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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6. 6. 15. 선고 2004도3424 판결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공2006.8.1.(255),1384]
판시사항

[1] 제3자 뇌물공여죄에 있어서 ‘부정한 청탁’의 의미

[2] 형법 제130조 뇌물죄에 있어서의 뇌물성

[3]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인 피고인이 이동통신회사가 속한 그룹의 구조조정본부장으로부터 당해 이동통신회사의 기업결합심사에 대하여 선처를 부탁받으면서 특정 사찰에의 시주를 요청하여 시주금을 제공케 한 사안에서, 그 부탁한 직무가 피고인의 재량권한 내에 속하더라도 형법 제130조 에 정한 ‘부정한 청탁’에 해당하고, 위 시주는 기업결합심사와 관련되어 이루어진 것이라고 판단하여 제3자뇌물수수의 죄책을 인정한 원심의 조치를 수긍한 사례

판결요지

[1] 형법 제130조 의 제3자 뇌물공여죄에 있어서 ‘부정한 청탁’이라 함은, 그 청탁이 위법하거나 부당한 직무집행을 내용으로 하는 경우는 물론, 비록 청탁의 대상이 된 직무집행 그 자체는 위법·부당한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당해 직무집행을 어떤 대가관계와 연결시켜 그 직무집행에 관한 대가의 교부를 내용으로 하는 청탁이라면 이는 의연 ‘부정한 청탁’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2] 형법 제130조 뇌물죄에 있어서의 뇌물성은 형법 제129조 뇌물죄에 있어서와 마찬가지로 직무와의 관련성이 있으면 인정되는 것이고, 그 뇌물을 받는 제3자가 뇌물임을 인식할 것을 요하지 아니하며, 그 뇌물을 제3자에게 공여하게 한 동기를 묻지 아니하므로, 어떤 금품이 공무원의 직무행위와 관련하여 교부된 것이라면 그것이 시주의 형식으로 교부되었고 또 불심에서 우러나온 것이라 하더라도 뇌물임을 면할 수 없다.

[3]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인 피고인이 이동통신회사가 속한 그룹의 구조조정본부장으로부터 당해 이동통신회사의 기업결합심사에 대하여 선처를 부탁받으면서 특정 사찰에의 시주를 요청하여 시주금을 제공케 한 사안에서, 그 부탁한 직무가 피고인의 재량권한 내에 속하더라도 형법 제130조 에 정한 ‘부정한 청탁’에 해당하고, 위 시주는 기업결합심사와 관련되어 이루어진 것이라고 판단하여 제3자뇌물수수의 죄책을 인정한 원심의 조치를 수긍한 사례.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법무법인 광장 담당변호사 박우동외 1인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경과한 후에 제출된 각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본다.

1.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검사 작성의 공소외 1, 2, 3에 대한 각 진술조서의 진술기재, 제1심 제2회 공판조서 중 공소외 1의 진술기재에 터 잡아, 공소외 3 주식회사 회장인 공소외 2가 검찰에서 “2002. 3. 14. 고려대학교 동문으로 안면이 있는 피고인의 요청으로 역삼동 소재 일식집에서 만나 이야기를 하던 중 피고인으로부터 (사찰명 생략) 주지인 (이름 생략)가 용인에 연로한 스님을 위한 불사를 건립하는 데 10억 원이 소요되므로 (그룹명 생략)그룹에서 위 돈을 시주금으로 지원하여 달라는 요청을 받았으나, 대기업이 특정 사찰에 기부할 경우 다른 사찰이나 다른 종교단체들에게도 돈을 기부하여야 하는 애로점을 표명하면서 시주요청을 거절하였다.”고 진술한 사실, 공소외 1은 검찰과 제1심 제2회 공판기일에서 “자신은 2002. 7. 12. 피고인으로부터 시주 요청을 받고 (그룹명 생략)그룹 회장인 공소외 3에게 보고하였더니 공소외 3이 특정 사찰에서 돈을 기부하면 형평성에 문제가 크다는 말을 하므로 다시 피고인을 만나 (사찰명 생략)에 직접 시주를 하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위 돈을 피고인에게 직접 주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고 진술하고 있고, 위 공소외 3도 검찰에서 이에 부합하는 진술을 하였던 사실을 인정한 다음, 공소외 2가 위 일식집에서 이 사건 시주를 이미 승낙하였다는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고, 피고인이 공소외 1에게 시주를 요구하여 이 사건 시주가 이루어졌다고 판단하였다.

