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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2. 12. 8. 선고 92다29924 판결
[손해배상(기)][공1993.2.1.(937),431]
판시사항

가. 태아의 두개내출혈 등 두부손상이 분만 당시 의사의 과오에 의한 것으로 보이고, 출산 전후를 통하여 달리 뇌성마비의 원인이 될 만한 모체 또는태아의 감염이나 이상을 인정할 자료가 없다면 태아의 두부손상이 뇌성마비의원인이 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하여 의사의 의료과오를 인정한 사례

나. 가해행위와 이로 인한 손해의 발생 사이에 시간적 간격이 있는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채권에 있어 소멸시효의 기산점이 되는 불법행위를 안 날의 의미

다. 원고의 청구가 장차 신체감정결과에 따라 청구금액을 확장할 것을 전제로 재산상 및 정신상 손해금 중 일부를 청구한다는 뜻인 경우 소제기로 인한 시효중단의 효력이 미치는 범위(소장에서 주장한 손해배상채권 전부)

판결요지

가. 태아의 두개내출혈 등 두부손상이 분만 당시 의사의 과오에 의한 것으로 보이고, 출산 전후를 통하여 달리 뇌성마비의 원인이 될 만한 모체 또는 태아의 감염이나 이상을 인정할 자료가 없다면 태아의 두부손상이 뇌성마비의 원인이 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하여 의사의 의료과오를 인정한 사례.

나. 가해행위와 이로 인한 현실적인 손해의 발생 사이에 시간적 간격이 있는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채권에 있어서 소멸시효의 기산점이 되는 불법행위를 안 날이라 함은 단지 관념적이고 부동적인 상태에서 잠재하고 있던 손해가 그 후 현실화된 것을 안 날을 의미하는 것이나, 이와 같이 현실화된 손해의 정도나 액수까지 구체적으로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 원고의 청구가 장차 신체감정결과에 따라 청구금액을 확장할 것을 전제로 우선 재산상 및 정신상 손해금 중 일부를 청구한다는 뜻이라면 채권의 일부에 대해서만 판결을 구하는 취지의 일부청구는 아님이 분명하여 소제기로 인한 시효중단의 효력은 소장에서 주장한 손해배상채권의 동일성의 범위 내에서 채권 전부에 대하여 미친다.

원고, 피상고인

원고 1 외 4인 원고들 소송대리인 변호사 오세도 외 1인

피고, 상고인

피고 학교법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여동영 외 2인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피고소송대리인들의 상고이유를 본다.

1. 손해배상책임의 발생에 관하여

(1) 이 사건에서 원심이 확정한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다.

