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가. 대한민국내의 미국문화원에서 범죄행위를 한 자에 대한 대한민국의 재판권유무
나. 국가보안법 제7조 제5항 위반죄의 내용과 학문의 자유
다. 국가보안법 제7조 제5항 위반죄의 고의의 내용
판결요지
가. 국제협정이나 관행에 의하여 대한민국내에 있는 미국문화원이 치외법권지역이고 그 곳을 미국영토의 연장으로 본다 하더라도 그 곳에서 죄를 범한 대한민국 국민에 대하여 우리 법원에 먼저 공소가 제기되고 미국이 자국의 재판권을 주장하지 않고 있는 이상 속인주의를 함께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재판권은 동인들에게도 당연히 미친다 할 것이며 미국문화원측이 동인들에 대한 처벌을 바라지 않았다고 하여 그 재판권이 배제되는 것도 아니다.
나. 국가보안법 제7조 제5항 위반의 죄는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 고무 또는 이에 동조하거나 기타의 방법으로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하는 행위를 할 목적으로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하게 하는 내용의 문서, 도서 기타의 표현물을 제작, 수입, 복사, 소지, 운반, 반포, 판매 또는 취득함으로써 성립되고 헌법상 학문의 자유도 진리의 탐구를 순수한 목적으로 하는 경우에 한하여 법률상의 보호를 받는 것이므로 반국가단체들을 이롭게 할 목적으로 공산주의의 혁명이론 및 전술에 관한 내용을 담은 서적을 소지하고 있었다면 그것은 학문의 자유의 한계를 넘은 것이라 할 것이며 또 소지하고 있는 책자가 이미 국내에서 간행된 서적들에 발췌, 소개되었다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곧 그 적법성이 용인되는 것도 아닐 뿐만 아니라 그 서적등 표현물은 그 내용이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하는 것이면 족하고 처음부터 그러한 목적으로 저작되었거나 번역, 복사된 것임을 요하는 것이 아니다.
다.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 소정의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하는 행위”는 그 행위의 내용이 객관적으로 반국가단체의 이익이 될 수 있고 그 행위가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하는 것을 인식하거나 또는 그 이익이 될 수도 있다는 미필적 인식이 있으면 되는 것이고 그 행위자에게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하려는 목적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다.
참조조문
가. 형법 제3조 나. 국가보안법 제7조 제5항 , 헌법 제21조 다.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
참조판례
피 고 인
피고인 1 외 1인
상 고 인
피고인들
변 호 인
변호사 이돈명, 조준희, 황인철, 박원서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후의 구금일수중 90일을 각 본형에 산입한다.
이유
1. 피고인들의 변호인 박원서의 상고이유 제1점을 본다.
따라서 설사 논지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국제협정이나 관행에 의하여 서울에 있는 미국문화원이 치외법권지역이고 그곳을 미국영토의 연장으로 본다 하더라도 그곳에서 죄를 범한 피고인들에 대하여 우리 법원에 먼저 공소가 제기되고 미국이 자국의 재판권을 지금까지도 주장하지 않고 있는 바에야 속인주의를 함께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재판권은 피고인들에게도 당연히 미친다 할 것이다. 또 미국문화원측이 피고인들에 대한 처벌을 바라지 않았다고 하여 그 재판권이 배제되는 것도 아니다. 논지는 이유없다.
2. 피고인 1의 상고이유 제1점을 본다.
형법 제20조 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는 처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바, 그 뜻은 어떤 행위가 형식적으로는 범죄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보는 경우에도 국법질서를 바탕으로 한 국민일반의 건전한 도덕감정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것이면 이를 정당한 행위로 보아 처벌하지 아니한다는 것이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같은 피고인의 이 사건 미국문화원의 점거농성에 즈음한 판시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및 폭력행위등처벌에 관한 법률위반의 각 범죄사실을 적법히 인정한 다음 그것이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한 행위라는 피고인의 주장에 관하여 피고인의 행위를 그 목적과 수단방법, 보호이익과 침해이익의 형평, 그 행위외에는 다른 수단을 사용할 수 없었는가의 점에 관한 보충성 및 긴급성의 측면에서 여러모로 분석한 결과에 따라 그것이 국법질서를 바탕으로 한 국민일반의 건전한 도덕감정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취지로 판시하고 피고인들의 주장을 배척하고 있다.
논지는 필경 같은 피고인이 이해하고 있는 사상이나 역사의 발전과정에 이에 터잡은 우리나라 현대사의 인식 및 우리나라와 미국과의 역사적인 관계 등에 빗대어 원심판결을 비난하는 것에 불과하다.
