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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7. 12. 9. 선고 97다18547 판결
[소유권이전등기][공1998.1.15.(50),215]
판시사항

[1] 비법인사단의 당사자능력의 인정 근거, 요건 및 그 판단의 기준 시점

[2] 취득시효에 있어서 소유의 의사의 입증책임 및 그 판단 기준

[3] 점유자의 자주점유의 추정이 번복되는 경우

[4] 농지개량계가 저수지를 관리하며 그 부지인 타인 소유 토지를 점유한 경우, 이를 자주점유로 볼 수 있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1] 민사소송법 제48조가 비법인사단의 당사자능력을 인정하는 것은 법인이 아니라도 사단으로서의 실체를 갖추고 그 대표자 또는 관리인을 통하여 사회적 활동이나 거래를 하는 경우에는 그로 인하여 발생하는 분쟁은 그 단체가 자기 이름으로 당사자가 되어 소송을 통하여 해결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므로, 여기서 말하는 사단이라 함은 일정한 목적을 위하여 조직된 다수인의 결합체로서 대외적으로 사단을 대표할 기관에 관한 정함이 있는 단체를 말하고, 어떤 단체가 비법인사단으로서 당사자능력을 가지는가 하는 것은 소송요건에 관한 것으로서 사실심의 변론종결일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2] 민법 제197조 제1항에 의하면 물건의 점유자는 소유의 의사로 점유한 것으로 추정되므로 점유자가 취득시효를 주장하는 경우에 있어서 스스로 소유의 의사를 입증할 책임은 없고, 오히려 그 점유자의 점유가 소유의 의사가 없는 점유임을 주장하여 점유자의 취득시효의 성립을 부정하는 자에게 그 입증책임이 있고, 여기서 점유자의 점유가 소유의 의사 있는 자주점유인지 아니면 소유의 의사 없는 타주점유인지의 여부는 점유자의 내심의 의사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점유 취득의 원인이 된 권원의 성질이나 점유와 관계가 있는 모든 사정에 의하여 외형적·객관적으로 결정되어야 한다.

[3] 점유자가 성질상 소유의 의사가 없는 것으로 보이는 권원에 바탕을 두고 점유를 취득한 사실이 증명되었거나, 점유자가 타인의 소유권을 배제하여 자기의 소유물처럼 배타적 지배를 행사하는 의사를 가지고 점유하는 것으로 볼 수 없는 객관적 사정, 즉 점유자가 진정한 소유자라면 통상 취하지 아니할 태도를 나타내거나 소유자라면 당연히 취했을 것으로 보이는 행동을 취하지 아니한 경우 등 외형적·객관적으로 보아 점유자가 타인의 소유권을 배척하고 점유할 의사를 갖고 있지 아니하였던 것이라고 볼 만한 사정이 증명된 경우에도 자주점유의 추정은 깨어진다.

[4] 농지개량계가 농지개량시설인 저수지를 관리하는 것은 수익자로서 그에 상응하는 관리의무를 부담한다는 측면이 강하고 저수지 또는 그 부지를 소유한다는 관념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할 것이므로, 농지개량계가 저수지를 관리하면서 그 부지를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것은 타인의 소유권을 배제하여 자기의 소유물처럼 배타적 지배를 행사하는 의사 없이 하는 점유라고 보아야 한다.

원고,피상고인

장흥지수리계 (소송대리인 변호사 차원태)

피고,상고인

피고 1 외 9인 (피고들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솔로몬종합법률사무소 담당변호사 강명준 외 5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여 사건을 대구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피고들의 상고이유(기간 경과 후에 제출된 피고 10 소송대리인의 보충상고이유와 피고 1의 보충상고이유는 각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안에서)를 함께 판단한다.

