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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1. 2. 24. 선고 2009추15 판결
[재결취소][공2011상,648]
판시사항

[1] 예인선단과 대형 유조선의 충돌로 발생한 이른바 ‘태안반도 유조선 기름누출사고’와 관련하여 중앙해양안전심판원이 주 예인선 선장 갑에게 2급 항해사 면허 취소, 예인선단장 을에게 시정권고의 재결을 한 사안에서, 갑과 을의 과실을 인정하고, 나아가 갑의 2급 항해사 면허를 취소한 것이 재량권의 일탈·남용에 해당하지도 않는다고 한 사례

[2] 해양안전심판원이 해기사 또는 도선사 이외의 자로서 해양사고의 원인에 관계 있는 자에게 구 해양사고의 조사 및 심판에 관한 법률 제5조 제3항 에 따라 시정 또는 개선을 권고하는 재결을 하는 경우, 시정·개선을 권고할 사항과 해양사고의 원인 사이에 관련성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

[3] 예인선단과 대형 유조선의 충돌로 발생한 이른바 ‘태안반도 유조선 기름누출사고’와 관련하여 중앙해양안전심판원이 예인선단의 임차인인 갑 회사에 대하여 안전관리체제를 구비하도록 개선권고를 하는 내용의 재결을 한 사안에서, 비록 을 회사에 선박의 관리 및 운항을 위탁하였다고 하더라도 갑 회사가 여전히 예인선단의 운항자이므로, 개선권고 처분은 적법하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2007. 12. 7. 충남 태안군 원북면 신도 남서쪽 약 6마일 해상에서 주 예인선, 보조예인선, 기중기 부선, 닻 작업선으로 구성된 예인선단이 기상악화로 풍파에 밀리며 항해하다가 주 예인선의 예인줄이 끊어진 후 기중기 부선이 정박 중인 유조선과 충돌하면서 유조선의 유류탱크에 구멍이 뚫려 약 12,547kl의 원유가 누출된 해양사고와 관련하여 중앙해양안전심판원이 주 예인선 선장 갑에게 2급 항해사 면허 취소, 예인선단장 을에게 시정권고의 재결을 한 사안에서, 갑은 기상정보를 충분히 확인하지 않은 채 출항하고, 기상악화에 제때 대피하지 못하여 예인선단이 풍파에 밀려가는 상황이 되었는데도 비상 투묘를 하지 않은 채 무리한 항해를 계속하였으며, 북서풍이 불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정박 중인 유조선의 서쪽으로 통과하려고 시도하다가 위 사고를 일으킨 과실이 있고, 위 사고로 무려 12,547kl 가량의 원유가 누출되어 해양이 회복되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하게 손상되었고 그로 인한 인근 지역 주민들의 정신적·재산적 피해가 막대한 점 등을 고려하면, 갑의 2급 항해사 면허를 취소하는 것이 비례원칙에 위배되어 재량권의 일탈·남용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며, 을 역시 기상 상태를 수시로 면밀하게 파악하고 기상악화로 예인능력이 제한 또는 상실될 경우 예인선 선장들과 수시로 교신함으로써 예상되는 위험요소들을 미리 파악하고 필요한 조치를 적절한 시점에 시행하도록 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게을리한 과실이 있으므로, 위 재결이 적법하다고 한 사례.

[2] 각급 해양안전심판원은 해기사 또는 도선사 이외의 자로서 해양사고의 원인과 관계 있는 자에게 시정 또는 개선을 권고하거나 명하는 재결을 할 수 있는데, 이때 시정 또는 개선할 사항은 해양사고의 원인과 관련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구 해양사고의 조사 및 심판에 관한 법률(2009. 12. 29. 법률 제985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이 자유심증주의를 채택하고 있고( 제51조 ), 형사소송절차와 유사한 심리 구조를 택하면서도 증거능력에 관한 규정을 두지 아니하고 있는 점, 해양사고 원인과의 관련성이란 본래 불확정 개념으로서 그에 관하여는 행정청인 중앙해양안전심판원의 판단 여지가 인정될 수밖에 없는 점, 특히 시정·개선 권고 재결의 경우 그 이행을 강제할 법적 수단이 없어 법적 구속력에 한계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시정·개선을 권고할 사항과 해양사고 간의 관련성은 반드시 엄격한 인과관계의 틀에 구속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해양사고가 남긴 교훈을 살려 향후 유사한 해양사고의 방지 및 안전 확보를 도모한다는 관점에서 시정·개선 권고가 해양사고 관련자에게 객관적으로 귀속될 수 있는가 하는 규범적·법적 문제로 파악하여야 한다.

