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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고등법원 2018.5.31.선고 2017누12887 판결
재결취소
사건

2017누12887 재결취소

원고

사조산업 주식회사

피고

중앙해양안전심판원장

변론종결

2018. 4. 26.

판결선고

2018. 5. 31.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중앙해양안전심판원이 2017. 7. 19. 원고에 대하여 한 중앙해심 제2017-014호 어선 A침몰사건의 재결 중 원고에 대한 시정명령 부분을 취소한다.

이유

1. 이 사건 해양사고의 발생 및 재결의 경과

가. 원고 소유의 어선 A(이하 '이 사건 선박'이라 한다)는 2014. 12. 1. 17:00경(현지 시각, 이하 같다) 러시아 수역 북태평양 베링해 수역에서 명태잡이 조업 중 침몰하여 선장 B을 포함한 승선원 60명(한국인 11명, 인도네시아인 35명, 필리핀인 13명, 러시아인 1명) 중 7명(인도네시아인 3명, 필리핀인 3명, 러시아인 1명)만 구조되었고, 나머지 53명이 사망 또는 실종되는 사고가 발생하였다(이하 '이 사건 해양사고'라 한다). 나. 중앙해양안전심판원(이하 '심판원'이라 한다)은 2017. 7. 19. 이 사건 해양사고에 관하여 '이 사건 해양사고는 기상이 악화된 베링해에서 예비부력이 확보되지 않은 이 사건 선박이 큰 파도가 상갑판으로 올라오는 상황에서 양망한 어획물을 무리하게 피쉬 벙커에 넣은 작업을 함으로써 다량의 해수가 어획물처리실로 유입되었고, 이후 부적절한 조선 및 비상대응으로 유압제어실 및 타기실이 침수되어 조종불능상태가 되고 선외 밸브가 탈락된 오물배출구와 열린 피쉬벙커 덮개를 통해 해수가 유입됨으로써 이 사건 선박의 복원력 및 부력이 상실되어 발생한 것이나, 선박소유자인 원고가 선원 · 안전관리를 소홀히 함으로써 최소승무정원을 승선시키지 아니하는 등 자격 미달의 선원으로 하여금 이 사건 선박을 운항토록 한 것도 일인이 된다. 다수의 인명 사고가 발생한 것은 선장이 퇴선을 명하지 아니하고, 소유자가 소극적으로 대처함으로써 선원들의 퇴선이 적기에 이루어지지 않아 발생한 것이다. 해양사고관련자 원고에게 시정할 것을 명한다.는 내용의 이 사건 원인규명재결 및 시정명령재결(이하 심판원이 원고에게 한 시정명령을 '이 사건 시정명령'이라 한다)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의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시정명령재결의 적법 여부

가. 이 사건 해양사고와 관련하여 원고에게 귀책사유가 없다는 주장 등에 관한 판단

1) 원고의 주장

가) 해양사고의 조사 및 심판에 관한 법률(이하 '해양사고심판법'이라 한다)에 따라 심판원이 해양사고관련자에게 시정권고 또는 시정명령을 하기 위해서는 해양사고관련자에게 해양사고와 관련한 고의 또는 과실이 인정되어야 하고, 해양사고관련자의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행위가 해양사고의 주된 원인이어야 한다.

나) 심판원은 선박소유자인 원고의 선원 안전관리 소홀이나 소극적인 대처가 이 사건 해양사고의 한 원인이 되었다고 판단하고 이 사건 시정명령 재결을 하였다. 그러나 이 사건 해양사고는 순간적으로 이 사건 선박 내부로 유입된 다량의 해수와 어획물로 인해 이 사건 선박이 조타능력을 상실하게 된 1차 원인과 이후 이 사건 선박이 비상조타를 하기 전에 큰 파랑을 만난 2차 원인이 결합하여 발생한 것으로 천재지변으로 인한 불가항력적인 사고이다.

다) 따라서 이 사건 해양사고와 관련하여 원고에게 고의 또는 과실이 인정되지 않고, 설사 일부 고의 또는 과실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한 행위는 이 사건 해 양사고의 주된 원인이 아니므로 이 사건 시정명령 재결은 위법하다.

