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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2005. 4. 28. 선고 2003헌바40 공보 [정부투자기관관리기본법 제20조 제2항 등 위헌소원 (제3항)]
[공보(제104호)]
판시사항

가.정부투자기관이 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공정한 경쟁 또는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해칠 것이 명백하다고 판단되는 자에 대하여 일정기간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한 정부투자기관관리기본법 제20조 제2항이 명확성의 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적극)

나.입찰참가자격의 제한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재정경제부령으로 정하도록 한 정부투자기관관리기본법 제20조 제3항 중 ‘입찰참가자격의 제한기간을 재정경제부령으로 정하도록 한 부분’이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적극)

다.입찰참가자격제한의 근거규정의 전면적 효력 상실을 막기 위하여 헌법불합치결정을 하고 그 계속적용을 명한 사례

결정요지

가.정부투자기관이 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공정한 경쟁 또는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해칠 것이 명백하다고 판단되는 자에 대하여 일정기간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한 정부투자기관관리기본법 제20조 제2항은 입찰참가자격제한의 핵심적·본질적 요소라고 할 수 있는 자격제한기간을 특정하지 않은 채 단지 ‘일정기간’이라고만 규정하여 입찰참가자격 제한기간의

상한을 정하지 않고 있는바, 이는 자격제한사유에 해당하는 자로 하여금 위 조항의 내용만으로 자격제한의 기간을 전혀 예측할 수 없게 하고 동시에 법집행당국의 자의적인 집행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므로 위 법률조항은 명확성의 원칙에 위반된다.

나.정부투자기관관리기본법 제20조 제3항 중 ‘입찰참가자격의 제한기간을 재정경제부령으로 정하도록 한 부분’은 정부투자기관의 입찰참가자격제한처분권한을 규정한 정부투자기관관리기본법 제20조 제2항에서 자격제한기간의 상한을 정하지 않은 채 ‘일정기간’이라고 불명확하게 규정함으로 말미암아 하위법령인 재정경제부령에 자격제한기간을 전적으로 모두 위임한 것과 같은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으므로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반된다.

다.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공정한 경쟁 또는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해칠 것이 명백하다고 판단되는 자가 정부투자기관의 계약에 관여함에 따라 발생할 우려가 있는 공적 폐해를 예방하고, 정부투자기관이 추구하는 공적 목표 달성을 위한 계약의 충실한 이행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위와 같은 부정당업자의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하는 법규정이 반드시 필요한데, 헌법재판소가 자격제한기간을 정한 입법형식에 잘못이 있다는 이유로 단순위헌결정을 통하여 입찰참가자격제한의 근거가 되는 규정 및 자격제한기간을 하위법령에 위임한 규정의 효력을 소멸시킨다면, 위와 같은 부정당업자에 대한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하는 근거규범이 존재하지 않게 됨으로써 그러한 부정당업자에 대한 입찰참가자격제한을 할 수 없게 되어 정부투자기관이 추구하는 공적 목표 달성을 위한 계약의 충실한 이행확보 및 부정당업자의 계약 관여에 따라 발생할 공적 폐해의 예방이 불가능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함으로써 위헌적인 이 사건 법률조항을 존속시킬 때보다 단순위헌의 결정으로 인하여 더욱 헌법적 질서와 멀어지는 법적 상태가 초래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위 법률조항을 대체할 합헌적 법률을 입법할 때까지 일정 기간 동안 위헌적인 법규정을 존속하게 하고 또한 잠정적으로 적용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한 사례.

심판대상조문

정부투자기관관리기본법 제20조 제2항 및 같은 조 제3항의 ‘제2항의 규정에 의한 입찰참가자격의 제한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재정경제부령으로 정한다’고 한 규정 중 ‘입찰참가자격의 제한기간을 재정경제부령으로 정하도록 한 부분’

참조판례

가. 헌재 1992. 2. 25. 89헌가104 , 판례집 4, 64,78

헌재 1998. 4. 30. 95헌가16 , 판례집 10-1, 327, 341

헌재 2002. 1. 31. 2000헌가8 , 판례집 14-1, 1, 8

헌재 2002. 7. 18. 2000헌바57 , 판례집 14-2, 1, 16

나. 헌재 1995. 11. 30. 91헌바1 등, 판례집 7-2, 562, 591

헌재 1999. 1. 28. 97헌가8 , 판례집 11-1, 1, 8

헌재 2002. 6. 27. 2000헌가10 , 판례집 14-1, 565, 571

당사자

청 구 인 ○○건설 주식회사

대표이사 윤○일

대리인 법무법인 세종

담당변호사 하철용 외 1인

당해사건 수원지방법원 2000구합3073 입찰참가자격제한처분취소

주문

1.정부투자기관관리기본법 제20조 제2항 및 같은 조 제3항의 ‘제2항의 규정에 의한 입찰참가자격의 제한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재정경제부령으로 정한다’고 한 규정 중 ‘입찰참가자격의 제한기간을 재정경제부령으로 정하도록 한 부분’은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

2.위 법률조항은 2006. 4. 30.을 시한으로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계속 적용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청구인은 토목건축공사업을 영위하는 법인으로서 2001. 5. 3. 대한주택공사가 설계시공일괄입찰방식으로 발주한 ‘용인신갈운전면허시험장 이전공사’의 실시설계적격자로 선정되었다.

