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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3. 12. 12. 선고 2003도3885 판결
[모해위증·금융실명거래및비밀보장에관한법률위반][미간행]
판시사항

[1] 위증죄에 있어 증언이 기억에 반하는 허위진술인지 여부의 판단 방법 및 증언의 의미가 불분명하거나 다의적으로 이해될 수 있는 경우 증언의 허위성 여부의 판단 방법

[2] 형사재판에 있어 유죄의 인정을 위한 증거의 증명력 정도 및 간접증거의 증명력

[3] 구 금융실명거래및비밀보장에관한법률 제4조 제1항 에 의하여 보호되는 '금융거래의 내용에 관한 정보 또는 자료'의 의미

[4] 금융기관 종사자가 특정인에 관한 입금자료라고 하여 작성하여 준 확인서의 내용 중 실제로 그 특정인이 입금하지 않은 수표들의 입금에 관한 사항은 구 금융실명거래및비밀보장에관한법률 제4조 제1항 에 의하여 보호되는 거래정보 등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피고인

피고인 1 외 1인

상고인

피고인들

변호인

법무법인 태평양 담당변호사 송진훈

주문

피고인들에 대한 원심판결을 모두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1. 피고인 1의 상고에 대한 판단

가.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 1은 1996. 6. 21. 부산지방법원 울산지원에서 같은 법원 95고단1539호 명예훼손 사건의 증인으로 출석하여, 신한은행 울산지점에서 근무할 당시인 1992. 3. 25. 황병원의 부도취소자금으로 황병원의 심부름을 온 그의 아들 황준철로부터 이채호를 통하여 경남은행 전하동지점 발행 6,000만 원의 자기앞수표 1장을 교부받고, 황병원으로부터 직접 합계 5,000만 원의 수표들과 황병원이 보는 앞에서 울산신협 직원 허건으로부터 경남은행 옥교동지점 발행 100만 원의 자기앞수표 20장을 교부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황병원으로 하여금 처벌받게 할 목적으로, "증인이 이건 부도 당일인 1992. 3. 25. 울산신협 직원인 허건으로부터 부도수표결제금으로 2,000만 원을 받은 사실이 있는가요"라는 변호인의 신문에 대하여 "없습니다"라고 말하고, "증인은 당일 19:00을 전후하여 황병원으로부터 직접 받은 같은 명목의 돈은 울산투자금융에서 잘못 입금되었다는 5,000만 원을 제외하면 6,880만 원밖에 되지 않는 것은 틀림없는가요"라는 변호인의 신문에 대하여 "예, 그렇습니다"라고 말하여 기억에 반하는 허위의 공술로 위증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1) 6,000만 원의 자기앞수표에 관한 판단

(가) 원심이 적법하게 확정한 사실은 다음과 같다.

① 황병원은 1992. 3. 23. 자신이 발행한 어음 및 수표 5장 합계 7,100만 원이 신한은행 울산지점에 지급제시되자 이에 대하여 피사취 신고를 하였고, 그에 따라 황병원은 그 다음 영업일인 1992. 3. 25.(1992. 3. 24.은 공휴일이었다) 16:30까지는 위 7,100만 원에 대한 사고신고담보금을 신한은행 울산지점에 입금해야만 되었다.

② 1992. 3. 25. 황병원이 발행한 합계 1억 6,400만 원의 당좌수표 11장이 신한은행 울산지점에 또다시 지급제시되었는데, 황병원은 그 결제자금을 같은 날 16:30까지 입금시키지 못하였고, 황병원은 당시 신한은행 울산지점에서 근무하고 있던 피고인 1에게 위 수표들에 관하여 부도취소 조치를 취해 줄 것을 요청하였다.

