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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3. 2. 12. 선고 91다43466 판결
[손해배상(기)][집41(1)민,125;공1993.4.1.(941),958]
판시사항

가. 공무원의 직무상 의무위반으로 국가가 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되는 경우의 직무상 의무의 내용과 상당인과관계의 판단기준

나. 선박안전법이나 유선및도선업법의 각 규정이 공공의 안전 외에 일반인의 인명과 재화의 안전보장도 그 목적으로 하는지 여부(적극)

다. 유선업에 제공되는 선박 중 총톤수가 일정 기준 이상인 선박에 대한 선박안전검사 등에 관하여 일부 선박안전법에 의한 규율을 받는다고 하여 유선및도선업법에 의한 규율이 전면적으로 배제되는지 여부(소극)

라. 유선업경영신고 또는 변경신고를 받은 시장, 군수가 유선및도선업법 제3조 제3항 에 따라 지방해운항만청장에게 통지를 하였다면 유선의 지도 운항감독에 관하여 관할 시장, 군수에게 부여된 모든 감독책임이 국가 산하의 해운관청으로 이전되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가. 공무원에게 부과된 직무상 의무의 내용이 단순히 공공 일반의 이익을 위한 것이거나 행정기관 내부의 질서를 규율하기 위한 것이 아니고 전적으로 또는 부수적으로 사회구성원 개인의 안전과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설정된 것이라면, 공무원이 그와 같은 직무상 의무를 위반함으로 인하여 피해자가 입은 손해에 대하여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 국가가 배상책임을 지는 것이고, 이때 상당인과관계의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일반적인 결과발생의 개연성은 물론 직무상 의무를 부과하는 법령 기타 행동규범의 목적이나 가해행위의 태양 및 피해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나. 선박안전법이나 유선및도선업법의 각 규정은 공공의 안전 외에 일반인의 인명과 재화의 안전보장도 그 목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할 것이므로 국가 소속 선박검사관이나 시 소속 공무원들이 직무상 의무를 위반하여 시설이 불량한 선박에 대하여 선박중간검사에 합격하였다 하여 선박검사증서를 발급하고, 해당 법규에 규정된 조치를 취함이 없이 계속 운항하게 함으로써 화재사고가 발생한 것이라면, 화재사고와 공무원들의 직무상 의무위반행위와의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다.

다. 선박 중에서 유선업에 제공되는 선박에 관하여는 유선및도선업법에 의한 규율을 받도록 하되, 그중 총톤수가 일정기준 이상인 선박에 대한 선박안전검사 등에 관하여는 보다 엄격하게 규정되어 있는 선박안전법에 의한 안전검사를 받도록 하고 그 대신 유선및도선업법에 규정되어 있는 안전검사는 받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일부 적용배제규정을 두고 있는 등 선박안전검사 등에 관하여 일부 선박안전법에 의한 규율을 받는다고 해서 유선및도선업법에 의한 규율이 전면적으로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라. 유선업경영신고 또는 변경신고를 받은 시장, 군수가 유선및도선업법 제3조 제3항 에 따라 지방해운항만청장에게 통지를 하였다고 하여 유선의 지도 운항 감독에 관하여 관할 시장, 군수에게 부여된 모든 감독책임이 국가 산하의 해운관청으로 이전되는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원고, 피상고인

나영택 외 24인 원고들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보영 외 1인

피고, 상고인

대한민국 외 1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정운조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들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피고 대한민국 소송수행자의 상고이유와 피고 충무시 소송대리인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증거를 종합하여 제1심공동피고 1, 2는 총톤수 24t, 선박길이 20.72m, 폭 3.85m, 선원을 포함한 여객정원 87명의 유람선인 기선 의 실제소유자로서 이를 공동으로 관리, 운영하면서 소외 1을 선장으로 소외 2를 기관장으로 고용하여 위 유람선을 이용하여 충무항에서 한산도 제승당을 거쳐 해금강까지 왕복하는 노선에서 관광객들을 상대로 하여 위 유람선을 항행하면서 유선업에 종사하고 있었던 사실과 1987.6.16. 11:00 경 충무시 항남동 소재 선착장과 제승당에서 위 유람선에 관광객인 소외 허숙자 등 88명과 승무원 2명 도합 90명을 태우고 거제도 해금강 주변을 선회관광하고 시속 13노트로 귀항하던 중, 같은 날 14:50 경 거제군 남부면 다포리 소뚜껑섬 남방 30m 지점 해상에 이르렀던바, 약 4시간 동안 무리하게 과속으로 운항하여 노후된 기관이 과열되고 기관으로부터 약 1.3m 떨어진 배기관에 직경 2.6cm, 0.8cm, 0.3cm 되는 파공이 3개소에 생기게 되고 그 파공을 통해 발화성 배기개스와 불씨 등이 튀어나와 인근의 기름이 묻은 선체벽에 불이 붙어 화재가 발생하였는 데, 그때 위 유람선의 기관장인 소외 2 등이 소화기로 진화코자 하였으나 소화기의 안전핀이 뽑히지 아니하여 조기에 진화하지 못한 까닭에 위 유람선에 타고 있던 이숙자 등 36명을 물에 빠져 익사 또는 소사케 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들은 위 사고로 인하여 사망한 사람들 및 그와 일정한 신분관계에 있는 원고들의 재산적,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하면서 피고들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이유를 대강 다음과 같이 판시하였다.