(2)대한주택공사의 사장은 2002. 8. 6. 청구인이 실시설계적격자로 선정되었음에도 정당한 이유 없이 실시설계도서를 제출하지 않음으로써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음을 이유로 정부투자기관관리기본법 제20조 제2항·제3항, 정부투자기관회계규칙 제23조에 따라 청구인에게 2002. 8. 7.부터 2003. 2. 6.까지 6개월간 정부투자기관 등이 발주하는 공사에의 입찰참가자격을 제한

하는 처분을 하였다.

(3)청구인은 2002. 8. 14. 수원지방법원에 위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2002구합3073호)을 제기하였으나, 위 법원은 2003. 5. 28. 청구인의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고, 청구인은 2003. 5. 29. 서울고등법원에 위 판결에 대하여 항소하여 현재 소송계속중이다(2003누9734).

(4)청구인은 당해사건의 1심 소송이 계속중인 2003. 1. 9. 수원지방법원에 이 사건 처분의 근거규정인 정부투자기관관리기본법 제20조 제2항·제3항에 대한 위헌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위 법원은 2003. 5. 28. 위헌심판제청신청을 기각하였고, 2003. 6. 11. 청구인에게 기각결정문이 송달되었다. 이에 청구인은 2003. 6. 24.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의 쟁점은 사법상의 계약당사자인 정부투자기관에게 부정당업자에 대한 입찰참가자격제한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평등원칙, 비례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 및 입찰참가자격제한의 요건 및 제한기간을 정한 부분이 명확성의 원칙 내지 포괄위임금지원칙을 위반하였는지 여부에 있으므로, 정부투자기관관리기본법 제20조 제3항 중 ‘제2항의 규정에 의한 입찰참가자격의 제한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재정경제부령으로 정한다’고 한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심판의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한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정부투자기관관리기본법 제20조 제2항(이하 ‘이 사건 자격제한조항’이라 한다) 및 같은 조 제3항 중 ‘제2항의 규정에 의한 입찰참가자격의 제한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재정경제부령으로 정한다’고 한 부분(이하 ‘이 사건 위임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심판의 대상

정부투자기관관리기본법 제20조(회계원칙 등) ② 투자기관은 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공정한 경쟁 또는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해칠 것이 명백하다고 판단되는 자에 대하여는 일정기간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할 수 있다.

③ 제1항 및 제2항의 규정에 의한 회계처리 및 계약의 기준·절차 및 입찰참가자격의 제한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재정경제부령으로 정한다.

(2) 관련규정

정부투자기관관리기본법 제2조(적용범위) ① 이 법의 적용대상이 되는 정부투자기관(이하 “투자기관”이라 한다)은 정부가 납입자본금의 5할 이상을 출자한 기업체로 한다.

정부투자기관회계규칙 제23조(부정당업자의 입찰참가자격 제한) ① 투자기관의 사장은 경쟁의 공정한 집행 또는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해할 우려가 있거나 입찰에 참가시키는 것이 부적합하다고 인정되는 자로서 다음 각 호에 해당되는 계약상대자 또는 입찰참가자(계약상대자 또는 입찰참가자의 대리인·지배인 기타 사용인을 포함한다)에 대하여는 1월 이상 2년 이하의 범위 내에서 그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하여야 한다.

1.계약을 이행함에 있어서 부실·조잡 또는 부당하게 하거나 부정한 행위를 한 자

2.건설산업기본법·전기공사업법·정보통신공사업법 기타 다른 법령에 의한 하도급의 제한규정에 위반(하도급통지의무위반의 경우를 제외한다)하여 하도급한 자 및 투자기관의 승인 없이 하도급을 하거나 투자기관의 승인을 얻은 하도급 조건을 변경한 자

3.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 또는 하도급거래공정화에관한법률에 위반하여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입찰참가자격의 제한요청이 있는 자

4.조사설계용역계약 또는 원가계산용역계약에있어서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조사설계금액이나 원가계산금액을 적정하게 산정하지 아니한 자

5.공사 또는 물품제조 등의 경우 안전대책을 소홀히 하여 공중에게 위해를 가하거나 사업장에서 산업안전보건법에 의한 안전 또는 보건조치를 소홀히 하여 근로자 등에게 사망 등 중대한 위해를 가한 자

6.정당한 이유 없이 계약을 체결 또는 이행(제17조의 규정에 의한 부대입찰에 관한 사항 및 국가를당사자로하는계약에관한법률시행령 제72조의 규정에 의한 공동계약에 관한 사항의 이행을 포함한다)하지 아니한 자

7.경쟁입찰에 있어서 입찰자간에 서로 상의하여 미리 입찰가격을 협정하였거나 특정인의 낙찰을 위하여 담합한 자

8.입찰 또는 계약에 관한 서류를 위조·변조하거나 부정하게 행사한 자 또는 허위의 서류를 제출한 자

9. 고의로 무효의 입찰을 한 자

10.입찰·낙찰 또는 계약의 체결·이행과 관련하여 투자기관의 임·직원에게 뇌물을 준 자

11.입찰참가신청서 또는 입찰참가승낙서를 제출

하고도 정당한 이유 없이 당해 회계연도 중 3회 이상 입찰에 참가하지 아니한 자

12.입찰참가를 방해하거나 낙찰자의 계약체결 또는 그 이행을 방해한 자

13.감독 또는 검사에 있어서 그 직무의 수행을 방해한 자

14.정당한 이유 없이 계약이행능력의 심사에 필요한 서류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제출하지 아니한 자

2. 청구인의 주장과 관계기관 의견의 요지

가. 청구인의 주장

사법상의 계약당사자인 정부투자기관에게 민사 또는 형사상 책임추궁 수단을 인정하는 외에 행정상 제재수단인 계약상대자 등에 대한 입찰참가자격제한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정부투자기관에게 합리적 이유 없이 우월적 지위를 부여한 것이므로 평등원칙에 위반된다.