1. 피고들의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민사소송법 제48조가 비법인사단의 당사자능력을 인정하는 것은 법인이 아니라도 사단으로서의 실체를 갖추고 그 대표자 또는 관리인을 통하여 사회적 활동이나 거래를 하는 경우에는, 그로 인하여 발생하는 분쟁은 그 단체가 자기 이름으로 당사자가 되어 소송을 통하여 해결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므로 여기서 말하는 사단이라 함은 일정한 목적을 위하여 조직된 다수인의 결합체로서 대외적으로 사단을 대표할 기관에 관한 정함이 있는 단체를 말하고, 어떤 단체가 비법인사단으로서 당사자능력을 가지는가 하는 것은 소송요건에 관한 것으로서 사실심의 변론종결일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당원 1991. 11. 26. 선고 91다30675 판결, 1994. 9. 30. 선고 93다27703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 돌아와 보건대, 기록에 의하여 검토하여 보면, 원고 수리계가 1967년에 만들었다는 규약(갑 제3호증)은 그에 당연히 첨부되어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회의록이 첨부되어 있지 아니하여 누가 언제 만든 것인지 알아볼 자료가 없을 뿐만 아니라 원고 자신이 1994. 2. 24.자 준비서면에서 "원고 수리계는 1972년에 비로소 성문의 규약(갑 제6호증의 15를 의미한다)을 만들었다."고 하여 갑 제3호증이 1967년에 작성된 일이 없음을 자인하고, 이 사건 소송의 보전소송인 대구지방법원 경주지원 93카합133 사건에서 원고가 제출한 1993. 7. 13.자 준비서면(갑 제8호증의 4)에서도 역시 같은 취지로 자인하였으며, 원고측 증인인 소외 1도 관련 사건에서 같은 취지로 증언한 바(갑 제8호증의 5) 있기 때문에 원심이 원고 수리계가 1967. 2.에 성문의 규약을 제정하였다고 본 것은 채증법칙을 위반한 위법이 있다 할 것이다(원고는 1994. 5. 3.자 준비서면에서 당초 원고 수리계가 1972년에야 최초로 성문의 규약을 만들었다고 주장한 연유에 대하여 아무런 설명도 없이 갑 제3호증이 1967. 2.경의 원고 수리계 총회에서 제정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그 이후 원고측 증인으로 나온 제1심 증인 소외 2가 그에 맞추어 증언하였으나, 소외 2는 당시 임원이 누구였는지도 모르고, 당시 계원 명부가 존재하는지도 모른다고 증언하고 있다).

다음으로 1972년에 만들어진 규약(갑 제6호증의 15)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원고 수리계의 계원들이 모여서 작성한 것이라기보다는 포항시의 농업행정상 필요에 의하여 표준적인 농지개량계 규약 준칙을 '장흥지 농지개량계' 규약으로 포항시에 등록한 것으로 보인다. 즉, 갑 제6호증의 12, 갑 제6호증의 14, 갑 제6호증의 15, 을 제5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포항시는 1972년에 포항시농지개량조합시설구역외농지개량시설관리조례(1972. 1. 13. 포항시 조례 제455호. 이하 포항시 조례라고 한다)에 근거하여 농지개량조합구역 외의 농지개량시설을 효율적으로 유지·관리하기 위하여 지역별로 농지개량계를 조직하여 등록시키면서 장흥지를 관리할 농지개량계로서 '장흥농지개량계'를 등록시켰으며, 그 등록 신청(갑 제6호증의 14)은 농지개량계 명의가 아니라 장성동장 명의로 되어 있고, 1972. 7. 31.의 회의에는 24명이 참석하여 장성동장이 공문을 낭독하자 소외 3이 장흥농지개량계뿐 아니라 성실, 침촌, 산재, 이곡 농지개량계 등 5개 농지개량계의 계장을 추천하고 참석자 전원이 그에 찬성하여 위 5개 농지개량계의 계장을 선출하고, 그 계장이 부계장과 간사를 선출하였음을 알 수 있고, 반면에 위 규약을 제정(혹은 종전 규약이 존재하였다면 그것을 개정)하기 위한 총회가 개최되었다고 볼 자료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위 규약에는 계원의 자격과 가입에 관한 규정은 없고, 다만 위 규약 제17조 제1항, 제2항, 제12조가 계원의 탈퇴에 해당하는 '구역제외'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으며, 규약의 제목에는 괄호 안에 '준칙'이라는 표기가 있는바, 이는 포항시 조례 제17조 제1항이 농지개량계는 농지개량계 규약 준칙에 의거 규약을 제정하여야 한다고 정한 데에 따른 탓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원심이 갑 제3호증과 갑 제6호증을 들어 1967년에 원고 수리계의 규약이 제정되었고, 1972년에 개정되었다고 본 것은 잘못이라 하겠다.

