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구 상속세법 제32조의2 제1항 의 증여의제의 적용범위
[2] 과세대상의 법률·사실관계를 오인한 과세처분의 효력
[3] 행정규제회피 및 매수의 편의를 위해 이루어진 명의신탁행위에 대한 증여의제의 과세처분을 당연무효라고 본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판결요지
[1] 구 상속세법(1990. 12. 31. 법률 제428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2조의2 제1항 의 규정은 권리의 이전이나 행사에 등기 등을 요하는 재산에 있어서 실질 소유자로부터 명의자에게 실질적인 소유권을 이전하려는 것이면서도 단순한 명의신탁임을 가장하여 증여세를 회피하려는 경우에 적용되는 것이라 해석된다.
[3] 회사가 토지들을 실제로 매수하고서도 그 토지에 관하여 회사 임직원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였다면 회사가 그 임직원에게 토지들을 증여한 것으로 볼 수도 있는 객관적 사정이 있었다고 할 것이나, 회사가 매입한 토지에 관하여 임직원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한 것이 증여세를 회피하기 위한 것인가 아니면 그러한 목적이 없이 실정법상의 제약이나 토지소유자의 협력 거부 등을 회피하기 위한 부득이한 사정으로 임직원에게 토지의 소유 명의를 신탁한 것인가는 사실관계를 조사하여야만 비로소 밝혀질 수 있는 것이며, 더구나 증여의제의 과세처분 당시에는 구 상속세법(1990. 12. 31. 법률 제428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2조의2 제1항 에 관하여 조세회피목적이 증여세의 회피목적에 한정되는가 아니면 다른 조세의 회피목적도 포함하는가에 관하여 해석상 다툼의 여지가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회사가 증여세의 회피목적 없이 임직원에게 그 토지의 소유 명의를 신탁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지방세무서장이 구 상속세법 제32조의2 제1항을 적용하여 임직원이 회사로부터 그 토지를 증여받은 것으로 의제하여 증여세 등을 부과한 과세처분의 하자는 외관상 객관적으로 명백하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이와 달리 그 과세처분을 당연무효라고 본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참조판례
[1][2][3] 대법원 1996. 10. 11. 선고 94다53631 판결
[1] 대법원 1991. 3. 27. 선고 90누9322 판결(공1991, 1307) 대법원 1991. 5. 28. 선고 91누1868 판결(공1991, 1815) 대법원 1992. 3. 10. 선고 91누3956 판결(공1992, 1326) 대법원 1992. 9. 8. 선고 92누4383 판결(공1992, 2914) 대법원 1996. 4. 12. 선고 95누13555 판결(공1996상, 1617) 대법원 1996. 5. 31. 선고 95누11443 판결(공1996하, 2056) [2] 대법원 1982. 10. 26. 선고 81누69 판결(공1983, 104) 대법원 1990. 11. 27. 선고 90다카10862 판결(공1991, 207) 대법원 1994. 9. 27. 선고 94다10740 판결(공1994하, 2804) 대법원 1995. 2. 17. 선고 94다35787 판결(공1995상, 1414)원고,피상고인
이경상 외 1인 (원고들 소송대리인 변호사 안경상)
피고,상고인
대한민국 (소송대리인 변호사 최선집)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제1, 2, 3점에 대하여
구 상속세법(1990. 12. 31. 법률 제428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32조의2 제1항 의 규정은, 권리의 이전이나 행사에 등기 등을 요하는 재산에 있어서 실질소유자로부터 명의자에게 실질적인 소유권을 이전하려는 것이면서도 단순한 명의신탁임을 가장하여 증여세를 회피하려는 경우에 적용되는 것이라 해석된다 ( 대법원 1991. 3. 27. 선고 90누9322 판결 , 1991. 5. 28. 선고 91누1868 판결 , 1996. 10. 11. 선고 94다53631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원심이 적법하게 확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면, 한보그룹의 모기업체인 소외 주식회사 한보(이하 한보라 한다)와 그의 자회사인 소외 한보철강공업 주식회사(이하 한보철강이라 한다)가 이 사건 토지를 매수하고서도 그 임원인 원고들 명의로 그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한 것은 증여세를 회피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서울특별시의 사업계획승인에 관한 제한을 피하고 아울러 사업계획에 필요한 토지를 용이하게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것이므로, 피고 산하 관악세무서장과 마포세무서장이 이에 대하여 위 규정을 적용하여 원고들이 위 한보와 한보철강으로부터 이 사건 토지를 증여받은 것으로 의제하고 원고들에게 증여세 등을 부과한 이 사건 과세처분에는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할 것이다. 같은 취지의 원심판결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지적한 바와 같은 법리오해 및 심리미진의 위법이 없다. 이 점에 관한 상고이유는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
2. 제4점에 관하여
가.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판결에서 채용하고 있는 증거들에 의하여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한보그룹의 모기업체인 한보와 그의 자회사인 한보철강은 1988. 2.경 서울 강남구 개포동, 수서동 및 일원동 일대의 토지를 취득하여 이를 소외 대한투자신탁 주식회사 직장주택조합 등 24개 직장주택조합들에게 양도하고, 위 직장주택조합들과 공동사업주체가 되어 총 3,360세대의 조합원용 아파트를 건설하기로 하는 내용의 사업계획을 수립하였다. 그 무렵 서울특별시는 주택사업자가 먼저 택지를 마련하여 이를 주택조합에게 양도한 뒤 그 주택조합과 공동사업자가 되어 사업계획승인을 받는 경우, 실질적으로는 주택사업자가 모집분양의 형태를 취하게 될 우려가 있으므로 이를 방지하고자, "주택조합이 택지를 특정한 주택건설사업자로부터 분양받고, 그 후 그 사업자를 공동사업주체로 하여 사업계획의 승인을 신청하는 경우, 그 사업자를 공동사업주체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우고, 1988. 2. 29. 그 취지를 한국주택사업협회에 통보하였다.