③ 황병원은 1992. 3. 25. 피사취 신고를 한 어음 및 수표 중 울산투자금융으로부터 지급제시된 1,500만 원의 어음 1장을 포함한 합계 4,500만 원의 어음 및 수표에 관하여 당사자 사이에 합의가 이루어졌다는 이유로 위 피사취 신고를 철회하여 나머지 피사취 신고액은 2,600만 원(7,100만 원 - 4,500만 원)이 되었다.

④ 신한은행 울산지점의 전표에는 1992. 3. 25. 황병원의 별단예금에 7,100만 원이 피사취 신고에 따른 사고신고담보금으로 입금되었다가 전액 인출된 후, 즉시 2,600만 원이 재입금된 것으로 기재되어 있고, 이는 1992. 3. 27.까지 모두 인출되었다.

⑤ 한편, 황병원은 피고인 1에게 부도취소 조치를 요청하였던 수표 가운데 2,700만 원의 수표 1장과 2,500만 원의 수표 1장을 1992. 3. 25. 회수하였다.

⑥ 1992. 3. 25. 황병원이 발행한 6,000만 원의 수표 1장이 방어진신용협동조합에 교부되었고, 방어진신용협동조합은 같은 날 17:35경 경남은행 전하동지점에서 6,000만 원의 자기앞수표 1장(아래에서는 '이 사건 수표'라고 한다)을 인출하여 이를 황병원의 아들인 황준철에게 주었다. 위 수표는 같은 날 신한은행 울산지점에 입금되었는데, 교환인 이외에는 아무런 배서가 없다.

⑦ 피고인 1은 황병원으로부터 부도취소 조치를 취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위와 같이 황병원이 회수한 2,700만 원의 수표 1장과 2,500만 원의 수표 1장을 제외한 나머지 수표들의 부도취소를 위하여 지급제시 은행 직원과 연락하는 등 조치를 취하였고, 그러한 조치에는 피고인 1 이외의 다른 사람은 관여하지 아니하였다.

(나) 피고인 1은 이 사건 수표는 황병원이 1992. 3. 23.자 피사취 신고에 따른 사고신고담보금으로 신한은행 울산지점에 입금한 7,100만 원 중 일부이지, 같은 피고인에게 부도취소 자금으로 교부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였으나, 원심은 위와 같은 정황사실들에 비추어 볼 때 당시 황병원은 피사취 신고에 따른 사고신고담보금으로 2,600만 원만을 입금하면 되었던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 1이 황병원의 1992. 3. 23.자 피사취 신고에 따른 사고신고담보금이 모두 입금되지 아니한 상태에서 1992. 3. 25. 지급제시된 황병원 발행의 수표들에 대한 부도취소 조치를 취하여 준다는 것은 은행업무상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는 사정 등을 근거로 피고인 1이 황준철을 통하여 황병원으로부터 부도취소 자금으로 이 사건 수표를 교부받은 것으로 인정하였다.

(2) 5,000만 원의 수표들에 관한 판단

원심은 판시와 같은 사정과 그 채용증거들을 종합하여 피고인 1이 황병원으로부터 직접 부도취소 자금으로 합계 5,000만 원의 수표들을 교부받은 것으로 인정하였다.

(3) 2,000만 원의 수표들에 관한 판단

원심은 판시와 같은 사실들과 그 채용증거들을 종합하여 피고인 1이 황병원의 부도취소 자금으로 허건을 통하여 합계 2,000만 원의 수표들을 교부받은 것으로 인정하였다.

(4) 결 론

원심은, 위와 같은 사실을 종합하여 피고인 1이 황병원의 부도취소 자금으로 합계 1억 3,000만 원을 받았음에도 6,880만 원밖에 받지 않았다고 허위의 공술을 하였다고 인정한 후, 공소사실에 대하여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피고인 1에게 무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그 채용증거들에 의하여 피고인 1에 대한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판단하였다.

다. 대법원의 판단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쉽게 수긍하기 어렵다.

