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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5. 1. 24. 선고 94도1476 판결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절도)][공1995.3.1.(987),1186]
판시사항

가. 자백의 신빙성 유무에 대한 판단기준

나. 피고인의 검찰에서의 자백이 진실성과 신빙성이 의심스러워 증명력을 갖추었다고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다. 증거로 함에 동의하지 아니하였고, 원진술자의 증언에 의하여 그 진정성립이 인정된 바도 없는 사법경찰리 작성의 압수조서의 증거능력

판결요지

가. 자백의 신빙성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자백의 진술내용 자체가 객관적으로 합리성을 띠고 있는지, 자백의 동기나 이유는 무엇이며, 자백에 이르게 된 경위는 어떠한지, 그리고 자백 외의 정황증거 중 자백과 저촉되거나 모순되는 것은 없는지 여부의 점 등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나. 피고인의 검찰에서의 자백이 그 범행동기도 다른 정황증거에 비추어 석연치 아니할 뿐만 아니라, 그 진술내용이 다른 정황증거와의 관계에서 저촉되거나 모순되는 점이 있고, 여기에 검사가 피고인의 수사기관에서의 자백에 근거하여 무려 60회에 걸친 범죄를 기소하였다가 그 대부분을 철회해 버린 점, 피고인의 학력, 경력, 생활환경 등을 보태어 보면, 그 진술의 진실성과 신빙성이 극히 의심스러워 믿을 만한 증명력을 갖추었다고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다. 사법경찰리가 작성한 "피고인이 임의로 제출하는 별지 기재의 물건(공소장에 기재된 물건)을 압수하였다"는 내용의 압수조서는, 피고인이 공판정에서 증거로 함에 동의하지 아니하였고 원진술자의 공판기일에서의 증언에 의하여 그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된 바도 없다면 증거로 쓸 수 없다.

피 고 인

피고인

원심판결

서울고등법원 1994.4.29. 선고 94노66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판결이 인용한 제1심판결은, 그 적시의 증거를 종합하면 피고인에 대한 제1심판결의 별지 범죄일람표 1내지 7 기재의 공소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하여 위 공소사실에 관하여 피고인에게 유죄의 판결을 선고하였으며, 원심은 제1심판결이 적시한 증거들을 종합하면 제1심판결이 판시한 피고인의 범죄사실은 모두 인정할 수 있다고 하여 위 범죄일람표 8 기재의 공소사실을 제외한 나머지 공소사실에 관한 원심 및 제1심의 판단은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 있다고 주장하는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고 항소를 기각하였다.

2. 그런데 위 범죄일람표 1내지 7 기재의 범죄사실을 유죄로 인정하는데 사용한 제1심판결이 적시한 증거들을 기록과 대조하여 차례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가. 검사작성의 피고인에 대한 제1회 피의자신문조서피고인이 그 진정성립을 인정한 위 조서의 기재에 의하면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을 모두 자백하고 있으며, 기록에 나타난 피고인의 학력, 경력, 지능정도등 제반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위 자백이 임의성이 없는 것이라고 인정되지는 아니한다.

그러나 자백의 신빙성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자백의 진술내용 자체가 객관적으로 합리성을 띠고 있는지, 자백의 동기나 이유는 무엇이며, 자백에 이르게 된 경위는 어떠한지, 그리고 자백외의 정황증거중 자백과 저촉되거나 모순되는 것은 없는지 여부의 점 등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므로 (당원 1992.6.12. 선고 92도873 판결 참조), 이점에 착안하여 피고인의 검사 앞에서의 자백의 신빙력을 검토해 보기로 한다.

(1) 범행동기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동기에 관하여 자신의 아들을 입학시키기로 하였던 유치원 원장을 만나러 가면서 선물을 사기 위하여 롯데백화점에 들려 물건을 사던중 진열되어 있던 물건에 욕심이 생겨서 자신도 모르게 물건을 절취하였다고 진술하고 있다.

