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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2. 5. 12. 선고 91다23707 판결
[손해배상(기)][공1992.7.1.(923),1831]
판시사항

가. 의사의 진료상 과실 유무의 판단기준

나. 분만중 태아가 뇌손상을 입고 두개강내출혈이 생겨 뇌성마비가 발생한경우에 있어 출산을 담당한 의사에게 아두골반불균형상태 등의 가능성을 의심할 수 있는데도 그 대비를 하지 아니한 채 뒤늦게 흡인분만의 방법을 무리하게 계속하여 태아를 만출시킨 의료상의 과실이 있다고 한 사례

다. 위 '나'항의 경우에 있어 제대권락현상이 뇌손상에 기여한 바 있다고하여도 원심이 의사의 과실에 의한 기여도를 제대권락현상의 기여도와 같은 50%로 본 것은 위법하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가. 의사는 진료를 행함에 있어 환자의 상황과 당시의 의료수준 그리고 자기의 지식경험에 따라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진료방법을 선택할 상당한 범위의 재량을 가진다고 할 것이고, 그것이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난 것이 아닌 한 진료의 결과를 놓고 그중 어느 하나만이 정당하고 이와 다른 조치를 취한 것은 과실이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나. 분만중 태아가 뇌손상을 입고 두개강내출혈이 생겨 뇌성마비가 발생한 경우에 있어 출산을 담당한 의사에게, 통상의 주의력을 가진 산부인과 의사라면 아두골반불균형상태 또는 경계아두골반불균형상태의 가능성이 있음을 의심할 수 있다고 보이는데도 이러한 가능성을 전혀 예상하지 아니하여 이에 대한 대비를 하지 아니하였고, 분만 2기에 있어 5분마다 한번씩 측정하여야 할 태아심음측정을 4회나 하지 아니한 채 만연히 통상의 질식분만의 방법으로 분만을 진행시키다가 뒤늦게 아두골반불균형 또는 이와 유사한 상태의 경우에는 피하여야 할 시술방법인 흡인분만의 방법을 무리하게 계속하여 태아를 만출시킨 의료상의 과실이 있다고 한 사례.

다. 위 "나"항의 경우에 있어 제대권락현상이 뇌손상에 기여를 한 바가 있다고 하여도 태아가 뇌손상을 입고 두개강내출혈이 생긴 것은 주로 임산부의 장시간의 분만 지연이나 아두골반불균형 또는 이와 유사한 상태의 경우 피하여야 할 흡인분만시술을 무리하게 계속한 것에 기인한 것이라고 볼 것이므로, 원심이 의사의 과실에 의한 기여도를 제대권락현상의 기여도와 같은 50%로 본 것은 형평에 맞지 않게 평가한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원고, 상고인

원고 1 외 4인 원고들 소송대리인 변호사 문정두

피고, 피상고인

피고 1 재단법인 외 1인 피고들 소송대리인 변호사 박준석 외 1인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 1 재단법인 에 대한 원고 1, 2의 각 패소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원고 1, 2의 피고 2에 대한 상고와 나머지 원고들의 상고를 기각하고, 이 부분 상고비용은 원고들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피고 2에 대한 상고이유에 대하여