2) 인정사실

가) 총톤수 1,753t, 기관출력 3,238W, 길이 76m, 너비 13m, 깊이 8.4m인 선령 36년의 원양트롤어선인 이 사건 선박은 2014. 7. 10. 14:00경 선장 B을 포함한 선원57명(한국인 11명, 필리핀인 13명, 인도네시아인 33명)이 승선한 가운데 평균 흘수 6.39m로 부산감천항을 출항하여 북태평양 베링해 어장으로 향하였다. 이후 이 사건 선박에는 인도네시아인 선원 2명과 러시아 감독관 1명이 더 승선하였다.

나) 이 사건 선박은 2014. 7. 22. 01:00경 북태평양 베링해 어장(북위 61도 10분 00초·서경 179도 24분 00초)에 도착하였다. 이 사건 선박은 북태평양 베링해 해상에서 매일 2차례 투망-예망-양망의 조업을 하여 어획한 명태를 어창에 적재하였다가 어획물 운반선에 어획물을 옮겨 싣고 연료유 등을 받는 방법으로 조업을 계속하였다.

다) 이 사건 선박 왼편 만재홀수선으로부터 70cm 위쪽에는 오물배출구가 있고, 오물배출구에는 선외밸브(규격: 두께 10mm, 가로 53cm, 세로 70cm)가 설치되어 있다.이 오물배출구의 선외밸브는 평상시 닫혀 있다가 이 사건 선박에서 오물을 배출할 때 오물의 무게에 의해 자동으로 열리게 된다. 이 사건 선박이 북태평양 베링해로 이동할 때는 선외밸브가 설치되어 있었으나, 이 사건 선박이 북태평양 베링해에서 조업을 하던 2014. 9. 중순경 거센 파도에 의해 선외 밸브가 떨어져 나갔다. 이후 이 사건 선박의 선원들은 선외밸브를 수리하지 않고 조업을 계속하였다.

라) 선장 B은 2014. 12. 1. 05:00경 오후부터 기상이 악화될 것이라는 예보를 받았지만, 당시 해상상태가 초속 10m의 동풍이 불고 파고가 2m 정도여서 조업을 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투망을 한 후 예망을 시작하였다.

마) 2014. 12. 1. 10:30경부터 해상상태가 초속 18m의 동풍과 파고 4m 정도로 악화되기 시작하였다. 선장 B은 해상상태가 악화되었음에도 같은 날 11:00경 양망을 지시하였고, 12:00경 그물 끝자루가 갑판 위로 올라왔다. 당시 이 사건 선박의 선미 갑판에 있던 갑판장은 선장 B에게 해수가 상갑판 위로 올라오는 상황에서 피쉬병커 덮개를 열면 위험해질 수 있으므로 열지 말자고 건의하였다. 그러나 선장 B은 12:06 경상갑판 위로 해수가 올라오는 상황이지만 속력을 최대한 올려서 항해하면 파도를 감당할 수 있으리라 판단하고 그물 끝자루를 들어 피쉬벙커에 어획물을 쏟아붓기 위하여 피쉬벙커 덮개를 개방하도록 지시하였다.

바) 이 사건 선박은 같은 날 12:10경 피쉬벙커 덮개를 개방하고 피쉬벙커에 어획물을 쏟아붓는 작업을 하였는데, 그 작업을 하는 동안 큰 파도가 2~3차례 갑판 위로 올라와 다량의 해수가 어획물과 함께 피쉬벙커 안으로 유입되었다. 이에 선장 B은 곧바로 피쉬벙커 덮개를 닫도록 지시하였으나, 그물이 피쉬벙커 덮개와 상갑판 사이에 끼면서 약 10cm 틈새를 이뤄 완전히 닫히지 않았고, 그 틈새를 통해 유입되는 다량의 해수와 어획물로 인해 같은 날 12:25경 피쉬벙커와 어획물처리실 사이의 격벽에 설치해 놓은 좌현 쪽 격벽 나무판자 일부가 파손되면서 어획물과 해수가 어획물처리실 안으로 한꺼번에 쏟아졌다. 그로 인해 이 사건 선박이 좌현 약 30도로 경사되었고, 문이 열려있던 유압제어실이 해수로 침수되어 유압펌프의 작동이 정지되었으며, 피쉬벙커 덮개는 유압 구동이 되지 않아 10cm 가량 닫히지 않은 상태에 놓이게 되었다.

