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형사재판에 있어서 자유심증주의의 한계 및 간접증거의 증명력
[2] 유죄에 관한 여러 증거들의 개별적인 증거가치와 예외적인 현상만으로 그 전체가 갖는 종합적 증명력을 배척한 채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심리미진 또는 채증법칙 위반으로 파기한 사례
판결요지
[1] 형사재판에 있어서도 증거의 증명력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맡겨져 있으나 그 판단은 논리와 경험칙에 합치하여야 하고, 형사재판에 있어서 유죄로 인정하기 위한 심증형성의 정도는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이어야 하나 합리성이 없는 모든 가능한 의심을 배제할 정도에 이를 것까지 요구하는 것은 아니며, 증명력이 있는 것으로 인정되는 증거를 합리적인 근거가 없이 의심하여 이를 배척하는 것은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것으로 허용되지 아니하고, 또한 범죄사실의 증명은 반드시 직접증거만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아니고 논리와 경험칙에 합치되는 한 간접증거로도 할 수 있으며, 간접증거가 개별적으로는 범죄사실에 대한 완전한 증명력을 가지지 못하더라도 전체 증거를 상호 관련하에 종합적으로 고찰할 경우 그 단독으로는 가지지 못하는 종합적 증명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면 그에 의하여도 범죄사실을 인정할 수가 있다.
[2] 사망시간의 추정을 위한 시반·시강 및 위(위) 내용물의 감정이 갖는 개별적 의문점에 기하여 그 전체가 갖는 종합적 증명력을 부인하고, 제3자의 범행가능성을 배제할 수 있는 정황증거 및 유죄에 관한 다른 간접증거들의 증명력을 모두 배척한 채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심리미진 또는 채증법칙 위반을 이유로 파기한 사례.
참조조문
[1] 형사소송법 제308조 [2] 형사소송법 제308조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검사
변호인
변호사 김창국 외 5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은 평소 처인 피해자 1(여, 30세) 이 독단적인 성격으로 피고인을 무시하고 집안의 금전관리를 도맡아 하면서 가정 일을 마음대로 처리하고 피고인의 부모형제와 심한 불화를 빚어 온 데다가 공소외 1과 불륜관계를 맺어온 것을 눈치채고 그에 따라 피해자 1이 출산한 피해자 2(여, 1세)가 피고인의 친자가 아닐지도 모른다고 의심하게 됨으로써 피해자 1에 대한 감정이 극도로 악화되어 있던 중, 1995. 6. 11. 23:30경부터 다음날인 6. 12. 06:30경 사이에 피고인이 피해자 1, 2와 함께 거주하여 오던 서울 은평구 불광동 소재 아파트에서 피고인의 누나인 공소외 2를 피고인이 개원할 예정으로 있던 외과병원의 직원으로 채용하는 문제와 관련하여 피해자 1과 다투다가 누적된 감정이 폭발하여, 아파트 베란다에 설치된 커텐줄(이하 '이 사건 커텐줄'이라고 한다)을 잘라서 피해자 1을 목졸라 살해하고, 이어 피해자 2도 종류 미상의 줄로 목을 졸라 살해한 후, 수사에 혼선을 주게 할 목적으로 피해자들의 시체를 욕조에 넣고 더운 물을 그 욕조 안에 채워 넣고, 한편 안방 장롱 안의 옷에 불을 붙여 안방 천정 등으로 타들어 가게 함으로서 주거로 사용하는 아파트를 소훼한 것이라고 함에 있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이 사건 범행이 피고인에 의한 범행인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피해자 피해자 1이 1995. 6. 11. 22:30경 그 언니인 공소외 3과 전화통화를 한 사실과 피고인이 아파트를 나간 시간이 다음날인 6. 12. 06:55경에서 07:00경 사이인 사실은 명백하므로 과연 피해자들이 그 사이에 살해된 점에 대한 입증이 있는지 여부가 이 사건의 주된 쟁점으로 된다고 전제한 다음,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법의학과 의사 권일훈,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법의학교실 교수 이정빈,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황적준의 각 시반(시반)·시강(시강) 및 위(위)내용물의 감정에 의한 사망시간 추정, 사건 발생 후 확인된 식기세척기 내 식기 등의 종류·갯수와 세척·건조상태, 피해자 2가 사용하는 우유병과 1회용 우유통의 사용상태 및 컴퓨터 시뮬레이션 프로그램(해저드 1)에 의한 발화시간 실험결과는 각각 피고인이 아파트를 나선 07:00경 이후에 피해자들이 살해되었을 가능성과 아파트에 대한 발화 역시 그 이후에 이루어졌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고, 아파트 화장실 벽의 물기 잔존에 관한 실험결과와 사건 발생 후 발견된 조기의 형태도 사건 당일 아침 아파트 화장실에서 샤워를 하였고, 아침식사시 조기 반마리를 먹었다고 주장하면서 범행을 부인하는 피고인의 변소가 거짓이라고 단정할 자료가 되지 않으며, 이 사건 커텐줄의 성상과 형태 등에 의하더라도 그것이 범행도구로 사용되었다고 단정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피고인에 대한 거짓말탐지기 검사결과는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거나 