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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5. 11. 24. 선고 94다53341 판결
[소유권이전등기][공1996.1.15.(2),143]
판시사항

[1] 점유자가 주장하는 자주점유의 권원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사유만으로 자주점유의 추정이 번복되는지 여부

[2] 자주점유의 추정이 번복되는 경우

[3] 주무관청의 허가 없이는 처분이 금지된 부동산을 처분허가가 없음을 알면서 점유하는 자의 소유의 의사 유무

판결요지

[1] 취득시효에 있어서 자주점유의 요건인 소유의 의사는 객관적으로 점유권원의 성질에 의하여 그 존부를 결정하는 것이나 다만 그 점유권원의 성질이 분명하지 않을 때에는 민법 제197조 제1항 에 의하여 소유의 의사로 점유한 것으로 추정되므로, 점유자가 스스로 그 점유권원의 성질에 의하여 자주점유임을 입증할 책임이 없고, 점유자의 점유가 소유의 의사 없는 타주점유임을 주장하는 상대방에게 타주점유에 대한 입증책임이 있으므로, 점유자가 스스로 매매 또는 증여와 같은 자주점유의 권원을 주장하였으나 이것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도, 원래 위와 같은 자주점유의 권원에 관한 입증책임이 점유자에게 있지 아니한 이상, 그 점유권원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사유만으로 자주점유의 추정이 번복된다거나 또는 점유권원의 성질상 타주점유라고 볼 수 없다.

[2] 자주점유의 요건인 '소유의 의사'라고 함은 타인의 소유권을 배제하여 자기의 소유물처럼 배타적 지배를 행사하는 의사를 말하므로, 지상권, 전세권, 임차권 등과 같은 전형적인 타주점유의 권원에 의하여 점유함이 증명된 경우는 물론이거니와, 이러한 전형적인 타주점유의 권원에 의한 점유가 아니라도 타인의 소유권을 배제하여 자기의 소유물처럼 배타적 지배를 행사하는 의사를 가지고 점유하는 것으로 볼 수 없는 객관적 사정이 인정되는 때에도 자주점유의 추정은 번복된다.

[3] 법령상 주무관청의 허가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처분이 허용되고 그 허가 없이는 처분이 금지된 부동산에 대하여 처분허가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 점유하는 자는 이미 자신이 그 부동산의 진정한 소유자의 소유권을 배제하고 마치 자기의 소유물처럼 배타적 지배를 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 점유하는 자이므로, 점유 개시 당시에 점유 토지에 대하여 소유자의 소유권을 배제하고 자기의 소유물처럼 배타적 지배를 행사한다는 의사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

원고,피상고인

부산광역시 금정구 (소송대리인 변호사 곽종석 외 1인)

