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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3. 5. 13. 선고 2003도709 판결
[공갈][공2003.6.15.(180),1405]
판시사항

[1] 공갈죄의 수단으로서 협박의 의미

[2] 폭력배와 잘 알고 있다는 지위를 이용하여 불법한 위세를 보임으로써 해악의 고지를 하였다고 본 사례

판결요지

[1] 공갈죄의 수단으로서 협박은 사람의 의사결정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의사실행의 자유를 방해할 정도로 겁을 먹게 할 만한 해악을 고지하는 것을 말하고, 해악의 고지는 반드시 명시의 방법에 의할 것을 요하지 아니하며 언어나 거동에 의하여 상대방으로 하여금 어떠한 해악에 이르게 할 것이라는 인식을 갖게 하는 것이면 족한 것이고, 또한 직접적이 아니더라도 피공갈자 이외의 제3자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할 수도 있으며, 행위자가 그의 직업, 지위 등에 기하여 불법한 위세를 이용하여 재물의 교부나 재산상 이익을 요구하고 상대방으로 하여금 그 요구에 응하지 아니한 때에는 부당한 불이익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는 위구심을 야기하게 하는 경우에도 해악의 고지가 된다.

[2] 폭력배와 잘 알고 있다는 지위를 이용하여 불법한 위세를 보임으로써 해악의 고지를 하였다고 본 사례.

참조조문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검사

변호인

변호사 김중수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1.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은 폭력조직인 속칭 '향촌동파' 추종세력인 공소외 1 등 스포츠 머리를 한 건장한 폭력배들과 함께 특별히 하는 일 없이 대구 수성구 두산동 소재 피해자 1 주식회사이 운영하는 아리아나호텔의 커피숍 등에 모여 앉아 시간을 보내는 등 어울려 다니면서 그들로 하여금 피고인에게 "형님"이라면서 90도로 인사를 하게 하는 등 피고인이 조직폭력배 두목인 것처럼 과시하여 이에 겁을 먹은 피해자 피해자 2, 3, 4 등 위 호텔 프론트 직원으로 하여금 호텔 객실을 내어주게 하고, 호텔측에서 객실요금을 지불해 줄 것을 요구하면 어깨에 힘을 주면서 "나중에 주겠다."거나 "알았다."고 말하고 그냥 가버리는 등 호텔 직원들의 신체에 어떠한 위해를 가할 듯한 태도를 취하여 그 요금 청구를 단념하게 하는 등의 방법으로, 2001. 5. 28.부터 2002. 2. 11.까지 사이에 위 호텔에 투숙하면서 40회에 걸쳐 위 호텔을 이용한 후 그 이용료 합계 9,875,258원의 지급을 하지 않음으로써 그 금액 상당의 재산상 이득을 취득하였다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피고인이 경찰이래 원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호텔 이용료를 갈취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제반 증거를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은 2001. 2.경부터 위 호텔에 투숙하여 2001. 5. 28.경까지는 숙박료를 모두 결제하여 처음부터 호텔 이용료를 갈취할 의도로 직원에게 위세를 과시하여 호텔을 이용한 것은 아니고, 또한 호텔에 장기 투숙하는 과정에서 피고인이 폭력배로 보이는 사람들과 어울린 사실은 있지만 피고인이 폭력배의 두목처럼 그 사람들을 부리거나 혹은 피고인이 직접 직원들에게 욕설 내지 인상을 쓰는 방법으로 겁을 준 사실이 없으며, 직원들이 피고인에게 숙박료의 변제를 요구하면 피고인이 수시로 50만 원 내지 100만 원의 숙박료를 후불 처리하여 준 사실이 인정되고, 특히 피고인에 대한 후불 처리가 문제되어 위 호텔로부터 퇴직금을 지급받지 못한 피해자 2는 원심 법정에서 서비스업계에 종사하는 위 호텔의 직원으로서 비록 피고인이 일반인의 시점에서 약간 불량스러운 사람들과 같이 있는 것을 종종 본 사실은 있으나 그로 인하여 겁을 낸 일이 없다고 진술하고 있으므로, 피고인이 위 호텔의 직원들에게 객관적으로 사람의 의사결정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의사실행의 자유를 방해할 정도로 겁을 먹게 할 만한 해악을 고지하는 구체적인 행위가 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2. 그러나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수긍할 수 없다.