신빙성이 없고, 또 피고인에게 공소사실과 같은 범행동기가 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으며, 이 사건 범행이 외부에서 침입한 제3자에 의하여 저질러졌을 가능성을 낮게 볼 수밖에 없는 여러 정황이 있기는 하나 제3자의 범행이 물리적·객관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에 대한 검사의 입증이 없고, 그 외 피고인이 이 사건 발생 후 슬퍼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고 자신의 형사처벌 가능성만을 염려하는 태도를 보였다는 제3자의 진술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 점만으로는 피고인이 범인이라고 단정할 수 없는 반면, 피해자 1이 사망 당시 콘택트렌즈를 착용하고 있었던 점이나 아파트 다용도실 내 전자레인지에서 피해자 1이 아침에 먹으려고 한 것으로 볼 수 있는 한약봉지가 발견된 점은 피해자 1이 사건 당일 아침 피고인이 출근한 후에 살해되었다고도 볼 수 있게 하므로, 이 점에 관한 의문이 풀리기 전에는 피고인의 유죄가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이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피고인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을 파기하고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2. 형사재판에 있어서도 증거의 증명력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맡겨져 있으나 그 판단은 논리와 경험칙에 합치하여야 하고, 형사재판에 있어서 유죄로 인정하기 위한 심증형성의 정도는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이어야 하나 합리성이 없는 모든 가능한 의심을 배제할 정도에 이를 것까지 요구하는 것은 아니며, 증명력이 있는 것으로 인정되는 증거를 합리적인 근거가 없이 의심하여 이를 배척하는 것은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것으로 허용되지 아니한다 (대법원 1994. 9. 13. 선고 94도1335 판결, 1995. 5. 9. 선고 95도535 판결 등 참조). 또한 범죄사실의 증명은 반드시 직접증거만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아니고 논리와 경험칙에 합치되는 한 간접증거로도 할 수 있으며, 간접증거가 개별적으로는 범죄사실에 대한 완전한 증명력을 가지지 못하더라도 전체 증거를 상호 관련하에 종합적으로 고찰할 경우 그 단독으로는 가지지 못하는 종합적 증명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면 그에 의하여도 범죄사실을 인정할 수가 있다 . 이러한 관점에서 원심의 증거판단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가. 우선 원심 및 제1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여 이 사건 범행이 발견되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보면, 피고인은 의과대학을 졸업한 후 외과전공의 레지던트로 근무하던 중인 1989. 11. 11. 당시 치과대학에 재학 중이던 피해자 1과 결혼하여 결혼생활을 하여 오다가 1992. 2.경 군에 입대하여 강릉시 소재 병원에서 공중보건의로 근무하게 됨으로써 1992. 6.경에 서울에서 치과의원을 개업한 피해자 1과 떨어져 살게 되었으나 1995. 4. 27. 피고인이 제대를 하면서 그 무렵부터 다시 피해자 1과 함께 아파트에서 살아 왔는데, 사건 전날인 1995. 6. 11. 22:30경 피해자 1은 피고인과 함께 있으면서 그 언니인 공소외 3과 전화통화를 하였고, 그 후 사건 당일인 이튿날 6. 12. 06:55경에서 07:00경 사이에 피고인이 당일 개원할 자신의 서울 강서구 방화동 소재 병원으로 가려고 아파트를 나왔으며, 그 후 08:40 내지 50 무렵(수사기록 8권 52, 53면, 공판기록 2권 961, 962, 972면) 아파트경비원인 공소외 4가 아파트에서 연기가 나오는 것을 발견하고 화재가 발생한 것을 확인함으로써 당일 09:24 경 화재신고가 이루어지고 그에 따라 09:33경 소방관들이 현장에 도착하여 진화작업을 완료한 후 현장점검을 하던 중 09:40경에 피해자 1과 피해자 2가 온수가 가득 찬 욕조에서 숨져있는 것이 발견되었는데, 그 당시 피해자 1은 팬티가 무릎 부분에 걸쳐져 있는 외에는 옷이 모두 벗겨진 상태에서 욕조 바닥 쪽으로 엎드린 채 약간 우측으로 기울어진 자세였고, 피해자 2는 반대로 등을 아래쪽으로, 얼굴을 위쪽으로 하고 비스듬히 누운 상태였으며(수사기록 2권 107면, 227면, 7권 34면), 같은 날 11:30경 피해자 1과 피해자 2를 똑바로 누인 채 시강을 푼 후 사체를 검안하였음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위와 같은 일련의 경과에 비추어 볼 때, 피해자들이 사건 당일인 6. 12. 07:00경 이전에 사망한 것이라면 범인이 피고인일 수밖에 없고, 그 이후에 사망한 것이라면 피고인이 범인일 수가 없을 것이므로 피해자들의 사망시간이 언제인가 하는 점이 쟁점이 되고, 한편 피고인이 범인이 아니라면 그 범행은 피고인이 아파트를 나선 07:00경에서부터 08:40 내지 50 무렵 사이에 이루어져야 할 것이므로 그러한 범행이 과연 시간적·물리적으로 가능한 것인지 여부가 그 쟁점이 된다고 할 수 있다.
