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해도의 작성·발간 담당 공무원에게 해도의 작성에 앞서 측량의무가 있는지 여부(소극)
[2] 수로측량업무지침 또는 수료측량업무지침시행기준의 법적 성질
[3] 해도에 표시되지 아니한 암초에 의한 해상사고에 대하여 국가배상책임을 부인한 사례
판결요지
[1] 해도의 작성 및 발간을 담당하는 수로국장 및 소속 공무원은 기왕의 수로조사성과를 공표하고 이를 수록한 해도를 발간하여야 할 직무상 의무는 있으나, 해도를 발간하기에 앞서 반드시 수로측량업무지침시행기준에 따른 측량을 실시하여 그 결과를 해도에 반영하여야 할 직무상 의무가 있다고 할 수는 없다.
[2] 수로측량업무지침 또는 수로측량업무지침시행기준은 모두 수로국이 수로측량을 하게 될 경우 실시하는 수로측량에 관하여 그 작업 방법 및 기준을 통일함으로써 수로측량의 정도를 확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수로국 내부의 업무처리지침에 불과할 뿐, 해도 작성 및 발간을 담당하는 공무원에게 해도의 작성에 앞서 측량의무를 부과하는 규정이라고 볼 수는 없다.
[3] 새로이 지정항만으로 개항한 지역에 대하여 수로측량을 하지 아니하고 기왕의 수로조사성과에 따라 해도를 발간함으로써 암초가 해도에 표시되지 않아 그 암초에 의하여 선박이 손해를 입은 사안에서, 전국에 산재한 항만의 수로측량에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는 것이어서 법에서도 장기계획에 따라 연차적으로 이를 시행하도록 규정되어 있고, 이건 항구에 대하여도 장기계획에 따라 수로측량이 예정되어 있었던 점을 고려한다면 새로운 측량을 하지 아니하고 기왕의 수로조사성과에 따라 해도를 발간한 것이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는 이유로 국가배상책임의 성립을 부정한 사례.
원고,상고인
삼성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충정 담당변호사 황주명 외 4인)
피고,피상고인
대한민국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증거를 종합하여 이 사건 선박은 선장인 소외 1의 운항 지휘 아래 1993. 9. 2. 싱가포르를 출항하여 같은 달 29. 목적지인 충남 서산군 소재 대산항의 큐(Q) 묘지(묘지)에 도착하였고, 같은 해 10. 1. 10:00경 이 사건 선박을 소외 삼성종합화학 주식회사의 제1번 선석에 접안시키기 위하여 강제도선사인 소외 2가 승선한 후 위 묘지를 출발하여 위 제1번 선석으로 운항하여 가다가 항로 상에 제1한신호가 투묘(투묘) 정박중인 사실을 발견하고, 이를 피하기 위하여 항로를 이탈하여 위 제1한신호와 인근에 있는 가인서 섬 사이를 통과하던 10:26경 위 섬의 등대로부터 346도 방향으로 약 260m 떨어진 지점(북위 37도 00분 08초, 동경 126도 19분 02초)에서 그 곳에 있는 수중암초에 이 사건 선박의 선저가 접촉되어 선저에 파공이 생기는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사실, 위 대산항은 1991. 10. 14. 대통령령 제13487호로 공포된 항만법시행령 제2조 [별표 제1]에 의하여 같은 날 지정항만으로서 개항하였고, 피고 산하 수로국은 위 개항에 즈음하여 축척 1/10,000인 353번 해도(이하 이 사건 해도라 한다)를 발간하였는데, 이 사건 해도는 1986년경 소외 극동정유 주식회사가 주관하여 측량한 자료에 근거하여 제작한 잠정해도(P 353번)를 토대로 새로운 측량을 하지 아니한 채 보정측량자료와 소개정만을 보완하여 발간된 것으로 이 사건 암초의 존재가 표시되지 아니한 사실, 선장인 위 소외 1은 항해 당시 이 사건 선박 내에 이 사건 해도는 비치하지 아니하였으나, 피고 산하 수로국이 발간한 1/75,000 축척의 306번 해도와 동일한 내용을 담고 있는 1/80,000 축척의 영국판 해도 1270번(BA Chart 1270)을 비치하고 있었고, 강제도선사인 위 소외 2는 위 도선 당시 이 사건 