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가. 국가보안법상의 반국가단체와 북한
나. 신식민지국가독점자본주의론과 학문의 자유
다. 반제반독점민중민주주의혁명론의 이적성
라. 이적성 내용의 원고를 취합, 출판업자에게 넘겨주어 책자로 제작·판매하게 한 행위의 이적표현물 제작·반포죄 해당 여부
마. 반제반독점민중민주주의혁명론 동조행위의 처벌과 사상의 자유
바. 표현물의 이적성 유무의 판단원칙
사. 이적표현물 소지와 이적목적요건의 충족
아 . 학문연구 지식습득을 필요로 하는 사람의 이적표현물 소지와 이적목적의 추정
판결요지
가. 북한이 우리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위협이 되고 있음이 분명한상황에서, 남한과 북한이 국제연합에 다같이 가입하였다거나 "남북 사이의 화해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에 서명날인하였다는 등의 사유가 있다 하여 북한이 국가보안법상의 반국가단체가 아니라고 할 수 없다.
다. 반제반독점민중민주주의혁명론은 적극적으로 한국사회의 정치경제체제를 변혁하여야 한다는 정치적 행동을 주창하는 것이어서 더 이상 학문의 영역에 속한다고는 볼 수 없고, 그 내용이 노동자계급이 주도권을 장악하는 민중연합정부를 수립하고 독점자본 등을 국유화하여야 하며, 이는 사회주의에 이르는 이행기로서 궁극적으로는 사유재산의 폐지와 프롤레타리아 독재를 내용으로 하는 사회주의체제를 이룩하여야 한다는 것이므로, 우리 헌법상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와는 서로 용납되지 아니하고 이를 위협하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표현이어서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고, 비록 이것이 사회주의체제에 이르는 방법에 있어 북한의 주장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하여도 결과에 있어서는 사회주의체제를 건설하여야 한다는 점에서 반국가단체인 북한의 주장과 그 길을 같이 하는 것이어서 북한을 이롭게 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라. 피고인이 다른 사람들과 공동으로 책의 원고를 작성하기로 하여 그 원고를 작성하고 그 내용을 알면서도 이를 취합하여 출판업자에게 넘겨주어 이를 책자로 제작·판매하게 하였다면, 피고인이 실제로 집필한 부분에는 문제되는 부분이 없었고 그 책이 연구소의 공동연구의 소산으로서 그 연구소가 반국가단체나 이적단체로 기소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행위는 구 국가보안법 제7조 제5항 , 제1항 소정의 이적표현물 제작·반포죄에 해당하고 그 책자를 실제로 제작·출판업자만이 제작.반포죄의 직접정범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마. 반제반독점민중민주주의혁명론을 주장하는 내용이 포함된 서류들의 취지에 찬성하는 행위를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 소정의 반국가단체동조죄로 처벌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안전.존립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수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그것이 사상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
바. 어떤 표현물에 이적성이 있는가의 여부는 법원이 경험법칙과 논리법칙에 따라 자유심증에 의하여 판단할 성질의 문제이다.
사. 표현물의 내용이 이적성을 담고 있는 것임을 인식하면서도 소지하였다면 그 행위자에게 이적행위가 될지도 모른다는 미필적 인식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어 구 국가보안법 제7조 제5항 위반죄의 구성요건은 충족되는 것이고, 학문적인 연구 등 이적목적이 없었다고 보여지는 자료가 나타나지 않는 한 초과주관적 위법요소인 목적의 요건은 충족된다.
아. 일반적으로는 이적표현물을 그 이적성을 인식하면서 소지한 경우에는 이적목적이 있었다고 추정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하겠으나, 학문을 하거나 지식습득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그 전공분야에 관련한 서적이나 자료를 소지한 경우에는 거기에 이적성을 담고 있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학문적 연구나 지식습득을 위하여 소지하였다고 추정하거나 이적목적의 추정을 번복하는 것이 옳을 것이지만, 그러한 사람이라도 다른 국가보안법의 위반행위를 하는 등 이적행위를 하는 경우에는 그가 소지하는 이적표현물을 오로지 학문적인 연구를 위하여 소지하였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고, 이와 같은 경우에는 그가 소지하는 이적표현물이 그가 저지른 다른 국가보안법 위반행위와는 상관이 없고 오로지 그가 전공하는 학문에만 관련이 있다거나 그 분야에관한 연구를 위하여 필요한 것이라고 인정되는 경우에만 이적목적이 없었다고 인정되거나 추정받을 수 있다.