피고,상고인

범어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재훈 외 2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와 상고이유보충서에 기재된 보충상고이유 중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부분을 함께 판단한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판결에서 들고 있는 증거들을 종합하여, 이 사건 토지는 부산 동래구 (주소 1 생략) 답 429평이 1975. 3. 26. 토지구획정리사업에 의하여 제자리 증평 환지된 토지로서 환지 전의 위 (주소 1 생략) 토지는 원래 피고가 1912. 5. 13. 사정받은 경남 동래군 (주소 2 생략) 답 1,194평의 일부였으나 1955. 6. 8. 분할되었으며, 피고는 환지 후인 1975. 8. 6.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친 사실, 환지 전의 위 (주소 1 생략) 토지 상에는 1936년말 이전부터 경상남도 동래군 북면사무소 건물인 목조 기와지붕 단층 강당 123.47㎡, 목조 기와지붕 단층 교구실 39.67㎡, 목조 기와지붕 단층 관리사 34.7㎡, 목조 기와지붕 단층 화장실 6.61㎡, 블록조 슬래브 지붕 단층 교육장 66.12㎡가 건립되어 있어 위 동래군 북면이 이를 그 사무실 건물로 사용하면서 위 토지를 위 각 건물의 부지 및 마당 등으로 점유 사용하여 온 사실, 동래군 북면은 1963. 1. 1. 부산직할시로 편입되면서 같은 시 북면출장소로 되었다가 1975. 10. 1. 동래구에 편입되고, 1988. 1. 1. 동래구에서 원고로 행정구역이 변경됨으로써 위 동래군 북면의 재산은 부산직할시를 거쳐 원고가 이를 승계하였고 위와 같이 행정구역이 변경되는 동안 위 북면출장소, 동래구가 위 건물들을 북면출장소, 동래보건소 북면지소의 사무실 등으로 사용하여 왔고 현재는 원고가 금정보건소의 사무실 등으로 사용함으로써 위 토지에서 제자리 환지된 이 사건 토지를 그 부지로 점유하고 있는 사실을 각 인정한 후, 위 환지 전 (주소 1 생략) 토지에 대한 동래군 북면의 점유는 위 동래군 북면이 1936년경 피고로부터 이를 증여받아 그 점유를 개시하였는지의 여부를 불문하고 소유의 의사로 평온·공연하게 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하여 위 토지에 대하여는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위 동래군 북면의 점유개시일로부터 20년이 경과한 시점으로서 원고가 주장하는 1965. 12. 31.에 그 취득시효가 완성되었다 할 것이니 피고는 원고에게 위 토지가 환지된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위 취득시효 완성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 절차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인용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2. 취득시효에 있어서 자주점유의 요건인 소유의 의사는 객관적으로 점유권원의 성질에 의하여 그 존부를 결정하는 것이나 다만 그 점유권원의 성질이 분명하지 않을 때에는 민법 제197조 제1항 에 의하여 소유의 의사로 점유한 것으로 추정되므로 점유자가 스스로 그 점유권원의 성질에 의하여 자주점유임을 입증할 책임이 없고, 점유자의 점유가 소유의 의사 없는 타주점유임을 주장하는 상대방에게 타주점유에 대한 입증책임이 있다고 할 것이어서 점유자가 스스로 매매 또는 증여와 같은 자주점유의 권원을 주장하였으나 이것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도 원래 위와 같은 자주점유의 권원에 관한 입증책임이 점유자에게 있지 아니한 이상 그 점유권원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사유만으로 자주점유의 추정이 번복된다거나 또는 점유권원의 성질상 타주점유라고 볼 수는 없는 것이고 ( 대법원 1983. 7. 12. 선고 82다708, 709, 82다카1792, 1793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여기에서 소유의 의사라고 함은 타인의 소유권을 배제하여 자기의 소유물처럼 배타적 지배를 행사하는 의사를 말하므로 지상권, 전세권, 임차권 등과 같은 전형적인 타주점유의 권원에 의하여 점유함이 증명된 경우는 물론이거니와 이러한 전형적인 타주점유의 권원에 의한 점유가 아니라도 타인의 소유권을 배제하여 자기의 소유물처럼 배타적 지배를 행사하는 의사를 가지고 점유하는 것으로 볼 수 없는 객관적 사정이 인정되는 때에도 자주점유의 추정은 번복된다 고 보아야 할 것이다( 대법원 1990. 11. 13. 선고 90다카21381, 21398 판결 참조).

