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정부투자기관이 발주한 건설공사의 실시설계적격자로 선정되었을 뿐 낙찰자의 지위에 있지 않은 자에 대하여는 정부투자기관 회계규칙 제23조 제1항 제6호 에 따라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할 수 없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정부투자기관 회계규칙(1999. 10. 21. 재정경제부령 제107호) 제23조 제1항 제6호 에서 정한 '정당한 이유 없이 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한 자'는 정당한 이유 없이 상대방과의 계약체결의무를 위반한 자, 즉 입찰의 방법을 통하여 계약상대방으로 선정되어 정부투자기관과 사이에 계약을 체결할 의무를 지고 있음에도 정당한 이유 없이 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한 자를 뜻하는 것이며, 이러한 행위로 말미암아 계약의 적정한 이행이 저해되어 그 제재로서 입찰참가자격의 제한조치가 정당화되는 것이므로, 정부투자기관이 발주한 건설공사의 실시설계적격자로 선정되었을 뿐 낙찰자의 지위에 있지 않은 자에 대하여는 위 정부투자기관 회계규칙의 규정에 따라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할 수 없다고 한 사례.
원고,항소인
율림건설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세종 담당변호사 하철용 외 1인)
피고,피항소인
대한주택공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추봉준)
변론종결
2005. 6. 29.
주문
1.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2. 피고가 2002. 8. 6. 원고에 대하여 한 입찰참가자격제한처분을 취소한다.
3. 소송총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및항소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이 사건 처분의 경위
아래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 4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이를 인정할 수 있다.
가. 원고는 2001. 5. 3. 피고가 설계시공일괄입찰방식으로 발주한 '용인신갈운전면허시험장 이전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 한다)의 실시설계적격자로 선정되었다.
나. 피고는 2002. 8. 6. 원고가 이 사건 공사의 실시설계적격자로 선정되었음에도 정당한 이유 없이 실시설계도서를 제출하지 않음으로써 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정부투자기관 회계규칙 제23조 ( 제1항 제6호 )에 따라 원고에게 2002. 8. 7.부터 2003. 2. 6.까지 6개월간 정부투자기관 등이 발주하는 공사에의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하는 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2. 관계 법령
정부투자기관관리 기본법
제20조 (회계원칙 등) ② 투자기관은 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공정한 경쟁 또는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해칠 것이 명백하다고 판단되는 자에 대하여는 일정기간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할 수 있다.
정부투자기관 회계규칙(1999. 10. 21. 재정경제부령 제107호)
제23조 (부정당업자의 입찰참가자격 제한)
① 투자기관의 사장은 경쟁의 공정한 집행 또는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해할 우려가 있거나 입찰에 참가시키는 것이 부적합하다고 인정되는 자로서 다음 각 호에 해당하는 계약상대자 또는 입찰참가자(계약상대자 또는 입찰참가자의 대리인·지배인 기타 사용인을 포함한다)에 대하여는 1월 이상 2년 이하의 범위 내에서 그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하여야 한다.
1. 계약을 이행함에 있어서 부실·조잡 또는 부당하게 하거나 부정한 행위를 한 자
3.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또는 하도급거래공정화에 관한 법률에 위반하여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입찰참가자격의 제한 요청이 있는 자
4. 조사설계용이계약 또는 원가계산용이계약에 있어서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조사설계금액이나 원가계산금액을 적정하게 산정하지 아니한 자
5. 공사 또는 물품제조 등의 경우 안전대책을 소홀히 하여 공중에게 위해를 가하거나 사업장에서 산업안전보건법에 의한 안전 또는 보건조치를 소홀히 하여 근로자 등에게 사망 등 중대한 위해를 가한 자
6. 정당한 이유 없이 계약을 체결 또는 이행( 제17조 의 규정에 의한 부대입찰에 관한 사항 및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72조 의 규정에 의한 공동계약에 관한 사항의 이행을 포함한다)하지 아니한 자
7. 경쟁입찰에 있어서 입찰자 간에 서로 상의하여 미리 입찰가격을 협정하였거나 특정인의 낙찰을 위하여 담합한 자
8. 입찰 또는 계약에 관한 서류를 위조·변조하거나 부정하게 행사한 자 또는 허위의 서류를 제출한 자
9. 고의로 무효의 입찰을 한 자
10. 입찰·낙찰 또는 계약의 체결·이행과 관련하여 투자기관의 임·직원에게 뇌물을 준 자
11. 입찰참가신청서 또는 입찰참가승낙서를 제출하고도 정당한 이유 없이 당해 회계연도 중 3회 이상 입찰에 참가하지 아니한 자
12. 입찰참가를 방해하거나 낙찰자의 계약체결 또는 그 이행을 방해한 자
13. 감독 또는 검사에 있어서 그 직무의 수행을 방해한 자
14. 정당한 이유 없이 계약이행능력의 심사에 필요한 서류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제출하지 아니한 자
② 내지 ④항 생략
⑤ 투자기관의 사장은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하는 때에는 다음 각 호의 규정에 의한 사항을 명백히 하여 각 중앙관서의 장, 특별시장·광역시장·도지사 및 다른 투자기관의 사장에게 통보하고 이를 관보에 게재하여야 한다.