[3] 2007. 12. 7. 예인선단과 대형 유조선의 충돌로 발생한 이른바 ‘태안반도 유조선 기름누출사고’와 관련하여, 중앙해양안전심판원이 예인선단의 임차인인 갑 회사에 대하여 안전관리체제를 구비하도록 개선권고를 하는 내용의 재결을 한 사안에서, 갑 회사가 비록 을 회사에 선박들의 관리 및 운항을 위탁하였고, 그 위탁계약상 바다에서의 선박 운항에 관한 안전관리를 을 회사가 담당하게 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갑 회사가 주 예인선, 기중기 부선, 닻 작업선의 임차인이고 예인선단장과 주 예인선의 선장 등이 갑 회사의 통제·감독 아래 있었던 점 등에 비추어 갑 회사가 여전히 예인선단의 운항자이므로, 갑 회사에 대한 개선권고 처분은 적법하다고 한 사례.

원고

원고 1 외 3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케이앤씨 담당변호사 곽경직 외 2인)

피고

중앙해양안전심판원장

피고보조참가인

자스프릿 씽 차울라 외 1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손지열 외 6인)

변론종결

2011. 1. 13.

원심재결

중앙해양안전심판원 2008. 12. 4.자 중해심 제2008-26호 재결

주문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모두 원고들이 부담한다.

청구취지

중앙해양안전심판원의 2008. 12. 4.자 중해심 제2008-26호 재결 중 원고들에 대한 부분을 취소한다.

이유

1. 해양사고의 발생과 재결의 내용

다음 사실은 당사자들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을 제1호증의 기재에 의하여 이를 인정할 수 있다.

가. 2007. 12. 6. 14:50경 주 예인선 삼성 티(T)-5호 및 보조 예인선 삼호 티(T)-3호와 기중기 부선(부선) 삼성 1호, 닻 작업선 삼성 에이(A)-1호로 구성된 예인선단(이하 ‘이 사건 예인선단’이라 한다)이 인천대교 건설공사 현장을 떠나 원고 삼성중공업 주식회사(이하 ‘원고 삼성중공업’이라 한다)의 거제조선소를 향하여 항해하기 시작하였다.

나. 삼성 티-5호, 삼성 1호, 삼성 에이-1호는 원고 삼성중공업이 삼성물산 주식회사(이하 ‘삼성물산’이라 한다)로부터 임차하였다가 삼성물산의 인천대교 시공에 제공한 선박들로, 그 관리는 원고 보람 주식회사(이하 ‘원고 보람’이라 한다)에 위탁되어 있었다. 삼호 티-3호는 삼성물산이 삼호아이앤디 주식회사로부터 임차한 선박이었다. 원고 1은 삼성 티-5호의 선장, 원고 2는 삼성 1호의 선두(선두) 겸 예인선단장이었다.

다. 2007. 12. 7. 07:06경(최초 충돌 시각) 충남 태안군 원북면 신도 남서쪽 약 6마일 해상에서, 이 사건 예인선단이 기상 악화로 풍파에 밀리며 항해하던 중 삼성 티-5호의 예인줄이 끊어진 후 삼성 1호가 정박 중인 유조선 허베이 스피리트(HEBEI SPIRIT)호(이하 ‘이 사건 유조선’이라 한다)와 충돌하면서 이 사건 유조선의 유류탱크에 구멍이 뚫려 약 12,547㎘의 원유가 누출되는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다.

라. 중앙해양안전심판원은 2008. 12. 4.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고 1에 대하여 2급 항해사 면허 취소, 원고 2에 대하여 안전항해를 위하여 예인선 선장에게 선의의 조력을 하도록 시정권고, 원고 보람에 대하여 안전관리체제를 수립·시행하고 안전관리 전문가를 배치하도록 개선권고, 원고 삼성중공업에 대하여 안전관리체제를 구비하도록 개선권고를 하는 내용의 이 사건 재결을 하였다.

