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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
대구고법 2011. 2. 16. 선고 2010노456 판결
[살인(예비적죄명:폭행치사)·사체유기] 상고[각공2011상,490]
판시사항

[1] 살인죄 등의 형사재판에서 간접증거의 증명력 및 시체가 발견되지 아니한 상황에서 범행 전체를 부인하는 피고인에게 살인 또는 폭행치사의 죄책을 인정하기 위한 증명의 정도

[2] 이른바 ‘시체 없는 사망 사건’에서 피고인에게 폭행치사죄와 사체유기죄를 인정한 제1심판결에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는 이유로, 이를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한 사례

판결요지

[1] 살인죄 등과 같이 법정형이 무거운 범죄의 경우에도 직접증거 없이 간접증거만으로 유죄를 인정할 수 있고, 피해자의 시체가 발견되지 않았더라도 간접증거를 상호 관련하에서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살인죄의 공소사실을 인정할 수 있기는 하다. 그러나 유죄를 인정할 때에는 공소사실과 관련성이 깊은 간접증거들에 의한 신중한 판단이 요구되고, 시체가 발견되지 아니한 상황에서 범행 전체를 부인하는 피고인에 대하여 살인죄의 죄책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피해자의 사망사실이 추가적·선결적으로 증명되어야 함은 물론 피해자의 사망이 살해의사를 가진 피고인의 행위로 인한 것임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시체가 발견되지 아니한 상황에서 범행 전체를 부인하는 피고인에 대하여 폭행치사죄의 죄책을 인정하기 위해서도 마찬가지로 피해자의 사망이 피고인의 폭행으로 인한 것임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어야 한다.

[2] 피해자의 시체가 발견되지 않은 상태에서, 피고인이 살인의 주위적 공소사실과 폭행치사의 예비적 공소사실 및 사체유기의 공소사실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해자가 사건 이후 6년이 지나도록 실종 상태에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이미 사망하였을 개연성이 매우 크지만 검사 제출의 모든 증거를 종합하더라도 피해자가 사망하였다는 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부족하고, 더 나아가 증인들의 법정 진술 경위와 진술 내용의 합리성 및 객관적 상당성, 사건 전후의 객관적 정황이나 피고인의 행동 등을 종합할 때 검사 제출의 증거만으로는 살인의 주위적 공소사실은 물론 폭행치사의 예비적 공소사실도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부족하며, 사체유기의 공소사실 역시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부족한데도, 이와 달리 피고인에 대하여 폭행치사죄와 사체유기죄를 인정한 제1심판결에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는 이유로 이를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한 사례.

피 고 인

피고인

항 소 인

피고인 및 검사

검사

백혜련

변 호 인

변호사 조창학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피고인에 대한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1. 공소사실의 요지

가. 기초사실

피고인은 2004. 12.경 대구 남구 대명동 소재 ‘ ○○기업’이라는 대부업 사무실에서 대출금을 수금하는 업무에 종사하던 중 당시 커피배달을 하고 있던 피해자 공소외 1(여, 21세)을 만나 사귀게 되었고, 2005. 1. 초순경부터 대구 남구 (이하 생략) △△△빌 201호에 있는 피해자의 집에서 함께 동거를 하고 있었다.

피고인은 평상시 피해자가 칵테일바에 근무하며 다른 남자들과 술을 마시고 집에 늦게 들어오는 것에 대해서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피고인은 2005. 1. 22. 21:00경부터 다음날인 2005. 1. 23. 01:00경까지 대구 남구 봉덕동에 있는 ▽▽▽▽ 주점과 □□□□ 주점에서 피고인의 친구인 공소외 2 등 5명과 함께 술을 마신 다음 같은 동에 있는 ◇◇◇ 노래방으로 자리를 옮긴 후 2005. 1. 23. 02:26경(통화내역에 비추어 볼 때, 이는 ‘2005. 1. 23. 02:06경’의 잘못된 기재임이 분명하다) 피해자에게 전화를 하여 위 노래방으로 와 줄 것을 요청하였다.

그러나 피해자가 이를 거절하고 위 노래방에 오지 않자, 피고인은 화가 나서 피고인의 친구들에게 제대로 작별인사도 하지 않은 채 위 노래방에서 나와 2005. 1. 23. 02:40경 동거하던 피해자의 집에 귀가를 하여 잠을 자고 있었다.

이후 같은 날 04:30경 피해자가 술에 취한 채 동료인 공소외 3과 함께 귀가를 하였고, 공소외 3은 피해자를 피해자의 집 안에 들여 놓고는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

피해자가 집에 들어오는 소리에 잠이 깬 피고인이 노래방으로 와 줄 것을 요청하였음에도 피해자가 오지 않고 오히려 술에 취하여 늦게 들어왔다는 이유로, 피해자에게 욕설을 하며 피해자와 다툼을 벌였다.

나. 주위적으로 살인, 예비적으로 폭행치사의 점

1) 주위적 공소사실

위와 같이 다툼을 벌이던 중 화가 난 피고인은 피해자를 살해할 마음을 먹고, 2005. 1. 23. 07:00경 피해자의 집에서 피해자의 머리를 벽에 찧는 등의 방법으로 피해자를 살해하였다.

2) 예비적 공소사실

위와 같이 다툼을 벌이던 중 화가 난 피고인은 2005. 1. 23. 07:00경 피해자의 집에서 피해자의 머리를 벽에 찧는 등의 방법으로 피해자를 폭행하고, 이로 인하여 그 무렵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다. 사체유기의 점

이후 피고인은 자신의 범행을 은폐하기 위하여 피해자의 혈흔이 묻은 이불을 세탁하고, 불상의 방법으로 피해자의 사체를 들고나가 불상의 장소에 피해자의 사체를 유기하였다(원심은 이와 달리 그 범행일시를 ‘2005. 1. 27. 저녁 무렵 이전까지’로 제한하고, 공소사실 중 ‘피해자의 혈흔이 묻은 이불을 세탁하고’ 부분을 빼고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2. 원심의 판단 및 항소이유의 요지

가. 원심의 판단

원심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이 피해자를 폭행하여 사망에 이르게 하고, 이를 은폐하기 위하여 피해자의 사체를 유기한 사실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다만 원심은 피고인에게 살인의 범의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주위적 공소사실인 살인의 점은 무죄이고, 예비적 공소사실인 폭행치사의 점만 유죄라고 판단하였다.

