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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9. 10. 22. 선고 99도3273 판결
[살인][공1999.12.1.(95),2457]
판시사항

[1] 피고인이 자신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의 성립의 진정과 임의성을 인정하였다가 이를 번복한 경우, 증거능력의 인정 방법

[2] 피고인이 증거로 하는 데 동의한 사법경찰리 작성의 피고인 아닌 자에 대한 진술조서, 압수조서 등의 증거능력 유무(적극)

[3] 형사재판에 있어 유죄의 인정을 위한 증거의 증명력 정도 및 간접증거의 증명력

[4] 피해자의 시체가 발견되지 아니하였더라도 간접증거를 상호 관련하에 종합적으로 고찰하면 살인죄의 공소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피고인이 검사와 사법경찰리 작성의 피고인에 대한 각 피의자신문조서의 성립의 진정과 임의성을 인정하였다가 그 뒤 임의성을 부인하는 진술을 하거나 서면을 제출한 경우에도 법원이 그 조서의 기재 내용, 조서를 작성하게 된 경위, 피고인의 법정에서의 범행에 관련된 진술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진술의 임의성을 인정한 최초의 진술이 신빙성이 있다고 보아 그 임의성에 관하여 심증을 얻은 때에는 그 피의자신문조서는 여전히 증거능력이 인정된다.

[2] 사법경찰리가 작성한 피고인 아닌 자에 대한 진술조서, 압수조서, 검증조서 및 감정서 등도 피고인이 공소사실의 증거로 하는 데 동의하였다면 이들은 모두 증거능력이 있다.

[3] 형사재판에 있어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할 수 있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고 이러한 정도의 심증을 형성하는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으나, 그와 같은 심증이 반드시 직접증거에 의하여 형성되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고 경험칙과 논리법칙에 위반되지 아니하는 한 간접증거에 의하여 형성되어도 되는 것이며, 간접증거가 개별적으로는 범죄사실에 대한 완전한 증명력을 가지지 못하더라도 전체 증거를 상호 관련하에 종합적으로 고찰할 경우 그 단독으로는 가지지 못하는 종합적 증명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면 그에 의하여도 범죄사실을 인정할 수가 있다.

[4] 피해자의 시체가 발견되지 아니하였더라도 간접증거를 상호 관련하에 종합적으로 고찰하면 살인죄의 공소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한 사례.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피고인

변호인

변호사 정태규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피고인과 국선변호인의 각 상고이유를 함께 판단한다.

1. 제1점에 대하여

피고인이 검사와 사법경찰리 작성의 피고인에 대한 각 피의자신문조서의 성립의 진정과 임의성을 인정하였다가 그 뒤 임의성을 부인하는 진술을 하거나 서면을 제출한 경우에도 법원이 그 조서의 기재 내용, 조서를 작성하게 된 경위, 피고인의 법정에서의 범행에 관련된 진술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진술의 임의성을 인정한 최초의 진술이 신빙성이 있다고 보아 그 임의성에 관하여 심증을 얻은 때에는 그 피의자신문조서는 여전히 증거능력이 인정되고 (대법원 1997. 5. 16. 선고 97도60 판결 참조), 사법경찰리가 작성한 피고인 아닌 자에 대한 진술조서, 압수조서, 검증조서 및 감정서 등도 피고인이 공소사실의 증거로 하는 데 동의하였다면 이들은 모두 증거능력이 있다 할 것이다( 대법원 1990. 6. 26. 선고 90도827 판결 참조 ).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인이 제1심 공판정에서 검사와 사법경찰리 작성의 피고인에 대한 각 피의자신문조서 전부에 대하여 성립의 진정과 임의성(사법경찰리 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하여는 그 내용까지)을 인정하였다가 그 뒤에 위 조서들의 임의성을 부인하는 취지의 진술을 하고 있으나, 위 조서들의 기재 내용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이 참고인의 진술과 압수된 승용차의 객관적 상황 등에 의하여 인정되는 일부의 사실에 대하여만 자백하고 피해자를 살해하였다는 점에 대하여는 계속하여 부인하였고 이는 피고인의 제1심 및 원심 공판정에서의 진술과 별로 다르지 아니한 점, 위 조서들의 작성경위, 피고인의 범죄 및 사회경력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피고인이 위 조서들의 진정성립과 임의성을 인정한 최초의 진술이 신빙성이 있다고 보여지고, 나아가 그 나머지 증거(진술조서·압수조서·검증조서 등)에 대하여도 피고인이 위 공판기일에 이를 증거로 함에 동의하였으므로, 위 각 증거들은 모두 그 증거능력이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앞서 본 법리에 따른 것으로서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지적하는 바와 같은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이 부분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없다.

