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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7. 6. 27. 선고 95도1964 판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수재등)·금융실명거래및비밀보장에관한긴급재정경제명령위반·사문서위조·위조사문서행사][집45(2)형,814;공1997.8.1.(39),2221]

[2] 잠을 재우지 아니한 상태에서 이루어진 자백에 대하여 임의성이 없다고 본 사례

[3] 어음할인을 통한 대출거래에 관한 정보 또는 자료가 금융실명거래및비밀보장에관한긴급재정경제명령상의 비밀보장 대상인지 여부(적극)

[4] 금융기관으로부터 무통장입금표를 제공받기 위하여는 입금자와 예금주의 동의를 필요로 하는지 여부(적극)

[5] 금융실명거래및비밀보장에관한긴급재정경제명령 시행 이전의 금융거래로서 실명확인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경우도 위 긴급명령상의 비밀보장 대상이 되는지 여부(한정 적극)

[6] 폐업신고한 회사의 금융거래에 관한 자료가 금융실명거래및비밀보장에관한긴급재정경제명령상의 비밀보장 대상이 되는지 여부(한정 적극)

[7] 금융거래 명의인이 금융거래 자료 제공에 동의하여 관련 자료가 수사기록에 편철되어 법정에 제출된 경우, 당해 형사사건의 피고인이 그 명의인의 동의 없이 금융기관에게 자료제공을 요구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8] 금융기관에 종사하는 자가 업무와 관련 없이 개인적인 필요에 따라 제3자적인 지위에서 동일 금융기관의 업무 담당자에게 자료제공을 요구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9] 형법상 정당행위의 성립요건

[10] 은행의 이익을 위하거나 형사재판에서의 방어를 위한 금융거래 자료 제공행위가 정당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사례

[11] 금융실명거래및비밀보장에관한긴급재정경제명령 위반행위가 법률의 착오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사례

[12] 사문서위조죄의 객체가 되는 문서의 진정한 작성명의자의 확정 방법

판결요지

[1] 금융실명거래및비밀보장에관한긴급재정경제명령(이하 긴급명령이라 한다)은 그 발동 당시 헌법 제76조 제1항 에서 정한 긴급재정·경제명령의 발동요건이 갖추어져 있었다고 보이고 국회의 승인을 얻었으므로 헌법상의 긴급재정·경제명령으로서 유효하게 성립하였다고 할 것이고, 위와 같이 긴급명령이 유효하게 성립한 이상 가사 그 발동의 원인이 된 '내우·외환·천재·지변 또는 중대한 재정·경제상의 위기'가 사라졌다고 하여 곧바로 그 효력이 상실되는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

[2] 피고인의 검찰에서의 자백은 피고인이 검찰에 연행된 때로부터 약 30시간 동안 잠을 재우지 아니한 채 검사 2명이 교대로 신문을 하면서 회유한 끝에 받아낸 것으로 임의로 진술한 것이 아니라고 의심할 만한 이유가 있는 때에 해당한다고 보아, 형사소송법 제309조 의 규정에 의하여 그 피의자신문조서는 증거능력이 없다고 본 사례.

[3] 금융기관이 하는 일반적인 대출은 긴급명령에서 규정하고 있는 '금융거래'에 속하지 아니하므로, 대출에 관한 정보 또는 자료는 긴급명령 제4조 제1항 에서 말하는 '금융거래의 내용에 대한 정보 또는 자료'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으나, 어음의 할인과 그 할인액의 지급의 경우에는 그 실질이 대출이라고 하더라도 긴급명령 제2조 제3호 에서 이를 금융거래에 속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에 관한 정보 또는 자료는 긴급명령 제4조 제1항 의 '금융거래의 내용에 대한 정보 또는 자료'로서 긴급명령상 비밀보장의 대상이 된다.

[4] 무통장입금표란 한편으로는 통장 없이 일정한 금원을 입금하였다는 증명서류이지만, 긴급명령과 관련하여서는 그것은 금융거래의 내용에 대한 자료라고 할 것이므로 이를 요구 또는 제공하는 데는 긴급명령 제4조 제1항 에 의하여 금융거래의 명의인인 입금자와 예금주의 동의가 필요하다.

[5] 어떠한 금융거래가 실지명의에 의한 것이라면, 그 금융거래가 긴급명령 제4조 제1항 의 비밀보장의 대상이 되기 위하여 반드시 긴급명령 시행 이후에 이루어지거나 실명확인이 된 후에 이루어진 것일 필요는 없다.