해도를 소지하고 이에 의거하여 도선작업을 한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나아가 원심은 피고 산하 수로국이 해도를 작성함에 있어 준수하여야 할 관계 법령인 수로측량업무지침시행기준에 의하면 해도 작성을 위하여 음향측심기에 의한 측심작업을 함에 있어서는 측심선 간격은 해저의 상태가 자연해저일 때 항로 및 박지의 경우 미측심폭 30m 미만, 그 외의 일반수역의 경우 수심 3 - 10m까지는 측심간격 50m, 수심 10 - 20m인 곳은 측심간격 100m로 되도록 측심하고, 암반해저의 경우는 사니질해저보다 2배의 밀도로 측심하도록 규정되어 있고, 이 사건 사고 지점은 대산항이 개항됨에 따라 항로 및 박지에 해당되게 되었을 뿐 아니라 그 해저지질이 암반지질이므로, 피고 산하 수로국으로서는 위 규정에 따라 적어도 미측심폭 10 - 15m 이내로 측심을 하여 그 결과를 토대로 해도를 작성하였어야 하고, 그와 같이 측심을 하였다면 이 사건 사고의 원인이 된 암초의 존재를 발견하여 해도에 표시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위 수로국 소속 담당공무원 성명불상자는 대산항이 개항되기 이전에 측심간격을 50m로 하여 측량된 잠정해도만을 토대로 새로운 측량을 하지 아니한 채 이 사건 해도를 발간함으로써 이 사건 암초의 존재가 해도에 표시되지 않게 되어 이 사건 해도만을 믿고 항해의 지휘를 하던 선장인 위 소외 1 및 도선작업을 하던 강제도선사 위 소외 2로 하여금 이 사건 사고 지점으로 선박을 운항하게 하여 이 사건 사고를 야기한 것이므로, 피고는 위 담당공무원 성명불상자의 직무집행상의 과실로 인하여 발생한 이 사건 사고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는 원고의 주장에 대하여 피고에게 이 사건 해도의 제작상의 과실이 있고, 그 과실로 인하여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다는 점은 이를 인정하기에 족한 증거가 없고, 오히려 이 사건 해도의 작성 경위와 관계 법령의 규정, 이 사건 사고의 경위 및 이에 대한 위 소외 1과 소외 2의 과실 등에 비추어 피고 산하 수로국 소속 담당공무원이 이 사건 사고 지점의 미측심폭을 30m 미만으로 하여 측량하지 아니한 채 이 사건 해도를 발간하였다고 하여 관계 법령을 위배한 과실이 있다고 볼 수 없고, 따라서 이 사건 해도의 발간과 이 사건 사고 사이에서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단하여 이를 배척하고 있다.
그러므로 보건대, 원고의 위 주장은 결국 해도의 작성 및 발간을 담당하는 공무원은 해도의 작성에 앞서 수로측량업무지침시행기준에 정한 측심방법(측심방법)으로 대상지의 측심작업을 하고 이를 해도의 작성에 반영하여야 할 직무상 의무가 있음을 전제로 하는 것이나, 이 사건 사고 당시 시행되던 수로업무법(1996. 8. 8. 법률 제5153호로 개정되기 이전의 것) 제1조 는 이 법은 수로조사를 실시하여 그 성과를 공표함으로써 해상교통안전 및 해양개발에 이용하게 하고 국제간에 수로업무의 효율적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제2조 제1호 는 "수로조사"라 함은 그 성과를 해상교통안전 및 해양개발에 이용하기 위한 과학적인 수로측량과 해양관측을 말한다. 제2호 는 "기본수로조사"라 함은 모든 수로조사의 기본이 되는 조사로서 수로국장이 실시하는 과학적인 수로측량과 해양관측을 말한다. 제3호 는 "일반수로조사"라 함은 수로국장 외의 자가 실시하는 과학적인 수로측량과 해양관측을 말한다. 제4호 는 "수로측량"이라 함은 해양에 관한 수심, 지자기, 중력, 지형, 지질 등에 대한 측량과 해안선 및 이에 수반되는 토지의 측량을 말한다. 제6호 는 "수로정보"라 함은 해상교통안전 및 해양개발에 이용하기 위한 수로도서지, 항행통보 등을 말한다. 제7호 는 "수로조사성과"라 함은 당해 수로조사에서 얻은 최종결과를 말한다. 