(1) 허건으로부터 부도수표결제금으로 2,000만 원을 받은 사실이 없다는 진술이 허위인지 여부

(가) 증인의 증언이 기억에 반하는 허위진술인지 여부는 그 증언의 단편적인 구절에 구애될 것이 아니라 당해 신문절차에 있어서의 증언 전체를 일체로 파악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고, 증언의 의미가 그 자체로 불분명하거나 다의적으로 이해될 수 있는 경우에는 언어의 통상적인 의미와 용법·문제된 증언이 나오게 된 전후의 문맥·신문의 취지·증언이 행하여진 경위 등을 종합하여 당해 증언의 의미를 명확히 한 다음 허위성을 판단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01. 12. 27. 선고 2001도5252 판결 참조).

(나) 기록에 의하면, 부산지방법원 울산지원 95고단1539 명예훼손 사건에서 변호인이 증인인 피고인 1에게 "증인이 이건 부도 당일인 1992. 3. 25. 울산신협 직원인 허건으로부터 부도수표결제금으로 2,000만 원을 받은 사실이 있는가요"라고 신문하고, 피고인 1이 이에 대하여 "없습니다"라고 답한 사실은 인정되나, 위와 같은 신문은 피고인 1이 황병원으로부터 부도취소 자금으로 6,880만 원을 교부받았음을 인정하고 있는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일 뿐만 아니라, 황병원이 이 사건 고소 후 검찰에서 6,880만 원과는 별도로 2,000만 원을 교부하였는데도 피고인 1이 허위의 증언을 하였다고 진술하였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신문의 취지는 단순히 피고인 1에게 허건으로부터 황병원의 부도취소 자금으로 2,000만 원을 교부받았는지 여부를 확인한 것이 아니고, 같은 피고인이 부도취소 자금으로 지급받은 것으로 인정하는 6,880만 원과는 별도로 허건으로 부터 2,000만 원을 교부받았는지 여부를 확인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한편, 이 사건에서 황병원은 피고인 1에게 지급한 부도취소 자금의 정확한 내역을 밝히지 못하다가 최종적으로 공소사실과 같이 5,000만 원, 2,000만 원, 6,000만 원(이 사건 수표금임) 합계 1억 3,000만 원을 지급하였다고 주장하고 있고, 이에 대하여 피고인 1은 황병원으로부터 부도취소 자금으로 6,880만 원만을 지급받았을 뿐이고, 황병원이 부도취소 자금으로 교부되었다고 주장하는 이 사건 수표는 1992. 3. 23.자 피사취 신고에 따른 사고신고담보금으로 입금된 것이라고 다투고 있는데, 피고인 1이 인정하는 6,880만 원 속에 이 사건 수표금이 포함되어 있지 아니함은 명백하고, 위 6,880만 원과 나머지 2,000만 원, 5,000만 원의 합계액이 거의 일치하고 있으므로, 피고인 1이 황병원으로부터 지급받았다고 인정하는 위 6,880만 원 속에는 황병원이 허건을 통하여 교부하였다는 합계 2,000만 원의 수표들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볼 여지가 없지 않다(황병원도 위 1억 3,000만 원과 피고인 1이 인정하는 6,880만 원이 별개의 자금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지는 아니하다). 따라서 피고인 1의 위와 같은 진술을 위증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또, 피고인 1에게 합계 2,000만 원의 수표들을 교부하였다는 허건이 검찰에서는 황병원의 부탁으로 최병한으로 부터 합계 2,000만 원의 수표들을 받아 신한은행 울산지점의 창구 밖에서 피고인 1에게 교부하여 주었는데, 당시 창구 안의 응접용 소파에 황병원과 신한은행 직원 2명이 앉아 있었다고 진술하였다가, 제1심 법정에서는 당시 합계 2,000만 원의 수표들을 황병원이 옆에 있는 상태에서 신한은행 울산지점의 직원에게 교부하여 주었는데 그 직원이 피고인 1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진술한 점 등에 비추어 피고인 1이 2,000만 원을 허건을 통하여 지급받았음에도 황병원으로부터 직접 지급받은 것처럼 그 경위에 관하여 기억에 반하는 허위의 진술을 한 것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다) 따라서 원심이 위와 같이 황병원이 허건을 통하여 피고인 1에게 2,000만 원을 지급하였다고 인정한 후, 이러한 사실만으로 피고인 1의 위와 같은 진술이 위증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 이를 유죄로 판단한 것은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하였거나 위증죄에 있어서 진술의 허위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을 저지른 것이고, 이는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할 것이다.

