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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2. 6. 28. 선고 2000도3716 판결
[업무상배임][공2002.8.15.(160),1877]
판시사항

[1] 업무상 배임죄의 주관적 요건과 그 입증 방법

[2] 금융기관의 직원이 대출을 함에 있어 충분한 담보를 제공받는 등 상당하고도 합리적인 채권회수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만연히 대출해 준 경우, 업무상 배임죄의 고의 성립 여부(적극)

[3] 대출업무 담당자가 불량대출을 하였으나 회수할 수 없는 채권을 회수하여 실질적으로 본인에게 이익이 됨을 이유로 배임죄의 고의를 부인하기 위한 요건

[4] 일정수의 보증인을 요구하는 대출규정에 위배하여 보증인 중 일부를 자격미달인 보증인을 세우고 대출한 경우 타보증인에 의한 채무전액 변제가 배임죄 성립에 방해가 되는지 여부(소극) 및 대출규정에 위배하여 융통어음을 할인한 경우 배임죄가 성립되는지 여부(적극)

[5]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여 채무자에게 기존 대출금에 대한 대출기한을 연장해 준 경우 배임죄의 성립 여부(한정 소극) 및 금융기관이 거래처의 기존 대출금에 대한 연체이자에 충당하기 위하여 거래처가 신규대출을 받은 것처럼 서류상 정리하였더라도 금융기관이 실제로 거래처에게 대출금을 새로 교부한 것이 아닌 경우 업무상 배임죄의 성립 여부(소극)

[6] 보증인이 약정한 보증기간 및 보증한도액 내에서 대출을 하여 주었다면 비록 주채무자인 법인의 명칭 및 대표이사가 변경되었음에도 종전 대출시에 사용하였던 연대보증관계 서류로써 대출해 주었더라도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업무상배임죄의 고의는 업무상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본인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다는 의사와 자기 또는 제3자의 재산상의 이득의 의사가 임무에 위배된다는 인식과 결합되어 성립되는 것이며, 이와 같은 업무상배임죄의 주관적 요소로 되는 사실(고의, 동기 등의 내심적 사실)은 피고인이 본인의 이익을 위하여 문제가 된 행위를 하였다고 주장하면서 범의를 부인하고 있는 경우에는 사물의 성질상 고의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 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하여 입증할 수밖에 없고, 무엇이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에 해당할 것인가는 정상적인 경험칙에 바탕을 두고 치밀한 관찰력이나 분석력에 의하여 사실의 연결상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방법에 의하여야 하며, 피고인이 본인의 이익을 위한다는 의사도 가지고 있었다 하더라도 위와 같은 간접사실에 의하여 본인의 이익을 위한다는 의사는 부수적일 뿐이고 이득 또는 가해의 의사가 주된 것임이 판명되면 배임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할 것이다.

[2] 금융기관의 직원들이 대출을 함에 있어 대출채권의 회수를 확실하게 하기 위하여 충분한 담보를 제공받는 등 상당하고도 합리적인 조치를 강구함이 없이 만연히 대출을 해 주었다면 업무위배행위로 제3자로 하여금 재산상 이득을 취득하게 하고 금융기관에 손해를 가한다는 인식이 없었다고 볼 수 없다.

[3] 은행의 지점장 등 대출업무를 담당하는 자가 그 업무취급에 관한 은행의 관계 규정을 위반하여 담보물에 대한 대출한도액을 초과하여 대출하거나 담보로 할 수 없는 물건을 담보로 하여 대출을 하는 등 이른바 불량대출을 하였을 경우라도 그 대출에 따른 인적, 물적담보를 확보하여 그렇게 대출한 것이 회수할 수 없는 채권을 회수하여 실질적으로 은행에 이익이 되고 그것이 통상적인 업무집행 범위에 속하는 것으로 용인될 수 있는 것이라면 그 대출로 인하여 회수의 확실성이 없는 일부 채권이 발생하였다 하여 이를 가지고 대출업무 담당자로서의 채권확보조치를 하지 아니한 임무위반행위에 해당하거나 그와 같은 임무위반의 인식이 있었다고 볼 수 없는 것은 사실이나, 이와 같이 임무위반의 인식이 없었다고 보기 위해서는 그 불량대출로 인하여 종전의 회수할 수 없는 채권을 회수한 경우이어야 한다.

