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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9. 8. 29. 선고 2018도13792 전원합의체 판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강요(일부인정된죄명:강요미수)·강요미수·사기미수·증거인멸교사·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인정된죄명:뇌물수수)·국회에서의증언·감정등에관한법률위반·범죄수익은닉의규제및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알선수재)]〈공무원과 비공무원이 공모한, 기업 대표 등에 대한 뇌물 수수와 강요 등 사건〉[공2019하,1891]

판시사항

[1] 전문증거의 증거능력 / 다른 사람의 진술을 내용으로 하는 진술이 전문증거인지 본래증거인지 판단하는 기준 / 어떤 진술이 기재된 서류가 그 내용의 진실성이 범죄사실에 대한 직접증거로 사용될 경우, 전문증거인지 여부(적극) 및 어떠한 내용의 진술을 하였다는 사실 자체에 대한 정황증거로 사용될 것이라는 이유로 서류의 증거능력을 인정한 다음 그 사실을 다시 진술 내용이나 그 진실성을 증명하는 간접사실로 사용하는 경우, 그 서류는 전문증거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2] 공무원과 공무원이 아닌 사람(비공무원)에게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이 성립하기 위한 요건 / 공무원이 뇌물공여자로 하여금 공무원과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 관계에 있는 비공무원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한 경우, 제3자뇌물수수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소극) / 금품이나 이익 전부에 관하여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이 성립한 이후 뇌물이 실제로 공동정범인 공무원 또는 비공무원 중 누구에게 귀속되었는지가 이미 성립한 뇌물수수죄에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소극)

[3] 뇌물죄에서 뇌물의 내용인 이익의 의미 / 뇌물수수죄에서 말하는 ‘수수’의 의미 및 뇌물에 대한 법률상 소유권을 취득하여야 하는지 여부(소극) / 뇌물수수자가 뇌물로 제공된 물건에 대한 법률상 소유권 취득의 요건을 갖추지 않았더라도 그 물건 자체를 뇌물로 받은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 / 뇌물수수자가 뇌물공여자에 대한 내부관계에서 물건에 대한 실질적인 사용·처분권한을 취득하였으나 뇌물수수 사실을 은닉하거나 뇌물공여자가 계속 그 물건에 대한 비용 등을 부담하기 위하여 소유권 이전의 형식적 요건을 유보하는 경우, 뇌물수수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적극)

[4] 제3자뇌물수수죄에서 ‘뇌물’과 ‘부정한 청탁’의 의미 및 직무와 관련된 뇌물에 해당하는지 또는 부정한 청탁이 있었는지 판단하는 기준

[5] 강요죄의 수단인 ‘협박’의 의미와 내용 및 협박받는 사람에게 공포심 또는 위구심을 일으킬 정도의 해악을 고지하였는지 판단하는 기준 / 직무상 또는 사실상 상대방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직업이나 지위에 있는 행위자가 직업이나 지위에 기초하여 상대방에게 어떠한 이익 등의 제공을 요구한 경우, 곧바로 그 요구 행위를 협박이라고 단정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및 이때 그 요구 행위가 강요죄의 수단으로서 해악의 고지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기준

판결요지

[1] 형사소송법제310조의2 에서 원칙적으로 전문증거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고, 제311조 부터 제316조 까지 정한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증거능력을 인정한다. 다른 사람의 진술을 내용으로 하는 진술이 전문증거인지는 요증사실이 무엇인지에 따라 정해진다. 다른 사람의 진술, 즉 원진술의 내용인 사실이 요증사실인 경우에는 전문증거이지만, 원진술의 존재 자체가 요증사실인 경우에는 본래증거이지 전문증거가 아니다.

어떤 진술이 기재된 서류가 그 내용의 진실성이 범죄사실에 대한 직접증거로 사용될 때는 전문증거가 되지만, 그와 같은 진술을 하였다는 것 자체 또는 진술의 진실성과 관계없는 간접사실에 대한 정황증거로 사용될 때는 반드시 전문증거가 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어떠한 내용의 진술을 하였다는 사실 자체에 대한 정황증거로 사용될 것이라는 이유로 서류의 증거능력을 인정한 다음 그 사실을 다시 진술 내용이나 그 진실성을 증명하는 간접사실로 사용하는 경우에 그 서류는 전문증거에 해당한다. 서류가 그곳에 기재된 원진술의 내용인 사실을 증명하는 데 사용되어 원진술의 내용인 사실이 요증사실이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우 형사소송법 제311조 부터 제316조 까지 정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면 증거능력이 없다.

[2] [다수의견] 신분관계가 없는 사람이 신분관계로 인하여 성립될 범죄에 가공한 경우에는 신분관계가 있는 사람과 공범이 성립한다( 형법 제33조 본문 참조). 이 경우 신분관계가 없는 사람에게 공동가공의 의사와 이에 기초한 기능적 행위지배를 통한 범죄의 실행이라는 주관적·객관적 요건이 충족되면 공동정범으로 처벌한다. 공동가공의 의사는 공동의 의사로 특정한 범죄행위를 하기 위하여 일체가 되어 서로 다른 사람의 행위를 이용하여 자기의 의사를 실행에 옮기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따라서 공무원이 아닌 사람(이하 ‘비공무원’이라 한다)이 공무원과 공동가공의 의사와 이를 기초로 한 기능적 행위지배를 통하여 공무원의 직무에 관하여 뇌물을 수수하는 범죄를 실행하였다면 공무원이 직접 뇌물을 받은 것과 동일하게 평가할 수 있으므로 공무원과 비공무원에게 형법 제129조 제1항 에서 정한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이 성립한다.

형법은 제130조 에서 제129조 제1항 뇌물수수죄와는 별도로 공무원이 그 직무에 관하여 뇌물공여자로 하여금 제3자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한 경우에는 부정한 청탁을 받고 그와 같은 행위를 한 때에 뇌물수수죄와 법정형이 동일한 제3자뇌물수수죄로 처벌하고 있다. 제3자뇌물수수죄에서 뇌물을 받는 제3자가 뇌물임을 인식할 것을 요건으로 하지 않는다. 그러나 공무원이 뇌물공여자로 하여금 공무원과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 관계에 있는 비공무원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한 경우에는 공동정범의 성질상 공무원 자신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공무원과 공동정범 관계에 있는 비공무원은 제3자뇌물수수죄에서 말하는 제3자가 될 수 없고, 공무원과 공동정범 관계에 있는 비공무원이 뇌물을 받은 경우에는 공무원과 함께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이 성립하고 제3자뇌물수수죄는 성립하지 않는다.

뇌물수수죄의 공범들 사이에 직무와 관련하여 금품이나 이익을 수수하기로 하는 명시적 또는 암묵적 공모관계가 성립하고 공모 내용에 따라 공범 중 1인이 금품이나 이익을 주고받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주고받은 때 그 금품이나 이익 전부에 관하여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이 성립하고, 금품이나 이익의 규모나 정도 등에 대하여 사전에 서로 의사의 연락이 있거나 금품 등의 구체적 금액을 공범이 알아야 공동정범이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금품이나 이익 전부에 관하여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이 성립한 이후에 뇌물이 실제로 공동정범인 공무원 또는 비공무원 중 누구에게 귀속되었는지는 이미 성립한 뇌물수수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공무원과 비공무원이 사전에 뇌물을 비공무원에게 귀속시키기로 모의하였거나 뇌물의 성질상 비공무원이 사용하거나 소비할 것이라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은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이 성립한 이후 뇌물의 처리에 관한 것에 불과하므로 뇌물수수죄가 성립하는 데 영향이 없다.

[대법관 조희대, 대법관 안철상, 대법관 이동원의 별개의견] 공무원과 비공무원이 공동가공의 의사와 이를 기초로 한 기능적 행위지배를 통하여 공무원의 직무에 관하여 뇌물을 수수하는 범죄를 실행하였다면 공무원과 비공무원에게 형법 제129조 제1항 에서 정한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이 성립할 수 있다. 그러나 공무원과 비공무원이 뇌물을 받으면 뇌물을 비공무원에게 귀속시키기로 미리 모의하거나 뇌물의 성질에 비추어 비공무원이 전적으로 사용하거나 소비할 것임이 명백한 경우에 공무원이 증뢰자로 하여금 비공무원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하였다면 형법 제130조 의 제3자뇌물수수죄의 성립 여부가 문제 될 뿐이며, 공무원과 비공무원에게 형법 제129조 제1항 의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이 성립한다고 할 수는 없다.

[대법관 박상옥의 별개의견] 다수의견의 논리 중 공무원과 비공무원 사이의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 성립에 관한 일반론 부분에 대하여는 동의하지만, 뇌물을 비공무원에게 전적으로 귀속시키기로 모의하거나 뇌물의 성질상 비공무원이 사용하거나 소비할 것인데도 비공무원이 뇌물을 받은 경우까지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이 성립한다고 하는 부분에 대하여는 동의하지 않는다. 우리 형법제129조 제1항 의 뇌물수수죄와 별도로 제130조 에서 제3자뇌물수수죄를 규정하고 있는 이상 공무원이 아닌 비공무원인 제3자가 뇌물을 수수한 경우에는 뇌물의 귀속주체와 성질이 어떠한지에 따라 그 뇌물수수죄 또는 제3자뇌물수수죄가 성립하는지를 달리 평가하여야 한다.

[3] 뇌물죄에서 뇌물의 내용인 이익은 금전, 물품 그 밖의 재산적 이익과 사람의 수요 욕망을 충족시키기에 충분한 일체의 유형·무형의 이익을 포함한다. 뇌물수수죄에서 말하는 ‘수수’란 받는 것, 즉 뇌물을 취득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취득이란 뇌물에 대한 사실상의 처분권을 획득하는 것을 의미하고, 뇌물인 물건의 법률상 소유권까지 취득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뇌물수수자가 법률상 소유권 취득의 요건을 갖추지는 않았더라도 뇌물로 제공된 물건에 대한 점유를 취득하고 뇌물공여자 또는 법률상 소유자로부터 반환을 요구받지 않는 관계에 이른 경우에는 그 물건에 대한 실질적인 사용·처분권한을 갖게 되어 그 물건 자체를 뇌물로 받은 것으로 보아야 한다.

뇌물수수자가 뇌물공여자에 대한 내부관계에서 물건에 대한 실질적인 사용·처분권한을 취득하였으나 뇌물수수 사실을 은닉하거나 뇌물공여자가 계속 그 물건에 대한 비용 등을 부담하기 위하여 소유권 이전의 형식적 요건을 유보하는 경우에는 뇌물공여자와 뇌물수수자 사이에서는 소유권을 이전받은 경우와 다르지 않으므로 그 물건을 뇌물로 받았다고 보아야 한다. 뇌물수수자가 교부받은 물건을 뇌물공여자에게 반환할 것이 아니므로 뇌물수수자에게 영득의 의사도 인정된다.

[4] 형법 제130조 제3자뇌물수수죄는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직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하는 행위를 구성요건으로 한다. 여기에서 뇌물이란 공무원의 직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매개로 제3자에게 교부되는 위법·부당한 이익을 말하고, 형법 제129조 뇌물죄와 마찬가지로 직무관련성이 있으면 인정된다.

‘부정한 청탁’이란 청탁이 위법·부당한 직무집행을 내용으로 하는 경우는 물론, 청탁의 대상이 된 직무집행 그 자체는 위법·부당하지 않더라도 직무집행을 어떤 대가관계와 연결시켜 직무집행에 관한 대가의 교부를 내용으로 하는 경우도 포함한다. 청탁의 대상인 직무행위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특정할 필요도 없다. 부정한 청탁의 내용은 공무원의 직무와 제3자에게 제공되는 이익 사이의 대가관계를 인정할 수 있을 정도로 특정하면 충분하고, 이미 발생한 현안뿐만 아니라 장래 발생될 것으로 예상되는 현안도 위와 같은 정도로 특정되면 부정한 청탁의 내용이 될 수 있다. 부정한 청탁은 명시적인 의사표시가 없더라도 청탁의 대상이 되는 직무집행의 내용과 제3자에게 제공되는 금품이 직무집행에 대한 대가라는 점에 대하여 당사자 사이에 공통의 인식이나 양해가 있는 경우에는 묵시적 의사표시로 가능하다.

제3자뇌물수수죄에서 직무와 관련된 뇌물에 해당하는지 또는 부정한 청탁이 있었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직무와 청탁의 내용, 공무원과 이익 제공자의 관계, 이익의 다과, 수수 경위와 시기 등의 여러 사정과 아울러 직무집행의 공정, 이에 대한 사회의 신뢰와 직무수행의 불가매수성이라고 하는 뇌물죄의 보호법익에 비추어 이익의 수수로 말미암아 사회 일반으로부터 직무집행의 공정성을 의심받게 되는지 등이 기준이 된다.

[5] [다수의견] 강요죄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하거나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는 범죄이다. 여기에서 협박은 객관적으로 사람의 의사결정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의사실행의 자유를 방해할 정도로 겁을 먹게 할 만한 해악을 고지하는 것을 말한다. 이와 같은 협박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발생 가능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는 정도의 구체적인 해악의 고지가 있어야 한다.

해악의 고지는 반드시 명시적인 방법이 아니더라도 말이나 행동을 통해서 상대방에게 어떠한 해악을 끼칠 것이라는 인식을 갖도록 하면 충분하고, 제3자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할 수도 있다. 행위자가 그의 직업, 지위 등에 기초한 위세를 이용하여 불법적으로 재물의 교부나 재산상 이익을 요구하고 상대방이 불응하면 부당한 불이익을 입을 위험이 있다는 위구심을 일으키게 하는 경우에도 해악의 고지가 된다. 협박받는 사람이 공포심 또는 위구심을 일으킬 정도의 해악을 고지하였는지는 행위 당사자 쌍방의 직무, 사회적 지위, 강요된 권리·의무에 관련된 상호관계 등 관련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

행위자가 직무상 또는 사실상 상대방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직업이나 지위에 있고 직업이나 지위에 기초하여 상대방에게 어떠한 요구를 하였더라도 곧바로 그 요구 행위를 위와 같은 해악의 고지라고 단정하여서는 안 된다. 특히 공무원이 자신의 직무와 관련한 상대방에게 공무원 자신 또는 자신이 지정한 제3자를 위하여 재산적 이익 또는 일체의 유·무형의 이익 등을 제공할 것을 요구하고 상대방은 공무원의 지위에 따른 직무에 관하여 어떠한 이익을 기대하며 그에 대한 대가로서 요구에 응하였다면, 다른 사정이 없는 한 공무원의 위 요구 행위를 객관적으로 사람의 의사결정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의사실행의 자유를 방해할 정도로 겁을 먹게 할 만한 해악의 고지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행위자가 직업이나 지위에 기초하여 상대방에게 어떠한 이익 등의 제공을 요구하였을 때 그 요구 행위가 강요죄의 수단으로서 해악의 고지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행위자의 지위뿐만 아니라 그 언동의 내용과 경위, 요구 당시의 상황, 행위자와 상대방의 성행·경력·상호관계 등에 비추어 볼 때 상대방으로 하여금 그 요구에 불응하면 어떠한 해악에 이를 것이라는 인식을 갖게 하였다고 볼 수 있는지, 행위자와 상대방이 행위자의 지위에서 상대방에게 줄 수 있는 해악을 인식하거나 합리적으로 예상할 수 있었는지 등을 종합하여 판단해야 한다. 공무원인 행위자가 상대방에게 어떠한 이익 등의 제공을 요구한 경우 위와 같은 해악의 고지로 인정될 수 없다면 직권남용이나 뇌물 요구 등이 될 수는 있어도 협박을 요건으로 하는 강요죄가 성립하기는 어렵다.

[대법관 박정화, 대법관 민유숙, 대법관 김선수의 별개의견] 다수의견이 지적한 것처럼 행위자가 상대방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지위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그 지위에 기초한 요구를 해악의 고지로 평가할 수는 없다. 이러한 요구를 해악의 고지로 평가할 수 있는지는 행위자와 상대방 사이의 관계와 지위뿐 아니라 그 요구의 내용, 요구 당시의 상황과 언행, 상대방이 요구에 응하게 된 경위와 당사자가 그 과정에서 보인 태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은 종래 해악의 고지는 언어나 거동에 의하여 상대방으로 하여금 어떠한 해악에 이르게 할 것이라는 인식을 갖도록 하는 것이면 충분하고, 행위자가 그 지위 등에 기한 불법한 위세를 이용하여 특정 요구를 함으로써 상대방으로 하여금 그에 응하지 아니한 때에는 부당한 불이익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는 위구심을 야기하는 경우에도 해악의 고지가 된다고 일관되게 판시하여 왔다. 이는 행위자의 요구가 강요죄의 수단으로서 해악의 고지에 해당하는지는 구체적인 사정을 두루 참작하여 판단하여야 하고 개별적인 사정을 단편적으로 보아 판단할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참조판례

[1] 대법원 2012. 7. 26. 선고 2012도2937 판결 (공2012하, 1530) 대법원 2013. 6. 13. 선고 2012도16001 판결 (공2013하, 1276) 대법원 2018. 5. 15. 선고 2017도19499 판결 [2][4] 대법원 2006. 6. 15. 선고 2004도3424 판결 (공2006하, 1384) 대법원 2017. 3. 15. 선고 2016도19659 판결 (공2017상, 826) [2] 대법원 2001. 11. 9. 선고 2001도4792 판결 (공2002상, 119) 대법원 2008. 4. 10. 선고 2008도1274 판결 (공2008상, 708) 대법원 2011. 7. 14. 선고 2011도3180 판결 (공2011하, 1686) 대법원 2014. 12. 24. 선고 2014도10199 판결 [3] 대법원 1979. 10. 10. 선고 78도1793 판결 (공1979, 12283) 대법원 2006. 4. 27. 선고 2006도735 판결 (공2006상, 990) 대법원 2014. 1. 29. 선고 2013도13937 판결 (공2014상, 549) [4] 대법원 2007. 1. 26. 선고 2004도1632 판결 (공2007상, 410) 대법원 2007. 11. 16. 선고 2004도4959 판결 대법원 2011. 9. 8. 선고 2011도7503 판결 대법원 2017. 12. 22. 선고 2017도12346 판결 (공2018상, 379) [5] 대법원 1995. 9. 29. 선고 94도2187 판결 (공1995하, 3648) 대법원 2002. 8. 27. 선고 2001도6747 판결 대법원 2002. 11. 22. 선고 2002도3501 판결 대법원 2003. 5. 13. 선고 2003도709 판결 (공2003상, 1405) 대법원 2003. 9. 26. 선고 2003도763 판결 (공2003하, 2129) 대법원 2005. 7. 15. 선고 2004도1565 판결 (공2005하, 1380) 대법원 2010. 4. 29. 선고 2007도7064 판결 대법원 2011. 5. 26. 선고 2011도2412 판결 대법원 2011. 7. 28. 선고 2011도1739 판결 (공2011하, 1881) 대법원 2013. 4. 11. 선고 2010도13774 판결 (공2013상, 895)

피 고 인

피고인 1 외 1인

상 고 인

피고인들, 특별검사, 검사

변 호 인

법무법인 이담 외 5인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들에 대한 유죄 부분(이유무죄 부분 포함)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검사의 나머지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에 제출된 서면들은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소송절차의 위법 여부와 피고인 2의 업무수첩과 진술(이하 ‘피고인 2의 업무수첩 등’이라 한다)의 증거능력 인정 여부

가. 피고인 1에 대한 소송절차의 위법 여부

1) 원심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가)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않지만( 헌법 제84조 ), 피고인 1을 대통령의 공범으로 기소하는 것이 이에 반하는 것은 아니다.