1. 업체(상호)명·주소·성명(법인인 경우에는 대표자의 성명)·주민등록번호(법인인 경우에는 대표자의 주민등록번호)·법인등록번호(법인인 경우에 한한다)·사업자등록번호·관계 법령상의 면허 또는 등록번호
2. 입찰참가자격 제한기간
3. 입찰참가자격 제한사유
⑥ 투자기관의 사장은 제5항의 규정에 의하여 입찰참가자격 제한 사실을 통보받거나 그 사실이 관보에 게재된 자에 대하여 당해 제한기간 내에는 투자기관에서 집행하는 모든 입찰에 참가할 수 없도록 하여야 한다.
⑦ 투자기관의 사장은 입찰참가자격이 제한된 자가 상호·대표자변경 등의 방법으로 제한기간 내에 입찰에 참가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입찰참가자의 주민등록번호(법인인 경우에는 대표자의 주민등록번호)·법인등록번호(법인인 경우에 한한다)·사업자등록번호·관계 법령상의 면허 또는 등록번호 등을 확인하여야 한다.
⑧ 투자기관의 사장 또는 계약담당자는 부득이한 사유가 없는 한 입찰참가자격의 제한을 받은 자(다른 투자기관으로부터 입찰참가자격의 제한을 받은 자를 포함한다)와 수의계약을 체결하여서는 아니 된다.
⑨ 입찰참가자격의 제한을 받은 자는 이의가 있는 때에는 당해 투자기관의 사장에게 그 취소 또는 변경을 신청할 수 있다.
3.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요지
(1) 정부투자기관 회계규칙 제20조 제1항 제6호 의 적용 잘못
이 사건 처분의 근거규정인 정부투자기관 회계규칙 제20조 제1항 제6호 (이하 '이 사건 입찰제한 규정'이라 한다)는 '정당한 이유 없이 계약을 체결 또는 이행하지 아니 한 자(괄호 생략)'로 규정하고 있는바, 여기서 '정당한 이유 없이 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한 자'는 '낙찰자의 지위에 있는 자'를 전제로 한다. 즉, 이 규정은 입찰절차를 거쳐 계약상대방으로 선정되어 정부투자기관과 사이에 계약을 체결할 의무를 부담하고 있으면서도 정당한 이유 없이 그러한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여 정부투자기관이 당사자가 되는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해치는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취지에서 마련된 것인데, 이러한 계약체결 의무는 낙찰자만이 부담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원고가 단순히 '실시설계적격자'일 뿐 '낙찰자'의 지위에 있지 아니한 이상, 이 사건 입찰제한 규정은 이 사건 처분의 근거규정이 될 수 없다.
(2) 계약 미체결의 정당한 이유 존재
가사 이 사건 입찰제한 규정이 실시설계적격자에게도 적용된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실시설계도서를 제출하지 못한 데에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그 귀책사유가 피고에게 있으므로 원고에게는 계약 미체결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
첫째, 원고가 실시설계도서를 작성·제출하기 위해서는 그 전제조건으로 이 사건 공사에 대한 건축허가가 있어야 하고, 그 건축허가가 있으려면 이 사건 공사부지에 대한 택지개발계획 및 실시계획 변경에 대한 승인이 있어야 하며, 그 택지개발계획 및 실시계획변경 승인, 건축허가는 피고가 완수하여야 할 사항인데, 피고가 이러한 승인 내지 허가를 받지 못하거나 이를 위한 적절한 협력을 원고에게 제공하지 아니하였다.