[4] 배임죄에서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 때'라 함은 현실적인 손해를 가한 경우뿐만 아니라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도 포함되고 일단 손해의 위험성을 발생시킨 이상 사후에 피해가 회복되었다 하여도 배임죄의 성립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라 할 것이고, 일정 수의 보증인을 요구하는 은행의 대출규정은 그 정도의 보증인이 되어야 채권 회수에 문제가 없으리라는 판단에 근거한 것이므로, 그 중 1인이 흠결되거나, 자격이 미달되는 보증인을 세우고 대출을 하는 경우에는 비록 다른 보증인에 의하여 채권회수가 모두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은행의 입장에서는 그 대출 당시에 채권 회수가 곤란해질 위험에 처하게 된 것이라고 하지 아니할 수 없을 것이며, 융통어음의 할인을 금지하는 것도 진성어음의 경우와 달리 융통어음의 경우에는 어음금이 지급되지 아니할 위험성이 높아서 담보의 일종으로 취득한 어음이 전혀 가치가 없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 기인한다 할 것이므로, 은행 규정에 위배하여 융통어음을 할인하여 준 경우에는 은행의 입장에서는 그 대출 당시에 채권 회수가 곤란해질 위험에 처하게 된 것이라고 하지 아니할 수 없다.

[5] 배임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행위자의 임무위배행위로 인하여 본인에게 재산상 손해가 발생 또는 발생할 염려가 있어야 하는 것인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여 채무자에게 기존 대출금에 대한 대출기한을 연장해 준 경우, 기한 연장 당시에는 채무자로부터 대출금을 모두 회수할 수 있었는데 기한을 연장해 주면 채무자의 자금사정이 대출금을 회수할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되리라는 사정을 알고 그 기한을 연장해 준 경우에 그 기한연장으로 인한 새로운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므로 이러한 사정이 밝혀지지 않고서는 대출기한을 연장해 준 부분을 따로 떼어 배임죄가 성립된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고, 또 거래처의 기존대출금에 대한 연체이자에 충당하기 위하여 위 거래처가 신규대출을 받은 것처럼 서류상 정리한 경우에는 대출금원장 등에는 형식적으로 대출금이 거래처에 교부된 것처럼 되어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거래처의 기존대출금에 대한 연체이자 정리를 위하여 서류상으로만 위 거래처가 신규대출받는 것으로 기재되었을 뿐 금융기관 측에서 위 거래처에게 대출금이 새로 교부된 것이 아니므로 그로 인하여 금융기관 측에 어떤 새로운 손해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어서 따로 업무상배임죄가 성립된다고 볼 수 없다.

[6] 채권자와 주채무자 사이의 계속적인 거래관계에서 발생하는 불확정한 채무를 기간을 정하여 보증하는 이른바 계속적 보증의 경우에도 보증인은 그 기간 동안 발생한 모든 채무 중 주채무자가 이행하지 아니하는 채무를 전부 이행할 의무가 있는 것이 원칙이므로, 보증인이 약정한 보증기간 및 보증한도액 내에서 대출을 하여 주었다면 비록 주채무자인 법인의 명칭 및 대표이사가 변경되었음에도 종전 대출시에 사용하였던 연대보증관계 서류로써 대출해 주었더라도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한 사례.

