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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9. 7. 15. 선고 95도2870 전원합의체 판결
[건축법위반][집47(2)형,303;공1999.8.15.(88),1696]
판시사항

구 건축법 제57조의 양벌규정이 위반행위의 이익귀속주체인 업무주에 대한 처벌규정임과 동시에 행위자의 처벌규정인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다수의견] 구 건축법(1991. 5. 31. 법률 제4381호로 전문 개정되기 전의 것) 제54조 내지 제56조의 벌칙규정에서 그 적용대상자를 건축주, 공사감리자, 공사시공자 등 일정한 업무주(업무주)로 한정한 경우에 있어서, 같은 법 제57조의 양벌규정은 업무주가 아니면서 당해 업무를 실제로 집행하는 자가 있는 때에 위 벌칙규정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그 적용대상자를 당해 업무를 실제로 집행하는 자에게까지 확장함으로써 그러한 자가 당해 업무집행과 관련하여 위 벌칙규정의 위반행위를 한 경우 위 양벌규정에 의하여 처벌할 수 있도록 한 행위자의 처벌규정임과 동시에 그 위반행위의 이익귀속주체인 업무주에 대한 처벌규정이라고 할 것이다.

[보충의견] 대법원이 종래 양벌규정에 의하여 업무주 등이 아닌 행위자도 벌칙규정의 적용대상이 된다고 해석하여 온 구 건설업법(1995. 12. 30. 법률 제513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등의 벌칙규정의 경우에는 선행하는 의무규정 또는 금지규정에서 적용대상자를 업무주 등으로 한정하고 그 의무규정 등의 위반행위를 처벌하는 벌칙규정에서는 그 적용대상자를 별도로 한정하지 아니한 것과는 달리, 구 건축법에는 위와 같은 형식의 벌칙규정(제55조 제3호) 외에도, 의무규정 또는 금지규정에서는 적용대상자를 한정하지 아니하고 그 의무규정 등의 위반행위를 처벌하는 벌칙규정에서 비로소 적용대상자를 업무주 등으로 한정하고 있는 경우(제54조, 제55조 제1호, 제2호, 제4호 등)가 있으나, 선행의 의무규정 또는 금지규정에서 그 적용대상자를 업무주 등으로 한정한 경우에는 벌칙규정에서 다시 처벌대상자를 한정하지 않더라도 위반행위에 관한 처벌대상자는 업무주 등으로 한정됨이 명백하므로 이를 다시 벌칙규정에서 한정하지 아니한 것일 뿐이고, 한편 선행의 의무규정 또는 금지규정에서 적용대상자를 한정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 위반행위에 관한 처벌대상자를 업무주 등으로 한정하기 위하여 벌칙에서 이를 규정한 것이라 할 것인데, 그러한 차이는 입법기술적인 면에서 비롯된 규정형식상의 차이에 불과할 뿐이며, 어느 경우든 의무규정 또는 금지규정의 위반행위에 관한 벌칙규정의 적용대상자가 업무주 등으로 한정된다는 점에 있어서는 실질적인 차이가 없으므로 각각의 경우에 있어서 동일 형식의 벌칙규정에 대한 양벌규정의 의미가 달라진다고 볼 수 없고, 이와 같이 적용대상자가 업무주 등으로 한정된 벌칙규정임에도 불구하고 양벌규정에서 '행위자를 벌'한다고 규정한 입법 취지는 위의 어느 경우든 업무주를 대신하여 실제로 업무를 집행하는 자임에도 불구하고 벌칙규정의 적용대상자로 규정되어 있지 아니하여 벌칙규정만으로는 처벌할 수 없는 위반행위자를 양벌규정에 의하여 처벌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벌칙규정의 실효성을 확보하는 데에 있음이 분명하다.