둘째, 이 사건 공사부지에는 송유관이 매설되어 있는데, 피고는 입찰안내서나 현장설명시에 이에 대하여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2001. 5.경 원고가 이 사건 공사부지 현장을 조사하던 중 위 송유관 매설 사실을 발견하고 송유관을 이설하여 줄 것을 수차례 요청하였음에도 이에 대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셋째, 피고는 2001. 3. 8. 이 사건 공사에 대한 입찰공고를 하면서 공사예산을 67억 1,000만 원으로 공고하였고, 원고는 그 공고된 예산을 기초로 입찰에 참가하여 실시설계적격자로 선정된 것인데, 이 사건 공사를 수행하려면 위 공고된 예산금액을 훨씬 초과하는 금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어 피고에게 공사예산을 현실화하여 계약금액에 반영하여 줄 것을 요청하였으나, 이에 대하여 피고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3) 재량권을 일탈·남용
위 (1), (2)의 주장이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피고의 정부투자기관으로서의 지위(따라서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입찰참가자의 불이익을 방지할 배려의무가 있다.), 그리고 실시설계적격자에 불과한 원고의 지위나 실시설계도서를 제출하지 못한 경위, 위법의 정도 및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하여 원고가 입게 될 전체적 불이익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이 사건 처분은 이를 통하여 달성하려는 공익적 목적을 감안하더라도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였다.
[원고는 위 각 주장 외에 이 사건 입찰제한 규정의 위임근거가 되는 정부투자기관관리 기본법 제20조 제2항 이 헌법상 평등의 원칙을 침해하고, 포괄위임으로서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났으며, 직업선택의 자유의 본질적 부분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규정으로서 위헌무효이므로 이러한 무효인 법률조항에 근거한 이 사건 처분도 위법하다는 취지로 주장하였으나, 같은 이유로 원고가 청구한 헌법소원심판사건( 2003헌바40 )에서 헌법재판소는 2005. 4. 28. " 정부투자기관관리 기본법 제20조 제2항 및 같은 조 제3항 의 규정 중 '입찰참가자격의 제한기간을 재정경제부령으로 정하도록 한 부분'은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하고, 다만 위 각 규정은 2006. 4. 30.을 시한으로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계속 적용된다."는 내용의 결정을 선고하였으므로, 원고의 위 위헌무효에 관한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나. 판 단
(1) 근거규정의 적용 오류 여부
(가) 이 사건 입찰제한 규정의 근거 법률인 정부투자기관관리 기본법 제20조 제2항 , 제3항 은 정부투자기관의 입찰참가자격 제한대상자를 '공정한 경쟁 또는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해칠 것이 명백하다고 판단되는 자'로 규정하면서 입찰참가자격이 제한되는 부정당업자의 유형을 재정경제부령으로 위임하였고, 이에 따라 제정된 정부투자기관 회계규칙 제23조 제1항 은 입찰참가자격이 제한되는 부정당업자를 '경쟁의 공정한 집행 또는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해할 우려가 있거나 입찰에 참가시키는 것이 부적합하다고 인정되는 자'로 정의하면서 그 유형을 14가지로 나누어 규정하고 있는바, 위 각 법령의 규정을 종합하여 보면 입찰참가자격이 제한되는 부정당업자는 '공정한 경쟁을 해치는 자'와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해치는 자'로 대별되고(정부투자기관 회계규칙에는 '입찰에 참가시키는 것이 부적합하다고 인정되는 자'가 추가되어 있으나, 앞서의 '경쟁의 공정한 집행' 또는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해할 우려에 관한 사유를 보충하는 의미로 해석되어야 하고, 따라서 정부투자기관관리 기본법의 위 규정과 거의 동일한 내용이다.), 위 두 가지 유형의 차이점을 정부투자기관의 입찰절차와 관련해서 살펴보면, '공정한 경쟁을 해치는 자'는 입찰절차에서 계약상대방을 선정하는 과정까지 공정한 입찰절차 진행을 해치거나 그러한 우려가 있는 자를 가리키는 것이고,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해치는 자'는 입찰절차에서 계약상대방으로 선정되어 계약체결의무를 부담하거나 체결된 계약의 내용을 이행하지 아니한 자를 규정한 것으로 해석함이 상당하며(즉, 계약상대방이 선정되면 계약자 선정을 위한 경쟁이 마쳐진 것이므로 더 이상 '공정한 경쟁을 해치는' 행위를 생각하기 어렵다.), 정부투자기관 회계규칙 제23조 제1항 은 이와 같이 두 가지로 대별되는 부정당업자를 다시 세부유형으로 구체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 입찰제한 규정은 '정당한 이유 없이 계약을 체결 또는 이행(괄호 생략)하지 아니한 자'로 규정하여 위 두 가지 유형 중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해치는 자'의 유형으로 규정되었음이 명백하고( 정부투자기관 회계규칙 제23조 제1항 제1호 도 이 유형에 해당한다.), 따라서 여기서의 '정당한 이유 없이 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한 자'는 정당한 이유 없이 상대방과의 계약체결의무를 위반한 자 즉, 입찰의 방법을 통하여 계약상대방으로 선정되어 정부투자기관과 사이에 계약을 체결할 의무를 지고 있음에도 정당한 이유 없이 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한 자를 뜻하는 것이며, 이러한 행위로 말미암아 계약의 적정한 이행이 저해되어 그 제재로서 입찰참가자격의 제한조치가 정당화되는 것이다.
