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강요죄의 수단인 ‘협박’의 의미 및 그 유무와 정도에 대한 판단 기준
[2] 공소사실의 특정 정도
[3] 환경단체 소속 회원들이 축산 농가들의 폐수 배출 단속활동을 벌이면서 폐수 배출현장을 사진촬영하거나 지적하는 한편 폐수 배출사실을 확인하는 내용의 사실확인서를 징구하는 과정에서 서명하지 아니할 경우 법에 저촉된다고 겁을 주는 등 행한 일련의 행위가 ‘협박’에 의한 강요행위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형법 제324조 [2] 형사소송법 제254조 제4항 [3] 형법 제324조 ,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항 제2호 , 제2항
참조판례
[1] 대법원 1991. 5. 10. 선고 90도2102 판결 (공1991, 1675) 대법원 2004. 1. 15. 선고 2003도5394 판결 [2] 대법원 2001. 10. 26. 선고 2000도2968 판결 (공2001하, 2633) 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8도1664 판결
피 고 인
피고인 1외 12인
상 고 인
검사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들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대전지방법원 본원 합의부로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강요죄의 수단인 협박은 일반적으로 사람으로 하여금 공포심을 일으키게 하는 정도의 해악을 고지하는 것으로 그 방법은 통상 언어에 의하는 것이나 경우에 따라서 한마디 말도 없이 거동에 의하여서도 할 수 있는데, 그 행위가 있었는지는 행위의 외형뿐 아니라 그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피해자와의 관계 등 주위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하는 것이며, 강요죄에서 협박당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공포심을 일으키게 하는 정도의 해악의 고지인지는 그 행위 당사자 쌍방의 직무, 사회적 지위, 강요된 권리, 의무에 관련된 상호관계 등 관련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되어야 할 것이다 ( 대법원 2004. 1. 15. 선고 2003도5394 판결 등 참조).
한편 공소사실의 기재는 범죄의 일시, 장소와 방법을 명시하여 사실을 특정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하는바, 이와 같이 공소사실의 특정을 요구하는 법의 취지는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를 쉽게 해 주기 위한 데에 있으므로, 공소사실의 특정은 공소의 원인이 된 사실을 다른 사실과 구별할 수 있을 정도로 그 일시, 장소, 방법 등을 적시하여 특정할 수 있으면 족하고, 그 일부가 다소 불명확하게 적시되어 있다 하더라도 그와 함께 적시된 다른 사항들과 공소사실의 일부로 첨부된 별지 등에 의하여 그 공소사실을 특정할 수 있다면 이를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 ( 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8도1664 판결 등 참조).
2. 원심은, 피고인들에 대한 이 사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강요)의 공소사실에 대하여 강요의 수단인 피고인들의 폭행·협박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는 한편, 위 공소사실에는 피고인들이 단속권한이 없음에도 단속권한이 있는 것처럼 행세하였다는 취지의 기재만 있을 뿐 피고인들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내용의 폭행·협박을 하였는지에 관한 적시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3. 그러나 이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
가. 먼저, 기록에 의하면, 이 부분 공소사실의 별지 [범죄일람표(II)]에는 공동강요의 범행수법으로 ‘서명하지 않으면 고발조치하겠다’고 협박하여 사실확인서에 서명을 강요하거나, 직접적인 해악의 고지 없이 폐수 배출현장을 적발·지적하고 이를 사진촬영하면서 사실확인서에 서명을 강요하였다고 기재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의하면, 전자의 경우는 범행의 방법이 구체적으로 적시되어 있음이 명백하고, 한편 후자의 경우 그 내용이 다소 명확하지 아니하나 공소사실의 기재 내용 중 ‘마치 자신들이 작성권한이 있는 것처럼 행세하며’의 부분과 위 별지의 기재 내용 중 ‘행정당국에 고발할 듯한 분위기를 조성하고’의 부분을 종합하여 볼 때, ‘피고인들이 폐수 배출현장의 적발·지적 및 사진촬영행위 등을 통하여 마치 자신들에게 사실확인서를 작성할 권한이 있는 것처럼 행세하여 피해자들로 하여금 사실확인서에 서명하지 아니할 경우 고발조치 등의 불이익을 입을 것이라는 태세를 보이는 등으로 협박한 행위’를 범행의 방법으로 적시한 것으로 볼 수 있는바, 이로써 범행의 방법은 특정되었다고 할 것이다.
나. 다음으로, 제1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의하면, 피고인들은 환경단체인 ‘전국환경감시협회 부여지부’ 소속 회원들로 이 부분 공소사실 별지 [범죄일람표(II)] 기재의 일시, 장소에서 축산 농가들의 폐수 배출 단속활동을 벌인 사실, 그 과정에서 피고인들은 ‘환경감시단’이라고 기재된 신분증을 휴대하고, ‘환경감시단’의 마크가 부착된 모자, 점퍼 등을 착용하고 있었으며, 축사 운영자들에게 자신의 소속이나 신분, 감시활동의 의미 등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아니한 채 폐수 배출현장을 사진촬영하거나 지적하면서 폐수 배출사실을 확인하는 내용의 사실확인서에 서명할 것을 요구한 사실, 일부 피해자들은 수사기관 및 제1심법정에서 피고인들에게 단속권한이 있는 것으로 생각하여 어쩔 수 없이 서명할 수밖에 없었다고 진술하였고, 특히 피해자 공소외인은 위 피해자가 서명을 주저하자 피고인들이 서명하지 아니할 경우 법에 저촉된다고 겁을 주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사실, 한편 위 단체의 대표인 피고인 1은 폐수 배출사실이 확인된 축사 운영자라도 위 단체에 금품을 제공한 경우에는 기왕에 작성하였던 사실확인서를 폐기하고 사건을 무마한 사실을 알 수 있는바, 피고인들과 피해자들의 지위, 피고인들이 서명을 요구하게 된 경위나 당시의 상황, 그 이후의 정황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들이 사실확인서를 징구하는 과정에서 취한 일련의 행위는 피고인들에게 단속권한이 있는 것으로 오인한 피해자들로 하여금 피고인들의 요구에 불응할 경우 고발조치 등의 불이익을 받을 위험이 있다는 인식을 갖게 하는 것으로서, 적어도 수사기관 및 제1심에서 피해사실을 진술한 피해자들에 대한 관계에서는 협박에 의한 강요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에 부족함이 없다 할 것이다.
다. 그럼에도 원심이 피고인들에 의한 폭행이나 협박에 관한 증거가 부족함은 물론, 범행방법이 구체적으로 적시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 사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강요)의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것은 합리적인 자유심증의 범위와 한계를 벗어나 자유심증주의를 위반하였거나 심리를 미진한 위법 또는 강요죄에 있어서 협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고, 이는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할 것이다.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한편, 원심이 피고인 1에 대하여 유죄로 인정한 공갈죄는 이 사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강요)의 공소사실과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으므로 함께 파기되어야 한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인들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대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