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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지방법원 2005. 1. 14. 선고 2003구단4380 판결
[국가유공자등록거부처분취소][미간행]
원고

원고(소송대리인 명동법무법안 담당변호사 김기홍)

피고

수원보훈지청장

변론종결

2004. 12. 17.

주문

1. 피고가 2003. 8. 29. 원고에 대하여 한 국가유공자유족등록거부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아래 사실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1호증 내지 갑7호증(가지번호 포함), 을1호증 내지 을8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이를 인정할 수 있다.

가. 원고의 남편인 망 소외 1(이하 ‘망인’이라고 한다)은 1981. 2. 1. 공군하사로 임관하여 2002. 7. 1.부터 공군제7항공통신전대 정보통신중대 부사관으로 근무하여 오던 중, 2003. 5. 26. 16:00경 집을 나와 같은 달 28. 18:20경 평택시 객사리 공원조성부지내 폐건물에서 목을 매 자살한 상태로 발견되었다.

나. 원고는 2003. 7. 7. 피고에 대하여 위 망인이 국가유공자등예우및지원에관한법률(이하 법이라고 한다) 제4조 제1항 제5호 의 순직군경에 해당된다고 하여 법 제6조 제1항 에 따라 국가유공자유족등록신청을 하였으나, 피고는 2003. 8. 29. 위 망인이 사망한 것은 법 제4조 제5항 제4호 의 규정에 의한 ‘자해행위로 인한 경우’에 해당하므로 순직군경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원고의 국가유공자유족등록신청을 거부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당사자의 주장요지

피고는 위 처분사유와 적용법령을 들어 이 사건 처분이 적법하다고 주장하고, 이에 대하여 원고는 위 망인은 기존의 통신업무 외에 전산업무를 맡게 되어 지나치게 과중한 업무 부담으로 상당한 신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았고 이로 인하여 심한 우울증 등 정신병적인 증상으로 입원치료를 받는 등 계속적으로 치료를 받아오다가 자살에 이르게 된 것이므로, 망인의 사망은 정상적이고 자유로운 의사에 기한 것이 아니라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한 정신병 증상의 발현에 의한 것으로서, 망인의 정신병은 그 직무로 인한 공무상 질병이고 위 망인의 사망은 정신병이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 인과관계가 있다 할 것이므로 법 제4조 제1항 제5호 의 순직으로 인정되어야 하며, 한편 위 망인의 사망은 형식상 자살의 성격을 띠고 있으나 위 망인의 정상적이고 자유로운 의지에 의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공무상 질병인 우울증의 결과로서 나타난 것이므로 같은 조 제5항 제4호 에서 규정하는 자해행위에 포함시킬 수 없다 할 것임에도 위 망인의 사망을 순직으로 인정하지 아니하여 원고의 국가유공자유족둥록신청을 거부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주장한다.

나. 관계 법령

법 제1조 는 이 법은 국가를 위하여 공헌하거나 희생한 국가유공자와 그 유족에 대한 응분의 예우와 국가유공자에 준하는 군경 등에 대한 지원을 행함으로써 이들의 생활안정과 복지향상을 도모하고 국민의 애국정신함양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법 제4조 제1항 은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국가유공자와 그 유족 등은 이 법에 의한 예우를 받는다고 규정하면서 그 제5호 가.목 은 군인 또는 경찰공무원으로서 교육훈련 또는 직무수행중 사망한 자(공무상의 질병으로 사망한 자를 포함한다)를 순직군경으로 들고 있고, 같은 조 제2항 위 제5호 가.목 등에 해당하는 자의 구체적인 기준과 범위는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같은 조 제5항 제4호 는 자해행위로 인한 사망을 순직군경에 포함시키지 않는다고 각 규정하고 있다.