(나) 따라서 실시설계적격자로 선정된 원고가 계약상대방으로서 피고와 사이에 계약체결의무를 부담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피건대, 갑 제3, 4, 12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피고는 2001. 3. 8. 이 사건 공사의 설계시공일괄입찰을 공고하면서 낙찰자 결정방법을 입찰안내서에 의하도록 한 사실, 이 사건 공사의 입찰안내서(갑 제12호증)에 첨부된 공사입찰유의서에 따르면, 기본 설계 입찰에 있어서 설계자문위원회의 심의 결과에 따라 설계점수를 통지받은 때에는 입찰자 중 설계점수가 높은 순으로 선정된 4명을 대상으로 피고의 적격심사세부기준에 따라 적격심사 결과 종합평점으로 가장 높은 자를 실시설계적격자로 선정하고(제18조 제1항), 이러한 실시설계적격자가 제출한 실시설계도서가 설계자문위원회부터 적격통지를 받은 때에는 그 실시설계를 제출한 자를 낙찰자로 결정하며(제18조 제2항), 피고는 실시설계적격자로 선정된 자에게 현장설명서에 명기된 해당지구의 사업추진일정에 따른 사업승인 등을 위하여 필요한 사항을 요구할 수 있고, 실시설계적격자로 선정된 자는 이를 성의껏 이행하여야 하며(제18조 제3항), 낙찰자 결정은 부득이한 사유가 없는 한 실시설계도서가 제출된 날부터 40일 이내에 하여야 하고(제18조 제4항), 낙찰자는 피고로부터 낙찰통지를 받은 때로부터 10일 이내에 소정서식에 의한 계약서에 의하여 계약을 체결하여야 하며(제19조 제1항), 계약은 계약서를 작성하고 주공과 낙찰자가 기명날인함으로써 확정되고(제20조), 낙찰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할 때에는 피고로부터 당해 낙찰취소 조치를 받게 되며(제19조 제5항) 아울러 당해 입찰보증금이 피고에게 귀속하도록 규정된 사실(제8조 제2항)을 인정할 수 있다.
위 공사입찰유의서 각 규정을 종합하여 보면, 실시설계적격자로 선정된 원고는 기본적으로는 실시설계도서를 제출하여야 하고 그 외 피고가 사업승인 등을 위하여 요구하는 필요사항을 이행할 의무를 부담하고 있음은 명백하나, 공사입찰유의서 제19조 제1항에 따라 계약체결의무는 낙찰자가 부담하는 것이고, 따라서 원고가 실시설계도서 미제출로 설계자문위원회로부터의 적격통지와 낙찰결정을 받지 않아 낙찰자 지위에는 있지 않은 이상, 이 사건 공사의 계약상대방으로서 계약을 체결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 없다.