1.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보면, 피고 2의 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하지 아니한 원심의 사실인정이나 판단은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2. 원심이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원고 2는 신장 150㎝의 왜소한 여자로서 초산시에도 극심한 고통 속에 흡인분만의 방법으로 체중 3.59㎏되는 원고 3을 분만한 바 있었고, 두 번째 자녀인 원고 1을 임신하고서는 6개월 가량이 지난 1977.4.27. 부터 세 차례에 걸처 피고 1 재단법인 (이하 피고 법인이라고 한다) 경영의 병원에 찾아가 산부인과 과장인 피고 2에게 진찰을 받았고, 같은 해 8.6. 출산을 1주일 앞두고 세 번째 진찰을 받을 때에는 통상의 경우보다 배가 지나치게 불러 피고 2의 지시에 따라 엑스선촬영으로 쌍생아인지 여부를 확인한 결과 쌍생아는 아님이 밝혀졌다는 것이고, 이때에 원고 2는 이번 출산의 경우에는 초산시보다 배가 훨씬 불러 거대아 출산등 난산이 예상된다는 이유로 피고 2에게 재왕절개의 방법으로 분만하도록 해줄 것을 요구하였으나 같은 피고는 추후 경과를 보고 결정하자고 하면서 첫아이를 질식분만으로 출산한 점 등을 고려하여 이번 출산의 경우도 질식분만으로 출산할 수 있을 것으로 가볍게 판단하고 질식분만의 금기사항인 아두골반불균형상태(태아의 두부가 임부의 골반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큰 경우)등에 해당되는지 여부에 관하여는 별다른 진단을 하지 않았다는 것인바, 물론 이때에 피고 2가 단순히 쌍생아인지 여부만 검사하고 만연히 추후 경과를 보고 결정하자고 할 것이 아니라 나아가 원고 2의 골반을 계측하는 등 안전하게 질식분만을 하는데 장애사유가 없는지 미리 살펴보아 그 판단결과를 설명하고 그 내용을 진료기록부에 자세히 기록해 두었으면 출산을 담당한 산부인과 전공의인 소외인이 재왕절개의 방법으로 분만을 바라는 원고 2의 요청을 무시하지 아니하였을런지 알 수 없으나, 이는 결과적으로 그렇다는 것일 수는 있어도 이것을 가리켜 당시의 의료수준이나 분만의 실태에 비추어 보아 불법행위의 책임의 요건으로서의 의료상의 과실에까지 이른다고 하기는 어렵다.

3. 의사는 진료를 행함에 있어 환자의 상황과 당시의 의료수준 그리고 자기의 지식경험에 따라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진료방법을 선택할 상당한 범위의 재량을 가진다고 할 것이고, 그것이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난 것이 아닌 한 진료의 결과를 놓고 그중 어느 하나만이 정당하고 이와 다른 조치를 취한 것은 과실이 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 당원 1984.6.12. 선고 82도3199 판결 참조).

따라서 논지는 이유가 없다.

