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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2. 8. 23. 선고 2000도329 판결
[출판물에의한명예훼손·공문서변조·변조공문서행사][공2002.10.1.(163),2248]
판시사항

[1] 출판물에의한명예훼손죄의 주관적 요건과 그 입증 방법

[2] 형법 제309조 제1항 , 제2항 소정의 '사람을 비방할 목적'의 의미 및 그 판단 방법

[3] 출판물에의한명예훼손죄에 있어서 적시사실의 허위성에 대한 인식과 비방의 목적이 있었다고 인정한 사례

판결요지

[1] 형법 제309조 제2항 소정의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는 타인을 비방할 목적으로 신문, 잡지 또는 라디오 기타 출판물에 의하여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타인의 명예를 훼손할 경우에 성립되는 범죄로서, 피고인이 범의를 부인하고 있는 경우에는 사물의 성질상 고의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 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하여 입증할 수밖에 없고, 무엇이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에 해당할 것인가는 정상적인 경험칙에 바탕을 두고 치밀한 관찰력이나 분석력에 의하여 사실의 연결상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방법에 의하여야 한다.

[2] 형법 제309조 제1항 , 제2항 소정의 '사람을 비방할 목적'이란 가해의 의사 내지 목적을 요하는 것으로서 사람을 비방할 목적이 있는지 여부는 당해 적시 사실의 내용과 성질, 당해 사실의 공표가 이루어진 상대방의 범위, 그 표현의 방법 등 그 표현 자체에 관한 제반 사정을 감안함과 동시에 그 표현에 의하여 훼손되거나 훼손될 수 있는 명예의 침해 정도 등을 비교, 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한다.

[3] 감사원에 근무하는 감사주사가, 감사사항에 대한 감사가 종료된 후 감사반원들의 토론을 거쳐 감사지적사항으로 선정하지 않기로 하여 감사가 종결된 것임에도, 일일감사상황보고서의 일부를 변조하여 제시하면서 자신의 상사인 감사원 국장이 고위층의 압력을 받고 감사기간 중 자신이 감사를 진행중인 사항에 대한 감사활동을 중단시켰다고 기자회견을 한 경우, 그 적시사실의 허위성에 대한 인식은 물론 상사에 대한 비방의 목적도 있었다고 본 사례.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피고인 및 검사

변호인

법무법인 강동종합법률사무소 담당변호사 박연철 외 5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피고인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원심판결이 채용한 증거들을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이 감사원 주사로서 그의 상사인 조선정, 이태영의 각 결재를 받은 1995. 5. 29.자 일일감사실시상황보고서에 위 결재권자들의 승낙 없이 그 판시와 같은 사항을 임의로 기재하여 넣음으로써 공문서를 변조하고 이를 감사원 제4국 제1과에 비치하여 행사하였다는 범죄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주장과 같은 채증법칙 위배, 사실오인의 위법이 없다.

2. 검사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이 사건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의 점에 대한 공소사실의 요지

이 사건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의 점에 대한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이 감사원 제4국 제1과에 근무하던 중 피해자인 감사원 제4국장 남정수가 피고인의 감사사항인 경기도지사 및 남양주시장이 효산그룹 계열의 주식회사 23세기산업이 신청한 이 사건 콘도사업을 승인한 사건에 관한 감사를 뚜렷한 이유 없이 중단시키거나 외부 고위층의 압력을 받아 피고인에게 감사를 중단하도록 지시한 사실이 없음에도, 피해자를 비방할 목적으로, 1996. 4. 8. 14:00경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있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사무실에서 그 곳에 모인 성명불상의 기자들에게 피고인이 작성한 '양심선언'이라는 제목의 유인물을 배포하면서 "지난해 5월 효산종합개발 콘도사업 특혜의혹사건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는 남정수 4국장이 뚜렷한 이유 없이 중단하도록 지시하여 중단되었고, 감사중단은 당시 국장의 지시로 이루어졌지만 그 윗선에서 이 방침이 결정된 것으로 알고 있으나 그 구체적인 압력의 지시자나 내용은 밝힐 수 없다. 당시 남국장 등에게 감사중단의 부당성에 대해 의견을 제시했으나 무시됐으며 감사원이 청와대의 직속기관인만큼 청와대측의 압력이 있으리라고 추측했다. 특히 청와대 부속실장 공소외 1가 효산그룹 공소외 2 회장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시점과 콘도미니엄 사업 신청시점이 일치하는 것으로 미루어 공소외 1가 관련되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발표한 뒤 기자들과 기자회견을 하면서도 "피해자가 외부의 압력을 받아 피고인의 감사를 이유 없이 중단시켰다."는 취지로 기자회견을 하여 마치 감사원 4국장 및 감사원 상부가 외부의 압력을 받아 정당한 이유 없이 피고인의 감사를 중단하도록 한 것처럼 말하고, 이에 따라 1998. 4. 9.자 한겨레신문,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 경향신문, 한국일보, 문화일보, 한국경제신문 등에 그와 같은 취지의 보도가 나게 함으로써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출판물에 의하여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였다는 것이다.