[6] 금융거래계좌의 명의인인 회사가 폐업신고를 하고 더 이상의 금융거래를 하고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청산절차가 종료되지 아니하였다면 그 금융거래는 여전히 긴급명령상 비밀보장의 대상이 된다.

[7] 금융거래의 명의인이 특정한 사건에 관하여 수사기관에 그 명의의 금융거래 자료를 제공하는 것에 동의함으로써 관련 자료들이 수사기록에 편철되어 법정에 제출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사건의 피고인이 위 명의인의 동의를 받지 아니하고 직접 그 금융기관에 관련 금융거래 자료의 제공을 요구할 수는 없다.

[8] 금융실명거래및비밀보장에관한긴급재정경제명령제4조의시행에관한규정 제6조 에 의하면, 긴급명령 제4조 제1항 제4호 에서 동일 금융기관의 내부에서 업무상 필요한 정보 등을 제공하는 경우라 함은 당해 금융기관의 본점, 지점, 영업소 및 당해 금융기관의 위탁을 받거나 기타 계약에 의하여 그 금융기관의 업무의 일부를 처리하는 자 간에 업무상 필요한 정보 등을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고 되어 있으므로, 위와 같은 관계에 있지 아니한 자들 사이에서는 긴급명령 제4조 제1항 제4호 를 근거로 금융거래 자료의 요구나 제공이 허용된다고 할 수 없으므로, 금융기관에 종사하는 자가 자신의 업무와 관련 없이 개인적인 필요에 따라 제3자적인 지위에서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동일 금융기관 산하 지점의 직원들에게 금융거래 자료의 제공을 요구하는 행위나 이를 제공하는 행위는 긴급명령상 허용되지 아니한다.

[9] 어떠한 행위가 정당한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는 것인지는 구체적인 경우에 따라 합목적적, 합리적으로 가려져야 할 것인바, 정당행위를 인정하려면, 첫째 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상당성, 둘째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셋째 보호이익과 침해이익과의 법익균형성, 넷째 긴급성, 다섯째 그 행위 외에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10] 금융거래 자료를 제공한 금융기관 종사자들인 피고인들의 행위가 한편으로는 은행의 이익을 위한 행위라고 하더라도 긴급명령에서 보호하고자 하는 비밀은 예금주의 비밀이지 금융기관의 비밀이 아니므로 은행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는 사정만으로는 정당행위의 근거가 될 수는 없고, 또 비록 금융거래 자료를 요구하거나 제공한 것이 자료 제공을 요구한 금융기관 종사자들인 피고인들의 형사재판에서의 방어를 위한 것이라고는 하나, 그러한 목적은 법원에 문서제출명령 등을 신청하여 충분히 달성할 수 있는 것으로서 그러한 방법에 의하지 아니하면 위 자료를 제출할 수 없었다는 보충성이나 긴급성이 있다고 할 수 없어 결국 그 수단의 상당성이 없다고 한 사례.

[11] 긴급명령 위반행위 당시 긴급명령이 시행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아 금융거래의 실명전환 및 확인에만 관심이 집중되어 있었기 때문에 비밀보장의무의 내용에 관하여 확립된 규정이나 판례, 학설은 물론 관계 기관의 유권해석이나 금융관행이 확립되어 있지 아니하였다는 사정은 단순한 법률의 부지에 불과하며, 그 위반행위가 형사재판 변호인들의 자료 요청에서 기인하였다고 하더라도 변호인들에게 구체적으로 긴급명령위반 여부에 관하여 자문을 받은 것은 아닌 데다가, 해당 은행에서는 긴급명령상의 비밀보장에 관하여 상당한 교육을 시행하였음을 알 수 있어 피고인들의 행위가 죄가 되지 않는다고 믿은 데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사례.