1) 피해자의 직장 동료인 공소외 3, 피해자의 앞집인 205호에 살던 공소외 4, 피해자의 옆집인 203호에 살던 공소외 5, 6의 진술에 의하면, 피해자가 귀가한 이후인 2005. 1. 23. 05:00경부터 피해자와 피고인이 동거하던 △△△빌 201호에는 피해자와 피고인 둘만 함께 있었다고 할 것이고, 피해자가 들어오는 소리에 잠에서 깬 피고인이 피해자가 술을 먹고 늦게 들어왔다는 이유로 격분하여 욕설을 하고 2시간여에 걸쳐 피해자의 신체를 벽에 부딪히는 등의 방법으로 폭행한 사실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

2) 피해자가 살아있다면 이 사건 당일 새벽에 귀가한 이후 갑작스럽게 연락이 두절되고 그로부터 5년이 넘게 지난 현재까지 행적을 전혀 찾을 수 없는 상태로 지낸다는 것은 경험칙상 있기 어려운 일이고, 피해자가 그와 같이 행동할 아무런 이유도 없다.

그같은 사정에다가 앞서 본 것과 같이 피고인이 2005. 1. 23. 아침에 피해자를 폭행하여 피해자에게 해를 입혔음이 분명함에도 이를 부인하면서 오히려 당일 새벽에 피해자가 집에 들어온 것을 보지 못하였다고 변명하고 있는 사정까지를 보태어 보면, 피해자의 시체가 발견되지는 않았지만 피해자가 이 사건 범행일시경 자신의 집안에서 사망한 사실은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

3) 피고인은 이 사건 당일 자신의 행적에 대하여 공소외 3 및 이웃들의 진술과 전혀 양립할 수 없는 거짓임이 명백한 주장을 하고 있음이 분명한데, 이는 피해자와 싸우다가 격분하여 피해자의 머리를 벽에 부딪히는 등의 방법으로 때리다가 피해자가 사망하자 이 사건 당일에 피해자가 아예 집에 들어오지 않은 것처럼 하여 범행을 은폐하려 하였으나, 공소외 3 및 이웃들의 진술에 의하여 전혀 말이 되지 않는 주장임이 밝혀졌고, 그럼에도 당초의 진술을 번복할 수가 없어 당초와 같은 거짓 주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또한 이 사건 당일 피해자로부터 부재중 전화가 왔다면서 회사 동료에게 자신의 휴대전화를 보여주는 시늉을 한다든지, 전날 함께 술을 마신 친구에게 전화하여 뜬금없이 자신이 사무실에 나왔다거나 드라이브를 가자는 등의 이야기를 하는 행위는 이례적이어서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이후 당황한 마음에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하여 그러한 행동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피해자에 대하여 별다른 미련이 남아 있지 않았다는 피고인의 진술과 달리, 피고인은 평소 동거하던 피해자가 칵테일바에서 일하는 것을 매우 싫어하였고, 이 사건 발생 전날에도 피해자가 술을 마시고 연락이 없는 것에 대하여 화가 나서 친구들에게 말도 없이 돌아갔는데, 그런 피고인이 피해자가 연락이 되지 않음에도 피해자를 기다리거나 찾기 위한 노력을 하기는커녕 오히려 하루 만에 자신의 짐을 챙겨 피해자의 집에서 나가버린 것은 피해자가 이미 사망한 사실을 알고 있기에 자신이 의심받지 않을 방안을 강구하는 와중에 하게 된 행동으로밖에 이해할 수 없다.

이에 더하여 이전에도 사귀던 여자친구를 폭행하여 왔던 피고인의 평소 성행과 2005년 당시 유력한 용의자로 경찰 수사를 받던 중에 중국으로 도망한 점, 피해자의 주거지에서 많은 양이 아니기는 하지만 피해자와 피고인의 혈흔이 발견된 점 등 기타 간접증거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피해자를 폭행하여 사망에 이르게 한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4) 피고인이 2005. 1. 23. 07:00경 피해자의 집에서 피해자를 폭행하여 사망하게 한 사실이 인정됨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의 사체가 집에서 발견되지 않은 점에 비추어 보면, 이는 필연적으로 피고인이 그 무렵 피해자의 사체를 불상의 방법으로 불상의 장소에 유기하였다고밖에는 볼 수 없는 것이어서 사체유기의 점 역시 유죄로 인정된다.

나. 항소이유의 요지

1) 피고인

가) 사실오인

피고인은 2005. 1. 23. 02:30경 귀가하여 피해자를 기다리다가 잠이 들어서 같은 날 11:00경 잠에서 깨어났는데, 그 사이 계속 잠을 잤을 뿐 피해자를 폭행하여 사망에 이르게 하지 않았고, 피해자의 사체를 유기하지도 않았다. 그러므로 폭행치사죄와 사체유기죄를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한 잘못이 있다.

나) 양형부당

원심이 선고한 형(징역 7년)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검사

가) 사실오인

검사가 제출한 증거를 종합하면, 피고인에게 살인의 범의가 있었음이 충분히 인정된다. 그러므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살인의 점에 대하여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한 잘못이 있다.

나) 양형부당

원심이 선고한 형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3. 이 법원의 판단

가. 사건의 경과

원심과 당심에서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 피해자 공소외 1(1983. 10. 23.생, 여)은 18세 때 가출하여 그 무렵부터 대구 시내 유흥업소에서 종업원으로 일하였다. 피해자는 2004. 10. 20.경부터 2004. 12.말까지 유흥업소에서 만나 알게 된 공소외 3과 다방을 동업하였다. 피해자는 그 후 대구 수성구 두산동에 있는 ‘ ▷▷▷’이라는 상호의 칵테일바에서 공소외 3과 함께 종업원으로 일하였다.

피해자는 2003. 7.경부터 공소외 7과 동거하다가 2004. 12. 중순경 헤어졌다.

2) 피고인(1979. 9. 16.생, 남)은 ‘ ○○기업’이라는 대부업체에서 대출금을 수금하는 일을 하였는데, 2004. 12. 초순경 커피 배달을 나온 피해자를 알게 되어 그 무렵 사귀기 시작하였다.

피고인은 2005. 1. 초순경 부모에게 지방에 출장을 간다고 말하고서 본가에서 나와, 피해자가 살고 있는 대구 남구 (이하 생략) △△△빌 201호에 들어가 그때부터 피해자와 동거하였다.

3) 피고인은 2005. 1. 22. 21:20경부터 대구 남구 봉덕동에 있는 ▽▽▽▽ 주점과 □□□□ 주점에서 친구인 공소외 2 등 5명과 함께 술을 마시다가, 다음날인 2005. 1. 23.(그날은 일요일이었다) 01:00경 대구 남구 봉덕동에 있는 ◇◇◇ 노래방으로 갔다.

피고인(휴대전화번호: 전화번호 1 생략)은 같은 날 02:06경 그곳에서 피해자(휴대전화번호: 전화번호 2 생략)에게 전화를 걸어 1분 25초 동안 통화하였다(증거기록 47, 55쪽).