나. 원심의 사실인정과 판단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다음과 같은 제1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을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잘못 인정한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으며, 검사가 원심에서 추가로 제출한 증거들을 보태어 보아도 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의 점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2) 즉 제1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제1심은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취지의 남정수, 조선정, 양시문, 이진완, 안현철의 수사기관 및 법정에서의 일부 진술은 감사자료이송기안문사본(공판기록 제76-77면) 등에 비추어 믿기 어렵고 오히려 그 채용 증거들을 종합하여, 판시 각 사실을 인정한 다음, 위 인정 사실에 나타나는 바와 같이, 23세기산업이 경기도지사에게 콘도미니엄사업승인을 신청한 후 건설교통부의 질의회신, 남양주시장의 재검토통보, 경기도 행정심판위원회의 재결, 경기도지사의 사업승인 등 일련의 과정에는 뒤에 밝혀진 효산그룹의 로비활동 등에 비추어 정당하지 못한 로비활동 등이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할 여지가 상당히 있었다고 여겨지고, 피고인이 그 사업승인과정에 대한 감사활동을 개시하여 나름대로 여러 관계공무원들로부터 위 일련의 과정에 다소간의 의문점이 있음을 시인하는 듯한 내용이 담긴 경위서 등을 징구하는 등 자료를 수집하던 중 피해자가 위 사안을 제5국으로 이송하라고 하고 더구나 개인정보제공의 형식으로 하라고 하여 그에 따랐는데 나중에 위에서 본 것처럼 청와대 부속실장 공소외 1가 효산그룹 회장 공소외 2으로부터 위 콘도미니엄 사업추진 착수시점을 전후하여 뇌물을 받은 사실이 밝혀진 데다가 피고인이 과장의 확인까지 받아 제5국에 제출한 감사정보보고에 들어 있던 문구가 제5국이 작성하여 보관한 감사정보에는 빠져 있는 채로 위 사항에 대하여 아무런 조사도 이루어지지 아니하였던 점과 효산종합개발이 제일은행으로부터 거액을 대출받은 경위에 관한 의혹의 점까지 종합하여 볼 때, 감사원 상부에 대한 외부의 압력으로 인하여 남정수 4국장이 피고인의 감사를 중단하도록 하였다고 한 것이 허위의 사실을 적시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설령 그러한 사실이 허위라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허위라는 인식을 갖고 위와 같은 주장을 하였던 것이라고 인정할 수 없고, 나아가 피고인의 앞의 양심선언과 발표 및 그에 이은 기자회견은 그 내용 자체는 물론이고 관련 정황들에 비추어 볼 때 위 효산콘도미니엄 사업승인과정에 대한 감사활동의 중단이 청와대 부속실장 공소외 1 등 청와대측의 압력에 의한 것이 아닌가 추측되므로 그 외부압력의 존재 여부 또는 그 실체가 밝혀져서 감사원이 제 역할을 다할 수 있게 되어야 한다는 취지이지 피해자에 대한 비방을 할 목적으로 한 것이라고 여겨지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피고인에 대한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다. 대법원의 판단