피고 대한민국 산하 마산지방해운항만청 충무출장소 직원인 소외 3, 4는 1987.3.13. 위 유람선에 대하여 선박안전법 제5조 제1항 에 의한 제1종 중간검사를 시행함에 있어, 소외 3은 갑판부검사를, 소외 4는 기관부검사를 담당하게 되었는데, 그 당시 위 유람선에는 선박용 엔진이 설치되지 아니하고 폐차된 자동차에 부착되었던 260마력짜리의 아주 노후된 자동차엔진이 설치되어 있었으므로 배기열의 과중한 발생으로 기관이 과열될 염려가 있었고, 나무로 된 기관실바닥과 측면에는 경유와 엔진오일 등의 유류가 흠뻑 젖어 유류냄새가 심하게 날 정도였으며, 발전기 및 시동모터의 성능이 좋지 아니하여 운항시 과열현상을 발생케 할 우려가 있었고, 배기관이 직선으로 설치되지 아니하고 굴곡지게 설치되어 곡각지점부분이 열을 많이 받아 심하게 부식되어 있었을 뿐만 아니라 방열장치인 석면이 감겨 있지 아니하였으며 선내에 비치된 소화기에 녹이 슬어 안전핀이 뽑히지 아니할 우려가 있었음에도, 소외 3, 4는 위와 같은 결함과 노후상태를 제대로 검사하지도 아니한 채 중간검사에 합격하였다면서 선박검사증서를 교부하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피고 충무시의 시장은 1986.12.30. 당시 위 유람선의 경영자인 제1심 공동피고 1에게 유선업경영신고필증을 교부함에 있어, 1985.4.19. 자 마산지방해운항만청장 발행의 선박검사증서상에 안전운행요건으로서의 항해예정시간이 1.5시간 미만으로 되어 있는 것을 간과하고 총소요시간이 3 내지 4시간 정도되는 항해구간의 경영신고서를 수리하여 그 신고필증을 교부하였고, 위 유람선은 1980.7.경 진수되어 7년 정도 운항한 까닭에 많이 노후되어 불량한 기관이 많았고, 부식으로 용접을 하는 등 고장이 잦는 등 그 밖에 앞서 본 바와 같이 그 유람선의 운항에 위해가 있었음에도 위 유람선의 운항의 지도감독자인 피고 충무시의 시장은 그 소속의 공무원들로 하여금 유선의 안전운항, 단속상 필요한 배의 노후, 부식침수 여부 기타 위험방지상 필요한 시설상황 등을 점검하고, 유선의 안전관리 기타 위해방지에 필요한 임검 등을 하여 위와 같은 위해사실을 시정케 하거나, 유선의 수선, 사용 또는 운항의 제한 등을 명하여야 함에도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였다는 것이다.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하고 소론과 같은 채증법칙위배의 잘못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논지는 이유 없다.

2. 공무원에게 부과된 직무상 의무의 내용이 단순히 공공 일반의 이익을 위한 것이거나 행정기관 내부의 질서를 규율하기 위한 것이 아니고, 전적으로 또는 부수적으로 사회구성원 개인의 안전과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설정된 것이라면, 공무원이 그와 같은 직무상 의무를 위반함으로 인하여 피해자가 입은 손해에 대하여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 국가가 배상책임을 지는것이고, 이때 상당인과관계의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일반적인 결과발생의 개연성은 물론 직무상의무를 부과하는 법령 기타 행동규범의 목적이나 가해행위의 태양 및 피해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이 피고 대한민국 산하 마산지방해운항만청 충무출장소 소속 선박검사관의 이 사건 유람선에 대한 제1종 중간검사시인 1987.3.13. 경 당시는 물론 이 사건 화재사고 당시에도 기관실 바닥과 측면에 경유와 엔진오일 등이 흠뻑 젖어 유류냄새가 심하게 날 정도라든지, 배기관에 석면이 감겨 있지 아니하였다든지, 선내 소화기가 녹이 슬어 안전핀이 뽑히지 아니할 우려가 있는 등 불량한 시설상태였고, 이를 그대로 방치할 경우 화재의 위험성이 있다고 인정될 정도였다고 하면, 피고 대한민국의 위 선박검사관들로서는 선박안전법(1986.12.31. 법률 제3907호) 제5조 에 의한 선박검사를 함에 있어서, 위와 같은 점에 관한 검사를 하여 이를 시정하도록 할 직무상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간과한 채 선박중간검사에 합격하였다 하여 선박검사증서를 발급하여 계속 운항하게 함으로써 위 직무상 의무를 위반하였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피고 충무시는 위 선박검사증서에 기재된 항행상의 조건인 1.5시간 미만의 항해예정시간을 무시한 채 위 유람선에 대한 유선업경영신고서를 접수하고 경영신고필증을 교부하였으며, 위 유람선의 사고 당시 상태로 보아 그대로 방치할 경우 화재의 위험성이 있다고 인정될 정도였고, 당시 임검업무 등에 종사하는 위 피고 소속 공무원들의 처지에서도 이를 쉽게 알아볼 수 있는 상태에 있었으므로, 위와 같이 선박의 운항에 위해가 있다는 사실이 발견되는 경우에는 관할 충무시장은 유선및도선업법 제5조 제3호 의 규정에 의하여 유선의 수선, 사용 및 운항의 제한 또는 금지를 명하여야 할 직무상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여 위 직무상 의무를 위반하였다고 할 것이다.

