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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법 1999. 11. 23. 선고 99구6674 판결 : 확정
[유족급여등부지급처분취소][하집1999-2, 513]
판시사항

[1]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4조 제1호 소정의 ‘업무상 재해’의 의미 및 그 재해가 질병과 그에 이은 사망인 경우에 업무와 사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에 대한 입증의 정도

[2] 근로자의 업무와 우울증 등의 정신적 이상 상태 및 그에 이은 자살 사이에 일련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4조 제1호 소정의 업무상 재해라 함은 근로자가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재해를 말하는 것이므로, 그 재해가 질병과 그에 이은 사망인 경우에는 업무와 질병 사이, 질병과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면 업무와 사망 사이에도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며, 위와 같은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제반사정을 고려하여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입증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2] 근로자의 업무와 우울증 등의 정신적 이상 상태 및 그에 이은 자살사이에 일련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한 사례.

원고

원고(소송대리인 변호사 노동선)

피고

근로복지공단

변론종결

1999. 10. 19.

주문

1. 피고가 1998. 12. 16. 원고에 대하여 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부지급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호증, 을 제2호증의 각 기재

가. 원고의 남편인 망 소외인(이하 ‘망인’이라 함)

(1) 1964. 4. 14. 농업협동조합 입사

(2) 1998. 4. 9. 농업협동조합중앙회 경기지역본부 부본부장 겸 신용사업부장으로 발령

(3) 1998. 8. 25. 자살

나. 원고, 1998. 11. 9. 유족보상일시금 및 장의비 청구

다. 피고, 1998. 12. 16. 이 사건 부지급처분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인정사실

[인정근거] 위 각 증거, 갑 제5 내지 14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농업협동조합중앙회 경기지역본부, 이성봉 내과의원, 김원 신경정신과의원에 대한 각 사실조회 결과, 변론의 전취지

(1) 망인의 근무내역 등

망인은 1964. 4. 14. 양구군 농업협동조합에 3급 서기로 채용된 이래 강원도지부 참사, 정부 제2청사지점 차장, 양재 집배센터 장장 등을 거쳐, 1994. 4. 22. 별정직으로 승진하여 유통본부 집배송부 부장, 강남 신용본부 참사, 가락시장 지점장 등으로 근무하던 중, 1998. 4. 9. 농업협동조합중앙회 경기지역본부로 발령 받아 부본부장 겸 신용사업부장으로 근무하게 되었다. 망인은 위와 같이 근무하는 동안 1976. 12. 10. 식량증산 유공(유공)으로 농수산부장관의 표창을 받은 이래 1983. 2. 18., 1993. 2. 12., 1994. 2. 15. 세 차례에 걸쳐 농업협동조합중앙회 회장으로부터 우수경영자상을 수상하는 등 소외 회사로부터 탁월한 업무능력을 인정받고 있었다.

(2) 경기지역본부에서의 업무실적 등

㈎ 경기지역본부는 1993.부터 1996.까지 4년 연속 종합업적평가 1위를 차지하여 전국 지역본부들 중 최우수 지역본부로 인정받아 왔다. 그런데, 망인이 부임한 이후인 1998. 6.말 상반기 종합업적평가에서는 망인이 담당하던 신용사업부의 업무실적이 전국 최하위권을 기록하였을 뿐만 아니라(총수신 평잔 성장률은 3.7%로 17개 지역신용본부 중 17위, 공제수입수수료 달성률은 45%로 17개 지역신용본부 중 12위, 신용보증잔액 달성률은 83%로 17개 지역신용본부 중 13위를 차지하는 등 신용사업부의 전 부문이 전국 최하위권을 기록하였다), 신용사업부의 업무실적 저조로 인해 경기지역본부 전체(경기지역본부는 경제사업부, 신용사업부, 지도검사부등 3개의 부서로 조직되어 있다)의 업적평가 역시 최하위권을 기록하게 되었다. 망인은 위와 같은 업무실적 저조를 만회하기 위하여 1998. 7.부터 같은 해 8. 사이에 직접 일선 영업점을 순회하며 독려하거나 직원들에 대한 업무교육을 수 차례 실시하는 등의 노력을 하였지만, 업무실적이 갈수록 저조해지자 농업협동조합중앙회로부터 업무 부진에 대한 질책을 받는 등 상당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게 되었다.

㈏ 망인은 평소 내성적이고 부하직원들에게 싫은 소리를 하지 못하는 성격이었고, 대인관계는 원만한 편이었지만 회의를 주재하거나 여러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는 것은 꺼리는 편이었다. 그런데, 경기지역본부로 발령 받은 이후 각 점포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하거나 회의를 주재하는 경우가 많아 정신적인 압박감과 강박관념에 시달리던 중 98년도 상반기 업무실적평가가 극히 저조한 것으로 나타나자 업무에 대한 자신감을 급격히 상실하였다. 이러한 이유로 망인은 원고와 자신의 동서인 최도찬 등 주위 사람들에게 자신을 무능한 자라고 자책하는 말을 하거나 직원 교육에 대해 느끼는 심리적 부담감을 호소하는 말을 하기도 하였다. 특히 망인은 1998. 8. 23. 중앙연수원에서 열릴 ‘슈퍼뱅크 추진 중간책임자 특별교육’에서 184명의 직원을 대상으로 1시간 동안 특강을 하는 것으로 예정되자 수 일전부터 상당한 불안감을 나타냈다. 이에 신용사업부의 부하직원들이 19쪽에 달하는 강의 원고를 상세히 작성해 주는 등 망인의 심리적 부담을 덜어주고자 하였지만, 강의를 마친 직후 자신의 강의 결과에 대해 몹시 실망하며 "강의를 수강한 일선 책임자들이 나를 비웃을 것"이라고 말하는 등 몹시 괴로워하였다. 게다가 당시 위 특별교육에 참석한 농업협동조합중앙회 소속 부장이 망인의 후배임에도 망인의 부하직원들을 일으켜 세워 놓고 경기지역본부 신용사업부의 실적저조에 대하여 오랜 시간 질책을 하는 바람에 이를 지켜보던 망인은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게 되었다.