[반대의견] 대법원이 종래 양벌규정에 의하여 업무주 등이 아닌 행위자도 벌칙규정의 적용대상이 된다고 해석하여 온 구 건설업법(1995. 12. 30. 법률 제513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등의 양벌규정은 모두 그 벌칙 본조에서 그에 선행하는 의무규정 또는 금지규정과 별도로 처벌대상자의 범위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지 아니한데 비하여, 구 건축법 제57조의 양벌규정은 그 벌칙 본조인 같은 법 제54조 내지 제56조에서 그에 선행하는 의무규정 또는 금지규정상 이미 그 적용대상자의 범위가 건축주 등으로 제한되어 있는 같은 법 제7조의2와 제7조의3 및 제29조 위반행위에 대하여는 처벌대상자에 관하여 별도로 규정함이 없이 단지 그 각 조에 위반한 자를 처벌한다고 규정하면서도(제55조 제3호) 그 의무규정 또는 금지규정에서 적용대상자의 범위를 명시적으로 제한하고 있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 벌칙 본조 자체에서 명시적으로 처벌대상자를 건축주, 설계자, 공사감리자 또는 공사시공자로 한정함으로써 다른 법률에 있어서의 벌칙 본조와는 규정 내용을 명백히 달리하고 있으므로(제55조 제4호), 다른 법률의 양벌규정을 행위자 처벌규정이라고 해석하여 왔다고 하여 위와 같이 벌칙 본조의 내용을 달리하고 있는 구 건축법의 양벌규정의 해석을 그와 같이 하여야 할 이유가 없는 점, 환경범죄의처벌에관한특별조치법 제5조법무사법 제76조의 양벌규정은 구 건축법의 양벌규정과 유형을 같이 하고 있지만, 행위자의 처벌은 모두 벌칙 본조에 의하고 위 양벌규정이 그 처벌 근거가 될 수 없음이 규정상 명백하므로 구 건축법의 양벌규정이 다른 법률의 양벌규정과 그 유형을 같이 하고 있다고 하여 벌칙 본조와 관계없이 행위자 처벌의 근거가 된다고 해석할 수 없는 점, 구 건축법의 양벌규정에서처럼 단지 그 소정의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라고만 규정하여 그 규정에서 행위자 처벌을 새로이 정한 것인지 여부가 명확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형사처벌의 근거 규정이 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배치되는 온당치 못한 해석이라는 점, 종래 대법원판례가 구 건축법의 양벌규정이 행위자 처벌의 근거 규정이 될 수 없다고 일관되게 해석하여 옴으로써 국민의 법의식상 그러한 해석이 사실상 구속력이 있는 법률해석으로 자리잡게 되었다고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다른 법률의 양벌규정과 해석을 같이 하려는 취지에서 국민에게 불이익한 방향으로 그 해석을 변경하고 그에 따라 종전 대법원판례들을 소급적으로 변경하려는 것은 형사법에서 국민에게 법적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소급입법 금지의 원칙을 선언하고 있는 헌법의 정신과도 상용될 수 없는 점 등에 비추어 구 건축법의 양벌규정 자체가 행위자 처벌의 근거 규정이 될 수는 없다.

피고인

피고인 1 외 3인

상고인

검사 및 피고인

변호인

변호사 박신일 외 3인

주문

피고인 피고인 2, 피고인 3, 피고인 4의 각 상고와 검사의 피고인 피고인 1에 대한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1. 피고인 피고인 2, 피고인 3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구 건축법(1991. 5. 31. 법률 제4381호로 개정되어 1992. 6. 1. 시행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54조 내지 제56조의 벌칙규정에서 그 적용대상자를 건축주, 공사감리자, 공사시공자 등 일정한 업무주(업무주)로 한정한 경우에 있어서, 같은 법 제57조의 양벌규정은 업무주가 아니면서 당해 업무를 실제로 집행하는 자가 있는 때에 위 벌칙규정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그 적용대상자를 당해 업무를 실제로 집행하는 자에게까지 확장함으로써 그러한 자가 당해 업무집행과 관련하여 위 벌칙규정의 위반행위를 한 경우 위 양벌규정에 의하여 처벌할 수 있도록 한 행위자의 처벌규정임과 동시에 그 위반행위의 이익귀속주체인 업무주에 대한 처벌규정이라고 할 것이다 .

이와 일부 달리 구 건축법 제57조의 양벌규정은 행위자 처벌규정이라고 해석할 수 없는 것이므로 위 규정을 근거로 실제의 행위자를 처벌할 수 없다고 한 대법원 1990. 10. 12. 선고 90도1219 판결, 1992. 7. 28. 선고 92도1163 판결 및 1993. 2. 9. 선고 92도3207 판결의 견해는 이와 저촉되는 한도에서 변경하기로 한다.