피고 법인에 대한 상고이유에 대하여

1. 위와 같은 이유에서, 원고 1의 출산 당시의 원심이 인정한 의료수준이나 분만의 실태에 비추어 볼 때 소외인이 원고 2의 요청대로 처음부터재왕절개의 방법으로 분만을 시도하지 아니한 것이 소외인의 불법행위의 성립요건으로서의 의료상의 과실에 해당한다고 인정하지 아니한 원심의 조처가 위법하다고 할 수는 없고, 소외인이 의사로서의 설명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고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여 위법한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2. 그러나 원심이 인정한 바에 따르면, 소외인은 일요일인 1977.8.14. 아침에 위 병원에 출근하여 그 전날 밤 입원하여 응급실을 거쳐 산실로 이송되어 온 원고 2의 진료기록을 보고 그 출산을 담당하게 되었는데, 이때에도 원고 2는 고통이 극심하고 분만이 지연되는 것이 태아의 크기가 보통보다 훨씬 크기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되어 소외인에게 재왕절개술에 의한 분만을 시행하여 줄 것을 요청하였으나 소외인은 이 요청을 산모들이 일시적인 고통을 참지 못하여 으례 하는 호소라고 생각하고 이를 무시하고 거대아로 인한 난산의 가능성이나 질식분만의 금기사항인 아두골반불균형 또는 이와 유사한 상태에 있는지에 관하여 별다른 진찰이나 조사를 하지 아니한 채 그대로 통상의 질식분만의 방법으로 분만과정을 진행시켰다는 것이고, 그러다가 분만 2기가 진행되던 중 분만이 지연되고 태아가사절박상태의 징후를 보이자 분만시간을 단축하기 위하여 흡인분만기를 이용한 흡인분만술을 시행하기로 결정하고, 큰 캡을 사용하여 3회에 걸쳐 견인하여 겨우 원고 1을 분만시켰는데, 원고 1은 출생 직후 머리에 주먹만한 혹이 나 있었고 머리와 얼굴이 일그러져 있었고 산소호흡기의 도움으로 7분이 지난 후에야 첫 울음을 울었으며, 또 양쪽 두정골 뒷쪽의 연조직이 부어 있고 혈종이 있음이 밝혀졌고, 같은 원고는 이 사건 분만중에 뇌손상을 입고 두개강내출혈이 생겨 치유불능의 뇌성마비가 발생한 것이라는 것이며, 또 원고 1은 출생 당시 머리 둘레 37.36㎝, 체중 4.23㎏의 거대아(4㎏이상)였는데 원고 2의 골반출구의 전후경은 최소치인 11.5㎝에 3.3㎝나 미달한 8.2㎝의 좁은 골반으로서 객관적으로 아두골반불균형상태 또는 그와 유사한 경계아두골반불균형상태에 있었다고 보여지고 통상의 주의력을 가진 산부인과 의사라면 이러한 상태의 가능성이 있음을 의심할 수 있다고 보여지는데, 소외인은 이러한 가능성을 전혀 예상하지 아니하여 이에 대한 대비를 하지 아니하였고, 분만 2기에 있어서 5분마다 한 번씩 측정하여야 할 태아심음측정을 분만 당일의 09:35 부터 10:00 사이에 4회나 하지 아니한 채 만연히 통상의 질식분만의 방법으로 분만을 진행시키다가 뒤늦게 아두골반불균형 또는 이와 유사한 상태의 경우에는 피하여야 할 시술방법인 흡인분만의 방법을 무리하게 계속하여 원고 1을 만출시킨 의료상의 과실로 인하여 분만과정중 뇌에 손상을 입었다는 것이고 , 이때에 입은 뇌손상과 탯줄이 태아의 목에 감기는 제대권락현상이 초래한 저산소증으로 인하여 발생한 뇌손상이 경합하여 이로 인하여 두강내출혈을 일으켰다고 판단된다는 것이다.

3. 사정이 위와 같다면, 그리고 원고 2는 분만 전에 미리 3회나 진찰을 받고 거대아로 인한 난산의 가능성을 알리고 재왕절개에 의한 분만을 요청하는 등 안전분만을 하고자 임산부로서 할 바를 다하였는데 오히려 피고 법인의 병원에서 이를 가볍게 받아들였거나 무시하였고, 또 원심이 인정한 바에 의하면 일반적으로 분만중 탯줄이 태아의 목에 감기는 경우(제대권락현상)가 생기고 그와 같은 경우는 22.7%(1회 감 기는 경우가 20%, 2회가 2.5%, 3회가 0.2%) 가량이나 되며 보통의 경우에는 이와 같은 제대권락현상만으로는 별다른 문제가 생기지 아니한다는 것인바 이로 미루어 보면, 이 사건에서 가사 제대권락현상이 원고 1의 뇌손상에 기여를 한 바가 있다고 하여도 같은 원고가 뇌손상을 입고 두강내출혈이 생긴 것은 주로 원고 2의 장시간의 분만지연이나 아두골반불균형 또는 이와 유사한 상태의 경우 피하여야 할 흡인분만시술을 무리하게 계속한 것에 기인한 것이라고 볼 것이므로, 위에서 본 여러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심이 피고 법인의 피용자의 과실에 의한 기여도를 제대권락현상의 기여도와 같은 50%로 본 것은 형평에 맞지 않게 평가한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할 것이다 .

4. 기록에 비추어 보면 원고 3, 4, 5에 대한 원심의 위자료의 산정에는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고, 원고들 소송대리인은 이들을 위하여 상고이유로서 다른 주장을 하는 바가 없다.

5. 따라서 논지는 위에서 받아들인 범위 안에서 이유 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 법인에 대한 원고 1, 2의 각 패소부분을 파기하여 이 부분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고, 같은 원고들의 피고 2에 대한 상고와 나머지 원고들의 상고는 모두 기각하고, 이 부분 상고비용은 원고들의 부담으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석수(재판장) 이회창 배만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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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부산고등법원 1991.5.29.선고 88나38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