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문서명의인의 추정적 승낙이 예상되는 경우 사문서변조죄의 성립 여부(소극)
[2] 학교법인 산하 대학교총장 등에 대한 형사재판의 변호사비용을 법인회계자금 및 교비회계자금에서 지출한 경우, 업무상횡령죄의 성립 여부(적극)
판결요지
[1] 사문서의 위·변조죄는 작성권한 없는 자가 타인 명의를 모용하여 문서를 작성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므로 사문서를 작성·수정함에 있어 그 명의자의 명시적이거나 묵시적인 승낙이 있었다면 사문서의 위·변조죄에 해당하지 않고, 한편 행위 당시 명의자의 현실적인 승낙은 없었지만 행위 당시의 모든 객관적 사정을 종합하여 명의자가 행위 당시 그 사실을 알았다면 당연히 승낙했을 것이라고 추정되는 경우 역시 사문서의 위·변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2] 가. 법인의 구성원은 적법한 방법으로 그 법인을 위한 업무를 수행하여야 하므로, 법인의 구성원이 업무수행에 있어 관계 법령을 위반함으로써 형사재판을 받게 되었다면 그의 개인적인 변호사비용을 법인자금으로 지급한다는 것은 횡령에 해당하며, 그 변호사비용을 법인이 부담하는 것이 관례라고 하여도 그러한 행위가 사회상규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할 만큼 사회적으로 용인되어 보편화된 관례라고 할 수 없다.
나. 타인으로부터 용도가 엄격히 제한된 자금을 위탁받아 집행하면서 그 제한된 용도 이외의 목적으로 자금을 사용하는 것은 그 사용이 개인적인 목적에서 비롯된 경우는 물론 결과적으로 자금을 위탁한 본인을 위하는 면이 있더라도 그 사용행위 자체로서 불법영득의 의사를 실현한 것이 되어 횡령죄가 성립하는바, 사립학교법 제29조 및 같은법시행령에 의해 학교법인의 회계는 학교회계와 법인회계로 구분되고 학교회계 중 특히 교비회계에 속하는 수입은 다른 회계에 전출하거나 대여할 수 없는 등 용도가 엄격히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교비회계자금을 다른 용도에 사용하였다면 그 자체로서 횡령죄가 성립한다.
참조조문
[1] 형법 제231조 [2] 형법 제20조 , 제355조 제1항 , 제356조 , 사립학교법 제29조 , 사립학교법시행령 제13조
피고인
피고인 1 외 1인
상고인
피고인들 및 검사
변호인
변호사 김형선 외 3인
주문
원심판결의 유죄 부분과, 무죄 부분 중 피고인들에 대한 판시 1. 다. 및 피고인 1에 대한 3. 나. (2), (3) 변호사비용 지출에 의한 업무상횡령 부분을 모두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대구고등법원에 환송한다. 검사의 나머지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1. 피고인들의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원심이 적법하게 조사, 채택한 증거들을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피고인들에 대한 이 부분 공소사실을 각 유죄로 인정한 조치는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사실오인이나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나. 채무부담에 의한 사립학교법 위반의 점에 대하여
사립학교법 제73조 가 학교법인에 있어서는 이사장만을 동법 제28조 위반죄의 행위주체로 규정하고 있음은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지만, 피고인들에 대한 이 부분 공소사실은 피고인들이 각 공소외 학교법인(이하 ' 공소외 학원'이라 한다)의 이사장인 공소외 1과 공모하여 위 법조 위반죄를 범하였다는 것이므로 위 공모사실이 인정된다면 피고인들은 형법 제33조 , 제30조 에 의하여 공범으로서의 죄책을 면할 수 없다.