[헌법재판소도 원고가 청구한 위 헌법소원심판사건( 2003헌바40 )의 결정문에서 정부투자기관관리 기본법 제20조 제2항 의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해치는 행위'에 관하여, "이러한 행위는 '낙찰자로 결정된 이후'에 계약을 체결하지 않거나 체결된 계약을 계약내용대로 이행하지 못하는 행위를 말하므로,…"라고 판시하여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해치는 행위'는 낙찰자로 결정된 이후에 발생하는 사유임을 명시하고 있다(위 결정서 제15쪽 하3행 이하 참조).]
(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입찰안내서에 첨부된 이 사건 공사계약 특수조건 제1조 제4항에서 공사계약 일반조건 제2조(용어의 정의규정이다) 제2호의 '계약자'에 '입찰유의서' 제18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실시설계적격자를 포함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실시설계적격자로서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사람도 이 사건 입찰제한 규정에 따라 제재할 수 있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정부투자기관이 발주하는 공사와 관련하여 그 계약내용에 포함될 공통적 사항을 입찰안내서에 공사계약 일반조건과 특수조건의 형태로 첨부하고 그 내용 중에 실시설계적격자의 지위에 관한 별도의 정의 내지 해석 규정을 포함시켰다 하더라도 이로써 법령의 규정내용을 변경 내지 확장할 수 없으며(특히, 그 대상법령이 국민에 대한 불이익처분을 규정한 경우에는 더더욱 허용될 수 없다.), 나아가 이 사건 공사계약 일반조건의 규정 내용 중에 실시설계적격자의 계약체결의무를 직접적으로 명시한 규정도 없으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또한, 피고는 기본 설계 입찰시 즉, 실시설계도서 제출 전에 입찰보증금을 납부하게 하고 적격업체를 선정하며, 적격업체로 선정되면 실시설계도면을 제출하여 심의를 받고, 거기에 미비 내지 불명한 점이 있을 경우 공사입찰유의서 제10조에 따라 보완지시를 하며, 보완이 마쳐지면 바로 적격통지를 받아 낙찰자의 지위에 있게 되며 곧이어 계약을 체결하여야 하는 점, 이 경우에 하는 보완지시는 실시설계적격자로 선정된 자의 지위를 박탈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실무적인 서류의 보완작업에 불과하므로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보완이 되면 바로 적격통지를 함으로써 낙찰자가 되는 것이며, 실시설계적격자는 종합평점이 가장 높은 자가 선정되도록 하여 사실상 낙찰자가 되도록 예정되어 있는 점, 기본 설계 입찰시 실시설계적격자로 선정되면 2, 3순위자는 실시설계적격자로 선정될 기회가 박탈되어 실시설계도서를 제출하지 않은 경우 재공고입찰을 하여야 하는 점 등으로 미루어, 실시설계도서를 제출하지 않음으로서 계약체결에까지 나아가지 않은 입찰참가업체는 계약업무의 원활한 수행을 해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또한, 실시설계적격자로 선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낙찰자의 지위에 있지 않다고 하여 의무위반에 따른 제제를 할 수 없다면 누구라도 계약체결을 원하지 않을 경우에는 실시설계도서를 제출하기 전에 포기를 하게 될 것이고 굳이 실시설계도서를 제출하고 낙찰자의 지위에 나아간 후 계약체결을 하지 않는 경우는 상정할 수 없으므로 이 경우 정부투자기관의 계약사무는 마비될 것이며, 이로 인하여 사업수행이 지연될 경우 발생하는 공공의 손해를 이루 계산할 수 없을 정도이므로, 실시설계적격자가 실시설계도서를 제출하지 아니하여 계약체결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에도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해친 것'으로서 이 사건 입찰제한 규정에 따른 제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피고의 주장과 같이 정부투자기관의 발주의 계약체결사무에서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실시설계적격업체로 선정된 입찰자는 그 선정 후 실시설계도서를 제출받아 그대로 내지 사소한 보완절차를 거쳐 낙찰자로 선정된다고 하더라도, 이는 정부투자기관의 현실적 실무운영의 결과일 뿐 그로 인해 앞서 본 공사입찰유의서에서 요구하는 낙찰자 결정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여 실시설계적격자의 지위에 머물러 있는 자를 낙찰자의 그것과 규범적으로 동일하게 평가할 수는 없으며, 나아가 실시설계적격자가 실시설계도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종국적으로 계약체결업무의 원활한 진행에 지장이 발생하게 됨은 충분히 예상되나, 이러한 사실상의 사정에 기초한 필요성만으로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불이익을 부여하는 이 사건 입찰제한 규정을 확장 내지 유추하여 해석·적용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이에 반해,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제27조 의 위임에 의하여 입찰참가자격이 제한되는 유형을 규정한 같은 법 시행령 제76조 제1항 은 이 사건 처분 이후인 2003. 12. 11. 대통령령 제18155호로 일부 개정되어 이 사건 입참자격제한 규정과 동일한 내용의 규정( 제6호 ) 외에 별도로 ' (위 시행령) 제86조 또는 제87조 의 규정에 의하여 대안입찰 또는 일괄입찰의 낙찰자를 결정하는 경우에 실시설계적격자로 선정된 후 정당한 이유 없이 기한 내에 실시설계도서를 제출하지 아니한 자'를 제15호 로 신설하였다].