3. 기록에 의하면 원고는, 원심 변론종결에 이르기까지 이 사건 토지를 피고로부터 증여받아 점유하여 왔다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는데, 일제시에 시행된 사찰령(1929. 6. 10. 개정) 제5조는 "사찰재산은 조선총독의 허가를 받지 않으면 이를 양도하거나, 담보에 제공하거나 기타 처분할 수 없다. 사찰이 채무를 부담함에 있어서도 또한 같다. 전항의 허가를 받지 않고 사찰재산을 양도하거나 담보에 제공하거나 기타 처분하거나 또는 채무를 부담하였을 때에는 이를 무효로 한다. 사찰재산이란 사찰에 속하는 부동산 그 밖에 조선총독이 정하는 재산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한편 원고는 이 사건 토지는 사찰재산으로서 피고로부터 증여받았으나 조선총독의 허가를 받지 못하였음을 자인하고 있으므로(기록 700면), 원고가 그 권리를 승계한 최초의 점유기관은 당시 지방행정관청으로서 위와 같은 법령상의 제한과 그 효과를 알고 있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기 때문에 원고 주장과 같은 증여계약이 조선총독의 처분허가를 받지 못하여 무효임을 알고 있었다고 보아야 하고, 이와 같이 법령상 주무관청의 허가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처분이 허용되고 그 허가 없이는 처분이 금지된 부동산에 대하여 처분허가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 점유하는 자는 이미 자신이 그 부동산의 진정한 소유자의 소유권을 배제하고 마치 자기의 소유물처럼 배타적 지배를 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 점유하는 자이므로 점유개시 당시에 이 사건 토지에 대하여 피고의 소유권을 배제하고 자기의 소유물처럼 배타적 지배를 행사한다는 의사가 있었다고 볼 수 없을 뿐 아니라 ( 대법원 1976. 11. 9. 선고 76다486 판결 , 1978. 11. 14. 선고 78다991 판결 , 1979. 12. 26. 선고 79다1806 판결 , 1992. 5. 8. 선고 91다37751 판결 각 참조), 그 외에도 기록에 의하면, 첫째 원고는 이 사건 토지에 대한 권리취득의 절차를 밟았거나 그 대가를 지급한 일이 없는 점, 둘째 피고는 원고가 점유하는 이 사건 토지와 인접한 다른 여러 토지들을 국민학교 부지 및 파출소 부지 등으로 증여한 일이 있고 국민학교의 부지에 대하여는 이미 1933년에 기부를 원인으로 동래군학교비(동래군학교비)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으며(기록 815면, 1179면), 역시 인접한 파출소 부지에 대하여는 1962년에 증여를 원인으로 소외 국(국)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고(기록 821면, 1420면), 그 밖에도 이 사건 토지 부근의 토지로서 피고가 부산부(부산부)를 비롯한 여러 사람에게 매도한 수많은 토지들에 대하여서도 모두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주었으나(기록 1421 내지 1468면) 유독 이 사건 토지만은 소유권이전등기가 되어 있지 않고 피고 명의로 남아 있는 점에 비추어 볼 때 만일 원고에게 양도하였다면 위와 같이 다른 사람에게 양도한 수많은 토지들에 대하여는 모두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주면서도 사인(사인)도 아닌 행정관청인 원고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지 않았을 리가 없는 점, 셋째 피고측에서 원고측에게 이 사건 토지를 매수할 것을 권유하자 원고측은 경상남도지사에게 예산요청을 하겠다면서 피고 사찰에게 문교부장관의 허가절차를 취하라고 답한 일이 있고(기록 1709면), 그 후 1985. 7. 12. 피고가 원고에게 정식으로 이 사건 토지의 인도 요청을 하자 원고는 공공업무의 중요성을 감안하여 차후 계획수립시까지 사용하고자 하오니 양지하기 바란다(기록 849면)는 내용으로 회신하여 오직 잠정적으로 사용할 뜻을 비침으로써 소유의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는 점 등의 여러 사정에 비추어 원고가 이 사건 토지에 대하여 피고의 소유권을 배제하고 자기의 소유물처럼 배타적 지배를 행사하려는 의사는 없었다고 보지 않을 수 없어 자주점유의 추정은 이로써 번복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피고의 주장·입증과 기록을 통하여 나타난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면밀히 살펴 자주점유 추정의 번복 여부를 가려 보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에 이르지 아니하고, 자주점유의 추정이 번복되었다는 피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아니하고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으니, 원심은 자주점유추정의 번복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거나 심리를 다하지 못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저지를 것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상고이유 중 이 점을 지적하는 부분은 이유가 있다.

4.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케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만호(재판장) 박준서 이용훈(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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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부산고등법원 1994.9.30.선고 93나2988
-부산고등법원 1996.6.13.선고 96나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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