그러나 원심이 채택한 증거들을 기록과 대조하여 검토하여 보면, 이 사건 변론종결일 현재 소외 4, 소외 5, 소외 6, 소외 7, 소외 8, 소외 9, 소외 10, 소외 11, 소외 12, 소외 2, 소외 13 등 장흥지에서 몽리하는 사람들이 '장흥지 수리계'라는 명칭의 단체를 조직하고 있고, 그 단체에는 규약(갑 제14호증)이 있고, 그 규약에 의하면 장흥지 수리계라는 단체는 구성원의 증감이 있을 수 있으나, 구성원의 증감에 관계없이 존속하고, 단체의사 결정기관으로서 총회를 두고, 대표 및 업무집행기관으로서 계장을 두고 있으며, 원고 대표자인 소외 4는 그 구성원들이 정한 규약에 따라 대표자인 계장으로 선출되어 이 사건 소송을 수행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원고 수리계의 당사자능력과 원고 대표자의 자격을 인정한 원심의 조치는 결론에 있어서 정당하고 이 점에 관한 피고들의 논지는 이유가 없다.

2. 피고들의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하여

민법 제197조 제1항에 의하면 물건의 점유자는 소유의 의사로 점유한 것으로 추정되므로 점유자가 취득시효를 주장하는 경우에 있어서 스스로 소유의 의사를 입증할 책임은 없고, 오히려 그 점유자의 점유가 소유의 의사가 없는 점유임을 주장하여 점유자의 취득시효의 성립을 부정하는 자에게 그 입증책임이 있다. 여기서 점유자의 점유가 소유의 의사 있는 자주점유인지 아니면 소유의 의사 없는 타주점유인지의 여부는 점유자의 내심의 의사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점유 취득의 원인이 된 권원의 성질이나 점유와 관계가 있는 모든 사정에 의하여 외형적·객관적으로 결정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점유자가 성질상 소유의 의사가 없는 것으로 보이는 권원에 바탕을 두고 점유를 취득한 사실이 증명되었거나, 점유자가 타인의 소유권을 배제하여 자기의 소유물처럼 배타적 지배를 행사하는 의사를 가지고 점유하는 것으로 볼 수 없는 객관적 사정, 즉 점유자가 진정한 소유자라면 통상 취하지 아니할 태도를 나타내거나 소유자라면 당연히 취했을 것으로 보이는 행동을 취하지 아니한 경우 등 외형적·객관적으로 보아 점유자가 타인의 소유권을 배척하고 점유할 의사를 갖고 있지 아니하였던 것이라고 볼 만한 사정이 증명된 경우에도 자주점유의 추정은 깨어진다 (당원 1997. 8. 21. 선고 95다28625 전원합의체 판결, 1996. 11. 8. 선고 96다29410 판결, 1995. 11. 24. 선고 94다53341 판결 등 참조).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1902. 3.경 이 사건 토지들을 포함한 일대 20여 필지의 토지가 저수지에 편입되어 '장흥지'라는 저수지가 축조된 사실, 1943년경에 위 장흥지 주변에서 농사를 지어오던 논 30여 두락의 소유자들이 위 저수지와 그 부대시설의 효율적인 관리와 몽리구역 내 몽리답의 생산력 증대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몽리구역 내 몽리답 소유자들을 그 구성원으로 하는 원고 수리계를 조직하여 그 무렵 몽리민들의 부역과 정부의 보조금 등으로 대대적인 장흥지 증축 및 보수 작업을 하여 장흥지는 저수량 12,900t, 몽리면적 11.7ha 규모의 저수지가 된 사실, 그 무렵부터 원고 수리계의 구성원들은 대표자를 선출하여 원고 수리계를 대표하게 하고, 못 관리자(속칭 못관구)를 선출하여 그가 몽리민들에게 농업용수를 분배하고, 매년 수확이 끝나면 위 저수지의 유지·관리비용을 정산하여 몽리민들에게 분담시키는 한편 필요에 따라 몽리민들을 동원하여 저수지를 보수하거나 확장하는 등 원고 수리계가 위 저수지를 관리하여 오다가 1967. 2.경에는 원고 수리계의 조직과 운영에 관한 규약(갑 제3호증을 말하는 것임이 분명하다.)을 제정하고, 1972. 8. 10. 포항시의 조례에 따라 포항시에 비치된 농지개량계 등록부에 '장흥농지계량계, 대표자 소외 14'로 등록한 후 포항시로부터 행정적인 지도를 받고 일부 예산을 지원받아 장흥지를 유지·보수하여 온 사실 등을 인정하고, 원고 수리계의 이 사건 토지들에 대한 점유는 자주점유로 추정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 수리계가 조직되어 장흥지를 점유·관리하기 시작한 해의 마지막 날인 1943. 12. 31.부터 20년이 경과한 1963. 12. 31.에는 원고 수리계의 이 사건 토지들에 대한 취득시효가 완성되었고, 원고 수리계의 점유가 타주점유라고 하는 피고들의 주장에 대하여는 그에 부합하는 듯한 을 제3호증의 4, 5, 6의 각 기재와 원심 증인 소외 15의 증언은 믿지 아니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하여 그 주장을 배척하였다.