나. 시반·시강 및 위 내용물에 의한 사망시간 추정에 대하여
(1) 그런데 기록에 의하여 피해자들의 사망시각에 관한 증거로 볼 수 있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법의학교실 의사 권일훈,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법의학교실 교수 이정빈,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황적준의 각 시반·시강 및 위 내용물의 감정에 의한 사망시간 추정(이하 이를 "이 사건 감정"이라고 한다)의 내용을 살펴보면, 이는 다음과 같은 점에서 대체로 일치하고 있다. 즉 첫째 시반에 의한 추정의 경우, 피해자 1이 당초 욕조에서 엎드린 자세로 있었을 때 우측 대퇴부에 발생한 기존 시반이 사건 당일인 6. 12. 11:30경 검안을 하면서 사체를 뒤집어 놓은 후 등 부위에 새로운 시반이 생성되었음에도 그대로 잔존하고 있었던 점에서 피해자 1의 시반은 양측성(양측성) 시반에 해당하고, 따라서 이와 같은 양측성 시반의 생성시간을 사후 6시간 내지 8시간 이후로 보는 국내외의 대다수의 문헌에 의하면 그 사망 시간이 피고인이 아파트를 나간 07:00 이전인 것으로 볼 수밖에 없으나, 다만 사후 4시간이 경과한 후에도 양측성 시반이 생성될 수 있다는 견해를 보이는 일부 문헌에 의할 경우 07:30경에 사망하였을 가능성도 있다(수사기록 1권 183 내지 186면, 202면, 203면). 둘째 시강에 의한 추정의 경우, 6. 12. 11:30경에 검안을 실시하기 전에 이미 전신강직이 발현되어 있다가 검안을 위하여 강직을 인위적으로 소실시킨 후 재강직이 오지 아니하였으므로, 전신강직만을 기준으로 하면 늦게는 6. 12. 07:30경에 사망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문헌적 근거가 없지 아니하나, 재강직이 발현되지 아니한 점에서는 검안 당시 사후 7시간 내지 8시간이 경과한 후로 보아야 하므로 그 사망시간이 6. 12. 03:30경에서 04:30경 이전이라고 볼 수 있다(수사기록 1권 183, 184, 190, 203, 207, 208면). 셋째 피해자 1의 위 내용물은 350g 정도의 죽상(죽상)의 취식물로서, 쌀밥알·미역·종류미상의 생선육편·무·배추·양파·파·고춧가루 등이 식별되고 이는 수사자료상 피해자 1이 사건 전날 저녁식사시 피고인과 함께 먹었다는 쌀밥, 미역쇠고기국, 오징어무침, 김치, 깻잎, 조기 등과 내용이 부합되며, 위와 같은 저녁식사를 하였을 경우 식사량에 따라 다르나 많은 양의 식사였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아파트를 나간 6. 12. 07:00 이전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2) 그런데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감정의 증명력을 모두 배척하고 있다. 즉 첫째, 시반에 의한 추정의 경우 피해자 1의 기존 시반 중에서 우측 대퇴부에 나타난 시반 외에는 모두 소실된 점에서 피해자 1의 시반이 양측성 시반이라고 단정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새로이 생성된 시반이 기존 시반에 비하여 훨씬 선명한 점에서 양측성 시반의 생성초기로 보아야 하는데 이에 의할 경우 피해자 1이 07:30경에 사망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또한 시반에 의한 사망시간대의 추정은 대략의 범위를 일응 정한 정도에 불과하여 07:30경으로부터 10 내지 20분 이후에 사망하였을 가능성까지도 배제할 수 없으므로, 이러한 의심점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는 피해자 1의 시반만을 기준으로 피고인이 아파트를 나서기 이전에 사망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 둘째 시강에 의한 사망시간 추정의 경우, 온도가 높을 경우 조기강직을 초래하고 조기강직의 경우 재강직이 오지 않는 시간 또한 단축되는데 시강에 기한 이 사건 감정은 이러한 온도의 영향을 감안하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권일훈의 증언에 의하면 피해자들에게 재강직이 발현되었을 