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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5. 7. 15. 선고 2004도1565 판결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위계공무집행방해·공문서부정행사][공2005.8.15.(232),1380]
판시사항

[1] 공갈죄의 수단인 협박의 의미

[2] 폭력조직의 두목 또는 조직원이 제3자를 통해 피해자들에게 암묵적인 방법으로 재물의 교부를 요구하고 이에 응하지 아니할 때에는 부당한 불이익을 초래할 위험이 있을 수 있다는 위구심을 야기하게 하고, 나아가 피해자들이 곤경에 빠진 제3자를 위해 마지못해 돈을 준 경우, 공갈죄의 성립을 긍정한 사례

판결요지

[1] 공갈죄의 수단으로서 협박은 사람의 의사결정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의사실행의 자유를 방해할 정도로 겁을 먹게 할 만한 해악을 고지하는 것을 말하고, 해악의 고지는 반드시 명시의 방법에 의할 것을 요하지 아니하며 언어나 거동 등에 의하여 상대방으로 하여금 어떠한 해악을 입을 수 있을 것이라는 인식을 갖게 하는 것이면 족하고, 또한 직접적이 아니더라도 피공갈자 이외의 제3자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할 수도 있으며, 행위자가 그의 직업, 지위, 불량한 성행, 경력 등에 기하여 불법한 위세를 이용하여 재물의 교부나 재산상 이익을 요구하고 상대방으로 하여금 그 요구에 응하지 아니할 때에는 부당한 불이익을 초래할 위험이 있을 수 있다는 위구심을 야기하게 하는 경우에도 해악의 고지가 된다.

[2] 피해자들이 제작·투자한 영화의 소재로 삼은 폭력조직의 두목 또는 조직원이 피해자들에게 그 영화의 감독을 통해 조직폭력배의 불량한 성행, 경력 등을 이용하여 재물의 교부를 요구하고 피해자들로 하여금 그 요구에 응하지 아니할 때에는 부당한 불이익을 초래할 위험이 있을 수 있다는 위구심을 야기하게 하였고, 피해자들도 돈을 요구하는 상대방이 자신들이 영화의 소재로 삼았던 폭력조직의 두목 또는 조직원이므로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자신들이 받을 불이익을 두려워하거나 또는 곤경에 빠진 위 영화감독을 위해서라도 돈을 지급하지 않을 수 없다고 판단하여 마지못해 돈을 준 경우, 공갈죄의 성립을 긍정한 사례.

피고인

피고인 1 외 1인

상고인

검사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지방법원 본원 합의부로 환송한다.

이유

1.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의 공소사실 요지

피고인들에 대한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의 공소사실(이하 '이 부분 공소사실'이라 한다) 요지는, 폭력조직 '칠성파'의 두목인 피고인 1과 조직원인 피고인 2가 공모 공동하여, 피고인 2가 '신20세기파' 조직원인 공소외 1을 살해한 사건을 소재로 제작된 영화 ' (영화명 생략)'의 감독인 공소외 2에게 돈을 주지 않으면 위해를 가할 것이라고 협박하고, 이에 겁을 먹은 공소외 2를 통하여 위 영화의 제작사 대표인 피해자 1과 투자사 대표인 피해자 2를 협박하여 공소외 2로 하여금 피해자들로부터 합계 5억 2천만 원을 교부받게 한 다음 그 중 3억 원을 공소외 2로부터 교부받아 이를 갈취하였다는 것이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이 부분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공소외 2에 대한 검찰 제1회, 제2회 각 피의자신문조서, 피해자 1에 대한 검찰 진술조서 및 피해자 1의 1심 법정진술, 피해자 2에 대한 검찰 진술조서, 2001. 4. 24.자 편지 및 접견부 사본 등은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신빙성이 없어 믿기 어렵거나, 이들 증거만으로는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위 공소사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제1심의 판단을 유지하였다.