4) 피고인은 같은 날 02:30경 친구인 공소외 2 등과 헤어진 후 △△△빌 201호로 귀가하여 같은 날 02:38경 피해자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9초 동안 통화하였다(증거기록 47, 55쪽).

피고인은 같은 날 02:42경부터 03:09경까지 공소외 8, 2, 9, 10 등과 전화통화를 하였는데(증거기록 47쪽), 그때까지 피해자는 △△△빌 201호에 들어오지 않았고, 피고인은 위와 같이 전화통화를 한 후 잠을 잤다.

5) 피고인은 같은 날 16:00경 △△△빌 201호에 있던 자신의 잠바, 체육복, 청바지, 티셔츠, 남방 등을 챙겨서 본가로 갔다.

피고인은 다음날인 2005. 1. 24. 01:00경 △△△빌 201호로 다시 가서 속옷 등 자신의 나머지 물건을 챙겨서 나왔고, 그 이후부터는 자신의 본가에서만 살았다.

6) 공소외 3은 2005. 1. 26. 피고인과 함께 △△△빌 201호에 갔는데, 그때 피해자는 집에 없었고, 2005. 1. 28. 공소외 7과 함께 △△△빌 201호에 다시 갔는데, 그때에도 피해자는 집에 없었다.

그러자 공소외 3은 2005. 1. 28. 22:30경 대구남부경찰서에 피해자가 2005. 1. 23. 04:00경 △△△빌 201호에 들어간 후 연락이 되지 않는 등 소재 불명이라는 이유로 피해자에 대하여 가출신고를 하였다(증거기록 1~3쪽).

7) 피고인은 2005. 1. 31.부터 경찰에서 피해자에 대한 실종사건의 용의자로 수사받았는데, 수사받던 중인 2005. 4. 13. 중국으로 출국하였다. 피고인은 2010. 3. 1. 중국에서 귀국하여 수사기관에 자진출석하였다.

8) 피해자는 2005. 1. 23. 이후 6년이 지난 현재까지 가족에게 연락을 하거나 나타난 적이 없고,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진료를 받은 적이 없으며, 은행계좌에서 예금을 입출금을 한 적도 없다. 또한 피해자의 시체도 6년이 지난 현재까지 발견되지 않고 있다.

나. 판단

피고인이 피해자를 폭행하여 사망에 이르게 하고, 이를 은폐하기 위하여 피해자의 사체를 유기하였다는 이 사건 공소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수긍할 수 없다.

1) 법리

살인죄 등과 같이 법정형이 무거운 범죄의 경우에도 직접증거 없이 간접증거만에 의하여 유죄를 인정할 수 있고, 피해자의 시체가 발견되지 아니하였더라도 간접증거를 상호 관련하에서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살인죄의 공소사실을 인정할 수 있기는 하다( 대법원 1999. 10. 22. 선고 99도3273 판결 참조).

그러나 그러한 유죄 인정에 있어서는 공소사실에 대한 관련성이 깊은 간접증거들에 의하여 신중한 판단이 요구되고, 시체가 발견되지 아니한 상황에서 범행 전체를 부인하는 피고인에 대하여 살인죄의 죄책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피해자의 사망사실이 추가적·선결적으로 증명되어야 함은 물론, 그러한 피해자의 사망이 살해의사를 가진 피고인의 행위로 인한 것임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어야 한다( 대법원 2008. 3. 13. 선고 2007도10754 판결 참조). 그뿐만 아니라 시체가 발견되지 아니한 상황에서 범행 전체를 부인하는 피고인에 대하여 폭행치사죄의 죄책을 인정하기 위해서도 마찬가지로 피해자의 사망이 피고인의 폭행으로 인한 것임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어야 한다.

2) 공소외 3, 4, 5, 6의 진술과 관련하여

가) 피해자가 집에 들어갔는지 여부

(1) 피해자의 직장 동료인 공소외 3은 “2005. 1. 23. 04:00경 남자친구인 공소외 11이 운전하는 차로 피해자를 △△△빌 앞에 데리고 가서 내려 주었는데, 피해자가 울기에 한동안 피해자를 달랜 다음 △△△빌 201호 안까지 데려다 주었다. △△△빌 201호의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니, 피고인이 나체 상태로 침대에 누워서 자고 있었다. 현관에서 집안까지 들어가지는 않았고, 피해자가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것을 보고서 나왔다.”고 진술하였다.

(2) 피고인은 “2005. 1. 23. 이 사건 당일은 팬티까지 다 벗고 잤으며, 평소에는 술에 취해도 팬티까지 벗고 자는 경우가 한 번도 없었다. 일어나 보니 화장실에 토한 흔적이 있었는데, 자신은 구토하지 않았으므로, 피해자가 구토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진술하였다.

(3) 공소외 3과 피고인의 위와 같은 진술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공소사실과 같이 적어도 피해자가 2005. 1. 23. 04:30경 △△△빌 201호에 들어간 사실이 인정되기는 한다.

나) 공소외 4, 5, 6의 진술과 관련하여

(1) 피해자의 앞집인 △△△빌 205호에 살고 있던 공소외 4는 “2005. 1. 23. 04:00경 여자가 우는 소리 등에 잠이 깨어 창문으로 내다보니, △△△빌 앞 노상에서 한 여자는 울고 한 여자는 달래고 있었다. 30분 이상 그런 상황이 지속되다가 두 여자가 빌라 안으로 들어와 2층 계단으로 올라오는 소리가 났고, △△△빌 201호로 들어가더니 한 여자는 간다고 인사하고 내려갔다. 그 후 10분 정도 지난 후부터 약 2시간 동안 △△△빌 201호에서 여자가 흐느껴 우는 소리가 들리고, 남자가 ‘씹할년아’라고 하며 뺨을 때리는지 찰싹찰싹하는 소리도 나고, 무언가를 벽에다 부딪히는 것처럼 둔탁하고 무거운 쿵쿵하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거의 그칠 때쯤 여자가 구토하는 소리도 들리기에 신고를 하고 싶었으나, 자신은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기소중지 상태였기 때문에 신고를 하지 못하고, 다른 집에서 신고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였다.”고 진술하였다.

피해자의 옆집인 △△△빌 203호에 살고 있던 공소외 5, 6은 “2005. 1. 23. 05:00경 △△△빌 201호에서 남자가 여자에게 악에 받힌 목소리로 ‘이 씹할년아’라고 하며 고함을 지르고, 벽에 무언가가 쿵쿵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여자의 비명소리와 울음소리가 들렸다. 같은 날 07:00경까지 그러한 소리가 지속되어서 혹시 저러다가 사람 죽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에 신고를 해야 할지 고민하였으나, 괜히 남의 일에 참견하는 것 같아서 신고는 하지 않았다.”고 진술하였다.

