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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8. 5. 11. 선고 2017도21033 판결
[농수산물의원산지표시에관한법률위반·식품위생법위반·공유수면관리및매립에관한법률위반(인정된죄명:어촌·어항법위반)][미간행]
판시사항

공동정범의 성립요건 / 공동정범의 성립 여부에 대한 증명 정도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법무법인 국제 담당변호사 김동진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식품위생법 위반 부분에 관하여

원심판결 이유를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식품위생법 위반의 점이 유죄로 인정된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고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가. 형법 제30조 의 공동정범은 2인 이상이 공동하여 죄를 범하는 것으로서, 공동정범이 성립하기 위하여는 주관적 요건으로서 공동가공의 의사와 객관적 요건으로서 공동의사에 기한 기능적 행위지배를 통한 범죄의 실행사실이 필요하고, 공동가공의 의사는 타인의 범행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제지하지 아니하고 용인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공동의 의사로 특정한 범죄행위를 하기 위하여 일체가 되어 서로 다른 사람의 행위를 이용하여 자기의 의사를 실행에 옮기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것이어야 한다 ( 대법원 2003. 3. 28. 선고 2002도7477 판결 등 참조). 공동정범의 성립 여부는 범죄실현의 전 과정을 통하여 각자의 지위와 역할, 공범에 대한 권유내용 등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이를 종합하여 위와 같은 상호이용의 관계가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어야 하며, 그와 같은 입증이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 대법원 2005. 3. 11. 선고 2002도5112 판결 ).

나. 이 사건 공소사실 중 농수산물의 원산지 표시에 관한 법률 위반 부분의 요지는 “피고인은 부산 ○○군 △△항 부근 ‘(상호 1 생략)’ 운영자인 공소외 1 등 음식점 업주 및 공소외 2 등 ○○시장 멸치 노점상 12명이 ‘일본산’ 냉동멸치를 ‘국내산’으로 위장하여 소비자들에게 판매한다는 정을 알면서도, 2013. 5.경부터 2016. 6.경까지 공소외 1 등 12명에게 피고인의 집 앞에 설치한 수족관의 해수를 이용하여 해동한 ‘일본산’ 냉동멸치 총 1,266상자(약 18,990kg)를 공급하여, 그들을 통하여 그 무렵 △△항 및 ○○시장을 찾은 불특정 다수의 소비자들에게 ‘일본산’ 냉동멸치의 원산지를 ‘국내산’인 것처럼 위장하여 전량 판매함으로써, 공소외 1 등 12명과 순차 공모하여 ‘일본산’ 냉동멸치의 원산지를 ‘국내산’으로 위장하여 판매하였다.”라는 것이다.

다. 원심은,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피고인은 공소외 1 등이 자신으로부터 공급받은 ‘일본산’ 멸치를 ‘국내산’으로 위장하여 판매할 수밖에 없다는 사정을 충분히 인식하면서도 이들의 판매행위를 이용하여 이익을 취득하려는 적극적인 의사를 가지고 ‘일본산’ 멸치를 공급하였고, 이러한 피고인의 ‘일본산’ 멸치 공급행위와 공소외 1 등의 판매행위는 그 구조상 서로의 행위를 이용하여 자기의 이익을 도모하려는 내용의 암묵적인 의사의 합치하에 일체로서 결합하여 이루어진 행위에 해당하므로, 피고인과 공소외 1 등 사이에 원산지 위장 판매에 관한 공모관계 및 기능적 행위지배가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① 이 사건 원산지 위장 판매행위는 국내산 멸치의 주된 생산지 및 판매지로 널리 알려진 △△항과 그 주변 ○○시장에서 이루어졌다.

② 피고인이 공소사실과 같이 ‘일본산’ 냉동멸치를 공급한 주된 대상은 공소외 2를 비롯한 8명의 영세한 ○○시장 노점상인들이다. 피고인은 이들로부터 주문받은 ‘일본산’ 냉동멸치를 자신의 주거지에 설치한 수족관에 넣어 해동한 후 다음 날 아침 07:00경 이들의 노점으로 직접 배달해 주고 그날 오후 17:00~18:00경 이들의 노점에 다시 방문하여 당일 공급한 ‘일본산’ 냉동멸치 대금을 수금하는 방법으로 거래하여 왔다.