나) 이 사건에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이하 ‘직권남용’이라 한다)죄와 강요죄로 기소한 후 제3자뇌물수수로 인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정범죄가중법’이라 한다) 위반(뇌물)죄로 추가 기소한 것은 이중기소에 해당하지 않는다.

다) 피고인 1이 주장하는 공소사실 기재 부분이 법관에게 예단을 갖게 하여 범죄사실의 실체를 파악하는 데 장애가 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공소장일본주의에 위배되지 않는다.

라) 박근혜 정부의 ○○○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검법’이라 한다)에서 정한 파견검사는 특별검사 또는 특별검사보의 지휘·감독을 받아 공소유지에 관여할 수 있다.

마) 검사가 피고인 1에 대하여 △△그룹 관련 직권남용죄와 강요죄로 기소한 후 △△그룹과 □□□□그룹 관련 특정범죄가중법 위반(뇌물)죄로 추가 기소하고 피고인 2를 이 부분 공범으로 기소하지 않은 것과 ◇◇그룹 관련 직권남용죄와 강요죄로 기소한 후 특별검사가 특정범죄가중법 위반(뇌물)죄로 추가 기소한 것은 공소권 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

바) 제1심의 공판진행에 이른바 ‘비변호인 등’ 접견 금지 결정, 추가 구속영장 발부와 구속기간 갱신 결정, 공판기일의 지정과 진행, 소송지휘권 행사, 선고절차, 변론의 병합, 증거신청의 채택 등에 관한 위법이 없다.

2)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피고인 1의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대통령의 불소추특권, 죄형법정주의, 유추·확장해석 금지, 공소장일본주의, 특검법 관련 규정의 해석, 특별검사와 파견검사의 권한, 공소권 남용, 피고인의 방어권, 무죄추정의 원칙, 공정하고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 등 형사소송절차와 피고인의 권리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나. 피고인 2의 업무수첩 등의 증거능력 인정 여부

1) 전문증거에 해당하는지 여부

가) 형사소송법제310조의2 에서 원칙적으로 전문증거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고, 제311조 부터 제316조 까지 정한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증거능력을 인정한다. 다른 사람의 진술을 내용으로 하는 진술이 전문증거인지는 요증사실이 무엇인지에 따라 정해진다. 다른 사람의 진술, 즉 원진술의 내용인 사실이 요증사실인 경우에는 전문증거이지만, 원진술의 존재 자체가 요증사실인 경우에는 본래증거이지 전문증거가 아니다 ( 대법원 2012. 7. 26. 선고 2012도2937 판결 등 참조).

어떤 진술이 기재된 서류가 그 내용의 진실성이 범죄사실에 대한 직접증거로 사용될 때는 전문증거가 되지만, 그와 같은 진술을 하였다는 것 자체 또는 진술의 진실성과 관계없는 간접사실에 대한 정황증거로 사용될 때는 반드시 전문증거가 되는 것이 아니다 ( 대법원 2013. 6. 13. 선고 2012도16001 판결 등 참조). 그러나 어떠한 내용의 진술을 하였다는 사실 자체에 대한 정황증거로 사용될 것이라는 이유로 서류의 증거능력을 인정한 다음 그 사실을 다시 진술 내용이나 그 진실성을 증명하는 간접사실로 사용하는 경우에 그 서류는 전문증거에 해당한다. 서류가 그곳에 기재된 원진술의 내용인 사실을 증명하는 데 사용되어 원진술의 내용인 사실이 요증사실이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우 형사소송법 제311조 부터 제316조 까지 정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면 증거능력이 없다 .

나) 원심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제18대 대통령 박근혜(이하 ‘전 대통령’이라 한다)가 피고인 2에게 말한 내용에 관한 피고인 2의 업무수첩 등에는 ‘전 대통령이 피고인 2에게 지시한 내용’(이하 ‘지시 사항 부분’이라 한다)과 ‘전 대통령과 개별 면담자가 나눈 대화 내용을 전 대통령이 단독 면담 후 피고인 2에게 불러주었다는 내용’(이하 ‘대화 내용 부분’이라 한다)이 함께 있다.

첫째, 피고인 2의 진술 중 지시 사항 부분은 전 대통령이 피고인 2에게 지시한 사실을 증명하기 위한 것이라면 원진술의 존재 자체가 요증사실인 경우에 해당하여 본래증거이고 전문증거가 아니다. 그리고 피고인 2의 업무수첩 중 지시 사항 부분은 형사소송법 제313조 제1항 에 따라 공판준비나 공판기일에서 그 작성자인 피고인 2의 진술로 성립의 진정함이 증명된 경우에는 진술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

둘째, 피고인 2의 업무수첩 등의 대화 내용 부분이 전 대통령과 개별 면담자 사이에서 대화한 내용을 증명하기 위한 진술증거인 경우에는 전문진술로서 형사소송법 제316조 제2항 에 따라 원진술자가 사망, 질병, 외국거주, 소재불명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진술할 수 없고 그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한 것임이 증명된 때에 한하여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 2의 업무수첩 등이 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따라서 피고인 2의 업무수첩 등은 전 대통령과 개별 면담자가 나눈 대화 내용을 추단할 수 있는 간접사실의 증거로 사용하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 이를 허용하면 대화 내용을 증명하기 위한 직접증거로 사용할 수 없는 것을 결국 대화 내용을 증명하는 증거로 사용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다) 원심판결 이유를 위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피고인 1과 특별검사·검사의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전문법칙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 특별검사가 상고이유로 들고 있는 대법원판결은 이 사건과 사안이 다르므로 이 사건에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않다.

2) 형사소송법 제315조 제3호 에 해당하는지 여부

상업장부, 항해일지, 진료일지 또는 이와 유사한 금전출납부 등과 같이 범죄사실의 인정 여부와 상관없이 자기에게 맡겨진 사무를 처리한 내역을 그때그때 계속적, 기계적으로 기재한 문서는 사무처리 내역을 증명하기 위하여 존재하는 문서로서 형사소송법 제315조 제2호 에 따라 당연히 증거능력이 인정된다. 이러한 문서는 업무의 기계적 반복성으로 말미암아 허위로 작성될 여지가 적고, 또 문서의 성질에 비추어 고도의 신용성이 인정되어 반대신문의 필요가 없거나 작성자를 소환해도 서면제출 이상의 의미가 없기 때문에 당연히 증거능력을 인정한 것이다. 형사소송법 제315조 제3호 는 ‘기타 특히 신용할 만한 정황에 의하여 작성된 문서’가 당연히 증거능력이 있다고 정하고 있는데, ‘기타’라는 문언으로 형사소송법 제315조 제1호 제2호 의 문서들을 제3호 에서 정한 문서의 예시로 삼고 있다. 전문법칙에 관한 규정 체계·입법 취지와 함께 형사소송법 제315조 의 규정형식을 살펴보면, 형사소송법 제315조 제3호 에서 정한 문서는 제1호 제2호 에서 열거된 공권적 증명문서와 업무상 통상문서에 준하여 ‘굳이 반대신문의 기회 부여가 문제 되지 않을 정도로 고도의 신용성에 관한 정황적 보장이 있는 문서’를 뜻한다( 대법원 2015. 7. 16. 선고 2015도2625 전원합의체 판결 , 대법원 2017. 12. 5. 선고 2017도12671 판결 등 참조).

피고인 2의 업무수첩은 피고인 2가 사무처리의 편의를 위하여 자신이 경험한 사실 등을 기재해 놓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것은 ‘굳이 반대신문의 기회 부여가 문제 되지 않을 정도로 고도의 신용성에 관한 정황적 보장이 있는 문서’라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형사소송법 제315조 제3호 의 ‘기타 특히 신용할 만한 정황에 의하여 작성된 문서’에 해당하지 않는다. 피고인 2의 업무수첩이 형사소송법 제315조 제3호 에서 정한 문서에 해당하므로 증거능력이 있다는 특별검사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없다.

2. 특정범죄가중법 위반(뇌물)

가. 공소외 1 승마 지원 관련 특정범죄가중법 위반(뇌물)

1) 피고인 1의 상고이유 주장

가) 공무원과 공무원이 아닌 사람(이하 ‘비공무원’이라 한다)이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이 될 수 있는지 여부와 그 범위

신분관계가 없는 사람이 신분관계로 인하여 성립될 범죄에 가공한 경우에는 신분관계가 있는 사람과 공범이 성립한다( 형법 제33조 본문 참조). 이 경우 신분관계가 없는 사람에게 공동가공의 의사와 이에 기초한 기능적 행위지배를 통한 범죄의 실행이라는 주관적·객관적 요건이 충족되면 공동정범으로 처벌한다 ( 대법원 2011. 7. 14. 선고 2011도3180 판결 등 참조). 공동가공의 의사는 공동의 의사로 특정한 범죄행위를 하기 위하여 일체가 되어 서로 다른 사람의 행위를 이용하여 자기의 의사를 실행에 옮기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 대법원 2001. 11. 9. 선고 2001도4792 판결 , 대법원 2008. 4. 10. 선고 2008도1274 판결 등 참조). 따라서 비공무원이 공무원과 공동가공의 의사와 이를 기초로 한 기능적 행위지배를 통하여 공무원의 직무에 관하여 뇌물을 수수하는 범죄를 실행하였다면 공무원이 직접 뇌물을 받은 것과 동일하게 평가할 수 있으므로 공무원과 비공무원에게 형법 제129조 제1항 에서 정한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이 성립한다 .

형법제130조 에서 제129조 제1항 뇌물수수죄와는 별도로 공무원이 그 직무에 관하여 뇌물공여자로 하여금 제3자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한 경우에는 부정한 청탁을 받고 그와 같은 행위를 한 때에 뇌물수수죄와 법정형이 동일한 제3자뇌물수수죄로 처벌하고 있다. 제3자뇌물수수죄에서 뇌물을 받는 제3자가 뇌물임을 인식할 것을 요건으로 하지 않는다 ( 대법원 2006. 6. 15. 선고 2004도3424 판결 등 참조). 그러나 위에서 본 것처럼 공무원이 뇌물공여자로 하여금 공무원과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 관계에 있는 비공무원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한 경우에는 공동정범의 성질상 공무원 자신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공무원과 공동정범 관계에 있는 비공무원은 제3자뇌물수수죄에서 말하는 제3자가 될 수 없고 ( 대법원 2017. 3. 15. 선고 2016도19659 판결 등 참조), 공무원과 공동정범 관계에 있는 비공무원이 뇌물을 받은 경우에는 공무원과 함께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이 성립하고 제3자뇌물수수죄는 성립하지 않는다 .

뇌물수수죄의 공범들 사이에 직무와 관련하여 금품이나 이익을 수수하기로 하는 명시적 또는 암묵적 공모관계가 성립하고 공모 내용에 따라 공범 중 1인이 금품이나 이익을 주고받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주고받은 때 그 금품이나 이익 전부에 관하여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이 성립하고, 금품이나 이익의 규모나 정도 등에 대하여 사전에 서로 의사의 연락이 있거나 금품 등의 구체적 금액을 공범이 알아야 공동정범이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 대법원 2014. 12. 24. 선고 2014도10199 판결 등 참조).

금품이나 이익 전부에 관하여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이 성립한 이후에 뇌물이 실제로 공동정범인 공무원 또는 비공무원 중 누구에게 귀속되었는지는 이미 성립한 뇌물수수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공무원과 비공무원이 사전에 뇌물을 비공무원에게 귀속시키기로 모의하였거나 뇌물의 성질상 비공무원이 사용하거나 소비할 것이라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은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이 성립한 이후 뇌물의 처리에 관한 것에 불과하므로 뇌물수수죄가 성립하는 데 영향이 없다 .

원심은 공소외 1에 대한 승마 지원과 관련된 뇌물이 비공무원인 피고인 1에게 모두 귀속되었더라도 공무원인 전 대통령과 비공무원인 피고인 1 사이에는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이 성립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위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형법 제129조 제1항 뇌물수수죄와 형법 제130조 제3자뇌물수수죄, 공범과 신분, 공동정범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나) 피고인 1과 전 대통령 사이에 공모관계가 있는지 여부

원심은 피고인 1과 전 대통령 사이의 공모관계와 피고인 1의 기능적 행위지배를 인정하였다. 그 이유로 전 대통령이 공소외 2에게 공소외 1에 대한 승마 지원이라는 뇌물을 요구하고, 피고인 1은 승마 지원을 통한 뇌물수수 범행에 이르는 핵심 경과를 조종하거나 저지·촉진하는 등 피고인 1과 전 대통령의 의사를 실행에 옮기는 정도에 이르렀다는 점을 들었다.

원심판결 이유를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공동정범에서의 공모, 기능적 행위지배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잘못이 없다.

다) 말들이 뇌물인지 여부

(1) 뇌물죄에서 뇌물의 내용인 이익은 금전, 물품 그 밖의 재산적 이익과 사람의 수요 욕망을 충족시키기에 충분한 일체의 유형·무형의 이익을 포함한다 ( 대법원 1979. 10. 10. 선고 78도1793 판결 , 대법원 2014. 1. 29. 선고 2013도13937 판결 등 참조). 뇌물수수죄에서 말하는 ‘수수’란 받는 것, 즉 뇌물을 취득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취득이란 뇌물에 대한 사실상의 처분권을 획득하는 것을 의미하고, 뇌물인 물건의 법률상 소유권까지 취득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뇌물수수자가 법률상 소유권 취득의 요건을 갖추지는 않았더라도 뇌물로 제공된 물건에 대한 점유를 취득하고 뇌물공여자 또는 법률상 소유자로부터 반환을 요구받지 않는 관계에 이른 경우에는 그 물건에 대한 실질적인 사용·처분권한을 갖게 되어 그 물건 자체를 뇌물로 받은 것으로 보아야 한다 ( 대법원 2006. 4. 27. 선고 2006도735 판결 등 참조).

뇌물수수자가 뇌물공여자에 대한 내부관계에서 물건에 대한 실질적인 사용·처분권한을 취득하였으나 뇌물수수 사실을 은닉하거나 뇌물공여자가 계속 그 물건에 대한 비용 등을 부담하기 위하여 소유권 이전의 형식적 요건을 유보하는 경우에는 뇌물공여자와 뇌물수수자 사이에서는 소유권을 이전받은 경우와 다르지 않으므로 그 물건을 뇌물로 받았다고 보아야 한다. 뇌물수수자가 교부받은 물건을 뇌물공여자에게 반환할 것이 아니므로 뇌물수수자에게 영득의 의사도 인정된다 .

(2) 원심은 피고인 1과 공소외 3 사이에서 2015. 11. 15.경에는 살시도와 향후 구입할 말들에 관하여 실질적인 사용·처분권한이 피고인 1에게 있다는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보아 제1심과 마찬가지로 피고인 1이 공소외 2 등으로부터 말들 자체를 뇌물로 받았다고 판단하였다.

(3) 원심판결 이유를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뇌물수수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잘못이 없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공소외 2, 공소외 3, 공소외 4 등이 살시도를 구입하는 과정에서 공소외 4는 공소외 5와 상의한 다음 말 소유권이 공소외 6 주식회사(이하 ‘공소외 6 회사’라 한다)에 있다는 것을 명확히 하기 위하여 공소외 5로 하여금 국제승마연맹(FEI)에서 발급하는 말 패스포트의 마주란에 공소외 6 회사를 기재하게 하였다. 그 후 공소외 4는 말 소유권이 공소외 6 회사에 있다는 것을 더 확실하게 하려고 공소외 5를 통하여 피고인 1에게 마필 위탁관리계약서를 작성해 달라고 요구하였다. 피고인 1은 말 패스포트의 마주란에 공소외 6 회사가 소유자로 기재된 것을 듣고 화가 난 상태에서 이러한 요구를 받고 공소외 5에게 ‘윗선에서 공소외 6 회사가 말을 사주기로 다 결정이 났는데 왜 공소외 6 회사 명의로 했냐’고 말하며 화를 냈고 공소외 3을 독일로 당장 들어오게 하라고 지시하였다. 공소외 5는 공소외 4에게 위와 같이 피고인 1이 한 말과 화를 낸 경위를 전달하였다. 공소외 3은 이를 전달받은 후 공소외 5에게 ‘그까짓 말 몇 마리 사주면 된다.’고 말하였고, 2015. 11. 15. 공소외 5에게 ‘기본적으로 원하시는 대로 하겠다.’, ‘결정하는 대로 지원하겠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위와 같은 경위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1과 공소외 4 사이에서는 말 패스포트에 마주의 이름을 기재하는 것이 법적인 것은 아니더라도 승마계에서 말 소유권을 표시하는 방법으로 인식하였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피고인 1은 이미 전 대통령과 공소외 2 사이에서 공소외 6 회사가 피고인 1에게 말을 사주는 것으로 결정하였다고 알고 있는데 공소외 4가 그와 다르게 말 소유권은 공소외 6 회사가 갖고 피고인 1에게 단지 빌려주는 형식을 요구하였기 때문에 화를 냈다고 볼 수 있다. 즉 피고인 1이 이러한 태도를 보인 것은 말 소유권을 원했기 때문이다. 그 후 공소외 3이 취한 언행에 비추어 보면 공소외 3도 피고인 1이 말 소유권을 원한다는 것을 알았다고 보아야 한다.