[12] 사문서위조의 객체가 되는 문서의 진정한 작성명의자가 누구인지 여부는 문서의 표제나 명칭만으로 이를 판단하여서는 아니되고, 문서의 형식과 외관은 물론 문서의 종류, 내용, 일반 거래에 있어서 그 문서가 가지는 기능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참작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참조조문
피고인

피고인 1 외 6인

상고인

피고인 및 검사

변호인

법무법인 태평양 담당변호사 김인섭 외 7인

주문

각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1. 검사의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원심판결을 기록에 비추어 검토하여 보면, 원심이 피고인 2에 대한 공소사실 및 피고인 1, 3, 박청길에 대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수재등)의 점 중 전부 또는 일부에 관하여 그 증명이 없음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조치는 옳다고 여겨지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2. 피고인 1의 국선변호인의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위 피고인에 대하여 10년 미만의 징역형이 선고된 이 사건에 있어서는 원심의 형량이 너무 무겁다거나 단순히 원심판결에 사실오인이 있다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적법한 상고이유가 될 수 없는 것이다.

3. 피고인 1의 변호인 변호사 김용원의 상고이유 중 채증법칙 위배, 헌법위반의 점을 판단한다.

가. 채증법칙 위배의 점에 대하여

원심판결이 명시한 증거들을 기록과 대조하여 살펴보면, 위 피고인에 대한 그 판시의 각 범죄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은 옳다고 여겨지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나. 헌법위반의 점에 대하여

금융실명거래및비밀보장에관한긴급재정경제명령(이하 단순히 긴급명령이라 한다)은 그 발동 당시 헌법 제76조 제1항 에서 정한 긴급재정·경제명령의 발동요건이 갖추어져 있었다고 보이고 국회의 승인을 얻었으므로 헌법상의 긴급재정·경제명령으로서 유효하게 성립하였다고 할 것이고, 위와 같이 위 긴급명령이 유효하게 성립한 이상 가사 그 발동의 원인이 된 '내우·외환·천재·지변 또는 중대한 재정·경제상의 위기'가 사라졌다고 하여 곧바로 그 효력이 상실되는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 할 것이니, 같은 취지에서 위 긴급명령을 적용하여 위 피고인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조치는 옳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헌법위반의 잘못이 있다고 할 수 없다.

4. 피고인 3의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상고이유의 요지는, 원심이 위 피고인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수재등)의 점에 대하여 유죄의 증거로 삼은 증거들 중 공진기의 수사기관 이래 원심에 이르기까지의 진술 및 압수된 경비가불장의 기재는 신빙성이 없고, 또한 위 피고인의 검찰에서의 자백은 위 피고인이 1994. 7. 18. 08:10경 부산지방검찰청에 연행되어 같은 달 19. 14:00경까지 약 30시간 동안 잠도 자지 못한 채 검사 2명에 의하여 교대로 계속 조사를 받아 심신이 몹시 지친 상태에서, 검사가 사안이 무겁지 아니하고 취업할 처지도 아니니 유죄판결을 받더라도 집행유예의 형이 선고될 것인데 범행을 부인하여 고생을 할 것이 아니라 속히 귀가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회유하는 바람에 우선 귀가하고 보자는 자포자기의 심정에서 하게 된 허위의 자백이므로, 이를 유죄의 증거로 삼은 원심판결에는 채증법칙 위배의 위법이 있다는 취지이다.