(1) 원고 1 : 주 예인선의 선장으로서, 예인항해검사가 부적절하게 실시되었는데도 검사서에 이의 없이 서명하였을 뿐만 아니라, 검사 내용과 달리 예인줄을 구성하였다. 그리고 기상정보를 충분히 확인하지 아니한 채 출항한 후, 기상 악화에 제때 대처하지 아니하여 예인선들이 조종성능에 심각한 제한을 받는 상태에 빠지게 하였으며, 뒤늦게 대피를 시도하다가 실패하고도, 주위 선박들과 인근 연안 항만당국에 상황을 알리고 비상 투묘(‘투묘’란 닻을 내리는 것을 말한다)를 하는 등의 비상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다. 나아가 북서풍이 불고 있는데도 굳이 이 사건 유조선의 서쪽으로 통과하려고 하다가 이 사건 유조선에 접근한 상태에서 주 예인선의 예인줄을 끊어뜨려 기중기 부선이 이 사건 유조선과 충돌하게 하였다.

(2) 원고 2 : 예인선단장으로서, 주 예인선 선장이 예인항해 장구를 예인항해검사 내용에 부합하지 않게 설치하거나 기상 악화에 제때 대처하지 아니하는 등 부주의한 모습을 보일 경우, 적극적으로 시정을 요청하는 등 안전항해를 위하여 선의의 조력을 할 주의의무가 있는데도 이를 게을리 하였다.

(3) 원고 보람 : 삼성 티-5호, 삼성 1호, 삼성 에이-1호의 수탁관리자로서 예인항해를 지원하며 지휘·감독할 주의의무가 있는데도, 예인항해검사가 형식적으로 수행되고 그 내용마저 성실히 이행되지 아니하는 것을 지적하지 아니한 채 예인선단을 출항시켰다. 또한 안전관리체제를 마련해 두지 아니하여, 예인선단이 출항 후 악천후를 만나 위험에 처하였는데도 그 선단에 대피 또는 비상 투묘를 조언하거나 주위 선박 및 관계기관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요청하는 등의 지원을 하지 아니하였다.

(4) 원고 삼성중공업 : 삼성 티-5호, 삼성 1호, 삼성 에이-1호의 운항자로서 안전관리체제를 결여하여, 예인선단에 예인줄 구성, 대피 시 행동요령, 대피장소 선정 등에 관한 안전관리체제가 불완전한 상태에서 수탁관리자인 원고 보람이 안전관리를 예인선 선장에게 일임한 채 항해하도록 하는 것을 방치하였다.

2. 원고 1의 징계사유 부존재 주장에 대하여

가. 주장 내용

원고 1은 기상정보를 충분히 확인한 후 출항하였다. 닻줄이 끊기기 전에는 높은 파도 때문에 기중기 부선의 양묘기에 접근하기 어려워 비상 투묘를 할 수 없었고, 비상 투묘를 하더라도 기중기 부선이 닻을 끌며 계속 밀려갈 가능성이 컸으며, 비상 투묘로 예인선이나 다른 항행선에 전복 또는 충돌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었다. 이 사건 예인선단이 육지를 향하여 동쪽으로 계속 밀려갈 것을 기대할 수는 없었고, 조종성능을 상실한 이 사건 예인선단이 남동쪽으로 진로를 택할 수도 없었으므로, 이 사건 예인선단이 이 사건 유조선의 서쪽으로 통과하려고 한 것을 탓할 수도 없다.