그러나 기록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은 피고인이 위 백화점 지하 식품부에서 과일을 절취하여 나오다가 검거될 당시에 소지하고 있던 물건(심지어 피고인이 팔목에 차고 있던 시계까지를 포함하여)은 모두 피고인이 사건 당일에 절취한 물건이라는 것인바, 이는 피고인이 진술하고 있는 위 범행동기와 모순된다고 할 것이다.

(2) 범행의 경위 및 내용

피고인은 자신이 차고 있던 시계도 절취한 것이라고 진술하였고, 검사는 이 부분 범죄사실에 관하여도 기소하였는데 제1심 공판계속중 위 시계점 주인인 공소외 양영민이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시계점의 물건은 진열장에 보관되어 있고, 손님의 요구가 있을 때에만 이를 꺼내어 보여주기 때문에 이를 절취하는 것은 어렵다”는 내용의 증언을 한 후에 위 부분에 대한 공소사실을 철회한 점.

피고인은 제1심판결의 별지목록 6 기재의 절취품중 아동용가방 1개를 위 백화점 6층의 팬시판매점에서 절취한 것이라고 진술하였으나, 위 팬시판매점의 점원으로 근무하는 공소외 신선희는 이 사건 제1심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피고인으로 부터 압수한 것이라고 하여 안전관리실로 부터 돌려받은 물건중 가방은 위 팬시판매점에서 취급하는 물건이 아니라고 진술하고 있는 점.

피고인은 사건 당일 14:00경 부터 15:40경까지 사이에 제1심판결의 별지 1내지 7 기재와 같이 7회의 절도범행을 한후 그 절취한 물건들을 위 백화점 1층에 있는 보관함에 보관하여 놓고 다시 지하의 식품부에 내려와서 키위 18개, 토마토 300그램, 바나나 1손등의 과일을 골라 봉지에 담은 후 계산대를 통과하지 아니한 채 나오다가 같은 날 15:50경 검거되었다고 진술하고 있으나, 피고인이 사건 당일 14:00경 부터 15:40경까지의 사이에 위 백화점의 2층 및 6층에 소재하고 있는 7개의 점포에서 7회에 걸친 절도범행을 마친 후 불과 10분 정도의 시간내에 이와 같이 절취한 물건들을 위 백화점 1층에 있는 보관함에 보관하고, 다시 백화점의 지하로 내려가서 과일을 절취하는 범행을 하였다는 것은 그 시간적인 간격으로 보아 경험법칙상 납득하기 어렵다는 점등에 비추어 볼때, 피고인의 자백은 그 진술내용 자체가 객관적인 합리성을 결여하고 있으며 자백외의 정황증거들중 상당수는 위 자백과 저촉되거나 모순된다고 할 것이다.

(3) 피고인의 학력, 경력 및 생활환경등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강원도 횡성의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난 여자로서 1982. 2. 25. 성균관대학교 사범대학 한문교육학과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였고, 1986. 8. 30. 서울대학교 대학원 석사과정을 졸업하여 문학석사의 학위를 받았으며, 덕성여자대학교에 시간강사로 출강한 사실까지 있는데, 1989. 봄경 망 공소외 1과 결혼하여 그 사이에 아들 공소외 2(1990. 2. 5.생)을 두고 안산시에서 단란한 가정생활을 하여 오던중 1991. 12. 29. 발생한 불의의 교통사고로 인하여 승용차를 운전하던 남편이 현장에서 사망하고, 위 승용차에 타고 있던 자신과 아들도 중상을 입어서 3개월이상의 치료를 받았으며, 그 이후에는 시댁과 친정을 오가면서 공소외 2를 자신의 유일한 희망으로 삼고 살아가고 있는 자인바, 피고인은 이 사건 당일 경찰에서 조사를 받음에 있어서 주거지 부근의 놀이방에 맡겨 둔 3세 남짓한 자신의 아들을 18:00까지 놀이방에서 찾아와야 한다는 나름대로의 절박한 사정이 있었으므로, 경찰관의 유도심문에 따라 경찰관이 원하는 대로의 진술을 하고서라도 빨리 그 자리를 모면하고 싶어 하였고, 또한 백화점의 지하 식품부에서 과일을 절취하다가 검거된 피고인으로서는 이러한 사실이 시댁은 물론 자신의 형제들에게 알려지게 될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자포자기의 심정에서 경찰관의 추궁에 따라 허위의 자백을 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할 것이고, 이와 같은 심리상태는 피고인이 구속되어 검찰에서의 조사를 받을 때까지 연장되어 스스로 자포자기한 나머지 허위의 자백을 하였을 가능성도 있다고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우울증환자로 치료받고 있음도 보여지는 바, 이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러하다고 하겠다.