제8호 는 "수로도서지"라 함은 항해용도, 해저지형도, 해저지질구성도, 어업용도 등의 해도와 수로지, 조석표, 등대표, 천측력 등의 서지를 말한다고 각 규정하고, 제7조 제1항 은 수로국장은 교통부장관의 승인을 얻어 기본수로조사에 관한 장기계획을 수립하고 그 장기계획에 따라 매년 시행계획을 수립, 시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제21조 제1항 은 수로국장은 교통부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수로조사성과를 공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였으며, 제22조 제1항 은 수로국장은 수로조사성과를 수록한 수로도서지를 간행하여 이를 판매 또는 배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러한 법규정을 종합해 보면 수로국장 및 소속 공무원은 기왕의 수로조사성과를 공표하고 이를 수록한 해도를 발간하여야 할 직무상 의무는 있다고 할 것이나, 그렇다고 하여 해도를 발간하기에 앞서 반드시 원고가 거론하는 수로측량업무지침시행기준에 따른 측량을 실시하여 그 결과를 해도에 반영하여야 할 직무상 의무가 있다고 할 수는 없고, 이 사건 당시 효력이 있던 수로측량업무지침(수로국 예규 제44호) 또는 수로측량업무지침시행기준(수로국 예규 제39호)은 모두 수로국이 수로측량을 하게 될 경우 실시하는 수로측량에 관하여 그 작업 방법 및 기준을 통일함으로써 수로측량의 정도를 확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수로국 내부의 업무처리지침에 불과할 뿐, 해도 작성 및 발간을 담당하는 공무원에게 해도의 작성에 앞서 측량의무를 부과하는 규정이라고 볼 수는 없으므로, 피고 산하의 수로국이 기왕의 수로조사성과에 따라 이 사건 해도를 발간한 자체는 아무런 위법사유가 없다 할 것이며, 한편 수로업무법 제7조 에서 정한 바에 따라 수로국장은 기본수로조사에 관한 장기계획을 수립하고, 그 장기계획에 따라 매년 시행계획을 수립, 시행하여야 하는데, 이 사건 기록상 피고 산하 수로국은 대산항을 포함한 26개 지정항만에 대하여 8년 주기의 정비측량을 실시하기로 하여 대산항의 경우 1994년도에 정비측량을 실시하기로 예정되어 있었던 사실이 확인되고, 전국에 산재한 항만의 수로측량과 해양관측을 포함한 수로조사에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는 것이어서 법에서도 장기계획에 따라 연차적으로 이를 시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므로, 피고 산하 수로국이 대산항의 개항 전후 또는 이 사건 해도의 발간 전후에 새로운 측량을 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가리켜 사회적으로 용인되지 아니하는 위법한 행위라고 할 수도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사고 이전에 측량이 실시되지 아니한 것만으로 해도의 작성 및 발간을 담당한 공무원에게 직무상의 의무에 위반한 과실이 있다고는 할 수 없으므로, 같은 취지로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고, 이와 다른 원고의 주장은 독자적인 견해에 불과하여 받아들일 수 없다.
원고는 그 밖에 이 사건 사고 지점은 항로도 아니고, 이 사건 선박의 정박지도 될 수 없다거나 상당인과관계가 없다는 원심의 판단이 위법하다고 다투고 있으나, 원심의 판단에 원고의 주장과 같은 위법사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피고 소속 공무원에게 불법행위의 성립요건인 과실이 없어 피고의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되지 아니하는 이상 원심의 위 판단은 부가적인 판단에 불과하거나 판결의 결과에 아무런 영향이 없는 것으로서, 이를 다투는 것은 적법한 상고이유가 될 수 없다.
그러므로 상고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