가능성 또한 없지 않다는 것이므로, 이에 의하더라도 피해자들의 사망시간이 피고인이 아파트를 나서기 전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셋째, 피해자 1이 아침식사를 하지 않았다고 볼 아무런 증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원심 증인 공소외 5의 증언에 의하면 피해자 1이 사건 전날 저녁 21:00경 당근이 든 죽을 먹었다는 것인데, 당근은 쌀보다 단단한 성질의 것이므로 이 사건 감정에서 전제로 한 바와 같이 피해자 1의 위 내용물 중 쌀밥알이 저녁식사에 의한 것일 경우 당근도 나타남이 마땅함에도 피해자 1의 위 내용물에는 당근이 보이지 않았고, 또 변호인들이 제출한 자료(증제6호증의3, 9, 11) 등 원심 판시와 같은 증거들을 종합하면 피해자 1은 식사 후 그다지 길지 않은 시간에 사망한 것으로 봄이 합리적이라 할 것인데, 피해자 1이 사건 전날 저녁에 저녁식사만 하고 사망한 경우라면 그로부터 길지 않은 시간 내에 사망한 것으로 보아야 하는 점을 고려할 때 다음날인 6. 12. 11:30경에 실시된 검안시 고착된 시반이 보다 많아야 할 것이므로 피해자 1의 위 내용물이 저녁식사에 의한 것이라고 볼 수 없고, 또한 위 감정인 3인의 원심에서의 증언에 의하면, 위장에 음식물 잔해가 남아 있으면 식사 후 몇 시간 이내로 보아야 한다는 의미일 뿐 그 시간이 경과되었다는 의미가 아니고, 위장에 있는 음식물의 형태로 식사 후 경과한 시간을 알 수 있는 연구보고는 없으며, 일단 분비된 위액에 잠겨진 음식물은 사망 후에도 부패현상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므로, 결국 위 내용물 검사만으로 식사 후 몇 시간이 지나 사망한 것을 알 수 없고, 따라서 위 내용물에 의한 사망시간의 추정에 의하더라도 피해자들이 피고인이 아파트를 나서기 이전에 사망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3)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증거판단은 이 사건 감정이 개별적으로 가지고 있는 의문점에 기하여 그 전체가 가지는 종합적인 증명력까지 전부 부인한 것으로 이는 기록상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점에서 반드시 논리와 경험칙에 맞는 합리적인 증거판단이라고 보기 어렵다.
즉 시반에 의한 사망시간 추정에 관하여 보면, 권일훈은 제1심과 원심에서의 증언에서, 피해자 1의 시체 전면에 형성된 시반은 체위 변경 후 전부 소실되거나 붉은 반점 또는 선상반문의 흔적으로만 남아 있었으나, 그렇더라도 피해자 1의 우측 대퇴부 외측에 시반이 남아 있는 것은 양측성 시반으로 보아야 한다는 취지로 거듭 증언하고 있는 반면(공판기록 1권 221면, 4권 1788면 내지 1790면), 기록상 이에 반하는 자료를 찾을 수가 없다. 그러므로 위와 같은 법의학 전문가의 감정의견에도 불구하고 피해자 1의 우측 대퇴부에 나타난 시반이 양측성 시반인 점에 관하여 의문을 가지고 이를 증명력 배척의 사유로 삼은 것은 별다른 근거가 없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시강에 의한 사망시간의 추정에서도, 피해자 1과 피해자 2가 온수가 가득 찬 욕조에 담겨 있었던 점이 시강의 발현에 영향을 미치는 점에 관하여는 권일훈의 감정도 이를 분명히 인정하고 있지만(수사기록 1권 190면), 권일훈은 그와 같이 영향을 미치는 정도에 관하여 원심에서 전신시강이 발현하는 것이 좀 빠를 것이나 몇 시간이라고까지는 할 수 없다고 하고 있고(공판기록 4권 1758면), 또 재강직의 발현 여부에 관하여도 3인의 감정인 모두가 원심에서 피해자들에게 재강직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인정하였음이 분명하나(공판기록 4권 1796, 5권 2051, 2099면), 그 증언의 전후 내용에 비추어 보면 그 취지는 감정인들이 알수 있는 전후 사정에 의하면 재강직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으로 보나 그렇지 않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일 뿐, 피해자들에게 재강직이 일어났는지 여부를 전혀 알 수 없다는 취지는 아닌 것이다.
