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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9. 6. 8. 선고 99두3331 판결
[국가유공자유족등록거부처분취소][공1999.7.15.(86),1423]
판시사항

[1] 군인 또는 경찰공무원이 공무상 질병으로 요양중 자살한 경우, 공무와 사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 유무 및 그 입증방법

[2] 전투기 조종사의 공무로 인한 우울증과 자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본 사례

판결요지

[1] 근로자의 업무와 질병 또는 질병에 따르는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하여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입증하여야 하지만,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하여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업무와 질병 또는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입증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근로자가 업무상 질병으로 요양중 자살한 경우에 있어서는 자살자의 질병 내지 후유증상의 정도, 그 질병의 일반적 증상, 요양기간, 회복가능성 유무, 연령, 신체적 심리적 상황, 자살자를 에워싸고 있는 주위상황, 자살에 이르게 된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할 수 있으면 그 인과관계를 인정하여야 할 것이고, 이와 같은 법리는 군인 또는 경찰공무원의 사망이 국가유공자등예우및지원에관한법률 제4조 제1항 제5호에서 정한 공무상의 질병에 의한 것인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2] 전투기 조종사의 공무로 인한 우울증과 자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본 사례.

원고,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윤학)

피고,피상고인

서울북부보훈지청장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여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은 그 내세운 증거들에 의하여 다음과 같은 사실들을 인정하였다.

가. 원고의 남편인 소외 망 소외 망인은 1986. 2.경 공군 소위로 임관하여 1994. 6.경 소령으로 진급한 후 1995. 10. 30.경까지 공군 제10전투비행단 제39전대 제131비행대대에서 팬텀기조종사로 근무하다가 같은 날 제3훈련비행단 213비행대대로 전출되어 제2중대장으로 근무하여 왔다.

나. 망인은 제213비행대대 전입 후 우울증으로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아 오던 중 1996. 5. 11. 집무실에서 음독 및 좌측손목자해에 의하여 자살하였다.

다. 망인은 제10전투비행단에서 팬텀기조종사로 근무하면서 조종실력 기타 근무성적이 우수하다고 인정받아 1994. 12. 23. 합동참모의장 표창을 받았고, 전자전 과정 해외연수 대상자로 선발되어 미국 공군에서 1993. 2.부터 1993. 8.까지 연수를 받는 등 조종사로서 강한 자부심과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으나, 제3훈련비행단으로 전출되어 교육훈련대대인 제213비행대대 2중대장으로 근무하게 된 후로는, 계급간의 위계질서가 엄격하였던 제10전투비행단과 달리 제3훈련비행단은 계급이 아닌 부대 전입순서에 따라 보직이 결정되어 후배 장교들이 망인의 지시를 잘 듣지 않았고, 교육용 기종인 T-37기의 시트가 잘 맞지 않아 조종에 불편을 겪다가 전입 직후 교관으로서의 자격을 검증하는 연성평가에서 탈락되어 후배들 앞에서 평가관으로부터 '대위보다 못하다', '형편없다'는 등 질책을 받는 등으로 인하여 심한 좌절감에 빠지게 된 데다가, 연성평가의 재평가 준비를 하면서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심리적 부담이 가중되어 불면증과 집중력이 떨어지는 증세가 생기게 되자, 1996. 3. 26.경 신경정신과의원에서 진료받은 결과 우울신경증으로 진단되어 치료를 받게 되었고, 같은 해 4. 10.경부터는 부대의무대에서 우울증에 따른 치료를 받아 왔다.

라. 그 후 망인은 소속부대장과의 수차 면담을 통하여 위와 같은 증상을 상의하였으나 호전되지 아니하자, 제3훈련비행단장은 1997. 5. 8. 망인을 면담하고 건강이 회복될 때까지 업무부담이 적은 부서에서 근무할 것을 망인에게 권유한 후 토요일인 같은 달 11. 비행이 필요 없는 기지운항실장으로 1997. 5. 13.자로 보직을 변경하였는데, 같은 날 17:00경 망인은 보직변경이 확정된 후 집무실에서 자살하였다.

