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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사고
대법원 2009. 12. 10. 선고 2008다22030 판결
[손해배상(의)][미간행]
판시사항

[1] 의사가 의료행위를 할 때 요구되는 주의의무의 정도 및 진료를 행할 때 재량의 범위

[2] 환자가 치료 도중에 사망한 경우, 결과의 발생에 의료상의 과실 이외의 다른 원인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간접사실들을 증명하는 방법으로 인과관계를 추정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및 그 한계

[3] 백혈병 환자가 척수천자 시행 후 사망한 사안에서, 의료상 과실로 인한 결과발생을 추정할 수 있을 정도의 개연성이 담보되지 않는 사정만으로 척수천자를 시행하면서 여러 번 주사바늘을 삽입한 데다가 그 침습부위에 대한 압박조치를 제대로 하지 아니한 의료상 과실로 인하여 알 수 없는 병균에 감염된 결과로 발현된 신경마비 증상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원고, 피상고인

원고 1외 3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신열호외 1인)

피고, 상고인

사회복지법인 삼성생명공익재단 (소송대리인 변호사 신현호외 4인)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의 판단

원심은 그 채용 증거를 종합하여, 피고 병원 의료진은 2002. 8. 26. 망 소외 1(이하 ‘망아’라고 한다)에 대하여 급성림프구성백혈병의 예후 중간군으로 판정한 후 관해도입 치료를 시작하여 2002. 9. 25. 완전관해에 이른 사실, 이에 피고 병원 의료진은 2002. 9. 25. 관해유지 치료를 위하여 망아에 대하여 척수천자를 시행하여 뇌척수액검사를 하는 한편 망아의 척수강 내로 메토트렉세이트(methotrexate, 이하 ‘MTX’라 한다)를 주입한 사실, 피고 병원 의사인 소외 2는 망아에 대하여 척수천자를 시행할 때 한 번에 끝내지 못하고 주사바늘을 3~4번 정도 삽입하였던 사실, 척수천자 시행 및 척수강 내 MTX 주입 후 망아가 3~4시간 정도 안정을 취한 후 귀가할 때 위 소외 2는 침습부위의 상태를 점검하여 척수액의 누출 여부나 지혈 여부 등을 확인하지 아니한 사실, 망아가 척수천자 시행 이후 고열을 동반한 신경마비 증세를 보인 사실, 척수천자 시행 후 침습부위에 압박조치를 제대로 하지 아니하면 드문 경우이기는 하나 척수액이 누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척수액이 누출되는 경우 그 경로를 통한 감염의 위험성이 높은 사실, 망아는 2002. 10. 5. 신체마비를 일으킨 후 피고 병원 의료진으로부터 장기간 치료를 받았으나, 결국 패혈증에 의한 쇼크로 사망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위 인정 사실에 기초하여 망아에게 척수천자 직후 발생한 고열과 신경·신체마비 증상 및 그 이후 장기간의 치료에도 망아가 사망에 이르게 된 것은 위 소외 2가 척수천자를 시행함에 있어서 여러 번 주사바늘을 삽입한 데다가 그 침습부위에 대한 압박조치를 제대로 하지 아니한 과실로 인하여 알 수 없는 병균에 감염된 결과로 발현된 신경마비 증상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판단하였다.

2.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피고 병원 의료진의 과실을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의사가 진찰·치료 등의 의료행위를 함에 있어서는 사람의 생명·신체·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성질에 비추어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를 취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고, 의사의 이와 같은 주의의무는 의료행위를 할 당시 의료기관 등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의료행위의 수준을 기준으로 삼되 그 의료수준은 통상의 의사에게 의료행위 당시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고 또 시인되고 있는 이른바 의학상식을 뜻하므로 진료환경 및 조건,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을 고려하여 규범적인 수준으로 파악되어야 하며, 의사는 진료를 행함에 있어 환자의 상황과 당시의 의료수준 그리고 자기의 지식경험에 따라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진료방법을 선택할 상당한 범위의 재량을 가진다고 할 것이고, 그것이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난 것이 아닌 한 진료의 결과를 놓고 그 중 어느 하나만이 정당하고 이와 다른 조치를 취한 것은 과실이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 대법원 1992. 5. 12. 선고 91다23707 판결 , 대법원 2004. 10. 28. 선고 2002다45185 판결 참조).

한편, 의료행위는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 하는 분야이고, 그 의료의 과정은 대개의 경우 환자 본인이 그 일부를 알 수 있는 외에 의사만이 알 수 있을 뿐이며, 치료의 결과를 달성하기 위한 의료 기법은 의사의 재량에 달려 있기 때문에 환자 측이 의사의 의료행위상의 주의의무 위반과 손해의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의학적으로 완벽하게 입증한다는 것은 극히 어려우므로, 환자가 치료 도중에 사망한 경우에 있어서는 환자 측에서 일련의 의료행위 과정에 있어서 저질러진 일반인의 상식에 바탕을 둔 의료상의 과실 있는 행위를 입증하고 그 결과와 사이에 일련의 의료행위 외에 다른 원인이 개재될 수 없다는 점, 이를테면 환자에게 의료행위 이전에 그러한 결과의 원인이 될 만한 건강상의 결함이 없었다는 사정을 증명한 경우에 있어서는, 의료행위를 한 측이 그 결과가 의료상의 과실로 말미암은 것이 아니라 전혀 다른 원인으로 말미암은 것이라는 입증을 하지 아니하는 이상, 의료상 과실과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하거나, 그 결과의 발생에 의료상의 과실 이외의 다른 원인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간접사실들을 입증함으로써 그와 같은 증상이 의료상의 과실에 기한 것이라고 추정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하겠으나 ( 대법원 1995. 2. 10. 선고 93다52402 판결 , 대법원 2000. 7. 7. 선고 99다66328 판결 참조), 그 경우에도 의사의 과실로 인한 결과발생을 추정할 수 있을 정도의 개연성이 담보되지 않는 사정들을 가지고 막연하게 중한 결과에서 의사의 과실과 인과관계를 추정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의사에게 무과실의 입증책임을 지우는 것까지 허용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 대법원 2004. 10. 28. 선고 2002다45185 판결 참조).