그러나, 우선 원심이 인정한 사실에 의하더라도 장흥지는 1902년에 축조되었고, 원고 수리계는 1943년에 조직되었다는 것인바, 이는 원고 수리계가 장흥지를 축조하지 아니하였음을 뜻한다. 그리고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이 사건 토지들이 장흥지 축조 이후에 피고들의 선대 명의 사유지로 사정되었음을 알 수 있는바(이는 포항시 장성동 265의 2 유지 251㎡, 같은 동 280의 1 유지 592㎡, 같은 동 640 유지 919㎡ 등 장흥지의 부지가 된 다른 토지들도 마찬가지이다.), 그에 의하면 1902년 장흥지 축조 당시 국가 또는 몽리민들이 이 사건 토지들의 소유권(토지 사정 이전이므로 관습상 혹은 사실상의 의미로)을 취득한 일도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또한 원심의 사실인정에 의하면 이 사건 토지들은 이미 1902년 장흥지 축조 당시에 수몰되었으므로 1943년에 원고 수리계가 하였다는 '대대적인 장흥지 증축'으로 인하여 이 사건 토지들이 장흥지의 부지로 편입된 것도 아니다.

그리고 기록상 원고 수리계의 규약은 세 개가 나타나 있는바(갑 제3호증, 갑 제6호증의 15, 갑 제14호증의 각 규약이 그것들이다.), 원고 수리계가 1943년부터 이 사건 토지들을 소유의 의사로 점유하기 시작하였다면 원고 수리계는 당연히 그것을 수리계의 재산으로 관리하였을 것이고, 규약을 작성하는 계제에 수리계 재산의 관리, 계원 탈퇴시의 청산 등에 관하여 규정하였을 법한데, 위의 어느 규약에도 원고 수리계의 재산에 관한 규정이 없다.