전 대통령은 2014. 9. 15. 단독 면담에서 공소외 2에게 “대한승마협회 회장사를 공소외 6 회사그룹에서 맡아주고, 승마 유망주들이 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도록 좋은 말도 사주는 등 적극 지원해 달라.”라고 요청하였고, 2015. 7. 25. 단독 면담에서 공소외 2에게 승마 관련 지원이 부족하다며 다시 “승마 유망주를 해외 전지훈련도 보내고 좋은 말도 사줘야 하는데 공소외 6 회사가 그걸 안하고 있다.”라고 말하였다. 전 대통령은 위와 같이 두 차례 단독 면담을 하면서 그때마다 공소외 2에게 ‘좋은 말을 사줘라’고 말하였다. 이러한 요구를 받은 공소외 2의 포괄적인 지시에 따라 공소외 1에 대한 승마 지원 관련 권한을 가진 공소외 3은 피고인 1이 말 소유권을 원한다는 것을 안 후에는 피고인 1에게 말 소유권을 취득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한 상황에서 공소외 3은 공소외 5를 통하여 피고인 1에게 원하는 대로 해주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전달하였다.

따라서 공소외 3은 피고인 1에 대하여 더 이상 말 소유권을 주장하지 않을 것이고 말의 실질적인 사용·처분권한이 피고인 1에게 있다는 것을 인정하며 그와 관련하여 피고인 1이 구체적으로 원하는 조치는 피고인 1이 결정하는 대로 받아들이겠다는 의사를 표시하였고, 피고인 1과 그러한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나) 공소외 5가 2015. 11. 17. 공소외 4에게 전한 피고인 1의 요구사항에는 말 소유자 등록 문제가 기재되어 있으나 피고인 1이 말 소유권을 원한다고 명시적으로 기재되어 있지는 않다. 그러나 공소외 5는 위 요구사항에 관하여 공소외 2에 대한 뇌물공여 등 사건(이하 ‘관련사건’이라 한다) 제1심에서 피고인 1이 화를 낸 것은 분명히 말 소유권 때문이 맞고 화가 진정된 후에 위 요구사항에 기재된 내용과 같이 이야기한 것은 공소외 6 회사 측에 문건을 보내면서 ‘말을 사주기로 했는데 왜 그러느냐’는 표현을 쓸 수 없으니 위와 같이 핑계를 댄 것 같다고 진술하였다.

위에서 본 것처럼 피고인 1은 말 소유권을 원했기 때문에 화를 냈고 공소외 3이 이를 알고 2015. 11. 15. 피고인 1에게 원하는 대로 해주겠다는 뜻을 명확히 전달하였으므로 이미 피고인 1은 공소외 3으로부터 원하는 답을 얻었다. 따라서 피고인 1이 공소외 3, 공소외 4에게 위 요구사항을 보내면서 다시 말 소유권을 원한다는 말을 직접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위 요구사항은 위 (가)에서 본 2015. 11. 15. 합의 내용을 전제로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완곡하게 전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피고인 1로서는 공소외 6 회사에 대한 관계에서 말 소유권이 피고인 1에게 있다는 것을 확인하면 충분하였고 공소외 6 회사로부터 승마 지원을 받는 동안에는 공소외 6 회사가 법률상 소유자의 지위를 유지하면서 소유권 침해에 대한 대응, 유지비 부담, 언론의 추적을 회피하기 위한 필요한 조치 등을 할 필요가 있었다. 피고인 1의 2015. 11. 17. 요구사항은 위와 같은 사정을 배경으로 제시되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위 요구사항에 마필 위탁관리계약서의 작성을 거절한다는 내용이 없는데도 위와 같은 과정을 거친 후 마필 위탁관리계약서가 작성되지 않았다는 사정도 이에 부합한다.

(다) 공소외 3 등이 2016. 2. 4. 비타나와 라우싱을 매수할 때에는 살시도의 경우와 달리 공소외 6 회사의 내부 기안문에서 패스포트와 소유주 부분이 삭제되었고, 말을 자산관리대장에 유형자산으로 등재하지 않았으며, 회계처리에서만 구입비용을 선급금으로 기재하였다. 피고인 1이 관여할 수 없는 공소외 6 회사 내부에서 이루어진 이러한 조치는 공소외 3 등 공소외 6 회사 측에서 비타나와 라우싱을 매수할 당시에는 말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다는 인식이 있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비타나와 라우싱의 패스포트 마주란에는 공소외 6 회사가 기재되지 않았고 종전 마주의 이름이 기재된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였다.

(라) 공소외 3 등은 공소외 1에 대한 승마 지원에 관한 의혹이 제기되고 언론의 취재가 진행되자 이를 회피하기 위하여 2016. 8. 22. 공소외 6 회사가 ☆☆☆☆☆☆ ☆☆☆☆(이하 ‘☆☆☆☆☆☆’라 한다)에 살시도, 비타나, 라우싱을 매매대금 합계 269만 100유로에 매도하는 내용의 매매계약을 한 것처럼 가장하였다. 공소외 3, 공소외 4는 2016. 9. 28.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 호텔에서 피고인 1을 만나 뇌물제공 사실을 숨기는 방법으로 ☆☆☆☆☆☆와 프로그램을 돌려 말 값을 정산하는 방안을 논의하였다. 그에 따르면 실제로는 공소외 6 회사가 말 값을 지급하는 것인데도 외형상으로는 공소외 6 회사가 말을 처분하고 ☆☆☆☆☆☆가 말을 매수한 것처럼 보이게 되고, 공소외 2, 공소외 3, 공소외 4 등이 피고인 1에게 말을 뇌물로 제공한 사실을 숨길 수 있게 된다.

피고인 1은 2016. 9. 30. 공소외 7 회사 명의로 ☆☆☆☆☆☆와 살시도, 비타나에 67만 유로를 더해 블라디미르, 스타샤와 교환하는 계약을 체결하였다. 공소외 3은 피고인 1에게 그랑프리급 말을 같은 급으로 대체해서 대회에 출전하면 또 추적의 대상이 된다는 이유로 그랑프리급 말의 교체를 반대하며 아시안게임 이후에나 하라는 의사를 전하였으나 피고인 1은 공소외 3의 의사에 반하여 그랑프리급 말인 블라디미르로 교체하였다. 그 후 공소외 3, 공소외 4는 2016. 10. 19.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 호텔에서 피고인 1 등과 만나 승마 지원 관계를 종료하기로 하면서 범행 은닉에 필요한 조치를 논의하고, 위 블라디미르를 처분하기로 한 것 외에는 피고인 1이 나머지 말들을 종국적으로 소유하는 전제로 협의를 하였다. 이러한 사정은 피고인 1에게 말의 처분에 관한 실질적인 권한이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마) 요컨대, 공소외 2는 전 대통령과 단독 면담을 할 때 전 대통령으로부터 승마 지원을 요구받고 그 직무와 관련한 뇌물을 제공하기 위하여 공소외 1에게 승마 지원을 하였다. 두 차례의 단독 면담에서 전 대통령으로부터 ‘좋은 말을 사줘라’는 요구를 받았고 2차 단독 면담에서 재차 요구를 받은 다음 적극적이고 신속하게 승마 지원을 진행하였다. 그 과정에서 지원의 구체적인 내용은 피고인 1 측에서 정하는 대로 이루어졌다. 전 대통령의 요구에 따라 피고인 1에게 뇌물을 제공하는 공소외 2 등으로서는 피고인 1이 가급적 만족할 수 있도록 원하는 대로 뇌물을 제공하되 그 사실이 외부에 드러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관심사였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경위로 피고인 1에게 공소외 1이 탈 말과 피고인 1이 요구하는 돈을 지급한 공소외 2 등이 피고인 1로부터 말 소유권을 갖기를 원한다는 의사를 전달받고 원하는 대로 해주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므로 양측 사이에 말을 반환할 필요가 없고 실질적인 사용·처분권한을 이전한다는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

위와 같은 합의 이후 말들에 대한 조치들은 모두 위 합의를 기초로 이루어졌다. 공소외 2 등이 공소외 6 회사의 자금으로 구입한 말들에 대한 점유가 피고인 1에게 이전되어 피고인 1이 원하는 대로 말들을 계속 사용하였다. 2015. 11. 15. 이후에는 피고인 1이 공소외 6 회사에 말들을 반환할 필요가 없었으며, 피고인 1이 말들을 임의로 처분하거나 잘못하여 말들이 죽거나 다치더라도 그 손해를 공소외 6 회사에 물어주어야 할 필요가 없다. 이러한 경우에 공소외 2 등이 피고인 1에게 제공한 뇌물은 말들이라고 보아야 한다. 이와 달리 뇌물로 제공한 것이 말들에 관한 액수 미상의 사용이익에 불과하다고 보는 것은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고 일반 상식에도 어긋난다.

라) 액수 미상의 뇌물수수약속죄가 성립하는지 여부

원심은, 공소외 6 회사와 공소외 7 회사 사이의 용역계약(이하 ‘이 사건 용역계약’이라 한다)이 체결된 2015. 8. 26. 무렵 피고인 1과 공소외 2 등 사이에서 적어도 당초 합의한 2018년 아시안게임 때까지는 공소외 1에 대한 승마 지원을 목적으로 액수 미상의 뇌물을 주고받겠다는 확정적인 의사 합치가 있었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뇌물수수약속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잘못이 없다.

2) 특별검사의 상고이유 주장

가) 원심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가장행위에 불과한 이 사건 용역계약에 용역대금이 213억 원으로 기재되어 있다는 것만으로 피고인 1과 공소외 2 등 사이에서 213억 원을 뇌물로 수수하기로 하는 합의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 용역계약에 따르더라도 피고인 1이나 전 대통령과 공소외 2 등 사이에서 213억 원을 뇌물로 수수하겠다는 의사가 확정적으로 합치되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말들에 관한 보험계약에 따른 보험이익이 공소외 6 회사에서 피고인 1에게 이전되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 보험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보험금은 공소외 6 회사에 지급되고 공소외 3, 공소외 4 등이 피고인 1에게 보험금을 전달하거나 보험금으로 말을 구입하여 제공하면 그 단계에서 새로운 뇌물수수죄가 성립한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1이 공소외 3으로부터 말들에 대한 보험료 상당액을 받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공소외 6 회사와 공소외 7 회사는 공소외 7 회사가 공소외 6 회사의 비용으로 구입하여 사용한 선수단차량 3대, 말 운송차량 1대에 관하여 소유권이 공소외 6 회사에 있다는 확인서를 작성하였고 공소외 6 회사가 자산관리대장에 위 차량들을 유형자산으로 등재한 사정 등에 비추어 보면, 위 차량들 자체 또는 구입대금을 피고인 1이 뇌물로 받았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나)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뇌물수수약속죄, 뇌물수수죄, 미필적 고의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며 판단을 누락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잘못이 없다.

나. 공소외 8 사단법인(이하 ‘공소외 8 법인’이라 한다) 관련 특정범죄가중법 위반(뇌물)

1) 형법 제130조 제3자뇌물수수죄는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직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하는 행위를 구성요건으로 한다. 여기에서 뇌물이란 공무원의 직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매개로 제3자에게 교부되는 위법·부당한 이익을 말하고, 형법 제129조 뇌물죄와 마찬가지로 직무관련성이 있으면 인정된다 ( 대법원 2006. 6. 15. 선고 2004도3424 판결 , 대법원 2007. 11. 16. 선고 2004도4959 판결 등 참조).

‘ 부정한 청탁’이란 청탁이 위법·부당한 직무집행을 내용으로 하는 경우는 물론, 청탁의 대상이 된 직무집행 그 자체는 위법·부당하지 않더라도 직무집행을 어떤 대가관계와 연결시켜 직무집행에 관한 대가의 교부를 내용으로 하는 경우도 포함한다. 청탁의 대상인 직무행위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특정할 필요도 없다. 부정한 청탁의 내용은 공무원의 직무와 제3자에게 제공되는 이익 사이의 대가관계를 인정할 수 있을 정도로 특정하면 충분하고, 이미 발생한 현안뿐만 아니라 장래 발생될 것으로 예상되는 현안도 위와 같은 정도로 특정되면 부정한 청탁의 내용이 될 수 있다. 부정한 청탁은 명시적인 의사표시가 없더라도 청탁의 대상이 되는 직무집행의 내용과 제3자에게 제공되는 금품이 직무집행에 대한 대가라는 점에 대하여 당사자 사이에 공통의 인식이나 양해가 있는 경우에는 묵시적 의사표시로 가능하다 ( 대법원 2011. 9. 8. 선고 2011도7503 판결 , 대법원 2017. 3. 15. 선고 2016도19659 판결 , 대법원 2017. 12. 22. 선고 2017도12346 판결 등 참조).

제3자뇌물수수죄에서 직무와 관련된 뇌물에 해당하는지 또는 부정한 청탁이 있었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직무와 청탁의 내용, 공무원과 이익 제공자의 관계, 이익의 다과, 수수 경위와 시기 등의 여러 사정과 아울러 직무집행의 공정, 이에 대한 사회의 신뢰와 직무수행의 불가매수성이라고 하는 뇌물죄의 보호법익에 비추어 이익의 수수로 말미암아 사회 일반으로부터 직무집행의 공정성을 의심받게 되는지 등이 기준이 된다 ( 대법원 2007. 1. 26. 선고 2004도1632 판결 등 참조).

2)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승계작업에 관한 공소외 2의 묵시적 청탁과 공소외 8 법인 지원금 사이에 대가관계가 있다고 보아 피고인 1에 대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가) 승계작업이란 ‘공소외 2가 최소한의 개인자금을 사용하여 ◇◇그룹 핵심 계열사들인 공소외 6 회사와 공소외 9 주식회사(이하 ‘공소외 9 회사’라 한다)에 대하여 사실상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을 최대한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가리킨다. 이것은 최소 비용으로 ◇◇그룹 주요 계열사들에 대한 공소외 2의 지배권을 양적·질적으로 강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러한 승계작업은 성질상 고정불변의 것이 아니라, 경제적·사회적·제도적·정치적 환경의 변화에 따라 구체적 내용이 유동적일 수밖에 없다. 승계작업을 구성하는 개별적인 지배구조 개편 내용이 청탁 당시에 구체적으로 특정될 필요는 없고, 전 대통령의 직무와 공소외 8 법인에 제공되는 이익 사이의 대가관계를 인정할 수 있을 정도로 승계작업이 특정되면 부정한 청탁의 내용이 될 수 있다.

나) ◇◇그룹의 지배권을 승계하는 공소외 2는 ◇◇그룹 주요 계열사들에 대한 지배권을 최대한 강화할 필요가 있었고, 이에 따라 지배구조 개편을 진행해 왔다. 공소외 10 주식회사(이하 ‘공소외 10 회사’라 한다)와 공소외 11 주식회사(이하 ‘공소외 11 회사’라 한다)의 유가증권 시장 상장, 공소외 12 주식회사(이하 ‘공소외 12 회사’라 한다)와 공소외 11 회사 사이의 합병(이하 ‘이 사건 합병’이라 한다), 외국자본에 대한 경영권 방어 강화 추진, 이 사건 합병에 따른 신규 순환출자 고리 해소를 위한 공소외 12 회사 주식 처분 최소화, 공소외 9 회사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계획에 대한 금융위원회 승인 추진은 승계작업의 일환으로 진행된 현안들이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승계작업을 인정할 수 있다.

다) 2015. 7. 25. 단독 면담 당시 전 대통령과 공소외 2 사이에는 공소외 2의 승계작업이라는 현안과 관련하여 전 대통령의 우호적인 입장에 관한 공통의 인식과 양해가 형성되어 있었다. 단독 면담에서 전 대통령은 공소외 2에게 공소외 8 법인을 지원해 달라고 요청하였다. 전 대통령과 공소외 2 사이에서는 공소외 2의 승계작업을 위한 전 대통령의 직무집행과 공소외 2의 공소외 8 법인 지원이 직무집행에 대한 대가라는 것에 관하여 공통의 인식이나 양해가 있었다.

라) 전 대통령은 승계작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위와 직무권한을 가지고 있다. 특정 대기업집단의 경영권 승계작업을 돕기 위해 전 대통령의 권한을 사용해달라는 취지의 청탁은 그 자체로 사회상규나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된다. 전 대통령과 공소외 2 사이에는 공소외 8 법인이라는 특정 단체에 대한 지원을 요청하고 받아줄 만한 인적 관계가 없다. 전 대통령은 단독 면담 자리에서 공소외 2에게 공소외 8 법인에 대한 지원을 은밀히 요구하였고, 피고인 1의 요청에 따라 지원 대상, 규모, 방식 등을 구체적으로 특정하여 요구하였다. 공소외 2 등은 공소외 8 법인이 정상적인 공익단체가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는데도 이례적으로 큰 금액을 별다른 검토 없이 요구받은 내용에 따라 지원하였다. 지원이 이루어진 2015. 10.경부터 2016. 3.경까지 사이에 승계작업의 일부를 이루는 이 사건 합병에 따른 순환출자 고리 해소, 외국자본에 대한 경영권 방어 강화, 공소외 9 회사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등의 현안들이 진행되고 있었다.