③ 피고인은 ○○시장 노점상인들에게 ‘일본산’ 냉동멸치를 해동(해동된 냉동멸치는 외관이 생멸치와 다름없어 이를 국내산 생멸치로 속여 판매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까지 하여 가져다주는 유일한 공급처였고, 피고인으로부터 아침 07:00경 해동된 ‘일본산’ 냉동멸치를 배달받은 위 상인들은 당일 이를 모두 판매해야 피고인에게 그 대금을 지급할 수 있게 된다.

④ 피고인으로부터 ‘일본산’ 멸치를 공급받은 공소외 1을 비롯한 공소사실 기재 상인들은 손님들에게 이를 국내산 멸치와 그 손질 상태, 판매 단위, 가격 등에 차이를 거의 두지 않은 채 원산지를 표시하거나 알리지 아니하고 판매하면서 손님들이 원산지가 어디냐고 묻는 경우 ‘국내산’이라고 말하여 판매하여 왔다.

⑤ 피고인의 검찰진술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은 수입업자로부터 ‘일본산’ 냉동멸치 1상자를 27,000원에 구매하여 위 상인들에게 35,000원 정도에 판매하여 그 차액 상당의 이익을 취득하여 왔다.

라. 그러나 원심이 위와 같이 피고인을 공소외 1 등이 저지른 원산지 위장 판매범행의 공동정범으로 인정한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수긍하기 어렵다.

(1) 이 사건에서 피고인을 원산지 위장 판매범행의 공동정범으로 처벌하기 위해서는 피고인이 공소외 1 등 상인들이 피고인으로부터 공급받은 ‘일본산’ 냉동멸치를 국내산으로 속여 판매한다는 점을 알고서도 이를 용인하였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적어도 피고인의 의사가 원산지 위장 판매범행을 위하여 공소외 1 등과 일체가 되어 그들의 행위를 이용하여 자신의 원산지 위장 판매 의사를 실행에 옮기려는 것이라고 평가될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

(2) 그런데 원심판결 이유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 및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알 수 있다.

ⓛ 피고인은 2010년경부터 ‘(상호 2 생략)’이라는 상호로 ○○ 생멸치, 국내산 냉동멸치, 일본산 냉동멸치를 취급 내지 판매하면서, 그 영업의 일환으로 공소외 1 등 △△항 및 ○○시장 상인들로부터 주문을 받아 ‘일본산’ 냉동멸치를 공급하여 주었다.

② ‘(상호 1 생략)’ 공소외 1의 진술 내용은 피고인이 ○○시장 및 △△항에서 멸치를 판매하는 상인이 ‘일본산’ 냉동멸치를 ‘국내산’으로 속여서 판다는 것을 알면서도 상인들에게 ‘일본산’ 멸치를 공급하여 주었다는 것일 뿐, 피고인과 원산지 위장 판매범행을 공모하였다는 취지는 아니다.

③ 피고인 외에도 ○○시장 상인들에게 멸치를 공급하는 중간 상인들이 있었으나, 위 상인들은 피고인 업체가 ○○시장과 가까운 △△항에 있고 가격도 저렴하여 많이 주문한 것으로 보인다.

④ ○○시장 상인들은 대체적으로 “피고인이 자신들의 ‘일본산’ 냉동멸치 판매행위에 직접적으로 관여한 사실이 없고, 공급한 멸치대금도 일반적인 시세대로 지급받았다.”라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다.

(3) 위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심이 제시한 사정들만으로는 피고인이 공소외 1 등 상인들에게 ‘일본산’ 냉동멸치를 공급한 행위만을 가지고 피고인에게 공소외 1 등과 일체가 되어 그들의 행위를 이용하여 원산지 위장 판매범행을 실행에 옮기려는 공동가공의 의사에 의한 기능적 행위지배가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

(4) 그럼에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피고인을 원산지 위장 판매범행의 공동정범으로 인정하였으니,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공동정범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한편 원심은 위와 같은 파기사유가 있는 원산지 위장 판매행위로 인한 농수산물의 원산지 표시에 관한 법률 위반 부분과 나머지 유죄 부분이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다는 이유로 하나의 형을 선고하였으므로, 결국 원심판결은 전부 파기되어야 한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재형(재판장) 김창석(주심) 조희대 민유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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