참조조문
가. 구 국가보안법(1991.5.31. 법률 제4373호로 개정된 전의 것) 제2조 제1항 나.다.라. 같은법 제7조 제5항 나.다. 헌법 제22조 제1항 라. 형법 제30조 마.바.사.아. 구 국가보안법(1991.5.31. 법률 제4373호로 개정된 전의 것) 제7조 제1항 , 제7조 제5항 마. 헌법 제19조 바. 형사소송법 제308조
참조판례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안영도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변호인의 상고이유를 본다.
제6점에 대하여
북한이 우리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위협이 되고 있음이 분명한 상황에서, 소론과 같이 남한과 북한이 국제연합에 다같이 가입하였다거나 "남북 사이의 화해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에 서명날인하였다는 등의 사유가 있다 하여 북한이 국가보안법상의 반국가단체가 아니라고 할 수 없다 는 것이 당원의 견해이다( 당원 1992.7.24. 선고 92도1148 판결 ; 같은 해 8.14. 선고 92도1211 판결 각 참조).
따라서 반대의 입장에서 주장하는 논지는 이유가 없다.
제1 내지 5점에 대하여
1. 기록에 의하면 원심의 사실인정은 수긍이 가고, 거기에 채증법칙을 어긴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2. 원심이 유지한 제1심판결 적시의 "사회주의의 이론, 역사, 현실"이라는 책은, 단순한 사회주의에 대한 연구를 넘어서서 한국사회를 이른바 신식민지 국가독점자본주의사회로 파악하고 그에 입각하여 반제반독점민중민주주의혁명을 일으킴으로써 한국사회를 변혁하여야 한다는 주장이 담겨진 것인바, 이와 같이 한국사회를 신식민지국가독점자본주의사회로 파악하는 것 자체는 학문적 연구의 결과이므로 비록 그 분석방법이 마르크스주의에 입각한 것이라 하여도 이는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학문의 범주 내에 속하는 것이어서 국가보안법에 저촉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
3. 그러나 위 책에서 주장하고 있는 반제반독점민중민주주의혁명론은 적극적으로 한국사회의 정치경제체제를 변혁하여야 한다는 정치적 행동을 주창하는 것이어서 더 이상 학문의 영역에 속한다고는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 내용이 노동자계급이 주도권(헤게모니)을 장악하는 민중연합정부를 수립하고 독점자본 등을 국유화하여야 하며, 이는 사회주의에 이르는 이행기로서 궁극적으로는 사유재산의 폐지와 프롤레타리아 독재를 내용으로 하는 사회주의 체제를 이룩하여야 한다는 것이므로, 우리 헌법상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와는 서로 용납되지 아니하고 이를 위협하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표현이어서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고, 비록 이것이 사회주의 체제에 이르는 방법에 있어 북한의 주장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하여도 결과에 있어서는 사회주의 체제를 건설하여야 한다는 점에서 반국가단체인 북한의 주장과 그 길을 같이 하는 것이어서 북한을 이롭게 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원심이 확정한 바에 의하면, 피고인은 다른 사람들과 공동으로 위 책의 원고를 작성하기로 하여 그 원고를 작성하고 그 내용을 알면서도 이를 취합하여 출판업자에게 넘겨주어 이를 책자로 제작, 판매하게 하였다는 것인바, 그렇다면 피고인으로서는 위와 같이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한다는 점을 인식하면서도 위의 각 표현물을 제작한 것으로서 그 이적 목적도 있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피고인이 실제로 집필한 부분에는 문제되는 부분이 없었고 위 책이 서울사회과학연구소의 공동연구의 소산으로서 위 연구소가 반국가단체나 이적단체로 기소되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위와 같은 소위는 개정전 국가보안법(1991.5.31. 법률 제437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7조 제5항 , 제1항 소정의 이적표현물 제작, 반포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고, 위 책자를 실제로 제작, 판매한 출판업자만이 제작, 반포죄의 직접정범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4. 그리고 제1심판결이 들고 있는 "연구소 조직개편안"이나 "연구원 면담결과 보고 및 운영위원회 의견서" 등의 서류도 위와 같이 반제반독점민중민주주의혁명론을 주장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피고인이 위 서류들의 취지에 찬성한 것은 반국가단체인 북한의 주장에 동조한 것으로서 개정 전 및 개정 후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 에 해당한다 할 것이다.