마) 국내 최대 기업집단인 ◇◇그룹이 전 대통령의 요구에 따라 정상적인 공익단체가 아닌 공소외 8 법인에 큰 금액을 지원한다는 것 자체로 사회 일반으로부터 전 대통령의 직무집행 공정성에 대한 의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바) 피고인 1은 대통령의 권한과 지위, 전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들의 단독 면담에서 이루어지는 대화의 대략적인 내용을 알고 있었고 전 대통령과 공소외 2의 단독 면담 일정을 미리 파악하여 전 대통령에게 공소외 8 법인 관련 문건을 전달하면서 공소외 2에 대한 공소외 8 법인 지원 요청을 부탁하였다. 이러한 사정 등에 따르면 피고인 1과 전 대통령 사이의 공모관계가 인정된다.

3)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에 따르면, 최소 비용으로 ◇◇그룹 주요 계열사들인 공소외 6 회사와 공소외 9 회사에 대한 공소외 2의 지배권 강화라는 뚜렷한 목적을 갖고 미래전략실을 중심으로 ◇◇그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승계작업을 진행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뚜렷한 목적과 성격을 가진 승계작업에 대하여 대통령의 권한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위와 같은 승계작업은 그에 관한 전 대통령의 직무행위와 제공되는 이익 사이에 대가관계를 인정할 수 있을 정도로 특정되었고 부정한 청탁의 내용이 될 수 있다.

승계작업 자체로 대가관계를 인정할 수 있는 이상 승계작업의 일환으로서 이루어지는 구체적인 각각의 현안과 대가관계를 특정하여 증명할 필요는 없고, 그러한 현안이 청탁 당시 이미 발생하고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원심판결 이유를 위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피고인 1의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제3자뇌물수수죄에서 말하는 부정한 청탁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잘못이 없다.

다. 공소외 13 재단법인, 공소외 14 재단법인(이하 각각 ‘공소외 13 재단’, ‘공소외 14 재단’이라 하고, 통칭하여 ‘이 사건 각 재단’이라 한다) 관련 특정범죄가중법 위반(뇌물)

1)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피고인 1에 대한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승계작업에 관한 공소외 2의 묵시적 청탁과 이 사건 각 재단 출연금 사이에 대가관계가 존재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청와대는 이 사건 각 재단에 대한 전체 출연 규모, 공소외 13 재단에 대한 출연금의 증액 여부, 출연 기업의 범위와 재단 설립 일정 등을 정하여 ◁◁◁◁◁◁◁◁(이하 ‘◁◁◁’이라 한다)에 전달하였고, ◁◁◁은 이를 기초로 후원금을 모으는 일반적인 방법으로 기업들의 출연금액을 정해 주었다. 따라서 ◇◇그룹에 대해서만 어떤 대가관계가 있다거나 전 대통령이 유독 공소외 2에게만 승계작업이라는 현안에 대한 대가관계를 인식하고 요청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전 대통령과 공소외 2가 2014. 9. 12. 단독 면담을 하였다고 단정하기에 부족하고, 특별검사가 주장하는 다른 현안들에 관하여 전 대통령과 공소외 2 사이에 이 부분에 관한 부정한 청탁과 대가관계가 모두 인정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사건 각 재단은 제3자뇌물수수죄의 제3자에 해당한다. 공소외 2 등이 피고인 1과 전 대통령이 부담하여야 할 이 사건 각 재단의 출연금을 대신 지급한 것으로 볼 수 없고, 피고인 1과 전 대통령이 이 사건 각 재단 출연금을 직접 받은 것과 동일하게 볼 수 없다.

2)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특별검사의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제3자뇌물수수죄의 성립 요건, 뇌물공여자의 인식과 뇌물수수자의 죄책, 재단법인 출연행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판단을 누락하며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잘못이 없다.

라. △△그룹 관련 특정범죄가중법 위반(뇌물)

1)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전 대통령과 1심 공동피고인 3 사이에 부정한 청탁이 있었고, 피고인 1의 이 부분 범행에 관한 공모관계와 기능적 행위지배도 있었다고 판단하였다.

단독 면담의 성격과 시기, ▷▷▷▷ 면세점 현안의 중요성, 전 대통령의 ‘△△그룹 말씀자료’와 1심 공동피고인 3의 ‘미팅자료’ 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전 대통령과 1심 공동피고인 3의 단독 면담 자리에서 면세점에 관한 대화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전 대통령과 1심 공동피고인 3이 △△그룹의 핵심 현안인 ▷▷▷▷ 면세점 특허 재취득 현안에 대하여 공통의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룹 측은 ▷▷▷▷ 면세점의 고용 문제와 영업의 연속성, 공소외 15 주식회사 상장절차 등의 문제로 청와대 등 내부 방침에서 정해진 일정 또는 이보다 크게 지연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서울 시내면세점 신규특허 발행 절차를 진행할 필요가 있었다. 전 대통령 등 청와대도 그러한 사정을 알고 있었다. 따라서 전 대통령과 1심 공동피고인 3 사이에서 청와대 등 내부 방침에 따른 절차대로 진행하는 것을 포함하는 ‘신규특허 방안의 조속한 추진과 ▷▷▷▷ 면세점의 특허 재취득’에 대한 묵시적 청탁이 있었다고 인정된다.

전 대통령은 단독 면담에서 1심 공동피고인 3의 청탁에 대하여 직무집행의 대가로 1심 공동피고인 3에게 공소외 14 재단에 대한 추가 지원을 요구하였다. 1심 공동피고인 3과 △△그룹 측은 전 대통령의 요구가 직무집행의 대가임을 인식하고 공소외 14 재단에 추가로 75억 원을 지원하기로 한 후 70억 원을 실제로 지급하였다.

피고인 1은 전 대통령에게 관련 사업계획안을 전달하였고, 1심 공동피고인 3과 △△그룹에 대한 공소외 14 재단 추가 지원 요청이 전 대통령의 직무집행과 대가관계에 있다는 사정을 미필적으로 인식하고 있었으므로, 이 부분 제3자뇌물수수 범행에 대하여 피고인 1과 전 대통령 사이의 공모관계도 인정된다.

2) 원심판결 이유를 위에서 본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피고인 1의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제3자뇌물수수죄에서 말하는 부정한 청탁 등 성립 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잘못이 없다.

마. □□□□그룹 관련 특정범죄가중법 위반(뇌물)

1)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공소외 16이 전 대통령에게 부정한 청탁을 하였고, 전 대통령과 피고인 1 등의 고의가 인정되며, 피고인 1의 공모관계와 기능적 행위지배도 있었다고 판단하였다.

공소외 16은 단독 면담에서 공소외 17의 가석방 관련 발언, ♤♤♤ 면세점에 관한 발언, 공소외 18 주식회사의 공소외 19 주식회사 인수·합병에 관한 발언을 하였다. 이는 각각 ‘공소외 17을 형기 만료 전에 조기 석방될 수 있도록 배려해 달라.’, ‘면세점 신규특허 발행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해 달라.’, ‘기업결합 승인 신청에 대하여 신속하게 결론을 내 달라.’는 취지의 명시적 청탁에 해당한다.

공소외 16의 청탁에 따라 전 대통령이 직무집행의 대가로 공소외 14 재단과 가이드러너 사업에 대한 지원을 요구함으로써 공소외 16의 청탁과 전 대통령의 요구가 결합하여 부정한 청탁이 되고, 전 대통령과 □□□□그룹 측 상호 간에 전 대통령의 요구와 □□□□그룹의 현안들에 대한 직무집행 사이에 대가관계가 있다는 인식이 있었다. 전 대통령이 공소외 16에게 피고인 1이 주도적으로 설립·운영한 회사인 공소외 20 주식회사(이하 ‘공소외 20 회사’라 한다)가 기획하여 진행하는 가이드러너 사업에 대한 지원을 요구한 것이 순수한 의미의 협조를 당부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피고인 1은 전 대통령이 2016. 2. 16. 공소외 16과 단독 면담을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전 대통령과 피고인 2를 통하여 □□□□그룹에 가이드러너 연구용역 계약서 등 기획안을 전달하였으며, 공소외 16과 □□□□그룹에 대한 공소외 14 재단과 가이드러너 사업 지원 요청이 전 대통령의 직무집행과 대가관계에 있다는 사정을 미필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따라서 이 부분 제3자뇌물요구 범행에 대하여 피고인 1과 전 대통령 사이의 공모관계도 인정된다.

전 대통령이 피고인 2를 통하여 공소외 20 회사의 가이드러너 연구용역 제안서 등의 문건을 □□□□그룹에 전달하고, 이후 공소외 14 재단의 공소외 21, 공소외 22가 □□□□그룹 관계자들을 만나 89억 원을 지원해 달라고 요구하였으므로 그 즉시 뇌물요구죄는 성립한다.

2) 원심판결 이유를 위에서 본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피고인 1의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제3자뇌물요구죄에서 말하는 부정한 청탁, 요구 등 성립 요건과 공모관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잘못이 없다.

바. 공소외 23·공소외 24 관련 특정범죄가중법 위반(뇌물)

1) 피고인 2의 상고이유 주장

원심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피고인 2는 경제수석비서관으로서 직무집행의 대가로, 공소외 23·공소외 24 부부로부터 2014. 8. 21.경 시가 100만 원 상당의 여성 스카프 1장, 2014. 8. 30.경 시가 100만 원 상당의 양주 1병, 2015. 5. 초순경 루이뷔통 가방 1개와 현금 500만 원, 2016. 5. 중·하순경 딸 결혼식 축의금 명목으로 500만 원을 받았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 이른 사실인정을 다투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실질적으로 사실심 법원의 자유판단에 속하는 원심의 증거 선택과 증명력에 관한 판단을 다투는 것이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아도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뇌물수수죄의 대가성과 뇌물의 가액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없다.

2) 특별검사의 상고이유 주장

원심은, 명절 직전 받은 현금 합계 1,500만 원 부분, 2015. 8. 11.경 받은 현금 300만 원 부분, 2016. 5. 중·하순경 축의금 명목으로 받은 현금 1,000만 원 중 500만 원 부분은 범죄의 증명이 부족하다고 보아, 이를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 2의 수뢰액이 특정범죄가중법 제2조 제1항 제3호 에서 정한 3,000만 원을 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 이른 사실인정을 다투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실질적으로 사실심 법원의 자유판단에 속하는 원심의 증거 선택과 증명력에 관한 판단을 다투는 것이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아도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고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없다.

가. 피고인 1의 상고이유 주장

원심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이 사건 용역계약은 피고인 1이 공소외 6 회사로부터 뇌물을 받기 위한 수단에 불과한 것으로 뇌물수수가 마치 정당한 승마 지원인 것처럼 범죄수익의 발생 원인에 관한 사실을 가장하는 행위에 해당한다. 공소외 6 회사가 이 사건 용역계약을 이용하여 그 용역대금 명목의 돈을 뇌물로 제공하는 과정에서 내부품의서를 작성하는 행위도 마찬가지이다. 피고인 1이 공소외 2 등으로부터 받은 말들은 범죄수익이고, 공소외 6 회사가 ☆☆☆☆☆☆에 말을 매도하는 내용의 말 매매계약과 공소외 6 회사와 ☆☆☆☆☆☆ 사이에 체결된 함부르크 용역계약은 허위이므로 범죄수익의 처분에 관한 사실을 가장한 것이다. 이것은 범죄수익 발생 원인에 관한 사실을 가장하는 행위에 대한 불가벌적 사후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범죄수익의 발생 원인에 관한 사실을 가장하는 행위, 범죄수익의 처분에 관한 사실을 가장하는 행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잘못이 없다.

나. 특별검사의 상고이유 주장

원심은, 피고인 1이 공소외 2 등으로부터 말들의 보험료, 선수단차량 3대, 말 운송차량 1대 등 차량 4대의 구입대금 등을 뇌물로 받았다거나 위 보험료 등이 횡령죄의 객체가 된다고 볼 수 없으므로 뇌물수수죄와 횡령죄의 범죄행위로 발생한 범죄수익이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뇌물수수죄, 업무상횡령죄와 미필적 고의, 범죄수익은닉규제법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잘못이 없다.

4. 직권남용

가. ◁◁◁과 대기업들에 대한 이 사건 각 재단 관련 출연 등 요구

1) 직권남용죄는 공무원이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관하여 직권을 행사하는 모습으로 실질적, 구체적으로 위법·부당한 행위를 한 경우에 성립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직권남용’이란 공무원이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관하여 그 권한을 위법·부당하게 행사하는 것을 뜻하고, 공무원이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지 않는 행위를 하는 경우인 지위를 이용한 불법행위와는 구별된다( 대법원 2008. 4. 10. 선고 2007도9139 판결 , 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1도5329 판결 등 참조).

어떠한 직무가 공무원의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이라고 하기 위해서는 그에 관한 법령상 근거가 필요하다. 법령상 근거는 반드시 명문의 규정만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명문의 규정이 없더라도 법령과 제도를 종합적, 실질적으로 살펴보아 그것이 해당 공무원의 직무권한에 속한다고 해석되고, 이것이 남용된 경우 상대방으로 하여금 사실상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권리를 방해하기에 충분한 것이라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직권남용죄에서 말하는 일반적 직무권한에 포함된다( 대법원 2004. 11. 12. 선고 2004도4044 판결 , 대법원 2011. 7. 28. 선고 2011도1739 판결 등 참조). 형법 제123조 의 직권남용죄에 해당하려면 현실적으로 다른 사람이 법률상 의무 없는 일을 하였거나 다른 사람의 구체적인 권리행사가 방해되는 결과가 발생하여야 하고, 그 결과의 발생은 직권남용 행위로 인한 것이어야 한다( 대법원 2005. 4. 15. 선고 2002도3453 판결 , 대법원 2012. 10. 11. 선고 2010도12754 판결 등 참조).

형법 제30조 의 공동정범은 공동가공의 의사와 이에 따른 기능적 행위지배를 통한 범죄 실행이라는 주관적·객관적 요건을 충족함으로써 성립한다. 공모자 중 구성요건행위를 직접 분담하여 실행하지 않은 사람도 위 요건의 충족 여부에 따라 이른바 공모공동정범의 죄책을 질 수 있다. 구성요건행위를 직접 분담하여 실행하지 않은 공모자가 공모공동정범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전체 범죄에서 그가 차지하는 지위·역할이나 범죄 경과에 대한 지배나 장악력 등을 종합하여 그가 단순한 공모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범죄에 대한 본질적 기여를 통한 기능적 행위지배가 존재하는 것으로 인정되어야 한다. 이러한 법리는 비공무원이 공무원과 공모하여 직권남용죄를 저지른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대법원 2009. 1. 30. 선고 2008도6950 판결 , 대법원 2010. 1. 28. 선고 2008도7312 판결 등 참조).

2) 원심은 피고인 1에게 이 부분 범행에 관하여 전 대통령과 피고인 2와의 공모관계와 기능적 행위지배가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위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피고인 1의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직권남용죄의 고의와 직권, 공동정범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잘못이 없다.

그리고 원심은, 이 사건 각 재단 설립·모금 관련 직권남용 행위로 인하여 의무 없는 일을 한 사람은 ◁◁◁ 임직원 중 공소외 13 재단과 관련하여 공소외 25, 공소외 26, 공소외 27, 공소외 14 재단 설립과 관련하여 공소외 25, 공소외 26, 각 출연그룹의 임직원 중 원심판결 별지 범죄일람표 1, 2의 각 ‘그룹별 출연 결정 주체’란 기재 각 출연결정자이고, 이들을 제외한 ◁◁◁과 기업의 다른 임직원들은 직권남용 행위로 인하여 의무 없는 일을 한 사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위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검사의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직권남용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없다.

나. ♡♡♡♡♡그룹에 대한 납품계약 체결과 광고발주 요구

원심은 공소외 28에게 공소외 29 주식회사(이하 ‘공소외 29 회사’라 한다)와 납품계약을 체결하도록 요구한 직권남용 범행에 관하여 피고인 1과 전 대통령의 공모관계와 기능적 행위지배가 존재한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위에서 본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피고인 1의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직권남용의 범의, 공동정범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잘못이 없다.

그리고 원심은, 공소외 29 회사 관련 전 대통령과 피고인 2의 직권남용 행위로 공소외 30이 의무 없는 일을 한 사람에 해당하지 않고, 피고인 2가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공소외 28에게 공소외 31 주식회사(이하 ‘공소외 31 회사’라 한다)에 대한 광고발주를 요구한 것이 대통령과 경제수석비서관의 직권을 행사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위에서 본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검사의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직권남용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없다.

다. 공소외 32 주식회사(이하 ‘공소외 32 회사’라 한다)에 대한 채용·보직변경과 광고대행사 선정 요구

원심은, 피고인 2가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공소외 33에게 공소외 34와 공소외 35의 채용·보직변경과 공소외 31 회사의 광고대행사 선정을 요구한 것은 대통령과 경제수석비서관의 직권을 행사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위에서 본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검사의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직권남용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없다.

라. △△그룹에 대한 공소외 14 재단 관련 추가 지원 요구

원심은 1심 공동피고인 3에 대한 직권남용 범행에 관하여 전 대통령과 피고인 1의 공모관계와 기능적 행위지배가 존재한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위에서 본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피고인 1의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직권남용의 범의, 공동정범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잘못이 없다.