그리고 위(위)내용물에 의한 사망시간의 추정에 있어서도, 원심은 이 사건 감정이 피해자 1이 사건 전날 저녁에 저녁식사를 하였을 뿐임을 전제로 하고 있으나 피해자 1이 아침식사를 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을 주된 근거로 그 증명력을 부정하고 있다. 그러나 피해자 1의 어머니인 공소외 5는 경찰 이래 원심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피해자 1은 평소 아침식사를 하지 않고 가끔 빵을 먹는 경우가 있을 뿐이라고 하였는데(수사기록 2권 207면, 5권 499, 509면, 공판기록 2권 528면 3권 1194면), 공소외 5는 피고인이 3년 가량 공중보건의로 근무한 기간 동안 친정에서 기거한 피해자 1과 함께 생활하였고, 또 피고인이 제대한 1995. 4. 27. 이후에도 이 사건 무렵까지 주말에는 피고인의 아파트로 가 같이 지내다가 일요일날 되돌아 오는 생활을 되풀이하여 와(수사기록 5권 508면, 공판기록 1권 477, 478면), 피해자 1의 식생활 습관에 대하여도 잘 알고 있을 것으로 보여지므로 위와 같은 공소외 5의 진술은 그 신빙성을 쉽게 부정할 수가 없을 것으로 보여진다. 뿐만 아니라 사건 당일 아파트 주방에 있는 식탁과 씽크대의 상태에 관한 경찰의 실황조사(수사기록 7권 25면, 61 내지 65면), 제1심의 1996. 2. 14.자 현장검증(공판기록 2권 694면, 714, 715, 718 내지 722면) 및 원심의 현장검증(공판기록 3권 1229, 1282, 1283, 1285, 1291 내지 1293면)에 의하면, 사건 당일 아침 피해자 2의 우유병과 1회용 우유통이 식탁 위에, 그리고 피해자 2의 물컵 1개와 냄비 1개가 씽크대 안에 있었을 뿐, 달리 식기 등과 같은 식사를 한 흔적이나 식사 후 이를 치운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러한 피해자 1의 평소 식생활습관과 일반적으로 식생활습관은 단기간 내에 바꾸기가 쉽지 않다고 할 수 있는 점 및 사건 당일 아침의 식탁이나 씽크대 등의 상황에 비추어 보면 사건 당일 아침에 적어도 피해자 1은 아침식사를 하지 아니하였을 것으로 봄이 합리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공소외 5의 경찰 및 원심법정에서의 진술에 의하면, 피해자 1은 사건 전날 저녁 9시 이전에 죽을 먹었으나, 그 죽은 돌이 갓 지난 피해자 2를 먹이기 위하여 당근을 잘게 다진 후 끓여 만든 것이어서 당근이 녹아 흔적이 없었다는 것이므로(수사기록 5권 449, 498면, 공판기록 4권 1859, 1861, 1862면), 피해자 1의 위 내용물에서 당근이 식별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원심이 판시하고 있는 바와 같이 바로 피해자 1의 위 내용물이 당근이 든 죽을 먹은 직후에 한 저녁식사로 인한 것이 아니라고 볼 수는 없다.
그러므로 원심이 이 사건 감정의 증명력을 개별적으로 배척하면서 든 위와 같은 사유들은 그 근거가 미흡하다고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러한 사유만으로 피해자들의 사망시간이 피고인이 이 사건 아파트를 나서기 이전으로 추정됨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이 사건 감정의 증명력을 모두 부정한 채 그 종합적인 증명력을 따져보지 아니한 것은 합리적인 증거판단이라고 하기 어렵다.
다. 제3자의 범행가능성에 대하여
(1) 또한 원심 및 제1심판결 이유와 경찰의 실황조사, 권일훈의 부검감정서(수사기록 1권 194면) 및 삭상물의 추정에 관한 1995. 7. 7.자 감정회보서(수사기록 1권 225면),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법과학부 물리분석과 감정인 박남규, 박하선의 감정서(수사기록 1권 217면) 등 기록상 나타난 증거들에 의하여 이 사건 범행 현장의 상황을 살펴보면, 앞서 본 바와 같이 사건 당일인 6. 12. 09:40경 온수가 가득 차 있는 화장실 내 욕조에서 피해자 1은 팬티가 무릎 부분에 걸쳐져 있는 외에는 옷이 모두 벗겨진 상태에서 욕조 바닥 쪽으로 엎드린 채 약간 우측으로 기울어진 자세로, 피해자 2는 반대로 얼굴을 위쪽으로 하고 비스듬히 누운 상태로 발견될 당시, 양인 모두 그 목에 줄로 조인 단선(단선)의 삭흔이 뚜렷하게 나 있었고, 피해자 1의 경우 그 왼손 검지 손톱 아래에 혈흔이 있고 아랫입술에 약간의 출혈상이 있는 외에 별다른 외상이 없는 상태에서 콘택트렌즈를 착용하고 있었으며, 같은 날 11:30경 피해자들에 대한 검안 등의 현장감식이 실시되었는데(수사기록 7권 37면, 38면, 2권 227면) 그 과정에서 피해자 1이 사망 당시 입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긴 티셔츠가 몇 겹으로 개어진 채 피해자 2의 아기욕조와 화장실 벽 사이에 끼워져 있는 것이 발견되었고(수사기록 7권 34면, 116면), 화재는 안방 장롱의 안에 있는 옷에 별도의 인화물질 없이 불을 붙이고 장롱문만 약간 열어 놓은 채 안방문과 창문 등을 모두 닫아 놓아 그 문틈으로 새어 들어간 산소에 의하여 화재가 서서히 진행된 이른바 훈소현상에 의한 환기지배형의 화재로 밝혀졌으며, 그 이튿날인 6. 13. 10:40경에서 11:25경 사이에 피해자들에 대한 사체부검이 실시되어(수사기록 1권 195면, 9권 7면), 피해자 1과 피해자 2의 사인이 다같이 교사(교사)로 밝혀졌으나, 범행도구인 줄 자체는 서로 다른 것으로 나타났고, 그 한편 아파트 베란다에는 로만쉐드 커텐이 설치되어 있고 그 상하조작을 위하여 3가닥의 선이 20cm 내지 30cm 가량의 간격을 두고 매듭으로 묶여진 이 사건 커텐줄이 설치되어 있었으나 아파트에 화재가 발생하기 전에 이 사건 커텐줄이 110cm 가량 잘려나가 있었으며, 조복식이 화재 발생을 알고 아파트 안으로 들어갈 당시 아파트 현관문은 보조키만 잠겨져 있는 상태에서 안쪽에서만 누를 수 있는 꼭지가 눌려져 있지 아니하였음을 알 수 있고, 한편 피고인이 경찰 이래 원심에 이르기까지 자신은 사건 당일 아파트를 나서기 전에 아침식사를 하였다고 계속 주장하여 왔음은 기록상 분명하다.
