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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5. 3. 11. 선고 2002도5112 판결
[사기][공2005.4.15.(224),618]
판시사항

종합병원이 환자들로부터 진료비를 과다 징수한 사안에서, 병원장이 병원직원들과 공모하여 이를 편취하였다고는 볼 수 없다고 한 원심의 판단을 수긍한 사례

판결요지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한 기준을 위반하여 진료비가 과다 징수되고 있는 사실에 관하여 종합병원 병원장인 피고인에게 대략의 인식이 있었다고 할 수 있으나, 수가 산정 과정 및 여러 해 동안 계속된 병원의 운영 방식과 치료비의 청구방식에 비추어, 피고인이 직원들과 공모하여 환자들로부터 진료비를 과다 징수하여 이를 편취하였다고는 볼 수 없다고 한 원심의 판단을 수긍한 사례.

참조조문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검사

변호인

서정 법무법인 담당변호사 박만호 외 4인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1. 공모공동정범이 성립하기 위하여는 2인 이상의 사람이 특정한 범죄행위를 하기 위하여 일체가 되어 서로 다른 사람의 행위를 이용하여 자기의 의사를 실행에 옮기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공모를 하고 이에 따라 범행을 실행한 사실이 인정되어야 하는바, 여기서의 공모는 법률상 어떤 정형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므로 비록 전체적인 모의과정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수인 사이에 순차적으로 또는 암묵적으로 상통하여 그 의사의 결합이 이루어지면 공모관계가 성립하고, 이러한 공모가 이루어진 이상 실행행위에 직접 관여하지 아니한 자라도 다른 공모자의 행위에 대하여 공동정범으로서 형사적 책임을 부담하여야 하지만, 그 의사는 타인의 범행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제지하지 아니하고 용인하는 것만으로 부족하고 공동의 의사로 특정한 범죄행위를 하기 위하여 일체가 되어 서로 다른 사람의 행위를 이용하여 자기의 의사를 실행에 옮기는 것이어야 하며, 이러한 공모나 모의는 범죄사실을 구성하는 것으로서 이를 인정하기 위하여는 엄격한 증명에 의하여야 하므로, 피고인이 공모의 점과 함께 범의를 부인하는 경우에는, 이러한 주관적 요소로 되는 사실은 사물의 성질상 범의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하여 이를 입증할 수밖에 없고, 무엇이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에 해당할 것인가는 정상적인 경험칙에 바탕을 두고 치밀한 관찰력이나 분석력에 의하여 사실의 연결상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방법에 의하여야 하는 것이며( 대법원 2003. 1. 24. 선고 2002도6103 판결 참조), 공모공동정범의 성립 여부는 범죄실현의 전과정을 통하여 각자의 지위와 역할, 공범에 대한 권유내용 등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이를 종합하여 위와 같은 상호이용의 관계가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어야 하며, 그와 같은 입증이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같은 취지에서 원심은, 그 채용증거들에 의하여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그와 같은 사실관계에 기초하여, (대학 명칭 생략) 의과대학부속병원에서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한 기준을 위반하여 진료비가 과다하게 징수되고 있는 사실에 관하여 피고인에게 대략의 인식이 있었다고 할 수 있으나, 수가 산정 과정 등에 비추어 병원의 수가 변경은 피고인의 단순한 지시나 요청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으로 보기 어렵고, 적어도 관련 과목의 의사들은 물론 병원 내 관련 부서의 동의와 유기적인 협력이 있어야 하므로 피고인이 병원장으로 취임한 후 그 전공과목은 물론 그 외에 거의 모든 과목에 걸쳐 있는 이 사건 각 수가항목 전부에 관하여 전면 재검토하여 관련 부서에 수가 조정이나 삭제를 지시·요청하지 아니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피고인이 '묵인'의 방법으로 병원 직원들과 공모하여 편취 행위에 가담하였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여러 해 동안 계속된 병원의 운영 방식과 치료비의 청구방식에 비추어 병원장으로 취임한 피고인이 피해자인 환자들이 의료보험 관련 법규에 어두운 점을 이용하여 피해자들로부터 진료비를 과다 징수하여 이를 편취하고자 직원들과 공모하였다고는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는바,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에서의 증거취사와 사실인정 및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이나 공모공동정범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2. 법원은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에 포함된 보다 가벼운 범죄사실이 인정되는 경우에도 심리의 경과에 비추어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초래할 염려가 없다고 인정되는 때에 한하여 공소장변경의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직권으로 공소장에 기재된 공소사실과 다른 범죄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 것이지만, 그와 같은 경우에도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과 대비하여 볼 때 실제로 인정되는 범죄사실의 사안이 중대하여 공소장이 변경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이를 처벌하지 아니한다면 적정절차에 의한 신속한 실체적 진실의 발견이라는 형사소송의 목적에 비추어 현저히 정의와 형평에 반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아닌 한 법원이 직권으로 그 범죄사실을 인정하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위법하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대법원 1990. 10. 26. 선고 90도1229 판결 , 1991. 5. 28. 선고 91도676 판결 , 1993. 12. 28. 선고 93도3058 판결 , 1997. 2. 11. 선고 96도2234 판결 , 1998. 8. 25. 선고 98도1708 판결 등 참조).

기록에 의하면, 원심은 사기죄의 공모공동정범으로 기소된 피고인에 대하여 나아가 사기죄의 방조범이 성립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심리·판단하지 아니하였는바,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조치는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심리미진이나 공소장변경에 관한 법령위반 등의 위법이 없다.

3.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유지담(재판장) 배기원 이강국(주심) 김용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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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서울고등법원 2002.8.30.선고 2002노6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