이 사건 자격제한조항 및 위임조항에 의한 입찰참가자격제한은 계약의 목적, 성질, 규모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일정기간 동안 국가, 지방자치단체, 정부투자기관이 발주하는 공사의 입찰참가자격을 일률적으로 제한함으로써 관급공사의 비율이 높은 건축업계의 현실에 비추어 입찰참가자격을 제한받는 자의 영업을 사실상 정지시키는 결과를 초래하므로 과도하게 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

이 사건 자격제한조항 및 위임조항은 하위법령인 재정경제부령에 입찰참가자격제한의 요건 및 제한기간을 위임함에 있어 ‘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공정한 경쟁 또는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해칠 것이 명백하다고 판단되는 자’, ‘일정기간’이라는 포괄적이고 불명확한 표현을 사용하고 제한기간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정하지 아니하는 등으로 명확성의 원칙 및 위임입법의 한계를 일탈하였다.

나.법원의 위헌심판제청신청 기각결정 이유의 요지

정부투자기관의 업무는 국가나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이 큰 공익과 직결되어 있는 관계로 그러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사법상 계약은 체결과정의 공정성이 엄격하게 요구되므로 이러한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정부투자기관에게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할 수 있는 행정처분권한을 부여한 것은 합리적인 이유가 있으므로 평등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

정부투자기관의 업무는 공익성을 가진다는 점, 입찰참가자격의 제한이 국가, 지방자치단체, 정부투자기관이 발주하는 공사의 입찰을 제한하는 것에 그칠 뿐 그 밖의 경제활동은 제한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할 때 입찰참가자격제한이 과도하게 직업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아니다.

이 사건 자격제한조항 및 위임조항은 ‘계약체결에 있어서의 공정한 경쟁 또는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해칠 것이 명백하다고 판단되는 자’에 대하여 재정경제부령으로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여 그 기준을 제시하였고, 제한기간도 공정한 경쟁과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위하여 필요한 범위 내에서 위임을 한 것이므로 포괄위임금지원칙을 위반한 것이 아니다.

다. 기획예산처장관의 의견

정부투자기관의 사업은 공익과 결부되어 있으므로 계약체결의 공정성 및 이행의 확보가 공공성과 직결되고, 이행의무를 위반하는 경우 공익을 침해하게 되므로 이에 대한 보호장치가 필요하다.

정부투자기관에게 입찰참가자격제한처분권을 주지 않는다면 정부투자기관이 특정 상대방과 계약을 체결하지 않을 계약의 자유를 침해하게 된다.

정부투자기관의 계약상대방인 공사업체가 전적으로 관급공사계약을 기업의 존립의 수단으로 삼고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일정기간 입찰참가자격을 제한받았다고 하여 직업의 자유를 침해하였다고 볼 수 없다.

라. 대한주택공사의 의견

정부투자기관은 공공복리와 행정목적의 달성을 위하여 계약의 이행을 담보하기 위한 각종 수단을 확보할 필요가 있으므로 이 사건 자격제한조항 및 위임조항은 평등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 사건 자격제한조항 및 위임조항에 의한 입찰참가자격제한은 정부투자기관이 발주한 공사를 낙찰받고도 계약을 체결하지 않음으로서 적정한 시기에 공익과 결부된 공사를 진행하지 못하게 하여 공익의 실현에 지장을 준 계약상대방에게 사후적 제재로서 일정기간 동안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하여 향후 유사한 피해를 예방하는 것이므로 직업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할 수 없다.

이 사건 자격제한조항 및 위임조항은 제한기준을 ‘공정한 경쟁 또는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해칠 것이 명백하다고 판단되는 자’로 규정하고 있고, 제한기간도 공정한 경쟁과 계약의 적절한 이행을 위하여 필요한 범위라고 제한하여 하위법령에 위임하고 있으므로 포괄위임입법금지원칙을 위반하였다고 볼 수 없다.

3. 판 단

가.정부투자기관의 부정당업자에 대한 입찰참가자격제한제도

(1) 정부투자기관의 역할 및 특징

현대국가는 국민의 생활배려라는 공급행정의 일환으로서 국가의 기간산업 육성, 사회간접자본의 확충, 지역개발, 소비자보호, 재정확보 등 국가정책을 실현하기 위하여 독립법인을 설립하거나 사기업에 직·간접으로 출자하여 다양한 국책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이와 같은 사업은 국민생활에 필수적인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거액의 투자를 요하거나 그에 대한 수요의 탄력성이 매우 낮아서 사기업의 자유경쟁에 맡겨서는 사회적 이익을 기대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또한 성질상 사인에게 경영시키는 것이 적합하지 않은 경우도 많기에, 국가가 사인의 경제생활에 개입하여 그것을 감독, 유도할 뿐 아니라 직접 기업을 설립하고 경영에 참가하게 되었으며 이러한 기업을 공기업이라고 한다(헌재 2001. 11. 29. 2001헌바4 , 판례집 13-2, 678, 681-682 참조).