가. 공갈죄의 수단으로서 협박은 사람의 의사결정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의사실행의 자유를 방해할 정도로 겁을 먹게 할 만한 해악을 고지하는 것을 말하고, 해악의 고지는 반드시 명시의 방법에 의할 것을 요하지 아니하며 언어나 거동에 의하여 상대방으로 하여금 어떠한 해악에 이르게 할 것이라는 인식을 갖게 하는 것이면 족한 것이고, 또한 직접적이 아니더라도 피공갈자 이외의 제3자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할 수도 있으며, 행위자가 그의 직업, 지위 등에 기하여 불법한 위세를 이용하여 재물의 교부나 재산상 이익을 요구하고 상대방으로 하여금 그 요구에 응하지 아니한 때에는 부당한 불이익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는 위구심을 야기하게 하는 경우에도 해악의 고지가 된다 ( 대법원 2001. 2. 23. 선고 2000도4415 판결 , 2002. 8. 27. 선고 2001도6747 판결 , 2002. 12. 10. 선고 2001도7095 판결 등 참조).

나.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원래 위 호텔의 직원들이나 관계자와는 전혀 알지 못하는 사이로서, 2001. 2.경부터 2002. 2.경까지 위 호텔에 투숙할 당시에는 이미 사업이 부도난 상태였던 관계로 자신의 자력만으로는 적지 않은 호텔 이용료를 부담할 수 없었던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은 투숙 과정에서 피고인 혼자서만 위 호텔을 이용한 것이 아니라 공소외 1, 장병환, 안무정, 이두화 등으로 하여금 피고인 명의로 위 호텔을 이용하게 하였을 뿐만 아니라, 공소외 1도 피고인, 허관호, 김상하 등으로 하여금 공소외 1 명의로 위 호텔을 이용하게 하였던 사실, 또한 공소외 1은 대구시내 폭력조직과 잘 알고 지냈던 관계로, 피고인은 공소외 1 등과 함께 위 호텔의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한눈에도 폭력배로 보이는 다수의 사람들로부터 인사를 받고 이에 적극적으로 응대하는 방식으로 위세를 과시함으로써 수시로 공포분위기를 조성하여 직원들로 하여금 겁을 먹게 하였고, 이에 따라 위 호텔 직원들은 2001. 5. 28.경부터 호텔 이용료를 연체하고 있는 피고인이 객실을 달라고 일방적으로 요구해도 이를 거부하거나 따지지 못한 채 객실을 내주었을 뿐만 아니라, 어렵게 피고인에게 연체된 이용료를 결제하여 달라고 요구하여도 피고인은 속칭 폭력배들이 취하는 전형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반말로 "나중에 주겠다."거나 "알았다."는 식으로 거절하였는데, 이러한 사정은 위 호텔의 직원으로서 퇴직시 책임을 져야 했던 원심 증인 피해자 2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고, 특히 피해자 2의 경우에는 나중에 자신이 책임을 져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피고인의 위세에 눌린 나머지 피고인에게 연체된 호텔 이용료를 달라는 요구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였던 사실, 이에 따라 피고인은 위 호텔의 객실을 이용함에 있어서 요금의 40%가 할인되는 혜택을 받으면서도 2002. 2. 11.경 장기 투숙을 마칠 때까지 40회에 걸쳐 공소사실과 같이 9,875,258원 상당의 호텔 이용료를 지급하지 아니하였을 뿐만 아니라, 2001. 10. 11.경부터는 공소외 1까지 같은 방식으로 가세하여 공소외 1은 피고인과는 별도로 2002. 2. 16.까지 위 호텔을 이용하면서 22회에 걸쳐 합계 1,570,966원 상당의 이용료를 지급하지 아니하였던 사실, 그 후 피고인과 공소외 1은 2002. 4.경 첩보를 입수한 경찰이 이 사건 범행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여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가자 2002. 5.경에야 비로소 나타나 위와 같이 연체된 호텔 이용료를 변제하였는데, 피고인의 경우에는 자력이 없었던 관계로 아는 선배로부터 돈을 빌려 이를 갚았던 사실, 공소외 1은 위와 같은 행위로 말미암아 공갈죄로 약식기소되어 벌금 300만 원의 형이 확정된 사실을 알 수 있는바, 사정이 이러하다면 원심이 내세우는 원심 증인 피해자 2의 일부 증언은 그대로 채용하기 어려운 것일 뿐만 아니라,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에 있어서 피고인 등이 취한 일련의 거동은, 폭력배와 잘 알고 있다는 지위를 이용하여 불법한 위세를 보임으로써 재산상 이익을 요구하고 상대방으로 하여금 그 요구에 응하지 아니한 때에는 부당한 불이익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는 위구심을 야기하게 하는 해악의 고지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앞서 본 이유만으로 이 사건 공소사실이 무죄라고 판단하였으니, 거기에는 공갈죄의 수단인 해악의 고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채증법칙을 위배하였거나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아니할 수 없다. 이 점을 지적하는 검사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용우(재판장) 서성 배기원 박재윤(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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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대구지방법원 2003.1.17.선고 2002노24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