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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사고
대법원 2008. 3. 27. 선고 2007다16519 판결
[손해배상(의)][미간행]
판시사항

[1] 진료방법의 선택에서 의사가 가지는 재량의 범위 및 그에 관한 과실 유무의 판단 기준

[2] 진료과정에서 사망한 환자의 사망원인 및 의료과오 여부를 판단할 때, 동일한 감정인이 동일한 감정사항에 대하여 서로 모순되거나 불명료한 감정의견을 제출한 것을 직접 증거로 채용하기 위한 법원의 조치 및 진료기록에 반하는 일부 감정결과를 배척하고 나머지 일부만을 증거로 채용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3] 신생아가 제왕절개술로 출생하여 2일 만에 사망한 사안에서, 출생 직후에 발생한 대사성 산증에 대처하기 위한 병원 의료진의 조치가 합리적인 재량의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기 어려운데도, 신빙성에 상당한 의문이 있는 감정결과를 합리적인 근거 없이 채택하여 병원 의료진의 치료상 과실을 인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한 사례

원고, 피상고인

원고 1외 1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신현호외 3인)

피고, 상고인

학교법인 일송학원 (소송대리인 변호사 박형섭)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의사는 진료를 행함에 있어 환자의 상황과 당시의 의료수준 그리고 자기의 지식경험에 따라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진료방법을 선택할 상당한 범위의 재량을 가진다고 할 것이고, 그것이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난 것이 아닌 한 진료의 결과를 놓고 그 중 어느 하나만이 정당하고 이와 다른 조치를 취한 것은 과실이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 대법원 1992. 5. 12. 선고 91다23707 판결 등 참조).

진료과정에서 환자가 사망에 이른 경우에 그 사망원인 및 의료과오 여부에 대한 법원의 감정촉탁 및 사실조회에 따라 의료기관 등이 한 회보결과는 사실인정에 관하여 특별한 지식과 경험이 필요할 때에 법관이 그 특별한 지식, 경험을 이용하는 것에 불과하며, 사망원인 및 의료과오가 있었는지 여부는 궁극적으로는 그 당시 모든 사정을 참작하여 경험칙에 비추어 규범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으므로, 동일한 사실에 관하여 상반되는 수개의 감정결과가 있을 때 자유심증주의에 따라 법원이 그 하나에 의거하여 사실을 인정하거나 수개의 감정결과를 종합하여 사실을 인정하는 것은 경험칙 또는 논리법칙에 위배되지 않는 한 적법하다( 대법원 1987. 10. 13. 선고 87다카1613 판결 , 대법원 1998. 7. 24. 선고 98다12270 판결 등 참조). 다만, 동일한 감정인이 동일한 감정사항에 대하여 서로 모순되거나 매우 불명료한 감정의견을 내놓고 있는 경우에, 법원이 위 감정서를 직접 증거로 채용하여 사실인정을 하기 위하여는, 특별히 다른 증거자료가 뒷받침되지 않는 한, 감정인에 대하여 감정서의 보완을 명하거나 감정증인으로의 신문방법 등을 통하여 정확한 감정의견을 밝히도록 하는 등의 적극적인 조치를 강구하여야 마땅하며 ( 대법원 1994. 6. 10. 선고 94다10955 판결 참조), 감정결과가 진료기록을 제대로 파악한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인지에 대하여도 의문이 있는 경우에 진료기록에 명백히 반하는 부분만을 배척하면서도 합리적인 근거나 설명 없이 나머지 일부만을 증거로 사용하는 것 역시 논리법칙에 어긋난다 할 것이다 ( 대법원 1985. 9. 24. 선고 84다카2309 판결 , 대법원 1994. 6. 10. 선고 94다10955 판결 등 참조).