나. 원심판결과 원심이 채택한 증거를 위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이 사건 아파트 공사는 부산광역시 도시개발공사가 발주하고 공소외 주식회사가 시공하였던 사실 및 위 회사 소속 건축기사인 피고인 피고인 2이 위 회사의 대표이사인 피고인 피고인 1의 포괄적 위임에 따라 위 아파트 공사의 현장소장 겸 현장대리인으로서 자신의 책임하에 위 아파트 공사의 시공 전반을 지휘·감독하면서 위 발주자측 현장감독인인 피고인 피고인 3과 공모하여 원심 판시와 같이 위 아파트의 지하주차장 시공의 순서와 방법을 그르치고, 그것이 원인이 되어 위 아파트가 기울어짐으로써 안전한 구조를 가지지 못하게 된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건축물 구조의 안전확인의무를 위배하였다는 이유로 구 건축법 제57조, 제55조 제4호, 제10조, 형법 제30조 등을 적용하여 위 피고인들을 건축법위반의 공범으로 다스린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지적하는 것과 같은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이나 구 건축법 제55조 제4호가 규정한 벌칙의 적용대상자, 신분범의 공범 등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이 점 상고이유는 받아들일 수 없다.

2. 피고인 피고인 4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구 건축법건축사법(1994. 12. 31. 법률 제501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등 관계 법령을 종합하여 보면, 구 건축법상의 공사감리자는 건축물이 구 건축법 제10조 소정의 안전한 구조를 가지도록 그 시공을 확인·지도할 의무가 있고, 공사감리자가 고의로 그 의무에 위반하였을 때에는 같은 법 제55조 제4호에 의한 처벌의 대상이 된다고 할 것이다.

원심이 같은 취지에서, 이 사건 아파트의 공사감리자인 피고인 피고인 4이 위 아파트 및 지하주차장 건축공사에 관하여 원심 판시와 같이 부실한 감리를 한 사실을 적법하게 인정한 다음, 위 피고인을 구 건축법 제55조 제4호, 제10조의 위반죄로 처단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지적하는 바와 같은 위 법률조항의 적용대상, 죄형법정주의 등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이 점 상고이유도 받아들일 수 없다.

3. 검사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원심은 피고인 피고인 1가 이 사건 아파트의 공사시공자인 남도개발 주식회사의 대표이사로서 그 건축공사를 철저하게 감독하지 아니한 일반적, 추상적 지휘·감독상의 과실은 있을지언정, 직접 이 사건 범행을 지시하였다거나 또는 이를 알면서 묵인 내지 방치한 사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취지에서, 위 피고인에게 이 사건 건축법위반의 죄책을 지울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의 이유 중에는 다소 적절하지 않은 점이 없지 아니하나, 위 판단은 대법원의 견해에 부합하는 것으로서 정당하고( 대법원 1996. 4. 9. 선고 96도263 판결 참조 ), 거기에 지적하는 바와 같은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상고이유는 받아들일 수 없다.

4. 결 론

그러므로 피고인 피고인 2, 피고인 3, 피고인 4의 각 상고와 검사의 피고인 피고인 1에 대한 상고는 모두 이유가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는바 위 판결에는 제1항의 판례변경 부분의 판단에 관하여 대법관 정귀호, 대법관 신성택, 대법관 이용훈, 대법관 조무제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대법관들의 의견이 일치되었으며, 대법관 박준서, 대법관 이돈희의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이 있다.

5. 대법관 박준서, 대법관 이돈희의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은 다음과 같다.

구 건축법의 양벌규정인 제57조는 "법인의 대표자 또는 법인이나 자연인의 대리인, 사용인 기타 종업원이 그 법인 또는 자연인의 업무에 관하여 제54조 내지 제56조의 규정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였을 때에는 그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그 법인 또는 자연인에 대하여도 각 본조의 벌금형을 과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구 건축법 이외의 법률의 벌칙규정의 경우에는 선행하는 의무규정 또는 금지규정에서 적용대상자를 업무주 등으로 한정하고 그 의무규정 등의 위반행위를 처벌하는 벌칙규정에서는 그 적용대상자를 별도로 한정하지 아니한 것과는 달리, 구 건축법에는 위와 같은 형식의 벌칙규정(제55조 제3호) 외에도, 의무규정 또는 금지규정에서는 적용대상자를 한정하지 아니하고 그 의무규정 등의 위반행위를 처벌하는 벌칙규정에서 비로소 적용대상자를 업무주 등으로 한정하고 있는 경우(제54조, 제55조 제1호, 제2호, 제4호 등)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차이가 유독 구 건축법 제57조의 양벌규정만 다르게 해석하여야 할 근거로 된다고 볼 수 없다 .