'장흥농지개량계' 등록의 근거인 포항시 조례 제1조, 제2조 제1호, 제2호, 제4조 제1항, 제6조, 제7조, 제8조, 제9조, 제10조, 제11조, 제17조의 각 규정에 의하면, 포항시장이 농지개량계를 조직하도록 한 후 이를 감독하고, 농지개량계는 시설에 대한 유지·관리의무, 시설 보존을 위한 보호·감시의무, 손괴된 시설의 자력복구의무 등을 부담하고, 계원에 대한 경비 부과·징수 권한이 있다. 그 이후 농지개량계 설치의 근거 법령이 된 1975. 4. 4. 법률 제2753호로 신설된 농촌근대화촉진법 제68조의2, 1975. 12. 10. 대통령령 제7885호로 신설된 농촌근대화촉진법시행령 제22조의2, 1976. 12. 16. 농수산부령 제656호로 제정된 농지개량계관리규칙 제13조, 제16조 등의 규정들에 의하면, 농지개량계는 몽리민들이 자발적으로 조직하는 단체가 아니라, 농지시설 관리라고 하는 행정 목적을 위하여 군수가 몽리자들로 하여금 조직하게 하고, 군수가 감독하는 단체로서 농지개량시설의 유지·관리의무를 부담하고, 계원에 대한 경비 부과·징수 권한이 있다.

이상의 법령과 포항시 조례의 관련 규정들을 검토하여 보면 농지개량계가 농지개량시설인 저수지를 관리하는 것은 수익자로서 그에 상응하는 관리의무를 부담한다는 측면이 강하고, 저수지 또는 그 부지를 소유한다는 관념은 찾아보기 어렵다. 따라서 농지개량계가 저수지를 관리하면서 그 부지를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것은 타인의 소유권을 배제하여 자기의 소유물처럼 배타적 지배를 행사하는 의사 없이 하는 점유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원고는 이 사건 소송에서 포항시 조례에 따라 농지개량계로 등록한 '장흥농지개량계'가 원고 수리계와 동일성을 가지고 있음을 전제로 하여, 장흥농지개량계 규약(갑 제6호증의 15)을 원고의 규약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바, 이는 위 등록 이전의 원고 수리계의 단체로서의 실체가 포항시에 등록한 '장흥농지개량계'의 그것과 같다는 점을 자인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고, 실제로도 이미 조직되어 활동하고 있던 원고 수리계가 포항시 조례의 요건에 맞추어 '장흥농지개량계'로 등록을 한 것이라고 볼 소지도 있다. 그렇다면 1943년에 시작되었다는 원고 수리계의 점유의 성격 역시 원고 수리계와 연속성을 가지는 장흥농지개량계의 장흥지 점유의 성격과 같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리고 포항시 조례 제5조는 농지개량계가 관리하는 농지개량시설의 부지에 대하여 그 명의자를 등기하도록 정하고 있고, 그 제3호는 토지 소유자가 설치한 시설의 부지는 그 소유자를 '포항농지개량계'로 표시하도록 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장흥농지개량계'가 장흥지 부지인 이 사건 토지들을 소유의 의사로 점유하였다면 그에 관하여 '장흥농지개량계' 명의로 등기를 하였을 것이다. 그런데 장흥농지개량계나 원고 수리계가 그와 같이 하지 아니하였다. 이 역시 통상의 소유자라면 취할 행동을 취하지 아니한 것이라고 볼 소지가 있다.

이상의 사정들, 즉 원고 수리계가 이 사건 토지들을 점유하게 된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 수리계가 이 사건 토지들에 관하여 타인의 소유권을 배제하여 자기의 소유물처럼 배타적인 지배를 행사하는 의사를 가지고 점유하는 것으로 볼 수 없는 객관적인 사정이 증명되었다고 할 수 있고, 따라서 자주점유의 추정은 깨어졌다고 볼 여지가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그와 같은 사정에는 눈감고 자주점유의 추정이 그대로 유지된다고 단정하고 만 것은 갑 제3호증과 갑 제6호증의 15 규약의 제정 경위 등에 관하여 채증법칙에 위반하여 사실을 오인하고, 자주점유 추정과 그 복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나머지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위법이 있고, 그와 같은 위법은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음이 명백하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여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하기 위하여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최종영(재판장) 이돈희 이임수(주심) 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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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대구고등법원 1997.4.11.선고 94나41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