참조판례
피고인

피고인 외 1인

상고인

피고인들

변호인

법무법인 화백 담당변호사 김남근 외 2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춘천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1.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들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들은 농업협동조합중앙회(이하 '농협'이라고만 한다) 지점장 및 동 지점 여신과장으로 근무하였던 자로서, 공소외 1이 동 지점으로부터 대출을 받도록 도와주기로 하고, (1) 동 지점 여신계장이었던 1심 공동피고인 및 공소외 1과 공모하여, ① 1995. 9. 7.경 공소외 1이 그의 부 공소외 2 명의로 대출을 받으면서 보증인 자격도 없는 권광수의 명의를 도용하여 대출약정서를 위조하여 제출하였음에도, 임무에 위배하여 같은 날 권광수 등을 연대보증인으로 한 위조된 대출약정서를 이용하여 공소외 1에게 1,500만 원을 대출해 주도록 하여 농협에게 동액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입게 하고, ② 1996. 1. 15.경 공소외 1이 지동식을 연대보증인으로 하여 김운수 명의로 대출을 받으면서 당일 대출약정서가 작성·제출되지 아니하였음에도, 임무에 위배하여 지동식이 연대보증인란에 서명하여 대출약정서가 작성되기 2일 전인 같은 날 공소외 1에게 3,000만 원을 미리 대출해 주어 농협에게 동액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입게 하고, ③ 1996. 2. 14.경 공소외 1이 이창국 명의로 동인이 실질적 운영자로 있는 세명실업의 어음을 담보로 대출받음에 있어, 융통어음을 담보로 제출하여 대출을 받으려 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융통어음을 담보로 대출을 할 수 없도록 되어 있는 농협 규정에 위배하여 공소외 1에게 3,000만 원을 대출해 주어 농협에게 동액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입게 하고, ④ 1996. 3. 10.경 공소외 1이 남진용의 연대보증으로 세명실업 대표이사 정병찬 명의로 된 어음을 담보로 대출을 받음에 있어, 동인이 전에 남진용의 연대보증하에 공소외 3 주식회사 대표이사 공소외 2 명의의 어음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때 사용하던 실효된 연대보증관계 서류를 이용하여 대출을 받으려고 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임무에 위배하여 3,000만 원을 대출해 주어 농협에게 동액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입게 하고, ⑤ 1996. 6. 10.경 공소외 1이 이창국 명의로 세명실업의 어음을 담보로 대출을 받음에 있어 이창국으로부터 주채무자가 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으며 다시 제출된 대출약정서의 주채무자 필적이 이창국의 필적과 확연히 달라 대출약정서가 위조되었고 허위의 세금계산서를 제출하여 대출을 신청하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임무에 위배하여 3,000만 원을 대출해 주어 농협에게 동액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입게 하고, ⑥ 1996. 6. 11.경 공소외 1이 남진용의 연대보증으로 세명실업 대표이사 정병찬 명의로 된 어음을 담보로 대출을 받음에 있어, 동인이 전에 남진용의 연대보증하에 공소외 3 주식회사 대표이사 공소외 2 명의의 어음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때 사용하던 실효된 연대보증관계 서류를 이용하여 대출을 받으려고 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임무에 위배하여 3,000만 원을 대출해 주어 농협에게 동액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입게 하고, ⑦ 1996. 7. 31.경 공소외 1이 김희태 명의로 대출받은 채무의 대출기한 연기를 신청함에 있어 김희태로부터 동인은 대출연기에 승낙한 바 없다는 연락을 받았으므로 공소외 1이 김희태의 허락 없이 대출연기신청서를 위조하여 대출연기를 신청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임무에 위배하여 3,000만 원 채무의 대출기한을 연기하여 주어 농협에게 동액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입게 하고, (2) 공소외 1과 공모하여, 1997. 2. 5.경 공소외 1이 지동식의 연대보증하에 이시우 명의로 대출을 받으면서 연대보증인으로 내세운 지동식이 보증인 자격이 부족하고 동인이 지점에서 연대보증인란에 자서한 사실이 없음에도, 임무에 위배하여 공소외 1에게 지점장 특인으로 3,000만 원을 대출해 주어 농협에게 동액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입게 하였다는 것이다.