왜냐하면 선행의 의무규정 또는 금지규정에서 그 적용대상자를 업무주 등으로 한정한 경우에는 벌칙규정에서 다시 처벌대상자를 한정하지 않더라도 위반행위에 관한 처벌대상자는 업무주 등으로 한정됨이 명백하므로 이를 다시 벌칙규정에서 한정하지 아니한 것일 뿐이고, 한편 선행의 의무규정 또는 금지규정에서 적용대상자를 한정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 위반행위에 관한 처벌대상자를 업무주 등으로 한정하기 위하여 벌칙에서 이를 규정한 것이라 할 것인데, 그러한 차이는 입법기술적인 면에서 비롯된 규정형식상의 차이에 불과할 뿐이며, 어느 경우든 의무규정 또는 금지규정의 위반행위에 관한 벌칙규정의 적용대상자가 업무주 등으로 한정된다는 점에 있어서는 실질적인 차이가 없으므로 각각의 경우에 있어서 동일 형식의 벌칙규정에 대한 양벌규정의 의미가 달라진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적용대상자가 업무주 등으로 한정된 벌칙규정임에도 불구하고 양벌규정에서 '행위자를 벌'한다고 규정한 입법 취지는, 위의 어느 경우든, 업무주를 대신하여 실제로 업무를 집행하는 자임에도 불구하고 벌칙규정의 적용대상자로 규정되어 있지 아니하여 벌칙규정만으로는 처벌할 수 없는 위반행위자를 양벌규정에 의하여 처벌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벌칙규정의 실효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데에 있음이 분명하다 할 것이다.

또한 위 판결들에서 판시한 다른 법률의 양벌규정은 업무주를 대신하는 행위자를 처벌하는 규정으로 해석하면서도 건축법에서만 달리 해석하는 것은 법령해석의 통일에 어긋날 뿐 아니라 업무주인 법인의 대표이사 등은 건축에 관여하지 않고, 상무나 전무 등의 임원이 실제로 주도자가 되어 불법 건축한 경우에는 아무도 처벌할 수 없는 극히 불합리한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구 건축법의 양벌규정의 문언 및 입법 취지와 의무규정 또는 금지규정, 벌칙규정 등의 내용을 서로 관련지어 보면, 벌칙규정의 적용대상자가 업무주 등으로 한정된 경우에 있어서 양벌규정은 업무주 이외에도 행위자의 처벌규정이라고 해석하는 데에 무리가 없고, 그 의미·내용이 불명확한 것도 아니므로 이러한 해석이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배치된다고 할 수 없다. 반대의견은 구 건축법의 양벌규정에 의하여 행위자를 처벌하려면 그 문언을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 제260조의 양벌규정과 같이 "행위자를 해당 각 조의 형에 처하는 외에"라고 개정하여야 할 것이라고 하나, 위와 같은 양벌규정의 문언은 기존의 양벌규정의 문언보다 행위자 처벌의 뜻을 더욱 확실히 나타내는 것이므로 입법기술상으로는 진일보한 것이라고 평가할 만한 것이기는 하지만, 그와 같이 더욱 확실하게 표시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기존의 양벌규정을 행위자의 처벌규정으로 해석할 수 없는 것은 아니라 할 것이다.

그리고 형사처벌의 근거가 되는 것은 법률이지 판례가 아니고, 구 건축법 제57조에 관한 판례의 변경은 그 법률조항의 내용을 확인하는 것에 지나지 아니하여 이로써 위 법률조항 자체가 변경된 것이라고 볼 수는 없으므로, 행위 당시의 판례에 의하면 처벌대상이 되지 아니하는 것으로 해석되었던 행위를 판례의 변경에 따라 확인된 내용의 위 법률조항에 근거하여 처벌한다고 하여 그것이 형벌불소급의 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는 없다 할 것이다.

6. 구 건축법 제57조 소정의 양벌규정의 성격에 관한 대법관 정귀호, 대법관 신성택, 대법관 이용훈, 대법관 조무제의 반대의견은 다음과 같다.

