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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6. 10. 26. 선고 2004도6280 판결
[공갈·업무상횡령·무고·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야간·공동협박)·총포·도검·화약류등단속법위반·업무상배임][공2006.12.1.(263),2032]
판시사항

[1] 단체의 대표자 개인이 당사자가 된 소송사건의 변호사 비용을 단체의 비용으로 지출한 경우, 그 비용 지출에 대한 횡령죄 성립 여부의 판단 기준

[2] 재건축조합장이 개인 명의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위하여 변호사를 소송대리인으로 선임하고 그 선임료를 재건축조합의 비용으로 지출한 행위가 업무상횡령죄에 해당한다고 본 사례

[3] 재건축조합장이 재건축조합의 자금으로 조합장 개인의 위법행위에 관한 형사사건의 변호사 비용을 지출함에 있어 이사 및 대의원회의 승인을 받은 것이 횡령죄 성립에 영향을 주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1] 원칙적으로 단체의 비용으로 지출할 수 있는 변호사 선임료는 단체 자체가 소송당사자가 된 경우에 한하므로 단체의 대표자 개인이 당사자가 된 민·형사사건의 변호사 비용은 단체의 비용으로 지출할 수 없고, 예외적으로 분쟁에 대한 실질적인 이해관계는 단체에게 있으나 법적인 이유로 그 대표자의 지위에 있는 개인이 소송 기타 법적 절차의 당사자가 되었다거나 대표자로서 단체를 위해 적법하게 행한 직무행위 또는 대표자의 지위에 있음으로 말미암아 의무적으로 행한 행위 등과 관련하여 분쟁이 발생한 경우와 같이, 당해 법적 분쟁이 단체와 업무적인 관련이 깊고 당시의 제반 사정에 비추어 단체의 이익을 위하여 소송을 수행하거나 고소에 대응하여야 할 특별한 필요성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단체의 비용으로 변호사 선임료를 지출할 수 있다.

[2] 재건축조합장이 개인 명의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위하여 변호사를 소송대리인으로 선임하고 그 선임료를 재건축조합의 비용으로 지출한 행위가 업무상횡령죄에 해당한다고 본 사례.

[3] 재건축조합 조합장이 조합장 개인을 위하여 자신의 위법행위에 관한 형사사건의 변호인을 선임하는 것을 재건축조합의 업무라고 볼 수 없으므로, 그가 재건축조합의 자금으로 자신의 변호사 비용을 지출하였다면 이는 횡령에 해당하고, 위 형사사건의 변호사 선임료를 지출함에 있어 이사 및 대의원회의 승인을 받았다 하여도 재건축조합의 업무집행과 무관한 조합장 개인의 형사사건을 위하여 변호사 선임료를 지출하는 것이 위법한 이상 위 승인은 내재적 한계를 벗어나는 것으로서 횡령죄의 성립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및 검사

변 호 인

변호사 백윤재외 5인

주문

원심판결의 유죄 부분과 무죄 부분 중 2003. 3. 21. 및 2003. 4. 11.자 업무상횡령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수원지방법원 본원 합의부로 환송한다. 검사의 나머지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변호인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가. 2002. 2. 21.자 업무상배임 및 2003. 4. 29.자 업무상횡령의 점

원칙적으로 단체의 비용으로 지출할 수 있는 변호사 선임료는 단체 자체가 소송당사자가 된 경우에 한한다 할 것이므로 단체의 대표자 개인이 당사자가 된 민·형사사건의 변호사 비용은 단체의 비용으로 지출할 수 없고, 예외적으로 분쟁에 대한 실질적인 이해관계는 단체에게 있으나 법적인 이유로 그 대표자의 지위에 있는 개인이 소송 기타 법적 절차의 당사자가 되었다거나, 대표자로서 단체를 위해 적법하게 행한 직무행위 또는 대표자의 지위에 있음으로 말미암아 의무적으로 행한 행위 등과 관련하여 분쟁이 발생한 경우와 같이 당해 법적 분쟁이 단체와 업무적인 관련이 깊고, 당시의 제반 사정에 비추어 단체의 이익을 위하여 소송을 수행하거나 고소에 대응하여야 할 특별한 필요성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단체의 비용으로 변호사 선임료를 지출할 수 있다 할 것이다.

원심이 인용한 제1심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의하면, 2002. 2. 21.자 업무상배임의 점은 피고인 개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중부일보의 보도에 대한 피고인 개인 명의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위하여, 2003. 4. 29.자 업무상횡령의 점은 공소외 1이 피고인 개인의 명예훼손행위 및 허위고소가 있었다고 주장하며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위하여, 변호사를 소송대리인으로 선임하고 그 선임료를 재건축조합의 비용으로 지출한 경우인바,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이러한 소송은 피고인 개인이 소송주체가 된 것으로 기록상 광육재건축조합(이하 ‘조합’이라고 한다)을 위하여 조합의 비용으로 그 소송을 수행하여야 할 특별한 필요성도 찾아볼 수 없으므로 피고인의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업무상배임죄 및 업무상횡령죄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원심이 인용한 제1심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의하면, 원심이 피고인에 대한 판시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및 총포·도검·화약류 등 단속법 위반, 각 무고의 점을 유죄로 인정한 것은 다음에서 보는 직권파기사유 이외에는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피고인의 변호인이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채증법칙 위반의 위법이 없다.

2. 검사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가. 공갈의 점

기록과 원심판결 이유를 대조하여 보면, 피고인이 공소외 2를 협박하여 그로부터 2천만 원을 교부받았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검사의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공갈의 점에 관한 채증법칙 위반의 위법이 없다.