그러므로 우선 기록에 의하여 위 피고인이 검찰에서 자백을 한 과정을 살펴보면, 1994. 7. 18. 부산지방검찰청 제363호 검사실에서 담당검사에 의하여 위 피고인에 대하여 처음으로 진술조서가 작성되었는데 그 당시 위 피고인은 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수재등)의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하였고, 같은 달 19. 같은 검사에 의하여 제1회 피의자신문조서가 작성될 때에도 위 피고인은 이를 부인하였는데, 같은 날 수사검사가 교체되어 제2회 피의자신문조서가 작성되면서 위 피고인은 그 때까지 부인하였던 공소사실을 모두 자백하였고, 다시 같은 날 원래의 담당검사에 의하여 제3회 피의자신문조서가 작성될 때에도 이를 자백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한편 위 각 서류의 증거조사시에 피고인은 위 제2, 3회 각 피의자 신문조서의 임의성을 부인하였음이 기록상 명백하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와 같이 동일한 피의자에 대하여 하루 동안에 3회의 피의자신문조서가 작성된 것과 뚜렷한 이유 없이 같은 날 중간에 검사가 교체되었다가 다시 원래의 담당검사에 의하여 수사가 진행된 것은 지극히 이례적이라 할 것인바, 이러한 이례적인 수사과정과, 비록 위 제2회 피의자신문조서에는 위 피고인이 그 때까지의 진술을 번복하는 이유를 "사실대로 진술을 하고 선처를 바라는 마음에서 바른대로 진술을 하는 것"이라고 기재되어 있지만, 그러한 사정만으로 그 동안 공소사실을 부인하여 오던 위 피고인이 진술을 갑자기 번복하게 된다는 것은 선뜻 수긍이 되지 아니하는 점, 또한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바와 같이 위 피고인이 위 제2회 피의자신문조서 작성시에 "마음이 괴로워서 조사를 빨리 끝내고 싶다"는 심경을 밝히고 있고, 위 제3회 피의자신문조서 작성시에도 "전회의 진술이 사실인가"라는 검사의 신문에 대하여 처음에는 묵묵부답을 한 다음, 그 이유를 "진술조서와 제1회 피의자신문조서 작성시에는 극구 부인을 하였다가 나중에 순순히 자백을 하고 보니 오히려 마음이 허전하고 자책감에서 아무런 말도 못하고 침묵을 지켰다"라고 자백을 후회하는 듯한 진술을 하였으며, "달리 유리한 진술이나 증거가 있는가"라는 검사의 신문에 대하여도 괴로운 듯 얼굴을 찡그리고 아무런 말을 하지 아니하는 태도를 보인 점, 그 이후 제1심 법정에서부터는 다시 위 공소사실을 일관하여 부인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고 특히 피의자에게는 진술거부권이 있는 점을 감안하면, 위 피고인의 검찰에서의 자백은 위 피고인의 자유로운 의사에 의하여 임의로 되었다기보다는 위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검사 2명이 위 피고인을 잠을 재우지 아니한 채 교대로 신문을 하면서 회유한 끝에 받아낸 것이 아닌가 하는 강한 의심을 가지게 한다 .

그렇다면, 검사 작성의 위 피고인에 대한 제2, 3회 피의자신문조서에 기재된 위 피고인의 자백은 위 피고인을 잠을 재우지 아니한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임의로 진술한 것이 아니라고 의심할 만한 이유가 있는 때에 해당한다 할 것이므로 형사소송법 제309조 의 규정에 의하여 위 각 피의자신문조서는 증거능력이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따라서 이를 유죄의 증거로 삼은 원심판결은 잘못이라고 할 것이다.

다만, 원심은 위 피고인에 대한 유죄의 증거로서 그 외에도 공진기의 수사기관 이래 원심에 이르기까지의 진술 및 압수된 경비가불장의 기재 등을 들고 있는바, 위 나머지 증거들을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 나머지 증거들에 의하더라도 위 피고인에 대한 판시 범죄사실을 유죄로 인정할 수 있다고 보이므로, 결국 원심의 위와 같은 잘못은 판결 결과에 영향이 없다 할 것이다. 이 점에 관한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없음에 귀착된다.

5. 피고인 1, 3, 4, 5, 6, 7의 변호인 법무법인 태평양 및 피고인 4의 변호인 변호사 하양명의 각 상고이유와 피고인 1의 변호인 변호사 김용원의 상고이유 중 법리오해의 점을 함께 판단한다.