그리고 피고인의 위와 같은 행위를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처벌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안전·존립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수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그것이 사상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고, 피고인을 기소한 것이 공소권의 남용이라고 할 수도 없다.
5. 또한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도 검찰 및 제1심에서 위와 같은 행위를 한 사실 자체는 인정하고 있으므로 제1심판결이 그와 같은 피고인의 진술을 유죄의 증거로 들고 있는 것이 잘못이라고 할 수 없고, 어떤 표현물에 이적성이 있는가의 여부는 법원이 경험법칙과 논리법칙에 따라 자유심증에 의하여 판단할 성질의 문제 로서 원심이 유지한 제1심판결도 그러한 취지에 따라 위 "사회주의의 이론, 역사, 현실"이라는 책에 이적성이 있다고 판단한 취지로 보여지므로, 제1심판결이 그에 이적성이 없다는 증인들의 증언 및 감정서를 배척하고 그에 이적성이 있다는 증언 및 감정서를 그 이적성 인정의 증거로 삼은 것이 잘못이라거나 거기에 자유심증의 한계를 벗어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으며, 서울사회과학연구소를 반국가단체 또는 이적단체로 기소하지 아니하였다 하여 그 연구소의 활동에 관한 문서를 유죄의 증거로 쓸 수 없는 것도 아니다.
6. 기록을 살펴보면 피고인이 소지하였다는 "한국 사회의 성격과 노동자 계급의 변혁운동", "노동자계급 문예를 노동자해방투쟁의 무기로", "한국사회와 변혁이론 연구"라는 표현물들도 모두 위와 같은 반제반독점민중민주주의혁명 내지 사회주의혁명을 일으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내용들로서 이적표현물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고, 피고인이 이를 소지하고 있던 것이 학문적인 연구나 오로지 영리추구 또는 호기심에 의한 것이라고 볼만한 자료도 없으므로, 원심이 피고인이 위 표현물들을 소지한 행위는 개정 전 국가보안법 제7조 제5항, 제1항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한 데에 국가보안법상 이적표현물소지죄의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개정 전의 국가보안법 제7조 제5항 위반의 죄는 그 제1항 내지 제4항의 행위를 할 목적이 있어야 하는 것이나, 그 표현물의 내용이 이적성을 담고 있는 것임을 인식하면서도 소지하였다면 그 행위자에게 이적행위가 될지도 모른다는 미필적 인식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어 위 조항의 구성요건은 충족되는 것이고, 학문적인 연구 등 이적목적이 없었다고 보여지는 자료가 나타나지 않는 한 초과주관적 위법요소인 목적의 요건은 충족된다 는 것이 당원의 견해이다( 당원 1992.3.31. 선고 90도2033 판결 참조).
그러므로 일반적으로는 이적표현물을 그 이적성을 인식하면서 소지한 경우에는 이적목적이 있었다고 추정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하겠으나, 학문을 하거나 지식습득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그 전공분야에 관련한 서적이나 자료를 소지한 경우에는 거기에 이적성을 담고 있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학문적 연구나 지식습득을 위하여 소지하였다고 추정하거나 이적목적의 추정을 번복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런데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제학박사과정을 이수 중에 있는 사람이기는 하나, 피고인이 소지하였다는 위의 이적표현물이 그가 저지른 이 사건의 다른 국가보안법위반 사실과는 상관이 없고 피고인이 전공하는 학문에만 관련이 있다거나 그 분야에 관한 연구를 위한 필요에서 소지한 것이라고 보이지 아니하므로, 피고인에게 이적목적이 없었다고 인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