정부투자기관은 이와 같이 국가공익사업의 합리적 운영을 통해 공익추구라는 사회적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공기업 중의 하나로서 국가가 납입자본금의 2분의 1 이상을 출자하고 있으며, 그 사업이 대부분 국민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고 사실상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업무를 대행하거나 그로부터 위임된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정부투자기관의 공익성과 국민생활에 미치는 사회적, 경제적 영향력의 중대함에 비추어 정부투자기관관리기본법의 여러 규정을 통하여 정부는 정부투자기관 임원의 임면, 예산의 편성, 회계 및 감사, 사업계획의 보고 및 경영실적에 대한 평가 등 운영전반에 관하여 상당한 개입을 하여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2) 정부투자기관의 계약의 공정성 보장

정부투자기관은 공적인 국가공공사업의 수행을 대행하기 위하여 설립되고 그 자본금의 2분의 1 이상이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되며 정부의 실질적인 지배력이 미치는 공익기관이므로 정부투자기관의 계약행위에 있어서도 단지 투자기관의 사적 이익만을 위한다거나 투자기관 계약담당자의 주관적 판단만을 근거로 하여 계약이 체결되거나 이행되어서는 안 되고 계약체결과 이행의 전 과정에 있어서 공정성과 투명성이 더욱 크게 요청된다.

이러한 요청에 따라 정부투자기관관리기본법 및 그로부터 위임을 받은 재정경제부령은 정부투자기관이 행하는 계약에 있어서도 국가와 동일한 기준을 도입하여 일반경쟁입찰방식이라는 원칙 아래에 일정한 요건을 갖춘 자는 제한 없이 입찰에 참여할 수 있게 함으로써 입찰방식, 낙찰자 결정방식, 계약체결의 이행과정 등 계약의 전 과정에 있어서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를 확립하도록 하였고 동시에 계약에 있어서 정부투자기관이 가질 수 있는 우월적 지위의 남용을 억제하고 있다.

(3) 입찰참가자격제한제도의 취지

이 사건 자격제한조항 및 위임조항은 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공정한 경쟁 또는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해칠 것이 명백하다고 판단되는 자, 즉 부정당업자에 대하여 정부투자기관이 일정기간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하는 처분을 할 수 있도록 하면서 입찰참가자격이 제한되는 부정당업자의 유형과 제한기간을 재정경제부령인 정부투자기관회계규칙에 위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투자기관회계규칙 제23조 제1항은 제한기간을 1월 이상 2년 이하로 정함과 아울러 입찰참자자격이 제한되는 부정당업자의 유형을 앞서 본 관련규정의 내용과 같이 14가지로 나누어 정하고 있다.

이러한 입찰참가자격제한제도는 부정당업자가 정부투자기관의 계약에 관여함에 따라 여러 가지 공적 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를 방지하고 계약의 공정성을 확보함과 동시에 정부투자기관이 추구하는 공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계약의 충실한 이행을 확보하는 것을 그 목적으로 한다.

나.정부투자기관의 부정당업자에 대한 입찰참가자격제한제도의 위헌성 여부

(1) 직업의 자유의 침해 여부

정부투자기관의 부정당업자에 대한 입찰참가자격제한은 투자기관이 ‘공정한 경쟁 또는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해칠 것이 명백하다고 판단되는 자’에 대하여 일정 기간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므로 특정한 직업의 선택을 금지하거나 특정한 직업에의 접근 자체를 봉쇄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입찰자격제한을 받게 되는 일반인 또는 일반기업은 정부투자기관과 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공개입찰을 통하여 다른 기업과 자유롭게 경쟁하여 기업활동을 할 수 있는 자유를 제한 당하게 되므로 이러한 측면에서 직업의 자유를 제한받게 된다.

그러나 직업의 자유도 다른 기본권과 마찬가지로 절대적으로 보호되는 것이 아니며 공익상의 이유로 제한될 수 있다. 특히 직업행사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인격발현에 대한 침해의 효과가 일반적으로 직업선택 그 자체에 대한 제한에 비하여 적기 때문에, 그에 대한 제한은 보다 폭넓게 허용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개인의 자유가 공익실현을 위해서 과도하게 제한되어서는 안 되며 개인의 기본권은 꼭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필요한 만큼만 제한되어야 한다는 비례의 원칙이 준수되어야 한다(헌재 2002. 10. 31. 99헌바

76등, 판례집 14-2, 410, 430).

(가) 입법목적의 정당성과 방법의 적정성

정부투자기관의 부정당업자 입찰참가자격제한제도의 목적은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정부투자기관의 사업이 갖는 공공성과 공익성에 비추어 보아 투자기관과의 계약체결의 공정성과 그 이행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정부투자기관은 국가가 사회정책상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자본금의 절반 이상을 투자한 기업이므로 정부투자기관이 실행하는 사업은 국민경제에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며 그 비중 또한 점차 가중되고 있다. 따라서 공익을 증진시키고 국민생활의 편익을 도모하며 국민경제를 직·간접적으로 지원하는데 목적을 둔 정부투자기관이 체결하는 계약에 있어서 공정성과 이행의 확보는 필수적인 것이다. 정부투자기관은 계약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일반 사인과는 달리 원칙적으로 경쟁입찰을 통한 계약체결을 원칙으로 하고 있는데 이러한 공개입찰에 있어서 공정한 경쟁을 해하거나 계약 후 적정한 이행을 담보하기 어려운 부적격자들이 낙찰에만 집착하여 행하는 많은 불법행위들을 그대로 방치한다면 이는 궁극적으로 공정성을 담보로 하는 공개입찰원칙을 무의미하게 만들게 될 것이다. 또한 일반의 사적인 계약과는 달리 정부투자기관과의 계약이행의무의 위반 등이 가져오는 공익에 대한 침해의 정도나 사회적 파급효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기에 적어도 그 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최소한의 공정성과 적정한 이행의 보장은 필수적이라 할 것이다.