나. 원고 1이 기상정보를 충분히 확인한 후 출항하였는지 여부

을 제1, 2, 4, 5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인천기상대가 2007. 12. 6. 05:03경부터 일기예보 안내전화 등을 통하여 “오늘 밤부터 내일까지 해상에 돌풍과 함께 바람이 강하게 불고 물결이 높게 일겠으니 해상안전 등에 각별히 유의하시기 바랍니다.”라고 하면서 다음날 오전에 서 내지 북서풍이 앞바다에서 초속 9~13m, 먼 바다에서 초속 10~14m로 불고 물결은 앞바다에서 1.5~2.5m, 먼 바다에서 2~3m로 일 것이라고 예보한 사실, 이 사건 예인선단은 앞바다를 항해할 예정이었지만, 먼 바다의 기상 상태가 앞바다로 전이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던 사실, 그뿐만 아니라 초속 9~13m의 풍력은 보퍼트 풍력 등급(Beaufort scale) 5 내지 6에 해당하며, 이 사건 예인선단의 거제-인천 간 예인항해에 관한 보험검사증서에서는 풍력이 보퍼트 풍력 등급 5를 초과할 경우 출항하지 아니할 것을 권고하고 있는 사실, 그런데 원고 1은 기상 악화에 대한 대책 없이 2007. 12. 6. 14:50경 출항하였다가 이 사건 예인선단이 풍파에 밀려 조종성능에 심각한 제한을 받는 상태에 빠지게 한 사실 등을 인정할 수 있다.

위 인정 사실에 비추어, 원고 1이 기상정보를 충분히 확인하지 아니한 채 출항하였다고 볼 수 있으므로, 위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다. 미리 비상 투묘를 하는 것이 불가능 또는 부적절하였는지 여부

을 제4, 5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이 사건 예인선단이 2007. 12. 7. 04:00경부터 이 사건 유조선을 향하여 남동쪽으로 밀려오다가 04:45경 북쪽 인천 서수도 방면으로 대피하려고 시도하였으나, 기중기 부선 삼성 1호가 강한 북서풍에 밀리면서 예인선들을 끄는 형국이 되어 이 사건 예인선단이 동쪽으로 밀려간 사실, 그런데 이 사건 예인선단은 비상 투묘를 하지 아니하고 05:30경부터 서쪽 내지 남서쪽으로, 05:50경부터 남쪽 내지 남서쪽으로 항해를 계속한 사실, 그러던 중 06:52경 주 예인선 삼성 티-5호의 예인줄이 끊어지자 삼성 1호가 이 사건 유조선 쪽으로 밀려가 이 사건 유조선과 충돌한 사실, 예인줄이 끊어진 후 삼성 1호에서 별다른 사고 없이 투묘를 한 사실, 이때 닻줄을 충분히 풀지 아니하여 삼성 1호를 정지시키지 못하였지만, 닻줄을 충분히 풀었더라면 삼성 1호를 정지시키거나 적어도 그 속력을 줄일 수 있었던 사실, 삼성 1호에서 투묘할 당시의 파고는 이 사건 예인선단이 동쪽으로 밀려갈 당시와 큰 차이가 없었던 사실, 삼성 1호가 예인선들을 끌며 동쪽으로 밀려갈 때에는 예인선들이 삼성 1호를 끌 때에 비하여 삼성 1호의 선미부가 파도의 영향을 적게 받은 사실, 삼성 1호의 양묘기는 선미의 갑판보다 높은 곳에 설치되어 있으며 주위에 난간도 있는 사실, 두 예인선 사이에 예인줄 길이가 20m 정도 차이 나서 비상 투묘로 예인선들이 서로 충돌할 가능성은 없었던 사실 등을 인정할 수 있다.

위 인정 사실에 비상 투묘 후 다른 선박이 접근하여 올 경우 등화나 교신을 통하여 그 선박에 위험을 알릴 수 있었을 것인 점을 보태어 보면, 이 사건 예인선단은 대피에 실패하고 동쪽으로 밀려가는 상황에서 비상 투묘를 하여 정지하거나 적어도 그 속력을 줄일 수 있었으며 비상 투묘로 예인선들이나 다른 항행선에 전복 또는 충돌 위험을 초래할 가능성은 없었는데도 비상 투묘를 하지 아니하고 무리하게 항해를 계속한 것으로 보인다. 원고 1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라. 이 사건 유조선의 서쪽으로 통과하려고 시도한 것이 적절하였는지 여부