(1) 형법 제309조 제2항 소정의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는 타인을 비방할 목적으로 신문, 잡지 또는 라디오 기타 출판물에 의하여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타인의 명예를 훼손할 경우에 성립되는 범죄로서, 피고인이 범의를 부인하고 있는 경우에는 사물의 성질상 고의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 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하여 입증할 수밖에 없고, 무엇이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에 해당할 것인가는 정상적인 경험칙에 바탕을 두고 치밀한 관찰력이나 분석력에 의하여 사실의 연결상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방법에 의하여야 할 것이며 ( 대법원 2002. 6. 28. 선고 2000도3716 판결 참조), '사람을 비방할 목적'이란 가해의 의사 내지 목적을 요하는 것으로서 사람을 비방할 목적이 있는지 여부는 당해 적시 사실의 내용과 성질, 당해 사실의 공표가 이루어진 상대방의 범위, 그 표현의 방법 등 그 표현 자체에 관한 제반 사정을 감안함과 동시에 그 표현에 의하여 훼손되거나 훼손될 수 있는 명예의 침해 정도 등을 비교, 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할 것이다 ( 대법원 2001. 9. 14. 선고 2001도2372 판결 , 2002. 6. 28. 선고 2000도3045 판결 등 참조).

(2) 이 부분 공소사실에 있어서 피고인에 대한 유무죄 여부에 관한 판단의 첫번째 관건으로 되는 것은, 과연 피해자가 뚜렷한 이유 없이 감사기간 중에 감사중단을 지시한 일이 객관적으로 있었는지 여부라고 할 것인바, 이에 관하여는 피고인의 진술과 피해자측인 감사원의 관계자들인 남정수, 조선정, 양시문, 이진완, 안철현(이하 '조선정 등'이라 한다)의 진술이 서로 배치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가) 먼저 이 사건 감사의 중단경과에 관한 위 조선정 등의 각 진술의 요지를 종합하면, 이 사건 감사반은 반장 이태영(1국 4과장), 조장 조선정(4국 1과 감사관 4급), 조원 원고, 정상환, 허웅 등으로 구성되어 1995. 5. 18.부터 같은 달 31.까지 건설교통부에 대하여 일반감사를 시행하기로 하고, 그 과정에서 관련 공무원들인 고웅만, 윤준섭, 김동근, 박형식, 김정진, 김영묵 등에 대하여 확인서 또는 경위서를 받거나 경기도 행정심판회의록을 열람하는 방법으로 감사가 실시되었는데, 감사과정에서 관계공무원과 사업시행자와의 유착관계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밝혀진 내용은 없고, 다만 관계공무원의 주장과는 달리 건교부 출입자 기록 전산자료에서 업자가 8회 수도권계획과를 방문한 사실이 확인된 정도였는데, 그런 정도의 감사결과만으로는 그 당시 감사원으로서는 관계자들의 비리사실에 관한 확증을 잡은 상태는 아니었으므로(다만 피고인은 의심의 여지가 있으므로 계속 더 감사를 하자고 주장하였다), 조선정은 같은 달 27. 피해자에게 중간보고를 하면서 감사처리의견에 관하여 자신의 의견인 "피고인이 적출한 사안은 법률의 명문규정에 위반되는 사항이 없고 행정심판위원회의 재결은 준사법적 행정행위로서 이에 대한 불복절차로서만 다툴 수 있을 뿐 감사원의 감사의 대상이 아니다."라는 감사의견을 보고함과 아울러 그러한 판단과 상반되는 피고인의 의견도 있음을 보고하자, 피해자는 그에 관한 법률문제 검토를 지시하였을 뿐 그 시점에서 감사를 중단하라고 지시한 바는 없고 실제로도 감사는 5. 31.까지 진행되었는바, 피고인은 같은 해 6. 1. 감사결과 토론과정에서 위 감사사항을 지적사항으로 입건하자는 의견을 제시하였지만 같은 달 5. 제1과 소속 사무관 이상 전원이 참석한 토론석상에서 위 조선정의 감사의견과 같은 불입건안이 상당하다고 결론이 내려져 결과적으로 피고인의 의견이 채택되지 아니하였고, 피해자는 같은 달 7. 그러한 토론결과를 참작하여 감사자료를 5국에 감사정보로 제공할 것을 지시하는 선에서 이 사건감사를 마무리하도록 하였다는 것인바, 요컨대 위 진술들에 의하자면, 피해자가 감사중단을 지시한 것은 피고인이 기자회견에서 주장하고자 하는 바와 같이 감사진행 도중도 아니었고, 또 아무런 이유도 없이 중단을 지시한 것이 아니라, 감사반에 의하여 일단 감사를 마친 다음 그 이후의 처리를 두고 내부의 견해가 갈려 직원들의 토의를 거쳐 피고인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의견에 따라 감사종결이 명해진 것일 뿐이라는 것이다.