가. 우선, 공소외 2의 검찰진술에 관하여는, 공소외 2가 검찰 제1회 피의자신문조서에서 자신의 친구인 피고인 2가 공소외 1을 살해한 실제 사건을 각색하여 영화 ' (영화명 생략)'를 만들었는데 예상보다 크게 흥행에 성공함에 따라 피고인 2에게 1억 원 정도의 사례비를 지급할 생각을 하고 있던 중 피고인 2가 흥행수입의 10%~15% 정도를 받아야겠다고 하므로 영화제작자 등으로부터 3억 원 내지 5억 원을 받아 주기로 하였으나 영화제작자 대표인 피해자 1 등이 쉽게 돈을 주지 않는 사이에 피고인들로부터 돈을 받아줄 것을 요구받고 심리적으로 압박을 받게 되자, 피해자들에게 자신이 칠성파 피고인 1로부터 협박을 받고 있다고 거짓말을 하여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받아 전해 주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가, 검찰 제2회 피의자신문조서에서는 피고인 2가 여러 경로를 통해 빨리 돈을 줄 것을 요구하였고, 피고인 1도 공소외 2가 전화를 받지 않고 회피하자 여러 차례에 걸쳐 돈을 달라고 전화를 하거나 음성메시지를 남기는 등 은근히 협박을 하여 이에 겁을 먹고 3억 원을 빼앗기는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피고인 1에게 주게 된 것이라고 하여 자신이 피고인들로부터 협박을 당한 사실을 시인하였으나, 제1심 및 원심법정에서는 영화 ' (영화명 생략)'가 흥행에 크게 성공함에 따라 그 사례금조로 3억 원을 피고인 2가 지정하는 피고인 1에게 전해 준 것뿐이고 피고인들이 자신을 협박하거나 피해자들에게 자신이 협박을 당하고 있다고 말한 사실은 없고, 단지 피고인들에게 돈을 준 것 때문에 피의자로서 조사를 받으면서 구속이 될지도 모르는 불안한 상황에서 피고인들의 협박에 의하여 돈을 준 것이 아니냐는 검사의 계속된 추궁에 어쩔 수 없이 이를 시인한 것이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여 검찰 진술을 번복하고 있는바, 이 부분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공소외 2의 검찰에서의 각 진술은 공소외 2의 제1심 및 원심법정에서의 각 진술과 접견부 사본 및 편지 등에 나타난 피고인 2와 공소외 2의 관계 등에 비추어 그대로 믿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피고인들이 공소외 2에 대하여 어떠한 내용으로 협박을 하였는지 구체적인 진술이 없고, 공소외 2와 피해자 1이 피고인 2에게 상당한 사례를 하겠다는 취지의 말을 한 바 있으며, 피고인 2이 위 영화 때문에 언론 등의 주목을 받게 되어 자주 교도소 이감이 되는 등 피해를 입게 된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2 공소외 2 및 그를 통하여 피해자들에게 돈을 요구하였다거나, 피고인 1이 전화를 하였다는 것만으로 협박을 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나. 다음으로, 피해자 1은 검찰에서 공소외 2가 피고인들로부터 돈을 달라는 협박을 받아 자다가도 몇 번씩 일어나고 머리털이 쭈뼛쭈뼛 선다며 5억 원으로 해결해 보겠다고 하여서 2억 원을 준비하여 주었고, 공소외 2가 피고인들을 만나고 나서 자신에게 요구하는 과정에서 보인 뉘앙스를 보면 도저히 돈을 주지 않을 수가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제1심법정에서도 같은 취지로 진술하고 있으나,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공소외 2가 제1심 및 원심법정에서 자신이 피고인들로부터 협박을 당하고 있다고 피해자 1에게 말한 사실이 없다고 진술하고 있는데다가, 가사 공소외 2가 피해자 1 등에게 협박을 당하고 있다는 말을 한 사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들로부터 빨리 돈을 달라는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공소외 2 자신이 협박을 당하는 곤란한 상황에 있는 것처럼 과장하였을 여지도 있어 보이고, 피해자 1이 들었다는 협박의 내용도 피고인들이 빨리 돈을 달라고 한다는 것에 불과하므로, 피해자 1의 각 진술에 의하여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

다. 또한 피해자 2에 대한 검찰 진술조서는, 피해자 2가 제1심 및 원심법정에서 진술조서를 읽어보지 아니하고 서명·무인하였는데 자신의 실제 진술내용과 다르게 기재되어 있다고 진술하여 그 증거능력에 의문이 있을 뿐만 아니라, 설사 증거능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피해자 1의 진술과 마찬가지로 피고인들이 빨리 돈을 달라고 한다는 것에 불과하므로,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