(2) 그러므로 위와 같은 범행 현장의 상황과 피고인의 주장 내용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범행이 피고인이 아니라 제3자에 의하여 저질러진 것이라면, 그 범행의 경과는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다. 즉 피고인이 사건 당일 06:55경 내지 07:00경에 아파트를 나선 후 제3자가 현관문을 통하여(아파트는 7층으로서 현관문 외에는 아파트로 침입하기가 어렵고, 또 실제 다른 곳을 통한 침입의 흔적이 전혀 나타나지 아니한다) 아파트로 들어가야 하고, 그 당시 아파트 현관문은 피해자 1이 열어주어야 한다. 그리고 앞서 본 바와 같이 아파트 주방의 식탁이나 씽크대 등에 식사흔적이 남아 있지 아니하였던 점에 비추어 피해자 1은 적어도 피고인이 아침식사를 하고 난 그릇 등을 치운 상태라야 한다. 그 상태에서 범인이 이 사건 커텐줄을 범행도구로 사용하였다면 피해자 1이 알지 못하거나 또는 저항하지 못하는 가운데 아파트 베란다로 가 이 사건 커텐줄을 잘라 여러 개의 매듭을 풀어 한가닥의 줄을 빼내야 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달리 준비한 줄에 의하여 피해자 1에게 접근하여 별다른 저항을 받지 않고 그 목을 졸라 살해하여야 한다. 그런 다음 피해자 2를 또다른 줄로 목 졸라 살해한 후, 욕조에 물을 가득 채우고(수사기록 8권 183면에 의하면 소요시간이 5분 26초로 되어 있다) 피해자들을 욕조 속에 집어 넣어야 하고, 그 과정에서 피해자 1이 입고 있던 긴 티셔츠를 벗겨 몇 겹으로 갠 다음 아기 욕조와 화장실 벽사이에 끼워 놓아야 한다. 또한 범인은 안방으로 가 장롱 문을 열어 옷에 불을 지른 다음 현관문 열쇠를 찾아 현관문을 나와 그 보조키를 잠그고 도주하여 하는데, 그 때 이 사건 커텐줄이나 피해자 2를 목졸라 살해하는데 사용한 줄은 가지고 나오거나 은닉하여야 한다.
(3) 그렇지만 위와 같이 피해자 1이 피고인의 아침식사 흔적을 모두 치운 후에 피해자 1을 살해하고, 이어서 피해자 2까지 살해하여 양인의 사체를 욕조에 물을 채운 후 그 속에 집어 넣는 등의 증거인멸을 시도함과 아울러 훈소에 의한 지연화재를 위하여 안방 장롱 안 옷에 불을 붙여 놓은 다음 열쇠를 찾아 현관문을 잠그고 도주하는 일련의 범행이 과연 피고인이 아파트를 나간 06:55경 내지 07:00경에서 공소외 4가 아파트에서 나오는 연기를 발견한 08:40 내지 50 무렵 사이의 1시간 40분 내지 50분에서, 안방 장롱 안 옷에 붙은 불이 안방 천장 등으로 번지면서 나온 연기가 공소외 4에 의하여 발견될 때까지의 시간을 뺀 나머지 시간 동안에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인지는 의문이 아닐 수 없고, 특히 피해자 2는 돌이 갓 지난 어린 아이로서 피해자 1의 살해와 증거인멸 및 도주에 별다른 장애가 될 수 없을 것으로 보여짐에도 굳이 피해자 1을 살해한 줄과는 다른 줄을 사용하면서까지 목을 졸라 살해할 필요가 있었는지에 대하여는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위와 같은 시간 내에 범행이 이루어진 경우 과연 앞서 본 시반·시강 및 위 내용물에 의하여 사망시간을 추정한 이 사건 감정 내용과도 부합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 아닐 수 없다. 그러므로 이와 같은 제3자의 범행가능성에 관한 증거자료들은 비록 정황증거라고는 하나 피고인의 유죄에 대하여 유력한 증거자료가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추론이 가능한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 관하여 감정 등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하여 그 경과시간 등을 자세하게 심리하여 보지 아니한 채 바로 위와 같은 증거자료들의 증명력을 모두 배척하기에 이른 원심의 증거판단 역시 논리와 경험칙에 맞는 합리적인 증거판단이라고 보기 어렵다.