그런데 원심이 적법하게 조사, 채택한 증거들을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 1은 공소외 학원의 이사 겸 공소외 학원이 설립한 제1대학교의 총장으로서 판시 행위로 인한 차입금 중 학교회계로 편입된 부분에 대하여 예산편성 및 집행을 하였으며 특히 일부의 채무부담행위에 있어서는 피고인 1 자신이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아 이를 공소외 학원에게 대여하였던 사실, 피고인 2는 공소외 학원의 법인사무국장 직을 떠난 1998. 3. 31. 이후에도 공소외 학원 소속 캠퍼스건설본부장으로 일하면서 공소외 1 이사장의 위임에 따라 이 건 채무부담행위의 실질적인 책임자로서 이를 주도하여 온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같은 취지에서 원심이 피고인들에 대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조치는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사실오인이나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다. 피고인 1이 교비회계자금 600만 원을 횡령하였다는 점에 대하여
원심은 그 채택증거를 종합하여, 피고인 1이 교비회계자금에서 600만 원을 인출하여 자신에 대한 벌금을 납부하여 횡령한 사실을 인정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처단하였다.
그러나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수긍할 수 없다. 피고인은 위 600만 원이 교비회계자금이 아닌 법인회계자금에서 인출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원심이 들고 있는 증거들을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아도, 위 600만 원이 법인회계자금이 아닌 교비회계자금에서 나온 것이라고 단정할 만한 증거를 찾아볼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위 자금이 교비회계에서 인출된 것인지 법인회계에서 인출된 것인지를 가려보지 아니한 채(만약 위 600만 원이 법인회계자금에서 인출된 것이라면 피고인 1은 법인회계자금의 업무상 보관자가 아니므로 법인회계자금의 업무상 보관자와의 공모관계가 인정되어야 횡령의 죄책을 물을 수 있을 터인데 검사는 피고인 1이 교비회계자금을 단독으로 횡령한 것으로 기소하였다.)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채증법칙에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하였거나 심리미진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이 점에 관한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라. 피고인 2의 사문서 변조 및 변조사문서행사의 점에 대하여
원심은 그 채택증거를 종합하여, 피고인 2가 공소외 이평수로 하여금 공소외 학원과 각 건설회사들 사이에서 정당하게 작성된 공사계약 15장의 도급인란에 임의로 총장 피고인 1의 고무인을 찍은 다음 그 옆에 총장직인을 날인케 하여 위 공사계약서들을 변조하고, 교육부 감사반 직원에게 이를 제시하여 행사한 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고, 이를 사문서변조 및 변조사문서행사죄로 의율하였다.
그러나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수긍할 수 없다.
사문서의 위·변조죄는 작성권한 없는 자가 타인 명의를 모용하여 문서를 작성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므로 사문서를 작성·수정함에 있어 그 명의자의 명시적이거나 묵시적인 승낙이 있었다면 사문서의 위·변조죄에 해당하지 않고 ( 대법원 1998. 2. 24. 선고 97도183 판결 등 참조), 한편 행위 당시 명의자의 현실적인 승낙은 없었지만 행위 당시의 모든 객관적 사정을 종합하여 명의자가 행위 당시 그 사실을 알았다면 당연히 승낙했을 것이라고 추정되는 경우 역시 사문서의 위·변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 대법원 1993. 3. 9. 선고 92도3101 판결 참조).