그리고 원심은, 검사가 주장하는 사정들만으로는 피고인 2가 이 부분 범행에 기능적 행위지배를 통해 가담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공소외 36과 공소외 37은 전 대통령의 직권남용 행위로 인하여 의무 없는 일을 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위에서 본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검사의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공동정범의 성립, 직권남용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없다.

마. ◇◇그룹에 대한 공소외 8 법인 지원 요구

원심은 공소외 2에 대한 직권남용 범행에 관하여 피고인 1, 전 대통령, 공소외 38 사이의 공모관계와 기능적 행위지배가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위에서 본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피고인 1의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직권남용죄의 범의, 공모관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잘못이 없다.

그리고 원심은, 공소외 39와 공소외 40이 전 대통령의 직권남용 행위로 인하여 의무 없는 일을 한 사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위에서 본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검사의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직권남용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없다.

바. 공소외 41 주식회사(이하 ‘공소외 41 회사’라 한다) 등에 대한 스포츠단 창단, 용역계약 체결과 공소외 8 법인 지원 요구

원심은 스포츠단 창단과 용역계약 체결 요구 부분에 관하여 피고인들, 전 대통령, 공소외 42 사이의 공모관계와 기능적 행위지배가 존재한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위에서 본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피고인들의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직권남용죄, 공동정범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잘못이 없다.

그리고 원심은, 공소외 8 법인 지원 요구 부분에 관하여 피고인 1이 공소외 42, 공소외 38과 직권남용 범행을 공모하고 기능적 행위지배를 하였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위에서 본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피고인 1의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직권남용죄의 범의, 공동정범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잘못이 없다.

사. ●●●그룹에 대한 스포츠단 창단과 용역계약 체결 요구

원심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스포츠단 창단과 용역계약 체결이 성사되지 않았고, ●●●그룹과 공소외 20 회사 사이에 펜싱팀 창단 등에 관한 구속력 있는 합의가 없었으며, 양측에서 이루어진 의견교환을 두고 공소외 43, 공소외 44의 의무 없는 행위가 성립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 부분에 관한 피고인들의 직권남용 범행이 기수에 이르지 못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공소사실에서 의무 없는 일로 특정한 행위가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공소사실 기재 직권남용 범행이 기수에 이르렀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원심의 판단에 검사의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직권남용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없다.

아. ▲▲▲▲그룹에 대한 본부장 임명 요구

원심은,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피고인 2와 피고인 2의 지시를 받은 공소외 45가 공소외 46에게 공소외 47의 본부장 임명을 요구한 것은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과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의 직권을 행사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위에서 본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특별검사의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직권남용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상고이유로 들고 있는 대법원판결은 이 사건과 사안이 다르므로 이 사건에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않다.

5. 강요

가. 강요죄의 성립 요건인 협박

강요죄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하거나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는 범죄이다. 여기에서 협박은 객관적으로 사람의 의사결정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의사실행의 자유를 방해할 정도로 겁을 먹게 할 만한 해악을 고지하는 것을 말한다 ( 대법원 2002. 11. 22. 선고 2002도3501 판결 , 대법원 2003. 9. 26. 선고 2003도763 판결 등 참조). 이와 같은 협박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발생 가능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는 정도의 구체적인 해악의 고지가 있어야 한다 ( 대법원 1995. 9. 29. 선고 94도2187 판결 , 대법원 2011. 5. 26. 선고 2011도2412 판결 등 참조).

해악의 고지는 반드시 명시적인 방법이 아니더라도 말이나 행동을 통해서 상대방에게 어떠한 해악을 끼칠 것이라는 인식을 갖도록 하면 충분하고, 제3자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할 수도 있다. 행위자가 그의 직업, 지위 등에 기초한 위세를 이용하여 불법적으로 재물의 교부나 재산상 이익을 요구하고 상대방이 불응하면 부당한 불이익을 입을 위험이 있다는 위구심을 일으키게 하는 경우에도 해악의 고지가 된다 ( 대법원 2005. 7. 15. 선고 2004도1565 판결 , 대법원 2013. 4. 11. 선고 2010도13774 판결 등 참조). 협박받는 사람이 공포심 또는 위구심을 일으킬 정도의 해악을 고지하였는지는 행위 당사자 쌍방의 직무, 사회적 지위, 강요된 권리·의무에 관련된 상호관계 등 관련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 ( 대법원 2010. 4. 29. 선고 2007도7064 판결 , 대법원 2011. 7. 28. 선고 2011도1739 판결 등 참조).

행위자가 직무상 또는 사실상 상대방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직업이나 지위에 있고 직업이나 지위에 기초하여 상대방에게 어떠한 요구를 하였더라도 곧바로 그 요구 행위를 위와 같은 해악의 고지라고 단정하여서는 안 된다. 특히 공무원이 자신의 직무와 관련한 상대방에게 공무원 자신 또는 자신이 지정한 제3자를 위하여 재산적 이익 또는 일체의 유·무형의 이익 등을 제공할 것을 요구하고 상대방은 공무원의 지위에 따른 직무에 관하여 어떠한 이익을 기대하며 그에 대한 대가로서 요구에 응하였다면, 다른 사정이 없는 한 공무원의 위 요구 행위를 객관적으로 사람의 의사결정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의사실행의 자유를 방해할 정도로 겁을 먹게 할 만한 해악의 고지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

행위자가 직업이나 지위에 기초하여 상대방에게 어떠한 이익 등의 제공을 요구하였을 때 그 요구 행위가 강요죄의 수단으로서 해악의 고지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행위자의 지위뿐만 아니라 그 언동의 내용과 경위, 요구 당시의 상황, 행위자와 상대방의 성행·경력·상호관계 등에 비추어 볼 때 상대방으로 하여금 그 요구에 불응하면 어떠한 해악에 이를 것이라는 인식을 갖게 하였다고 볼 수 있는지, 행위자와 상대방이 행위자의 지위에서 상대방에게 줄 수 있는 해악을 인식하거나 합리적으로 예상할 수 있었는지 등을 종합하여 판단해야 한다. 공무원인 행위자가 상대방에게 어떠한 이익 등의 제공을 요구한 경우 위와 같은 해악의 고지로 인정될 수 없다면 직권남용이나 뇌물 요구 등이 될 수는 있어도 협박을 요건으로 하는 강요죄가 성립하기는 어렵다 .

나. 위 4. 가.부터 사.까지의 요구

1) 검사는 위 4. 가.부터 사.까지의 요구를 직권남용으로 기소하면서 동일한 행위에 관하여 동일한 상대방에 대한 강요로도 공소를 제기하였다. 원심은 그중 일부에 관하여 요구의 상대방이 아니라거나 요구에 따른 행위가 아니라는 등의 이유로 판결이유에서 무죄로 판단한 것 외에는 그 요구가 강요죄의 협박에 해당한다고 인정하여 유죄로 판단하였다.

2) 그러나 원심판결 이유를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 4. 가.부터 사.까지의 요구를 강요죄의 요건인 협박, 즉 해악의 고지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원심은 위 4. 가.부터 사.까지의 요구가 강요죄의 협박에 해당한다고 인정하면서 그 주된 근거로 기업 활동에 대하여 직무상 또는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대통령과 경제수석비서관의 지위,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라 한다) 산하 관광 관련 공공기관에 대한 관리·감독권한을 가지는 문체부 제2차관의 지위의 전부 또는 일부를 이용하여 요구하였다는 것을 들고 있다.

원심이 언급한 것처럼 대통령은 재정·금융·고용·산업 등 각종 경제 정책의 수립과 시행을 최종 결정하고, 행정 각 부의 장들에게 위임된 사업자 선정, 신규 사업의 인허가, 세무조사 등 구체적인 사항에 대하여도 직·간접적인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한편 대통령은 위와 같은 각종 정책의 수립과 시행을 위하여 관련 분야의 기업 등에 필요한 이해와 협조를 구할 수도 있다. 대통령의 권한 행사로 기업의 활동에 직무상 또는 사실상 영향을 받을 수 있고, 그러한 영향은 상황에 따라 이익 또는 불이익이 되거나 이익과 불이익이 복합되는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대통령을 보좌하는 경제수석비서관과 문체부 제2차관의 경우도 그 직무와 관련이 있는 기업의 활동에 대하여 위와 같은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러나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과 문체부 제2차관이 직무상 또는 사실상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기업 등에 대하여 그 지위에 기초하여 어떠한 이익 등의 제공을 요구하였다고 해서 곧바로 그 요구를 해악의 고지라고 평가할 수는 없고, 위 가.에서 살펴본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이 사건에서 전 대통령의 요구는 대기업 회장 등을 만나 국가·정부 정책 등을 설명하고 협조를 구할 목적으로 마련된 단독 면담 자리에서 이루어졌다. 원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아도 이러한 요구 당시 상대방에게 그 요구에 따르지 않으면 해악에 이를 것이라는 인식을 갖게 하였다고 평가할 만한 언동의 내용과 경위, 요구 당시의 상황, 행위자와 상대방의 성행·경력·상호관계 등에 관한 사정이 나타나 있지 않다. 피고인 2와 공소외 42의 요구에 관하여도 마찬가지이다. ◁◁◁ 또는 기업 관련자들이 대통령 또는 경제수석비서관, 문체부 제2차관의 요구를 받고도 그에 따르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고 예상하는 것, 특히 원심이 들고 있는 인허가 관련 어려움, 세무조사 등을 받게 될 수 있다고 예상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볼 만한 사정도 제시되지 않았다. 한편 원심은 해악의 고지를 인정하는 근거로 요구를 받은 ◁◁◁ 또는 기업 관련자들의 진술을 들고 있으나, 그 내용이 주관적이거나 대통령과 경제수석비서관, 문체부 제2차관의 지위에 관한 것으로서 기업 활동에 직무상 또는 사실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에 불과하고, 그 의미도 막연하다.

원심 또는 제1심이 들고 있는 사정들은 대통령과 경제수석비서관, 문체부 제2차관의 지위와 권세에 의한 압박 등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해악의 고지가 있어야 하는 협박으로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

위 4. 라. 마. 요구는 위 2. 나. 라.에서 살펴본 것처럼 전 대통령이 1심 공동피고인 3과 공소외 2에게 각각 공소외 14 재단 관련 추가 지원 요구와 공소외 8 법인 지원 요구를 할 당시 1심 공동피고인 3과 공소외 2는 전 대통령에게 그 직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하였고, 그 후 부정한 청탁에 대한 대가로서 전 대통령의 요구에 따른 행위를 하였다. 전 대통령과 1심 공동피고인 3 사이에 그리고 전 대통령과 공소외 2 사이에 전 대통령의 직무집행과 부정한 청탁, 전 대통령의 요구에 따른 행위에 대가관계가 있다는 인식이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 비추어 보면 전 대통령의 요구는 뇌물 요구에 해당하고 1심 공동피고인 3과 공소외 2가 그 요구에 따른 것은 전 대통령의 뇌물 요구에 편승하여 직무와 관련한 이익을 얻기 위하여 직무행위를 매수하려는 의사로 적극적으로 뇌물을 제공한 것이다. 전 대통령이 1심 공동피고인 3과 공소외 2에게 공포심이나 위구심을 일으킬 만한 해악을 고지하였다고 볼 만한 다른 사정도 발견되지 않는다.

요컨대, 원심판결 중 위 4. 가.부터 사.까지의 요구를 강요죄의 성립 요건인 협박, 즉 해악의 고지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 부분 요구가 해악의 고지에 해당하는 것을 전제로 이 부분 강요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강요죄의 협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피고인들의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명시적으로 주장하지 않는 부분도 강요죄가 무죄라는 취지로 다투고 있거나 상고이유보충서에서 명시적으로 다투고 있으므로 함께 판단한다).

다. ▲▲▲▲그룹에 대한 본부장 임명 요구

원심은, 피고인 2, 공소외 45가 피해자 공소외 46에게 공소외 47을 본부장으로 임명하라고 요구한 행위가 강요죄의 협박에 해당하고, 피고인 1에게 전 대통령, 피고인 2, 공소외 45와의 공모관계와 기능적 행위지배가 있다고 인정한 제1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과 제1심판결 이유를 위에서 본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피고인 1의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강요죄의 협박, 공동정범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잘못이 없다.

라. 공소외 48에 대한 공소외 49 주식회사 지분 요구

원심은, 피고인들이 공소외 50, 공소외 51, 공소외 52, 공소외 53과 공모하여 공소외 54 주식회사의 대표이사인 피해자 공소외 48을 상대로 공소외 49 주식회사 지분 80~90%를 내놓으라고 협박하여 공소외 48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도록 하였으나 공소외 48이 불응하여 미수에 그쳤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위에서 본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피고인 1의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공모관계와 기능적 행위지배, 강요죄의 고의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잘못이 없다.

6. 나머지 부분

가. 특정범죄가중법 위반(알선수재)

원심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미얀마 K-Town 프로젝트’ 사업과 그 사업 과정에서 미얀마 현지 부동산 개발 사업 등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대통령 등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사항에 포함된다. 공소외 55는 피고인 1에게 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되도록 전 대통령 등에게 영향력을 행사해달라고 부탁하는 의미로 공소외 56 주식회사 주식 양도를 약속하였으며, 피고인 1도 그러한 사정을 알면서 공소외 55으로부터 주식을 양수하기로 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피고인 1의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알선수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잘못이 없다. 상고이유로 들고 있는 대법원판결은 이 사건과 사안이 다르므로 이 사건에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않다.

나.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원심은 피고인 1에게 증인으로 출석할 것을 기대할 가능성이 있었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피고인 1의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관련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잘못이 없다.

다. 사기미수

원심은, 피고인 1이 공소외 20 회사 명의로 공소외 14 재단으로부터 연구용역비 명목의 돈을 편취할 의사로 공소외 14 재단에 연구용역 제안서를 제출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검사의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판단을 누락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없다.

라. 증거인멸교사

1) 피고인 1의 증거인멸교사

원심은, 피고인 1이 공소외 52, 공소외 57 등에게 공소외 58 주식회사 사무실의 컴퓨터 5대를 모두 폐기하라고 지시함으로써 증거인멸을 교사하였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피고인 1의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증거인멸교사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잘못이 없다.

2) 피고인 2의 공소외 25, 공소외 59에 대한 증거인멸교사

가) 원심은, 피고인 2가 공소외 25에게 허위 진술을 지시하거나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비하라는 취지로 말하여 휴대전화 폐기를 종용함으로써 증거인멸을 교사하였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 이른 사실인정을 다투는 취지의 피고인 2의 상고이유 주장은 실질적으로 사실심 법원의 자유판단에 속하는 원심의 증거 선택과 증명력에 관한 판단을 다투는 것이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아도 원심의 판단에 피고인 2의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증거인멸교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없다.

나) 원심은, ‘공소외 60이 휴대전화 통화내역, 이메일 등을 지워 달라는 말을 하면서 그것이 피고인 2의 지시라고 분명히 말하였다.’는 공소외 59의 진술은 전문증거에 해당하고, 형사소송법 제316조 제2항 에서 정한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증거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공소외 59에 대한 증거인멸교사 부분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검사의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전문증거와 증거능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없다.

7. 파기의 범위

원심판결 중 위 4. 가.부터 사.까지의 요구에 관한 강요 부분은 위 5. 나.에서 본 것과 같은 이유로 파기되어야 한다. 그리고 위 파기 부분과 포괄일죄, 상상적 경합 관계에 있는 부분과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하나의 형이 선고된 유죄 부분도 함께 파기되어야 하므로, 결국 원심판결 중 피고인들에 대한 유죄 부분(이유무죄 부분 포함)은 모두 파기되어야 한다.

8. 결론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하고 원심판결 중 피고인들에 대한 유죄 부분(이유무죄 부분 포함)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며, 검사의 나머지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는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 말이 뇌물인지와 공소외 8 법인 관련 제3자뇌물수수에 관한 대법관 조희대, 대법관 안철상, 대법관 이동원의 별개의견과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에 관한 대법관 박상옥의 별개의견과 강요죄의 협박에 관한 대법관 박정화, 대법관 민유숙, 대법관 김선수의 별개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하였다.

9. 대법관 조희대, 대법관 안철상, 대법관 이동원의 별개의견

가. 공무원과 비공무원이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이 될 수 있는 범위에 관하여

1) 공무원과 비공무원이 공동가공의 의사와 이를 기초로 한 기능적 행위지배를 통하여 공무원의 직무에 관하여 뇌물을 수수하는 범죄를 실행하였다면 공무원과 비공무원에게 형법 제129조 제1항 에서 정한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이 성립할 수 있다. 그러나 공무원과 비공무원이 뇌물을 받으면 뇌물을 비공무원에게 귀속시키기로 미리 모의하거나 뇌물의 성질에 비추어 비공무원이 전적으로 사용하거나 소비할 것임이 명백한 경우에 공무원이 증뢰자로 하여금 비공무원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하였다면 형법 제130조 의 제3자뇌물수수죄의 성립 여부가 문제 될 뿐이며, 공무원과 비공무원에게 형법 제129조 제1항 의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이 성립한다고 할 수는 없다 . 이러한 점에서 다수의견에 동의하기 어렵다.

2) 형법은 뇌물의 귀속주체에 따라 제129조 제1항 의 뇌물수수죄와 제130조 의 제3자뇌물수수죄를 구별하고 있고, 각 범죄의 구성요건도 달리 정하고 있다. 형법 제130조 의 제3자뇌물수수죄를 형법 제129조 제1항 의 뇌물수수죄와 비교하여 보면, 공무원이 직접 뇌물을 받지 않고 증뢰자로 하여금 제3자에게 뇌물을 공여하도록 하고 그 제3자로 하여금 뇌물을 받도록 한 경우에는 부정한 청탁을 받고 그와 같은 행위를 한 경우에 한하여 뇌물수수죄와 같은 형으로 처벌하며, 만일 부정한 청탁을 받은 일이 없다면 이를 처벌하지 않는다는 취지이다( 대법원 1998. 9. 22. 선고 98도1234 판결 등 참조). 공무원이 직접 뇌물을 받지 않고 증뢰자로 하여금 다른 사람에게 뇌물을 공여하도록 한 경우에는 그 다른 사람이 공무원의 사자(사자) 또는 대리인으로서 뇌물을 받은 경우 등과 같이 사회통념상 그 다른 사람이 뇌물을 받은 것을 공무원이 직접 받은 것과 같이 평가할 수 있는 관계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형법 제129조 제1항 의 뇌물수수죄가 성립한다( 대법원 2016. 6. 23. 선고 2016도3540 판결 등 참조).