2. 제2점에 대하여

형사재판에 있어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할 수 있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고 이러한 정도의 심증을 형성하는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으나, 그와 같은 심증이 반드시 직접증거에 의하여 형성되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고 경험칙과 논리법칙에 위반되지 아니하는 한 간접증거에 의하여 형성되어도 되는 것이며, 간접증거가 개별적으로는 범죄사실에 대한 완전한 증명력을 가지지 못하더라도 전체 증거를 상호 관련하에 종합적으로 고찰할 경우 그 단독으로는 가지지 못하는 종합적 증명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면 그에 의하여도 범죄사실을 인정할 수가 있다 할 것이다( 대법원 1993. 3. 23. 선고 92도3327 판결 , 1997. 7. 25. 선고 97도974 판결 , 1998. 11. 13. 선고 96도1783 판결 등 참조 ).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인이 1995. 6. 20. 부산지방법원에서 3회에 걸쳐 식칼 등으로 동거녀 공소외 1의 허벅지 등을 찔러 상해를 가하였다는 범죄사실로 징역 2년 6월을 선고받고 복역하다가 1997. 5. 16. 만기출소하면서 위 공소외 1이 위 범죄사실을 들어 피고인을 고소한 것에 대하여 앙심을 품고 있던 중, 1997. 5. 20. 22:50경 공소외 1에게 핸드폰으로 부산 수영구 수영동에 있는 유토피아호텔 앞으로 나오라고 전화하여 같은 달 21. 00:00경 공소외 1이 그녀의 소유인 소유인 아벨라 승용차에 피고인이 그를 다시 해칠 것을 두려워하여 동료 학원강사인 피해자(여, 27세)를 태우고 나타나자 위 승용차 뒷좌석에 승차하여 광안리에 있는 아침바다 커피숍으로 가 커피를 마신 다음, 공소외 1에게 피해자를 돌려보내고 해운대 쪽으로 가자고 하였으나 공소외 1과 피해자가 이를 거절한 사실, 공소외 1이 위 승용차를 운전하여 해안도로를 따라 다시 광안리 쪽으로 가려고 하였으나, 피고인이 강제로 핸들을 돌려 수영 제1호교를 통하여 해운대 방면으로 진행하게 한 후 위 승용차가 올림픽 공원 앞을 통과할 무렵, 공소외 1에게 자기가 교도소에 들어가기 전에 봉고차를 주차시켜 둔 곳이 있으니 그 곳으로 가자고 하여 피해자 일행을 같은 날 01:30경 부산 해운대구 우2동 1052에 있는 해운대 유스호스텔 신축 공사현장 옆 공터로 유인하였고, 공소외 1은 위 공터의 출구가 보이지 아니하자 이곳을 벗어나기 위하여 승용차를 후진시키려 한 사실, 이때 뒷좌석에 있던 피고인이 갑자기 양손으로 피해자와 공소외 1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면서 공소외 1의 이마를 물어뜯고 피해자의 머리카락을 움켜쥔 오른손을 풀어 위 승용차의 열쇠를 빼앗아 바지 호주머니에 넣었으며, 이틈에 피해자가 조수석 문을 열고 달아나자 뒤따라가 피해자를 붙잡아 주먹으로 피해자의 얼굴부위를 수회 때리고, 그 사이 공소외 1이 위 승용차의 운전석에서 내려 그 승용차가 진입한 도로를 따라 간선도로로 나가 도피한 사실, 공소외 1으로부터 피해신고를 받은 직후 실시된 경찰의 범행 주변현장에 대한 조사결과, 위 승용차가 정차하였던 공터에서 피해자가 소지하고 달아나다가 피고인에게 붙잡히면서 떨어뜨린 피해자의 핸드백과 공소외 1의 휴대폰이 발견되었고, 혈흔반응검사 결과 그 주변 반경 30m 범위 내에는 위 승용차가 있었던 곳 근방의 쑥 잎에 몇 방울의 피해자 피가 발견된 것 외에는 혈흔이 발견되지 아니하였던 사실, 피해자가 피고인으로부터 폭행을 당한지 38시간 정도 경과한 후인 같은 달 22. 15:30경 발견된 위 승용차를 같은 달 24.