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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4. 4. 16. 선고 2003추20 판결
[해양심판재결취소][공2004.5.15.(202),818]
판시사항

[1] 해양사고조사및심판에관한법률상 시정 또는 개선 권고재결의 경우, 시정 또는 개선할 사항과 해양사고의 원인 사이에 관련이 있어야 하는지 여부(적극) 및 그 판단 기준

[2] 선박 충돌사고시 과실이 가벼운 쪽 선박의 관련자에게도 시정권고재결을 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3] 시정할 사항과 해양사고 원인 간에 관련이 있다고 본 사례

판결요지

[1] 각급 해양안전심판원은 해기사 또는 도선사 이외의 자로서 해양사고의 원인에 관계있는 자에 대하여 시정 또는 개선을 권고하거나 명하는 재결을 할 수 있는바( 해양사고조사및심판에관한법률 제5조 제2항 , 제3항 ), 이 때 시정 또는 개선할 사항은 해양사고의 원인과 관련이 있어야 할 것이지만, 한편 해양사고조사및심판에관한법률이 자유심증주의를 채택하고 있고 형사소송절차와 유사한 심리 구조를 택하면서도 증거능력에 관한 규정을 두지 아니하고 있는 점, 해양사고의 원인과의 관련성이란 본래 불확정 개념으로서 그에 관하여는 행정청인 중앙해양안전심판원에 판단 여지가 인정될 수밖에 없는 점, 특히 시정이나 개선의 권고 재결의 경우 그에 따르지 아니하더라도 이를 강제할 아무런 수단이 없어 법적 구속력 없는 행정지도상의 의견으로 볼 수밖에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시정·개선을 권고할 사항과 해양사고 간의 관련성은 반드시 엄격한 인과관계의 틀에 구속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당해 해양사고가 남긴 교훈을 살려 향후 유사한 해양사고의 방지 및 안전 확보를 도모한다는 관점에서 시정이나 개선 권고 등이 해양사고 관련자에게 객관적으로 귀속될 수 있느냐는 규범적·법적 문제로 파악함이 상당하다.

[2] 선박 충돌사고의 경우 과실이 무거운 쪽 선박의 관련자에게만 시정권고재결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과실이 가벼운 쪽 선박의 관련자이더라도 그에게 시정이나 개선을 할 사항이 있고 그러한 사항과 해양사고 간에 관련성이 있다고 볼 만한 합리적 근거가 있는 이상, 시정권고재결을 할 수 있다.

[3] 시정할 사항과 해양사고 원인 간에 관련이 있다고 본 사례.

원고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국제 담당변호사 이원철 외 2인)

피고

중앙해양안전심판원장

원심재결

중앙해양안전심판원 2003. 6. 27.자 중해심 제2003-6호 재결

변론종결

2004. 2. 26.

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는 사실

원고 소유의 남일호는 2,200마력 디젤기관 1기를 장치한 부산광역시 선적의 2,479.04t급 강조(강조) 연해구역 일반 화물선으로서 주로 동해항과 포항항 사이를 운항하여 온 사실, 남일호가 2002. 4. 25. 새벽 포항항으로 입항하던 중, 02:07경 북위 36°05′39″, 동경 129°28′36″지점의 해상에서 일체형 압항선인 대한 1호의 압항 부선 대한 2호(이하 연결된 두척의 배를 합하여 부를 때는 '대한 1호'라고만 한다)의 구상선수부(구상선수부)와 남일호 선체 중앙에서 약 10m 전방의 우현(우현)측 외판이 양쪽 배의 선수미선(선수미선) 교각(교각) 80~90°로 충돌한 사실(이하 '이 사건 해양사고'라고 한다), 그로 인하여 남일호가 침몰하여 그 선장 소외 1 이하 선원 7명이 구조되지 못한 채 사망하고, 대한 2호는 구상선수부의 외판과 부재 일부가 안쪽으로 만곡되는 등의 손상을 입은 사실, 이에 대하여 동해지방해양안전심판원이 2002. 11. 28. 재결(동해심 제2002-29호, 이하 '제1심재결'이라 한다)을 통하여, 이 사건 해양사고는 횡단하는 상태에서 대한 1호측이 미리 피항동작을 취하지 아니하고 남일호의 접근 방향으로 부적당하게 변침하여 발생한 것이지만 남일호측이 적절한 피항협력동작을 취하지 아니한 것도 한 원인이 된다고 판단한 사실, 원고는 제1심재결에 대하여 불복하지 아니하였으나 제1심재결에서 5급항해사 업무를 4월간 정지당한 대한 1호측의 소외 2가 해양사고의조사및심판에관한법률(이하 '해양사고심판법'이라 한다) 제58조 의 규정에 의하여 제1심재결에 불복한 사실, 이에 따라 중앙해양안전심판원이 2003. 6. 27. 재결(중해심 제2003-6호, 이하 '원 재결'이라고 한다)을 통하여, 이 사건 해양사고는 위 두 선박이 서로 우현 대 우현으로 항과(항과)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남일호측이 근접상태에서 상대선의 진로 전방으로 대각도 우(우) 변침함으로써 발생한 것이나, 대한 1호측이 조기에 피항협력동작을 취하지 아니한 것도 한 원인이 되었다고 인정함과 아울러 남일호의 선주인 원고에 대하여 관할 해양수산관청으로부터 승무정원의 인정을 받아 승무정원증서를 발급받지 아니하고 항해당직에 관한 상세한 기준을 작성·시행하지 아니하는 등 선원의 안전운항관리를 소홀히 한 점에 대하여 시정을 권고한 사실(이하 원 재결 중 시정을 권고한 부분만을 특정하여 '이 사건 재결'이라 한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

