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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3. 2. 14. 선고 2002다62678 판결
[손해배상(기)][공2003.4.1.(175),802]
판시사항

[1] 공무원의 직무상 의무 위반으로 인해 발생한 손해에 대하여 국가가 손해배상책임을 지기 위한 요건

[2] 헌병대 영창에서 탈주한 군인들이 민가에 침입하여 저지른 범죄행위에 대한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의 존부(적극)

판결요지

[1] 공무원에게 부과된 직무상 의무의 내용이 단순히 공공 일반의 이익을 위한 것이거나 행정기관 내부의 질서를 규율하기 위한 것이 아니고 전적으로 또는 부수적으로 사회구성원 개인의 안전과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설정된 것이라면, 공무원이 그와 같은 직무상 의무를 위반함으로 인하여 피해자가 입은 손해에 대하여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 국가가 배상책임을 지는 것이고, 이 때 상당인과관계의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일반적인 결과 발생의 개연성은 물론 직무상 의무를 부과하는 법령 기타 행동규범의 목적이나 가해행위의 태양 및 피해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2] 군행형법군행형법시행령이 군교도소나 미결수용실(이하 '교도소 등'이라 한다)에 대한 경계 감호를 위하여 관련 공무원에게 각종 직무상의 의무를 부과하고 있는 것은, 일차적으로는 그 수용자들을 격리보호하고 교정교화함으로써 공공 일반의 이익을 도모하고 교도소 등의 내부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 할 것이지만, 부수적으로는 그 수용자들이 탈주한 경우에 그 도주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2차적 범죄행위로부터 일반 국민의 인명과 재화를 보호하고자 하는 목적도 있다고 할 것이므로, 국가공무원들이 위와 같은 직무상의 의무를 위반한 결과 수용자들이 탈주함으로써 일반 국민에게 손해를 입히는 사건이 발생하였다면, 국가는 그로 인하여 피해자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원고,피상고인

원고 1 외 2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동명 담당변호사 조창기 외 2인)

피고,상고인

대한민국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원심 판단의 요지

가. 원심이 인용한 제1심은 다툼 없는 사실과 내세운 증거를 종합하여 다음과 같은 기초사실을 인정하였다.

(1) 피고는 군대 내 범죄자 등의 미결수용을 위하여 경기 연천군 청산면 백의리 소재 육군 제3군사령부 제5사단에 헌병대 영창(이하 '이 사건 영창'이라고 한다)을 설치하고 헌병대장 소령 소외 1 및 그 예하 군인들로 하여금 영창시설 및 수용자관리를 총괄하게 하였고, 원고 1, 2는 이 사건 영창에서 1㎞ 정도 떨어진 마을인 같은 리 19-4에서 거주하는 자들이며, 원고 3는 원고 2의 아버지이다.

(2) 일병 소외 2는 2000. 3. 6. 군무이탈로 군사법원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후, 제5사단 포병연대 196대대에 전입하여 같은 해 8. 3.부터 영내 매점 관리병으로 근무하던 중, 물품 판매대금 1,400,000원의 횡령죄와 군무이탈죄 등으로 군사법원에서 2000. 11. 7. 징역 6월의 형을 선고받고 항소심 계속중 이 사건 영창에 미결수용되어 있었고, 이병 소외 3은 군무이탈로 이 사건 영창에 미결수용되어 있었는바, 2000. 12. 1. 20:35경 영창 내부초소 근무자인 상병 소외 4에게 영창 밖에 있는 건조대에 빨래를 널고 오겠다고 거짓말하여 밖으로 나온 후 영창 외벽을 타고 지붕에 올라가 영창 바깥담(높이 2.73m) 위의 철조망을 뛰어 넘어 탈영하였다(이하 소외 2와 소외 3을 한꺼번에 지칭하여 '탈창병들'이라고 한다).