위와 같이 공소외 4, 5, 6은 수사기관부터 당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2005. 1. 23. 05:00경부터 07:00경까지 사이에 여자가 흐느껴 우는 소리, 쿵쿵거리는 소리 등이 났는데, 그 모든 소리가 난 곳은 △△△빌 201호라고 진술하였고, 공소외 4, 5, 6이 허위로 진술할 동기도 찾을 수 없다. 또한 △△△빌은 원룸으로서 방음이 잘 안 되는 구조였고, 그와 같은 소리가 났던 시간은 일요일 새벽이었으므로, 공소외 4, 5, 6이 △△△빌 201호에서 나는 소리를 비교적 잘 들을 수 있었던 점은 인정된다.

(2) 그러나 공소외 3은 “피해자가 술 마시면 우는 버릇이 있는데, 그날 차에서 내린 후에도 서럽게 울었다. 피해자가 문이 울릴 정도로 시끄럽게 울었다. 피해자는 △△△빌 201호 안으로 들어가서도 계속 울었다.”고 진술하였다(증거기록 214쪽, 공소외 3의 당심 법정 진술).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볼 때, 피해자는 △△△빌 201호 안에 들어가서까지 계속하여 큰 소리로 울었고, 공소외 4, 5, 6이 들은 여자의 울음소리는 피해자의 위와 같은 울음소리였을 가능성이 크다.

(3) 이 법원의 현장검증 결과에 의하면, △△△빌은 방음이 잘 안 되어 각 호실이나 바깥에서 나는 소리가 비교적 잘 들리기는 하였으나, △△△빌 201호, 202호, 205호, 303호의 안과 △△△빌 301호, 401호의 밖에서 손으로 벽을 두드려서 쿵쿵거리는 소리를 내고서 △△△빌 203호 안에서 들어보았을 때 어느 곳에서 무슨 원인으로 나는 소리인지 정확히 알기는 어려운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빌 201호의 바로 옆집인 △△△빌 202호에 살아서 △△△빌 201호에서 나는 소리를 비교적 잘 들을 수 있었던 공소외 12는 “쿵쿵거리는 소리를 듣기는 하였으나, 어디에서 소리가 났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진술하기도 하였다(증거기록 594쪽).

공소외 5도 “계속해서 쿵쿵하는 소리가 나서 그 쿵쿵 소리가 무슨 소리인지 궁금해서 현관문을 열고서 그 소리를 들어보았다. 그래도 무슨 소리인지 알 수가 없었다.”고 진술하였다(증거기록 346쪽).

(4) 이 사건 공소사실과 같이 피고인이 피해자의 머리를 잡고서 벽에 계속하여 찧었다면, 쿵쿵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순간 피해자의 울음소리는 더 커지거나 그쳤어야 하고, 그 순간 피해자의 비명소리도 들렸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공소외 4는 2005. 1. 29. 처음 경찰에서 조사받을 때에는 “비명소리는 없었다. 때리는 소리는 아니고, 방바닥을 치는 소리 같은 쿵쿵하는 소리만 들렸던 것 같다.”고 진술하였다(증거기록 35쪽).

또한 공소외 5도 “쿵쿵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순간에 여자의 울음소리가 더 커지거나 멈추지는 않았다. 여자의 울음소리는 시종일관 비슷한 크기였다.”고 진술하였다(공판기록 48쪽, 공소외 5의 당심 법정 진술).

더구나 뒤에서 보는 것과 같이 △△△빌 201호의 벽이나 바닥에서 피고인이 피해자의 머리를 잡고서 찧었다는 것을 뒷받침할 만한 피해자의 혈흔이나 그 밖의 객관적 증거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5) 공소외 3은 “2005. 1. 29. 경찰 공소외 13과 함께 △△△빌 201호에 가기 이전인 2005. 1. 28. 공소외 7과 함께 △△△빌 201호에 가서 △△△빌 205호에 사는 공소외 4에게 먼저 확인을 하였는데, 그 당시 공소외 7이 공소외 4에게 막연히 아는 사람이 들어오지 않았는데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느냐고 물은 것이 아니라, △△△빌 201호에서 싸우는 소리가 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고 진술하였다(증거기록 23쪽, 공판기록 87쪽, 공소외 3의 당심 법정 진술).

(6) 위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해자는 △△△빌 201호 안에 들어가서까지 계속하여 큰 소리로 울었고, 새벽에 그와 같은 피해자의 울음소리를 들은 공소외 4, 5, 6은 △△△빌 201호에서 남녀가 싸우는 소리를 못 들었느냐는 질문을 받고서 어느 곳에서 무슨 원인으로 나는 소리인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쿵쿵거리는 소리를 들은 것과 결합하여 △△△빌 201호에서 남녀가 싸우는 소리를 들었다고 추측하거나 과장하여 진술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렇다면 △△△빌 201호에서 남녀가 싸우는 소리를 들었다는 공소외 4, 5, 6의 위와 같은 진술은 피고인이 피해자의 머리를 잡고서 벽에 계속하여 찧음으로써 피해자를 살해하거나 폭행하여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는 이 사건 공소사실을 뒷받침하기에는 부족하다.

3) 객관적 정황과 관련하여

가) 혈흔 등과 관련하여

(1) 대구남부경찰서 과학수사팀 소속 경찰 공소외 14 등은 2005. 1. 31. △△△빌 201호에 대하여 현장감식을 한 후 혈흔 감정 등을 의뢰하였는데,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2005. 3. 2. 방문 유리에서 채취한 것(증 제1호, 증거기록 426쪽)과 안방 침대 이불 위에서 채취한 것(증 제9호, 증거기록 427쪽)에서 피해자의 혈흔이 발견되었다고 감정하였고, 욕실 배수구 뚜껑에서 채취한 것(증 제11호)에서 피고인의 유전자형이 검출되었다고 감정하였다(증거기록 40~42, 136~142, 424~429쪽).

또한 경찰은 2005. 2. 2.경 피고인의 신발, 점퍼, 하의 등에 대하여 혈흔 감정 등을 의뢰하였는데,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2005. 3. 2. 신발에서 채취한 것(증 제18호, 증거기록 430쪽)에서 피해자와 피고인의 혈흔이 함께 발견되었다고 감정하였다(증거기록 136~142쪽, 공판기록 184쪽).

(2) 그러나 방문 유리에서 발견된 피해자의 혈흔과 안방 침대 이불 위에서 발견된 피해자의 혈흔은 그 지름이 1㎜도 안 되는 정도의 극히 소량이었고, 피고인의 신발에서 발견된 피해자와 피고인의 혈흔도 육안으로 확인이 어려울 정도의 극히 소량이었다(증거기록 426, 427, 430쪽, 공소외 14, 15의 당심 법정 진술). 피고인이 피해자의 머리를 잡고서 벽에 계속하여 찧음으로써 피해자를 살해하거나 폭행하여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는 점을 뒷받침하기에는 그 혈흔의 양이 너무나도 적다.