따라서 경쟁의 공정한 집행이나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해칠 것이 명백한 자에 대하여 정부투자기관이 공개입찰의 공정성 확보와 계약에 따른 충실한 이행을 담보할 목적으로 부정당업자에 대하여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하는 것은 그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며 이러한 입법목적에 비추어 볼 때 방법의 적정성도 인정된다.

(나) 최소침해성과 법익의 균형성

청구인은 정부투자기관이 부정당업자에 대하여 일정기간 입찰참가 제한조치를 하지 않고도 투자기관의 계약에 준용되는 국가를당사자로하는계약에관한법률 제7조(개별사안마다 계약의 목적, 성질, 규모 등을 고려하여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있음), 제9조(입찰보증금), 제12조(계약보증금), 제18조(하자보수보증금), 제26조(지체상금) 등의 규정만으로도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입찰참가자격까지 제한하는 것은 최소침해성원칙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정부투자기관이 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공정성 및 이행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수단이 있을 수 있고 각각의 수단이 독자적인 목적과 효과를 가질 수 있기 때문에 단지 다양한 수단이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는 입찰참가자격 제한제도가 최소침해성원칙에 반하는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입찰참가자격제한제도는 일종의 사후제한으로서 정부투자기관이 시행하는 일반경쟁입찰에 있어서 부정한 행위를 한다든지 실제 낙찰자의 지위에 있는 자가 계약을 체결하지 않거나 적정한 시기에 공사를 집행하지 않는 경우에 그에 따른 공적 피해는 막대하므로 이러한 부정당업자에 대하여 일정한 기간 동안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하는 것이며, 동시에 이후에 발생할 수 있는 또 다른 유사피해를 예방하는 것을 목적과 효과로 하는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청구인이 열거한 다른 수단들이 이와 같은 입찰참가제한의 목적과 효과 면에서 대체가능하면서 덜 제한적인 수단이라고 단정지을 수 없다. 또한 입찰참가자격제한제도는 부정당업자에 대하여 정부투자기관이 발주한 입찰공고에 따라 청약을 할 수 있는 법적 지위를 부정당업자 지정 이후로 완전히 박탈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기간 동안 제한할 뿐이고, 그 제한도 정부투자기관이 행하는 입찰참가자격에 한정하고 있을 뿐 이와 다른 경제활동을 제한하는 것도 아니다. 또한 관계법령은 입찰참가자격의 제한을 당한 자에 대하여 사전의견진술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고 사후에 이의신청권도 인정하고 있으며(정부투자기관회계규칙 제23조제9항, 제24조), 정부투자기관의 입찰참가자격제한에 관한 법률 자체도 강행규정이 아니라 임의규정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최소침해성의 원칙에 반한다고 보기 어렵다.

나아가 단지 일정한 기간 동안 정부투자기관이 발주하는 공개입찰에의 참가가 금지되는 부정당업자가 입는 피해는 부정당업자를 일정기간 동안 정부투자기관이 발주하는 공개입찰에서 배제함으로써 정부투자기관의 계약의 공정성과 적정한 이행을 담보하고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정부투자기관이 수행하고 있는 공적 목적을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보다 더욱 중요하다고는 볼 수 없어 법익균형성도 갖추고 있다.

(2) 평등권 침해여부

청구인은 정부투자기관의 계약행위는 사적 계약으로서 계약당사자가 계약의 위반 및 부정당한 행위를 한 경우 당사자의 형사처벌을 요구하거나 민사상의 책임을 추궁할 수 있을 뿐임에도, 심판대상조항들은 계약

당사자인 정부투자기관에게 입찰참가자격제한이라는 행정상의 제재처분 권한까지 부여하여 부당하게 정부투자기관을 보호하고 사인과 차별적 대우를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무릇 정부투자기관은 국가의 출자에 의해 설립되어 대부분 국민생활과 밀접한 국가공익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기관이므로 정부투자기관의 계약이 그 성질, 목적, 규모, 사회적 영향력 등에 있어서 단순한 사인의 계약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외견상 국가의 행위는 아닐지라도 정부투자기관의 계약체결의 효과는 국민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고 계약이행의 대가로 지급되는 예산도 국민의 세금에 의해 조성된 것인 탓에, 정부투자기관의 계약을 기관 자체의 영리적 이익추구만을 목적으로 한 주관적인 판단에만 의존하게 방치할 수 없으며 정부투자기관을 일반사인과 마찬가지로 계약자치를 자유롭게 향유하는 주체로 인정할 수도 없다. 그러므로 정부투자기관의 계약을 국가계약과 동일시하여 일반경쟁입찰원칙을 적용하고 일정한 요건을 갖춘 자는 제한 없이 입찰에 참여할 수 있게 함으로써 정부투자기관의 자의에만 의존한 계약자 선정을 금하고 있으며 계약의 전 과정에 있어서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의 확립을 도모하고 있는 것이다.

나아가 이와 같은 정부투자기관의 계약에 있어서의 공정성과 투명한 절차의 보장이나 계약 후 그것의 적정한 이행의무는 단지 투자기관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계약당사자인 입찰참가자 또는 낙찰자 등에도 적용되어야 한다. 앞서 살핀 바와 같이 정부투자기관의 계약상 일반경쟁입찰원칙의 목적은 공정한 경쟁원리에 따라 계약의 상대자가 될 것을 희망하는 자로 하여금 동일한 조건으로 공평한 경쟁을 시키고 정부투자기관이 요구하는 품질을 만족시킬 수 있는 적격자를 선정함으로써 공공사업의 시행과 공공서비스의 제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입찰자가 서로 담합을 한다든지, 고의로 무효의 입찰을 한다든지, 뇌물을 통해 낙찰을 받는다든지 또는 정당한 이유 없이 계약의 체결 또는 이행에 관한 사항을 이행하지 않는 등의 행위를 하는 경우에는 정부투자기관의 계약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워질 것이 예상되고 이는 궁극적으로 한 개인의 문제로 귀착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국가적 공익과 관련하여 커다란 폐해를 초래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투자기관이 계약의 목적달성에 중대한 차질을 가져올 수 있는 부정당업자들에 대하여 일정기간 공개입찰에 참가할 자격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합리적 차별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 하기 어렵다.