마. 망인은 위 업무와 관련된 일 이외에 달리 신변에 심리적 부담을 줄 만한 사정이 없었는데, 망인의 우울증의 발생원인에 관하여, 망인을 치료하였던 신경정신과의사는 망인의 근무지 이동으로 인한 환경적응의 어려움이 그 원인이라고 판단하였고, 정신과 군의관은 평소 타인에게 지기 싫어하고 자신의 사소한 실수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강박적 성격을 가지고 있던 망인이 213부대 전입 후 연성평가에서 탈락함으로 인하여 생긴 심한 좌절감이 우울증으로 발전하였다고 판단하였다.

바. 의학상 우울증의 일반적인 증세로서는 의욕상실, 자신감 저하, 불면증, 즐거움의 상실, 식욕감퇴, 불안 및 자살사고 유발 등을 들고 있는데, 망인의 자살사고 전 우울증의 증세로서는 불면증이 심한 이외에 의욕상실, 자신감 저하, 불안감 등이 나타났으나, 통원치료가 가능한 정도로 현실감과 활동능력이 있어서 불면증만 심하지 않으면 비행에도 문제가 없을 정도의 상태였다.

사. 통상 우울증의 치료는 6개월 내지 1년 정도가 소요되는 데, 망인은 증세가 빨리 호전되지 않는 것에 지나치게 실망하면서 군의관의 치료에 호응하는 정도가 낮았다.

아. 정신과 군의관은 망인의 자살동기를 기존의 우울증적 사고와 증세가 신속히 회복되지 않는 것에 대한 실망감의 급격한 증대로 인한 자살충동으로 추정하였다.

자. 원고는 1997. 7. 23. 피고에 대하여 망인이 국가유공자등예우및지원에관한법률(이하 법이라고 한다) 제4조 제1항 제5호의 순직군경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법 제6조 제1항에 따른 국가유공자유족등록신청을 하였으나, 피고는 법 제6조 제2항에 의한 보훈심사위원회의 심의, 의결을 거쳐서 망인이 집무실에서 자살한 것은 법시행령 제3조의2 제4호가 정하는 '자해행위로 인한 사망'에 해당하므로 순직군경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위 신청을 거부하는 처분을 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망인의 우울증은 공무로 인하여 발생한 공무상 질병이고 망인의 사망은 위 우울증의 심화된 증상으로서 야기된 것이어서 공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으며, 망인의 사망이 비록 자살의 외형을 가지고 있으나 이는 공무상 질병인 위 우울증의 결과로 인한 것일 뿐 망인의 정상적이고 자유로운 의지에 의한 자해행위라고 할 수 없으므로 망인의 사망은 법 제4조 제1항 제5호의 순직으로 인정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원고의 국가유공자유족둥록신청을 거부한 피고의 처분은 위법하다는 원고의 주장에 대하여, 망인의 위 우울증은 그 발생이 공무수행과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의학적으로 판단된 질병이고, 일반적으로 근로자가 업무상 질병으로 요양 중 자살한 경우, 자살자의 질병 내지 후유증상의 정도, 그 질병의 일반적 증상, 요양기간, 회복가능성 유무, 연령, 신체적 심리적 상황, 자살자를 에워싸고 있는 주위상황, 자살에 이르게 된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할 수 있으면 그 인과관계를 인정하여야 할 것이며, 이와 같은 법리는 군인 또는 경찰공무원의 사망이 법 제4조 제1항 제5호에서 정한 공무상의 질병에 의한 것인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전제하면서도, 위에서 인정한 망인의 증상의 정도, 치료기간, 회복가능성, 자살에 이르게 된 경위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보면, 망인의 공무와 자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망인에게 위와 같은 우울증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망인의 자살이 자유로운 의지에 따른 자해행위라고 할 수 없을 정도의 상태에서 저질러진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이는 법시행령 제3조의2 제4호가 정하는 '자해행위에 의한 사망'에 해당한다고 판단함으로써, 결론에 있어서 원고의 국가유공자등록신청을 거부한 피고의 처분은 적법하다는 이유로 원고의 이 사건 취소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근로자의 업무와 질병 또는 질병에 따르는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하여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입증하여야 하지만,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하여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업무와 질병 또는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입증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근로자가 업무상 질병으로 요양중 자살한 경우에 있어서는 자살자의 질병 내지 후유증상의 정도, 그 질병의 일반적 증상, 요양기간, 회복가능성 유무, 연령, 신체적 심리적 상황, 자살자를 에워싸고 있는 주위상황, 자살에 이르게 된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할 수 있으면 그 인과관계를 인정하여야 한다고 함이 대법원의 입장이고 (대법원 1993. 12. 14. 선고 93누9392 판결, 1993. 10. 22. 선고 93누13797 판결 등 참조), 이와 같은 법리는 군인 또는 경찰공무원의 사망이 법 제4조 제1항 제5호에서 정한 공무상의 질병에 의한 것인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고 할 것임은 원심이 설시하는 바와 같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원심이 인정한 것처럼 우울증이 그 발생에 있어서 업무에 따른 스트레스와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의학적으로 판명된 질병이고 망인이 업무와 관련된 일 이외에 달리 신변에 심리적 부담을 줄 만한 사정이 없었다면, 망인의 공무와 그가 앓고 있던 위 우울증 사이의 인과관계는 일응 추단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또한 원심으로서도 의학상 우울증의 일반적인 증세로서 의욕상실, 자신감 저하, 불면증, 즐거움의 상실, 식욕감퇴, 불안 등 이외에 자살사고 유발이 포함되어 있다고 인정하고 있고, 기록에 나타난 자료들에 의하더라도, 우울증은 그 상태가 경한 경우 정서적으로 우울하고 슬픈 느낌을 가지며 자신감과 생의 의욕이 없고 피곤한 증상을 보일 뿐이지만, 심하게 되면 성불능이나 수면장애가 나타나고 지속적인 불안, 걱정, 긴장, 장래의 위해에 대한 느낌과 걱정 및 초조감 등이 동반되며, 무력감, 고립무원감, 분노와 공격의 감정, 죄책감, 자기징벌의 욕구 또는 망상 등의 이유로 자살을 시도하거나 자해하는 경우가 있고, 특히 자살은 심한 우울증에서 회복될 때 가장 빈번히 일어난다는 것이 정신의학상 인정되고 있음을 알 수 있으므로, 그와 같은 사정과 망인이 자살 당시 보인 증세 및 발병으로부터의 기간 등으로 미루어 볼 때, 공무로 인하여 발생한 망인의 위 우울증은 이미 위 정신의학에서 말하는 심한 우울증의 상태에까지 진행되어 있었다고 보여진다.