그러자 한보 및 한보철강은 서울특별시의 위와 같은 사업계획승인에 관한 제한을 회피하고 아울러 위 사업계획에 필요한 토지를 용이하게 확보하기 위하여, 임직원들의 명의로 위 주택사업에 필요한 토지를 취득하기로 한 다음, 1988. 6.경부터 1989. 10.경까지 사이에 위 아파트 건립 부지용 토지를 자신의 자금으로 매수하면서, 그 매수한 토지 중 원심 판시 별지 부동산 목록 제1 기재 토지에 대하여는 당시 한보의 부사장직에 있던 원고 이경상에게, 같은 목록 제2 기재 토지에 대하여는 당시 한보철강의 전무이사직에 있던 원고 김병섭에게 각 그 소유명의를 신탁하여 원고들 앞으로 각 그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였다가, 1989. 11. 6. 위 토지들을 위 직장주택조합들에게 매도하고 같은 해 12. 20. 위 주택조합들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였다.
한보 및 한보철강은 회사장부에 그 매수대금은 물론 소개료, 등기비용, 취득세 등 제 비용을 그대로 기장하고 이 사건 토지를 회사 고정자산으로 계상하였으며, 이 사건 토지를 위 주택조합들에게 매도한 후 그 매도대금을 회사에 입금하는 한편, 1990년 회사 명의로 이 사건 토지의 양도에 따른 특별부가세 과세표준을 자진신고하였는데, 그 내용이 회사의 장부 등에 기재되어 있다. 그 후 국세청은 법인이 과다하게 보유하고 있는 비업무용 토지를 처분하게 하려는 정부방침에 따라 1990. 5.말경부터 약 2개월에 걸쳐 한보 및 한보철강이 속한 한보그룹이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실제로 이를 매수한 한보 및 한보철강이 아닌 원고들 앞으로 위와 같이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되어 있는 사실이 밝혀지자, 같은 해 9.경 위 한보의 본점 소재지를 관할하는 서울지방국세청에서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국세청이 같은 해 8. 13.부터 내부적으로 시행하고 있던 '제3자 명의 부동산에 대한 과세처리지침'에 의거 증여세 등을 과세처리하라는 내용의 지시를 하였고, 이에 서울지방국세청은 같은 해 10.경 관악세무서와 마포세무서에 이 사건 토지에 대한 조사자료를 통보하면서 증여세 의제의 과세요건에 따라 과세처리하라고 지시하였다. 한편 위 '제3자 명의 부동산에 대한 과세처리지침'에 따르면, 법인이 제3자 명의로 부동산을 취득하는 경우에는 증여의제로 보아 증여세를 과세함을 원칙으로 하지만, 사업에 공하는 자산을 부득이한 사유로 제3자 명의로 취득하였으나 조세회피목적이 없는 경우에는 증여세를 과세하지 아니하고, 이와 같은 증여세 과세 예외 인정의 구체적 기준은, ① 등기제약 등 법령상의 원인이나 법인과의 거래기피로 인해 부득이하게 제3자 명의로 취득한 사유가 객관적으로 인정되고, ② 당해 부동산이 사업용 자산으로서 법인이 직접 사업에 공하고 있거나 사업에 공할 것이 객관적으로 확인되며, ③ 당해 법인의 자금으로 취득하여 법인의 자산으로 계상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보의 회계담당 이사이던 소외 하승규는 한보그룹사별 임원 또는 실무자들과 함께 국세청, 서울지방국세청 및 관악세무서와 마포세무서 등에 직접 출입하여 위 과세 관청의 세무조사에 응하면서 이 사건 토지의 매수, 매도, 소유권이전등기의 경위 및 목적에 관한 자료로서 매매계약서(갑 제16호증의 1 내지 4), 등기부 등본(갑 제22호증의 1 내지 4), 선급금 장부 등 회계장부(갑 제5 내지 10호증의 각 1, 2, 갑 제11호증의 1 내지 4, 갑 제12호증의 1 내지 5) 및 특별부가세자진신고서(갑 제12호증의 6) 등을 모두 제시하고, 위 한보 및 한보철강이 위 토지들을 원고들 명의로 매수하여 원고들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한 이유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서울특별시의 행정규제를 피하고 매수의 편의를 위한 것에 있고 조세회피의 목적이 있었던 것이 아님을 설명하였으므로, 위 자료들에 의하면 한보 및 한보철강이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원고들의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였던 것이 위와 같은 경위와 목적에서 이루어진 점과 국세청의 위 과세처리지침에서 자체적으로 설정한 증여세 과세 예외 인정의 구체적 기준에 부합하는 점을 쉽게 알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 산하 관악세무서장과 마포세무서장은 구 상속세법 제32조의2 제1항 을 적용하여 원고들이 한보 및 한보철강으로부터 이 사건 토지 중 원고들 각자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되었던 토지를 증여받은 것으로 의제하여, 1990. 11. 16. 원고들에게 이 사건 과세처분을 하였다.