(3) 자살에 이르게 된 경위

망인은 1998. 8. 25. 08:00경 수원시 팔달구 영통동에 있는 자신의 숙소에서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 있는 자택으로 전화를 걸어 원고에게 "출근하려고 해도 자신이 없다. 아무래도 사표를 내야겠다"는 말을 하였다. 이에 원고는 "그러지 말고 휴가를 얻어서 해외여행을 다녀오자"고 망인을 위로한 후 즉시 망인의 부하 직원인 김준호에게 전화하여 "남편의 상태가 좋지 않으니 휴가를 내도록 조치해 달라"고 부탁하였다. 원고의 전화를 받은 김준호는 출근시간이 지났는데도 망인이 출근하지 않자 망인의 숙소로 찾아갔는데, 망인이 넥타이를 맨 양복 차림으로 상의는 소파에 걸쳐놓은 채 아파트 베란다에서 빨래 줄에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4) 망인의 정신과적 치료 내역 등

망인은 1998. 7. 2. 및 같은 달 13.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있는 이성봉 내과의원에서 ‘신경과민, 전신피로, 불면증’의 증상으로 각 10일분의 신경안정제 및 위장약을 처방받아 이를 복용하였다. 망인은 1998. 8. 4.부터 같은달 24.까지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에 있는 김원 신경정신과의원에서 ‘심한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적응 장애’로 치료를 받은 사실이 있었다. 한편, 망인에 대한 정신과적 치료를 담당하였던 의사 김원은 이 법원의 사실조회에 대한 회신에서 "① 망인은 내원 당시 직장업무와 관련된 강박관념, 불안 초조감, 불면증, 대인공포, 만성피로, 의욕저하 및 우울증상을 호소하였는데, 그 원인으로는 직장업무로 인한 과도한 부담감과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형성된 불안, 우울반응 및 적응 장애로 추정된다. ② 망인처럼 이전과 달리 업무성과가 극히 부진하고 주위의 기대에 못 미쳐 자책감과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 자존심이나 명예의 훼손에 대한 굴욕감, 정신적 압박감 또는 죄책감 등이 형성될 수 있으며, 불안초조감, 불면증, 의욕저하 또는 우울증상 등을 보일 수 있다. ③ 망인이 회의나 교육에 대한 부담과 거부반응을 보인 이유는 업무부진 등으로 인한 정신적 압박감이 지속되었고, 자책감, 의욕저하 및 자신감 상실을 포함한 우울증 및 대인공포 증상이 나타난 것으로 보이며, 일반적으로 두려움이나 공포를 느끼는 환자는 그런 상황을 피함으로써 불안을 감소시키려는 회피행동을 흔히 나타내게 된다. ④ 망인은 업무와 관련된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기 이전에는 지극히 정상적인 직장생활과 가정생활이 유지되어 왔으며, 업무수행능력도 뛰어나고 자존심이나 책임감이 강하였던 사람으로 평가할 수 있는데, 새로 부임한 이후 업무성과의 부진 등으로 인하여 심한 정신적 압박감과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해 불안, 우울 증상이 파생되어 자살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의학적 소견을 밝혔다.

나. 판 단

(1)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4조 제1호 소정의 업무상 재해라 함은 근로자가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재해를 말하는 것이므로, 그 재해가 질병과 그에 이은 사망인 경우에는 업무와 질병 사이, 질병과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면 업무와 사망 사이에도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며, 위와 같은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제반사정을 고려하여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입증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2) 그런데 이 사건의 경우, 망인은 경기지역본부로 발령 받은 이후 새로운 업무에의 부적응, 업무실적 저조에 따른 자책감과 상부로부터의 질책에 따른 정신적 스트레스, 내성적인 성격에도 불구하고 지속해야 하는 교육과 회의주재로 인한 정신적 부담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심각한 우울증 및 대인공포증의 증상을 나타낸 것으로 보이는 점, 망인은 위와 같은 우울증 및 대인공포증에 이환된 이후 스스로 이에 대한 치료를 받아왔으나 끝내 이를 극복하지 못한 채 위 우울증 등으로 인해 자살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이는 점, 망인이 업무 이외의 다른 요인으로 인해 우울증 등에 이환되었다거나 자살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볼 만한 자료도 없는 점 등을 모두 종합하여 보면, 망인의 업무와 우울증 등의 정신적 이상 상태 및 그에 이은 자살은 일련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 할 것이므로, 망인의 사망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지 아니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3. 결론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한다.

판사 이재홍(재판장) 이승한 김종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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