가. 긴급명령상 금융거래 내지 금융거래정보에 대한 법리오해의 점에 대하여

긴급명령 제2조 제2호 , 제3호 의 각 규정 취지에 비추어 보면, 금융기관이 하는 일반적인 대출은 긴급명령에서 규정하고 있는 '금융거래'에 속하지 아니하고, 따라서 대출에 관한 정보 또는 자료는 긴급명령 제4조 제1항 에서 말하는 '금융거래의 내용에 대한 정보 또는 자료'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으나, 어음의 할인과 그 할인액의 지급의 경우에는 그 실질이 대출이라고 하더라도 긴급명령 제2조 제3호 에서 이를 금융거래에 속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에 관한 정보 또는 자료는 긴급명령 제4조 제1항 의 '금융거래의 내용에 대한 정보 또는 자료'로서 긴급명령상 비밀보장의 대상이 된다 할 것인바, 기록에 비추어 보면, 원심 판시 제2의 가. (2), (4), 라. (2), (3)의 각 긴급명령위반의 범죄사실에서 적시된 피고인 4이 피고인 6에게 요구하여 제공받은 '광우철강의 대출거래명세표 6부', '광우철강의 대출금이관서류 3부'는 그 표제가 대출에 관한 것으로 되어 있으나, 그 내용은 위 광우철강 주식회사의 어음할인에 관한 것이거나, 어음할인에 관한 내용을 포함하는 것임을 알 수 있으므로, 원심이 위 각 범죄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조치도 옳다고 여겨지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긴급명령의 규제대상인 금융거래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또 무통장입금표란 한편으로는 통장 없이 일정한 금원을 입금하였다는 증명서류이지만, 긴급명령과 관련하여서는 그것은 금융거래의 내용에 대한 자료라고 할 것이므로 이를 요구 또는 제공하는 데는 긴급명령 제4조 제1항 에 의하여 금융거래의 명의인인 입금자와 예금주의 동의가 필요하다 고 할 것인바,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 3가 피고인 5에게 요구하여 제공받은 '신진금속의 1991. 11. 30.자 100만 원짜리 무통장입금표 1장'은 피고인 3가 직접 입금을 한 자료라고는 볼 수 없으므로, 원심이 같은 취지에서 예금주인 주식회사 신진금속의 동의를 받지 아니하고 위 자료를 요구하고 제공한 점에 관한 판시 제2의 다., 바.(2)의 각 긴급명령위반의 범죄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조치도 옳다고 여겨지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금융거래의 타인성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그리고 어떠한 금융거래가 실지명의에 의한 것이라면, 그 금융거래가 긴급명령 제4조 제1항 의 비밀보장의 대상이 되기 위하여 반드시 긴급명령 시행 이후에 이루어지거나 실명확인이 된 후에 이루어진 것일 필요는 없다 할 것이고, 금융거래계좌의 명의인인 회사가 폐업신고를 하고 더 이상의 금융거래를 하고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청산절차가 종료되지 아니하였다면 그 금융거래는 여전히 긴급명령상 비밀보장의 대상이 된다 고 할 것이며, 또한 금융거래의 명의인이 특정한 사건에 관하여 수사기관에 그 명의의 금융거래 자료를 제공하는 것에 동의함으로써 관련 자료들이 수사기록에 편철되어 법정에 제출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사건의 피고인이 위 명의인의 동의를 받지 아니하고 직접 그 금융기관에 관련 금융거래 자료의 제공을 요구할 수는 없다 고 봄이 상당하다 할 것이니, 같은 취지로 판시한 원심의 조치 또한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금융거래 내지 금융거래정보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나. 긴급명령 및 형법상 정당행위에 관한 법리오해의 점에 대하여

긴급명령 제4조 제1항 은 금융거래의 비밀보장의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의 하나로서 "동일 금융기관의 내부 또는 금융기관 상호간에 업무상 필요한 정보 등을 제공하는 경우"(제4호)를 규정하고 있으나, 긴급명령제4조의시행에관한규정 제6조 에 의하면, 긴급명령 제4조 제1항 제4호 에서 동일 금융기관의 내부에서 업무상 필요한 정보 등을 제공하는 경우라 함은 당해 금융기관의 본점, 지점, 영업소 및 당해 금융기관의 위탁을 받거나 기타 계약에 의하여 그 금융기관의 업무의 일부를 처리하는 자간에 업무상 필요한 정보 등을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고 되어 있으므로, 위와 같은 관계에 있지 아니한 자들 사이에서는 위 긴급명령 제4조 제1항 제4호 를 근거로 금융거래 자료의 요구나 제공이 허용된다고 할 수 없는 것인바 , 원심이 같은 취지에서 관련 피고인들에 대한 각 긴급명령위반의 범죄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조치는 옳다고 여겨지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긴급명령상 정당행위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그리고 피고인 4은 여전히 주식회사 조흥은행의 부산본부에 관리역으로 근무하고 있는 자이기는 하나, 그가 그의 업무와 관련이 없이 개인적인 필요에 따라 제3자적인 지위에서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산하 지점의 직원들에게 원심 판시와 같은 금융거래 자료의 제공을 요구하는 행위나 피고인 4에게 이를 제공하는 행위 역시 긴급명령상 허용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또한 어떠한 행위가 정당한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는 것인지는 구체적인 경우에 따라 합목적적, 합리적으로 가려져야 할 것인바, 정당행위를 인정하려면, 첫째 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상당성, 둘째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셋째 보호이익과 침해이익과의 법익균형성, 넷째 긴급성, 다섯째 그 행위 외에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추어야 할 것인데 ( 대법원 1994. 4. 15. 선고 93도2899 판결 , 1996. 11. 12. 선고 96도2214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서 금융거래 자료를 제공한 피고인들의 행위가 반드시 위 은행의 이익을 위한 행위라고 단정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설사 그것이 한편으로는 위 은행의 이익을 위한 행위라고 하더라도 긴급명령에서 보호하고자 하는 비밀은 예금주의 비밀이지 금융기관의 비밀이 아니므로 위 은행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는 사정만으로는 정당행위의 근거가 될 수는 없다고 할 것이고, 또 비록 이 사건 긴급명령위반의 점에 관련된 피고인들이 원심 판시의 각 금융거래 자료를 요구하거나 제공한 것이 자료 제공을 요구한 피고인들의 형사재판에서의 방어를 위한 것이라고는 하나, 그러한 목적은 법원에 문서제출명령 등을 신청하여 충분히 달성할 수 있는 것으로서 그러한 방법에 의하지 아니하면 위 자료를 제출할 수 없었다는 보충성이나 긴급성이 있다고 할 수 없어 결국 그 수단의 상당성이 없다고 할 것이므로 위 피고인들의 행위를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고 할 것이고, 위 금융거래 자료의 요구나 제공행위가 변호권행사의 일환으로 이루어졌다거나, 그 자료의 내용이 수사기록에 이미 공개되어 있다거나, 사후에 문서제출명령을 신청하였다거나, 소송관계자들의 비밀유지의무 등으로 그 자료가 외부에 공개될 가능성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위 피고인들의 행위가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원심이 같은 취지에서 위 피고인들에 대한 각 긴급명령위반의 범죄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조치는 옳다고 여겨지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형법상 정당행위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다. 위법성의 착오에 대한 법리오해 및 판단유탈의 점에 대하여