그뿐만 아니라 피해자는 2005. 1. 23. 이 사건 당일 귀가할 때 넘어져서 무릎을 다쳤으므로(증거기록 20쪽), 위와 같이 △△△빌 201호나 피고인의 신발에서 발견된 피해자의 혈흔은 그로 인하여 생긴 것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더욱이 △△△빌 201호는 피해자의 주거지였고, 피고인도 그곳에서 약 2주 동안 거주하였으며, 발견된 피해자나 피고인의 혈흔이 극히 소량인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빌 201호나 피고인의 신발에서 위와 같이 발견된 피해자의 혈흔이나 피고인의 혈흔 및 유전자형은 피해자와 피고인이 △△△빌 201호에서 함께 생활하면서 이 사건 공소사실과는 무관하게 생긴 것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3) 방문 유리의 혈흔이 발견된 곳 옆에 무엇인가 흘러내리고 쓸린 흔적이 있기는 하였으나(증거기록 425쪽), 그것이 혈흔을 닦은 흔적이라고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그곳에서 피해자의 혈흔이 발견되지도 않았다( 공소외 14의 당심 법정 진술).

만약 피고인이 피해자의 머리를 잡고서 방문 유리에 계속하여 찧음으로써 피해자를 살해하거나 폭행하여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면, 방문 유리가 깨지거나 금이 가는 등의 흔적이 남았을 가능성이 큰데도, 방문 유리에는 그와 같은 흔적이 없었다.

(4) △△△빌 201호에 대하여 현장감식을 한 대구남부경찰서 과학수사팀 소속 경찰 공소외 14는 “그 당시 침대 옆이 부서진 것 외에는 범죄의 증거가 될 만한 특별한 흔적이 없었다.”고 진술하기도 하였다( 공소외 14의 당심 법정 진술).

나) 침대의 부서진 흔적과 관련하여

경찰의 이 사건 현장감식 결과에 의하면, △△△빌 201호의 침대에 부서진 흔적이 있기는 하였다(증거기록 338, 339쪽).

그러나 침대에 있는 부서진 흔적은 방바닥에서 약 15~20㎝ 높이에 있으므로, 피고인이 피해자의 머리를 잡고서 그곳에 찧는 것은 물리적으로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뿐만 아니라 피고인이 피해자의 머리를 잡고서 그곳에 찧었다는 것을 뒷받침할 만한 피해자의 혈흔 등이 그곳에서 발견되지도 않았다(공판기록 69쪽, 공소외 14의 당심 법정 진술).

다) 화장실의 청소 흔적 등과 관련하여

(1) 대구남부경찰서 생활안전과 여성청소년계 소속 경찰 공소외 13은 공소외 3 및 피해자의 언니 공소외 16 등과 함께 2005. 1. 29.경 △△△빌 201호를 수색하였는데(증거기록 91, 92쪽), 공소외 13은 “그 당시 장롱을 열어보니 세탁을 하고 덜 마른 상태에서 넣은 것처럼 느껴지는 이불이 들어있었고, 화장실만 유독 깨끗이 청소되어 있었다.”고 진술하였다(공판기록 151, 152쪽).

(2) 그러나 2005. 1. 31. △△△빌 201호에 대하여 현장감식을 하였던 대구남부경찰서 과학수사팀 소속 경찰 공소외 14는 “거실바닥과 방바닥에 눈으로 보기에 명확하게 청소를 했다고 볼 만한 상황은 없었고 평범했으며, 그곳에서 피해자의 혈흔이 발견되지도 않았다. 현장감식 당시 청소한 흔적 등과 관련하여 화장실, 거실, 방이 특별히 차이가 난다는 생각이 들 만큼의 차이는 없었다.”고 진술하였다( 공소외 14의 당심 법정 진술).

또한 피고인은 “토한 흔적이 있어 변기를 물로 씻었다.”고 시종일관 진술하고 있으므로, 화장실이 깨끗하였던 것은 그것 때문일 수도 있다.

한편 경찰 공소외 13이 위와 같이 수색할 당시 장롱에 세탁을 하고 덜 마른 상태에서 넣은 것처럼 느껴지는 이불이 발견되기는 하였다. 그러나 피고인이 이 사건 공소사실과 같이 범행 후 혈흔이 묻은 이불을 세탁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할 만한 아무런 증거도 없을 뿐만 아니라, 그 이불에서 피해자의 혈흔이나 범죄의 흔적은 전혀 발견되지 않았고, 그와 같이 혈흔이 발견되지 않은 이유가 피고인이 이불을 세탁하였기 때문이라는 것을 뒷받침할 만한 아무런 증거도 없다.

라) 피고인의 상처와 관련하여

(1) 피해자는 2004. 1. 7.경 언니 공소외 16 및 그 당시 동거 중이던 공소외 7과 함께 술을 마시다가 공소외 7이 공소외 16과 친하게 이야기를 한다는 이유로 소주병으로 공소외 7을 폭행하여 형사입건된 적이 있었다(증거기록 618, 623쪽). 또한 피해자는 유흥업소 종업원으로 오랫동안 근무하였고, 키도 170㎝에 이른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이 사건 공소사실과 같이 피해자를 살해하거나 폭행하여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면, 피해자가 저항하면서 피고인의 신체에 상처나 흔적을 남겼을 가능성이 있다고 봄이 합리적이다.

(2) 그러나 경찰은 수사 초기(피고인은 2005. 1. 31. 처음으로 경찰에서 조사받았다) 피고인의 옷을 모두 벗긴 상태에서 피고인의 몸에 상처가 있는지 확인하였지만, 피고인의 몸에서 어떠한 상처나 범행의 흔적을 발견하지 못하였다(증거기록 501쪽, 공소외 15의 당심 법정 진술).

마) 자동차 감식 결과 등과 관련하여

(1) 경찰은 피고인이 이 사건 공소사실과 같이 피해자를 살해하거나 폭행하여 사망에 이르게 한 후 그 사체를 피고인 소유의 (차량번호 1 생략) 그랜저 승용차나 피고인의 어머니 소유의 (차량번호 2 생략) 승용차를 이용하여 운반하였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위 두 승용차에 대한 감식을 실시하였다.