위의 선박안전법이나 유선및도선업법의 각 규정은 공공의 안전 외에 일반인의 인명과 재화의 안전보장도 그 목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할 것이므로, 피고 대한민국의 선박검사관이나 피고 충무시 소속 공무원들이 위와 같은 직무상 의무를 위반하여 시설이 불량한 이 사건 유람선에 대하여 선박중간검사에 합격하였다 하여 선박검사증서를 발급하고, 해당법규에 규정된 조치를 취함이 없이 계속 운항하게 함으로써 이 사건 화재사고가 발생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라면, 위 유람선 화재사고와 피고들 소속 공무원들의 직무상 의무위반행위와의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고, 따라서 피고들은 그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여야 한다고 할 것이다.

원심은 이와 같은 취지에서 피고 대한민국 산하 해운항만청 충무출장소 소속 선박검사관과 피고 충무시 소속 공무원들의 위 선박안전법유선및도선업법에 규정된 직무상 의무를 위반한 각 행위와 이 사건 유람선 화재신고와의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하여 피고들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는바, 이러한 판단은 정당하고 소론과 같은 인과관계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논지는 이유 없다.

3. 선박안전법 제2조 제1항 , 제5조 제1항 , 유선및도선업법 제5조 , 제7조 의 각 규정을 종합하여 볼 때, 선박 중에서 유선업에 제공되는 선박에 관하여는 유선및도선업법에 의한 규율을 받도록 하되, 그중 총톤수가 일정기준 이상인 선박에 대한 선박안전검사 등에 관하여는 보다 엄격하게 규정되어 있는 선박안전법에 의한 안전검사를 받도록 하고 그 대신 유선및도선업법에 규정되어 있는 안전검사( 동법 제7조 제1항 본문) 는 받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일부 적용배제규정을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이 선박안전검사 등에 관하여 일부 선박안전법에 의한 규율을 받는다고 해서 유선및도선업법에 의한 규율이 전면적으로 배제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기록에 의하더라도, 피고 충무시 소속 공무원인 소외 5가이 위 유람선에 대한 경영신고서를 수리함에 있어서 항행시간 문제에 관하여 피고 대한민국 산하 마산지방해운항만청 충무출장소 소속 소외 3에게 질의하여 선박안전법상 항행시간 제한은 여객선에 한하고, 유람선은 제외한다는 취지라는 회신을 받았다고 인정할 만한 자료가 없다. 또한 유선및도선업법 제3조 제3항 은 시장,군수는 유선업경영신고 또는 변경신고를 받은 때에는 신고받은 사항을 지방해운항만청장에게 통지하도록 하고 있지만 , 그와는 상관없이 위 법 제5조 는 여전히 시장, 군수에게 유선업경영자에 대하여 필요한 사항을 명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으며, 동법 제20조 는 유선의 안전관리 기타 위해방지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관계공무원으로 하여금 유선을 임검하게 하거나 경영자 기타 관계인에게 필요한 질문을 하게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위 통지를 하였다고 해서 유선의 지도 운항 감독에 관하여 위 법에 의하여 관할시장, 군수에게 부여된 모든 감독책임이 피고 대한민국 산하 해운관청으로 이전되는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이와 같은 취지에서 원심이 피고 충무시에게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조치는 수긍이 가고 소론과 같은 선박안전법이나 유선및도선업법의 법리오해가 있다고 할 수 없다. 그리고 손해배상에 관한 법리오해나 판단유탈의 위법도 없다. 논지는 이유 없다.

이상의 이유로 피고들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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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대구고등법원 1991.10.24.선고 91나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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