2. 원고의 주장

원고는 이 사건 해양사고가 기본적으로 대한 1호 승무원들의 운항상 과실로 인하여 발생한 것임에도, 피고가 원 재결에서 이 사건 해양사고가 주로 남일호 승무원들의 운항상 과실에서 비롯되었음을 전제로 이 사건 재결을 하였으므로, 이 사건 재결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3. 판 단

가. 각급 해양안전심판원은 해기사 또는 도선사 이외의 자로서 해양사고의 원인에 관계있는 자에 대하여 시정 또는 개선을 권고하거나 명하는 재결을 할 수 있는바( 해양사고심판법 제5조 제2, 3항 ), 이 때 시정 또는 개선할 사항은 해양사고의 원인과 관련이 있어야 할 것이지만, 한편 해양사고심판법이 자유심증주의를 채택하고 있고( 위 법 제51조 ) 형사소송절차와 유사한 심리 구조를 택하면서도 증거능력에 관한 규정을 두지 아니하고 있는 점, 해양사고의 원인과의 관련성이란 본래 불확정 개념으로서 그에 관하여는 행정청인 중앙해양안전심판원에 판단 여지가 인정될 수밖에 없는 점, 특히 시정이나 개선의 권고 재결의 경우 그에 따르지 아니하더라도 이를 강제할 아무런 수단이 없어 법적 구속력 없는 행정지도상의 의견으로 볼 수밖에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시정·개선을 권고할 사항과 해양사고 간의 관련성은 반드시 엄격한 인과관계의 틀에 구속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당해 해양사고가 남긴 교훈을 살려 향후 유사한 해양사고의 방지 및 안전 확보를 도모한다는 관점에서 시정이나 개선 권고 등이 해양사고 관련자에게 객관적으로 귀속될 수 있느냐는 규범적·법적 문제로 파악함이 상당하다 .

또한, 선박 충돌사고의 경우 과실이 무거운 쪽 선박의 관련자에게만 시정권고재결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과실이 가벼운 쪽 선박의 관련자이더라도 그에게 시정이나 개선을 할 사항이 있고 그러한 사항과 해양사고 간에 관련성이 있다고 볼 만한 합리적 근거가 있는 이상, 시정권고재결을 할 수 있는 것이다 .

나. 갑 제1, 2호증, 갑 제3호증의 1부터 8까지 및 을 제1, 2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의 전 취지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들을 인정할 수 있고, 달리 반증이 없다.

(1) 원고는 2001. 6. 남일호의 소유권을 취득하였으나 관할 해양수산관청으로부터 선원법 제64조 의 규정에 따라 승무정원의 인정을 받거나 승무정원증서를 발급받지 아니하였다.

(2) 남일호는 2002. 4. 24. 16:45경 묵호항에서 선장 소외 1 이하 선원 8명이 승무한 가운데 석회석 3,915t을 적재하고 출항한 후 포항항으로 가고자 선장 소외 1이 당직을 맡아 항해를 하기 시작하였으며, 당시 이 선박의 항해당직체계는 23:00~03:00 1등 항해사 소외 3과 조타수 소외 4, 03:00~07:00 갑판장 소외 5, 07:00~11:00 선장 소외 1이 각 항해당직을 맡는 3직제로 운항하였다. 그러나 위와 같은 당직체계는 원고와는 무관한 것으로 원고는 남일호에 관하여 선원법 제130조의3 제1항 제2호 가 요구하는 항해당직에 관한 상세한 기준을 작성하거나 시행한 적이 없고, 선원들에 대하여도 안전운항을 위한 별다른 관리 행위를 한 바 없다.

(3) 남일호는 위와 같이 출항한 이후 예정항로를 따라 전속 약 10노트로 항해하다가 1등 항해사 소외 3 및 조타수 소외 4가 항해 당직 중이던 2002. 4. 25. 01:07경 포항지방해양수산청 항만교통정보센터(이하 '센터'라 한다)에 호출부호, 적재한 화물의 종류 및 입항절차에 필요한 제반 사정에 대한 입항예정보고를 하고, 센터로부터 포항항 제2 구역에 위치한 M-7 묘박지(묘박지)에 정박하도록 허가를 받은 다음 같은 날 01:17경 진침로(진침로) 약 172°상태에서 화진리 봉화산 동쪽 약 4.4마일의 해상을 통과하였고, 01:45경 작도 동쪽 약 4.5마일 지점에서 침로(침로)를 약 174°로 조정하였으며, 01:51경 침로를 다시 179°로 정하고 항해하였다.