사) 선장 B은 곧바로 이 사건 선박의 좌현 경사를 조절하기 위해 좌현 전타를 하였고, 그 결과 이 사건 선박은 같은 날 12:30경 풍파를 좌현 측으로부터 받게 되어 선체가 우현 약 30도로 경사되었다. 이 사건 선박이 우현 약 30도로 경사되자 열려있던 타기실로 해수가 유입되어 타기실 바닥에 설치된 타기의 유압펌프 구동용 전기모터가 합선으로 정지되었고, 이로 인해 좌현 전타 상태에서 있던 이 사건 선박의 타는 조타실에서 작동할 수 없게 되었다.

※ 이 사건 선박의 선내 침수 경로

아) 선장 B은 어획물처리실에 유입된 해수를 배출하도록 하였으나, 해수의 배출이 원활하지 않자 인근에 있던 선박인 C 및 D에게 이동용 잠수펌프 지원을 요청하였다. 같은 날 13:00경 좌현 측으로부터 풍파를 받으며 좌현 오물배출구로부터 해수가 이 사건 선박 선내로 유입되자 선장 B은 방수매트 등을 이용하여 이를 막도록 지시하였으나 효과가 없었고, 연료유를 우현 탱크에서 좌현 탱크로 이동시키고, 어창의 어획물을 우측에서 좌측으로 이동하며, 어획물처리실의 해수를 계속하여 배출한 결과 같은 날 14:00경 어획물처리실에 유입된 해수가 절반으로 줄어들었고 선체 경사가 개선 되었다.자) 선장 B은 같은 날 14:30경 어획물처리실로 직접 내려가 오물배출구가 풍상 측에 위치하고 오물배출구를 통해 해수가 계속 유입되어 침수량이 줄어들지 아니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같은 날 15:00경 이 사건 선박의 오물배출구가 풍하 측에 위치하도록 선박을 180도 선회시키기 위하여 유압장치의 고장으로 타가 좌현 전타 위치에 고정된 상태에서 주기관을 사용하여 이 사건 선박을 좌현으로 선회시켰다. 그러나 이 사건 선박은 풍파를 우현 측에서 받기 시작한 후 침로가 약 030도일 때 선체가 갑자기 대각도 좌현 경사하였다.

차) 이에 선장 B은 주기관을 사용하여 선체를 선회시켜 다시 풍파를 이 사건 선박의 좌현 측에서 받도록 시도하였으나, 이미 이 사건 선박은 선체가 45도 이상 좌현으로 경사하였고 어획물을 좌현 쪽에서 우현 쪽으로 옮기는 작업도 불가하였으며, 오물배출구가 수면 아래로 잠기면서 선내 해수 유입량 증가로 선체 경사가 가중되며 같은 날 15:30경 이 사건 선박의 선미 좌현 상갑판 일부가 수면에 잠기기 시작하였다. 카) 이 사건 선박은 같은 날 16:00경 좌현 쪽에 설치된 구명뗏목 3개가 수면에 잠기면서 자동으로 이탈하였으나, 선장 B은 선원들에게 퇴선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타) 러시아 감독관과 기관장은 선원들에게 "All People Out(퇴선하라)"이라고 소리를 쳤고, 러시아 감독관은 조타실에 비치되어 있던 방수복을 입고 퇴선하였으며, 선원들은 침몰 직전 펼쳐진 구명벌에 일부 옮겨 타기도 했지만, 대부분 차가운 바다에 뛰어내리거나 파도에 휩쓸려갔다. 파) 이 사건 사고로 선원 59명과 러시아 감독관 1명 중 러시아 감독관 1명, 필리핀 선원 3명 및 인도네시아 선원 3명 합계 7명은 어선 C 및 D에 의해 구조되었으나, 나머지 선원 53명은 사망(27명) 또는 실종(26명)되었다. 하) 심판원은 '원고가 이 사건 해양사고 이후 "조업선박 안전수칙 매뉴얼"을 작성하여 소유 선박에 배부하는 등 일부 시정을 하였으나, 선원의 승무자격 교육훈련 이수 현황 파악하여 자격을 갖춘 선원이 승선하도록 하는 절차와 승선 중 선원의 안전교육 및 비상훈련 실시 여부를 적절히 관리·감독하는 등 선원 안전관리 등을 포함한 체계적인 원양어선 안전관리대책을 수립하여 시행하고, 비상시 선장에게 더욱 구체적이고 효과적인 기술적 지원을 제공하는 등 회사의 안전관리방법에 대한 시정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는 이유로 원고에게 이 사건 시정명령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호증, 을 제1호증의 각 기재(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변론 전체의 취지