(3) 탈창병들은 이 사건 영창 뒷산을 넘어 그 인근에 위치한 위 백의리에 들어가 2000. 12. 2. 00:30경 원고 1과 원고 2가 자고 있던 위 백의리 19-4 민가에 침입하여 주방에 있던 세탁기에서 옷을 훔쳐 갈아 입고 보일러실에서 02:00까지 은신하고 있다가 도주자금을 마련하기 위하여 주방에 있던 부엌칼을 집어들고 안방으로 들어갔다. 이에 원고 1과 원고 2가 잠에서 깨어나 원고 2가 울기 시작하자, 탈창병들은 원고 2와 원고 1을 칼로 위협하면서 이불을 덮어씌우고 집안 곳곳에서 현금, 핸드폰 등 도주에 필요한 금품을 강취한 후 가만히 있지 않으면 어린아이를 칼로 죽이겠다고 협박하여 위 원고들의 반항을 제압한 다음, 같은 날 04:00경까지 2시간 동안 원고 1을 추행하고 신고하면 죽인다고 협박하고는 위 집에서 도주하였다. 원고 1, 2는 위와 같은 2시간 동안의 추행과 협박으로 인한 정신적, 육체적 충격으로 당시 상황이 재현되는 악몽과 공포심, 대인관계의 회피 등의 상해(외상 후 스트레스장해)를 입었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고 한다).

(4) 그 후 탈창병들은 위 백의리 마을 아래 하천변을 통하여 야산을 타고 국도를 따라 인근의 고소성리 마을에 도착하여 마을회관에 은신하여 주변의 상점에서 절취한 라면, 과자 등 생필품으로 연명하다가 같은 해 12. 8. 09:40경 마을회관을 빠져나와 주변 야산을 헤매다 추위와 굶주림에 지쳐 가족의 도움을 받기 위하여 같은 해 12. 9. 가족과 연락하여 만나던 중 잠복 중이던 헌병수사관에게 체포되었다.

(5) 이 사건 영창의 거실 내부에는 감시용 카메라 3대가 설치되어 헌병대장실, 수사계장실, 당직대에 있는 모니터를 통하여 수용자들의 동태를 감시하도록 되어 있었으나 당시 모두 고장으로 작동되지 아니하였고, 영창을 둘러싸고 있는 담에 설치된 수은등 6개 중 3개도 고장으로 작동되지 아니하였으며, 외부초소의 창문에는 방한용 비닐차광막이 덮여 있어 외부초소 근무자 상병 김덕렬도 탈창을 발견하지 못하였다. 그 후 내부초소 근무자인 소외 4가 비로소 탈창사실을 인지하고 2000. 12. 1. 20:56경 일직사관 하사 소외 5에게 보고하였고, 소외 5는 부대 주변의 검문소 등에 검문검색을 강화하라고 연락하고 자체 헌병 병력 44명을 동원하여 부대 뒷산과 주변 도로에 대한 검문검색을 지시한 다음, 같은 날 21:07경 이 사건 영창과 그 수용자들의 총괄책임자인 헌병대장 소령 소외 1에게 보고하였으며, 소외 1은 자체 병력으로 탈창병들을 검거하려고 하면서 상부에 대한 보고를 지체하다가 같은 날 21:55경 제5사단 지휘통제실을 거쳐 육군본부 등에 보고하였고, 이어 전군(전군)에 탈창병들에 대한 수배조치가 내려지고 헌병 수 개 중대가 주요도로, 역, 버스정류장 등지에서 수색작업을 하던 중, 같은 달 2. 08:30경 원고 1로부터 탈창병들이 민가에 침입하여 원고 1 등을 감금하고 강도와 강제추행의 범행을 저질렀다는 신고를 받고 영창 주변의 민가들에 대하여도 직접 또는 전화를 통하여 수색하게 되었으며, 같은 달 5. 경찰에 협조요청을 하는 등 군·경 합동작전으로 전환하여 같은 달 9. 08:30경 탈창병들을 체포하게 된 것이다.