(나) 그런데 피고인 작성의 일일감사상황보고서(수사기록 99쪽 내지 102쪽)의 내용을 보면 그 중 피해자가 1995. 5. 29. 피고인에게 이 사건 감사사항을 제5국으로 이송하라는 지시를 하였다고 기재된 부분은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이 결재권자인 조선정, 이태영의 허가 없이 임의로 변조한 것으로서 그 내용은 그 자체로 보아 증거가치가 없고, 나머지 일일감사상황보고서에 의하면, 피고인은 감사기간인 1995. 5. 31.까지도 관계 공무원으로부터 문답서를 받는 등 감사활동을 계속한바 있음이 기재되어 있으며(수사기록 102쪽), 또한 조선정은 감사가 진행되는 동안 수 차례에 걸쳐 피고인에게 그러한 연계성에 대한 객관적인 입증이 있는지, 행정심판위원회의 재결에 대하여 감사가 가능한 것인지 등에 관하여 검토할 것을 지시한 바 있음을 알 수 있고(수사기록 99, 102쪽),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피해자가 감사중단을 지시하였다는 1995. 5. 29. 이후로서 감사기간 종료일인 1995. 5. 31.에도 일일감사상황보고서의 지시란에 "사업의 연계성이 없고, 별개의 사업이라는 주장과 반대주장이 객관적으로 입증이 안 되고 있음"이라는 조선정의 지시사항이 기재되어 있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감사사항에 대하여 피고인이 사업의 연계성 등에 관한 객관적인 자료를 제시하지 못함으로써 이를 지적사항으로 선정할 것인지에 관하여 조선정과 피고인 사이에 의견이 일치되지 아니하였음을 알 수 있고, 따라서 감사반 내부에서조차 의견이 대립된 이러한 상황하에서 이 사건 감사가 종료된 후에 부감사관 이상의 감사반원들이 모여 이 사건 감사사항을 지적사항으로 할 것인지에 관하여 토론을 벌이는 등으로 서로 의견을 조정할 필요성이 있었다는 조선정 등의 진술내용이 보다 더 신빙성이 있다고 보인다(이러한 회의가 개최된 일이 있었다는 점에 대하여, 피고인은 검찰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이를 부인하다가, 제1심 제1회 공판기일에서 "제가 없는 자리에서 그와 같은 회의가 있었는지는 몰라도, 제가 참석하여 회의한 1996. 6. 12. 이전까지는 그런 회의는 없었다."고 진술하여 다소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공판기록 40쪽).

(다) 그리고 원심이 유지한 제1심이 조선정 등의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는 반대증거로 거시한 감사자료이송기안문에 관하여 보면, 그 내용은 당초에는 '4국 1과에서 감사결과 발견한 내용을 5국으로 이송하면서, 관련자의 예금계좌추적 등 추가조사를 할 것'을 내용으로 하였다가 1995. 6. 16. 한겨레신문의 보도 이후 조선정에 의하여 그 내용에 다시 "관련회사와 관계공무원 사이에 금품수수 등의 유착 없이는 사업승인이 이루어질 수 없다고 판단된다."는 내용의 가필 정정이 이루어진 것을 알 수 있는바, 원심이 위 기안문에 비추어 조선정 등의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한 데에는 위 기안문에 가필된 조선정의 위 정정 내용을 볼 때, 조선정 등의 주장과 같이 토론을 거쳐 감사를 중단한 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의심이 있다는 취지인 것으로 보이나, 그 가필 정정은 상사로서 부하직원인 피고인이 작성한 기안문의 자구를 수정한 것에 불과한 것으로서, 그 내용을 보더라도 피고인이 감사의견으로서 주장한 내용을 그대로 남겨 두되 부적절한 부분을 수정하면서 '위 행정심판위원회의 결정은 감사원법 제24조 제1항 제2호에 해당되지 아니하는 준사법적 행위로 보아 입건하지 아니하고'라고 하여 이 사건 감사사항을 지적사항으로서 입건하지 아니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후 피고인이 의심이 간다고 한 '금품수수 등의 유착의혹'에 대하여만 감사정보로 제출한다는 것을 명시한 것으로서, 피고인 작성의 그것과 별다른 차이가 없어 보이며, 한편, 기록에 의하면, 피해자로서는 정보사장을 우려하여 제5국에 개인정보 형식으로라도 감사결과를 이송하도록 조치하였고, 제4국이 제5국에 감사결과를 개인정보 형식으로 이송하는 경우에는 일반적인 업무관행상 이러한 기안문은 필요치 아니하다는 것이므로(수사기록 75쪽, 220쪽, 공판기록 457쪽), 피해자가 위 기안문에 결재를 하지 아니한 것을 두고 피해자가 감사원 내부의 정상적인 업무처리 과정을 벗어나 어떤 사실을 은폐할 것을 기도한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위 기안문의 기재 내용 등에 어떤 특별한 의미를 둘 이유도 별달리 발견할 수 없다고 할 것임에도, 위 기안문 등을 들어서 위에서 본 조선정 등의 진술의 신빙성을 모조리 배척한 원심의 조치는 납득할 수 없다.