(2) 부도취소 자금으로 6,880만 원만을 지급받았다는 진술이 허위인지 여부

(가) 형사재판에 있어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할 수 있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고, 이러한 정도의 심증을 형성하는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다만, 그와 같은 심증은 반드시 직접증거에 의하여 형성되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고 경험칙과 논리법칙에 위반되지 아니하는 한 간접증거에 의하여 형성되어도 되는 것이며, 간접증거가 개별적으로는 범죄사실에 대한 완전한 증명력을 가지지 못하더라도 전체 증거를 상호 관련시켜 종합적으로 고찰할 경우 그 단독으로는 가지지 못하는 종합적 증명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면 그에 의하여도 범죄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나) 원심이 적법하게 확정한 사실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1992. 3. 25. 신한은행 울산지점에 입금된 이 사건 수표는 황병원의 피사취 신고에 따른 사고신고담보금으로 입금된 것이 아니고, 황병원이 부도취소 자금으로 피고인 1에게 교부한 것일 가능성이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다) 그러나 기록에 나타난 부도취소 업무의 성격과 절차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1이 부도취소 자금으로 교부받은 이 사건 수표를 입금처리를 하게 된 이유가 명백하지 아니하여 의문이 제기될 수 있고(이 사건 수표가 황병원의 당좌거래계좌에 입금된 것도 아니다), 피고인 1이 처음부터 이 사건 수표를 부도취소 자금으로 사용할 의사가 없이 횡령하려고 한 것이라면 더욱 더 그러하다.