라. 한편, 피고인 2가 공소외 2에게 보낸 2001. 4. 24.자 편지의 내용은 대체로 영화의 성공을 축하하면서 인간적인 욕심에서 어쩔 수 없이 돈을 요구하게 되는 심정과 그 돈을 받는 데 공소외 2이 가교 역할을 해 주되 그로 인한 피해가 친구인 공소외 2에게 미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표현한 것으로 보이고, 또한 피고인 2에 대한 각 접견표 사본도, 공소외 2가 피고인 1에게 3억 원을 전해준 이후에 다시 피고인 2의 처 공소외 3에게 별도로 2천만 원을 주는 등 협박에 의하여 돈을 갈취당한 사람이 취할 수 있는 행동으로는 볼 수 없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점 및 공소외 2와 피고인 2의 친분관계, 피고인 2가 보낸 편지의 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위 편지나 각 접견부의 기재에 의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에는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3.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과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무릇, 공갈죄의 수단으로서 협박은 사람의 의사결정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의사실행의 자유를 방해할 정도로 겁을 먹게 할 만한 해악을 고지하는 것을 말하고, 해악의 고지는 반드시 명시의 방법에 의할 것을 요하지 아니하며 언어나 거동 등에 의하여 상대방으로 하여금 어떠한 해악을 입을 수 있을 것이라는 인식을 갖게 하는 것이면 족하고, 또한 직접적이 아니더라도 피공갈자 이외의 제3자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할 수도 있으며, 행위자가 그의 직업, 지위, 불량한 성행, 경력 등에 기하여 불법한 위세를 이용하여 재물의 교부나 재산상 이익을 요구하고 상대방으로 하여금 그 요구에 응하지 아니할 때에는 부당한 불이익을 초래할 위험이 있을 수 있다는 위구심을 야기하게 하는 경우에도 해악의 고지가 된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 2001. 2. 23. 선고 2000도4415 판결 , 2003. 5. 13. 선고 2003도709 판결 등 참조).

나. 인정 사실

기록에 의하면 다음의 각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1) 피고인 2과 공소외 2는 초등학교 동창지간으로 초등학교 시절에는 가깝게 지냈으나, 공소외 2는 대학을 중퇴한 후 미국에서 영화와 관련한 공부를 하고 돌아와 영화감독으로 활동해 온 반면, 피고인 2는 고교를 중퇴한 뒤 폭력조직인 칠성파의 조직원으로 활동하다가 1996년경부터 수형생활을 해 왔고, 양인은 초등학교 졸업 후 10여 회 정도 만난 사실이 있을 뿐 그다지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다.

(2) 피고인 2는 다른 폭력조직인 신20세기파의 조직원으로서 어린 시절 친구 사이였던 공소외 1을 살해하도록 교사한 범죄로 위와 같이 교도소에 수감중이었는데, 공소외 2가 1999. 7. - 8.경 피고인 2를 면회한 자리에서 위 피고인의 범죄내용을 소재로 영화 ' (영화명 생략)'를 만들어 보겠다고 하자, 피고인 2는 "영화를 열심히 만들어서 성공해 보라."는 이야기를 하였을 뿐, 영화 흥행과 관련하여 사례 등을 하기로 약속하거나 이에 관한 언급을 한 바는 전혀 없었다.

(3) 한편, 위 영화가 개봉되기 전인 2001. 3. 초순경 영화제작사인 공소외 4 주식회사 대표이사인 피해자 1은 조직폭력배를 소재로 영화를 제작하는 만큼 혹시라도 어떤 피해를 당하지 않을까 걱정한 나머지 공소외 2에게, 1,100만 원 정도를 피고인 2의 처에게 위로금조로 줄 의향이 있다고 말하였고, 이에 대해 공소외 2는 감사하다는 뜻을 표시하였으나, 공소외 2가 이미 피고인 2로부터 영화제작에 대한 승낙을 받은 상태였기 때문에 그 정도의 사례만 하면 충분할 것으로 생각하였을 뿐, 공소외 2이나 피해자 1 모두 더 이상의 사례를 하거나 돈을 줄 생각은 하지 않고 있었다.