(라) 나아가 원심이 들고 있는 그 밖의 사정들(이 사건 감사가 중단된 경과에 관한 부분 제외)은 이 사건 감사의 대상이 된 콘도미니엄 사업승인과정이나 이 사건 감사가 종료된 후의 정황들에 관한 것들로서, 피해자가 청와대측의 지시를 받고 감사를 중단시켰다는 점에 대한 아무런 관련도 없는 것들이거나 그 밖에 조선정 등의 진술의 신빙성을 탄핵하는 정황으로 보기도 어렵다고 할 것이다.

(3)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위 조선정 등의 진술 등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증거들이 신빙성이 있는 이상, 이 사건 감사의 중단은 감사반 내부의 의견 조정과 토론을 거쳐 이루어진 것이지, 피해자가 아무런 이유 없이 이 사건 감사를 중단시켰다고 볼 수 없다고 할 것이므로, 결과적으로 피고인이 공표한 사실은 진실에 터잡지 아니한 허위의 사실이라고 할 것이고, 한편, 이 사건 감사의 시행에서부터 그 중단에 이르는 전 과정에 피고인이 직접 관여하였음은 명백하므로 그 감사중단의 사유와 경위를 충분히 알고 있었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사실과 다른 내용을 공표한 피고인에게는 그 허위성에 관한 인식도 있었다고 충분히 볼 수 있을 것이며(피고인 스스로도 피해자가 청와대의 압력 또는 지시를 받아 감사를 중단시켰다는 확증이 없었음은 이를 인정하고 있다. 수사기록 221쪽), 피고인이 적시한 사실은 감사원의 국장으로서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여야 할 피해자가 이를 저버린 채 상급기관의 압력 또는 지시에 따라 그 소속 직원의 감사활동을 중단시켰다는 취지를 담고 있는 것으로서 피해자 개인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현저히 저하될 만한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고 할 것이고, 피고인은 이 사건 양심선언 기자회견 당시에 진실이라는 확신이 없었음에도 피해자가 청와대의 지시를 받고 감사중단을 지시하였다고 함부로 이를 공표하는 한편, 이를 뒷받침하려는 의도에서 제4국장인 피해자가 감사기간 도중에 이 사건 감사사항을 제5국으로 이송하도록 지시하였다는 내용으로 변조된 일일감사상황보고서를 제시한 사정 등을 참작해 볼 때, 피고인에게는 피해자를 비방할 목적도 있었다고 할 것이다.

결국, 이 사건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의 점에 대한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증거들이 충분하여, 그 적시사실이 허위라고 볼 수 있음은 물론 피고인에게 그 허위성에 대한 인식이나 피해자를 비방할 목적이 있었다고 볼 것임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의 변소와 이 사건 감사 후에 나타난 정황들에 치우친 나머지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증거들의 신빙성을 탄핵하기에 충분치 못한 증거나 정황들을 가지고 위 증거들을 배척하고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유지한 원심판결에는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오인하였거나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의 범의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고, 이러한 위법은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할 것이다.

3. 따라서 원심판결 중 위 무죄 부분은 파기를 면하지 못할 것인바, 피고인의 유죄 부분에 대한 상고가 이유 없음은 앞에서 판단한 바와 같으나, 원심이 피고인에 대하여 유죄로 인정한 각 죄와 무죄로 인정한 죄는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으므로 원심판결의 유죄 부분도 무죄 부분과 함께 파기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원심판결 전부를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송진훈(재판장) 윤재식 이규홍(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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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서울지방법원 2000.1.7.선고 97노9703
-서울중앙지방법원 2006.10.18.선고 2002노87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