(2) 그러나 위 두 승용차에서 피해자의 혈흔이 발견되지 않았고, 피해자의 유류품이나 어떠한 범행의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증거기록 615쪽, 검사가 2010. 12. 29. 당심에 제출한 의견서 참조). 또한 위 두 승용차가 2005. 1. 22. 09:00경부터 같은 달 26일 09:00경까지 사이에 대구와 경상북도 지역에서 속도위반 등으로 무인단속카메라에 적발된 적도 없었다(증거기록 600쪽).

바) 부재중 전화와 관련하여

(1) 피고인은 자고 일어나서 자신의 휴대전화를 확인해 보니, 2005. 1. 23. 03:30경부터 같은 날 05:30경까지 받지 못한 부재중 전화가 20여 통 있었고, 그 중 피해자가 건 부재중 전화도 8통 정도 있었다고 진술하였다.

(2) 피고인과 피해자(다만 가입 명의는 피해자 본인이 아니라 언니 공소외 16이었다)가 사용하던 휴대전화는 모두 SK텔레콤에 가입되어 있었다(증거기록 46쪽). 그런데 SK텔레콤의 경우 부재중 전화는 발신통화내역과 역발신통화내역에 모두 나타나지 않으므로(공판기록 148쪽), 통화내역에 나타나지 않았다고 해서 피고인이 받지 못한 부재중 전화가 없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3) 피고인에 대한 2005. 1. 31.자 경찰진술조서에는 피고인이 “부재중 전화 목록이 피고인의 휴대전화기에 남아 있지 않다. 피고인이 지웠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다(증거기록 87쪽).

그러나 피고인은 당심 법정에 이르러 “경찰에서 그와 같이 말한 적이 없다. 휴대전화기 저장 용량이 차서 부재중 전화 목록을 포함하여 통화 목록이 저절로 삭제된 것이다.”라고 진술하였다.

일반적으로 휴대전화기에 부재중 전화, 수신 통화, 발신 통화 등의 목록이 모두 저장되기는 하나, 2005. 1. 23. 이 사건 당시 사용되던 휴대전화기 중에는 저장 용량이 작아서 통화 목록 등의 횟수가 일정한 수를 넘으면 오래된 것부터 먼저 저절로 삭제되는 구형의 휴대전화기도 있었으므로, “2005. 1. 23. 03:30경부터 같은 날 05:30경까지 사이에 피해자가 전화하였으나 피고인이 받지 못한 부재중 전화가 약 8통 있었는데, 저절로 부재중 전화 목록 등이 삭제되어 피고인의 휴대전화기에 남아 있지 않았다.”는 피고인의 진술이 반드시 거짓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4) 피고인과 함께 일하던 대부업체 직원 공소외 17은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걸려온 부재중 전화가 8통이나 있었다면서, 저에게 휴대전화기를 보여 주었다. 다만 피고인이 정확히 보여 주지 않아서 부재중 전화가 있는지 직접 확인하지는 못했다.”고 진술하였다(증거기록 109, 126, 127쪽).

피고인은 그와 같이 부재중 전화가 있다면서 공소외 17에게 자신의 휴대전화기를 보여 준 이유에 대하여 “사무실 밖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는데, 공소외 17이 와서 무슨 일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래서 ‘그 전날 피해자와 술자리를 하기로 했는데, 피해자가 오지도 않고, 연락도 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공소외 17에게 휴대전화기를 보여 주었다.”고 진술하였다(피고인의 당심 법정 진술).

먼저 원심은 피고인이 위와 같이 부재중 전화가 있다면서 공소외 17에게 자신의 휴대전화기를 보여 준 일시가 ‘2005. 1. 23. 이 사건 당일 아침’이라고 인정하였다. 그러나 공소외 17은 그와 같이 날짜를 특정하여 진술하지는 않았을 뿐만 아니라, “피고인과 함께 2005. 1. 23.과 2005. 1. 24. 대출 관련 업무를 보러 간 사실이 없다.”고 진술하였고(증거기록 109쪽), 2005. 1. 23.은 일요일로서 일반적으로 출근하지 않는 날이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위와 같이 부재중 전화가 있다면서 공소외 17에게 자신의 휴대전화기를 보여 준 일시는 ‘2005. 1. 23. 이 사건 당일 아침’이 아니라 ‘그 이후의 어느 날 아침’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

나아가 공소외 17이 피고인의 휴대전화기를 보기만 하면 피해자가 건 부재중 전화가 있는지 쉽게 확인할 수 있었고, 부재중 전화가 없는 것도 금방 드러나게 되는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피해자가 건 부재중 전화가 없었는데도 굳이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서 부재중 전화가 있다면서 공소외 17에게 휴대전화기를 보여 주었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오히려 피고인의 일관된 주장처럼 피고인이 피해자가 건 부재중 전화가 있다면서 공소외 17에게 자신의 휴대전화기를 보여 주었고, 실제로도 그와 같은 부재중 전화가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5) 위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해자가 2005. 1. 23. 03:30경부터 같은 날 05:30경까지 사이에 피고인에게 전화를 걸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피고인이 △△△빌 201호에서 피해자를 살해하거나 폭행하여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는 이 사건 공소사실과는 달리 피해자가 △△△빌 201호에 들어왔다가 다시 나가서 그 당시 피고인과 함께 있지 않았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4) 피고인의 행동과 관련하여

가) 잠에서 깨지 않은 것 등과 관련하여

(1) 피고인은 수사기관부터 당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2005. 1. 23. 03:09경 이후 술을 마신 상태로 잠이 들었다가 같은 날 11:00경 잠에서 깨어났는데, 그 사이 계속 잠을 잤을 뿐 피해자를 폭행한 적이 없고, 피해자가 집에 들어왔는지 혹은 안 들어왔는지, 집에 들어왔다가 나갔는지도 전혀 모른다.”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

(2) 변호인이 당심 법정에 제출한 진단서에 의하면, 피고인의 오른쪽 귀에 만성 중이염이 있었던 사실이 확인된다. 그런데 공소외 3이 피해자를 △△△빌 201호에 데려다 주면서 피고인을 보았을 당시, 피고인은 옆으로 누워 자고 있었고, 그 누운 방향은 침대 머리와 반대 방향이었으므로( 공소외 3의 당심 법정 진술), 청력이 온전한 피고인의 왼쪽 귀는 침대나 베개에 묻혀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3) 피고인은 2005. 1. 23. 팬티까지 전부 벗고서 알몸인 채로 자고 있었기 때문에, 공소외 3이 △△△빌 201호 안에 들어왔을 때 피고인이 깨어나거나 깨어 있었다면 몸을 가리는 등의 행동을 하였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공소외 3이 △△△빌 201호의 초인종을 누르고 문을 두드렸으며, 피해자가 △△△빌 201호 안에 들어가서 큰 소리로 계속하여 울었는데도, 피고인은 계속 잠을 자고 있었을 뿐 몸을 가리는 등의 행동을 전혀 하지 않았다(증거기록 20, 215쪽, 공소외 3의 당심 법정 진술).