3) 판 단

가) 해양사고심판법 제5조 제3항, 제2조 제3호에 따르면, 심판원은 필요하면 해 기사 또는 도선사 외에 해양사고의 원인과 관계있는 사람에게 시정 또는 개선을 권고하거나 명하는 재결을 할 수 있는데, 이때 시정 또는 개선할 사항은 해양사고의 원인과 관련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해양사고심판법은 자유심증주의를 채택하고 있고, 형사소송절차와 유사한 심리 구조를 택하면서도 증거능력에 관한 규정을 두지 아니하고 있다. 해양사고의 원인과의 관련성이란 본래 불확정 개념으로서 그에 관하여는 행정청인 심판원에 판단 여지가 인정될 수밖에 없다. 결국, 심판원이 시정·개선을 명할 사항과 해양사고 간의 관련성은 반드시 엄격한 인과관계의 틀에 구속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해양사고가 남긴 교훈을 살려 향후 유사한 해양사고의 방지 및 안전 확보를 도모한다는 관점에서 시정 개선 명령이 해양사고관련자에게 객관적으로 귀속될 수 있는지의 규범적·법적 문제로 파악하여야 한다(대법원 2015. 12. 10. 선고 2012추244 판결 등 참조).

나) 먼저 이 사건 해양사고의 원인에 관하여 살피건대 앞서 본 사실 및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해양사고는 이 사건 선박의 예비부력이 확보되지 않은 물적 원인, 선장 B 연속된 오판, 선원들의 침수위기 상황에 대한 대처 미흡 등 인적 원인이 결합하여 발생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1) 이 사건 선박은 오물배출구의 선외밸브가 탈락되고 만재흘수선을 초과하여 예비부력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조업을 하였고, 이처럼 예비부력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베링해의 기상이 악화된 것이 이 사건 해양사고의 한 원인이 되었다. (가) '만재흘수선'이라 함은 선박이 안전하게 항해할 수 있는 적재한도의 홀수선으로 여객이나 화물을 승선 또는 적재하고 안전하게 항해할 수 있는 최대한도를 나타내는 선으로 선박은 만재흘수선을 표시한 경우 만재흘수를 초과하여 운항하여서는 아니 된다. 이 사건 선박은 경하중량이 2,487.24t이고, 하기 만재흘수 6.35m에서 배수량이 3,398.49t이므로 항해 및 조업 중 하기 만재흘수 및 배수량을 초과하면 아니 된다.

그런데 이 사건 선박은 2014. 7. 10. 부산감천항에서 북태평양 어장에서의 조업을 위해 출항할 당시 연료유 670.8t, 윤활유 14.7t 및 청수 등 기타 259.2t을 적재하여 추정배수량이 3,431.84t으로 이에 상응하는 흘수가 6.39m 이므로 하기 만재흘수를 초과한 상태에서 출항하였다. 또한 이 사건 선박은 이 사건 해양사고가 발생한 2014. 12. 1. 어창에 적재된 어획량이 315t으로서 배수량이 약 3,529t이고 이에 상응하는 흘수가 6.51m로 하기 만재흘수를 초과한 상태였다.

(나) 이 사건 선박의 오물배출구는 상갑판으로부터 약 2m 아래에 있어 선외밸브가 탈락될 경우 이 사건 선박에 오물배출구의 크기만큼 파공이 생긴 것과 동일한 상황으로 해수가 선내로 유입될 수 있어 예비부력을 상실하게 된다.이 사건 선박에 설치되어 있던 오물배출구의 선외밸브는 2014. 9. 중순경 거센 파도에 의해 선외밸브가 떨어져 나갔으나 이 사건 선박의 선원들은 이 사건 해양사고가 발생할 때까지 선외밸브를 수리하지 않고 조업을 계속하였다.

(2) 선장 B의 아래와 같은 부적절한 판단이 이 사건 해양사고의 한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가) 겨울철 베링해의 기상은 저기압이 자주 발생하여 파도가 높게 일어나고 해수 온도가 영하에 가까워 조업하는 어선은 항상 기상 상황 변화를 예의 주시하며 기상이 악화되기 이전에 피항하여야 한다. 만재흘수선을 초과되고 오물배출구의 선외 밸브가 탈락된 선박은 예비부력이 확보되지 않아 기상이 악화될 경우 침몰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사전에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여야 한다. 또한 이 사건 선박의 어획물처리실 좌·우현에는 유압제어실과 타기실이 있는데 위 장소가 침수될 경우 유압으로 구동하는 기기를 작동할 수 없고, 타를 작동할 수 없으므로 기상이 악화되어 해수가 유입될 우려가 있다면 유압제어실 및 타기실의 침수를 예방하기 위해 출입문을 닫아두어야한다.

