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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2002. 6. 27. 선고 2000헌가10 결정문 [국가기술자격법 제12조 제2항 중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일정한 기간'부분 위헌제청]
[결정문]
청구인

【당 사 자】

제청법원 서울행정법원

당해사건

서울행정법원 98구20017 기술사자격정지처분취소

주문

국가기술자격법(1973. 12. 31. 법률 제2672호로 제정된 것) 제12조 제2항 중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일정한 기간”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 및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제청신청인 김○순은 1975. 11. 28. 전기공사기사 1급 자격을 취득하고 1981. 8. 4. 전기발송배전기술사 자격을 취득하여 1988. 2. 28.까지 주식회사○○의 이사로 근무하던 중, 위 회사가 1993. 11. 25. 인천광역시 지하철본부와 사이에 체결한 도시철도 1호선 전차선 및 일반전기 1-2 공구 실시설계 용역계약의 책임 기술자로서 위 설계용역업무를 수행하여 1996. 6. 1. 그 성과품을 인천광역시 지하철 본부에 납품하였다.

그런데 산업자원부장관은 제청신청인이 원통 변전소 등 4개 구간의 급전선의 전선용량을 그 유효치보다 부족하거나 과다하게 설계하였다는 이유로, 1998. 7. 10. 김용순에 대하여 국가기술자격법 제11조, 제12조 2항, 같은 법 시행령 제33조 제1항, 같은 법 시행규칙 제24조의2 제1, 2항 관련 [별표7] 국가기술자격취소 및 정지의 기준과 대상종목 4의 각 규정에 의하여 자격정지 6월(1998. 7. 15.부터 1999. 1. 14.까지)의 처분을 하였다.

(2)이에 김○순은 행정심판을 거친 뒤, 당초 위 급전선로 설계는 정당하게 되었으나 제도사가 이를 설계도면에 옮기는 과정에서 상·하행선을 바꾸어 표기하는 바람에 위와 같이 용량이 잘못 설계된 것이므로 이러한 설계상의 경미한 과오는 국가기술자격법 제11조 소정의 성실의무에 위반한 것이 아니라는 등의 주장을 하면서 1998. 9. 29. 서울행정법원에 위 자격정지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98구20017)을 제기하였고, 그 소송계속 중 위 자격정지처분의 집행정지를 신청하여 위 법원으로부터 1998. 11. 2.자로 위 자격정지처분의 집행을 본안 사건인 위 취소소송의 판결 선고시까지 정지한다는 결정을 받았으며, 그 후 국가기술자격법 제12조 제2항헌법에 위배되어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서울행정법원에 위헌여부심판의 제청신청(99아510)을 하였고 위 법원은 위 신청을 받아들여 위헌여부의 심판을 제청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의 심판대상은 국가기술자격법(1973. 12. 31. 법률 제2672호로 제정된 것) 제12조 제2항 중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일정한 기간”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이며, 그 규정 및 관련 규정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12조(기술자격의 취소등)②주무부장관은 기술자격취득자가 그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하였거나 제9조 제4항 또는 제11조의 규정에 위반한

때에는 그 기술자격을 취소하거나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일정한 기간 그 기술자격을

정지시킬 수 있다.

제2조(정의)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1.“기술자격”이라 함은 자격기본법에 의한 국가자격 중 산업과 관련이 있는 기술·기능 및 서비스분야(이하 “기술분야”라 한다)의 자격으로서 기술사·기능장 등 대통령령이 정하는 자격을 말한다.

제11조(기술자격취득자의 성실의무)기술자격취득자는 성실히 그 업무를 수행하여야 하며, 그 품위를 손상하여서는 아니된다.

제33조(기술자격의 취소 및 정지등)①법 제12조 제2항의 규정에 의한 기술자격의 정지기간은 6월 이상 3년 이하로 하되, 그 자격의 취소 및 정지기준에 관한 사항은 노동부령으로 정한다.

제24조의2(기술자격의 취소 및 정지)①영 제33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기술자격의 취소 및 정지기준과 대상종목은 별표 7과 같다.

②주무부장관은 제1항의 기준에 의하여 행정처분을 함에 있어서 고의·과실 기타 정상을 참작하여 행정처분을 경감 또는 가중할 수 있다.

2.제청법원의 위헌심판제청이유와 관계기관의 의견

가.제청법원의 위헌심판제청이유

이 사건 법률조항은 기술자격 보유자의 기본권을 직접적으로 제한하거나 침해하는바 기술자격의 정지기간은 정지사유 못지 않게 기술자격정지 요건의 핵심적·본질적 사항이므로 기술자격정지 기간의 상한을 설정하는 등 정지기간의 범위를 보다 구체적으로 확정한 다음 하위법규에 위임을 하였어야 함에도, 단순히 기술자격정지 기간을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일정한 기간’이라고만 함으로써 그 정지기간의 범위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의 문제를 실질적으로 행정부의 재량과 자의에 맡긴 결과가 되었고,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과 다른 규정 및 관련 법규를 살펴보아도 그 정지기간을 예측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이를 행정입법에 전적으로 위임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사정이 있다고도 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포괄위임입법 금지원칙을 규정한 헌법 제75조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