더욱이 검사는 피고인의 수사기관에서의 자백에 근거하여 무려 60회에 걸친 범죄를 기소하였다가 그 대부분을 철회해 버린 것을 보아도 위 자백의 신빙성을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보여진다.

위와 같은 점에 비추어 볼때 피고인의 검찰에서의 자백은 그 범행동기도 다른 정황증거에 비추어 석연치 아니할 뿐만 아니라, 그 진술내용이 다른 정황증거와의 관계에서 저촉되거나 모순되는 점이 있고, 여기에 앞에서 본바와 같은 피고인의 학력, 경력, 생활환경등을 보태어 보면 그 진술의 진실성과 신빙성이 극히 의심스러워 믿을 만한 증명력을 갖추었다고 볼 수 없다 할 것이다.

나. 제1심 증인 채준성의 증언 및 사법경찰리 작성의 채준성에 대한 진술조서의 진술기재, 제1심 제2회 공판조서중 증인 윤미란의 진술기재 및 검사가 작성한 윤미란에 대한 진술조서의 진술기재, 사법경찰리가 작성한 신선희에 대한 진술조서의 진술기재

(1) 채준성의 진술

채준성은 제1심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위 백화점의 안전관리실로 부터 연락을 받고 가보니 자신이 판매담당자로 근무하고 있는 완구코너에 진열하여 놓았던 목재완구 2점과 수동완구 1점을 피고인으로 부터 압수하였다고 하여 가지고 있었는데, 위 물건에는 정상적으로 판매된 상품이라면 붙어 있어야 할 빨간 스티커가 붙어 있지 아니하였으므로 도난당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진술하고 있으나, 위 증거는 피고인이 위 완구등을 절취하였다는 점을 자백하였을 경우 그 보강증거로서의 가치는 있다고 할 것이나, 피고인은 자신이 검거되기 전에 위 백화점에서 위 물품을 구입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위 범행을 부인하고 있는 이 사건에 있어서는 피고인에 대한 유죄인정의 증거로는 부족하다고 할 것이다.

(2) 윤미란의 진술

윤미란은 검찰에서의 진술 및 이 사건 제1심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한 진술을 보면 자신은 이 사건 당일 위 백화점의 안전관리실에서 근무하던중 경찰관이 피고인으로 부터 백화점에서 절취하였다고 하는 물품들을 압수하는 과정을 목격하였고, 압수되었다가 가환부된 물품을 각 매장에 돌려주었었는데 검사의 요구에 의하여 이를 다시 가져다가 검사에게 보여준 사실이 있으며, 피고인이 처음에 안전관리실로 왔을 때에는 “잘못했다. 용서해 달라”고 진술하다가 자신의 인적사항에 관한 질문에 함구하면서 인적사항이 적힌 듯한 쪽지를 찢는 것을 목격하였고, 당시 피고인의 행색은 남루한 편이었으며 말이 별로 없었다고 진술하고 있다.