2. 이 사건 공소사실 중 (1)의 ①, ③ 및 (2)항 사실에 대한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2인 이상이 범죄에 공동 가공하는 공범관계에서 공모는 법률상 어떤 정형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고 2인 이상이 공모하여 어느 범죄에 공동 가공하여 그 범죄를 실현하려는 의사의 결합만 있으면 되는 것으로서, 비록 전체의 모의과정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수인 사이에 순차적으로 또는 암묵적으로 상통하여 그 의사의 결합이 이루어지면 공모관계가 성립하고, 이러한 공모가 이루어진 이상 실행행위에 직접 관여하지 아니한 자라도 다른 공모자의 행위에 대하여 공동정범으로서의 형사책임을 진다 할 것이고( 대법원 1993. 7. 27. 선고 93도1435 판결 , 2000. 3. 14. 선고 99도4923 판결 등 참조), 업무상배임죄의 고의는 업무상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본인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다는 의사와 자기 또는 제3자의 재산상의 이득의 의사가 임무에 위배된다는 인식과 결합되어 성립되는 것이며, 이와 같은 업무상배임죄의 주관적 요소로 되는 사실(고의, 동기 등의 내심적 사실)은 피고인이 본인의 이익을 위하여 문제가 된 행위를 하였다고 주장하면서 범의를 부인하고 있는 경우에는 사물의 성질상 고의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 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하여 입증할 수밖에 없고, 무엇이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에 해당할 것인가는 정상적인 경험칙에 바탕을 두고 치밀한 관찰력이나 분석력에 의하여 사실의 연결상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방법에 의하여야 하며 ( 대법원 1988. 11. 22. 선고 88도1523 판결 , 1999. 7. 9. 선고 99도1864 판결 , 2000. 4. 11. 선고 99도334 판결 등 참조), 피고인이 본인의 이익을 위한다는 의사도 가지고 있었다 하더라도 위와 같은 간접사실에 의하여 본인의 이익을 위한다는 의사는 부수적일 뿐이고 이득 또는 가해의 의사가 주된 것임이 판명되면 배임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할 것이고 ( 대법원 2000. 12. 8. 선고 99도3338 판결 참조), 금융기관의 직원들이 대출을 함에 있어 대출채권의 회수를 확실하게 하기 위하여 충분한 담보를 제공받는 등 상당하고도 합리적인 조치를 강구함이 없이 만연히 대출을 해 주었다면 업무위배행위로 제3자로 하여금 재산상 이득을 취득하게 하고 금융기관에 손해를 가한다는 인식이 없었다고 볼 수 없다 할 것이며( 대법원 1990. 11. 13. 선고 90도1885 판결 등 참조), 은행의 지점장 등 대출업무를 담당하는 자가 그 업무취급에 관한 은행의 관계 규정을 위반하여 담보물에 대한 대출한도액을 초과하여 대출하거나 담보로 할 수 없는 물건을 담보로 하여 대출을 하는 등 이른바 불량대출을 하였을 경우라도 그 대출에 따른 인적, 물적담보를 확보하여 그렇게 대출한 것이 회수할 수 없는 채권을 회수하여 실질적으로 은행에 이익이 되고 그것이 통상적인 업무집행 범위에 속하는 것으로 용인될 수 있는 것이라면 그 대출로 인하여 회수의 확실성이 없는 일부 채권이 발생하였다 하여 이를 가지고 대출업무 담당자로서의 채권확보조치를 하지 아니한 임무위반행위에 해당하거나 그와 같은 임무위반의 인식이 있었다고 볼 수 없는 것은 사실이나 ( 대법원 1987. 4. 4. 선고 85도1339 판결 참조), 이와 같이 임무위반의 인식이 없었다고 보기 위해서는 그 불량대출로 인하여 종전의 회수할 수 없는 채권을 회수한 경우이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배임죄에서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 때'라 함은 현실적인 손해를 가한 경우뿐만 아니라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도 포함되고 일단 손해의 위험성을 발생시킨 이상 사후에 피해가 회복되었다 하여도 배임죄의 성립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라 할 것이고 ( 대법원 2000. 3. 14. 선고 99도4923 판결 , 2000. 12. 8. 선고 99도3338 판결 등 참조), 일정 수의 보증인을 요구하는 은행의 대출규정은 그 정도의 보증인이 되어야 채권 회수에 문제가 없으리라는 판단에 근거한 것이므로, 그 중 1인이 흠결되거나, 자격이 미달되는 보증인을 세우고 대출을 하는 경우에는 비록 다른 보증인에 의하여 채권회수가 모두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은행의 입장에서는 그 대출 당시에 채권 회수가 곤란해질 위험에 처하게 된 것이라고 하지 아니할 수 없을 것 이며, 융통어음의 할인을 금지하는 것도 진성어음의 경우와 달리 융통어음의 경우에는 어음금이 지급되지 아니할 위험성이 높아서 담보의 일종으로 취득한 어음이 전혀 가치가 없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 기인한다 할 것이므로, 은행 규정에 위배하여 융통어음을 할인하여 준 경우에는 은행의 입장에서는 그 대출 당시에 채권 회수가 곤란해질 위험에 처하게 된 것이라고 하지 아니할 수 없을 것이다.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이 채택한 증거들을 위에서 본 법리 및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들이 공모하여 배임의 범의를 가지고 이 사건 공소사실 중 (1)의 ①, ③ 및 (2)항 각 범죄사실을 저지른 사실 및 위 각 범죄사실에 있어서 농협에 대출금 회수가 어렵게 될 위험이 발생한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으므로( 피고인 2은, 1심 공동피고인 및 같은 피고인의 검찰에서의 진술은 회유와 강압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으로서 임의성이 없다고 다투나, 이들에 대한 검사 작성의 각 피의자신문조서의 형식과 내용, 같은 피고인 및 1심 공동피고인의 학력, 경력, 직업, 사회적 지위, 지능정도 등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보면, 같은 피고인 및 1심 공동피고인은 그 진술을 임의로 한 것으로 보여진다), 원심이 피고인들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1)의 ①, ③ 및 (2)항의 범죄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유지한 것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나 공모공동정범의 공모의 점 및 고의의 점, 업무상배임죄에 대한 법리오해, 심리미진 등의 잘못이 있다고 볼 수 없다.

