외의 정황증거 중 자백과 명백히 저촉되거나 모순되는 사항도 나타나지 않고, 오히려 자백 이외에 제1심판결이 명시한 증거들을 기록과 대조하여 살펴보면, 앞서 본 객관적 사실관계를 초과하는 자백 부분의 신빙성은 위 증거들에 의하여 충분히 담보된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⑷ 나아가 기록을 면밀히 검토하여 보아도, 피고인이나 공소외 1의 자백이 고문, 폭행, 협박, 신체구속의 부당한 장기화 또는 기망 기타의 방법으로 임의로 진술한 것이 아니라고 의심할 만한 사정은 전혀 나타나지 않고, 오히려 피고인과 공소외 1은 이 사건이 검찰에 송치된 후 수사를 담당하였던 경찰 관계자들에게 감사의 편지를 보냈는데(공판기록 제550쪽 내지 제553쪽 참조), 거기에는 모녀를 애정 어린 정성으로 보살펴 주어 감사하다는 취지의 피고인과 공소외 1의 인사와 함께, 공소외 1이 경찰관의 별명까지 거론하면서 경찰관들과 농담하면서 지냈던 이야기까지 적고 있을 뿐만 아니라, 위 편지들은 위와 같이 개인적인 내용을 담은 것인 관계로 이 사건 수사기록에 편철되지 않고 법정에도 현출되지 아니하다가, 나중에 위 편지를 간직하고 있던 경찰관들이 원심 법정에 증인으로 소환되어 신문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공개되었던 것이고, 피고인은 원심 재판부의 면전에서 위 편지를 경찰관에게 스스로 보낸 사실을 인정하였던 사실 등을 알 수 있으며, 피고인이 제1심 제1회 공판기일 당시 국선변호인과 접견한 바 없다는 점은 피고인의 일방적인 진술 외에 이를 인정할 만한 자료가 없는바, 사정이 이러하다면, 수사과정이나 제1심 제1회 공판기일에서의 절차상 하자 등을 내세우면서 자백의 신빙성을 문제삼는 원심의 판단은 납득할 수 없고, 도리어 이러한 원심의 태도는 단순한 추측에 의존하여 지나치게 사실을 과장하거나 왜곡한 것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⑸ 그리고 피고인과 공소외 1이 위와 같이 자연스럽게 자백을 하고 공소외 3도 자신이 관련된 객관적 사실관계를 그대로 인정하고 있는 마당에, 수사기관이 그들 사이의 대질신문을 반드시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닐 뿐만 아니라, 공소외 2의 경우에는 수사기관에서 정식 신문이 이루어지지는 않았지만, 피고인과 공소외 1은 이 사건에서 공소외 2가 관련된 부분을 스스로 인정하고 또 공소외 2의 역할은 소개에 그친 것이므로, 수사기관이 공소외 2와 곽영문의 밀접한 관계까지 감안하여 그 부분을 별도로 취급하여 수사하는 점에 대하여 무슨 잘못이 있다고 볼 수 없으며, 이 사건 공소사실에 국가보안법 제5조 제2항 이 규정하는 금품수수 사실이 포함되어 있지 아니한 이상, 피고인이 곽영문으로부터 받은 금전이 간첩활동에 대한 대가로 볼 수 없다는 등의 사정을 내세워 나머지 공소사실에 관한 피고인과 공소외 1의 자백을 믿지 못할 이유도 없는 것이다. 결국 원심이 피고인과 공소외 1의 자백을 믿을 수 없다고 내세운 근거들은 수긍할 수 없는 반면, 앞서 본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보면, 나머지 공소사실에 관한 피고인과 공소외 1의 자백은 그 신빙성이 상당히 있는 것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⑹ 다만, 나머지 공소사실 중 피고인이 "조국통일론"이라는 책을 소지한 점에 대하여 보건대, 표현물에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이적성이 있는지 여부는 표현물의 전체적인 내용뿐만 아니라 그 작성의 동기는 물론 표현행위 자체의 태양 및 외부와의 관련 사항, 표현행위 당시의 정황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결정하여야 함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이 부분 공소사실은 위 "조국통일론"이라는 책의 내용에 남한을 미국의 신식민지로, 북한의 연방제 통일방안을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통일방안으로 각 규정하여 북한이 주장하는 고려연방제 통일방안의 당위성을 찬양·선전·선동하는 내용이 들어있다고 하는데, 경찰대학 공안문제연구소장이 작성한 감정결과 통보(수사기록 제1605쪽 이하)의 내용은 매우 추상적인 분석에 그치고 있는 데다가, 원심은 전문가의 별도 감정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변호인이 제출한 2000. 7. 27.자 감정신청에 대하여 아무런 채부 결정도 하지 않은 채 변론을 종결한 사실을 알 수 있으므로, 이러한 상태에서는 이 부분 공소사실의 유죄 여부를 명백히 판가름할 수 없고,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위 표현물 자체의 이적성 여부에 대하여 더 심리ㆍ판단하였어야 한다.

⑺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앞서 본 이유만으로 피고인과 공소외 1의 각 자백에 신빙성이 없다고 단정하고 나머지 공소사실에 대하여 모두 무죄를 선고하였으니, 거기에는 자백의 신빙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채증법칙에 위배하였거나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아니할 수 없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간첩죄 부분 및 "피안으로 가는 수레들" 책자 소지죄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파기하여 이 부분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고, 나머지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용우(재판장) 서성 배기원 박재윤(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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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서울고등법원 2000.10.24.선고 2000노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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