(4) 그런데 2001. 3. 31. 영화 ' (영화명 생략)'가 개봉되고 흥행에 성공할 조짐을 보이자, 피고인 2는 2001. 4. 13., 공소외 2에게 위 영화의 성공에는 공소외 2의 공이 가장 크므로 영화제작사의 피해자 1이나 영화투자배급사의 피해자 2가 초기의 옵션만을 고집한다면 자신이 가만있지 않겠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고, 같은 달 24.에는, 자기 대신 공소외 2가 중간에서 가교 역할을 하여 자신의 몫을 챙겨 달라고 요청하면서 피해자 1와 피해자 2가 이에 순순히 응하지 않으면 "안에 있는 상식 없는 친구가 영화의 흥행과 함께 자기의 권리를 주장하며 날뛰고 있는데 나의 능력으로는 막을 길이 없다."고 전하라고 하는 한편, 그들이 돈을 주지 않는다면 "나의 방식대로 그들을 상대할 것이다."라고 하면서 면회를 와달라고 하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5) 이에 공소외 2가 2001. 5. 중순 피고인 2를 면회한 자리에서, 피고인 2는 공소외 2에게 자신의 몫으로 흥행수입금의 10%-15% 정도를 요구하면서 피고인 1을 만나서 자신에 대한 모든 문제를 해결하라고 하였고, 이에 공소외 2는 영화계의 수입배분 상황을 설명하면서 그렇게 많은 금액을 줄 수는 없다고 난색을 표명하였다.

(6) 한편, 피고인 1은 2001. 5.경 공소외 2에게 돈을 요구하기 위해 여러 차례 전화를 하였으나 공소외 2가 의도적으로 전화를 받지 아니하자, 음성메시지를 남기는 등 접촉을 시도하였고, 2001. 6. 15. 피고인 피고인 2를 면회한 자리에서 공소외 2를 지칭하며 "그 자식 그거 전화도 안하고 웃기는 놈이야. 걔에게 똑바로 하라고 얘기해. 호로자식, 단호하게 해라."라고 이야기하면서 피고인 2를 독려하기도 하였다.

(7) 피해자 1은 공소외 2로부터 피고인 2가 돈을 요구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처음에는 호의로 자진하여 어느 정도의 돈을 주겠다고 하였지만, 만약 깡패들이 돈을 요구한다면 절대 돈을 줄 수 없다고 말하였고, 2001. 7. 23. 공소외 2로부터 그러한 이야기를 전해들은 피고인 2는 피해자 1에 대하여 강한 불만을 표시하면서 자신에게 실제 줄 수 있는 돈이 얼마인지 물어보았으며, 이에 대해 공소외 2는 예상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원하는 것으로 생각한 나머지 마지못해 "1억 원 정도 생각하고 있었는데 2억 원 정도를 더 해보겠다."고 이야기하였다.

(8) 그 후 공소외 2는 피해자 1을 찾아가 3억 원 정도를 마련해 달라고 하였고, 이에 따라 피해자 1은 피해자 2를 자신의 사무실로 불러 그러한 경위를 이야기하면서 자신이 1억 원, 피해자 2가 2억 원을 마련하기로 하였다.

(9) 그런데 공소외 2는 그 후 2001. 8. 초순경 다시 피해자 1을 찾아가 5억 원을 만들어 달라고 하면서 피해자 1에게는 2억 원을 부탁하고, 나머지 3억 원은 피해자 2로부터 받아서 해결하겠다고 하여 결국 피해자 1과 피해자 2는 영화 수익을 정산할 무렵 위 돈을 주기로 하였고, 이에 따라 피해자 1은 2001. 11. 12.경 2억 2천만 원을, 피해자 2는 그 무렵 3억 원을, 피고인들에게 건네줄 돈으로 공소외 2에게 각각 교부하였다.

(10) 공소외 2는 2001. 11. 말경 위 돈 중 현금 3억 원과 수표로 3천만 원을 준비하여 부산에 내려가 피고인 1에게 현금 3억 원을 전달한 후, 그 다음날 피고인 2의 처를 따로 만나 가져간 수표 중 2천만 원을 전달하였다.

(11) 공소외 2는 영화 ' (영화명 생략)'와 관련하여 당초 5천만 원의 감독료만 받기로 되어 있었으나, 흥행 성공으로 인한 보너스로 영화에 투자한 회사들로부터 2억 원을 추가로 받았다.