나. 원심은 위와 같은 사실인정을 바탕으로 하여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과세처분이 당연무효라고 하기 위하여는 그 처분의 하자가 중요한 법규에 위반한 것이고, 객관적으로 명백한 것이어야 할 것인데, 피고가 이 사건 명의신탁에 대하여 구 상속세법 제32조의2 제1항 의 규정을 적용하여 한 이 사건 과세처분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그 하자가 중대할 뿐만 아니라 위 인정 사실에 비추어 과세 관청이 한보 및 한보철강이 실질적으로 소유하였던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원고들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한 것이 서울특별시의 행정규제를 회피하려는 데에 그 목적이 있었던 것일 뿐 조세회피를 위한 것이 아니었던 것임(따라서 증여의제의 과세요건에 해당하지 아니함)을 알고 있었거나 이를 쉽게 알 수 있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위와 같은 과세자료의 취득과정에 관여하여 그 경위를 잘 알 수 있는 과세 관청에 대한 관계에 있어서 위 상속세법의 조항에 위배되는 하자가 있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하다 할 것이므로 무효이다.
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과세대상이 되는 법률관계나 사실관계(소득 또는 행위)가 전혀 없는 사람에게 한 과세처분은 그 하자가 중대하고도 명백하다고 할 것이지만 과세대상이 되지 아니하는 어떤 법률관계나 사실관계에 대하여 이를 과세대상이 되는 것으로 오인할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있는 경우에 그것이 과세대상이 되는지의 여부가 그 사실관계를 정확히 조사하여야 비로소 밝혀질 수 있는 경우라면 그 하자가 중대한 경우라도 외관상 명백하다고 할 수 없어 위와 같이 과세요건사실을 오인한 위법의 과세처분을 당연무효라고 볼 수 없다 고 할 것이다( 대법원 1982. 10. 26. 선고 81누69 판결 , 1990. 11. 27. 선고 90다카10862 판결 , 1996. 10. 11. 선고 94다53631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원심이 확정한 바와 같이 이 사건의 경우 한보와 한보철강은 이 사건 토지들을 실제로 매수하고서도 위 토지들에 관하여 원고들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였다면 소외 회사들이 원고들에게 위 토지들을 증여한 것으로 볼 수도 있는 객관적 사정이 있었다고 할 것이나, 소외 회사들이 매입한 위 토지들에 관하여 원고들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한 것이 증여세를 회피하기 위한 것인가 아니면 그러한 목적이 없이 실정법상의 제약이나 토지소유자의 협력 거부 등을 회피하기 위한 부득이한 사정으로 원고들에게 이 사건 토지의 소유 명의를 신탁한 것인가는 사실관계를 조사하여야만 비로소 밝혀질 수 있는 것이라 할 것이며, 더구나 이 사건 증여세 등 부과처분 당시에는 구 상속세법 제32조의2 제1항 에 관하여 조세회피목적이 증여세의 회피목적에 한정되는가 아니면 다른 조세의 회피목적도 포함하는가에 관하여 해석상 다툼의 여지가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위 소외 회사들이 증여세의 회피목적 없이 원고들에게 이 사건 토지들의 소유 명의를 신탁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피고 산하 관악세무서장과 마포세무서장이 구 상속세법 제32조의2 제1항 을 적용하여 원고들이 소외 회사들로부터 이 사건 토지를 증여받은 것으로 의제하여 증여세 등을 부과한 이 사건 과세처분의 하자는 외관상 객관적으로 명백하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과세처분은 당연무효라고 할 수 없다 고 할 것이다( 대법원 1996. 10. 11. 선고 94다53631 판결 참조).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이 사건 과세처분 당시 하자가 있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하였다고 보아 이 사건 과세처분을 무효라고 한 조치는 과세처분의 무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을 저지른 것이라 하지 아니할 수 없다. 상고이유 중 이 점을 지적하는 부분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케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