그런데 선장 B은 2014. 12. 1. 05:00경 오후부터 기상이 악화될 것이라는 예보를 받았음에도 오물배출구의 선외밸브를 고치거나 유압제어실과 타기실의 문을 닫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기상 상황이 악화된 이후에도 별다른 조치 없이 조업을 계속 진행하였다.

(나) 선장 B은 오후부터 기상이 악화될 것이라는 예보를 받았음에도 조업을 강행하였고, 이후 2014. 12. 1. 10:30경부터 동풍이 초속 18m, 파고 약 4.0m로 기상이 실제로 악화되었음에도 무리하게 조업을 계속 진행하였다. 이후 사고 당일 12:00경 양망 작업 후 갑판장이 피쉬벙커 덮개를 여는 것이 매우 위험하니 열지 말자고 건의하였으나, 선장 B은 그 건의를 무시한 채 피쉬벙커 덮개를 열어 어획물을 피쉬벙커에 넣도록 지시하였고, 선원들은 평소 3분이면 마칠 수 있는 작업을 약 30분 동안 수행하였는데, 위와 같은 작업을 지시하는 동안 다량의 해수가 어획물과 함께 피쉬벙커에 유입되었고, 이때의 해수유입이 이 사건 해양사고의 주된 원인이 되었다.

(다) 이 사건 선박은 16:00경 좌현 쪽에 설치된 구명뗏목 3개가 수면에 잠기면서 자동으로 이탈하는 등 침몰하기 직전의 상황이었으나 선장 B은 선원들에게 퇴선 명령을 내리지 않았고, 선장 B의 시기에 늦은 퇴선 결정이 대형 인명 피해의 한 원인이 되었다.

(3) 선원들이 이 사건 선박이 침몰하는 위기상황에서 적절한 퇴선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 역시 대형 인명 피해의 한 원인으로 보인다. 선원이 비상상황에 적절히 대처하기 위해서는 평상시 비상훈련을 주기적이고 반복적으로 실시하여야 한다. 원고가 작성한 선박안전관리매뉴얼에는 '운항 중 매월 10일마다 선내 비상교육훈련을 실시하고, 매월 1회 훈련결과보고서를 회사에 제출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었지만, 이 사건 선박이 2014. 7. 10. 부산감천항을 출발하여 이 사건 해양사고가 발생할 때까지 1등항해사가 전 선원을 대상으로 이동용 소화기 사용법과 구명동의 착용법 등에 대한 교육을 1회만 실시하였을 뿐 다른 비상훈련을 실시하지 않았다. 이처럼 선원들은 비상훈련 미흡으로 스스로 퇴선하여야 할 상황에서 비상배치표에 따른 직무를 수행하며 적절한 퇴선조치를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다) 다음으로 이 사건 시정명령의 적법성에 관하여 살피건대,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원고가 관계 법령이 정한 선박직원을 이 사건 선박에 승선시키지 않고 조업을 하게 한 것이 선장 B과 선원들의 과실과 무관하다고 볼 수 없고, 원고가 선원의 안전교육 및 비상훈련 실시 여부를 적절히 관리·감독하는 등 선원 · 안전관리 등을 포함한 체계적인 원양어선 안전관리 대책을 수립하여 시행하고, 비상상황에서 선장에게 더욱 구체적이고 효과적인 기술적 지원을 한다면 향후 대형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해 양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고 보이므로 이 사건 해양사고가 남긴 교훈을 살려 향후 유사한 해양사고의 방지 및 안전 확보를 도모한다는 관점에서 한 이 사건 시정명령에 어떠한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

(1) 선박직원법 제11조, 선박직원법 시행령 제22조 제1항, 제2항, 제7항, [별표 3], [별표4]에 의하면, 아래 표와 같이 이 사건 선박에는 9명의 자격을 갖춘 선박직원 이 승선하여야 한다. 그런데 원고는 이 사건 선박이 2014. 7. 10. 부산감천항에서 북태 평양 베링해 어장으로 출발할 때 아래 표와 같이 6명만 승선하도록 하였고, 그 6명의 선박직원 중 자격요건을 충족한 선박직원은 1등항해사와 3등항해사 2명뿐이었다. 특히 원고는 이 사건 선박의 선장 B이 관련 법령에서 요구하는 자격을 갖추지 못하자 관련 서류에는 1등항해사로 기재하고, 이 사건 선박에 승선하지도 않은 다른 사람을 선장으로 기재한 후 부산지방해양수산청에 승선공인을 신청하여 승인을 받았다.