즉 원고 2는 1985.9.20. 출산을 위해 피고 산하 의료원에 입원하였고 그 당시 원고 2는 임신기간 40주 6일로서 분만예정일인 같은 달 14.을 훨씬 지나 있었으나 입원하기 전 임신기간 중 매월 정기적으로 받은 검진과 분만예정일인 1985.9.14.에 받은 검진에서도 원고 2와 태아가 정상이었으며, 위 의료원에 입원직후 위 병원의 1년차 전공의인 소외 1이 원고 2를 진찰한 결과 분만을 앞둔 위 원고의 신체조건은 비숍.에스.스코어(Bishop. S. Score)가 11점으로서 전반적으로 양호한 상태였고 골반검진결과는 골반의 대각 결합선이 정상치인 11.5센티미터를 초과하는 12.5센티미터이며 골반협부에 돌출부위나 골반벽 부분에 폭주도 없었고 천골 부위에도 이상이 없어 정상이었고 태아 역시 정상이었으며 그 몸무게는 3.8킬로그램으로 예상되었다. 원고 2는 위 입원일인 9.20. 09:20경부터 본격적으로 진통이 시작되어 13:00경 자궁입구에 태아의 머리가 보이자 산실로 옮겨져 위 병원의 2년차 전공의인 소외 2가 원고 2의 분만을 담당하게 되었고 소외 1의 진찰결과를 토대로 자연분만을 시도하였으나 산모의 미약진통과 태아의 머리가 커서 분만이 지연되자 흡입기(Vacuum)를 사용하여 소외 1, 같은 전공의인 소외 3과 번갈아 가며 태아를 뽑아내는 소위 흡입분만을 시도하였으나 태아의 머리가 커서 머리만 약간 나오고 완전히 분만되지 않았다. 그런데 위 원고의 골반크기가 정상이긴 하였지만 태아의 머리가 예상보다 커서 이와 같이 분만이 지연되는 경우 난산으로 인해 태아와 산모의 생명과 신체에 위험이 따를 여지가 있으므로, 원고 2의 분만을 담당하는 의사인 소외 2로서는 태아를 안전하게 분만할 수 있는 방법으로서 즉시 전문의에게 보고하여 그의 지시에 따르던가 제왕절개술을 시행하거나, 그것이 여의치 않아 부득이 심슨겸자(Simpson forceps)를 이용하여 태아의 두부를 집어 끌어내는 방법으로 분만을 시킬 경우에도 태아의 두부는 아직 발육중으로 약하고 연하여 분만이라는 특수상황 때문에 약간의 물리적 충격에 의해서도 쉽게 손상될 가능성이 있으므로(충격부위에 따라서는 치명적인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이러한 손상이 발생되지 않도록 고도의 주의를 하면서 심슨겸자를 사용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전문의에게 보고하거나 제왕절개술을 시행하지 않았고, 또한 같은 날 14:30경 소외 1, 소외 3, 같은 전공의인 소외 4의 도움을 받아 심슨겸자를 사용 흡입기와 교대로 태아의 머리를 집어 끌어냄에 있어서 위와 같은 주의의무를 게을리 한 채 분만 직전 약 5분 동안 심슨겸자로 태아의 머리를 꽉 집어 무리하게 끌어낸 과실로 같은 날 15:05경 원고 1이 분만되었으나 머리가 보기 흉할 정도로 일그러져 있었고 그 당시 머리 양쪽 부위에 겸자에 눌린 흔적이 있었으며 원고 1의 두개골 부분이 직경 2센티미터 정도 함몰되었고, 원고 1은 출생 직후 자기 호흡을 하지 못하여 소외 2가 원고 1의 구강내 분비물을 제거하고 산소마스크로 산소를 주입하였으나 여전히 호흡하지 못하여 산소주입튜브를 기관지에 삽입 산소를 주입한 결과 2-3분 후에야 호흡을 시작하였으나 전혀 울지 못하였고 온 몸에 청색증 등의 증세로 상태불량하자 즉시 소아과병동으로 옮겨져 입원가료하게 되었다. 그 다음날인 9.21. 원고 1의 머리 오른쪽에 큰 두개혈종이 발견되었고 원고 1이 안정을 못하고 설치고 불규칙한 호흡을 하며 잦은 발작과 발작하는 동안 사지가 강직되는 등으로 뇌성마비증세를 보이자 당일 원고 1에 대한 두부 엑스레이(X-ray) 촬영과 그 다음날인 9.22. 영남대학교 영남의료원에서 뇌전산화단층촬영을 한 결과 원고 1에게 좌측측두골 두개골골절, 전반적인 뇌부종, 우측전후두정골부근과 좌측후두정골의 두혈종 및 두개내출혈이 있었으며, 원고 1은 위 증세에 대한 치료를 위해 1개월간 보육기(인큐베이터)에서 산소공급 및 투약과 치료를 받고 같은 해 10.21. 퇴원하였지만 그 증세가 크게 호전되지 않고 발육이 부진하는 등 뇌성마비의 증세가 완연히 나타나 1986.6.20.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혜화병원에서 검진결과 원고 1의 증세는 뇌성마비로 밝혀졌다. 원고 1은 생후 만 24개월이 지났어도 말은 물론 혼자서 일어나 앉지도 못하고 비트는 등의 뇌성마비증세를 보이고 있는데, 신생아의 뇌성마비의 발생원인으로서는 출산 전 모체의 감염(특히 임신초 3개월간에 있어서의 풍진, 기타 바이러스 감염 등), 방사선조사, 출혈, 중독증, 제대의 이상, 태반의 이상, 모체의 산소결핍상태 등에 기인한 임신중의 무산소증, 모체와 태아의 혈액형 부적합으로 인한핵황달, 태아의 미성숙(특히 미숙아에 있어서는 분만외상을 받기 쉽고 두개내출혈을 일으키기 쉬우며 또한 산소결핍을 일으키기 쉽다) 등이 있고 출산시의 원인으로 비정상분만, 특히 난산 등의 경우 기계적 요인(특히 본건과 같이 겸자 등 기계조작으로 생긴 분만외상으로 인한 두개내출혈 등), 기도의 폐색, 호흡마비양수흡인에 기인한 신생아가사(저산소증) 등이 있고 출산 후의 원인으로서는 두부외상감염, 뇌종양을 들 수 있다는 것이다.