2. 원심은 가톨릭대학교성모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이하 ‘원심 감정결과’라 한다)를 증거로 채택하고 이에 근거하여, 피고가 운영하는 한림대학교성심병원(이하 ‘피고 병원’이라 한다)에서 원고 2가 제왕절개술에 의해 출산한 신생아(이하 ‘이 사건 신생아’라 한다)가 출생 후 2일 만에 사망에 이르는 과정에서, 피고 병원 의료진이 이 사건 신생아에게 발생한 대사성(대사성) 산증(산증)의 원인을 밝히기 위한 검사를 시행하지 않았고 대사성 산증이 충분히 호전되지 않음을 확인한 후에도 후속 검사를 시행하지 아니한 과실, 심한 대사성 산증이 교정되지 않으면 심근수축력이 감소하는 등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신생아에게 혈압, 소변량을 측정하였어야 함에도 이를 해태한 과실, 또한 대사성 산증이 호전되지 않아 과호흡 상태에 있었음에도 인공호흡 치료를 중단한 후 다시 재개하지 아니한 과실로 인하여 대사성 산증의 악화 또는 호흡근의 피로로 인하여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3. 그러나 원심이 적법하게 확정한 사실과 원심이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이 사건 신생아는 출생 후에도 1분 아프가(Apgar) 점수가 4점으로 측정되는 등 주산기(주산기) 가사(가사)의 징후를 보였고, 주산기 가사가 있는 경우 동맥혈가스분석검사 결과 대사성 산증을 보일 수 있으므로, 피고 병원 의료진은 주산기 가사의 원인인 선천성 기형, 패혈증 등에 대한 검사를 시행하였고, 그 검사 중 일부의 결과만 나온 시점에서 이 사건 신생아가 출생 후 42시간 만에 급속히 악화되어 사망한 점 등의 사정을 알 수 있는바, 기존 질병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증상이 생긴 경우에 그 증상이 기존 질병에 의해 발생한 것이 아니라고 추단할 만한 다른 사정이 없다면 기존 질병에 관한 처치 내지 이에 필요한 검사 외에 그 증상 발생의 다른 원인 가능성을 규명하기 위한 모든 검사를 처음부터 반드시 시행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태어 보면, 위와 같은 피고 병원 의료진의 조치가 출생 직후에 발생된 대사성 산증에 대처하기 위한 검사 방법으로서의 합리적인 재량의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사건 신생아의 사망 전에 피고 병원 의료진이 대사성 산증의 구체적인 원인질환을 명확히 밝혀내지 못한 것에 관하여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그렇다면 이와 달리 대사성 산증에 대하여 시행하여야 할 검사 중 기초검사가 무엇이고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 필요한 시간이 어느 정도인지에 관하여 심리 내지 판단하지 아니한 채, 대사성 산증이 발견되고 그 증세가 지속되고 있음을 확인하였음에도 대사성 산증의 원인 규명을 위한 모든 검사를 처음부터 시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 사건 신생아 사망에 대하여 피고 병원 의료진의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의사의 진료 방법 선택의 재량에 관한 법리에 위배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그리고 원심이 적법하게 확정한 사실과 원심이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대사성 산증이 있더라도 빈(빈)호흡 등 호흡성 보상작용에 의하여 혈액이 산성화되지 않을 수 있으며, 심근수축력의 감소는 대사성 산증의 존재 자체만으로 발생하지 않고 혈액이 산성화되는 경우에 발생한다는 사실, 대사성 산증으로 인하여 혈액의 pH가 떨어지는 경우 혈액의 pH를 최소 7.10 내지 7.25 이상으로 유지시키기 위하여 일반적으로 중탄산나트륨을 투여하기는 하지만 그 부작용이 크므로 가능하다면 그 투여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는바, 피고 병원 의료진은 이 사건 신생아에게 중탄산나트륨을 투여하여 pH가 7.309로 회복됨에 따라 혈액의 산성화는 해소되었고 출생 후 12시간 만에 자가호흡도 양호해지자 인공호흡기와 기관내 삽관을 제거한 후 동맥혈가스 분석검사를 시행한 사실, 인공호흡기 치료는 호흡성 산증을 치료하기 위한 것으로서 대사성 산증에서 인공호흡기 치료는 보조적 치료방법에 불과하고 따라서 대사성 산증의 경우에 인공호흡기 치료의 적용기준도 마련되어 있지 아니한 사실, 한편 인공호흡기 치료 자체가 합병증의 발생 가능성이 있고 삽관 상태가 길어질수록 합병증의 빈도도 증가하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위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비록 이 사건 신생아에게 대사성 산증이 있었지만 중탄산나트륨을 투여하여 혈액의 산성화가 상당히 해소됨에 따라 심근수축력의 감소를 우려할 상황은 아니었다 할 것이므로, 부작용이 큰 중탄산나트륨을 계속 투여하거나 심근수축력 감소를 확인하기 위한 검사를 반드시 실시할 필요는 없다고 할 것이며, 따라서 더 이상 중탄산나트륨을 투여하지 않고 동맥혈가스분석검사를 시행하는 한편 인공호흡기 치료를 중단한 후 이 사건 신생아의 경과를 집중관찰한 피고 병원 의료진의 조치가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단언하기 어렵다 할 것이다.