형법 제16조 에 자기가 행한 행위가 법령에 의하여 죄가 되지 아니한 것으로 오인한 행위는 그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 한하여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은 단순한 법률의 부지를 말하는 것이 아니고 일반적으로 범죄가 되는 경우이지만 자기의 특수한 경우에는 법령에 의하여 허용된 행위로서 죄가 되지 아니한다고 그릇 인식하고 그와 같이 그릇 인식함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벌하지 아니한다는 취지이다( 대법원 1994. 4. 15. 선고 94도365 판결 , 1995. 8. 25. 선고 95도1351 판결 , 1995. 12. 22. 선고 94도2148 판결 등 참조).

상고이유의 주장은 위 피고인들은 그 범행 당시 긴급명령이 시행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아 금융거래의 실명전환 및 확인에만 관심이 집중되어 있었기 때문에 비밀보장의무의 내용에 관하여 확립된 규정이나 판례, 학설은 물론 관계 기관의 유권해석이나 금융관행이 확립되어 있지 아니하였다는 것이나, 이는 단순한 법률의 부지에 해당하는 사유라 할 것 이고, 그 밖에 공소외 공진기가 위 은행에 대하여 주식회사 신진금속 및 광우철강 주식회사의 금융거래 내용을 공개하여도 좋다고 동의하였고, 한편으로 위 피고인들의 행위가 이 사건 제1심 변호인들의 자료요청에서 기인하였다고 하더라도, 기록에 비추어 보면 변호인들에게 구체적으로 긴급명령위반의 여부에 관하여 자문을 받은 것은 아닌 데다가, 위 은행에서는 긴급명령상의 비밀보장에 관하여 상당한 교육을 시행하였음을 알 수 있어 위 피고인들의 행위가 죄가 되지 않는다고 믿은 데에 정당한 이유가 없는 경우라 할 것이므로 범죄의 성립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 고 할 것이다. 같은 취지에서 위 피고인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조치도 옳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위법성의 착오 내지 법률의 착오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다만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검토하여 보면, 피고인 5, 6, 7는 그들의 행위가 죄가 되지 않는다고 인식하고 있었고 그 인식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였음에도 원심이 이에 관하여 명시적인 판단을 하지 아니하였으나, 위와 같이 어차피 위 피고인들의 행위가 법률의 착오에 해당하지 아니하여 범죄가 성립된다고 보는 이상 위와 같은 잘못은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어서 이 점에 관한 상고이유의 주장은 결국 이유 없음에 귀착된다.