원심이 확정한 사실관계 및 기록에 비추어 보면, 피고 병원 의료진은 관해유지 치료를 위하여 망아에 대하여 척수천자를 시행하여 뇌척수액검사를 하고 망아의 척수강 내로 MTX와 cytarabine 등의 항암제를 주입한 사실, 척수천자를 위해서는 척추 사이를 주사기로 수직으로 찔러 척추를 피하여 척수강에 도달하여야 하는데 척추가 외부로 드러나 있지 않아 손으로 만져보고 그 위치를 찾을 뿐만 아니라 등쪽에서 볼 때는 척추 사이의 간격이 넓지 아니하여 한 번에 척수강에 도달하는 것이 쉽지 않은 사실, 척수검사 후 압박방법은 특별한 기계적 압박을 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누워서 체중에 의하여 압박하거나 엎드려 누워서 모래주머니를 올려놓는 방법을 취하는 사실 및 척수강 내에 MTX를 주입하는 경우 무균성 뇌막염 외에도 드물게 경련, 하지위약감 또는 마비, 뇌증 등 다양한 신경독성 증상이 발생할 수 있고, 위와 같은 항암제에 의한 신경독성의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4.2% 내지 6.1%에 이른다는 의학적 보고가 있는 사실, 망아는 척수천자 다음날 등의 통증과 하지의 약화 및 배뇨장애 등을 호소하였고 당시 뇌 자기공명영상(MRI) 검사에서 마미 이하 부위의 신경근에서 조영증강의 소견을 보였으며 신경전도검사에서 감각신경은 정상인 반면 운동신경의 신경병증 또는 신경근병증의 소견을 보였고, 이후 마비 증상이 점차 진행하여 하지마비에 이르는 한편 상지도 점차 약화되어 2002. 10. 20.경 결국 사지마비 상태에 이르는 등 ‘상행성 마비’의 경과를 보인 사실, 망아는 상행성 마비와 병행하여 호흡부전도 발생하여 인공호흡 치료를 필요로 하였고 뇌신경의 마비 증상 및 의식상태의 저하 등 뇌병증의 소견도 보이고 있었던 사실, 척수강 내 MTX 투여 후 사지마비가 발생한 다른 사례에서도 처음에는 하지의 통증과 배뇨장애가 발생하였고, 신경학적 검사상 감각기능은 정상이었으나 운동능력의 저하가 있었으며, 이후 운동 및 감각마비가 상행성으로 진행하여 상지를 포함한 경부 이하의 모든 운동과 감각기능이 소실되는 등 ‘상행성 마비’의 경과를 보였던 사실, 일반적으로 척수천자는 멸균처리를 하고 시행하므로 그로 인한 감염의 위험성이 낮은 사실, 피고 병원 의료진은 망아의 상행성 마비가 진행중이던 2002. 9. 26., 같은 해 10. 11., 같은 달 15. 망아에 대하여 각 혈액검사를 시행하였는데 그 결과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백혈구 증가나 씨(C)-반응단백의 증가 소견을 보이지 않았던 사실, 표준위험군 급성림프구성백혈병 환자의 98%가 4주 이내에 완전관해에 들어가지만 예후 중간군 환자의 5년 생존율은 60~70%인 사실, 망아는 2004.경 백혈병이 재발하였고 신경증상이 나타난 지 2년이 경과한 이후인 같은 해 10. 9. 패혈증 쇼크로 사망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를 앞서 본 각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척수천자 시술에서 주사바늘을 한 번에 삽입하지 못하였다고 하여 이를 두고 바로 어떠한 주의의무 위반이 있다고 하기는 어렵고, 원심이 인정한 사실만으로는 피고 병원 의료진이 망아에게 척수천자 및 척수강 내 MTX 주입을 시행한 후 3~4시간 누워서 안정을 취하게 하는 한편 이후 뇌척수액 누출을 의심할 만한 별다른 증상을 호소하지 않는 망아를 특별한 조치 없이 귀가하도록 한 조치가 합리적인 재량의 범위를 벗어나는 것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나아가 무균성 뇌막염은 MTX에 의한 다양한 신경증상 중 하나에 불과하므로 무균성 뇌막염의 가능성이 배제된다는 이유로 MTX에 의한 신경독성의 가능성이 배제되는 것이 아니고, 백혈병에 의한 면역력의 저하 등 의료상의 과실 이외에 망아의 사망을 초래할 다른 원인이 없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MTX에 의하여 척수 및 뇌에 신경독성이 발생한 경우의 임상경과와 뇌척수액에 병균이 감염된 경우의 임상경과 등을 심리하여 망아의 임상경과가 의료상 과실로 인한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을 정도의 개연성을 담보할 사정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개연성이 담보되지 않는 사정만으로 척수천자를 시행함에 있어서 여러 번 주사바늘을 삽입한 데다가 그 침습부위에 대한 압박조치를 제대로 하지 아니한 과실로 인하여 알 수 없는 병균에 감염된 결과로 발현된 신경마비 증상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하였는바,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의료행위에서 주의의무의 판단기준, 의료행위의 재량성 및 의료소송에서 입증책임의 분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할 것이므로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시환(재판장) 안대희 차한성(주심) 신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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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서울고등법원 2008.2.14.선고 2006나694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