기록에 의하면, 공소사실 기재 문서는 공소외 학원이 공사업자들과 1997. 2.경부터 1999.까지 체결한 제1대학교 건물 신축관련 공사계약서들로서 공소외 학원 및 제1대학교는 원래 대학교건물 관련 건설공사는 제1대학교 총장인 피고인 1 명의로 계약을 체결하여 그 공사비도 제1대학교의 교비회계에서 지출하였는데, 공소외 학원의 설립자로서 전 이사장인 공소외 2가 공소외 학원의 반환을 요구하면서 분규를 일으키고 그의 친인척을 중심으로 그를 추종하는 제1대학교 직원들이 파업에 들어가 위 건물신축 관련 행정업무에 차질이 생기자 공소외 학원 측에서는 원활한 공사시행을 위하여 법인소속의 캠퍼스 건설본부를 설치한 후 피고인 2를 건설본부장으로 하여 건설공사를 진행하였고 공소사실 기재 계약서들은 그 이후 체결된 공사계약에 관한 것으로서 위와 같은 경위로 제1대학교 총장이 아닌 공소외 학원 명의로 작성되었던 사실, 그러나 제1대학교는 계약서 작성명의인과는 무관하게 여전히 교비회계에서 공사비를 지출한 사실(검사가 이를 사립학교법 위반죄로 기소하였으나 원심이 무죄를 선고하였고 검사가 상고이유에서 이 점을 다투지 않고 있다), 공사업자들 중 일부는 자신이 공사하던 도중 공소외 학원 및 제1대학교측 직원들과 사이에서 제1대학교가 공사를 맡긴 것으로 하는 내용의 합의를 하고 공사를 시행하였다고 수사기관에서 진술하였으며 실제로 대부분의 공사업자들은 제1대학교를 공급받는 자로 한 세금계산서를 발행하였고 제1대학교로부터 공사대금을 수령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그렇다면 문제된 공사계약서의 명의인인 공소외 학원은 물론 대부분의 공사수급인들은 위와 같은 과정에서 제1대학교 총장인 피고인 1이 공사계약상 도급인의 지위를 병존적으로 인수하는 것을 승낙함으로써 계약서의 계약명의인란에 피고인 1을 추가하는 것 역시 묵시적으로 승낙하였다고 볼 여지가 있고, 그러하지 아니한 공사수급인들의 경우에도 적어도 공소외 학원측으로부터 공사계약서란의 명의인 추가 요청을 받았더라면 당연히 이를 승낙하였을 것이라고 추정할 여지가 있으므로, 원심으로서는 문제된 공사계약서의 명의인들이 모두 위와 같은 합의를 하고 공사를 시행한 후 제1대학교를 공급받는 자로 한 세금계산서를 발급하였는지 여부와 위 합의에 관여하지 아니한 공사수급인들이 있다면 그들이 공사계약서란의 명의인 추가 요청을 받았을 경우 당연히 이를 승낙하였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더 심리한 후 사문서변조죄의 성립여부에 관하여 판단하였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이에 이르지 아니한 채 유죄를 인정한 것은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거나 채증법칙 위배 및 사문서변조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을 범한 것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 점에 관한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마. 보조금의예산및관리에관한법률위반의 점에 대하여
원심의 이 부분에 관한 판단에 대하여는 피고인들이 상고장에 상고이유를 기재하지 아니하였고, 상고이유서를 제출하지도 아니하였다.
2. 검사의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가. 업무상횡령의 점에 대하여
(1) 원심판결 무죄 부분 중 판시 3. 나. (1)의 변호사비용지출 및 판시 4. 가.의 벌금 납부에 의한 업무상횡령 부분에 대하여
원심판결의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이 부분 각 공소사실에 대하여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것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2) 원심판결 무죄 부분 중 피고인들에 대한 판시 1. 다. 및 피고인 1에 대한 3. 나. (2), (3)의 변호사비용지출에 의한 업무상횡령 부분에 대하여
원심은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그 변호사비용의 지출이 공소외 학원 및 제1대학교에게 이익이 되는 것이거나 그 업무수행에 필요한 것이라는 등의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였다.
그러나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수긍할 수 없다.
우선 법인회계자금에서 변호사비용을 지출한 부분{판시 1. 다. (1), 3. 나. (2), (3)}에 관하여 살펴보면 법인의 구성원은 적법한 방법으로 그 법인을 위한 업무를 수행하여야 하므로, 법인의 구성원이 업무수행에 있어 관계 법령을 위반함으로써 형사재판을 받게 되었다면 그의 개인적인 변호사비용을 법인자금으로 지급한다는 것은 횡령에 해당하며, 그 변호사비용을 법인이 부담하는 것이 관례라고 하여도 그러한 행위가 사회상규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할 만큼 사회적으로 용인되어 보편화된 관례라고 할 수 없다 ( 대법원 1990. 2. 23. 선고 89도2466 판결 참조).