라. 피고인의 유죄에 관한 다른 증거들의 증거가치에 대하여
(1) 또한 기록에 의하여 피고인이 경찰 이래 원심법정에 이르기까지 한 주장들을 살펴보면 피고인은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면서 사건 당일 아침의 자신의 행적 등에 관하여 여러 진술을 하였으나 그 진술 중에는 다른 증거들에 의하여 분명하게 확인되는 상황과 일치하지 아니하여 거짓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진술들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피고인의 경찰에서의 진술에 의하면(수사기록 3권 139, 220면), 피고인은 경찰조사시 사건 전날 저녁을 먹고난 후 다음날 아침에 먹을 밥을 그릇에 담아 랩에 싼 후 냉장고 안에 넣어두었다고 하면서 처음에는 두 그릇을 넣어두었다고 하였다가, 나중에는 몇 그릇인지 모르겠다고 진술하였으나, 앞서 본 것처럼 사건 당일 아침식사를 한 흔적이 없으며, 경찰의 실황조사에 의하면(수사기록 7권 26, 27면, 66 내지 71면), 냉장고 안에는 랩에 싸인 밥공기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피고인은 또 경찰 이래 검찰에 이르기까지 사건 당일 아침 분명히 샤워를 하였다고 주장하면서, 검찰 2회 조사에서만 샤워기로 머리를 감은 것은 확실한데 몸에 샤워를 하였는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하였으나(수사기록 2권 5, 260면, 3권 60, 112, 131, 162, 188, 208면), 경찰의 실황조사에 의하면(수사기록 7권 36면, 114 내지 118면) 화장실에는 욕조 외에 바닥과 벽에는 물방울이 떨어져 있거나 마르지 않은 흔적이 일체 발견되지 않았고, 아랫집인 608호에 거주하는 공소외 6도 경찰에서 사건 당일 아침 05:30경부터 06:30경 사이에 윗집에서 물을 내리거나 샤워하는 소리를 듣지 못하였다고 진술하고(수사기록 8권 171, 172면), 제1심에서 마찬가지로 진술하고 있으므로(공판기록 1권 413면), 이 부분 피고인의 진술도 거짓으로 볼 수밖에 없다. 또한 피고인은 경찰과 검찰에서 사건 당일 아침 콩나물국을 먹었다거나 먹은 것 같다고 진술하였으나(수사기록 3권 31, 60, 83, 113, 132, 157, 186, 230면), 앞서 본 것처럼 사건 당일 아침식사의 흔적을 찾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경찰의 실황조사에 의하면(수사기록 7권 26) 냉장고 속에는 피고인이 먹었다는 콩나물국이 들어 있음이 확인되었다. 그러므로 피고인이 이와 같이 사건 당일 아침의 자신의 행적에 관하여 다른 증거들에 의하여 확인되는 객관적 사실과 부합되지 않는 거짓의 진술을 하는 점은 적어도 피고인의 유죄에 관한 다른 증거들의 증명력을 보완하는 정도의 증거가치는 가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2) 그리고 피고인은 사건 직후에 있은 피고인에 대한 경찰의 최초 조사에서 발견된 자신의 오른팔 상박부의 손톱자국에 관하여 경찰 이래 원심법정에 이르기까지 자신이 사건 발생 소식을 듣고 아파트로 달려갔으나 경찰이 아파트 안으로 들여보내 주지 않아 아파트 앞에서 쪼그리고 않아 팔짱을 끼고 있으면서 자신도 모르게 왼손으로 오른쪽 팔 상박부를 꽉잡아 생긴 상처라고 주장하였으나(수사기록 2권 27, 265면, 3권 20면, 공판기록 5권 2195, 2197면), 당시의 상처는 뒤쪽에서 앞쪽으로 굽은 호형(호형)을 이루고 있었는데(수사기록 2권 163면, 3권 6면), 이는 자신이 왼손으로 꼭 잡아 생길 수 있는 상처로는 부자연스럽게 보이고, 따라서 굳이 상처가 생긴 경위에 관하여 위와 같은 해명밖에 하지 못하는 피고인의 변소가 의심스러운 점에서나 상처가 다른 사람에 의하여 생긴 것이라면 범행 도중에 피해자 1에 의하여 생겼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점에서도 위와 같은 상처는 다른 유죄 증거의 증명력을 보완하여 주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3) 그러므로 원심의 증거판단은 위와 같은 증거자료들의 증거가치를 모두 간과하고 있는 점에서도 올바른 증거판단이라고 보기 어렵다.