원심이 유지한 제1심판결의 채용증거들을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심리미진 내지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2.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하여

형법상의 뇌물죄는 공무원의 직무집행의 공정과 이에 대한 사회의 신뢰 및 직무집행의 불가매수성을 그 보호법익으로 하는 것이다. 따라서 형법 제130조 의 제3자 뇌물공여죄에 있어서 ‘부정한 청탁’이라 함은, 그 청탁이 위법하거나 부당한 직무집행을 내용으로 하는 경우는 물론, 비록 청탁의 대상이 된 직무집행 그 자체는 위법·부당한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당해 직무집행을 어떤 대가관계와 연결시켜 그 직무집행에 관한 대가의 교부를 내용으로 하는 청탁이라면 이는 의연 ‘부정한 청탁’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상고이유는 이와 다른 견해를 주장하면서 형법 제357조 의 배임수증죄에 관한 대법원판례를 원용하고 있으나 배임수증죄는 개인적 법익을 그 보호법익으로 하는 죄이므로 그에 관한 판례는 보호법익을 달리 하는 뇌물죄에 원용할 만한 적절한 사안이 되지 못한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이라 한다) 제12조 의 규정에 의하면, 일정한 기업이 주권상장법인이나 협회등록법인의 주식 15% 이상을 취득하는 경우에는 이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라 한다)에 의무적으로 신고하도록 되어 있기는 하지만, 누구든지 다른 회사의 주식을 취득하는 등으로 일정한 거래분야에서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공정거래법 제7조 의 규정에 비추어, 15% 미만의 주식을 취득하는 경우에도 실질적으로 경쟁제한 행위를 초래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공정위가 직권으로 기업결합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한 심사에 착수하거나 시정조치를 명할 수 있는 사실, 통상적으로 15% 미만의 주식취득의 경우에 공정위가 기업결합 여부에 대하여 심사에 착수하는 사례는 예외적이기는 하지만 이 사건에서는 공정위가 (회사명 생략)에 대하여 기업결합심사에 착수하여 전원회의에 상정하기로 하는 등 그 심사에 박차를 가하여 왔는데,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회사명 생략)의 KT 주식 취득을 공정거래법상 금지되는 기업결합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정하고 이에 대한 시정조치로서 (회사명 생략)이 취득한 KT 주식 전부 또는 일부의 처분명령 등이 발해지는 경우 (회사명 생략)으로서는 대량의 주식을 단기간에 처분하여야 하는 관계로 막대한 경제적, 경영상의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있었던 사실, 따라서 (회사명 생략)측에서는 KT 주식 취득이 KT에 대한 지배의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해명하거나 그 지분을 낮추는 등으로 지배가능성을 불식시킬 만한 실질적인 조치를 통하여 공정위의 기업결합심사에서 불리한 판정을 받지 않도록 노력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였으며, 언론의 비판이나 공정위의 심사절차 진행상황이 예상보다 심각한 상황이었으므로, (회사명 생략)측에서는 공정위의 기업결합심사를 중단하게 하기 위해서는 추가 취득한 교환사채 1.79%를 처분하는 것만으로 족한지, 취득한 KT 주식의 상당수를 처분하여 기업결합심사의 기초가 되는 KT의 최대주주로서의 지위에서 벗어나야 하는지, 아니면 매입한 모든 주식을 처분하여야 하는 것인지에 대하여 판단이 용이하지 않았고, 만일 기업결합심사가 계속될 경우 시정조치로 어떠한 명령이 내려질지 등에 관하여도 전혀 예측할 수 없었던 사실, 그러던 중 피고인은 2002. 7. 12. 공소외 1을 사무실로 불러 교환사채의 처분을 권유하면서 그 기회에 이 사건 시주를 요청하였고, 공소외 1은 (회사명 생략)이 경영권 방어의 목적으로 KT 주식을 취득하게 되었다는 경위를 설명하면서 교환사채를 처분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다음, 이 사건 시주는 윗분들과 상의해 보겠다고 말하며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공정위의 선처를 부탁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위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볼 때, 공정위가 교환사채를 매각하면 더 이상 기업결합심사를 할 필요가 없다고 잠정적인 결론을 내려놓았고, (회사명 생략)도 교환사채를 매각할 계획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것만으로는 (회사명 생략)의 KT 주식 취득에 관하여 공정위의 처리방향이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태였다고 볼 수 없으며, 공정위의 잠정적 결론을 알지 못하고 향후 사태의 추이도 전혀 예측할 수 없었던 공소외 1로서는 피고인의 교환사채 매각 권유를 듣고 이 사건 시주에 응해 주면 사태를 수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여 이 사건 시주에 대하여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기업결합심사에 대하여 선처를 부탁한 것이므로, 이를 단순히 의례적인 인사이거나 정당한 직무권한 내에서의 호의적인 처리를 부탁한 것으로 볼 수 없고, 따라서 (회사명 생략)이 교환사채를 처분하면 기업결합심사를 전원회의에 상정하는 것을 보류하고 실질적 경쟁제한 행위가 있는지에 관하여 감시를 계속하기로 하는 조치가 위법한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위원장의 자격으로 실질적으로 주도하고 있는 공정위가 선택할 수 있는 조치에는 일정범위 내에서 재량의 여지가 있었고 공소외 1이 그 중 (회사명 생략)에 보다 유리하도록 재량권을 행사하여 달라는 요청을 하였다면, 이는 위법한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사회상규 또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서 제3자 뇌물공여죄에서 말하는 부정한 청탁에는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원심이 판시한 이 사건 청탁의 대상이 된 직무가 그 자체로 사회상규·신의성실의 원칙에 반드시 반하는 것인지에는 의문의 여지가 있으나, 위 법리에서 본 바와 같이 제3자 뇌물공여죄에서는 청탁의 내용이 된 직무 자체가 위법·부당하지 않고 적법하다고 하더라도 ‘재물을 대가로’ 그 업무처리를 부탁하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부정한 청탁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공소외 1이 피고인에게 (회사명 생략)의 기업결합심사에 대하여 선처를 부탁하면서 그와 관련하여 피고인의 10억 원 시주 요청에 응하였다면, 비록 그 부탁한 직무가 피고인의 재량권한 내에 속한다 하더라도 이는 형법 제130조 소정의 부정한 청탁에 해당한다 할 것이고, 따라서 그에 관한 원심의 판단은 옳고, 거기에 제3자 뇌물공여죄에 있어서의 부정한 청탁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는 없다.

