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가. 의료사고에 있어서 의료종사원의 과실의 의미
나. 의료사고에 있어서 의료종사원의 과실유무의 판단기준이 되는 주의의무의 정도
판결요지
가. 의료사고에 있어서 의료종사원의 과실을 인정하기 위하여서는 의료종사원이 결과발생을 예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발생을 예견하지 못하였고, 그 결과발생을 회피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발생을 회피하지 못한 과실이 검토되어야 한다.
나. 의료사고에 있어서 의료종사원의 과실은 일반적 보통인을 표준으로 하여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결한 것으로서 여기에서 일반적 보통인이라 함은 추상적인 일반인이 아니라 그와 같은 업무와 직무에 종사하는 사람을 뜻하는 것이므로, 결국 이와 같은 사람이라면 보통 누구나 할 수 있는 주의의 정도를 표준으로 하여 과실유무를 논하여야 하며 이에는 사고당시의 일반적인 의학의 수준과 진료환경 및 조건,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이 고려되어야 한다.
원고, 피상고인
정옥분 외 3인 원고들 소송대리인 변호사 최종태
피고, 상 고 인
평택군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인화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피고 소송대리인의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판결 이유기재에 의하면, 원심은 그 거시증거를 종합하여, 피고군 산하의 청북면 보건진료소 소장 겸 보건진료원인 소외 인이 1984.5.17. 09:00경 위 보건진료소에서 결핵균등 감염에 의한 늑막염 등을 앓고 있던 소외 망 최기봉으로부터, 위 망인이 전날 청북면사무소에서 결핵환자로 등록하고 받아 온 스트렙토마이신 1그램짜리 주사약 8개중 1개를 주사하여 달라는 부탁을 받고 위 망인의 좌측팔에 피부반응시험을 하여 음성으로 나타나 자위 주사약 1개를 좌측 엉덩이에 주사하였는데, 주사를 놓은 다음 위 망인으로하여금 주사를 맞은 후에 안정조치를 취하게 하거나 주사후의 용태를 전혀 관찰하지 아니하였으며, 한편 위 망인은 주사를 맞은 직후 진료소 밖으로 나간뒤 그날 13:00경 위 보건소뒤 하수도 옆에서 사체로 발견되었는데 사체부검결과 그 사망원인은 스트렙토마이신 주사에 의한 애너필래틱쇼크(과민반응중 제1형)로 인한 성인성 호흡곤란중후군과 신장손상으로 밝혀진 사실, 스트렙토마이신은 곰팡이의 일종으로부터 생산되는 항생제로서 그람 음성균 및 결핵균에항균작용이 있어 우리나라의 국가 결핵관리 체계에서 표준조치로 처방에 포함되어 있으나 쇼크의 위험성 때문에 일반병원에서는 거의 사용되지 않고 가격이 싸기 때문에 영세민에게 지급되고 있는데, 스트렙토마이신에 의한 과민성 쇼크사는 매우 드물어 백만주사당 1회, 환자수로는 68,000명에 1명(0.0015%)정도로 발생하여, 페니실린의 경우와는 달리 스트렙토마이신은 사전 피부반응시험으로 과민성 여부를 미리 알아낼 수 없으므로 피부반응시험결과 음성이든 양성이든 쇼크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어 현재로서는 스트렙토마이신에 대한 과민성 여부를 미리 알아내는 사전검사방법이 없고, 스트렙토마이신에 의한 과민성 쇼크는 즉시형 과민반응으로서 대개 수분 내지 1시간내에 증상이 나타나게 되며, 그 과민성 쇼크가 발생할 경우 일반적으로 기도확보, 심장맛사지 및 혈압조절을 하고 에피네프린(Epinephrine)의 시주, 수액공급 및 부신피질홀몬제의 투여 등의 응급조치를 하여야 하는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스트렙토마이신은 그로 인한 쇼크사가 매우 드물기는 하지만 이 사건 당시의 의학수준에 비추어 객관적인 견지에서 쇼크사에 대한 인식이 가능했다 할 것이므로 소외 장 동일로서는 만일에 일어날지 모르는 쇼크에 대비하여 쇼크시에 사용할 에피네프린 등을 준비하는 등 응급처치수단을 강구한 후 주사하여야 하고, 특히 주사후에 쇼크가 발생할 수 있는 시간인 수분 내지 1시간동안 위 망인을 안정시키고 그 용태를 관찰하여 쇼크가 나타날 경우에는 위에서 본 기도확보, 약물투여 등의 응급조치를 취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의미도 없는 피부반응시험결과 음성반응이 나왔다는 것만을 믿고 앞에서 살핀 쇼크방지를 위한 사전의 준비조치 없이 스트렙토마이신을 위 망인에게 주사하였고, 또한 주사후의 안정조치와 용태관찰을 게을리 하여 위 망인을 사망에 이르게 방치한 것은 중대한 과실이라 할 것이며, 스트렙토마이신이 국가결핵관리체계에서 표준조치로 처방에 포함되어 있다거나 쇼크가 매우 드물다는 것만으로는 이를 주사하는 자에게 앞서 인정한 바와 같은 주의의무가 없다고 볼 수 없다고 하여, 위 망인의 상속인인 원고들에 대한 피고의 사용자로서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다.