마. 그 밖의 다른 증거자료들에 대하여
(1) 그 밖에 원심은 다용도실 전자레인지 안에서 한약봉지가 발견되었고, 이는 피해자 1이 아침에 먹으려고 넣은 둔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이 점에서는 피해자 1이 사건 당일 아침까지 살아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피해자 1이 평소 아침식사를 하지 않는 것으로 봄이 합리적임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아침식사를 하지 않는 상태에서 한약을 복용한다는 것은 이례적이라 할 수 있으므로, 결국 전자레인지 안에서 발견된 원심 판시의 한약봉지 역시 오히려 피해자 1이 저녁에 먹으려다 이를 먹지 못한 상태에서 사망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자료가 됨은 별론으로 하고, 사건 당일 아침까지 생존하고 있었다고 인정할 만한 자료가 되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위와 같은 증거자료를 피고인의 유죄가 아니라 오히려 무고함을 나타내는 증거자료로 본 원심의 증거판단도 합리적인 것이라고 할 수 없다.
(2) 다만 앞서 본 바와 같이 피해자 1이 사망 당시 콘택트렌즈를 착용하고 있었던 점은 피해자 1이 잠들기 전이나 잠에서 깬 후 활동을 시작한 후에 사망한 것으로 볼 수 있게 하나, 사건 전날 저녁 이후 잠자리에 들기 전에 공소사실과 같이 피고인과 충돌 끝에 사망한 것이라면 피고인과의 다툼이 오랜 시간 계속되지 아니한 경우에는 시반·시강 및 위 내용물과 부합하지 아니하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는 점에서 이 사건 범행이 피고인이 저지른 것이라는 점과는 들어맞지 않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한편 피해자 1에 대하여 검안을 담당하였던 경찰관인 김영길은 제1심과 원심에서 피해자 1이 사망 당시 콘택트렌즈를 착용하였으면서도 화장은 하지 아니한 상태였다고 진술하고 있고(공판기록 2권 617면, 3권 1329면), 공소외 5는 경찰 이래 원심에 이르기까지 대체로, 사건 전날 아침 피해자 1이 화장을 하고 남가좌동에 있는 친정으로 왔다가 롯데백화점을 다녀온 후 오후 6시반 쯤 아파트로 귀가하였다고 진술하는 한편(수사기록 2권 206면, 5권 496면, 497면), 피해자 1은는 저녁에는 일단 손만 씻고 활동을 하다가 자기 전에 렌즈를 뺀 뒤 화장을 지우고 세면을 한 후 잠자리에 들고, 아침에는 세수를 하고 렌즈를 낀 후 화장을 하는 것으로 진술하고 있는데(공판기록 1권 475면, 3권 1191면, 4권 1547면, 1843면), 이러한 피해자 1의 습관에 비추어 볼 때 저녁에는 콘택트렌즈를 낀 상태에서는 화장을 하고 있지 아니한 때가 없으나 아침에는 콘택트렌즈를 낀 상태에서도 화장을 하지 않고 있을 때가 있는 것으로 되고, 따라서 피해자 1이 사망 당시 화장을 하지 아니한 상태에서 콘택트렌즈를 착용하고 있었던 점은 피해자 1이 저녁이 아니라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 세수를 한 후 콘택트렌즈를 낀 다음에 사망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그렇다면 이 사건 범행이 피고인에 의한 것이라는 점과는 들어맞지 않으므로, 이 점은 원심이 판시하고 있는 바와 같이 피고인이 무고하다고 볼 자료가 될 수 있다.
(3) 그러나 콘택트렌즈 착용과 관련한 위와 같은 증거판단은 피고인이 피해자 1과 오랜 시간 동안 다툼을 벌리지 않았다는 것을 전제로 함과 아울러 피해자 1의 콘택트렌즈 착용 및 화장 습관이 위와 같은 공소외 5의 진술과 같은 것을 전제로 한 것이나, 전자의 점은 그에 관한 아무런 자료가 없는 점에서, 후자의 점은 공소외 5가 제1심에서 피해자 1은 아침에 출근할 때 세수부터 하고 난 후에 화장을 하고 렌즈를 끼는 것이 습관이었다고도 진술하여(공판기록 2권 538면) 다른 내용의 진술도 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상태에서는 피고인의 유죄를 나타내는 앞서 본 여러 증거들의 증명력을 배척하기에 충분하지않다고 할 것이다.
바.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훈소현상 등 앞에 설시한 여러 가지 상황에 관하여 감정 등을 통하여 제3자의 범행가능성을 좀더 심리함과 아울러 피해자 1이 사망 당시 콘택트렌즈를 착용하고 있게 된 연유에 관하여도 심리를 더한 끝에 피고인의 유죄에 관한 여러 증거들의 종합적 증명력을 따져보아야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의 유죄에 관한 여러 증거들의 개별적인 증거가치와 예외적인 현상만으로 그 증명력을 모두 배척한 끝에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있으므로, 이는 결국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채 증거판단을 하여 채증법칙을 위반함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저지른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상고이유 중 이 점을 지적하는 부분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케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