을 제4, 5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이 사건 예인선단이 2007. 12. 7. 05:30경 이후 남동쪽으로 진행하였더라면, 북쪽을 향하여 정박 중이던 이 사건 유조선의 우현과 그 동쪽 해안 사이로 빠져나갈 수 있었던 사실, 그런데 이 사건 예인선단은 북서풍이 불고 있는 상황에서 이 사건 유조선의 서쪽으로 통과하려고 시도한 사실, 그리하여 서쪽 내지 남서쪽으로 얼마간 진행하였으나, 결국 예인줄을 끊어뜨렸고, 그러자 기중기 부선 삼성 1호가 이 사건 유조선 쪽으로 밀려가 이 사건 유조선과 충돌한 사실 등을 인정할 수 있다.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예인선단은 조종성능을 완전히 상실하지는 아니하여 남동쪽으로 진행할 수 있었는데도 북서풍이 부는 가운데 굳이 이 사건 유조선의 서쪽으로 통과하려고 시도하다가 이 사건 사고를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 원고 1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3. 원고 1의 재량권 일탈·남용 주장에 대하여

가. 주장 내용

이 사건 유조선 선원들의 부적절한 대응으로 오염이 확대된 부분에 관하여까지 원고 1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부당한 점, 원고 1이 충돌을 막기 위하여 나름대로 노력한 점, 원고 1에게 달리 생계수단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형벌에 더하여 원고 1의 2급 항해사 면허를 취소하는 것은 비례원칙에 위배되어 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한다.

나. 판단

이 사건 사고로 무려 12,547㎘ 가량의 원유가 누출되어 해양이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하게 손상되었고, 그로 인한 인근 지역 주민들의 정신적·재산적 피해도 막대한 점, 설령 이 사건 유조선의 선원들이 충돌 후 취한 조치가 기름 누출 억제라는 관점에서 볼 때 미흡하였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예인선단이 이 사건 유조선의 유류탱크에 구멍을 내어 기름 누출의 위험을 초래한 행위와 실제 발생한 기름 누출이라는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단절된다고 볼 수는 없는 점, 그리고 이 사건 재결에서 적절하게 인정한 원고 1의 과실 내용 등을 고려하면, 원고 1이 내세우는 사정들을 참작하더라도, 원고 1의 2급 항해사 면허를 취소하는 것이 비례원칙에 위배되어 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원고 1의 이 부분 주장 역시 받아들일 수 없다.

4. 원고 2의 주장에 대하여

가. 주장 내용

원고 2는 항해 시 책임자가 아니었고, 기중기 부선에는 항해장비가 없어 항해 정보를 알 수도 없었으므로, 항해에 조력할 처지가 못 되었다. 이 사건 재결에서 말하는 ‘선의의 조력’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불분명하여 이 사건 재결에 이유불비의 위법이 있으며, 만약 그 조력이 예인선 선장들에게 개괄적으로 주의를 당부하고 격려하는 것을 의미한다면, 위 원고는 그러한 조력을 다하였다.

나. 원고 2의 주의의무

을 제4, 5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이 사건 예인선단의 선내안전운항수칙에 항해 중 특히 비상상황 발생 시 선단장인 원고 2의 지시를 준수하도록 규정되어 있는 사실, 위 원고와 삼성 티-5호의 선장인 원고 1은 모두 원고 보람 소속 직원인데, 원고 2가 상급자일 뿐만 아니라 삼성 티-5호의 전임 선장이기도 한 사실, 원고 2가 원고 삼성중공업과의 연락을 담당하며 출항 당일 기상 상태 등을 파악하여 출항결정을 내린 사실, 원고 2의 지시가 있어야만 비상 투묘를 할 수 있었고, 실제로 이 사건 예인선단이 거제에서 인천으로 항해하던 중 원고 1이 기상 악화를 이유로 비상 투묘를 제의하였으나 원고 2가 이를 거부하여 항해를 계속한 적도 있었던 사실, 원고 1은 인천 서수도 방면으로 대피하려고 시도할 때나 이를 포기할 때에도 원고 2와 협의한 사실 등을 인정할 수 있다.