다. 한편, 피해자 1은 검찰에서 공소외 2로부터 " 피고인 1이 자꾸 전화를 해서 돈을 달라고 협박을 한다. 불안하고 겁이 나서 밤에 잠을 자지 못하고 머리가 쭈뼛쭈뼛 설 정도로 협박을 당하고 있다. 세금 빼고 5억 원을 만들어 달라."는 말을 들었고, 당시 공소외 2가 말하는 분위기로 보아 곤경에 빠진 공소외 2를 위해서라도 도저히 돈을 주지 않을 수가 없어서 피해자 2에게도 그와 같은 경위를 설명하고, 함께 돈을 마련하여 건네주었다고 진술한 이래 제1심법정에서도 같은 취지로 비교적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

반면 공소외 2는 검찰에서는, 피고인들로부터 거듭된 압박을 받아 피해자 1 등으로부터 돈을 받아 전달했다고 진술하였다가, 제1심 및 원심법정에서는 이를 번복하여 피고인들로부터 협박을 당한 사실이 없고, 피해자 1 등에게 협박을 당하고 있다고 말한 사실도 없으며, 단지 영화 ' (영화명 생략)'가 흥행에 크게 성공함에 따라 자신이 먼저 피고인 2에게 사례금을 지급하겠다고 하여 피해자 1 등으로부터 돈을 받아 그 중 3억 원을 준 것이라고 진술하고 있고, 원심은 공소외 2의 위 법정진술을 취신한 나머지 동인의 검찰진술과 피해자 1의 진술을 배척하고 있다.

그러나 피해자 1의 일관된 진술은 그 진술내용에 있어 특별히 합리성을 결하거나 이치에 맞지 않는 면을 찾아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위 인정 사실에서 본 바와 같이, 피해자 1으로서는 아무런 대가 없이 피고인들에게 거액의 돈을 줄 아무런 이유나 의무가 없었던 점에 비추어, 만약 그가 공소외 2가 피고인들로부터 협박을 당하고 있다는 말을 듣지 않았다면 도대체 무슨 연유로 그와 같은 거액의 돈을 마련하여 공소외 2를 통하여 피고인들에게 전달한 것인지에 관해 합리적인 설명을 할 수 없는 점, 피고인 2가 공소외 2에게 보낸 편지의 내용이나 위 피고인에 대한 접견부 사본 등도 간접적으로나마 협박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해자 1의 위 진술은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된다.

반면, 공소외 2로서는 피고인 2과의 관계, 특히 현재 수형중인 피고인 2가 추가로 처벌을 받게 될 경우 공소외 2 자신이 받게 될지도 모를 불이익이나 심리적 압박감 등으로 인하여 진술을 번복하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공소외 2의 법정진술이 동인의 검찰진술이나 피해자 1의 진술보다 신빙성이 더 높다거나 우월한 증거가치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라. 결국 위에서 본 사실관계에 의하면, 공소외 2는 피고인들로부터의 계속된 요구로 심리적인 압박을 받고 있는 상태에서 피해자들에게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협박을 당하여 고통받고 있다는 취지로 이야기하면서 돈을 마련해 줄 것을 부탁하였고, 피해자들 역시 피고인 2에게 돈을 지급할 의무가 없음에도 돈을 요구하는 상대방이 다름 아닌 자신들이 영화의 소재로 삼았던 폭력조직의 두목 또는 조직원이므로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자신들이 받을 불이익을 두려워하거나 또는 곤경에 빠진 공소외 2를 위해서라도 돈을 지급하지 않을 수 없다고 판단하여 공소외 2에게 지급해야 할 보너스보다 훨씬 많은 돈을 마지못해 주게 된 것이라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피고인들이 공소외 2를 통하여 피해자들에게 취한 일련의 행위는, 비록 그 수단이 피해자들에게 직접적으로 행하여졌거나 명시적인 해악의 내용을 고지하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공소외 2를 통하여 조직폭력배들의 불량한 성행, 경력 등을 이용하여 재물의 교부를 요구하고 상대방으로 하여금 그 요구에 응하지 아니할 때에는 부당한 불이익을 초래할 위험이 있을 수 있다는 위구심을 야기하게 한 것으로서 공갈죄의 구성요건으로서의 해악의 고지에 해당한다고 보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할 것이다.

마.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앞서 본 바와 같은 이유만으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는바, 거기에는 채증법칙을 위배하였거나 사실을 오인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고, 이 점을 지적하는 검사의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4. 파기의 범위

제1심이 유죄로 인정하여 원심이 유지한 피고인 1에 대한 위계공무집행방해죄 및 공문서부정행사죄 부분은 파기의 대상이 되는 이 부분 공소사실과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으므로, 위 유죄 부분도 함께 파기를 면할 수 없다.

5.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유지담(재판장) 배기원 이강국(주심) 김용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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