원고가 관계 법령에서 정한 자격 미달의 선장을 비롯한 선원들로 하여금 이 사건 선박을 운항하게 한 것은 앞에서 본 이 사건 선박의 선장 B이나 선원들의 과실과 무관하다고 보기 어렵다(대법원 2004. 4. 16. 선고 2003추20 판결 참조).

(2)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선박에서 주기적인 안전훈련이 시행되지 않은 것은 대규모 인명 피해의 한 원인이다. 비록 선장 B은 실제 안전훈련을 실시하지 않았음에도 원고에게 매월 1회 안전훈련을 실시하였다는 훈련결과보고서를 제출하였다. 이 사건 선박 외에 원양어선에서는 안전훈련이 형식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원고 역시 원양어선에서 안전훈련이 형식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음에도 이를 방치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3) 선장 B은 이 사건 선박이 침몰할 위험에 처했음에도 적시에 퇴선명령을 내리지 않았고, 원고 역시 선장이 옳은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원고가 비상상황에서 선장이 적절한 판단과 조치를 할 수 있도록 선장에게 기술적 지원을 하는 것은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대형 인명 사고 등을 막기 위한 적절한 방법 중 하나로 보인다.

라) 결국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이 사건 해양사고와 관련한 개선조치를 모두 마쳤으므로 이 사건 시정명령은 위법하다는 주장에 관한 판단

1) 원고의 주장

가) 원고는 이 사건 해양사고 이후 조업선박 안전수칙 매뉴얼을 작성하여 선박에 비치하거나 선원들이 휴대할 수 있도록 하였고, 안전점검 및 보고체계를 강화하였으며, 원고 내부적으로 선원 자격 관련 법규를 지켜 필수 승선인원을 충족하여야 출항하도록 하는 등의 조치를 모두 마침으로써 이 사건 해양사고의 원인과 관련한 개선조치를 모두 마쳤다.

나) 이처럼 원고가 이 사건 해양사고와 관련하여 문제된 부분을 충분히 개선하였음에도 심판원이 원고에게 이 사건 시정명령을 한 것은 위법하다.

2) 판 단

가) 이 사건 시정명령이 위법하기 위해서는 원고가 주장하는 조치들이 이 사건 시정명령 당시 이미 이루어져 있었고 그 조치들이 안전관리체제의 수립·시행 등으로 보기에 충분한 것이라고 인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11. 2. 24. 선고 2009추15 판결 참조).

(1) 갑 제6 내지 9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원고는 이 사건 해양사고 이후 영어, 필리핀어, 인도네시아어, 중국어, 베트남어 등으로 작성된 선박안전관리 매뉴얼(갑 제6호증)을 선박에 비치한 사실, 원고 소유 선박들에 안전관리 점검표를 작성하고 선장 주관으로 점검 및 훈련을 실시하며 이를 본사에 보고하도록 한 사실은 인정된다.

(2) 그러나 원고가 이 사건 시정명령 당시 원고 소유의 원양어선이 관련 법령에 따른 승무정원 등을 충족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선원관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고, 원고가 단순히 선장 등에게 안전관리 점검표를 작성하도록 지시한 것에서 나아가 원양어선에서 안전교육이나 비상훈련이 실질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조치를 취했다는 사실을 인정할 증거도 없다. 또한 원고는 선장의 책임으로 황천으로 인한 해면상태 악화 시 무리한 조업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내용의 선박안전관리 매뉴얼을 작성하여 배포하였을 뿐 원양어선의 위험상황이 발생하였을 때 구체적이고 효과적인 기술적 지원을 제공할 수 있는 안전관리조치를 마련하였음을 인정할 증거 역시 없다.

나) 결국 원고의 이 부분 주장 역시 이유 없다.

3.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판사허용석

판사김홍섭

판사허승

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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