3. 이 사건 공소사실 중 (1)의 ②, ④ 내지 ⑦항 사실에 대한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가.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1)의 ②, ④ 내지 ⑦항 사실에 대하여 피고인들에 대하여 유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유지하였으나,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한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나. 우선 이 사건 공소사실 중 (1)의 ②항 사실에 대하여 살핀다.

배임죄의 구성요건인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 때'라 함은 현실적인 손해를 가한 경우뿐만 아니라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도 포함되므로, 이 부분 공소사실에 의하여도 위 대출 이후에 보증인인 지동식이 대출약정서에 서명을 하지 아니할 위험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할 것이어서,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라 할 것이나, 기록에 의하면, 위 대출일인 1996. 1. 15.에 공소외 1이 지동식에게 대출보증을 하여 달라고 부탁하여 지동식이 이를 승낙하고 주민등록증과 공무원증을 복사해서 모사전송의 방법으로 농협에 송부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수사기록 9면 참조), 또 실제로 그 이틀 후에 지동식이 대출약정서에 서명을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그렇다면 비록 대출 당일 대출약정서에 지동식의 서명을 받지 못하였다 하더라도 피고인들에게 당시 대출금의 회수가 불가능해지는 위험이 발생하여 농협에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다는 인식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고, 그 외 달리 피고인들의 배임의 고의를 입증할 만한 자료를 찾아보기 어렵다(기록에 의하면, 지동식은 주채무자가 공소외 1이 아닌 김운수라는 사람인 줄 모르고 보증인으로 서명한 것으로 보이고, 보증계약에 있어서 주채무자가 누구인가 하는 것은 중요사항에 관한 착오라 할 것이므로, 지동식이 후에 기망이나 착오를 이유로 보증계약을 취소한다는 주장을 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여, 농협의 채권 회수가 불확실해질 위험에 처하게 될 가능성은 있다 할 것이나, 이 사건은 위와 같은 사유로 배임죄로 공소가 제기된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검사의 이 부분 공소사실을 기초로 피고인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하였거나, 배임죄의 성립요건인 고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저지른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다. 다음으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1)의 ⑤, ⑦항 사실에 대하여 살펴본다.

배임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행위자의 임무위배행위로 인하여 본인에게 재산상 손해가 발생 또는 발생할 염려가 있어야 하는 것인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여 채무자에게 기존 대출금에 대한 대출기한을 연장해 준 경우, 기한 연장 당시에는 채무자로부터 대출금을 모두 회수할 수 있었는데 기한을 연장해 주면 채무자의 자금사정이 대출금을 회수할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되리라는 사정을 알고 그 기한을 연장해 준 경우에 그 기한연장으로 인한 새로운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므로 이러한 사정이 밝혀지지 않고서는 대출기한을 연장해 준 부분을 따로 떼어 배임죄가 성립된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고 ( 대법원 1999. 7. 9. 선고 99도1864 판결 참조), 또 거래처의 기존대출금에 대한 연체이자에 충당하기 위하여 위 거래처가 신규대출을 받은 것처럼 서류상 정리한 경우에는 대출금원장 등에는 형식적으로 대출금이 거래처에 교부된 것처럼 되어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거래처의 기존대출금에 대한 연체이자 정리를 위하여 서류상으로만 위 거래처가 신규대출받는 것으로 기재되었을 뿐 금융기관 측에서 위 거래처에게 대출금이 새로 교부된 것이 아니므로 그로 인하여 금융기관 측에 어떤 새로운 손해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어서 따로 업무상배임죄가 성립된다고 볼 수 없다 ( 대법원 1997. 9. 26. 선고 97도1469 판결 , 2000. 6. 27. 선고 2000도1155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이 사건 범죄사실 중 (1)의 ⑦항 범행은 피고인들이 공소외 1에게 새로운 대출을 하여 준 것이 아니라 대출기한을 연기하여 준 것에 불과함이 원심판결 이유에서 명백하고, 또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범죄사실 중 (1)의 ⑤항 범행 역시 형식상으로는 새로운 대출을 한 것처럼 되었으나, 사실은 1996. 2. 17. 이창국을 주채무자로 하여 여신한도거래약정서를 작성하고 정병찬이 발행한 액면금 3,000만 원, 지급일자 1996. 6. 10.로 된 어음 1매를 담보로 3,000만 원을 대출하여 주었다가, 위 어음 지급일자에 정병찬 발행의 같은 액면의 다른 어음으로 대체하고 서류상으로만 다시 대출이 실행된 것으로 하고, 실질적으로는 종전 어음을 담보로 한 대출금이 변제된 것처럼 서류상 정리한 이른바 '대환'에 불과한 사실을 엿볼 수 있다.