(2) 기록에 의하여 원심이 취사한 증거관계를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에 수긍이 가고 거기에 소론이 주장하는 것과 같은 채증법칙위반이나 심리미진 또는 증거해석착오의 위법이 없다.

위 사실관계에 비추어 보면 원고 1의 출산 직후 발견된 비정상적으로 큰 두개혈종과 뇌부종 및 두개내출혈 등 두부손상은 원고 1의 분만 당시 소외 2가 위 인정과 같은 주의의무를 게을리하여 심슨겸자로 무리하게 태아의 머리를 집어 끌어내는 과정에서 가한 물리적 충격과 압박에 기인한 것으로 보이고, 원고 2와 태아가 모두 출산 직전까지 극히 정상인 것으로 진단되었을 뿐 아니라 출산 전후를 통하여 달리 뇌성마비의 원인이 될 만한 모체 또는 태아의 감염이나 이상이 있었음을 인정할 자료가 없는 이 사건에 있어서는, 소외 2의 무리한 겸자사용으로 인한 두개내출혈 등이 원고 1의 뇌성마비의 원인이 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하겠다.

원심이 같은 취지에서 소외 2의 의료상 과실로 인하여 원고들이 입은 손해에 대하여 피고에게 사용자책임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였음은 정당하고, 거기에 소론이 주장하는 것과 같은 의료상의 과실내용과 인과관계 및 입증책임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논지는 이유 없다.

2. 소멸시효의 완성여부에 관하여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가 원고들이 1986.8.5.자 이 사건 소장에서 청구하여 1심에서 전액 인용된 원고 1의 위자료 금 5,000,000원, 원고 3, 같은 2의 위자료 각 금 1,000,000원, 원고 4, 같은 5의 위자료 각 금 500,000원을 제외하고 원심에 이르러 1991.8.29.자 청구취지확장에 의하여 추가된 원고 1의 적극적, 소극적 재산상 손해와 확장된 원고들의 위자료청구금액부분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은 이미 이 사건 사고발생일로부터 3년의 단기소멸시효기간이 도과하여 시효소멸하였다고 항변한 데에 대하여, 1심의 신체감정촉탁에 대한 영남대학교 의과대학 신경외과 교수 조수호의 1986.12.23.자 회보결과에 의하면 당시 원고 1이 생후 14개월 전후에 불과하여 육체적 정신적으로 발육이 진행되어 가는 단계이므로 앞으로 어느 정도 심한 뇌성마비의 후유증이 남아 노동능력의 손실이 얼마나 될 것인지의 여부와 개호인이 어느 기간까지 필요할 것인지의 여부를 판단하기 위하여는 최소한 6세 이후에 다시 판정(감정)을 요한다는 것이고, 2심에서 원고들 소송대리인의 신청에 의하여 한 신경외과교수 김승래의 1990.12.28.자 회보결과에 의하여 비로소 원고 1의 노동능력상실율이 100%라는 감정결과가 나왔음을 알 수 있으므로, 위와 같은 각 신체감정촉탁결과에 비추어볼 때 이 사건 사고발생 직후는 물론 1심에서의 위 신체감정촉탁결과의 고지만으로는 원고들이 이 사건으로 구하고 있는 손해의 전부를 알게 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적어도 원심에서의 1990.3.27.자 신체감정촉탁결과가 고지된 때에 비로소 원고들이 그 손해의 전부를 알게 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할 것이므로 이 때로부터 위 확장청구에 대한 소멸시효기간이 진행된다고 판단하여 피고의 위 항변을 배척하였다.