그런데 기록에 의하면, 공소외 학원의 설립자인 공소외 2가 이사장직을 사임한 후 공소외 학원을 되찾겠다면서 공소외 학원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고 그를 추종하는 직원들이 노동쟁의를 일으킴으로써 공소외 학원 및 제1대학교가 심각한 분규에 시달리게 되자, 피고인 1이 이에 대항하여 공소외 2가 공소외 학원의 법인회계자금 중 95억여 원을 횡령하였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하거나, 쟁의기간 중 다른 운전기사를 채용하고 제1대학교 소속 직원들에 대한 급여를 체납함으로 인하여 명예훼손죄 및 노동쟁의조정법위반 등으로 기소된 결과 벌금 및 선고유예의 판결이 각 선고되어 확정되었고 이 부분 변호사비용은 위 형사사건들을 위한 것이었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그렇다면 이 부분 변호사비용은 피고인 1이 공소외 학원 및 제1대학교의 분규 와중에서 제1대학교 총장의 업무수행 중 관계 법령을 위반한 행위로 인하여 받게 된 형사재판을 위한 것으로서, 그 변호사비용은 법인회계자금에서 지출할 수 없는 것이라 봄이 타당하고, 따라서 피고인이 법인의 이사장인 공소외 1과 공모하여 그 변호사비용을 법인자금에서 인출하여 지출하였다면 이는 업무상횡령죄를 구성한다 할 것이다.
다음 교비회계자금에서 변호사비용을 지출한 부분 {1. 다. (2), (3)}에 관하여 살펴보면, 타인으로부터 용도가 엄격히 제한된 자금을 위탁받아 집행하면서 그 제한된 용도 이외의 목적으로 자금을 사용하는 것은 그 사용이 개인적인 목적에서 비롯된 경우는 물론 결과적으로 자금을 위탁한 본인을 위하는 면이 있더라도 그 사용행위 자체로서 불법영득의 의사를 실현한 것이 되어 횡령죄가 성립하는바, 사립학교법 제29조 및 같은법시행령에 의해 학교법인의 회계는 학교회계와 법인회계로 구분되고 학교회계 중 특히 교비회계에 속하는 수입은 다른 회계에 전출하거나 대여할 수 없는 등 용도가 엄격히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교비회계자금을 다른 용도에 사용하였다면 그 자체로서 횡령죄가 성립한다 할 것이므로 ( 대법원 2002. 5. 10. 선고 2001도1779 판결 참조), 피고인들이 교비회계자금에서 변호사비용을 지출한 행위는 그 자체로서 업무상 횡령죄를 구성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였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업무상횡령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나. 피고인 1의 무고 및 피고인 2의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위증의 점에 대하여
관련 증거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부분의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조치는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이나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다. 원심판결의 나머지 무죄 부분 및 유죄 부분에 대하여는 검사가 상고장에 상고이유를 기재하지 아니하였고 상고이유서를 제출하지도 아니하였다.
3. 결 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의 유죄 부분 중 피고인 1에 대한 교비회계자금 600만 원의 업무상횡령 부분, 피고인 2에 대한 사문서변조 및 변조사문서행사죄 부분에 대한 피고인들의 상고와, 원심판결의 무죄 부분 중 피고인들에 대한 판시 1. 다. 및 피고인 1에 대한 3. 나. (2), (3) 변호사비용지출에 의한 업무상횡령 부분에 대한 검사의 상고는 각 이유 있으므로 이 부분에 관한 원심판결은 파기를 면할 수 없는바, 이는 원심판결의 나머지 유죄 부분과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관계에 있으므로 결국 원심판결 중 피고인들에 대한 유죄 부분 전부와 무죄 부분 중 앞서 본 검사의 상고를 받아들이는 부분을 모두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나머지 무죄 부분에 대한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기로 관여 대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