그렇다면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건대, 위 기한 연장 및 대환 당시에는 채무자로부터 대출금을 모두 회수할 수 있었는데 기한을 연장해 주면 채무자의 자금사정이 대출금을 회수할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되리라는 사정을 피고인들이 알고 그 기한을 연장해 주거나 대환을 해 주었다고 볼 아무런 자료가 없는 이상 비록 이창국 및 김희태로부터 더 이상 주채무자가 되지 아니하겠다는 통고를 받았다고 할지라도, 위 대출기한 연장이나 대환을 해 준 부분을 따로 떼어 배임죄가 성립된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은 채증법칙에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하였거나, 배임죄의 성립요건인 손해의 발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나머지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을 저지른 것이라 할 것이다.

라. 마지막으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1)의 ④, ⑥항 사실에 대하여 살핀다.

배임죄에서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라 함은 처리하는 사무의 내용, 성질 등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법률의 규정, 계약의 내용 혹은 신의칙상 당연히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기대하는 행위를 함으로써 본인과 사이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일체의 행위를 포함한다 할 것이다( 대법원 2000. 12. 8. 선고 99도3338 판결 참조).

그런데 이 사건 공소사실 중 (1)의 ④, ⑥항 범행은 남진용이 종전에 제출한 연대보증관계 서류가 실효되었음에도 그를 이용하여 대출을 하여 주었다는 것이나, 기록에 의하면, 남진용은 1995. 11. 10. 공소외 1으로부터 부탁을 받고 그의 부인 공소외 2가 대표이사로 있는 공소외 4 주식회사가 어음할인을 받음에 있어 기간 1년, 보증한도액 3,000만 원으로 된 어음할인거래약정에 보증을 한 사실, 이 사건 공소사실 중 (1)의 ④, ⑥항 범죄사실은 위 보증기간 내에 위 보증한도액 내에서 어음할인을 하여 준 것인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그렇다면 채권자와 주채무자 사이의 계속적인 거래관계에서 발생하는 불확정한 채무를 기간을 정하여 보증하는 이른바 계속적 보증의 경우에도 보증인은 그 기간 동안 발생한 모든 채무 중 주채무자가 이행하지 아니하는 채무를 전부 이행할 의무가 있는 것이 원칙이므로 ( 대법원 1991. 12. 24. 선고 91다9091 판결 , 1995. 4. 7. 선고 94다21931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의 경우 남진용은 당연히 이 사건 공소사실 중 (1)의 ④, ⑥항 대출에 대하여도 보증책임을 진다 할 것이어서, 이 대출에 있어서 새로이 남진용으로부터 연대보증관계 서류를 징구할 필요는 전혀 없다 할 것이고, 따라서 이 사건 대출을 한 행위를 가지고 어떠한 임무위배 행위가 된다고 할 수는 없다 할 것이다(비록 이 사건 공소사실 중 ④, ⑥항의 대출이 이루어진 시점에서 주채무자인 공소외 4 주식회사의 명칭 및 대표이사가 세명건설 주식회사 및 정병찬으로 변경되기는 하였으나, 법인의 명칭이 변경되고 대표이사가 변경되었다고 하여 법인의 인격이 달라질 수는 없으므로, 남진용의 연대보증계약의 효력이 없어졌거나 보증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위와 같이 남진용이 보증책임을 지는 이상, 위 대출로 인하여 농협에 어떠한 손해가 발생할 여지도 전혀 없으므로, 그 점에서도 배임죄가 성립될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은 채증법칙에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하였거나, 배임죄의 성립요건인 업무위배행위 및 손해의 발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나머지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을 저지른 것이라 할 것이다.

4. 결 론

그러므로 피고인들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1)의 ②, ④ 내지 ⑦항 각 업무상배임행위에 관하여는 더 이상 원심판결을 유지할 수 없다 할 것인바, 피고인들의 위 각 업무상배임행위는 원심판결 중 피고인들에 대한 나머지 부분과 각 형법 제37조 전단 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피고인들에 대하여 각 하나의 형이 선고되었으므로, 원심판결을 모두 파기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송진훈(재판장) 변재승 윤재식(주심) 이규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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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춘천지방법원 2000.7.19.선고 99노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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