위와 같은 선내안전운항수칙의 규정과 원고 2의 회사 조직에서의 지위 및 항해 경험, 실제 항해에 관한 개입의 정도 및 그 영향력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원고 2에게는 기상 상태를 수시로 면밀하게 파악하다가, 기상 악화로 예인능력이 제한 또는 상실될 경우 예인선단 내 통신 설비를 이용하여 예인선 선장들과 수시로 교신함으로써 예상되는 위험요소들을 미리 파악하고, 해상교통관제센터 및 주위 선박에 대한 위험 고지, 대피, 비상 투묘 등 필요한 조치를 협의하여 적절한 시점에 시행하도록 할 주의의무가 있다. 또한 이 사건 재결에서 말하는 ‘선의의 조력’은 위와 같은 주의의무의 이행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자신이 항해에 조력할 처지가 아니었다거나 이 사건 재결에 이유불비의 위법이 있다는 원고 2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다. 원고 2가 주의의무를 이행하였는지 여부

을 제4, 5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원고 2가 2007. 12. 6. 13:46경 원고 보람의 여직원으로부터 기상 악화를 예고하는 문자 메시지를 받고도 기상 상태에 관하여 예인선 선장들과 별다른 논의를 하지 아니한 채 출항하기로 결정한 사실, 또한 원고 2가 같은 달 7일 04:00 이전에 기상 악화로 잠에서 깬 뒤, 이 사건 예인선단이 풍파에 밀려 04:45경 이 사건 유조선에서 약 1.87마일(3km 가량) 거리까지 접근하고 이후 인천 서수도 방면으로 대피하려다가 실패하였는데도, 예인선 선장들과 협의하여 해상교통관제센터 및 이 사건 유조선과 교신하고 비상 투묘를 하는 등 충돌 방지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하지 아니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원고 2가 앞서 본 주의의무를 게을리하였다고 볼 수 있으므로, 이 점을 다투는 위 원고의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5. 원고 보람의 개선권고사유 부존재 주장에 대하여

가. 주장 내용

육지에 있어 항해 상황을 알 수 없는 원고 보람에게 항해 중의 선박에 관한 안전관리를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

나. 판단

각급 해양안전심판원은 해기사 또는 도선사 이외의 자로서 해양사고의 원인에 관계 있는 자에 대하여 시정 또는 개선을 권고하거나 명하는 재결을 할 수 있는데, 이때 시정 또는 개선할 사항은 해양사고의 원인과 관련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구 해양사고의 조사 및 심판에 관한 법률(2009. 12. 29. 법률 제985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이 자유심증주의를 채택하고 있고( 제51조 ), 형사소송절차와 유사한 심리 구조를 택하면서도 증거능력에 관한 규정을 두지 아니하고 있는 점, 해양사고의 원인과의 관련성이란 본래 불확정 개념으로서 그에 관하여는 행정청인 중앙해양안전심판원에 판단 여지가 인정될 수밖에 없는 점, 특히 시정·개선 권고 재결의 경우 그 이행을 강제할 법적 수단이 없어 법적 구속력에 한계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시정·개선을 권고할 사항과 해양사고 간의 관련성은 반드시 엄격한 인과관계의 틀에 구속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해양사고가 남긴 교훈을 살려 향후 유사한 해양사고의 방지 및 안전 확보를 도모한다는 관점에서 시정·개선 권고가 해양사고 관련자에게 객관적으로 귀속될 수 있는가 하는 규범적·법적 문제로 파악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04. 4. 16. 선고 2003추20 판결 , 대법원 2006. 10. 26. 선고 2004추58 판결 등 참조).

갑 제2호증, 을 제1, 3, 4, 5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원고 보람이 2007. 3. 1. 원고 삼성중공업으로부터 삼성 티-5호, 삼성 1호, 삼성 에이-1호의 관리를 위탁받으면서 자신이 선단 운영과 이에 필요한 안전점검 등 업무를 수행하고 안전관리 책임자가 되기로 약정한 사실, 원고 보람의 임직원은 선원을 제외하면 대표이사와 업무관리 담당 직원 1명, 1급 기관사 자격의 현장소장 1명, 여직원 1명 등 4명뿐이었으며, 안전관리 전문가는 없었던 사실, 원고 보람은 선박 운항에 관한 안전관리체제도 수립하지 아니한 채 선박 운항에 관한 안전관리 업무를 선단장인 원고 2와 삼성 티-5호 선장인 원고 1에게 일임하여 둔 사실 등을 인정할 수 있다.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원고 보람이 선박 운항에 관한 안전관리체제를 수립하지 아니하고 안전관리 전문가도 배치하지 아니한 채 선박 운항에 관한 안전관리 업무를 선단장 및 예인선 선장에게 일임하는 등 자신의 안전관리 책임을 방기한 것으로 보이며, 이 점이 원고 2, 1의 과실과 무관하다고 할 수 없으므로, 원고 보람에 선박 운항에 관한 안전관리체제를 수립·시행하고 안전관리 전문가를 배치하도록 권고할 필요성이 있다.