(4) 피고인과 함께 술을 마셨던 공소외 2는 “피고인이 그 당시 만취 상태는 아니었고, 약간 얼굴이 붉은 정도로 적당히 술을 마신 상태였다.”고 진술하기는 하였다(공판기록 172쪽).

그러나 피고인은 평소와 달리 팬티까지 전부 벗고 알몸인 채로 잤던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은 그 당시 술에 만취하여 잠이 들었을 가능성이 있다.

(5) 한편 공소외 2는 수사기관에서 “피고인이 2005. 1. 23. 10:00경 저에게 전화를 하여 다짜고짜 답답하다면서 팔공산에 드라이브 가자고 하였다. 다만 피고인이 자신의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지는 않았다.”고 진술하였는데(증거기록 197, 198, 514, 515쪽), 공소외 2의 위 진술이 사실이라면 피고인의 진술과 달리 피고인은 2005. 1. 23. 10:00 이전에 잠에서 깨어 일어났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나 공소외 2는 원심 법정에서 “피고인이 수사기관에서의 진술과 같이 2005. 1. 23. 10:00경에 저에게 자신의 휴대전화가 아닌 다른 전화로 전화를 하기는 하였다. 그러나 피고인이 그때는 팔공산 드라이브를 가자는 말은 하지 않았고, 사무실에 간다는 말만 하였다.”고 진술함으로써, 수사기관에서의 진술 중 피고인과의 통화 내용 부분을 번복하였다(공판기록 172~176쪽).

한편 피고인은 2005. 1. 23. 10:00경이 아니라 같은 날 15:00경 자신의 휴대전화로 공소외 2(휴대전화번호: 전화번호 3 생략)에게 전화를 걸어 팔공산에 드라이브를 가자고 한 것은 분명하다(증거기록 47쪽, 공판기록 176쪽).

더구나 피고인의 휴대전화 통화내역에 의하면 피고인이 2005. 1. 23. 오전에 공소외 2에게 자신의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어 통화하지 않은 것은 명백하고(증거기록 47쪽), 그 외의 다른 방법으로 공소외 2에게 전화를 걸었다는 점을 뒷받침할 만한 공소외 2의 착신통화내역 등의 객관적 자료가 전혀 없다(증거기록 514쪽에는 2005. 1. 23. 전후의 공소외 2의 휴대전화 착신통화내역 사본이 있는 것처럼 기재되어 있으나, 검사는 2010. 12. 29.자 의견서에서 2007년경의 공소외 2의 휴대전화 착신통화내역 사본이 있을 뿐이라면서 그 부분은 잘못된 기재라고 밝히고 있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볼 때, 공소외 2의 진술과 달리 피고인은 2005. 1. 23. 10:00경 공소외 2에게 전화를 걸어 통화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고, 같은 날 11:00경 비로소 잠에서 깨어 일어났다는 피고인의 진술이 거짓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6) 위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공소사실과 같이 피해자가 △△△빌 201호에 들어오는 소리에 피고인이 잠에서 깨어난 것이 아니라, 피고인의 진술과 같이 피고인은 2005. 1. 23. 03:09경 이후 술을 마신 상태로 잠이 들었다가 같은 날 11:00경 잠에서 깨어났고, 그 사이 계속 잠을 잤을 뿐 피해자가 집에 들어왔는지 혹은 안 들어왔는지, 집에 들어왔다가 나갔는지 전혀 몰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렇다면 피해자가 △△△빌 201호에 들어왔을 때에도 계속 자고 있었던 피고인이 그 직후 갑자기 잠에서 깨어나서 이 사건 공소사실과 같이 피해자를 살해하거나 폭행하여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는 것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나) 본가로 자신의 물건을 옮긴 것 등과 관련하여

(1) 피고인은 2005. 1. 23. 이 사건 당일 16:00경 △△△빌 201호에 있던 자신의 점퍼, 체육복 등을 챙겨서 본가에 갔고, 2005. 1. 24. 01:00경 △△△빌 201호에 다시 가서 속옷 등 자신의 나머지 물건까지 챙겨서 본가에 갔고, 그 이후부터는 자신의 본가에서만 살았다.

피고인은 “피해자가 술자리에 오기로 약속하고서 오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집에 들어오지도 않고 연락도 되지 않자, 화가 나서 위와 같이 △△△빌 201호에서 자신의 물건을 가지고 나왔다.”고 진술하였다.

피고인이 피해자와 동거한 기간이 약 2주간에 불과한 점, 피고인과 피해자의 직업과 동거 경위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의 위와 같은 행동을 전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2) 오히려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하거나 폭행하여 사망에 이르게 하는 이 사건 공소사실과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면, 범행 후 곧바로 △△△빌 201호에서 자신의 물건을 챙겨서 본가로 나오는 위와 같은 행동을 하였다는 것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이 사건 공소사실에 의하면 피고인은 피해자의 사체를 주도면밀하고 완벽하게 유기할 정도로 지능적이고 계획적인데, 그러한 피고인이 위와 같이 범인으로 의심받기 쉬운 행동을 섣부르게 한다는 것은 쉽사리 이해하기 어렵다.

다) 피해자에게 연락하지 않은 것과 관련하여

(1) 피고인은 “ △△△빌 201호에서 자신의 물건을 챙겨 본가로 나오면서 피해자에게 메모나 편지를 남기지는 않았지만, 피해자에게 여러 번 휴대전화로 연락하였는데, 피해자가 전화를 받지 않았고, 피해자에게 문자메시지를 남기기도 하였다.”고 진술하였다.

(2) 앞서 본 것과 같이 피고인과 피해자가 사용하던 휴대전화는 모두 SK텔레콤에 가입되어 있었는데, SK텔레콤의 경우 부재중 전화는 발신통화내역과 역발신통화내역에 모두 나타나지 않으므로, 피고인과 피해자의 휴대전화 통화내역에 없다고 하여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어 연락을 시도해 보지도 않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3) 문자메시지를 보낸 경우는 반드시 통화내역에 남는데,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이 통화내역에 없기는 하다.

그러나 피고인이 수사기관에서 피해자에게 연락을 시도하였다는 점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착각하여 진술하였거나 문자메시지를 보냈지만 전송이 실패하였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그뿐만 아니라 설령 이 부분 피고인의 진술이 허위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이 사건 공소사실을 뒷받침한다고 할 수도 없다.

라) 팔공산에 놀러간 것 등과 관련하여

(1) 피고인은 2005. 1. 23. 이 사건 당일 15:00경 공소외 2에게 전화를 걸어 팔공산에 드라이브를 가자고 전화를 하였고, 같은 날 18:00경 공소외 2, 9, 18 등을 만나서 팔공산 드라이브를 하고, 저녁 식사와 술을 마신 후 같은 날 23:00경 헤어졌다.