결국 기록에 비추어 원심의 판단은 수긍이 가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형법 제20조 의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할 수 없다. 나아가 같은 피고인이 논지와 같은 상황의 인식하에 그에 어긋나는 실정법만에 얽매여 재판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들은 결국 같은 피고인의 행위가 사회상규에 반하지 아니하는 정당한 행위임을 내세우고자 함에 불과하므로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법관은 구체적인 사건을 재판함에 있어서 법을 해석하고 적용할 권능은 있을지언정 어떤 사상이나 이념에 얽매여 그 법을 부인할 수는 없는 것이다.
3. 피고인 1과 그의 변호인 박원서의 각 상고이유 제2점 및 변호인 이돈명, 황인철, 조준희의 상고이유를 함께 본다.
가. 국가보안법 제7조 제5항 위반의 죄는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 고무 또는 이에 동조하거나 기타의 방법으로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하는 행위를 할 목적으로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하는 내용의 문서, 도서 기타의 표현물을 제작, 수입, 복사, 소지, 운반, 반포, 판매 또는 취득하므로써 성립되고 헌법상 학문의 자유도 진리의 탐구를 순수한 목적으로 하는 경우에 한하여 법률상의 보호를 받는 것이므로 반국가단체들을 이롭게 할 목적으로 공산주의의 혁명이론 및 전술에 관한 내용을 담은 서적을 소지하고 있었다면 그것은 학문의 자유의 한계를 넘은 것이라 할 것이며 또 소지하고 있는 책자가 이미 국내에서 간행된 서적들에 발췌 소개되었다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곧 그 적법성이 용인되는 것도 아닐 뿐만 아니라 그 서적등 표현물은 그 내용이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하는 것이면 족하고 처음부터 그러한 목적으로 저작되었거나 번역, 복사된 것임을 요하는 것이 아니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같은 피고인이 판시 스탈린이 저술한 “레닌주의의 기초에 관하여”라는 논문중에서 발췌하여 복사, 소지한 것에는 제국주의의 3대 모순과 프로레타리아 혁명의 필연성, 프로레타리아 혁명투쟁에 있어서 동맹군으로서의 농민의 위치, 단계적인 적화전략과 전술계획 등이 담겨져 있고, 이들은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하는 내용들인데도 같은 피고인이 이를 중점적으로 탐독한 것은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할 목적이 있었다고 판시하고 있다.
논지가 주장하는 이적의 목적에 대한 엄격한 증명도 객관적으로 나타난 사실들에 의하여 인정할 수 밖에 없는 것이므로 기록에 비추어 원심의 조치는 수긍이 가고 거기에 증거없이 사실을 인정한 허물이 있다 할 수 없다.
그리고 피고인이 대학교 4학년에 재학중이라고 하여 이 사건 복사물을 순수한 학문의 목적으로만 소지하였다고 할 수 없고, 위 논문이 이미 국내에서 간행된 다른 서적에 발췌 인용되어 있었다 하더라도 이 사건 범죄의 성립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
나.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 위반의 점에 관하여,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 에서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하는 행위”는 그 행위의 내용이 객관적으로 반국가단체의 이익이 될 수 있고 그 행위가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하는 것을 인식하거나 또는 그 이익이 될 수도 있다는 미필적 인식이 있으면 되는 것이고 그 행위자에게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하려는 목적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판시의 벽보 또는 유인물의 내용이 대부분 공지에 속하는 북한의 상투적인 선전과 일치하고 위 피고인이 대학생으로서 높은 지식수준에 있음에 비추어 피고인의 판시행위가 통일론에 관한 북한의 선전활동에 동조하고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하거나 이롭게 할 것이라는 확정적 또는 미필적 인식이 있었다고 판시하고 있다.
그리고 논지가 지적하는 바와 같이 비록 같은 피고인이 서울대학교 총학생회 부회장으로 출마하여 그 선거운동의 일환으로 위 벽보나 유인물을 제작하고 그 벽보들을 교내에서만 계시하였다 하더라도 이 사건 범죄의 구성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 하겠다.
결국 원심의 조치는 정당하고 거기에 논지가 지적하는 바와 같은 법리오해나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한 잘못이 없다. 논지는 모두 이유없다.
4. 피고인 2가 제출한 상고이유서의 기재에 의하면, 피고인이 내세우는 사유들이 형사소송법상 적법한 상고이유로 삼을 것이 되지 못하므로 다만 같은 피고인들의 변호사 박원서의 재판권존부에 관한 상고이유를 앞에서 판단한 것으로 그친다.
5.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후의 구금일수중 일부를 본형에 산입하기로 관여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