나. 노동부장관의 의견

(1)과학기술의 급속한 발달과 사회현상의 복잡화에 따라 기술자격의 취득이나 취소 및 정지 등의 사항을 예외 없이 형식적 의미의 법률로 규정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고 적합하지도 않으며, 기술자격의 기준, 종목, 취득에 관한 사항뿐 아니라 제재조치로서의 자격정지 기간을 하위법규

인 대통령령에 위임하는 것은 경제현실의 변화나 전문적 기술의 발달에 대응한다는 측면에서

합리성이 있다. 특히 자격취득자의 부정행위 및 이로부터 발생하는 피해의 정도, 비난가능성도 사회경제적 환경, 기술의 변화 등에 따라 변하게 되므로 기술자격에 대한 정지기간을 탄력적으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

(2)국가기술자격법 제12조가 자격정지의 상한을 규정하고 있지 않지만, 첫째 법적 안정성의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사항인 처분대상 행위의 범위와 처분의 종류를 규정하고 있고, 둘째 자격정지의 경우 경험칙상 적어도 위반행위의 경중에 따라 정지기간이 비례적으로 부과되리라는 것을 예상할 수 있으며, 셋째 국가기술자격법 제12조 제3항이 “기술자격 검정을 받는 자가 그 검정에 관하여 부정한 행위를 한 때에는 당해 검정을 중지 또는 무효로 하고 3년간 이 법에 의한 검정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정지된다.”라고 규정하고 있어 이 규정의 3년이란 기간이 자격정지 처분의 정지기간에 대한 대강의 한계를 제시해 준다고 볼 수 있는 점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임에 따라 대통령령에 규정될 자격정지 기간의 대강을 예측할 수 있으므로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났다고 할 수 없다.

3. 판 단

가. 위임입법의 필요성과 한계

(1)우리 헌법은 권력분립주의에 입각하여 국민의 권리와 의무에 관한 중요한 사항은 주권자인 국민에 의하여 선출된 대표자들로 구성되는 국회에 의하여 법률의 형식으로 결정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의회주의 내지 법치주의의 기본원리는 입법부가 그 입법의 권한을 행정부 내지 사법부에 위임하는 것을 금지함을 내포하고 있다.

그러나 현대국가에 있어서 국민의 권리·의무에 관한 것이라 하여 모든 사항을 국회에서 제정한 법률만으로 규정하는 것은 불가능한데 이는 행정 영역이 복잡·다기하여 상황의 변화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적절히 대처할 필요성이 요구되는 반면, 국회의 기술적·전문적 능력이나 시간적 적응능력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헌법제75조에서 “대통령은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과 법률을 집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에 관하여 대통령령을 발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위임입법의 근거를 마련하는 한편 대통령령으로 입법할 수 있는 사항을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으로 한정함으로써 위임입법의 범위와 한계를 제시하고 있다.

(2)헌법에 의하여 위임입법이 용인되는 한계인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이라 함은 법률에 이미 대통령령으로 규정될 내용 및 범위의 기본사항이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어서 누구라도 당해 법률 그 자체로부터 대통령령에 규정될 내용의 대강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위임입법의 위와 같은 구체성, 명확성의 요구 정도는 각종 법률이 규제하고자 하는 대상의 종류와 성질에 따라 달라질 것이지만, 특히 국민의 기본권을 직접적으로 제한하거나 침해할 소지가 있는 법규에서는 구체성, 명확성의 요구가 강화되어 그 위임의 요건과 범위가 일반적인 급부행정법규의 경우보다 더 엄격하게 제한적으로 규정되어야 한다(헌재 1995. 11. 30. 91헌바1 등, 판례집 7-2, 562, 591; 헌재 1999. 1. 28. 97헌가8 , 판례집 11-1, 1, 8).

다만 그 예측가능성의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당해 특정 조항 하나만을 가지고 판단할 것이 아니고 관련 법조항 전체를 유기적·체계적으로 종합 판단하여야 하며, 각 대상법률의 성질에 따라 구체적·개별적으로 검토하여야 할 것이다(헌재 2000. 8. 31. 99헌바104 , 판례집 12-2, 233, 241; 헌재 2001. 11. 29. 2000헌바23 , 판례집 13-2, 606, 624).

나. 다른 법률의 규정

일정한 자격이나 면허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는 각종 법률에서는 그 자격이나 면허 또는 그에 기하여 수행할 수 있는 업무와 관련하여 일정한 법규위반행위나 부정행위가 있을 경우 자격이나 면허 또는 그에 기한 업무를 취소하거나 정지시킬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한 각종 법률이 자격 등의 정지처분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 형식을 살펴보면, 정지기간의 범위, 바꾸어 말하면 정지기간의 상한을 법률에 규정한 경우(의료법, 수의사법, 건축사법, 변호사법, 공인노무사법, 공인회계사법, 관세사법, 변리사법, 법무사법, 세무사법)와 정지기간의 범위를 법률에 규정하지 않고 하위법규에 위임한 경우(약사법, 자격기본법)로 나눌 수 있는바, 대다수의 법률은 전자의 형식을 취한다.