또한 보관함에 보관되어 있던 물건 및 피고인의 집에서 압수한 물품들은 모두 절취한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근거는 백화점에서 정상적으로 판매된 물품은 가격표가 절단되어 있는 것이 보통이나 제시된 물건들은 가격표가 그대로 붙어 있었으며, 경찰관과 함께 백화점내 물품보관소에 있는 피고인의 물건을 가져와 보니 백화점에서 발행한 영수증이 전혀 없었을 뿐만 아니라 허름한 종이백에 의류를 급하게 구겨 담아둔 상태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위 증거역시 피고인이 위 물품들을 절취하였다는 점을 자백하였을 경우 그 보강증거로서의 가치는 있다고 할 것이나, 피고인이 위 물품들은 자신이 위 백화점에서 검거되기 직전에 구입한 것이거나 자신의 집에서 가져온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위 범행을 부인하고 있는 이 사건에 있어서는 피고인에 대한 유죄인정의 증거로 삼기에는 그 증명력이 부족하다고 할 것이며, 또한 과일을 절취하다가 검거되어 안전관리실로 끌려 온 피고인이 위와 같은 태도를 보였다는 것은 오히려 경험법칙에 부합된다고 할 것이고, 오히려 윤미란의 진술중 보관함에서 가져온 의류는 롯데백화점의 쇼핑백이 아니라 낡은 미도파백화점의 쇼핑백에 담겨져 있었다는 점은 위 의류등은 피고인이 자신의 집에서 부터 미도파백화점의 쇼핑백에 담아서 가지고 온 것이라는 피고인의 변소에 부합된다고 할 것이다.

(3) 신선희의 진술

신선희는 경찰에서 자신이 근무하고 있는 위 백화점 6층의 팬시판매점에는 점원 2명이 근무하고 있는데, 피고인에게 가방과 동화책을 판매한 기억이 없으며 안전관리실로 부터 돌려받은 가방과 그림책은 자신의 판매장에서 취급하는 물건이라고 진술하였다가, 제1심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여서는 안전관리실로 부터 돌려받은 물건중 가방은 다른 점포의 가방으로서 위 팬시판매점에서는 취급하지 아니하는 물건이었다고 진술하고 있다.

그러나 위 증거 역시 피고인이 위 물품들을 절취하였다는 점을 자백하였을 경우 그 보강증거로서의 가치는 있다고 할 것이나, 피고인이 위 물품들은 위 백화점에서 검거되기 직전에 구입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위 범행을 부인하고 있는 이 사건에 있어서는 피고인에 대한 유죄인정의 증거로는 그 증명력이 부족하다고 할 것이며, 오히려 위 진술중 안전관리실에서 돌려받은 물건중 가방은 다른 점포의 가방으로서 위 팬시판매점에서 취급하지 아니하는 물건이었다는 부분은 백화점의 지하 1층 문밖을 나오는데 아이들 가방을 파는 곳이 있어서 가방 1개를 금 15,000원에 구입하였다는 피고인의 변소에 부합된다고 할 것이다.

다. 사법경찰관이 작성한 압수조서(수사기록 제19정)의 기재

위 압수조서는 사법경찰리 경장 김흥수가 1993. 3. 11. “피고인이 임의로 제출하는 별지 기재의 물건(공소장에 기재된 물건)을 압수하였다”는 내용인데, 피고인은 공판정에서 위 압수조서를 증거로 함에 동의하지 아니하였고, 원진술자의 공판기일에서의 증언에 의하여 그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된 바도 없으므로 증거로 쓸 수 없는 데다가 그 기재내용 자체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이 그와 같은 물건들을 검거당시 소지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불과한 것이므로, 피고인의 이 사건 범행을 인정할 증거가치는 없다고 할 것이다.

3. 이상과 같이 기록을 검토한 바에 의하면 제1심판결 적시의 증거만으로는 제1심판결의 별지 범죄일람표 1내지 7 기재의 공소사실에 대하여는 피고인을 유죄로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원심판결이 유지한 제1심판결은 위와 같이 증거능력이 없거나 신빙성이 없는 위 증거들만으로 피고인에 대한 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으니, 여기에는 채증법칙 위배의 위법이 있다 할 것이고 이는 판결결과에 영향을 미쳤음이 명백하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 있다.

그런데 원심판결이 유지한 제1심판결은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각 절도죄를 경합범으로 처단하여 하나의 형으로 선고하였으므로, 원심판결 전부를 파기하여 사건을 다시 심리 판단케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석수(재판장) 정귀호 이돈희(주심) 이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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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서울고등법원 1994.4.29.선고 94노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