(3) 소 결

그렇다면 정부투자기관이 부정당업자에 대하여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한 제도 자체가 비례의 원칙에 위반되어 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거나 평등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

다. 이 사건 자격제한조항에 대한 명확성의 원칙 위반여부

(1)법치국가원리의 한 표현인 명확성의 원칙은 기본적으로 모든 기본권 제한입법에 대하여 요구된다. 규범의 의미내용으로부터 무엇이 금지되는 행위이고 무엇이 허용되는 행위인지를 수범자가 알 수 없다면 법적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은 확보될 수 없게 될 것이고, 또한 법집행 당국에 의한 자의적 집행을 가능하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헌재 1998. 4. 30. 95헌가16 , 판례집 10-1, 327, 341; 2002. 1. 31. 2000헌가8 , 판례집 14-1, 1, 8). 그러나 명확성의 원칙은 모든 법률에 있어서 동일한 정도로 요구되는 것은 아니고 개개의 법률이나 법조항의 성격에 따라 요구되는 정도에 차이가 있을 수 있으며 각각의 구성요건의 특수성과 그러한 법률이 제정되게 된 배경이나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일반론으로는 어떠한 규정이 부담적 성격을 가지는 경우에는 수익적 성격을 가지는 경우에 비하여 명확성의 원칙이 더욱 엄격하게 요구되고, 죄형법정주의가 지배하는 형사 관련 법률에서는 명확성의 정도가 강화되어 더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지만, 일반적인 법률에서는 명확성의 정도가 그리 강하게 요구되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완화된 기준이 적용된다(헌재 2002. 7. 18. 2000헌바57 , 판례집 14-2, 1, 16). 이러한 명확성의 원칙을 산술적으로 엄격히 관철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입법기술상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하므로 어느 정도의 보편적 내지 일반적 개념의 용어사용은 부득이 하다고 할 수밖에 없으며, 당해 법률이 제정된 목적과 타규범과의 연관성을 고려하여 합리적인 해석이 가능한지의 여부에 따라 명확성의 구비 여부가 가려져야 한다(헌재 1992. 2. 25. 89헌가104 , 판례집 4, 64, 78; 2002. 1. 31. 2000헌가8 , 판례집 14-1, 1, 8).

이 사건 자격제한조항은 “투자기관은 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공정한 경쟁 또는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해칠 것이 명백하다고 판단되는 자에 대하여는 일정기간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직업의 자유를 직접 제한하는 내용이므로 명확성의 요구가 보다 강화된다.

(2)이 사건 자격제한조항은 투자기관의 입찰참가자

격 제한대상자를 ‘공정한 경쟁 또는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해칠 것이 명백하다고 판단되는 자’로 규정하여 다소 광의의 개념을 포함하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명확성의 원칙이 불확정개념의 사용을 일체 금지하는 것은 아니며, 행정부로 하여금 다양한 과제를 이행하게 하고 개별적인 경우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하여 현실의 변화에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입법자는 불확정개념을 사용할 수 있고 이로 인한 법률의 불명확성은 법률해석의 방법을 통하여 해소될 수 있다.

‘공정한 경쟁’과 ‘계약의 적정한 이행’의 사전적 의미가 불명확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다양한 유형의 행위가 공정한 경쟁 또는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해치는 행위에 포함될 수 있어 명확성의 원칙에 위반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의문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정부투자기관의 계약이 일반경쟁입찰방식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에 비추어 본다면 ‘공정한 경쟁을 해치는 행위’에 입찰을 방해하는 행위, 입찰에 있어서의 담합행위, 낙찰을 위한 뇌물공여행위, 입찰서류 위조행위 등이 포함될 것임은 쉽사리 예측할 수 있다. 형법 제315조도 “위계 또는 위력 기타 방법으로 경매 또는 입찰의 공정을 해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규정하여 입찰방해죄를 처벌하고 있는데 여기에서도 ‘입찰의 공정을 해한 자’라고 규정함으로써 어떠한 행위가 여기에 해당하는 행위인지에 대한 최종적인 판단을 법원의 해석에 맡겨두고 있으며, 대법원은 입찰의 공정을 해하는 행위란 “공정한 자유경쟁을 방해할 염려가 있는 상태를 발생시키는 것, 즉 공정한 자유경쟁을 통한 적정한 가격형성에 부당한 영향을 주는 상태를 발생시키는 행위”라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03. 9. 26. 선고 2002도3924 판결). 또한 건설산업기본법 제95조도 건설공사의 입찰에 있어서 입찰가격을 조작하는 등의 불공정한 행위를 유형화하여 이를 위반한 자를 처벌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투자기관관리기본법의 입법목적과 앞서 본 관련 법규정들의 내용과 연관성 등을 고려해 본다면 ‘공정한 경쟁을 해치는 행위’의 개념과 범위를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다음으로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해치는 행위’에 대하여 보면, 이러한 행위란 낙찰자로 결정된 이후에 계약을 체결하지 않거나 체결된 계약을 계약내용대로 이행하지 못하는 행위를 말하므로 결국 일반 민법상의 계약책임(채무불이행책임이나 불법행위책임)으로 돌아와 해석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공정한 경쟁 또는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해칠 것이 명백하다고 판단되는 자’는 정부투자기관의 계약당사자가 계약체결과 그 이행과정에서 불공정한 행위를 하여 계약의 공정성과 적정성을 해치고 투자기관이 계약을 통해 달성하려는 목적을 해할 수 있는 자임을 넉넉히 예측할 수 있다.