공동정범에서 공동가공의 의사는 공동의 의사로 특정한 범죄행위를 하기 위하여 일체가 되어 서로 다른 사람의 행위를 이용하여 자기의 의사를 실행에 옮기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대법원 2001. 11. 9. 선고 2001도4792 판결 , 대법원 2008. 4. 10. 선고 2008도1274 판결 등 참조). 뇌물수수죄와 제3자뇌물수수죄를 구별하여 규정하고 있는 형법의 태도를 고려하면,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에서 공동가공 의사의 내용인 ‘특정한 범죄행위’는 ‘공무원이 전적으로 또는 비공무원과 함께 뇌물을 수수하기로 하는 범죄행위’를 말한다. 그런데 공동가공 의사와 실행행위의 내용이나 뇌물의 성질에 비추어 비공무원이 사용하거나 소비할 것이 공모되거나 예정되어 있고 실제로 비공무원이 뇌물을 모두 수수한 경우에는 공무원이 뇌물을 전혀 수수한 적이 없으므로, ‘공무원이 증뢰자로 하여금 제3자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하는 범죄행위’, 즉 제3자뇌물수수죄가 성립할 수 있을 뿐이고 형법 제129조 제1항 의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은 성립할 수 없다.

3) 이 사건 공소사실에 의하면 전 대통령이 공소외 2에게 요구한 것은 피고인 1의 딸 공소외 1이 독일에서 지내는 동안 필요로 하는 승마에 대한 지원이고, 이 사건 기록상 전 대통령과 피고인 1이 사전에 모의한 내용과 공동하여 실행한 내용 및 피고인 1이 공소외 2 등으로부터 수수한 내용도 모두 공소외 1에 대한 승마 지원뿐이다. ‘독일에 있는 공소외 1에 대한 승마 지원’이라는 뇌물은 그 성질상 전 대통령이 필요로 하거나 사용 또는 향유할 수 있는 이익이 전혀 아니다. 전 대통령은 공소외 2에게 피고인 1 또는 공소외 1에 대한 ‘공소외 1 승마 지원’이라는 뇌물을 제공하도록 요구하였을 뿐이고 자신에 대한 어떠한 뇌물도 요구하지 않았다. 실제로 뇌물을 수수한 것은 피고인 1 또는 공소외 1이고 전 대통령이 이익을 취했다고 드러난 것이 없다. 전 대통령과 피고인 1 사이에 피고인 1 또는 공소외 1이 뇌물을 수수한 것을 사회통념상 공무원인 전 대통령이 받은 것과 같이 평가할 수 있는 관계에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독일에 있는 공소외 1에 대한 승마 지원’이라는 뇌물의 성질상 전 대통령과 피고인 1의 인식이나 의사는 전 대통령이 뇌물을 수수하는 형법 제129조 제1항 의 뇌물수수죄가 아니라 전 대통령이 제3자인 피고인 1 또는 공소외 1로 하여금 뇌물을 수수하게 하는 형법 제130조 의 제3자뇌물수수죄의 고의로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공무원인 전 대통령과 비공무원인 피고인 1 사이에 뇌물을 모두 피고인 1 또는 공소외 1이 수수하기로 공모하고 또 뇌물의 성질상 전 대통령이 수수할 수 없고 피고인 1 또는 공소외 1만 수수할 수 있는 이 사건에서는 전 대통령에게 형법 제130조 의 제3자뇌물수수죄만 성립한다고 보아야 하고, 피고인 1에게 제3자뇌물수수죄의 교사범이나 방조범이 성립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여기서 형법 제130조 의 제3자뇌물수수죄는 ‘부정한 청탁’이 없다면 처벌할 수 없으므로, 전 대통령과 공소외 2 사이에 부정한 청탁을 인정할 수 없다면 전 대통령을 제3자뇌물수수죄로 처벌할 수 없고, 이 경우 피고인 1도 처벌할 수 없다.

4) 범죄 또는 공동정범의 성립과 처벌은 해당 피고인의 고의와 공모의 내용 및 실행행위의 내용에 따라 결정된다. 그런데도 원심은 전 대통령과 피고인 1 사이에 있었던 공동가공의 의사와 실행행위의 내용 및 이에 대한 공소외 2 등의 고의를 도외시한 채 공소외 1 승마 지원 중 용역대금, 말들 자체와 차량들의 사용이익 부분에 대하여 형법 제129조 제1항 의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을 인정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공무원과 비공무원이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이 될 수 있는 범위 및 제3자뇌물수수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따라서 원심판결에서 공소외 1 승마 지원 관련 특정범죄가중법 위반(뇌물) 부분은 파기되어야 한다.

나. 말들이 뇌물인지 여부에 관하여

1) 다수의견은 피고인 1과 공소외 3 사이에 2015. 11. 15.경 살시도 및 향후 구입할 말들에 관하여 실질적인 사용·처분권한이 피고인 1에게 있다는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는 이유로 피고인 1이 공소외 2 등으로부터 살시도, 비타나, 라우싱을 뇌물로 수수하였다고 인정한 원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이와 같은 다수의견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2) 원심판결 이유와 이 사건 기록을 종합하면, 피고인 1과 공소외 3 사이에 2015. 11. 15. 살시도 및 그 이후 구입하는 말들의 소유권이나 실질적인 처분권한을 피고인 1에게 넘겨주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피고인 1과 공소외 3 사이에 2015. 11. 15.경 살시도에 대한 소유권이나 실질적인 처분권한을 피고인 1에게 이전하려는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

피고인 1은 당초 이 사건 용역계약에서 정한 내용에도 불구하고 공소외 6 회사와의 내부적인 관계에서는 살시도의 소유권이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자신의 생각과 달리 공소외 4로부터 마필 위탁관리계약서를 작성해 달라는 요구를 받자 격분하면서 공소외 1에 대한 승마 지원과 관련하여 말의 구입, 말의 소유권 귀속 등 제반 사항을 결정할 권한을 가지고 있었던 공소외 3에게 독일로 들어와서 면담할 것을 요구하였다. 이에 당황한 공소외 3은 피고인 1이 화를 낸 이유가 살시도의 소유권 때문이라는 것을 인지한 상태에서 2015. 11. 15. 공소외 5에게 ‘기본적으로 원하시는 대로 해 드리겠다는 것’, ‘결정하시는 대로 지원해 드리겠다는 것이 우리 입장’이라는 내용이 포함된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그러나 위와 같은 사정들만으로 피고인 1이 공소외 3에게 살시도의 소유권이나 실질적인 처분권한의 이전을 요구하였고, 공소외 3이 피고인 1의 요구를 이해하고 승낙하였다고 보기는 부족하다. 즉, 피고인 1이 공소외 5를 통해 공소외 3에게 화를 내며 면담을 요구하였다는 것을 공소외 4가 피고인 1에게 살시도의 소유권을 명시적으로 확인하려고 한 행동에 화를 낸 것으로 해석하는 것을 넘어 피고인 1이 공소외 3 등에게 살시도의 소유권이나 실질적인 처분권한의 이전을 요구한 것이었다고까지 보기는 어렵다. 설령 이를 피고인 1의 살시도의 소유권 또는 실질적인 처분권한의 이전 요구라고 보더라도, 공소외 3은 살시도의 소유권 때문에 화를 내고 자신과의 면담을 요구하는 피고인 1에게 직접 대면하는 것을 완곡하게 거절하면서 피고인 1이 원하는 요구사항을 알려주면 그것을 지원해 주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에 불과하며, 공소외 3이 피고인 1의 살시도의 소유권 또는 실질적인 처분권한의 이전 요구를 받아들였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

공소외 5는 이틀 뒤인 2015. 11. 17. 공소외 4에게 피고인 1의 요구를 그대로 받아 적은 내용을 이메일로 보냈다. 여기에는 피고인 1이 살시도의 소유권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패스포트의 마주란에 공소외 6 회사를 기재하지 말아 달라는 요구만이 기재되어 있다. 이에 관하여 공소외 5가 관련사건의 제1심에서 “공소외 6 회사 측에 문건을 보내면서 ‘말을 사주기로 했는데 왜 그러느냐’는 표현을 쓸 수 없으니 마치 ‘(말 소유자 등록 문제가) 여론화되면 어떻게 하느냐’는 식으로 핑계를 댄 것 같다.”라고 진술하였지만, 이는 공소외 5가 추측으로 한 진술에 불과하다. 위 이메일을 통한 요구사항에는 150만 유로에 달하는 그랑프리급 말을 포함하여 말들을 추가로 구매해 달라거나 추가적인 선수 선발이나 용역대금을 미리 지급해 달라는 민감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피고인 1이 공소외 3에게 살시도의 소유권이나 실질적인 처분권한을 요구하는 것을 감추거나 보안을 유지하기 위하여 실제로는 살시도의 소유권 또는 실질적인 처분권한의 이전을 요구하는 것이면서도 표현만 위와 같이 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

따라서 위와 같은 막연한 사정들만으로는 피고인 1과 공소외 3 사이에 2015. 11. 15.경 살시도에 대한 소유권이나 실질적인 처분권한을 피고인 1에게 이전하려는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

나) 피고인 1과 공소외 3 사이에 2015. 11. 15.경 이후에도 살시도, 비타나, 라우싱의 소유권이나 실질적인 처분권한을 피고인 1에게 이전한다는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공소외 3 등은 2015. 10. 14. 공소외 6 회사의 자금으로 차량 3대(Tiguan, T5 Multivan, T6 Multivan)를 매수해 피고인 1의 공소외 7 회사에 인도하여 사용하도록 하였다. 그 후 공소외 6 회사는 2016. 2. 초순경 공소외 7 회사에 위 차량 중 T5 Multivan, T6 Multivan을 매매가격 148,526.02유로에 매도하는 계약을 체결하였다(Tiguan은 눈길 사고로 수리비가 잔존가치를 초과하여 보험사로부터 수리비를 지급받지 못하게 되자 차량 보험담보액으로 환수하였다). 그런데 차량 매매가격은 장부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결정되었고, 일반적인 차량의 중고가격보다 낮다고 볼 수 있는 사정이 없다. 또한 그 무렵 공소외 6 회사는 합계 200만 유로라는 큰 돈으로 비타나, 라우싱을 매수하여 피고인 1이 인도받게 하였으므로, 당시에 공소외 6 회사가 공소외 7 회사에 차량을 허위로 매도할 만한 정황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만일 피고인 1과 공소외 3 사이에 2015. 11. 15.경 이후 피고인 1에게 살시도와 향후 구입할 말들의 소유권이나 실질적인 처분권한을 이전한다는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면, 이미 구입하여 피고인 1이 사용하고 있던 차량 2대를 굳이 피고인 1의 공소외 7 회사가 공소외 6 회사로부터 매수하고 공소외 6 회사에 약 14만 유로라는 적지 않은 돈을 실제로 지급한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 위와 같은 의사의 합치를 전제로 한다면, 피고인 1과 공소외 3 사이에는 고가인 말들의 소유권이나 실질적인 처분권한을 피고인 1에게 이전하기로 합의하여 말들 자체를 뇌물로 수수·공여하기로 하였으면서도 그보다 훨씬 소액인 차량들은 뇌물로 수수·공여하기로 하지 않았다는 결론에 이른다. 그러나 이러한 결론은 어색하여 받아들이기 어렵다. 또한 공소외 6 회사의 내부 기안문에 기재된 것처럼 차량관리에 대한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해서였다면, 피고인 1과 공소외 3 사이에는 차량보다 훨씬 고가의 말들에 대한 소유권이나 실질적인 처분권한의 이전 합의가 있었으므로, 이미 공소외 7 회사 명의로 등록된 차량들도 피고인 1에게 소유권을 이전해 주는 것으로 차량관리에 대한 리스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공소외 3, 공소외 4가 실제로 공소외 7 회사로부터 차량들의 매매대금을 지급받고 매도한 것은 살시도와 그 이후 구입할 말들에 대한 소유권이나 실질적인 처분권한의 이전에 관한 의사 합치가 있었다는 것을 전제한다면 설명하기 어렵다.

2016. 9. 23. 경향신문에서 공소외 6 회사의 공소외 1에 대한 승마 지원이 보도되자, 공소외 2 등은 공소외 1에 대한 승마 지원을 계속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2016. 9. 28. 독일 ▽▽▽▽ 호텔에서 피고인 1과 공소외 3, 공소외 4가 회의를 하였고, 그 다음 날인 2016. 9. 29. 공소외 3이 공소외 4를 통하여 비타나를 같은 그랑프리급 말과 교환하면 다시 언론의 추적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로 이를 반대한다는 의사를 표시하였다. 그 직후 덴마크 코펜하겐 공항에서 피고인 1과 공소외 4, ☆☆☆☆☆☆를 운영하는 공소외 61이 만남을 가졌다. 그리고 다음 날인 2016. 9. 30. 피고인 1의 공소외 7 회사와 공소외 61의 ☆☆☆☆☆☆ 사이에 살시도, 비타나에 67만 유로를 더해 블라디미르, 스타샤와 교환하는 계약을 체결하였다.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하면, 공소외 3, 공소외 4는 위 교환계약에 개입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공소외 3과 공소외 4는 2016. 10. 19. 독일 ◎◎◎ 호텔에서 피고인 1과 공소외 7 회사의 직원으로서 공소외 1의 승마 코치인 공소외 62를 만나 회의를 하였다. 피고인 1과 공소외 3 등은 이 회의에서 위 교환계약으로 취득한 블라디미르는 매각하고, 스타샤는 라우싱과 함께 2018년 말까지 공소외 61 명의로 두었다가 그 이후 피고인 1에게 소유권을 이전하기로 협의하였다. 그런데 만약 2015. 11. 15.경 또는 그 이후 피고인 1과 공소외 3이 살시도, 비타나, 라우싱의 소유권이나 실질적인 처분권한을 피고인 1에게 이전하기로 합의하였다면, 언론보도로 공소외 1에 대한 승마 지원을 중단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루어진 비밀스러운 내부 회의에서 피고인 1과 공소외 3 등이 2018년 이후에야 이미 뇌물로 수수한 말과 교환된 스타샤와 라우싱의 소유권의 이전을 추진하기로 협의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다) 피고인 1이 전 대통령의 권력을 배경으로 공소외 6 회사와 이 사건 용역계약을 체결하고 공소외 6 회사로 하여금 고가의 말을 구매하도록 하여 인도받고, 공소외 3 등은 피고인 1의 요구에 따르는 관계에 있었다. 그러나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 2015. 11. 15.경 또는 그 이후 피고인 1과 공소외 3 사이에 살시도, 비타나, 라우싱의 소유권이나 실질적인 처분권한을 피고인 1에게 이전하기로 하는 합의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 그 밖에 살시도 구입 당시와 비타나, 라우싱 구입 당시의 차이점 등을 종합해 보더라도 마찬가지이다.

반면에 언제든지 말들의 소유권을 원하면 취득할 수 있었던 피고인 1은 2015. 11. 15.경 공소외 3 등에게 굳이 말들의 소유권을 자신에게 넘겨달라고 요구할 필요가 없었다. 따라서 피고인 1은 말의 패스포트에 공소외 6 회사를 마주로 기재하지 않는 선에서 요구를 하였고, 공소외 3 등도 피고인 1이 구체적으로 요구하지 않은 말들의 소유권 또는 실질적인 처분권한을 피고인 1에게 이전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하지 않았다가, 2016. 9. 23.경 언론에서 공소외 6 회사의 공소외 1에 대한 승마 지원을 보도하자 공소외 1에 대한 승마 지원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고, 그 과정에서 공소외 1이 계속하여 말을 탈 수 있게 하기 위해서 비로소 피고인 1과 공소외 3 등이 2018년 이후에 피고인 1에게 말들의 소유권을 이전하기로 협의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러한 경우 피고인 1이 말들의 소유권이나 실질적인 처분권한을 갖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라) 따라서 피고인 1과 공소외 3 등 사이에 살시도와 그 이후 구입하는 말들의 소유권이나 실질적인 처분권한을 피고인 1에게 주려는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3) 결국 피고인 1이 공소외 2 등으로부터 살시도, 비타나, 라우싱을 뇌물로 수수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그런데도 원심은 피고인 1이 공소외 2 등으로부터 위 말들 자체를 뇌물로 수수하였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은 뇌물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있다. 따라서 원심판결에서 공소외 1 승마 지원 관련 특정범죄가중법 위반(뇌물) 중 말들 자체를 뇌물로 판단한 부분과 이를 전제로 한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부분은 파기되어야 한다.

다. 공소외 8 법인 관련 부정한 청탁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1) 다수의견은 다음과 같은 원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판단하였다.