2. 이 사건과 같은 의료사고에 있어서 의료종사원의 과실을 인정하기 위하여서는 의료종사원이 결과발생을 예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 발생을 예견하지 못하였고, 그 결과발생을 회피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발생을 회피하지 못한 과실이 검토되어야 할 것이고 ( 당원 1984.6.12. 선고 82도3199 판결 참조) 또한 이와 같은 과실은 일반적 보통인을 표준으로 하여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결한 것으로서 여기에서 일반적 보통인이라 함은 이는 추상적인 일반인이 아니라, 그와 같은 업무와 직무에 종사하는 사람을 뜻하는 것이므로, 결국 이와 같은 사람이라면 보통 누구나 할 수 있는 주의의 정도를 표준으로 하여 과실유무를 논하여야 하며 ( 당원 1967.7.16. 선고 66다1938 판결 참조) 이에는 사고당시의 일반적인 의학의 수준과 진료환경 및 조건,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이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3. 기록에 의하면, 소외 인은 1975.1.10 간호원자격을 얻어 간호원으로 종사하던중 1981.12.2부터 위 청북면 보건진료소의 진료원으로 근무하게 된 것이며, 한편 이와 같은 보건진료원은 (농어촌보건의료를 위한 특별조치법)에 의하여 의료취약지역의 주민에 대한 보건의료를 담당하게 하기 위하여 의사가 아닌 간호원, 조산원 등의 자격을 가진 자중에서 일정교육을 받게한 뒤 위촉되는 사람으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른 경미한 의료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것이므로, 이 사건에 있어서 위 장 동일의 과실여부에 대한 판단은 의사가 아닌 보건진료원의 직무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의 일반적인 기준에 따라 결정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원심이 인정한 사실에 의하더라도 소외인은 스스로 위 망인에게 스트렙토마이신 주사를 처방한 것도 아니고 위 망인이 면사무소로부터 받아와서 주사놓아 줄 것을 부탁하여 이에 응하게 되었으며, 스트렙토마이신이 때로는 부작용을 일으켜 이를 주사맞은 환자가 주사쇼크로 사망할 수도 있다는 점을 알고 있었으므로 이를 주사하기에 앞서 위 망인의 좌측팔에 피부반응 시험을 하여 음성반응이 나타나자 주사하였다는 것이고, 또한 스트렙토마이신에 의한 과민성 쇼크사는 매우 드물어, 백만주사당 1회, 환자수로는 68,000명당 1명꼴이라는 것인바, 비록 원심이 판단한 바와 같이 현재의 의학적 수준에서는이와 같은 사전피부반응시험에 의하여 과민성 여부를 미리 알아낼 수 없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위와같은 사정아래에서 의료취약지역에서 보건진료원으로 종사하는 사람에게(과실)이 있었다고 인정하는 것은 몰라도 일반의사를 기준으로 한 의학적 지식을 요구하여(중과실)이 있었다고 인정한 것은 보건진료원을 기준으로 한 일반적인 결과 예견가능성이 있는지의 여부에 관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였거나 의료과실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므로서 판결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을 저지른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고 이를 탓하는 논지는 이유있다.
4. 그렇다면 결국 피고 소송대리인의 상고논지는 나머지 점에 대한 판단을할 것 없이 이유있다 할 것이므로, 원심판결중 피고 패소부분을 파기하여 이부분 사건을 원심인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하기로 관여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