(3)반면, 이 사건 자격제한조항은 기간을 특정하지 않은 채 단지 ‘일정기간’이라고만 규정함으로써 입찰참가자격제한기간의 상한을 정하지 않고 있다. 물론 이 사건 자격제한규정의 입법목적에 비추어 볼 때 ‘일정기간’을 ‘공정한 경쟁과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위하여 필요한 범위 내의 일정한 기간’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으나 이러한 해석에 따른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기간의 상한은 전혀 예측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정부투자기관관리기본법의 입법목적과 다른 규정들과의 상호관계를 고려해 보더라도 제한기간의 상한을 미루어 알 수 있는 단서를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입찰참가자격제한기간은 제한사유 못지않게 자격제한의 핵심적·본질적 요소라고 할 것임에도 이 사건 자격제한조항은 그 상한을 전혀 규정하지 않음으로써 자격제한사유에 해당하는 자로 하여금 이 조항의 내용만으로는 자격제한의 기간을 전혀 예측할 수 없게 하고 동시에 정부투자기관의 자의적인 집행을 가능하게 한다.

따라서 이 사건 자격제한조항은 명확성의 원칙에 위반된다.

라.이 사건 위임조항에 대한 포괄위임금지원칙의 위반여부

(1)이 사건 위임조항은 이 사건 자격제한조항이 규정하고 있는 입찰참가자격의 제한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 즉 입찰참가자격의 제한요건 및 제한기간을 재정경제부령에 위임하고 있다.

헌법제75조에서 “대통령은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과 법률을 집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에 관하여 대통령령을 발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위임입법의 근거를 마련하는 한편 대통령령으로 입법할 수 있는 사항을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으로 한정함으로써 위임입법의 범위와 한계를 제시하고 있다.

(2)이 사건 위임조항은 직업의 자유를 제한하는 내용이므로 위임에 있어서 구체성과 명확성의 요구는 강화된다고 보아야 한다(헌재 1995. 11. 30. 91헌바1 등, 판례집 7-2, 562, 591; 1999. 1. 28. 97헌가8 , 판례집 11-1, 1, 8). 그런데,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입찰참가자격의 제

한요건인 ‘공정한 경쟁 또는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해칠 것이 명백하다고 판단되는 자’에 대하여는 그 개념과 범위를 예측할 수 있고 따라서 여기에 대하여 하위법령인 재정경제부령에 구체화될 내용도 충분히 예측이 가능하다.

반면, 앞서 본 바와 같이 모법인 이 사건 자격제한조항의 ‘일정기간’의 개념은 매우 불명확하여 수범자인 국민으로 하여금 재정경제부령에 기간의 상한이 어느 정도로 정하여질지 전혀 그 대강을 예측할 수 없도록 되어 있으므로, 이 사건 위임조항 중 ‘입찰참가자격의 제한기간을 재정경제부령으로 정하도록 한 부분’은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반된다(헌재 2002. 6. 27. 2000헌가10 , 판례집 14-1, 565, 571 참조). 구체적으로 살피면 다음과 같다.

첫째, 정부투자기관의 입찰참가자격제한은 직업의 자유에서 도출되는 경쟁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므로 이러한 기본권의 제한입법은 적어도 급부행정영역보다 위임의 요건이 좀 더 엄격하여야 하고 특히 기간을 상정하고 있는 경우 제한기간은 당사자에게 아주 중요한 사항이므로 제한기간이 언제나 명확하게 법률로 정해질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제한기간의 상한정도는 법률로 정하여야할 것이 요구된다. ‘일정기간’은 사전적으로는 ‘정해져 있는 기간’을 의미하나 사실상은 기간의 제한이 없는 것과 다를 바 없어 결국 하위법령에 자격제한기간을 전적으로 모두 위임하는 것과 같으며, 관련법조항을 종합적으로 살펴보아도 ‘일정기간의 상한’을 예측할 수 없다.

둘째, 일정한 자격이나 면허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는 각종 법률은 그 자격이나 면허 또는 그에 기하여 수행할 수 있는 업무와 관련하여 일정한 법규위반행위나 부정행위가 있을 경우 자격이나 면허를 취소하거나 정지시킬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한 법률이 자격 등의 정지에 관하여 규정하는 형식을 살펴보면, 정지기간의 범위, 바꾸어 말하면 정지기간의 상한을 법률에 규정한 경우(의료법, 수의사법, 건축사법, 변호사법, 공인노무사법, 공인회계사법, 관세사법, 변리사법, 법무사법, 세무사법, 약사법)와 정지기간의 범위를 법률에 규정하지 않고 하위법령에 위임한 경우(국가를당사자로한계약에관한법률, 지방재정법)로 나눌 수 있는바, 대다수의 법률은 전자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일례를 들어보면 약사법의 경우도 구약사법은 과거 “보건복지부장관은 … 기간을 정하여 … 약사 또는 한약사의 자격정지를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었으나(구 약사법 제71조 제2항) 2002. 3. 30. “보건복지부장관은 약사 또는 한약사가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한 때에는 그 면허를 취소하거나 1년의 범위 내에서 그 기간을 정하여 약사 또는 한약사의 자격정지를 명할 수 있다.”라고 개정되었다(제71조 제2항).