따라서 사정이 위와 같다면 원심으로서는 앞에서 본 바와 같이 단순히 망인이 자살 당시 불면증이 심한 이외에 의욕상실, 자신감 저하, 불안감 등의 증세를 보였으나, 통원치료가 가능한 정도로 현실감과 활동능력이 있어서 불면증만 심하지 않으면 비행에도 문제가 없을 정도의 상태였던 사실만을 인정한 후, 가볍게 망인의 위 우울증과 자살 사이의 인과관계를 부정하면서 망인의 자살이 정상적이고 자유로운 의지에 따른 것이었다고 단정할 것이 아니라, 더 나아가 우울증의 일반적인 진행과정과 제증상들, 그리고 과연 망인의 자살 당시 위 우울증의 증세가 자살의 충동을 유발할 정도의 상태에까지 이른 것인지 여부 등에 관하여 좀더 면밀하게 심리를 하여 본 후 그 결과에 따라 망인의 자살이 위 우울증의 병적인 발현에 따른 것인지 아니면 망인의 정상적이고 자유의사에 기한 것인지를 판단함으로써 위 우울증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 및 그에 따른 공무와 사망 사이의 최종적인 인과관계의 존부를 결정하고, 나아가 법시행령 제3조의2 제4호가 정하는 '자해행위에 의한 사망'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였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원심이 이에 이르지 아니한 채 그 인정한 사실만으로 만연히 망인의 자살이 공무와 인과관계가 없고, 망인의 자유의지에 기한 것이라는 취지로 판단한 조치는 공무와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 및 법시행령 제3조의2 제4호가 정하는 자해행위의 의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나머지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위법을 저지른 것이라고 할 것이므로 이를 지적하는 상고논지는 이유가 있고, 이 점에서 원심판결은 파기를 면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서성(재판장) 신성택 이임수(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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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서울고등법원 1999.1.28.선고 97구45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