그렇다면 이 사건 사고의 경위와 개선권고의 필요성 및 권고된 개선조치의 내용에 비추어, 중앙해양안전심판원이 이 사건 사고가 남긴 교훈을 살려 향후 유사한 해양사고의 방지 및 안전 확보를 도모한다는 관점에서 필요하다고 인정하여 한 이 사건 개선권고 재결이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 원고 보람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6. 원고 삼성중공업의 개선권고사유 부존재 주장에 대하여

가. 주장 내용

원고 삼성중공업은 원고 보람에 선박의 관리 및 운항을 위탁하였고, 그 위탁계약상 바다에서의 선박 운항에 관한 안전관리는 원고 보람이 담당하게 되어 있으므로, 원고 삼성중공업은 선박 운항자가 아니다.

나. 판단

갑 제1, 2, 3호증, 을 제3, 4, 5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원고 삼성중공업이 1995. 12. 29. 삼성건설 주식회사(삼성물산에 합병)로부터 삼성 티-5호, 삼성 1호, 삼성 에이-1호를 임차한 후 2007. 3. 1. 원고 보람에 위 선박들의 관리를 위탁한 사실, 원고 보람은 원고 삼성중공업의 협력업체로서 위 선박들의 관리·운영 외에는 다른 영업을 하지 아니한 사실, 원고 삼성중공업은 위 선박들을 거제조선소에서 자신의 업무에 사용하다가 2007. 11. 26. 삼성물산의 인천대교 시공에 제공하고, 거제-인천 간 예인항해와 관련하여 선박보험에 가입하면서 자신의 비용으로 보험검사를 받았으며, 인천대교 건설공사 현장에 자신의 직원인 소외 1, 2를 파견한 사실, 그 현장에서 작업이 종료되자 이 사건 예인선단이 거제조선소로 복귀하기 위하여 출항하였는데, 소외 1은 작업 종료를 확인한 다음 이 사건 예인선단이 출항 준비를 하는 것을 보고 현장을 떠났으며, 소외 2는 원고 보람으로부터 출항 보고를 받은 사실 등을 인정할 수 있다.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원고 삼성중공업은 삼성 티-5호, 삼성 1호, 삼성 에이-1호의 임차인이고, 선단장과 삼성 티-5호의 선장 등이 위 원고의 통제·감독하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므로, 위 원고가 위 선박들의 운항자라고 할 수 있다. 원고 삼성중공업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7. 원고 보람, 삼성중공업의 개선조치 완료 주장에 대하여

가. 주장 내용

원고 보람, 삼성중공업은 함께 3,000t 해상 크레인 안전운항 매뉴얼을 마련하였고, 원고 보람은 1급 항해사 자격의 운항감독과 1급 기관사 자격의 공무감독을 채용하였으며, 원고 삼성중공업은 선박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알려 주는 선박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여 기존 시스템과 결합하였다. 이와 같이 이미 개선조치가 완료되었으므로, 위 원고들에 대한 개선권고는 법적 이익을 상실하였다.

나. 판단

원고 보람, 삼성중공업이 주장하는 조치들이 이 사건 재결 당시 이미 이루어져 있었고 그 조치들이 권고사항인 안전관리체제의 수립·시행 등으로 보기에 충분한 것이라고 인정할 아무런 증거도 없으므로, 위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 역시 받아들일 수 없다.

8. 결론

그러므로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패소자들이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전수안(재판장) 양승태(주심) 김지형 양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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