물론 이 사건 위임조항은 정부투자기관이 부정당업자에게 대하여 단순히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할 수 있게 하는 것에 불과하여 자격 혹은 면허의 취소나 정지에 이를 정도의 중한 행정제재는 아니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하위법령 및 관계법령은 투자기관의 장이 입찰참가가 제한된 자에 관한 사항을 각 중앙관서의 장, 특별시장, 광역시장, 도지사 및 다른 투자기관의 사장에게 통보하도록 하고 관보에 게재하도록 하고 있으므로(정부투자기관회계규칙 제23조 제5항) 입찰참가가 제한된 자는 제한기간 내에 정부투자기관에서 집행하는 입찰에의 참가만 금지되는 것이 아니라(정부투자기관회계규칙 제23조 제6항) 국가를당사자로하는계약에관한법률시행령 제76조 제8항지방재정법시행령 제71조에 따라 모든 국가계약 및 지방자치단체 계약에도 입찰참가가 금지된다.

이렇게 본다면 관급계약이 증가하고 있고 관급계약에 대한 선호와 의존도가 높아가고 있는 건축업계의 현실에서 정부투자기관의 입찰참가자격제한은 부정당업자로 지정된 자나 기업으로 하여금 국가, 지방자치단체 및 정부투자기관 등에서 실시하는 모든 입찰에 참가할 수 없게 하므로 사실상 법률이 예정한 제재의 효과나 제한의 정도가 매우 심각할 정도로 크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법령에 의한 부정당업자지정 요건에는 ‘감독 또는 검사에 있어서 그 직무의 수행을 방해한 자(정부투자기관회계규칙 제23조 제13호)’나 ‘정당한 이유 없이 계약이행능력의 심사에 필요한 서류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제출하지 않은 자(정부투자기관회계규칙 제23조 제14호)’ 등 행정당국의 판단재량이 개입될 여지가 있는 부분도 있고 부정당업자의 재지정과 관련된 경우 기간의 가중문제도 발생할 수 있으므로 입찰참가자격제한기간이 갖는 의미는 더욱 크다.

따라서 이와 같은 제재처분의 경우 그 기간이 갖는 의미는 요건만큼이나 핵심적이면서 본질적인 중요성을 갖는다 할 것이므로 적어도 법률에 제한기간의 예측이 가능하도록 상한 정도는 규정하고 있어야 한다. 또한 이 사건 자격제한조항의 규율대상이 지극히 다양하거나 수시로 변화하는 성질의 것이어서 법률로 정하는 것이 심히 곤란한 경우라고 단정하기도 어렵고,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제한기간의 범위와 같은 핵심적·본질적 사항까지도 행정입법에 위임할 수밖에 없는 특

별한 사정이 있다고 할 수는 없다.

결국 이 사건 위임조항 중 ‘입찰참가자격의 제한기간을 재정경제부령으로 정하도록 한 부분’은 입찰참가자격제한제도와 관련된 핵심적이고도 본질적인 요소라 할 수 있는 제한기간에 대하여 이를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은 채 하위법령에 포괄적으로 위임함으로써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배된다.

마. 헌법불합치결정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 경우 헌법의 규범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원칙적으로 그 법률에 대하여 위헌결정을 하여야 하는 것이지만, 위헌결정을 통하여 법률조항을 법질서에서 제거하는 것이 법적 공백이나 혼란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위헌조항의 잠정적 적용을 명하는 헌법불합치결정을 할 수 있다.

이 사건의 경우, 부정당업자가 정부투자기관의 계약에 관여함에 따라 발생할 우려가 있는 공적 폐해를 예방하고, 정부투자기관이 추구하는 공적 목표 달성을 위한 계약의 충실한 이행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부정당업자에 대한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하는 법규정이 반드시 필요한데, 헌법재판소가 입찰참가자격제한 제도 자체의 합헌성을 인정하면서도 단지 제한기간을 정한 입법형식의 잘못을 들어 단순위헌결정을 함으로써 당장 이 사건 자격제한조항 및 위임조항의 제한기간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의 효력을 소멸시킨다면, 부정당업자에 대한 입찰참가자격제한을 할 수 없게 되어 부정당업자의 계약 관여에 따라 발생할 공적 폐해의 예방이 불가능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함으로써 도리어 헌법적 질서와 멀어지는 바람직하지 못한 법적 상태가 야기될 우려가 있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을 대체할 합헌적 법률을 입법할 때까지 일정 기간 동안 위헌적인 법규정을 존속하게 하고 또한 잠정적으로 적용하게 할 필요가 있다.

입법자는 입찰참가자격제한기간의 상한을 법률에 명시하지 아니한 채 하위법령에 이를 포괄적으로 위임하고 있는 이 사건 법률조항을 더 이상 그대로 존치시켜서는 아니되며, 법률에 입찰참가자격제한기간의 상한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제한기간에 대하여 하위법령에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하는 입법을 만들어 위헌적 상태를 제거할 의무가 있다 할 것이므로, 입법자는 되도록 빠른 시일 내에, 늦어도 2006. 4. 30.까지 대체입법을 마련함으로써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적인 상태를 제거하여야 할 것이다.

4. 결 론

그러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합치하지 아니하나 이 사건 법률의 위헌적인 상태를 제거한 대체입법이 이루어 질 때까지 잠정적으로 적용하도록 함이 상당하므로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재판관 윤영철(재판장) 권 성 김효종 김경일

송인준(주심) 주선회 전효숙 이상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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