나아가 실시설계도서를 제출하지 않은 것만으로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해친 것'으로 보아 이 사건 입찰제한 규정을 적용할 수 있다면, 실시설계도서를 형식적으로는 제출하였으나 그 내용이 매우 부실하여 적격통지를 받지 못하는 경우에도 그 실질에 있어서는 실시설계도서를 제출하지 아니한 경우와 동일하게 평가될 수 있으며, 이러한 경우에까지 이 사건 입찰제한 규정의 제재가 가능하게 된다면, 이 사건 입찰제한 규정의 적용 범위는 실시설계도서의 적정성 여부까지 확장되어 제재적 규정의 적용에 있어 적용기준의 불명확성과 처분권자의 과도한 재량적 판단권을 부여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는 문제점도 배제하기 어렵다.
따라서 피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라) 그렇다면 원고는 실시설계적격자로 선정되었을 뿐 낙찰자로 결정되지 아니하므로, 피고의 계약상대방으로서 이 사건 공사에 관한 계약을 체결할 의무를 부담하는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고, 이 사건 처분은 그 근거규정의 적용에 잘못이 있다.
(2) 실시설계도서 미제출에 관한 정당한 이유의 존부
이 부분에 관하여 이 법원이 설시할 판결 이유는 제1심판결 4쪽 12행부터 6쪽 7행까지에 설시된 제1심판결 이유란 기재와 같으므로(다만, 4쪽 21행 및 5쪽 2행의 '실시설계도서'를 각 '건축허가(협의)신청서류' 고친다.), 이를 그대로 인용하기로 한다.
따라서 원고가 실시설계도서를 제출하지 못한 데 대한 귀책사유가 피고에게 있다는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3) 재량권 일탈·남용 여부
이 사건 입찰자격제한 규정이 실시설계적격자로 선정된 자에게도 적용되고 실시설계도서를 제출하지 못한 데 대한 종국적 책임이 원고에게 있다고 하더라도, 원고는 실시설계적격자의 지위에 있음에 불과하며 피고로부터 낙찰결정을 받지 아니하여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직접적으로 해치는 행위를 하였다고 보기는 어렵고, 실시설계도서의 제출이 지연된 데에는 부실시공을 방지하기 위하여 원고 나름의 공사원가계산에 따라 입찰금액 범위 내에서 합리적 실시설계도서를 작성하려고 사정도 개재되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갑 제10호증의 1 : 공사계약 일반조건 제22조 제1항과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제74조 제8항 에서는 입찰실시 후 계약체결시까지의 기간의 장기화에 따른 변동사항을 반영하는 입찰금액의 조정에 관한 규정을 마련하고 있다.), 나아가 원고는 관계 법령에 따라 이 사건 처분으로 정부투자기관뿐만 아니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등이 발주하는 일체의 공사에 입찰자격을 일률적으로 제한당하게 되는 점 등 이 사건에 나타난 입찰절차에서의 원고의 지위, 원고의 실시설계도서 미제출의 경위와 그 잘못의 정도, 원고의 관계 법령에 따라 이 사건 처분으로 원고가 입게 되는 총체적 불이익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처분은 이를 통하여 달성하려는 공익적 목적에 비하여 그로 인해 침해되는 사익의 정도가 더욱 심대하여 비례의 원칙에 어긋나므로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한 처분이라고 할 것이다.
4.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처분은 근거규정의 적용에 오류가 있을뿐더러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처분으로서 위법하므로, 그 취소를 구하는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할 것인바,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 하여 부당하므로 이를 취소하고, 이 사건 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