즉, 부정한 청탁의 대상인 승계작업이 성질상 고정불변의 것이 아니라 경제적·사회적·제도적·정치적 환경의 변화에 따라 구체적 내용이 유동적일 수밖에 없다. ‘공소외 2가 최소한의 개인자금을 사용하여 ◇◇그룹 핵심 계열사들인 공소외 6 회사와 공소외 9 회사에 대하여 사실상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을 최대한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그룹 지배구조 개편’이라는 승계작업이 있었다. 전 대통령이 승계작업에 대하여 인식할 수 있었다. 전 대통령과 공소외 2 사이에 공소외 2의 승계작업을 위한 전 대통령의 직무집행과 공소외 2의 공소외 8 법인 지원이 그 직무집행에 대한 대가라는 것에 관하여 공통의 인식이나 양해가 있었으므로 ‘묵시적 의사표시에 의한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고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다수의견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2) 형법 제130조 의 제3자뇌물수수죄에서 ‘부정한 청탁’을 요건으로 하는 취지는 처벌의 범위가 불명확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여기서 ‘부정한 청탁’은 묵시적인 의사표시에 의한 것도 가능하지만, 묵시적인 의사표시에 의한 부정한 청탁이 있다고 하기 위해서는 당사자 사이에 청탁의 대상이 되는 직무집행의 내용과 제3자에게 제공되는 금품이 그 직무집행에 대한 대가라는 점에 대하여 공통의 인식이나 양해가 존재해야 한다. 그러한 인식이나 양해 없이 막연히 선처하여 줄 것이라는 기대에 의하거나 직무집행과는 무관한 다른 동기에 의하여 제3자에게 금품을 공여한 경우에는 묵시적인 의사표시에 의한 부정한 청탁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공무원이 먼저 제3자에게 금품을 공여할 것을 요구한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대법원 2009. 1. 30. 선고 2008도6950 판결 등 참조).

3) 승계작업은 전 대통령과 공소외 2 사이에 부정한 청탁의 대상이 되는 것이므로 그 존재 여부가 합리적 의심이 들지 않을 정도로 인정되어야 한다. 그러나 특별검사가 사실심에 제출한 모든 증거들을 종합해 보더라도, 특별검사가 공소사실에서 특정한 부정한 청탁의 대상이 되는 ‘승계작업’을 인정할 수 없다. 특별검사가 주장하는 현안들 중 일부는 그것이 성공할 경우에는 공소외 2의 공소외 6 회사 또는 공소외 9 회사에 대한 지배력 확보에 직접적·간접적으로 유리한 영향을 미치는 효과가 있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도 있다. 그러나 이는 사후적·결과적으로 그러한 효과가 일부 확인된다는 것으로 구조조정을 통한 사업의 합리화 등 여러 효과들 중의 하나일 뿐이다. 이러한 사정만으로는 승계작업을 인정할 수 없다. 특별검사가 주장하는 현안들의 진행이 승계작업을 위하여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는 증거도 부족하다. 당시 미래전략실 소속 임직원들이 공소외 2를 공소외 63의 후계자로 인정하면서 현안들에 관하여 적극적으로 관여하였다거나, 금융·시장감독기구의 전문가들이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공소외 2의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의 확보와 관련이 있다고 평가·분석하고 있었다고 해도, 특별검사가 공소사실에서 주장하는 ‘승계작업’을 인정하기 부족한 것은 마찬가지이다.

4) 이 부분 공소사실은 전 대통령과 공소외 2 사이의 단독 면담에서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는 취지이다. 그런데 기록에 의하면, 단독 면담의 성격상 그 자리에서 전 대통령과 공소외 2 사이에 구체적으로 어떠한 내용으로 청탁이 오고 간 것인지에 관한 직접적인 증거는 전 대통령과 공소외 2의 진술 외에는 단독 면담 이후에 전 대통령이 피고인 2에게 불러준 것을 피고인 2가 적어 놓은 피고인 2의 업무수첩 중 대화 내용 부분과 그에 관한 피고인 2의 진술밖에 없다. 전 대통령과 공소외 2가 부정한 청탁이 없었다고 주장하는 이 사건에서는 결국 피고인 2의 업무수첩 등 외에는 부정한 청탁을 입증할 만한 결정적인 증거는 없다. 피고인 2의 업무수첩 중 대화 내용 부분은 증거능력이 없어 증거로 할 수 없다. 원심판결은 대화 내용 부분에 관하여 증거능력을 부정하였지만 원심 법원은 이미 피고인 2의 업무수첩과 그 내용에 관하여 자세하게 신문된 피고인 2에 대한 증인신문조서들에 관한 검토를 마쳐 그 내용을 알게 된 후였다. 그리고 여전히 피고인 2의 업무수첩과 그에 관한 위 증인신문조서들은 이 사건 기록에 증거로 편철되어 있다. 판사가 법률전문가라고 하더라도 증거능력이 없는 피고인 2의 업무수첩의 내용이 머릿속에 잔영으로 남아 심증을 형성하는 데에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5) 이 사건에서 승계작업에 관한 부정한 청탁이 있었음을 인정할 수 있는 증거인 피고인 2의 업무수첩은 증거능력이 없으므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 그 밖에 특별검사가 사실심 법원에 제출한 모든 증거들을 살펴보아도 승계작업이 있었다거나 이에 관한 부정한 청탁이 있었음을 인정할 구체적인 증거가 없다. 범죄사실은 검사가 증명하여야 하고 그와 같은 증거가 없으면 무죄로 판단하여야 한다. 이는 헌법형사소송법의 명령이고 대법원 판례도 계속하여 같은 취지로 판시해 오고 있다. 구체적인 증거와 사실에 근거하지 않고 막연하게 개별적인 현안도 아닌 포괄적인 현안인 승계작업이 있었다고 인정하고 또 명시적이 아닌 묵시적인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고 인정하게 되면 피고인의 방어권 확보를 현저히 곤란하게 할 뿐만 아니라 누구도 범죄의 혐의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게 만든다.

6) 이 사건은 피고인 1에 대하여 10년 이상에 해당하는 징역형이 선고되었으므로 중대한 사실의 오인은 적법한 상고이유가 될 수 있다(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4호 ). 원심은 부정한 청탁을 명확하게 증명할 만한 별다른 증거가 없는데도 공소외 8 법인 관련 부정한 청탁을 인정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제3자뇌물수수죄에서 부정한 청탁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중대한 사실의 오인이 있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도 다수의견은 이러한 원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하고 있다. 이는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정하다는 확신을 가지게 할 수 있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고 이와 같은 증명이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유죄로 판단할 수는 없다는 대법원 판례에 정면으로 위배되므로 받아들일 수 없다.

7) 이러한 취지에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공소외 8 법인 관련 특정범죄가중법 위반(뇌물) 부분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에는 제3자뇌물수수죄의 부정한 청탁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중대한 사실을 오인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잘못이 있다. 따라서 원심판결 중 공소외 8 법인 관련 특정범죄가중법 위반(뇌물) 부분을 파기하여야 한다.

라.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의 유죄 부분이 파기되어야 한다는 결론은 다수의견과 같이 하지만 그 파기이유는 다르므로 별개의견으로 이를 밝혀둔다.

10.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에 관한 대법관 박상옥의 별개의견

다수의견의 논거 중 비공무원이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이 될 수 있는지 여부와 그 범위에 관한 부분에는 동의할 수 없다. 다수의견은 (1) 공무원과 비공무원이 공동가공의 의사와 이를 기초로 한 기능적 행위지배를 통하여 공무원의 직무에 관하여 뇌물을 수수하는 범죄를 실행하였다면 공무원과 비공무원에게 형법 제129조 제1항 에서 정한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이 성립한다고 한 다음, (2) 금품이나 이익 전부에 관하여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이 성립한 이후에 뇌물이 실제로 공동정범인 공무원 또는 비공무원 중 누구에게 귀속되었는지는 이미 성립한 뇌물수수죄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공무원과 비공무원이 사전에 뇌물을 비공무원에게 귀속시키기로 모의하였거나 뇌물의 성질상 비공무원이 사용하거나 소비할 것이라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은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이 성립한 이후 뇌물의 처리에 관한 것에 불과하므로 뇌물수수죄가 성립하는 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한다. 이러한 다수의견의 논리 중 공무원과 비공무원 사이의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 성립에 관한 일반론에 대한 부분인 위 (1)항 부분에 대하여는 동의하지만, 뇌물을 비공무원에게 전적으로 귀속시키기로 모의하거나 뇌물의 성질상 비공무원이 사용하거나 소비할 것인데도 비공무원이 뇌물을 받은 경우까지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이 성립한다고 하는 위 (2)항 부분에 대하여는 동의하지 않는다. 우리 형법제129조 제1항 의 뇌물수수죄와 별도로 제130조 에서 제3자뇌물수수죄를 규정하고 있는 이상 공무원이 아닌 비공무원인 제3자가 뇌물을 수수한 경우에는 뇌물의 귀속주체와 성질이 어떠한지에 따라 그 뇌물수수죄 또는 제3자뇌물수수죄가 성립하는지를 달리 평가하여야 한다 .

이 사건은 위 9. 가. 별개의견에서 자세히 밝히고 있는 이유와 같이, 전 대통령은 공소외 2에게 피고인 1에 대하여 ‘공소외 1 승마 지원’이라는 뇌물을 제공하도록 요구하였을 뿐이고 자신에게는 어떠한 뇌물도 요구하지 않았으며 실제로 뇌물을 수수한 것은 피고인 1이고, 뇌물의 성질상 전 대통령이 수수할 수 없고 피고인 1만 수수할 수 있으므로 형법 제129조 제1항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이 성립할 수 없고, 전 대통령과 피고인 1의 인식이나 의사도 제3자뇌물수수죄의 고의로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리고 피고인 1에게는 형법 제130조 제3자뇌물수수죄의 고의를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피고인 1에게 형법 제130조 제3자뇌물수수죄만 성립할 수 있다.

그런데도 원심은 전 대통령과 피고인 1에게 형법 제129조 제1항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이 성립하는 것을 전제로 피고인 1에게 특정범죄가중법 위반(뇌물)죄를 유죄로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비공무원이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이 될 수 있는지 여부와 그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의 유죄 부분 중 공소외 1 승마 지원 관련 특정범죄가중법 위반(뇌물) 부분은 파기되어야 한다. 비공무원이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이 될 수 있는지 여부와 그 범위에 관한 부분 외에는 다수의견의 견해에 동의하여 다수의견과 결론을 같이하므로, 다수의견과 견해를 달리하는 부분에 관하여 별개의견으로 이를 밝혀둔다.

11. 강요죄의 협박에 관한 대법관 박정화, 대법관 민유숙, 대법관 김선수의 별개의견

이 사건 공소사실의 강요죄 부분 중 ① ◁◁◁과 대기업들에 대한 이 사건 각 재단 관련 출연 등 요구, ② △△그룹에 대한 공소외 14 재단 관련 추가 지원 요구, ③ ◇◇그룹에 대한 공소외 8 법인 지원 요구(이하 위 세 개의 요구 사안을 ‘강요 불인정 사안’이라 한다)가 강요죄의 수단으로서 해악의 고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에는 다수의견과 견해를 같이한다. 그러나 ① ♡♡♡♡♡그룹에 대한 공소외 29 회사와 납품계약 체결 및 공소외 31 회사에 광고발주 요구, ② ●●●그룹에 대한 스포츠단 창단을 활용한 공소외 20 회사와 용역계약 체결 요구, ③ 공소외 32 회사에 대한 공소외 34와 공소외 35의 채용·보직변경과 공소외 31 회사 광고대행사 선정 요구, ④ 공소외 41 회사 등에 대한 스포츠단 창단을 활용한 공소외 20 회사와 용역계약 체결 및 공소외 8 법인 지원 요구(이하 위 네 개의 요구 사안을 ‘대상 사안’이라 한다)까지도 강요죄의 협박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다수의견의 논거와 결론에는 동의할 수 없다.

가. 다수의견이 지적한 것처럼 행위자가 상대방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지위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그 지위에 기초한 요구를 해악의 고지로 평가할 수는 없다. 이러한 요구를 해악의 고지로 평가할 수 있는지는 행위자와 상대방 사이의 관계와 지위뿐 아니라 그 요구의 내용, 요구 당시의 상황과 언행, 상대방이 요구에 응하게 된 경위와 당사자가 그 과정에서 보인 태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 이러한 판단 기준에 비추어 보면 다수의견이 대상 사안에 대하여 강요죄의 협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은 사회평균인의 관점에서 볼 때 경험법칙에 반한다.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대법원은 종래 해악의 고지는 언어나 거동에 의하여 상대방으로 하여금 어떠한 해악에 이르게 할 것이라는 인식을 갖도록 하는 것이면 충분하고, 행위자가 그 지위 등에 기한 불법한 위세를 이용하여 특정 요구를 함으로써 상대방으로 하여금 그에 응하지 아니한 때에는 부당한 불이익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는 위구심을 야기하는 경우에도 해악의 고지가 된다고 일관되게 판시하여 왔다 ( 대법원 2002. 8. 27. 선고 2001도6747 판결 , 대법원 2003. 5. 13. 선고 2003도709 판결 등 참조). 이는 행위자의 요구가 강요죄의 수단으로서 해악의 고지에 해당하는지는 구체적인 사정을 두루 참작하여 판단하여야 하고 개별적인 사정을 단편적으로 보아 판단할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 같은 취지에서 대상 사안의 경우 그 요구 행위자가 상대방에게 직무상 또는 사실상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과 문체부 제2차관이라는 것에 더하여 아래와 같은 각 사안별 여러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그 요구는 묵시적 해악의 고지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대상 사안의 각 요구를 해악의 고지로 볼 수 없다는 다수의견은 강요죄의 협박에 관하여 제시했던 해석상의 법리와는 달리 지위를 이용하여 한 요구를 묵시적 해악의 고지로 평가하기에 충분히 관련성이 있는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지 못하였고, 그 결과 경험법칙에 부합하지 않는 결론을 내리고 말았다. 대법원은 종래 행위자가 그 지위와 직책에 기하여 상대방의 중요한 이해관계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경우 그 지위를 이용하여 업무와 직접 관련이 없는 요구를 한 것 자체가 해악의 고지에 해당할 수 있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대법원 1974. 4. 30. 선고 73도2518 판결 , 대법원 2005. 11. 10. 선고 2004도42 판결 등 참조). 다수의견과 같이 대상 사안의 각 요구를 해악의 고지로 인정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포괄적인 권한을 가진 고위공직자일수록 특정한 불이익을 시사하는 구체적인 언동을 하지 않은 경우에 그 지위를 이용하여 한 요구를 묵시적 해악의 고지로 인정할 수 없게 되는 결과에 이른다. 이는 기존 법리보다 묵시적 해악의 고지의 인정 범위를 축소시키는 것일 뿐 아니라 다수의견이 제시한 법리적 의미를 퇴색시킨다. 다수의견에 의하면 고위공직자가 그 지위를 이용하여 한 요구를 어떠한 경우에 묵시적 해악의 고지로 평가할 수 있는지에 대한 기준을 모호하게 만든다.

묵시적 해악의 고지가 있었는지 판단할 때 그 기준은 평균적인 사회인의 관점에서 형성된 경험법칙이 되어야 한다.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로 기능하는 ‘경험법칙’이란 사회경험으로부터 귀납된 사물의 인과관계나 성상에 관한 지식 내지 인과관계에 관한 법칙을 말하는바, 여기서 ‘사회경험’은 평균적인 사회인의 관점에서 겪은 경험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또한 ‘평균적인 사회인’은 사회와 고립되어 홀로 섬에 갇힌 로빈슨 크루소도 아니고, 종교적 또는 철학적 신념이 확고하여 어떤 외부 압력이나 협박에도 굴하지 않는 강인한 의지를 가진 순교자나 초인도 아니며,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유지하면서 사회 속에서 생활하며 이성에 근거한 합리적인 판단능력과 함께 오욕칠정과 공포심을 가진 대다수의 보통 사람을 의미한다. 경험법칙의 원천인 사회경험을 로빈슨 크루소나 종교적 순교자 또는 철학적 초인과 같이 사회와 단절되거나 극히 예외적인 개인의 관점에서 겪은 경험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아서는 사회에서 수용할 수 있는 결론에 이를 수 없다. 사회에서 보편적으로 수용될 수 있는 법해석은 평균적인 사회인의 관점을 반영해야 가능한 것이다. 다수의견도 밝힌 바와 같이 묵시적 해악 고지가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 요구 당시의 상황 … 등 특수한 사정’을 고려하여야 한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묵시적 해악 고지가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는 당시의 국정운영 방식과 사회분위기 그리고 이에 대한 평균적인 사회인의 인식 등을 감안해야만 한다.

강요 불인정 사안과 대상 사안 사이에는 강요죄의 성립 여부를 좌우할 만한 차이가 있다. 대기업들에 대한 이 사건 각 재단 관련 출연 등 요구는 중간에 민간경제단체인 ◁◁◁이 개입되어 있다는 점에서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과 문체부 제2차관이 각 개별 기업 대표들에 대해 직접 요구한 대상 사안과는 다르다. 청와대가 이 사건 각 재단에 대한 전체 출연규모, 출연기업의 범위 등을 정하여 ◁◁◁에 전달하였으나, 구체적인 각 기업별 출연금액은 ◁◁◁이 내부 기준에 따라 자체적으로 정하였다. 또한 ◁◁◁의 요청을 받은 기업들은 ◁◁◁ 임직원들로부터 청와대의 관심사항이라는 말을 들었으나, 일부 기업은 그 요청을 거절하였다. 즉 공소외 64 주식회사는 유례없는 적자와 노조파업 등을 이유로, ■■그룹은 이미 체육 분야에 많은 지원을 하고 있다는 이유로, ◆◆◆그룹은 단순히 정부나 청와대에서 연락이 왔구나 하는 정도로 생각하여, ★★그룹은 청와대 주도로 설립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였다는 등의 이유로 거절하였다.

