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의사의 진료방법 선택의 재량과 의료과실 판단 방법
[2] 의사가 피부조직괴사에 대한 치료를 위하여 종합병원으로 전원할 것을 권유하였으나 환자가 이를 듣지 아니하여 증세가 악화된 경우, 의사의 과실을 부정한 원심판결을 수긍한 사례
판결요지
[1] 무릇 의사는 진료를 행함에 있어 환자의 상황과 당시의 의료 수준 그리고 자기의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에 따라 생각할 수 있는 몇 가지의 조치 중에서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진료방법을 선택할 수 있고, 그것이 합리적인 재량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 아닌 한 진료의 결과를 놓고 그 중 어느 하나만이 정당하고 그와 다른 조치를 취한 것에 과실이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2] 의사가 환자 내지 그 가족에게 상처 부위의 조직괴사에 대응하기 위하여 필요한 검사 내지 치료를 할 수 있는 병원으로는 종합병원밖에 없다고 설명하면서 종합병원으로 전원할 것을 권유하였다면 그것으로 의사로서의 진료상의 의무를 다하였다 할 것이고, 거기서 나아가 그 환자나 가족들이 개인의원으로 전원하는 것을 만류, 제지하거나 그 환자를 직접 종합병원으로 전원하여야 할 의무까지 있다고 할 수는 없다고 하여, 환자가 그 권유에 따르지 아니하여 증세가 악화된 데 대한 의사의 과실을 부정한 원심판결을 수긍한 사례.
원고,상고인
원고 1 외 4인 (원고들 소송대리인 변호사 문정두)
피고,피상고인
김기중 (소송대리인 대전종합법무법인 담당변호사 배영준)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들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의 요지는 아래와 같다.
가. 원심은 그 거시 증거를 종합하여 다음 각 사실을 인정하였다.
(1) 원고 1은 1990. 6. 24. 09:30경 카고트럭을 운전하고 가던 중 빗길에 미끄러지면서 중앙선을 침범하여 마주오던 자동차를 충격한 후 가로수를 들이받아 그 충격으로 좌측족관절부 좌멸창 등의 상해를 입고, 같은 날 09:44경 공주 성모병원에 후송되어 위 병원 정형외과 의사인 피고의 진료를 받게 되었다.
(2) 피고는 우선 위 원고의 혈압을 재 본 결과 90/60의 저혈압으로 나오자 응급용수액인 카트만수액을 약 10여 분간 투여하여 혈압을 높인 후 엑스레이 사진을 촬영하여 골절 부위에 대한 자세한 진찰을 실시하였다.
(3) 그 진찰 결과에 의하면, 위 원고는 당시 우측손목이 골절상, 좌측대퇴골간부가 단순골절상, 좌측족관절이 골절상, 좌측경골이 원위부전위 내지 개방성복잡골절상, 좌측비골원위부가 단순골절상, 좌측종골이 개방성복잡골절상, 좌측 모족지근위지 및 제4, 5중족골이 각 골절상, 발뒤꿈치, 발바닥 등이 좌멸창 등을 각 입은 상태이었다.