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남부분소에서 감정한 결과, 운전석의 발판과 조수석 시트에서 소량의, 운전석 뒷좌석 및 발판 밑 등에서 비교적 많은 양의, 조수석 뒷좌석 시트 및 발판 등에서 가장 많은 양의 피해자 혈흔이 검출되었는데, 조수석 뒷좌석 시트 부분의 혈흔양이 많아 시트 밑면에까지 배어 나온 상태였으며, 그 혈액량은 시간의 경과 및 건조 등으로 정확하게 산정할 수 없으나 혈흔이 분포되어 있는 범위 및 시트가 함유하고 있는 혈흔양 등을 종합하면 대략 1,500㏄로 추정되는 사실(피고인은 위 승용차가 발견된 지점 부근의 승당선착장에서 옷을 갈아 입기 전에 플라스틱 바가지로 3회에 걸쳐 바닷물을 떠서 뒷좌석에 부어 손으로 피를 씻어내는 과정에서 당초 600㏄ 정도에 불과하던 혈액이 바닷물과 섞여 외형상 그 양이 불었다고 주장하나, 피고인이 담당수사관으로부터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혈액감정결과 위 승용차 내에서 검출된 피해자의 혈액량이 1,500㏄를 상회하는 것으로 밝혀졌다는 말을 전하여 듣고도 이에 대하여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다가 체포된 후 2개월이 훨씬 지난 후인 1997. 8. 14. 비로소 위와 같은 주장을 하기 시작한 점, 위 승용차에서 바닷물의 흔적이 발견되지 아니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 승용차 내에서 검출된 피해자의 혈액에 바닷물이 혼입되어 있다고 보이지 아니한다), 피해자는 신장이 158㎝, 체중이 47㎏/중으로서 그 체내혈액량은 총 3,200∼3,300㏄로 추정되고, 사람은 그 혈액량의 30% 이상을 소실하면 즉각 치료를 받지 아니하는 한 사망할 가능성이 매우 크고, 40% 이상을 소실하면 사망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위 승용차에서 검출된 피해자의 혈액량은 피해자의 체내혈액량의 45% 내지 47%에 이르는 사실, 위 승용차가 발견되었을 당시 공소외 1이 위 폭행장소에 갈 때와 비교하여 앞좌석 양쪽에 놓여 있던 방석 2개, 조수석, 뒷좌석의 오른쪽과 가운데 깔판 3개, 뒷좌석에 놓여 있던 죽제 등받이 2개와 책 2권이 없어졌는데, 피고인은 수사기관 이래 원심에 이르기까지 위 범행 당일 02:00경부터 위 폭행장소에서 2㎞ 떨어진 선프라자 옆 도로변에서 위 승용차를 세워두고 차 안에서 잠을 자다가, 같은 날 05:30경 잠에서 깨어 그 부근에서 앞좌석 양쪽에 놓인 방석 2개로 뒷좌석 양쪽 시트 위의 피를 닦았고, 곧장 그 부근의 승당선착장에서 만난 이복형 이승호로부터 잠바와 츄리닝 바지를 건네 받아 피해자의 피가 묻은 바지, 긴소매 티셔츠, 팬티, 런닝셔츠 등 당시 입고 있던 옷 전부를 벗고 이승호로부터 받은 옷으로 갈아입은 다음, 같은 날 06:00경 이승호의 집으로 가는 길에 피에 젖은 깔판, 뒷좌석의 피를 닦은 방석 2개, 뒷좌석에 놓여 있던 등받이 2개 등을 도로변 쓰레기 리어카에 버렸다고 진술하고 있는 사실, 피해자는 피고인으로부터 위와 같이 폭행당한 이후 현재까지 그 자취는 물론 사체도 발견되지 아니하였고, 피해자의 생존 또는 사망에 대하여 피해자 또는 제3자로부터 아무런 연락이나 신고도 없는 사실을 인정한 다음, 이러한 사실관계를 종합하면 피고인이 1997. 5. 21. 01:30경 피해자가 공소외 1과의 만남을 방해하였다는 이유로 피해자를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종류불상의 흉기로 피해자의 신체 중 불상의 급소부위를 심하게 가격하고, 1,500㏄ 가량의 혈액이 빠져나가게 하는 등으로 그 무렵 그 곳 또는 부근에서 피해자로 하여금 심폐기능정지 또는 과다실혈 기타 불상의 원인으로 사망에 이르게 하여 피해자를 살해하였다는 공소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기록과 대조하여 검토하여 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은 정당하고, 거기에 채증법칙 위반으로 인한 사실오인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이 부분 상고이유의 주장도 이유 없다.

3.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관여 법관들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용훈(재판장) 김형선(주심) 조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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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부산고등법원 1999.7.8.선고 99노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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