나. 나아가 원심은 제1심을 인용하여, 군행형법시행령 제33조 는 소장(소장)의 명령에 의하여 거실을 개방하거나 수용자를 거실 밖으로 나오게 하는 경우에는 2인 이상의 교도관이 감시하여야 한다, 제34조 는 교도소 등(헌병대 영창도 포함된다.)의 구내에는 교도관의 시야를 가리거나 수용자를 감시함에 있어 방해가 되는 물건을 두지 못한다, 제41조 제1항 은 소장은 수용자가 도주한 때에는 지체 없이 교도소 등의 소재지 및 그 부근 또는 숨을 가능성이 많은 지역의 군부대 및 경찰관서의 장에게 도주자의 사진 또는 인상서를 첨부하여 그 사실을 통보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군 수용시설 내의 질서유지와 탈창병의 조기검거를 도모하는 한편 경찰관서에도 통보하도록 하여 탈창병들에 의한 민간인의 피해를 방지하도록 하고 있고, 군대 내에서 범행을 저질러 영창에 수용되어 있던 중 탈영하는 경우, 의복이나 도주자금을 마련하기 위하여 민간인에 대하여 절도나 강도와 같은 범행을 저지를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으며, 단순히 은신처를 찾아 잠복하는 경우에도 민간인을 만나게 되면 신고를 저지하기 위하여 범행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고 할 것이라고 전제한 다음,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피고 소속 군인인 이 사건 영창의 내부초소 근무자 소외 4, 일직사관 소외 5, 헌병대장 소외 1 등은 이 사건 영창의 수용자 감시시설이 고장 등으로 제대로 작동되지 아니하였음에도 이를 고치지 아니하고 야간에 감시자 없이 탈창병들끼리 거실 밖으로 나가는 것을 허용함으로써 탈창을 방지하지 못한 과실과 탈창 후 사단이나 육군본부 등 지휘 부서에의 보고를 게을리하여 탈창 직후 탈창병들의 예상 도주로를 차단하지 못하고 이 사건 사고 발생시까지 인근 경찰관서에 통보하거나 주민들에게 고지하지 아니한 채 형식적인 검거작업에 그친 과실이 있고, 피고 소속 공무원인 소외 1 등은 탈창병들이 탈창한 후 도피처나 도주자금을 마련하기 위하여 원고들을 비롯한 민간인들에 대하여 범죄행위를 저지르리라는 것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고 볼 수 있으므로, 피고는 원고들이 이 사건 사고로 입은 모든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2.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1) 공무원에게 부과된 직무상 의무의 내용이 단순히 공공 일반의 이익을 위한 것이거나 행정기관 내부의 질서를 규율하기 위한 것이 아니고 전적으로 또는 부수적으로 사회구성원 개인의 안전과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설정된 것이라면, 공무원이 그와 같은 직무상 의무를 위반함으로 인하여 피해자가 입은 손해에 대하여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 국가가 배상책임을 지는 것이고, 이 때 상당인과관계의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일반적인 결과 발생의 개연성은 물론 직무상 의무를 부과하는 법령 기타 행동규범의 목적이나 가해행위의 태양 및 피해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 대법원 1993. 2. 12. 선고 91다43466 판결 , 1998. 2. 10. 선고 97다49534 판결 등 참조).

(2) 군행형법군행형법시행령이 군교도소나 미결수용실(이하 '교도소 등'이라 한다)에 대한 경계 감호를 위하여 관련 공무원에게 각종 직무상의 의무를 부과하고 있는 것은, 일차적으로는 그 수용자들을 격리보호하고 교정교화함으로써 공공 일반의 이익을 도모하고 교도소 등의 내부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 할 것이지만, 부수적으로는 그 수용자들이 탈주한 경우에 그 도주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2차적 범죄행위로부터 일반 국민의 인명과 재화를 보호하고자 하는 목적도 있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 소속 공무원들이 위와 같은 직무상의 의무를 위반한 결과 수용자들이 탈주함으로써 일반 국민에게 손해를 입히는 사건이 발생하였다면, 피고는 그로 인하여 피해자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할 것이다.

나아가 교도소 등에 수용된 수용자들이 탈창한 경우에 탈창병들이 탈창 후 도주자금을 마련하고 신고를 막기 위하여 2차적인 범죄행위를 저지를 수 있다는 점은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것이고, 여기에 위와 같은 의무부과 법령의 목적이나 이 사건 가해행위의 태양과 피해의 정도 등을 종합하여 고려하면, 이 사건 영창에 근무하는 군인들의 그 수용자들에 대한 경계 감호와 탈창 후의 조치 등에 관한 직무상의 의무위반과 탈창병들이 탈창 후 도주자금을 마련하고 신고를 막기 위한 과정에서 저지른 이 사건 범죄행위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것이다.

같은 취지의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상고이유에서 주장하고 있는 대법원 1988. 12. 27. 선고 87다카2293 판결 은 사안이 달라 이 사건에 원용하기에는 적절한 것이 아니다.

3.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유지담(재판장) 조무제 강신욱 손지열(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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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서울고등법원 2002.10.10.선고 2002나256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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