또, 신한은행 울산지점의 입·출금전표상에는 황병원이 1992. 3. 25. 사고신고담보금으로 현금 850만 원, 타점권 6,250만 원 합계 7,100만 원을 입금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고(이와 관련하여 원심이 판시와 같은 점들을 종합하여 실제로는 2,600만 원만을 입금하면서 형식적으로 전표들을 위와 같이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한 것은 설득력이 있다), 피고인 2가 작성한 확인서에 따르면 신한은행 울산지점의 1992. 3. 25.자 마이크로필름에는 이 사건 수표 등 17매의 수표 합계 6,250만 원이 연속하여 촬영되어 있다는 것인데, 위 마이크로필름의 내용이 정확한 것이라면 위와 같은 입금표의 기재와 관련하여 이 사건 수표의 입금 경위가 달리 인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고, 위 마이크로필름에 의하여 이 사건 수표의 입금일자가 1992. 3. 25.인 것으로 인정되는 것만으로도 앞서 본 이 사건 수표의 입금 경위에 관한 의문이 더욱 커지게 된다. 다만, 이 사건 수표가 1992. 3. 26. 이후에 입금된 것임에도 마치 1992. 3. 25. 입금된 것처럼 위 마이크로필름이 변조된 것으로 밝혀진다면, 이 사건 수표는 그 입금일자에 비추어 사고신고담보금으로 입금된 것으로 볼 수 없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이 점에 관하여 다른 뚜렷한 직접증거가 없는 이 사건에서 위 마이크로필름의 조작 여부와 그 구체적 내용 등은 충분히 심리가 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원심은 이와 관련하여 위 마이크로필름에 연속하여 촬영되었다는 수표 중에는 그 뒷면에 찍힌 일부인이 위 사고신고담보금이 입금되었다는 시점으로부터 5년 후인 '1997. 3. 25.'인 것도 있고, 황병원과는 무관한 사람들이 배서한 것도 있으며, 위 마이크로필름에 절단 및 접착의 흔적이 보이는 점에 비추어 이는 공소사실에 대한 유죄 인정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취지로 판단하였고, 이는 위 마이크로필름이 누군가에 의해 사후에 조작된 것임을 전제로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기록에 의하면, 1992. 3. 25.자 마이크로필름에 연속하여 촬영되어 있는 수표 중에는 그 뒷면에 찍힌 일부인이 위 사고신고담보금이 입금되었다는 시점으로부터 5년 후인 '1997. 3. 25.'인 것도 있기는 하나, '1997. 3. 25.'과 '1992. 3. 25.'이 순차적으로 반복되고 있는 점(공판기록 980쪽)에 비추어 사후조작이 아닌 어떤 다른 원인에 의하여 위와 같은 결과가 빚어졌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이므로, 이 부분을 심리하지 아니한 채 위와 같은 사유만으로 위 마이크로필름이 사후조작된 것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또, 황병원은 가구대리점을 운영하였다는 것이므로 1992. 3. 25.자 마이크로필름에 촬영된 수표들의 뒷면에 황병원과 무관한 사람들의 배서가 되어 있다는 사유만으로 위 수표들이 황병원과 관계가 없는 것이라고 단정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마지막으로 신한은행 울산지점의 마이크로필름에 대한 압수·수색·검증영장 집행보고(수사기록 1,671쪽 이하)에는 "누군가가 신한은행 울산지점의 마이크로필름 중 '92. 3. 25.자는 별도분리'라고 기재를 한 후 92. 3. 25.자 필름을 절단하여 이를 따로 보관하여 놓았는데, 별도로 보관된 마이크로필름을 보면 여러 등분으로 절단하여 테이프로 이어놓은 것임을 알 수 있고, 필름의 내용이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되어 있는데 이는 누군가에 의하여 고의로 훼손된 것으로 의심이 든다"는 취지로 기재되어 있으나, 위와 같은 기재만으로는 위 마이크로필름의 조작 여부와 그 구체적 내용 등이 명백하지 아니하다.

이상의 점들에 비추어 보면, 원심이 위 마이크로필름의 조작 여부 및 그 구체적인 내용 등에 대하여 심리를 다한 것으로 보이지 아니하고, 이러한 상태에서 곧바로 위 마이크로필름의 증명력을 배척하고 판시와 같은 정황들만으로 이 부분을 유죄로 인정하기에는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으로 확신을 가지게 할 만큼 증명되었다고 보기에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라) 따라서 원심이 위와 같은 점들에 대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채 대부분 판시와 같은 정황들에 근거하여 이 부분을 유죄로 판단한 것은 필요한 심리를 다 하지 아니하고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오인한 위법을 저지른 것이고, 이는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할 것이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2. 피고인 2의 상고에 대한 판단

가. 원심의 판단

피고인 2에 대한 공소사실의 요지는, 금융기관에 종사하는 자는 명의인의 서면상의 요구나 동의를 받지 아니하고는 그 금융거래의 내용에 대한 정보 또는 자료를 타인에게 제공하거나 누설하여서는 아니 됨에도 불구하고, 2000. 9. 8. 피고인 2가 지점장으로 근무하는 신한은행 울산지점에서 황병원으로부터 서면상의 요구나 동의를 받지 아니하고, "1992. 3. 25.자 선퍼니쳐 울산대리점(대표 황병원)의 사고신고담보금으로 입금된 자기앞수표 금 6,250만 원에 대한 마이크로필름을 확인해 본 결과 총 17매가 연속으로 촬영되어 있음을 확인하오며"라고 기재하고, 각 수표 17장의 수표번호, 액면금, 발행일, 발행은행을 기재하는 내용의 확인서를 작성한 다음 위 문서를 변호사 이범상에게 팩스로 전송하고 동인을 통하여 서울지법 동부지원에 제출하여 명의인의 동의를 받지 아니하고 금융거래의 정보를 타인에게 제공하였다는 것인바, 원심은 그 채용증거들에 의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판단하고, 피고인 2를 구 금융실명거래및비밀보장에관한법률(2002. 3. 30. 법률 제668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아래에서는 '금융실명법'이라고만 한다) 제6조 제1항 , 제4조 제1항 위반죄로 처벌하였다.