다수의견은 구 건축법 제57조의 양벌규정도 다수의견이 들고 있는 구 건설업법 등 다른 법률의 양벌규정과 내용상 사소한 차이가 있을 뿐이라는 이유를 들어 위와 같은 다른 법률의 양벌규정에서와 마찬가지로 구 건축법의 양벌규정 자체가 행위자 처벌의 근거 규정이 된다고 해석함으로써 이와 달리 해석하여 왔던 대법원 1990. 10. 12. 선고 90도1219 판결의 다수의견이 들고 있는 종전의 대법원판례들을 소급적으로 변경하고자 하는 것이나, 이러한 다수의견에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찬성할 수 없다.

첫째, 다수의견이 들고 있는 다른 법률의 양벌규정은 모두 그 벌칙 본조에서 그에 선행하는 의무규정 또는 금지규정과 별도로 처벌대상자의 범위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지 아니한데 비하여, 구 건축법 제57조의 양벌규정은 그 벌칙 본조인 같은 법 제54조 내지 제56조에서 그에 선행하는 의무규정 또는 금지규정상 이미 그 적용대상자의 범위가 건축주 등으로 제한되어 있는 같은 법 제7조의2와 제7조의3 및 제29조 위반행위에 대하여는 처벌대상자에 관하여 별도로 규정함이 없이 단지 그 각 조에 위반한 자를 처벌한다고 규정하면서도(제55조 제3호) 그 의무규정 또는 금지규정에서 적용대상자의 범위를 명시적으로 제한하고 있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 벌칙 본조 자체에서 명시적으로 처벌대상자를 건축주, 설계자, 공사감리자 또는 공사시공자로 한정함으로써 다른 법률에 있어서의 벌칙 본조와는 규정 내용을 명백히 달리하고 있다(구 건축법 제55조 제4호). 따라서 다른 법률의 양벌규정을 행위자 처벌규정이라고 해석하여 왔다고 하여 위와 같이 벌칙 본조의 내용을 달리하고 있는 구 건축법의 양벌규정의 해석을 그와 같이 하여야 할 이유가 없다 .

둘째, 환경범죄의처벌에관한특별조치법 제5조의 양벌규정은 "법인의 대표자 또는 법인이나 개인의 대리인·사용인 기타 종업원이 그 법인 또는 개인의 업무에 관하여 제2조 또는 제3조의 위반행위를 한 때에는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그 법인 또는 개인에 대하여도 각 해당 조의 벌금형을 과한다."고 규정하여 구 건축법의 양벌규정과 유형을 같이 하고 있다. 그런데 그 벌칙 본조 중 제2조는 소정의 오염물질을 관계 법령에 위반하여 배출·누출·유출 또는 매립하거나 버리는 등의 행위를 함으로써 공중의 생명 또는 신체에 위험을 발생시키거나 상수원오염을 초래하여 공중의 식수사용에 위험을 발생케 한 자를 그 소정의 형에 처하는 것으로 규정하는 한편(제1항) 그와 같은 오염물질의 부정배출 행위에 의하여 사람을 사상케 하거나 농업 등의 산업이나 생태계 또는 수자원에 소정 규모 이상의 오염 등의 결과를 초래한 경우에는 가중 처벌을 하는 것으로 규정하고(제2, 3항), 제3조도 업무상 과실로 위와 같은 죄를 범한 자를 처벌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을 뿐(제1, 2항) 그 처벌대상자의 범위를 제한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위 각 벌칙 본조 소정의 환경범죄를 저지른 행위자에 대한 처벌은 모두 위 각 벌칙 본조를 그 근거로 하고 있음이 분명하고, 위와 같은 양벌규정이 그 처벌의 근거 규정이 된다고 해석할 여지는 전혀 없다. 또한 법무사법 제72조는 법무사가 등록증을 다른 사람에게 대여한 행위를, 같은 법 제73조는 법무사가 그 업무범위를 초과하여 다른 사람의 소송 기타 쟁의행위에 관여하거나 사건의 알선을 업으로 하는 자를 이용하거나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사건을 유치하는 행위를, 같은 법 제75조는 법무사가 정당한 사유 없이 업무에 관한 위임을 거부하거나 당사자 일방의 위임을 받아 취급한 사건에 관하여 상대방을 위하여 서류를 작성하는 행위를 각각 처벌하는 규정인데, 이러한 규정을 벌칙 본조로 한 양벌규정인 같은 법 제76조 역시 "법무사합동법인의 구성원 또는 구성원이 아닌 소속 법무사가 법인의 업무에 관하여 제72조·제73조 또는 제75조의 위반행위를 한 때에는 그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법무사합동법인에 대하여도 각 해당 조의 벌금형을 과한다."고 규정하여 구 건축법의 위 양벌규정과 유형을 같이 하고 있지만, 행위자인 법무사의 처벌은 모두 벌칙 본조에 의하고 위와 같은 양벌규정이 그 처벌 근거가 될 수 없음은 규정상 명백하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보더라도 구 건축법의 양벌규정이 다수의견이 들고 있는 다른 법률의 양벌규정과 그 유형을 같이 하고 있다고 하여 벌칙 본조와 관계없이 행위자 처벌의 근거가 된다고 해석할 수는 없는 일이다 .