다.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

(1)이 사건 법률조항은 기본권침해 영역에 속하는 법규로서 위임입법의 구체성, 명확성의 요구 정도가 강화되어 그 위임의 요건과 범위가 일반적인 급부행정법규의 경우보다 더 엄격하게 제한적으로 규정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 사건 법률조항은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일정한 기간 그 기술자격을 정지시킬 수 있다.”고 규정하여 자격정지 기간의 범위에 관하여 법률에 아무런 기준을 두지 않은 채 이를 모두 하위법규에 위임하고 있다.

이 사건 법률조항이 ‘일정한 기간’이란 문구를 두어 마치 대통령령에 위임한 정지기간의 범위에 대하여 어떠한 제한을 가하고 있는 듯 보이나, 위 문구는 대통령령이 기간의 제한 없는 정지처분을 규정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데에 그 의미가 있을 뿐이고, 대통령령에 위임할 정지기간에 관하여 구체적인 범위를 설정하고 있는 것으로 볼 것은 아니다.

(2)그런데 자격정지 처분에 있어서 정지기간은 정지 처분의 사유 못지 않게 정지 처분의 핵심적·본질적 요소라 할 것이고, 이러한 이유에서 위에서 본 다른 각종 법률에서는 정지기간의 범위를 법률에 명시하여 하위법규에 위임을 하는 입법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에 반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은 정지기간의 범위에 관하여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국가기술자격법의 다른 규정이나 자격기본법 등 다른 관련 법률에서도 기술자격 정지에 관련된 규정을 찾아 볼 수 없다. 이에 따라 이 사건 법률조항의 규정내용과 국가기술자격법의 다른 규정 및 관련 법규를 유기적·체계적으로 종합하여 판단해 보아도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임에 따라 시행령에 규정될 자격정지 기간의 범위 특히 상한이 대강 어떤 것이 될 지를 전혀 예측할 수 없다.

이 사건 법률조항과 마찬가지로 정지처분에 있어 정지기간의 범위에 관하여 법률에 상한을 정하지 않은 채 포괄적으로 하위법규에 위임하고 있는 약사법이나 자격기본법의 경우에는 그 각각의 법률에 정지 처분보다 더 중한 처분인 취소처분을 받은 자에 대하여 취소처분을 받은 때

로부터 일정 기간이 경과하지 아니하면 동일한 자격이나 면허를 취득하지 못하도록 하는 재취득금지 기간을 규정하고 있으나, 이 사건 국가기술자격법에는 그러한 규정이 없다. 만일 취소처분을 받은 자의 자격 재취득금지 기간에 관한 규정이 있다고 한다면 정지기간의 상한이 규정되어 있지 않다 하더라도 취소처분을 받은 자의 재취득금지 기간보다 더 긴 정지기간을 규정하여 사실상 취소보다 정지가 오히려 더 무거운 처분이 되는 하위법규를 만들 것이라고 예상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정지기간의 범위가 취소처분을 받은 자의 재취득금지 기간보다 길지 않은 기간이 될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다고 볼 여지도 있으나, 이 사건 국가기술자격법의 경우에는 그와 같은 규정조차도 없어 대통령령에 정해질 정지기간을 예측할 수 있을 만한 규정이 전혀 없다.

(3)노동부장관은, “기술자격 검정을 받는 자가 그 검정에 관하여 부정한 행위를 한 때에는 당해 검정을 중지 또는 무효로 하고 3년간 이 법에 의한 검정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정지된다.”고 규정하고 있는 국가기술자격법 제12조 제3항이 자격정지 처분의 정지기간에 대한 대강의 한계를 제시해 준다고 주장하나, 위 조항은 기술자격을 취득하려는 자가 그 자격 취득을 위한 검정시험 과정에서 부정한 행위를 한 경우 그에 대한 불이익으로 향후 기술자격 취득을 위한 검정시험에 응시할 수 없는 일정 기간을 규정한 것으로서 이미 기술자격을 취득한 자에 대하여 일정한 사유를 이유로 그 취득 자격을 정지시키는 자격정지처분의 정지기간을 예측할 수 있게 해주는 조항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4)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은 기술자격 보유자의 자격에 대한 정지처분의 기간에 대하여 구체적이고 명확한 규정을 두지 아니한 채 이를 대통령령에 포괄적으로 위임함으로써 행정부에게 지나치게 광범위한 입법재량권을 주는 결과를 낳았고, 이로 인하여 기술자격 보유자로 하여금 그가 받게 될 자격정지처분의 내용이나 범위를 예측할 수 없게 만들었다.

4.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난 포괄적인 위임입법에 해당하여 헌법 제75조에 위반되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에 의한 것이다.

재판관 윤영철(재판장) 한대현 하경철 김영일 권 성 김효종

김경일(주심) 송인준 주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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