(4) 이에 피고는 우선 상처가 심한 좌측슬부 이하 부분부터 치료를 시작하여, 먼저 화농을 방지하기 위하여 피부상처인 열창과 좌멸창 부분을 생리식염수로 세척하고 고단위 항생제를 시주하고, 이어 열창 부위를 봉합한 다음, 전위된 경골 부위를 바로잡고 골절된 비골을 바로잡기 위한 고정술을 시행하게 되었는데, 그 고정술로는 골절 부위에 내고정물을 삽입하는 방법, 반깁스를 하는 방법, 도수정복(손으로 뼈를 잡아 맞추는 것) 후 외고정술을 실시하는 방법 등이 있었으나, 위 원고의 상해 부위가 개방성골절의 상태라서 혈액순환 장애로 인한 향후의 조직괴사 내지 2차 감염의 가능성을 고려한 결과 내고정물을 삽입하는 방법은 불가능하고, 그렇다고 하여 반깁스를 하는 방법은 골절 위의 안정성을 얻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도수정복 및 석고붕대에 의한 외고정술을 실시하는 방법을 택하기로 하되, 도수정복이 만족스럽지 못하여 발생할 골절편의 변형 등에 대한 대처방법으로서 석고붕대 사이에 딱딱한 물질을 삽입하여(이와 같이 딱딱한 물질을 삽입하는 방법은 치료상 통상 쓰이는 방법이다.) 뼈를 효과적으로 고정시키기로 결정한 뒤, 시술에 들어가 약간 전위되어 골절된 경골을 손으로 잡아 맞춘 후 골절 부위에 1차로 석고붕대를 감은 다음, 그 석고 일부분을 톱으로 잘라 절개하여 그 사이를 벌려 놓고 그 사이가 좁혀지지 않도록 밤알보다 조금 큰 크기의 돌멩이를 삽입한 후 다시 발가락 윗부분부터 무릎 밑부분까지 석고붕대를 감아 고정시키고, 상처 부위의 치료를 위하여 좌족관절외측 부분 및 족장 부분의 석고 부분을 잘라내 길이 약 25㎝, 폭 약 10㎝ 크기의 창문을 내어 놓았다. 그리고 피고는 나머지 상해 부위의 치료를 시작하여 우측 손목 부위에 대하여는 뼈를 잡아 맞춘 다음 석고붕대술을 시행하였고, 좌측 대퇴골 부위는 위 슬하부 치료가 어느 정도 끝난 뒤 수술하여 뼈를 맞추어야 하므로 그 때를 대비하여 우선 무릎 부위에 금속핀 시술을 하였다.
(5) 이후부터 피고는 위 창문 등을 통하여 위 원고의 족부 등의 상처 부위를 관찰하면서 화농방지를 위하여 항생제 등을 투여하는 등으로 위 원고를 치료하여 왔는데, 같은 달 27. 위 원고의 발바닥에서 농이 아닌 삼출물(진물)이 나오기는 했으나 특별한 이상이 나타나지 아니하여 계속 항생제를 주사하였다.
(6) 그리고 같은 달 28.과 29.에는 삼출물이 약간 줄어 들었고, 같은 달 30.에는 발열증세가 있었으나 고름은 없고 삼출물만 나와 항생제를 계속 투여하였는데, 같은 해 7. 1.부터 좌족부피부 변두리에서 진한 삼출물이 나오고 고름이 나오기 시작하며 그 부위에 약간씩 괴사증세가 보이기 시작하였다.
(7) 이에 피고는 위 상해 부위의 연부조직상태 내지 혈액순환상태가 여의치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는, 이와 같은 경우 혈액순환의 상태를 검사하고 대퇴부 대동맥조영술 내지 피부이식수술을 해야 하는데, 위 원고의 경우는 위 대퇴부골절상을 입고 있던 관계로 혈액순환 여부를 알 수 있는 대퇴부 대동맥조영술이 곤란하였을 뿐 아니라 그 발뒤꿈치 및 발바닥 이식수술은 피고가 속한 개인병원에서는 시행하기가 불가능하였던 관계로, 위 원고 내지 그 가족에게 대전에 있는 충남대학교의과대학 부속병원 등과 같은 종합병원으로 전원하여 혈액순환상태 등의 정밀검진을 받은 후 조직괴사에 대한 치료를 받을 것을 권유하였다.
(8) 그런데 위 원고 등은 이에 따르지 않고 있던 중 같은 달 3. 종합병원이 아닌 개인병원인 소외 윤관기 경영의 정형외과의원으로 전원하였다가 상태가 악화되자 같은 달 9.경에야 종합병원인 충남대학교의과대학 부속병원으로 전원하였다.
(9) 위 윤관기가 위 원고의 석고붕대를 절개한 결과에 의하면 피고가 수술시 버팀용으로 넣었던 돌멩이는 상처 부위에 들어가 있지는 아니하였다.