나. 대법원의 판단

(1) 원심이 이 사건 수표가 황병원에 의하여 신한은행 울산지점에 입금되었음을 전제로 공소사실의 합계 6,250만 원인 17매의 수표 중 이 사건 수표에 관한 부분을 유죄로 판단한 것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채증법칙위반으로 인한 사실오인이나 금융실명법 제4조 제1항 에서 정한 '금융거래의 내용에 대한 정보 또는 자료'에 관한 해석적용을 잘못한 위법이 없다.

또,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 2의 행위가 긴급피난이나 정당행위에 해당하거나, 법률의 착오에 기인한 것으로 보기도 어려우므로, 이 점에 관한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없다.

(2) 그러나 원심의 판단 중 이 사건 수표를 제외한 나머지 수표들에 관한 부분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금융실명법 제4조 제1항 에 의하여 보호되는 '금융거래의 내용에 관한 정보 또는 자료'라 함은 특정인의 금융거래사실과 금융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금융거래에 관한 기록의 원본·사본 및 그 기록으로부터 알게 된 것(아래에서는 '거래정보 등'이라 한다)을 말하고 다만, 금융거래사실을 포함한 금융거래의 내용이 누구의 것인지를 알 수 없는 것(당해 거래정보 등만으로 그 거래자를 알 수 없더라도 다른 거래정보 등과 용이하게 결합하여 그 거래자를 알 수 있는 것을 제외한다)은 여기에 포함되지 아니한다 ( 금융실명법시행령 제6조 ).

원심의 채용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 2가 황병원으로부터 서면상의 요구나 동의를 받지 아니하고, 공소사실과 같이 사고신고담보금의 입금에 관한 확인서를 작성하여 이를 변호사 이범상에게 팩스로 전송한 사실이 인정되나, 기록상 황병원의 피사취 신고에 대한 사고신고담보금의 입금과 관련하여 작성된 신한은행 울산지점의 입·출금전표상의 기재만으로는 이 사건 수표를 제외한 나머지 수표들도 황병원이 소지하고 있다가 이를 신한은행 울산지점에 입금한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별다른 증거가 없다(한편, 검사도 피고인 1에 대한 공소사실과 관련하여 이 사건 수표를 제외한 수표들은 황병원과는 무관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므로 피고인 2가 제공한 정보 중 이 사건 수표를 제외한 수표들의 입금에 관한 사항은, 황병원의 거래정보 등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없고, 위 확인서만으로 실제 입금자를 알 수도 없으며, 다른 거래정보 등이 위 확인서의 기재 내용과 용이하게 결합하여 그 실제 거래자를 알 수 있는 것으로 보이지도 아니하므로 실제 거래자들의 거래정보 등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도 없다.

따라서 원심이 위 확인서 중 이 사건 수표를 제외한 나머지 수표들에 관한 부분도 금융실명법 제4조 제1항 에서 보호하는 거래정보 등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 이 부분을 유죄로 판단한 것은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오인하였거나 금융실명법 제4조 제1항 의 해석적용을 잘못한 위법을 저지른 것이고, 이는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할 것이다.

3. 원심판결 중 피고인 1에 대한 부분은 파기를 면할 수 없고, 피고인 2에 대한 부분은 일부에 파기사유가 있으나 포괄하여 일죄를 이루고 있어 전부 파기될 수밖에 없으므로, 피고인들에 대한 원심판결을 모두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서울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유지담(재판장) 배기원 이강국(주심) 김용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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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서울지방법원 2003.6.25.선고 2002노82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