원심은 원심 감정결과에 기초하여 이 사건 신생아가 대사성 산증의 악화 내지 호흡근 허탈에 의하여 사망하였다고 판단한 후 이를 전제로 하여 피고 병원 의료진이 이 사건 신생아에게 혈압, 소변량을 측정하였어야 함에도 이를 해태한 과실, 또한 대사성 산증이 호전되지 않아 과호흡 상태에 있었음에도 인공호흡 치료를 중단한 후 다시 재개하지 아니한 과실로 인하여 이 사건 신생아가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제1심법원의 경북대학교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이하 ‘제1심 감정결과’라 한다)는 이 사건 신생아에게 급성 신부전이나 저산소성 뇌손상이 발생하지 아니하였고, 이 사건 신생아는 대사성 산증의 원인 병변의 악화로 인하여 사망하였다고 하는 반면, 원심 감정결과는 이 사건 신생아에게 급성 신부전 및 저산소성 뇌손상이 발생하였고, 이 사건 신생아는 대사성 산증의 악화 내지 호흡근 허탈에 의하여 사망한 것으로 보고 있어 서로 상반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원심 감정결과는, 신생아 가사의 판단 기준으로 5분 아프가 점수가 0 내지 3점이라는 요건을 들고 있는 한편 이 사건 신생아의 1분 아프가 점수가 4점, 5분 아프가 점수가 7점이라고 적시하였는바, 이에 의하면 신생아 가사는 아니라고 하여야 할 터인데, 이와 달리 원심 감정결과는 이 사건 신생아가 신생아 가사 상태에 있었다고 감정의견을 제시하고 있어 서로 모순되고 있는 점, 진료 기록의 복사 상태가 좋지 않아 이 사건 신생아의 소변 횟수를 정확히 찾아볼 수 없었다고 하면서도 이 사건 신생아에게 핍뇨(핍뇨)가 있었던 것으로 추측된다고 하였을 뿐 아니라, 나아가 이 사건 신생아의 사망경위를 묻는 질문에 대하여 ‘환아는 신생아 가사로 인해 뇌뿐 아니라 콩팥에도 혈류 공급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아 계속 핍뇨가 있었다’고 단정하고 있어 구체적인 근거 자료 없이 추측에 의한 감정을 한 것으로 의심될 수 있는 점, 원심 감정의는 감정의 근거를 묻는 피고의 사실조회에 대하여 ‘진료기록이 희미하여 확인할 수 없었다’고 답변하고, 피고 병원 의료진의 구체적인 과실점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대하여도 답변을 회피하고 있는 점, 제1심 감정의와 달리 원심 감정의는 자신의 세부전공이 신생아학인지 여부에 대하여 밝히지 않고 있다는 점 등의 사정을 알 수 있는바, 위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심 감정결과는 그 신빙성에 관하여 상당한 의문이 있다 할 것이고, 특히 원심 감정결과가 진료기록을 제대로 파악한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인지에 대하여도 의문이 있는 이상, 위와 같이 모순되거나 의문점이 있는 사항만을 배척하고 이 사건 신생아의 사망원인 등에 관한 나머지 감정결과를 합리적인 근거 없이 믿을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이 사건 신생아 상태의 갑작스러운 악화 내지 사망이 대사성 산증 자체의 악화로 인한 것이라는 원심 감정결과를 받아들이기에 앞서 이 사건 신생아에게 대사성 산증 등 임상증상을 일으킨 원인질환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와 같은 원인질환이 전신상태의 갑작스러운 악화와 사망을 일으킬 수 있는지 여부 및 그 예후 등에 관하여 심리함으로써, 원심 감정결과가 이 사건 진료기록의 감정에 적합한 전문가에 의하여 합리적으로 이루어졌는지 여부 및 제1심 감정결과에 불구하고 원심 감정결과를 뒷받침할 수 있는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지에 관하여 살펴보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에 이르지 아니한 채 원심 감정결과에 따라 이 사건 신생아가 대사성 산증 자체의 악화 내지 호흡근의 허탈로 인하여 사망하였다고 판단하였을 뿐 아니라, 심장 근육의 수축력이 감소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혈액이 지나치게 산성화되는 것을 방지하여야 한다고 판시하면서도, 이 사건 신생아 혈액의 산성화가 상당히 해소된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대사성 산증이 존재한다는 사정에만 기초하여 심근수축력이 감소하는 등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보아 피고 병원 의료진에게 심근수축력 감소에 대비한 검사 및 관찰의무가 있다고 판단하고, 나아가 대사성 산증이 호전되지 아니하였다는 사정이나 이미 심박동수가 떨어진 후 심폐소생술 도중에 다시 시행한 동맥혈가스 분석검사 결과 혈액의 산성화가 악화되었다는 사실만으로 막연히 대사성 산증에 대한 치료상 과실이 있다고 판단하였는바, 원심의 이와 같은 판단은 모순되는 감정결과의 채택과 논리칙에 관한 채증법칙 위배 및 심리미진의 위법이 있고, 심근수축력 감소에 영향을 주는 직접적인 요인이 상당히 해소되었음에도 심근수축력 감소를 확인하는 처치가 필요하다고 인정한 모순이 있으며, 또한 의사의 진료 방법 선택의 재량 법리 등을 오해하여 심리를 그르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차한성(재판장) 고현철 김지형(주심) 전수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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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서울고등법원 2007.1.16.선고 2003나43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