라. 피고인 4의 사문서위조 및 동행사의 점에 관한 위 피고인 및 변호인 변호사 하양명의 판단유탈 주장의 점에 대하여

기록에 의하면, 원심에서 위 피고인과 그 변호인은 위 피고인의 사문서위조 및 동행사의 점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에 위조문서 명의자 및 그 문서의 작성권한자에 대한 판단을 그르친 위법이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였음을 알 수 있으나, 위 주장은 형사소송법 제323조 제2항 에 의하여 유죄판결의 이유에 판단을 명시하여야 하는 법률상 범죄의 성립을 조각하는 이유 또는 형의 감면이유에 해당하는 사실의 주장이 아닐 뿐만 아니라, 원심은 위 피고인에 대한 사문서위조 및 동행사의 점에 관하여 제1심판결의 범죄사실을 그대로 인용하여 이를 유죄로 인정함으로써 위 주장과 다른 판단을 하고 있는바, 이러한 원심의 인정판단에는 위 피고인과 그 변호인의 주장을 심리하고 이를 배척하는 판단이 포함되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원심판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판단유탈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마. 피위조명의자에 대한 법리오해의 점에 대하여

사문서위조의 객체가 되는 문서의 진정한 작성명의자가 누구인지 여부는 문서의 표제나 명칭만으로 이를 판단하여서는 아니되고, 문서의 형식과 외관은 물론 문서의 종류, 내용, 일반 거래에 있어서 그 문서가 가지는 기능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참작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인바 ( 대법원 1996. 2. 9. 선고 94도1858 판결 참조), 이 사건 각 위조문서인 "월별 적금현황표"와 "적금불입 및 어음할인 내역표"를 살펴보면, 그 문면상에 나타나 있는 명의자에 관련된 것으로는 "조흥은행 양정동지점"이라는 문자가 우측 상단에 기재되어 있고, "주식회사 조흥은행 부산본부"라고 표시된 인영이 위 "조흥은행 양정동지점"이라는 문자 뒤에 날인되어 있을 뿐이며, 한편 "주식회사 조흥은행 부산본부"라는 인영은 일견하여 그 글자의 내용을 알아보기가 쉽지 않은 데다가 인영 자체도 거꾸로 찍혀 있고, "월별 적금현황표"에서는 인영의 내용을 식별할 수 없도록 되어 있으며, 그 내용을 보더라도 모두 조흥은행 양정동지점과 관련된 것임을 알 수 있으므로, 위 각 위조문서의 명의자는 "조흥은행 양정동지점장"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사건 각 위조문서의 작성 명의인이 "주식회사 조흥은행 양정동지점 김인철 대리"라고 한 원심의 판시는 잘못이라고 할 것이나, 위 각 위조문서의 작성 명의인을 "조흥은행 양정동지점장"으로 본다고 하더라도 피고인 4의 행위를 같은 사문서위조죄로 처벌할 수 있음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으므로 원심의 위와 같은 잘못은 판결 결과에 영향이 없다고 할 것이다.

바. 문서위조죄에 대한 법리오해의 점에 대하여

상고이유의 주장은 피고인 4이 주식회사 조흥은행 부산본부의 관리역으로서 위 부산본부의 업무와 관련하여 작성한 문서에 위 부산본부의 약인을 날인할 권한이 있는데 이 사건 각 위조문서는 위 부산본부의 문서로 보아야 하므로 이에 날인한 것은 권한범위 내의 행위로서 문서위조죄를 구성하지 아니한다는 취지이나, 이 사건 각 위조문서의 명의인을 조흥은행 양정동지점장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함은 앞서 살핀 바와 같고, 일반적으로 위 부산본부가 그 관할하에 있는 위 양정동지점의 취급업무에 관하여 거래내용을 정리한 문서를 작성할 권한이 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 4이 위와 같이 위 양정동지점장 명의로 어떠한 문서를 작성할 권한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며, 또한 비록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위 은행의 명예나 장차의 민사소송에의 대비 등 위 은행의 이익을 위하여 공소외 공진기의 주장에 대하여 대처할 필요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기록에 비추어 보면 반드시 위 부산본부장이나 위 양정동지점장이 위와 같이 피고인 4이 임의로 위 양정동지점의 문서를 작성하는 것을 묵시적으로라도 승낙한 것으로는 보이지 아니하므로, 이 점을 다투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 할 것이다.

6. 그러므로 각 상고를 기각하기로 관여 법관들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만호(재판장) 박준서 김형선(주심) 이용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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