셋째, 형사법의 대원칙인 죄형법정주의는 범죄와 형벌은 법률로 정하게 하고 그러한 법률이 없으면 형벌을 부과할 수 없게 함으로써 국민의 법적 안정성을 보호하고 국민에게 예측가능성을 보장하여 국가 형벌권의 자의적 행사로부터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려는 법치국가적 형법의 기본원칙으로서 그 내용의 하나인 명확성의 원칙은 형벌법규의 해석은 가능한 한 엄격하게 하여야 한다는 법률해석의 원리라고도 할 수 있는데, 구 건축법의 양벌규정에서처럼 단지 그 소정의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라고만 규정하여 그 규정에서 행위자 처벌을 새로이 정한 것인지 여부가 명확하지 않은 위와 같은 규정을 들어 형사처벌의 근거 규정이 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배치되는 온당치 못한 해석이라고 할 것이다 .

넷째, 우리 법제와 같은 성문법주의 아래서는 최고법원의 판례라고 하더라도 이것이 바로 법원(법원)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실제의 법률생활에 있어서는 특히 최고법원 판례의 경우 사실상 구속력을 가지고 국민에 대하여 그 행동의 지침을 부여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한편 당해 사건을 최종적인 판단에 의하여 해결하는 기능뿐만 아니라 법령해석의 통일이라는 제도적 기능도 아울러 가지고 있음을 고려할 때, 종래 대법원 1990. 10. 12. 선고 90도1219 판결 등 다수의견이 변경하고자 하는 대법원판례가 구 건축법의 양벌규정이 행위자 처벌의 근거 규정이 될 수 없다고 일관되게 해석하여 옴으로써 국민의 법의식상 그러한 해석이 사실상 구속력이 있는 법률해석으로 자리잡게 되었다고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다른 법률의 양벌규정과 해석을 같이 하려는 취지에서 국민에게 불이익한 방향으로 그 해석을 변경하고 그에 따라 위와 같은 대법원판례들을 소급적으로 변경하려는 것은 형사법에서 국민에게 법적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소급입법 금지의 원칙을 선언하고 있는 헌법의 정신과도 상용될 수 없는 것이다 .

따라서 위와 같은 양벌규정에 근거하여 행위자를 처벌하려고 한다면,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 제260조의 "회사(…)의 임원이나 구성원이 그 업무에 관하여 이 장(장, 벌칙을 정한 같은 법 제16장을 가리킴)에서 정하는 죄를 범한 때에는 당해 회사 등이 한 것으로 보아, 그 행위자를 해당 각 조의 형에 처하는 외에 당해 회사 등에 대하여도 해당 각 조의 벌금형에 처한다."라는 규정과 같이 행위자의 처벌규정이라고 해석할 수 있도록 법률개정을 통하여 그 문언이 변경된 경우에 한하여 가능하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내용이 명확하지 아니한 구 건축법의 양벌규정을 행위자 처벌의 근거 규정이라고 해석하기 위하여 종래 일관되게 유지되어 온 판례들을 변경하려고 하는 것은 법기능적 해석방법으로는 옳을는지 몰라도 국민의 법적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훼손하여 판례만 바꾸면 언제라도 국민에 대한 형벌권행사가 가능하다고 생각케 함으로써 국민의 자유와 권리의 보장이라는 더 큰 가치를 잃게 되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도 구 건축법의 양벌규정을 근거로 피고인 피고인 2과 피고인 3을 처벌하여서는 안된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장 윤관(재판장) 대법관 정귀호 박준서 이돈희(주심) 김형선 지창권 신성택 이용훈 이임수 송진훈 서성 조무제 변재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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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부산지방법원 1995.11.3.선고 95노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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