다. 인정사실

위에서 든 각 증거와 증인 권오인의 증언, 이 법원의 공군제5482부대장 및 국군수도병원장에 대한 각 사실조회결과, 삼성서울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1) 망인은 공군기술고등학교를 수료한 후 1981. 2. 1. 공군하사로 임관하여, 제7항로보안단, 제30방공관제단을 거쳐 2002. 7. 1.부터 공군제7항공통신전대 정보통신중대 부사관으로 근무하였다.

(2) 망인의 특기는 임관시에는 '무선통신'이었고, 1995. 7. 1. 특기조정으로 '통신장비운용'으로 되었다가, 2001. 10. 4. 개인직무 다기능화와 관련한 특기통·폐합으로 '정보체계운용'이 되었는데, 무선통신이나 통신장비운용 특기는 주업무가 통신소에서의 문서 송·수신이었던 반면에 정보체계운용 특기는 주업무가 기존 문서취급 업무에 정보화교육장 운영 업무가 추가되었다.

(3) 망인이 2002. 7. 1. 공군제7항공통신전대 정보통신중대에 전입한 이후 통신소 업무를 전담하게 되었는데, 2002년 을지훈련을 위한 사전 준비 및 훈련참가시 장비점검, 장비운용법 미숙으로 장비고장을 쉽게 해결하지 못하는 등 문제를 일으켜 많이 고민하였고, 그에 더하여 전산반을 담당하던 병사의 교육파견으로 같은 해 8. 1.부터 전산반 업무를 추가로 담당하게 되면서 새로 맡게된 전산업무에 대한 지식의 부족으로 많은 시간외근무를 하고서도 도저히 업무를 처리하지 못하는 등 적응실패로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상당한 과로와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4) 망인은 2002. 12. 21. 의무대를 방문하여 “손발이 저리고 의욕도 없고 잠도 잘 안 와요. 그리고 지난 9월부터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라고 호소하였고, 의무대에서는 두통약과 위장관 운동개선제, 소화제 등을 처방하였으며, 결국 2003. 2. 7. 다시 의무대를 방문하였을 당시 자살충동을 느끼는 등 우울증 증세를 보이기 시작하여 의무대에서 국군수도병원에 외진 의뢰를 하여 진단받은 결과 국군수도병원 군의관은 망인에 대하여 주요 우울증 삽화를 의심하여 항우울제인 서트랄린과 트라조돈을 처방하였다.

(5) 그 후 망인은 급기야 같은 해 3. 8. 목을 매어 자살하려다 포기하는 일을 벌였고, 같은 날 평택 윤신경외과에 입원하여 항우울제인 플루옥세틴, 항불안제인 클로나제팜, 수면제인 트리아졸람, 항정신병약제인 리스페리돈 등 약물치료를 받다가 같은 달 13. 국군수도병원으로 전원되어 입원치료를 받았다.

(6) 망인은 국군수도병원에 입원할 당시 우울감과 집중력 저하를 주된 증상으로 호소하였고, 위 병원에서는 플루옥세틴, 트라조돈, 클로나제팜을 처방하여 약물치료를 하면서 지지적 정신치료를 병행하였는데, 같은 달 17.에는 더 이상 우울감을 보이지 않고 오히려 활동량이 증가되고 고양된 기분이 보이는 등 경조증으로의 전환이 우려되어 주치의가 처방 약물을 감량하다가 같은 달 19. 이후에는 플루옥세틴을 중단하였으며, 망인은 더 이상 고양된 기분이나 활동증가 양상은 보이지 않았으나 이후 경한 우울감, 의욕저하, 신체적 불편감 등을 호소하였고, 퇴원을 하고 싶다고 하면서도 퇴원 후 생활에 대한 불안감을 보였으나 주치의는 이를 부대생활에 대한 적절한 수준의 염려로 관찰하였고, 같은 해 4. 4. 외래통원을 통한 지속적인 약물치료 계획 아래 트라조돈, 클로나제팜을 처방받아 퇴원하였다.