나. 2003. 3. 21. 및 2003. 4. 11.자 업무상횡령의 점

(1) 공소사실의 요지 및 원심의 판단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은 2003. 3. 21.경 원심 판시 2. 가. (1)항의 공소사실, 즉 재건축업무대행사에 대해 사례금을 주지 않으면 신탁등기 등의 대행을 위한 법무사선임계약을 지연시키는 등의 방법으로 그 업무전반에 협조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위 업무대행사의 실질적 대표인 공소외 2로부터 2천만 원을 넣어둔 물품보관함의 열쇠를 건네받아 그 돈을 갈취하였다는 내용으로 디씨엠코리아 전무 공소외 3에 의해 고소당하자, 위 조합 명의의 국민은행 통장에 업무상 보관중이던 돈 2,000만 원을 변호사 선임비 명목으로 변호사 사무원 공소외 4의 통장으로 송금하고, 같은 해 4. 11.경 이미 같은 해 3. 18.경 공소외 5로부터 차용하여 변호사에게 선임비로 지급한 바 있는 돈 1,000만 원에 대한 변제 명목으로 위 조합 명의의 통장에 업무상 보관중이던 돈 1,000만 원을 공소외 5에게 송금하여 이를 개인용도로 임의소비함으로써 조합공금 합계 3,000만 원을 횡령하였다라고 함에 있고, 이에 대해 원심은 그 채용증거를 종합하여, 공소외 3이 고소한 내용은 사안이 중하고 유죄의 소명도 상당하여 자칫 피고인의 구속으로 조합장의 직무집행이 사실상 정지당함으로써 법인의 업무수행에 막대한 지장을 받게 될 위험이 아주 큰 것이었고, 한편 위 혐의사실은 그 진위여부가 객관적으로 명확하지 아니할 뿐더러 고소의 주목적이 조합장의 직무집행을 방해하는 데 있음을 엿볼 수 있어 조합으로서는 위 고소에 대항하여 적극적으로 항쟁할 여지가 충분히 있다고 할 것이어서, 피고인은 급한대로 2003. 3. 13.자 이사회결의를 거쳐 이 사건 변호사 선임비용을 우선 지출하고, 같은 해 4. 12. 이사 및 대의원회에서 위 지출내역을 보고·인준을 받은 것이니, 사정이 이와 같다면 피고인이 지출한 위 변호사 비용은 조합의 업무수행에 필요한 비용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고 이를 횡령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결국, 이 사건 공소사실은 죄가 되지 아니하거나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한다 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2) 그러나 이러한 원심의 판단은 수긍할 수 없다.

비록 이 사건에 있어 위 공갈의 공소사실에 대하여는 이를 유죄로 인정할 증거가 없어 무죄를 선고할 수밖에 없다 할 것이나(위 가.항 참조), 앞서 1. 가.항에서 본 단체 대표자를 위한 변호사 비용 지출에 관한 법리에 기록에 나타난 사실관계를 대조하여 보면, 위 공갈의 고소 및 공소사실의 내용은 재건축조합 조합장으로서의 적법한 업무집행에 관련된 것이 아니라 조합장 개인의 위법행위에 관한 것일 뿐이고, 그러한 개인적 비리와 관련하여 조합장이 구속됨으로써 재건축조합의 업무 수행에 지장이 초래된다 하여도 이는 그 개인에 대한 적법한 법 집행으로 인하여 재건축조합이 입는 반사적인 불이익에 지나지 않으므로, 가사 그 고소사실에 대한 혐의가 분명하지 않고 조합장의 업무집행을 방해하는 데 고소의 주목적이 있었다 하더라도, 조합장 개인을 위해 위 형사사건의 변호인을 선임하는 것이 재건축조합의 업무라고 볼 수는 없다 할 것이니, 이러한 사정 아래 피고인이 재건축조합의 자금으로 그 자신의 변호사 비용을 지출하였다면 이는 횡령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나아가 피고인이 공갈 고소사건의 변호사 선임료를 지출함에 있어 2003. 4. 12. 이사 및 대의원회의 승인을 받았다 하여도 재건축조합의 업무집행과 무관한 피고인 개인에 대한 고소사건을 위하여 변호사 선임료를 지출하는 것이 위법한 이상 위 각 결의는 그 내재적 한계를 벗어나는 것으로서 횡령죄의 성립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 할 것이다 ( 대법원 1990. 2. 23. 선고 89도2466 판결 참조).

(3)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그가 설시한 위 사유만으로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고 말았으니, 이는 결국 업무상횡령죄의 법리를 오해하거나 증거의 가치판단을 그르친 나머지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결과 사실을 잘못 인정한 위법을 저지른 것으로서 이는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음이 명백하므로, 이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직권으로 판단한다.

원심은 피고인의 판시 야간협박으로 인한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죄에 대하여 개정 전의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2006. 3. 24. 법률 제789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법’이라고 한다) 제2조 제2항 , 제1항 , 형법 제283조 제1항 을 적용하여 유죄로 인정하였다. 그러나 2006. 3. 24. 법률 제7891호로 개정·시행된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구법 제2조 제2항 중 야간에 형법 제283조 제1항 의 죄를 범한 자를 가중처벌하는 부분을 삭제하였고, 이는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2호 소정의 ‘판결 후 형의 폐지가 있는 때’에 해당하므로, 구법을 적용한 이 부분 원심판결은 더는 유지될 수 없게 되었고, 위 죄와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는 나머지 유죄 부분도 함께 파기를 면할 수 없다.

4. 결 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의 유죄 부분과 원심판결의 무죄 부분 중 2003. 3. 21. 및 2003. 4. 11.자 업무상횡령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으로 환송하며, 검사의 나머지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전수안(재판장) 고현철 양승태(주심) 김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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