3. 상고이유 제3점에 대하여

형법 제130조 뇌물죄에 있어서의 뇌물성은 형법 제129조 뇌물죄에 있어서와 마찬가지로 직무와의 관련성이 있으면 인정되는 것이고, 그 뇌물을 받는 제3자가 뇌물임을 인식할 것을 요하지 아니하며, 그 뇌물을 제3자에게 공여하게 한 동기를 묻지 아니하므로, 어떤 금품이 공무원의 직무행위와 관련하여 교부된 것이라면 그것이 시주의 형식으로 교부되었고 또 불심에서 우러나온 것이라 하더라도 뇌물임을 면할 수 없다 할 것이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회사명 생략)이 이 사건 시주금을 (사찰명 생략)에 제공하게 된 것은 (회사명 생략)에 대한 기업결합심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피고인이 공소외 1을 불러 교환사채를 매각하라고 권유하면서 (사찰명 생략)가 건립하는 불사에 필요한 자금을 시주할 것을 요청하였기 때문에 비롯된 점, 피고인이 공정위의 (회사명 생략)에 대한 기업결합심사라는 당면한 현안이 없었다면 (그룹명 생략)그룹의 실제 소유자도 아니고 구조조정본부장에 불과한 공소외 1에게 10억 원이라는 거액을 (사찰명 생략)라는 특정의 종교단체에 기부할 것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용이하지 않았고 공소외 1로서도 위와 같은 현안이 없었다면 피고인의 요청에 쉽게 응하지 아니하였을 것으로 보이는 점, 대기업이 특정 종교단체에 기부하는 행위는 다른 종교단체와의 형평성 등이 문제되어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할 것인데, 위와 같은 기업결합심사 이외에는 이 사건 시주 요구에 응할 만한 별다른 동기나 사정이 보이지 아니한 점, 공소외 1이나 공소외 3 주식회사의 회장인 공소외 2가 불교신자도 아닐 뿐만 아니라 피고인과 공소외 2가 학교 동창관계라는 점 이외에는 피고인, 공소외 2, 1이 평소 개인적으로 가깝게 지내는 관계라는 사정이 엿보이지 아니한 점, 그리고 이 사건 기부금의 액수도 10억 원이라는 거액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시주는 피고인이 담당하는 공정위의 기업결합심사 업무와 관련되어 이루어졌다고 볼 수밖에 없고, 뇌물을 제공받은 (사찰명 생략)가 종교단체이거나 시주금이 세법상 적법한 방법으로 처리되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제3자뇌물수수의 죄책을 면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위에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주장과 같이 이 사건 시주금의 뇌물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4. 결 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강신욱(재판장) 고현철 양승태(주심) 김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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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서울중앙지방법원 2003.7.10.선고 2003고합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