(4) 이어 남일호는 같은 날 01:55경 달만갑으로부터 약 68°방향 약 2.9마일 지점의 해상에서 침로를 182°로 조정하였고, 01:56경 선수(선수) 우현 약 20°방향, 약 3.0마일 거리에서 항해하여 오는 위 대한 1호를 처음 인지하였다.

(5) 남일호는 같은 날 01:58경 포항항 항계(항계) 내로 진입하면서 센터에 달만갑을 통과한다는 보고를 하고 침로를 약 190°로 변침(변침)한 후, 02:01경 선수 우현 약 22°방향, 약 1.5마일 거리에서 대한 1호로부터 초단파 통신으로 "우현 대 우현"으로 통과하자는 제의를 받았으나 "좌현 대 좌현"으로 통과하여야 한다고 응답한 후 통과방법에 관한 이견을 해소하지 못한 상태에서, 그대로 진행하면 대한 1호와의 근접통과 거리가 약 0.7마일 거리로 서로 충돌의 위험이 없이 우현 대 우현으로 항과할 수 있었음에도 묘박지인 M-7번으로 가고자 침로를 다시 약 198°로 조정한 후 02:02경 침로를 다시 약 213°로 대각도 우 변침하여 그대로 근접 상태에서 상대 선박의 진로 전방으로 항해하게 되었다.

(6) 그 후 남일호는 같은 날 02:03경 상대선이 선수 우현 약 7°방향, 약 1.05마일 거리에서 침로와 속력을 유지하고 탐조 등을 비추면서 접근하고 있었음에도 다시 침로를 약 227°로 대각도로 조정하여 항해하다가 02:06경 상대선이 아무런 방위의 변화없이 약 0.3마일로 다가오자 다급한 나머지 최대한 왼쪽으로 조타하였으나 피하지 못하고 선수가 약 180°로 가리킬 때인 2002. 4. 25. 02:07경 여남갑 등대로부터 진방위 065°방향, 약 2.96마일 해상의 북위 36°05′39″, 동경 129°28′36″지점의 해상에서 선체 중앙으로부터 약 10m 전방의 우현측 외판과 상대 선박(대한 2호)의 구상선수부가 양쪽 선박의 선수미선 교각 80~90°로 충돌하기에 이르렀다.

다. 위에서 인정한 사실들과 앞서 본 법리들에 의하면, 사고 당시 남일호의 항해당직자들에게는 최소한 통과방법에 관한 상대선 측과의 의견 불일치를 해소하지 아니한 상태에서 상대선의 의사를 추가 확인하려는 노력 없이, 양 선박 간의 간격이 1마일 정도에 불과한 상황에서 양 선박의 충돌을 막기 위한 조치를 제대로 강구하지 아니한 채 운항을 계속한 과실이 전혀 없다고는 도저히 볼 수 없고, 이러한 운항상 과실은, 양 선박 간의 과실의 경중이나 구체적 비율은 별론으로 하고, 대한 1호측의 운항상 과실과 함께 이 사건 해양사고의 발생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이며, 나아가 선박에는 그 규모에 맞추어 법정 자격요건을 갖춘 선원을 갑판부와 기관부의 항해당직 부원으로 승무시켜야 하고( 선원법 제63조 ), 그 준수를 위하여 필요한 선원의 정원(승무정원)을 정하여 해양수산관청의 인정을 받은 후 승무정원증서를 교부받도록 되어 있는 점( 같은 법 제64조 ), 선원의 훈련·자격증명 및 당직근무의 기준에 관한 국제협약의 적용을 받는 선박소유자는 선박운항의 안전을 위하여 같은법시행규칙 제59조의2 제2항 및 동 [별표 5] "항해당직 기준의 작성요령"에 따라 항해당직에 관한 상세한 기준의 작성·시행을 이행하여야 하는 점( 같은 법 제130조의3 제1항 제2호 )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관할 해양수산관청으로부터 남일호의 승무정원을 인정받지 아니하고 항해당직에 관한 상세한 기준의 작성·시행을 이행하지 아니하는 등 선원의 안전운항관리를 소홀히 한 것이 위와 같은 남일호 승무원들의 운항상 과실과 무관하다고 보기 어렵다.

라. 결국, 남일호의 소유자인 원고에게 위와 같은 미비사항의 시정을 권고한 이 사건 재결에 처분 취소의 원인이 될 만한 어떠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4.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패소자인 원고가 부담하도록 정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용우(재판장) 조무제 이규홍 박재윤(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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