그리고 △△그룹에 대한 공소외 14 재단 관련 추가 지원 요구와 ◇◇그룹에 대한 공소외 8 법인 지원 요구의 경우 당시 △△그룹에는 ‘신규특허 방안의 조속한 추진 및 ▷▷▷▷ 면세점의 특허 재취득’이라는 현안이 있었고, ◇◇그룹에는 ‘승계작업’이라는 현안이 있었으며, △△그룹 회장 1심 공동피고인 3과 ◇◇그룹 부회장 공소외 2는 위와 같은 현안에 대해 부정한 청탁을 하는 대가로 전 대통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는 점에서, 현안에 대한 청탁 없이 일방적으로 전 대통령과 피고인 2 등의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던 대상 사안과는 차이가 있다. △△그룹과 ◇◇그룹에 대한 위 요구 사안은 다수의견도 인정한 바와 같이 1심 공동피고인 3과 공소외 2가 전 대통령의 뇌물 요구에 편승하여 그 직무와 관련한 이익을 얻기 위하여 직무행위를 매수할 의사로 뇌물을 공여한 것이다. 반면 대상 사안의 경우에는 피해자 측이 전 대통령 등의 요구를 일방적으로 수용할 수밖에 없었던 경우이다.

나. ♡♡♡♡♡그룹에 대하여 공소외 29 회사와 납품계약 체결을 요구하고 공소외 31 회사에 광고발주를 요구한 부분에 관하여 살펴본다.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피고인 2의 ♡♡♡♡♡그룹 부회장 공소외 28에 대한 요구는 ♡♡♡♡♡그룹의 주된 사업목적에 직접 관련된 기업 활동에 관한 경영상 의사결정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의사실행의 자유를 방해하는 내용이다. 각종 차량, 일반기계 및 그 부분품의 제조 판매업 등을 주된 사업목적으로 하는 ♡♡♡♡♡그룹에 공소외 29 회사라는 특정 업체가 생산하는 원동기용 흡착제를 납품받도록 요구하는 것은 ♡♡♡♡♡그룹이 제조 판매하는 제품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는 중대한 경영상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하는 것이다. 또한 ♡♡♡♡♡그룹이 제조하는 제품과 기업 자체에 대한 광고를 공소외 31 회사라는 특정 업체에게 발주하도록 요구하는 것도 주된 사업목적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는 중대한 경영상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중대한 경영상 의사결정은 기업의 주된 사업목적과 직결되고 그 영향이 일회적이거나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상당한 기간 계속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 의사결정의 과정과 기준이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관리되고, 기업 대표자라 하더라도 그와 배치되는 결정을 하는 것이 곤란하다. 이러한 사항에 대하여 대통령 또는 경제수석비서관이 구체적이고 특정한 요구를 하는 것은 상대방으로 하여금 그 자체로 위구심을 느끼게 할 수 있다.

더구나 피고인 2는 직접 ♡♡♡♡♡그룹 측으로부터 공소외 29 회사의 납품 완료와 이행 현황을 보고받으면서 계속적으로 개입하였다. 피고인 2의 이러한 행위는 ♡♡♡♡♡그룹으로 하여금 공소외 29 회사와의 계약을 해지할 수 없게 만들고 공소외 31 회사에 대한 광고발주 요구를 거절하기 어렵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결국 ♡♡♡♡♡그룹은 통상적인 내부의 의사결정 및 계약 상대방 결정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단기간 내에 공소외 29 회사와 수의계약으로써 납품계약을 체결하였고, 이미 다른 회사와 광고계약을 체결하였음에도 이를 해지하고 공소외 31 회사와 새로운 광고계약을 체결할 수밖에 없었다.

대통령과 경제수석비서관의 지위에 더하여 이와 같은 제반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 2가 공소외 28에게 한 각 요구는 공소외 28로 하여금 위 요구들이 단순한 협조 요청에 불과하여 그에 응할지 여부를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에 응하지 않을 경우 ♡♡♡♡♡그룹의 기업 활동에 어떠한 해악이 발생할 것이라는 인식을 갖게 하였다고 볼 수 있다. 공소외 28은 수사기관과 제1심에서, ‘한 나라의 경제정책을 좌지우지하는 경제수석이기 때문에 피고인 2의 부탁을 들어주었고, 부탁을 들어주지 않으면 불편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피고인 2의 요구 내지 지시가 아니었다면 공소외 29 회사가 통상적인 입찰 절차를 거치지 않고 ♡♡♡♡♡그룹의 납품업체로 쉽게 선정되는 혜택을 누릴 수 없었을 것이다.’, ‘특별한 요청이 없었다면 먼저 연락하여 공소외 31 회사를 광고 입찰 등의 과정에 참여시킬 일은 없었을 것이고, 유독 여러 광고업체 중 하나인 공소외 31 회사에 연락할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본다.’고 진술하였다. 피고인 2도 수사기관에서 ‘경제수석실에서 장기간 ♡♡♡♡♡ 측의 납품 여부까지 체크하는 등으로 인해 ♡♡♡♡♡ 측에서 어쩔 수 없이 공소외 29 회사 제품을 납품까지 받아야 했던 것은 인정하겠다.’고 진술하였다. 이는 묵시적 해악의 고지가 있었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는 사정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피해자 측과 가해자 측의 진술이 있음에도 해악의 고지를 인정하지 않는 다수의견은 평균적인 사회인의 관점에서 보아 경험법칙에 반한다.

따라서 피고인 2의 위와 같은 요구는 공소외 28의 의사결정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의사실행의 자유를 방해하기에 충분한 것으로서 묵시적인 협박에 해당한다.

다. ●●●그룹에 대하여 스포츠단을 창단하여 공소외 20 회사와 용역계약을 체결하라고 요구한 부분에 관하여 살펴본다.

전 대통령과 그 지시에 따른 피고인 2가 ●●●그룹에 대하여 배드민턴팀을 창단하여 공소외 20 회사와 용역계약을 체결하라고 요구한 것은 그 요구한 내용이 일회적이거나 일시적인 것이 아니고 상당한 기간 계속적인 비용의 지출과 관리가 필요한 사항으로 기업 경영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으므로 기업 대표자라 하더라도 일방적으로 결정하기 어려운 내용이다. 이러한 사항에 대하여 대통령 또는 경제수석비서관이 구체적이고 특정한 요구를 하는 것은 상대방으로 하여금 그 자체로 위구심을 느끼게 할 수 있다. ●●●그룹 회장 공소외 43은 2016. 2. 22. 전 대통령과의 단독 면담에서 여자 배드민턴팀을 창단해 주고 공소외 20 회사가 자문하게 하라는 요구를 받았고, 그 무렵 공소외 20 회사 대표 공소외 65의 연락처를 전달받았다. 공소외 43의 지시를 받은 ●●● 경영지원본부장 공소외 44는 여자 배드민턴팀 창단 비용이 과도하다는 이유를 들어 거절하였다. 그러자 피고인 2가 공소외 44에게 전화하여 청와대 관심사항이라고 말하며 여자 배드민턴팀이 안되면 스포츠단을 창단하는 대안도 고려하라며 공소외 20 회사와 잘 협의하라고 요구하였다. 그로 인하여 ●●●그룹은 공소외 20 회사와 ●●●그룹 계열사 산하에 2017년부터 창단 비용 16억 원 상당의 펜싱팀을 창단하고 공소외 20 회사가 그 매니지먼트를 맡기로 하는 내용의 의견을 교환하는 등의 행위를 하여야만 했다. 대통령과 경제수석비서관의 지위에 더하여 피고인 2의 공소외 44에 대한 위와 같은 언행, 그에 따른 ●●●그룹의 대응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면, 전 대통령과 피고인 2의 요구는 공소외 43 등으로 하여금 그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그룹의 기업 활동에 어떠한 해악이 발생할 것이라는 인식을 갖게 하였다고 볼 수 있다. 공소외 43은 수사기관에서, ‘펜싱팀을 창단하기로 한 것은 피고인 2가 기업에 대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대통령의 관심사안이라고 하면서 요구하였기 때문이다.’라고 진술하였고, 공소외 44는 수사기관에서, ‘피고인 2가 전화까지 주었기 때문에 대응하지 않을 수 없었다. 피고인 2의 정부정책에 대한 영향력 및 사업운영에 있어 정부를 비롯한 공공기관의 협조가 필수불가결한 것이 현실적인 상황에서 피고인 2의 제안은 사실상 무언의 압력과 다를 바가 없었다.’는 내용의 진술서를 제출하였고, 제1심에서 피고인 2의 제안은 심리적으로 부담이 되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이는 묵시적 해악의 고지가 있었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는 사정이다. 이러한 피해자들의 진술이 있음에도 해악의 고지를 인정하지 않는 다수의견은 평균적인 사회인의 관점에서 보아 경험법칙에 반한다.

따라서 피고인 2의 위와 같은 요구는 공소외 43 등의 의사결정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의사실행의 자유를 방해하기에 충분한 것으로서 묵시적인 협박에 해당한다.

라. 공소외 32 회사에 대하여 공소외 34와 공소외 35의 채용·보직변경을 요구하고 공소외 31 회사를 광고대행사로 선정하라고 요구한 부분에 관하여 살펴본다.

피고인 2는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공소외 32 회사 회장 공소외 33에게 윗선의 관심사항임을 밝히면서 공소외 34와 공소외 35를 채용해 줄 것을 요구하고 그 후 보직변경을 요구하여 정기인사 시기가 아님에도 이들을 채용하고 보직을 변경하게 하였다. 또한 공소외 31 회사를 광고대행사로 선정하라고 요구하여 공소외 32 회사가 공소외 31 회사를 광고대행사로 선정하게 하였다. 전 대통령과 피고인 2의 이러한 요구는 기업의 자율적 활동 중 핵심적인 부분으로서 기업이 자체적인 기준과 절차에 따라 운영하는 인사에 직접 개입한 것이고, 그 내용이 일회적이거나 일시적인 것이 아니고 상당한 기간 계속적인 비용의 지출과 관리가 필요한 사항으로 기업 경영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는 내용이다. 이러한 사항에 대하여 대통령 또는 경제수석비서관이 구체적이고 특정한 요구를 하는 것은 상대방으로 하여금 그 자체로 위구심을 느끼게 할 수 있다.

피고인 2는 위 요구에서 나아가 그에 따른 이행을 재촉하였고, 결국 공소외 32 회사는 내부 원칙과 기준, 절차를 위반하면서까지 위 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2의 일련의 언행과 요구는 공소외 33으로 하여금 그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공소외 32 회사의 기업 활동에 부당한 불이익이 초래될 위험이 있다는 위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공소외 33은 제1심에서, ‘경제수석인 피고인 2의 부탁이 아니었으면 공소외 34를 만날 일도 채용할 이유도 없다.’, ‘기업을 하는 입장에서 경제수석이 대통령의 요구사항, 지시사항, 관심사항이라고 이야기하는 데 부담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피고인 2가 위와 같은 부탁을 할 때 무리하지 말라는 말을 하거나 그러한 뉘앙스로 이야기한 기억은 없다.’고 진술하였다. 피고인 2도 수사기관에서 ‘대통령이 기업 경영자들을 상대로 구체적으로 특정 기업을 언급하면서 협조를 요청할 경우 이를 거절하는 것이 사실상 어렵다.’고 진술하였다. 이는 묵시적 해악의 고지가 있었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는 사정이다. 이러한 피해자의 진술이 있음에도 해악의 고지를 인정하지 않는 다수의견은 평균적인 사회인의 관점에서 보아 경험법칙에 반한다.

따라서 피고인 2의 위와 같은 요구는 공소외 33의 의사결정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의사실행의 자유를 방해하기에 충분한 것으로서 묵시적인 협박에 해당한다.

마. 공소외 41 회사 등에 대하여 스포츠단을 창단하여 공소외 20 회사와 용역계약을 체결하라고 요구하고 공소외 8 법인에 대한 지원을 요구한 부분에 관하여 살펴본다.

공소외 41 회사는 관광진흥 및 사회공헌활동을 위해 문체부 산하 한국관광공사의 자회사로 설립된 공공기관으로 문체부 제2차관이 감독 업무를 총괄한다. 공소외 41 회사가 공공기관으로서 문체부의 직접적인 감독을 받기 때문에 대통령이나 문체부 제2차관의 요구를 거절하기 어려운 지위에 있다는 점에서 강요 불인정 사안의 사기업체와는 그 지위가 근본적으로 다르다.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피고인 2와 문체부 제2차관 공소외 42가 공소외 41 회사 대표이사 공소외 66에게 스포츠단을 창단하여 공소외 20 회사와 용역계약을 체결하라고 요구한 것은 그 요구한 내용이 일회적이거나 일시적인 것이 아니고 상당한 기간 계속적인 비용의 지출과 관리가 필요한 사항으로 기업 경영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는 것이므로 기업 대표자라 하더라도 일방적으로 결정하기 어려운 내용이다. 이러한 사항에 대하여 대통령 또는 경제수석비서관, 문체부 제2차관이 구체적이고 특정한 요구를 하는 것은 상대방으로 하여금 그 자체로 위구심을 느끼게 할 수 있다.

피고인 2는 업무적으로나 개인적인 친분이 없는 공소외 66에게 전화하여 공소외 20 회사를 특정하며 일방적으로 위와 같은 요구를 하였고 공소외 66이 공소외 20 회사가 요구하는 계약의 규모가 너무 크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하자 이번에는 감독권한이 있는 공소외 42가 공소외 66에게 계약금액을 낮추고 장애인 선수단을 창단하라고 요구하였다. 이후에도 공소외 42는 선수단 창단 과정을 보고받고 공소외 66에게 지시를 하는 등 지속적으로 관여하였다. 또한 공소외 42는 공소외 66에게 공소외 8 법인에 대한 지원을 요구하였다. 공소외 66은 공소외 41 회사로부터 자금 전부를 출연받았을 뿐만 아니라 문체부 제2차관 산하 관광정책실의 감독을 받는 공소외 41 회사 사회공헌재단의 이사장 공소외 67에게 ‘위에서의 요청’이라며 공소외 8 법인에 대한 지원을 검토하게 하였다. 이러한 요구에 따라 공소외 41 회사는 내부 반대의견에도 불구하고 장애인 펜싱팀을 창단하고 공소외 20 회사에 소속 선수 관련 업무대행 권한을 부여하는 공소외 41 회사-선수-공소외 20 회사 3자 간 공소외 41 회사 장애인 펜싱 실업팀 선수 위촉계약을 체결하였고, 공소외 41 회사 사회공헌재단은 공소외 8 법인에 공소외 42가 요구한 금액을 지원하였다.

경제수석비서관과 문체부 제2차관의 지위, 공소외 42와 공소외 66 및 공소외 67과의 관계에 더하여 이와 같은 제반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 2와 공소외 42의 공소외 66에 대한 요구와 공소외 42의 공소외 66과 공소외 67에 대한 요구는 그 상대방으로 하여금 그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자신이나 공소외 41 회사 등의 기업 활동에 부당한 불이익이 초래될 위험이 있다는 위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스포츠단을 창단하여 공소외 20 회사와 용역계약을 체결하라는 요구에 관하여 공소외 66은 수사기관과 제1심에서, ‘청와대 경제수석인 피고인 2가 공소외 20 회사와 용역계약을 체결하라고 한 지시는 실질적인 압력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전혀 받아들일 수 없는 연간 80억 원 상당의 용역계약 제안에 대해 공소외 20 회사와 장기간 협상을 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위와 같은 피고인 2의 말은 곧 청와대의 뜻이라 생각했고, 경제수석의 월권행위라고 생각하지 못했으며, 청와대에서 지시하는 것이니 따라야겠다고 생각했다.’, ‘피고인 2의 지시가 없었다면 사장으로서 스포츠팀을 창단하는 것이 급선무는 아니었을 것이다.’, ‘피고인 2의 전화, 공소외 42의 계약 과정에서의 여러 제안에 따라 공소외 20 회사와의 계약 및 협상 과정에서 심리적으로 부담을 가졌던 것은 사실이다.’라고 진술하였다. 공소외 8 법인 지원 요구에 관하여 공소외 66은 수사기관과 제1심에서, ‘공소외 42 차관이 주무부처의 차관이고, 체육담당 차관이기 때문에 저의 직속상관이다. 그래서 그 전화는 제가 무시할 수 없고, 좀 부담을 갖고 받았다.’, ‘반드시라는 말은 안 했지만, 그 말이 실질적으로 지원을 염두에 두고 한 것으로 이해했다.’고 진술하였다. 공소외 67은 수사기관과 제1심에서, ‘공소외 66으로부터 위에서의 요청이라며 공소외 8 법인에 지원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지원의 규모를 봤을 때 문체부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공소외 66을 통해 문체부로 생각되는 곳의 요청이 있었기 때문에 이 사업에 지원을 하게 된 것은 맞다.’고 진술하였다.

공소외 66과 공소외 67의 이와 같은 진술은 묵시적 해악의 고지가 있었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는 사정이다. 이러한 피해자들의 진술이 있음에도 해악의 고지를 인정하지 않는 다수의견은 평균적인 사회인의 관점에서 보아 경험법칙에 반한다.

따라서 피고인 2와 공소외 42의 위와 같은 요구는 공소외 66과 공소외 67의 의사결정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의사실행의 자유를 방해하기에 충분한 것으로서 묵시적인 협박에 해당한다.

바. 요컨대 원심이 대상 사안에 대하여 묵시적 해악 고지를 인정하여 이 부분 강요죄를 유죄로 판단한 것에 강요죄에서 말하는 협박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

그렇다면 원심판결의 강요 부분 중 강요 불인정 사안 부분은 파기되어야 하고, 위 파기 부분과 포괄일죄, 상상적 경합 관계에 있는 부분, 대상 사안을 포함하여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하나의 형이 선고된 유죄 부분도 함께 파기되어야 한다. 원심판결 중 피고인들에 대한 유죄 부분(이유무죄 부분 포함)은 모두 파기되어야 한다.

이와 같이 이 사건 결론에 관하여는 다수의견과 의견을 같이하지만 결론에 이르기까지의 이유는 다르므로, 다수의견과 견해를 달리하는 부분에 관하여 별개의견으로 이를 밝혀둔다.

대법원장 김명수(재판장) 대법관 조희대 권순일 박상옥 이기택 김재형(주심) 박정화 안철상 민유숙 김선수 이동원 노정희 김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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