(2) 그러나 가해행위와 이로 인한 현실적인 손해의 발생 사이에 시간적 간격이 있는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채권에 있어서 소멸시효의 기산점이 되는 불법행위를 안 날이라 함은 단지 관념적이고 부동적인 상태에서 잠재하고 있던 손해가 그 후 현실화된 것을 안 날을 의미하는 것이나, 이와 같이 현실화된 손해의 정도나 액수까지 구체적으로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 당원 1990.1.12. 선고 88다카25168 판결 ; 1992.5.22. 선고 91다41880 판결 1992.4.14. 선고 92다2011 판결 각 참조).

원심이 들고 있는 위 1986.12.23.자 신체감정촉탁회보의 취지가 뇌성마비의 후유증이 남을 것은 확실하나 장차 후유증의 정도가 어느 정도가 될 것인지를 현재 감정인으로서는 판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라면, 객관적으로 뇌성마비의 후유증으로 인한 노동능력상실의 손해는 현실화된 것이고 다만 구체적으로 장래에 있어서의 그 손해의 정도를 명확히 알 수 없는 것에 지나지 않으나, 이와 달리 위 신체감정촉탁회보의 취지가 위 원고의 발육에 따라 뇌성마비의 후유증이 호전될 수도 있어 그 후유증으로 인한 장래의 손해발생 자체가 불확실하다는 취지라면, 뇌성마비후유증으로 인한 장래의 손해는 이 사건 사고 당시나 위 회보 당시에 있어서 현실화되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위 원고가 손해를 알았다고 볼 수 없을 것이다.

원심이 위 신체감정촉탁회보의 취지가 위 양자 중 어느 경우를 의미하는지를 밝혀보지 않은 채 만연히 위와 같이 판단하고 말았음은 증거가치의 판단을 그르치고 심리를 소홀히 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저지른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3) 그러나 기록에 의하면 원고들은 소장에서 피고는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재산상 손해로서 원고 1에게 가동연한까지의 일실이익손해금으로 24,644,606원과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로서 위 원고에게 500만 원, 원고 3, 2에게 각 200만 원, 나머지 원고들에게 각 100만 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하면서, 소송의 편의상 우선 원고 1은 위 손해액 중 500만 원, 원고 3, 2는 위자료 중 각 100만 원, 나머지 원고들은 각 50만 원과 위 각 금원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바, 위에서 소송의 편의상 우선 일부금만 청구한다는 취지는 신체상해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 있어서는 신체감정을 거쳐 손해액을 확정하는 것이 통례인 점과 원고들이 1심 제1차 변론기일에 소장진술 후 바로 원고 홍순원에 대한 신체감정신청을 한 점 등에 비추어 장차 신체감정결과에 따라 청구금액을 확장할 것을 전제로 우선 원고 1의 재산상 및 정신상 손해금 중 일부와 나머지 원고들의 정신상 손해금 중 일부를 청구한다는 뜻으로 해석되므로(1심 및 원심판결은 원고 1의 일부 청구가 오직 위자료청구만인 것으로 보았으나 이는 잘못이다), 채권의 일부에 대해서만 판결을 구하는 취지의 일부청구는 아님이 분명하여 이 소제기로 인한 시효중단의 효력은 원고들이 소장에서 주장한 손해배상채권의 동일성의 범위 내에서 그 채권 전부에 대하여 미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결국 피고의 소멸시효항변은 이유 없음이 기록상 명백하므로 이를 배척한 원심판결의 이유설시는 잘못된 것이라고 하여도 그 결론은 정당하여 논지는 받아 들일 수 없다.

3. 개호비에 관하여

기록에 의하여 원심이 채용한 신체감정촉탁결과를 살펴보면 원심이 원고 1은 생존여명 동안 도시일반노동에 종사하는 성년여자 1인의 노임상당 개호비를 지출하게 된 손해를 입은 것으로 판단한 조치에 수긍이 가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개호인의 필요와 한계에 관한 법리오해나 심리미진의 위법이 없으며, 개호인 1인이 만근할 필요 없이 반일 또는 3분의 1일 근무로서 충분하다는소론은 독자적 견해에 불과하여 이유 없다.

4.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석수(재판장) 이회창 배만운 최종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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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대구고등법원 1992.6.11.선고 88나24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