(10) 한편, 피부조직의 괴사 내지 2차 감염은 연부조직에 대한 혈액순환에 장애가 있을 때 주로 발생하는 것이고, 하지에 개방성분쇄골절 내지 좌멸창이 있는 경우 그 연부조직이 심하게 손상되어 있을 때에는 혈액순환의 장애가 올 수 있으나, 조직괴사의 범위는 손상 후 약 5 내지 7일 경과 후부터 사멸조직과 정상조직의 경계가 생겨남으로써 비로소 그 범위가 눈에 띄게 되고, 이와 같은 피부조직괴사의 증상이 발현되면 그 때 가서 혈액순환상태를 검사하고 장애가 있다고 판정될 경우 즉시 피부이식수술 등의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등으로 상태 악화를 방지하고 있다.
나.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원심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1)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는 원고 1을 초진한 후 우선 그 좌측슬하부의 전위 내지 골절된 경비골 등을 바로 잡기 위하여 그 수술방법으로 석고붕대에 의한 외고정술의 방법을 선택하여 이를 실시한 것이고, 이를 시행함에 있어 골절된 부분을 효과적으로 교정하기 위하여 돌멩이를 버팀용으로 삽입한 것으로 위 돌멩이를 사용한 것이 위 조직괴사에 어떠한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라 할 것이며, 비록 이와 같이 돌멩이를 사용한 것이 바람직한 방법은 아니었다 하여도 이것을 가지고 심히 조악한 방법으로 시술을 행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할 것이다. 또 피고가 위 시술시 향후의 염증 발생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충분한 크기의 창문을 만들어 놓고 석고붕대시술한 후 이 곳을 통하여 상처 부위에 대한 처치를 하는 동시에 위 시술 부위로부터 나오는 삼출물의 양과 고열을 예의 관찰하면서 항생제와 해열제를 투여하면서 위 원고를 치료하여 온 것이라면 위 석고붕대에 더 이상의 창문을 만들어 놓지 않았다고 하여 잘못이라 할 수도 없다 할 것이다. 더욱이 피고가 1990. 7. 1.경 위 조직괴사의 증상을 처음 발견하고 위 원고 내지 그 가족에게 위 조직괴사에 대응하여 필요한 검사 내지 치료를 할 수 있는 병원으로는 종합병원밖에 없다고 하면서 종합병원으로 전원할 것을 권유하였다면 피고로서 그 당시로서는 진료상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다하였다고 할 것이다.
(2) 오히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원고 1의 위 조직괴사는 위 교통사고로 인한 혈액순환장애로 야기된 것이라 할 것이고, 이와 같은 조직괴사가 돌이킬 수 없는 상태로 악화된 것은 위 원고 내지 그 가족이 피고의 권유 내지 지시에 따라 제때에 종합병원에 전원치 아니하고 피고의 위 권유를 무시한 채 처음에는 개인병원으로 전원하였다가 조직괴사가 발현한 때부터 9일째 되는 날에서야 비로소 종합병원으로 전원한 것에 기인한 것이라 할 것이다.
(3) 결국 위 원고의 발목절단은 당초의 교통사고 내지 원고 등이 피고의 전원권유를 무시한 것에 그 원인이 있다 할 것이고, 이 사건 피고의 진료행위에는 어떠한 과실이 있다고 할 수 없다 할 것이다.
2.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잘못 인정하였거나 전후 모순되는 사실을 인정한 위법, 또는 의료상의 과실과 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무릇 의사는 진료를 행함에 있어 환자의 상황과 당시의 의료 수준 그리고 자기의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에 따라 생각할 수 있는 몇 가지의 조치 중에서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진료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할 것이고, 그것이 합리적인 재량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 아닌 한 진료의 결과를 놓고 그 중 어느 하나만이 정당하고 이와 다른 조치를 취한 것에 과실이 있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리고 위에서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이 피고가 위 원고 내지 그 가족에게 위 조직괴사에 대응하기 위하여 필요한 검사 내지 치료를 할 수 있는 병원으로는 종합병원밖에 없다고 설명하면서 종합병원으로 전원할 것을 권유하였다면 그것으로 의사로서의 진료상의 의무를 다하였다 할 것이고, 거기서 나아가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이 피고가 위 원고나 그 가족들이 개인의원으로 전원하는 것을 만류, 제지하거나 위 원고를 직접 종합병원으로 전원하여야 할 의무까지 있다고 할 수는 없다 할 것이다.
3.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들의 부담으로 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