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beta
텍스트 조절
arrow
arrow
대법원 1993. 12. 14. 선고 93누9392 판결
[유족보상금지급청구부결처분취소][공1994.2.1.(961),377]
판시사항

업무상 질병으로 요양중 자살한 경우 사망과 업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 유무 및 그 입증방법

판결요지

근로자의 사망이 업무상 질병으로 요양중 자살함으로써 이루어진 경우 당초의 업무상 재해인 질병에 기인하여 심신상실 내지 정신착란의 상태에 빠져 그 상태에서 자살이 이루어진 것인 한 사망과 업무와의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것이며, 이 경우 근로자의 업무와 위 질병 또는 질병에 따르는 사망간의 인과관계에 관하여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입증하여야 하지만,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하여야만 하는 것이 아니고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업무와 질병 또는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입증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어서, 근로자가 업무상 질병으로 요양중 자살한 경우에 있어서는 자살자의 질병 내지 후유증상의 정도, 그 질병의 일반적 증상, 요양기간, 회복가능성 유무, 연령, 신체적 심리적 상황, 자살자를 에워싸고 있는 주위상황, 자살에 이르게 된 경위 등을 종합 고려하여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할 수 있으면 그 인과관계를 인정하여야 한다.

원고, 피상고인

원고 1 외 2인 원고들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시민종합법률사무소 담당변호사 윤종현 외 3인