(2) 피고인이 공소외 2를 만날 당시 이미 피해자의 사체를 유기하였다면, 공소외 2와 팔공산 등으로 놀러다닐 때 피고인의 옷차림이나 행동거지에 이상한 점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는데, 공소외 2는 “당시 피고인의 옷차림이나 행동거지에 이상한 점이 없었다.”고 진술하였다(공판기록 173쪽).

만일 피고인이 공소외 2를 만날 당시 아직 피해자의 사체를 유기하기 전이었다면, 피해자의 사체를 주도면밀하고 완벽하게 유기할 정도로 지능적이고 계획적이라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사체를 △△△빌 201호에 놓아둔 채 5시간 동안이나 위와 같이 팔공산 등에 놀러다닌다는 것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3) 공소외 5도 “피고인이 2005. 1. 24. 01:00경 △△△빌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는 것을 보았다. 피고인의 차 뒤에 저의 차를 주차하였는데, 5분 정도 지나서 피고인이 저에게 전화를 걸어 차를 빼달라고 하였다. 차를 빼 주면서 피고인을 보았을 때, 피고인에게 이상한 점이 없었다.”고 진술하였다(증거기록 348쪽, 공소외 5의 당심 법정 진술).

(4) 경찰이 피고인에 대하여 2005. 2. 7.경까지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한 결과, 피고인은 자신의 집, 직장 주변, 애인 공소외 19(피고인이 피해자와 동거하기 전에 사귀던 애인이었다)의 집 등을 돌아다녔고, 특별히 수상한 곳으로 간 적이 없었다(증거기록 599쪽).

마) 수사받던 중 중국으로 간 것과 관련하여

(1) 피고인은 경찰에서 피해자에 대한 실종사건의 용의자로 수사받았는데, 수사받던 중인 2005. 4. 13. 중국으로 출국하였다가, 2010. 3. 1. 귀국하여 수사기관에 자진출석하였다.

(2) 피고인은 이에 대하여 “자신이 범인으로 몰리고 있는 상황에서 시간이 지나서 실종된 피해자가 나타나면 억울한 누명을 벗을 수 있다고 생각하여 중국으로 갔다.”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

(3) 우선 경찰은 2005. 2. 17. 이미 피고인에 대한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의뢰하였으므로(증거기록 132쪽), 피고인이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앞두고서 도망갔다고 보기는 어렵다.

더구나 피고인이 이 사건 공소사실과 같은 중형이 예상되는 범행을 저질렀다면, 여권의 기간이 만료되었다고 하더라도 중국에 계속하여 불법체류할 수도 있었는데, 피고인이 귀국하여 수사기관에 자진출석한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이 사건 공소사실과 같은 범행을 저지르지 않았음에도 수사기관에서 유력한 용의자로 계속 수사받고 있었고, 자신의 결백을 밝힐 뚜렷한 방법도 없었기 때문에 이를 모면하기 위하여 중국으로 갔다는 피고인의 주장도 전혀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므로, 피고인이 수사받던 중 중국으로 갔다는 사정이 반드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뒷받침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바) 범행의 동기 등과 관련하여

(1) 공소외 2는 “피고인이 2005. 1. 22. 21:20경부터 다음날인 2005. 1. 23. 02:30경까지 함께 술을 마실 때 ‘피해자로부터 전화도 안 온다. 술 마시면 혼자 먹겠나. 다른 남자하고 먹겠지’라고 말하며 화를 내었다.”고 진술하기는 하였다.

그러나 그와 같은 정도의 동기만으로 이 사건 공소사실과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고 보기에는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2) 공소외 3은 “피해자가 2005. 1. 11.경에도 눈이 부어 출근을 하지 못할 정도로 피고인으로부터 맞았다.”고 진술하였고, 공소외 2는 “피고인이 평소 여자 친구를 때린다는 소문이 있었다.”고 진술하기는 하였다.

그러나 공소외 3, 2의 위와 같은 진술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정이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하거나 폭행하여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는 이 사건 공소사실을 직접적으로 뒷받침한다고 할 수는 없다. 더욱이 피고인은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전혀 없다(증거기록 452쪽).

5) 사체유기의 점에 대하여

피고인과 피해자가 함께 거주하였던 이 사건 △△△빌은 폭 8.5m의 도로변에 있고(증거기록 366쪽), 1층에는 주차장 시설이 되어 있어 외부에 쉽게 노출되어 있는 곳이다(증거기록 368쪽, 이 법원의 현장검증조서).

위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볼 때, 만일 피고인이 피해자의 사체를 온전한 채로 유기했다면 사체의 운반수단이나 다른 사람의 협조 없이는 매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이나 피고인의 어머니의 승용차에 대한 감식 결과 아무런 범죄의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

더구나 피고인이 피해자의 사체를 온전히 유기하기 어렵자 이를 훼손하여 유기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아무런 증거도 없다.

그뿐만 아니라 앞서 본 바와 같이 경찰이 수사 초기에 피고인의 휴대전화에 대한 실시간 위치추적을 하였으나,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일시부터 2005. 2. 7.경까지 사이에 피고인이 특별히 수상한 곳으로 가는 등 특이한 점을 전혀 발견하지 못하였다.

4. 결론

무릇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피고인의 변소가 불합리하여 거짓말 같다고 하여도 그것 때문에 피고인을 불리하게 할 수 없고, 이와 같은 증명력을 가진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대법원 2006. 3. 9. 선고 2005도8675 판결 , 대법원 2006. 6. 30. 선고 2006도1895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서 피해자가 6년이 넘는 현재까지도 실종 상태에 있다는 점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가 이미 사망하였을 개연성이 매우 크기는 하다. 그러나 검사가 제출한 모든 증거를 종합해 보더라도 피해자가 사망하였다는 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에는 부족하다.

더 나아가 앞서 본 것과 같은 공소외 4, 5, 6의 진술에 이르게 된 경위와 진술 내용의 합리성과 객관적 상당성, 이 사건 전후의 객관적 정황이나 피고인의 행동 등을 종합하여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하였다는 주위적 공소사실은 물론이고 피고인이 피해자를 폭행하여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는 예비적 공소사실도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에 부족하고, 피고인이 피해자의 사체를 유기하였다는 공소사실 역시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에 부족하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와 달리 폭행치사와 사체유기의 점을 유죄로 인정하였으니, 거기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따라서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 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음과 같이 다시 판결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앞서 본 것과 같은데, 이는 위에서 본 것과 같이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에 의하여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판사 임성근(재판장) 차경환 강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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