(7) 망인은 퇴원 후 다시 위 정보통신중대에서 근무하던 중 계속하여 업무에 어려움을 느끼고 불안과 초조감 속에 지내면서 몇 차례 외래치료를 받다가, 자신감 저하, 주변 시선에 대한 과민한 반응, 업무에 대한 걱정 등이 지속되어 같은 해 4. 25. 다시 국군수도병원에 입원하여 약물치료, 우울사고에 대한 인지행동치료, 지지적 언어심리치료를 받고 우울증상이 호전되어 같은 해 5. 20. 퇴원하였고, 휴식을 취하면서 사회적응을 하는 것이 좋겠다는 군의관의 의견과 회복 후에 부대복귀를 바라는 원고의 희망에 따라 같은 달 23.부터 같은 해 6. 10.까지 청원휴가를 받았는데, 여전히 우울증상을 보이다가 같은 해 5. 26. 16:00경 집을 나와 같은 달 28. 18:20경 평택시 객사리 공원조성부지내 폐건물에서 목을 매 자살한 상태로 발견되었다.

(8) 주요 우울증 삽화를 포함하는 기분장애는 유전적 요인, 신경전달물질의 변화 등생물학적 요인과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생활사적 사건 등 심리사회학적인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병하고, 처음 우울증 삽화를 겪게 되면 그로 인하여 뇌의 상태에 영구적인 변화가 야기되어 쉽게 재발하며, 증상으로는 우울감, 불면 또는 과수면, 정신운동흥분 또는 지체, 무가치감 또는 과도하고 부적절한 죄책감, 반복적인 죽음에 대한 생각 또는 자살시도 등이 주로 나타나고, 정신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자살율은 15%로 일반인보다 높고, 또 우울증의 회복단계는 우울감이나 비관적인 사고는 남아 있으나 실행능력이 회복되기 시작하는 시기로서 자살이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는데, 망인의 경우에는 업무에 따른 스트레스가 우울증의 유발 및 재발인자로 작용하였고 우울증 증세가 망인의 자살 수행에 기여했을 것이라는 것이 망인을 치료한 의사와 망인의 진료기록을 감정한 의사의 소견이다.

다. 판 단

(1) 근로자의 업무와 질병 또는 질병에 따르는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하여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입증하여야 하지만,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하여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업무와 질병 또는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입증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근로자가 업무상 질병으로 요양 중 자살한 경우에 있어서는 자살자의 질병 내지 후유증상의 정도, 그 질병의 일반적 증상, 요양기간, 회복가능성 유무, 연령, 신체적 심리적 상황, 자살자를 에워싸고 있는 주위상황, 자살에 이르게 된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할 수 있으면 그 인과관계를 인정하여야 할 것이고, 이와 같은 법리는 군경의 사망이 법 제4조 제1항 제5호 에서 정한 공무상의 질병에 의한 것인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할 것이다.

(2) 위 인정사실을 종합하여 보면, 망인의 우울증은 을지훈련준비에 차질을 빚은 죄책감, 과중한 업무에 기인한 심리적 부담감, 새로운 업무에 대한 적응의 어려움과 초조함 등으로 인한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하여 발병하게 된 것으로 보여지고, 망인과 같은 우울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자살율은 정상인들보다 월등히 높고 특히 우울증에서 회복될 때 자살이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으로 의학적으로도 판명이 된 이상, 망인의 자살은 정상적이고 자유로운 의사에 의하여 야기되었다기보다는 앞서 본 바와 같이 망인이 업무상 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로 말미암아 우울증 증상이 발현되어 결국 자살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여지므로, 망인의 사망은 법 제4조 제1항 제5호 에서 정한 공무상의 질병에 의한 것이라고 할 것이다.

(3) 나아가, 법 제4조 제5항 제4호 는 자해행위로 인한 경우에는 순직군경의 기준에 포함시키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앞에서 본 바와 같이 망인의 사망은 위 우울증의 발현에 기한 것으로 업무상 입은 위 우울증과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것이고 망인의 자유로운 의지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어서, 위와 같은 경우의 망인의 자살은 법 시행령 제3조의 2 제4호 소정의 ‘자해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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