피고, 상고인

의정부지방노동사무소장 소송대리인 변호사 조경근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피고 소송대리인의 상고이유를 본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조 제1항 소정의 "업무상의 재해"라 함은 근로자가 업무수행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재해를 말하는 것이므로 그 재해가 질병 또는 질병에 따른 사망인 경우에는 업무와의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한편 근로자의 사망이 업무상의 질병으로 요양중에 자살함으로써 이루어진 경우에는 당초의 업무상 재해인 질병에 기인하여 심신상실 내지 정신착란의 상태에 빠져 그 상태에서 자살이 이루어진 것인 한 사망과 업무와의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것이며( 당원 1993.10.22. 선고 93누13797 판결 참조), 이 경우 근로자의 업무와 위 질병 또는 질병에 따르는 사망간의 인과관계에 관하여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입증하여야 하는 것이지만,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하여야만 하는 것이 아니고 제반사정을 고려하여 업무와 질병 또는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입증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어서( 당원 1992.5.12. 선고 91누10022 판결 참조), 근로자가 업무상의 질병으로 요양중에 자살한 경우에 있어서는 자살자의 질병 내지 후유증상의 정도, 그 질병의 일반적 증상, 요양기간, 회복가능성 유무, 연령, 신체적 심리적 상황, 자살자를 에워싸고 있는 주위상황, 자살에 이르게 된 경위 등을 종합 고려하여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할 수 있으면 그 인과관계를 인정하여야 할 것이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거시증거에 의하여, 망 소외 1은 1975. 3. 24. 소외 원진레이온주식회사에 입사하여 이황화탄소 폭로부서인 방사과에서 근무하다가 1981. 8. 7. 퇴사하였는바, 입사할 당시에는 신체적으로 건강하였을 뿐만 아니라 정신분열증 등 정신질환을 앓은 적이 없었는데 위와 같이 퇴사한 이후인 1984.경부터 근육마비, 신장장애 및 호흡장애증세가 나타나는 이외에 정신질환증세마저 나타나 밤에 잠을 자지 않고 산에 올라가 짐승을 잡으러 다니고 성격이 난폭해져 처 및 자녀들을 자주 폭행하여 1987. 10.경에는 처와 합의이혼한 사실, 그 이후 위 망인의 병이 더욱 악화되고 헛소리가 심해져 용인정신병원 등지에서 14개월간 정신병치료를 받아 오던 중 1988. 9.경 소외 회사의 직업병 일제신고기간에 피고에게 직업병검진신청을 하고 그에 따른 검진결과 이황화탄소중독증, 정신분열증으로 확인되어 피고의 요양승인을 받게 되었고, 그에 따라 고려대학교의과대학부속 혜화병원을 거쳐 서울기독병원에서 치료를 받아 온 사실, 위 망인은 위 정신분열증이 통원치료를 받아도 될 만큼 호전되던 중인 1991. 4. 12. 경기 고양군 지도읍 토당리 405의 5 정광빌라 에이동 202호에서 방문을 걸어 잠근 채 화덕에 연탄 2개를 자신의 방에 피워 놓고 잠을 잠으로써 연탄가스중독으로 사망한 사실, 위 망인은 종전에도 2차례에 걸쳐 자신의 아버지에게 자살하겠다고 말한 적이 있고, 사망 전날에도 자살을 계획하고 있음을 추정할 수 있는 말을 하였으며 사망 당시 사리가 분명하지 않으면 작성하기 어려운 유산분배, 원고들의 생모와의 관계 등에 관한 내용 뿐만 아니라 "사망신고는 아빠 나이 90세 되거든 하여라 그래야 휴업급여를 탈 수 있다. 90세까지 휴업급여를 타는 데 아무런 꺼리낌이 없을 것이다"는 비합리적인 판단도 동시에 들어있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사실, 의학적으로 이황화탄소가 인체에 유독효과를 일으키는 생화학적 기전은 현재까지 밝혀지지 않았으나 단기간에 고농도의 이황화탄소에 폭로되어 발생하는 급성중독의 경우 즉시 혼수상태에 빠져 사망하기도 하나 일정한 농도 이상의 이황화탄소에 만성적으로 폭로될 경우 전신을 침범하는 다양한 증상과 말초신경염의 신경학적 증상이 나타나며 심한 흥분성, 분노, 심한 감정변화, 도취감, 환각, 편집성경향, 자살경향, 조증, 섬망 등의 정신과적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은 의학적으로 널리 알려진 사실, 또한 이황화탄소에 중독되어 생화학적 변화가 일단 시작되면 이황화탄소폭로가 중단된 이후에도 이차적 변화의 혈관병변이 계속 진행되고 따라서 이황화탄소에 폭로된 근로자들은 퇴직 후에도 건강장해가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의학계에 보고된 사실, 특히 이황화탄소중독에 관한 많은 연구가 이황화탄소에 노출된 근로자들 사이의 자살과 살인의 충동경향을 보고하고 있어 자살기도증이 이황화탄소중독에 의한 정신분열증의 한 특징적 증상으로 볼 수 있는 사실, 정신과영역에 있어서의 자살은 망상과 환청에 의한 충동발작에 의한 자살도 있지만 대부분 정신분열증환자의 자살은 충동에 의한 자살보다는 병이 호전되면서 자신에 대한 뚜렷한 삶의 제한을 인식하면서 행하는 자살이 많으며, 자살의 시기로 볼 때에도 급성기의 자살보다는 의학적으로 정신병후의 우울상태의 자살이라고 불리우는 시기 즉 증상이 호전되는 시기에 결행되는 경우가 많고 대부분 치료자나 가족에게 쉽게 자살결행의지를 계속 밝히다가 가족이나 치료진이 자신의 자살에 대한 조심성이 떨어질 때에 자살을 결행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정신분열증 환자의 자살예고, 자살적사고, 자살시도, 성공적자살 등은 모두 정신분열증의 증상인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위 인정사실을 종합하여 보면, 위 망인은 소외 회사 근무로 인한 이황화탄소중독에 의한 정신분열증을 치료받아 오던 중 그 정신분열증 자체의 하나의 증세인 자살기도증에 의하여 신병을 비관하여 자살하게 된 것이므로 정신분열증과 자살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것이므로, 결국 위 망인의 사망은 업무수행과의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는바, 기록과 관계법령 및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하다고 수긍이 가고 거기에 소론과 같이 채증법칙 위배로 인해 사실을 오인하였거나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조 제1항 소정의 "업무상 재해"의 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논지는 이유 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안우만(재판장) 김용준 천경송(주심) 안용득

arrow
심급 사건
-서울고등법원 1993.3.19.선고 92구97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