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고 인
피고인
항 소 인
쌍방
검사
신형식(기소), 최형규(공판)
변 호 인
법무법인 이공 담당 변호사 박진석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피고인에 대한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
⑴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 피고인은 공소외 1이 학교법인 ○○학원 2014년도 제1차 이사회 회의록(이하 ‘이 사건 회의록’이라고 한다)에 서명 거부 사유를 쓰겠다고 하여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하지 않고 공소외 1에게 일단 작성해 보라고 하였을 뿐이다. 이후 피고인은 공소외 1이 기재한 문구[이사장의 이사회 내용 사전유출(3/28)로 인한 책임을 물어 회의록 서명을 거부합니다. 공소외 1(서명), 이하 ‘이 사건 문구’라고 한다]를 확인하여 보니 이 사건 회의록에 기재될 수 없는 내용이라고 판단되어 공소외 1에게 이 사건 문구를 삭제하겠다고 통보한 뒤 이를 삭제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문구는 이사장으로서 이 사건 회의록의 작성권한자인 피고인의 구체적이고 명시적인 승낙 없이 기재된 것에 불과하여 그 자체가 위 회의록의 변조에 해당하므로, 피고인이 이러한 변조 부분을 삭제한 것은 사문서변조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 이 사건 회의록은 수인의 작성명의인이 있는 연명문서이다. 따라서 공소외 1이 이 사건 문구를 기재하기 위해서는 이사장인 피고인의 동의 또는 승낙을 받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당시 이미 위 회의록에 관한 간서명 및 서명을 완료한 이사들 및 감사 전원의 동의 또는 승낙을 받아야 함에도, 그러한 동의 또는 승낙 없이 이 사건 문구를 기재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문구의 기재 자체가 이 사건 회의록의 변조에 해당하므로, 피고인이 이를 삭제한 것은 사문서변조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 피고인이 이 사건 문구를 삭제할 당시 이 사건 회의록에 이사장인 피고인의 간서명 및 서명은 이루어지지 아니한 상태였다. 따라서 이 사건 회의록은 미완성 상태였고, 피고인의 이 사건 문구 삭제 행위는 아직 작성 중인 미완성 문서의 내용을 작성권한자가 변경한 것에 불과하여 사문서변조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 사립학교법 제18조의2 제1항 제6호 에는 이사회가 회의록에 기재할 사항으로 ‘그 밖에 이사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항’을 규정하고 있는바, 학교법인 ○○학원의 이사장인 피고인은 이 사건 회의록의 임의적 기재사항에 관하여 ‘작성권한이 있는 자’라고 할 것이다. 결국 임의적 기재사항의 작성권한자인 피고인이 이 사건 문구의 내용이 이사회의 내용과 관련이 없고 근거 없는 허위 주장에 불과하여 기재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여 이를 삭제한 것은, 작성 권한 있는 자의 변경행위로서 사문서의 변조에 해당하지 않는다.
㈒ 피고인의 이 사건 문구 삭제로 인하여 이 사건 회의록의 내용이나 효력에 새로운 증명력이 생긴 바 없으므로(더욱이 위 회의록은 공소외 1의 간서명 및 서명이 없는 상태 그대로 공개되었는바, 따라서 위 문구가 삭제되었더라도 공소외 1이 간서명 및 서명을 거부한 사실은 위 회의록 자체에 그대로 남겨져 증명되고 있다), 위와 같은 피고인의 행위는 사문서변조죄에 있어서 ‘변경’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⑵ 양형부당
제1심의 형(벌금 100만 원)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나. 검사(양형부당)
제1심의 위 형이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2. 판 단
가. 공소사실의 요지
⑴ 사문서변조
피고인은 2014. 4. 24.경 서울 성북구 (주소 생략)에 있는 학교법인 ○○학원 이사장 사무실에서, 수정테이프를 이용하여 학교법인 ○○학원 2014년도 제1차 이사회회의록 중 제1쪽의 이사들 서명란 아래 부분에 “이사장의 이사회 내용 사전 유출(3/28)로 인한 책임을 물어 회의록 서명을 거부합니다. 공소외 1”이라고 기재된 부분 및 위 공소외 1 이름 옆에 공소외 1의 서명 부분을 지웠다.
이로써 피고인은 행사할 목적으로 사실증명에 관한 사문서인 학교법인 ○○학원 이사장 및 이사들 명의의 2014년도 제1차 이사회 회의록을 변조하였다.
⑵ 변조사문서행사
피고인은 2014. 4. 25.경 같은 장소에서, 그곳에 설치된 컴퓨터 및 스캐너를 이용하여 제1항과 같이 변조한 이사회 회의록을 PDF 파일로 이미지화한 다음 마치 진정하게 성립한 문서인 것처럼 학교법인 ○○학원 홈페이지에 게시하여 그 변조 사실을 모르는 다수의 성명불상자들이 열람하도록 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변조한 사실증명에 관한 사문서인 학교법인 ○○학원 이사장 및 이사들 명의의 2014년도 제1차 이사회 회의록을 행사하였다.
나. 제1심의 판단
제1심은, 피고인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공소외 1에게 이 사건 회의록에 서명을 거부하는 사유를 적으라고 허락하였다는 것이고, 공소외 1, 공소외 4의 진술도 이에 부합하는 점 등 그 판시 증거들을 종합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였다.
다. 항소심의 판단
⑴ 관련 법리
사문서변조죄는 권한 없는 자가 이미 진정하게 성립된 타인 명의의 문서내용에 대하여 동일성을 해하지 않을 정도로 변경을 가하여 새로운 증명력을 작출케 함으로서 공공적 신용을 해할 위험성이 있을 때 성립한다. 또한, 사문서위조죄는 그 명의자가 진정으로 작성한 문서로 볼 수 있을 정도의 형식과 외관을 갖추어 일반인이 명의자의 진정한 사문서로 오신하기에 충분한 정도이면 성립하는 것이고, 반드시 그 작성명의자의 서명이나 날인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나, 일반인이 명의자의 진정한 사문서로 오신하기에 충분한 정도인지 여부는 그 문서의 형식과 외관은 물론 그 문서의 작성경위, 종류, 내용 및 일반거래에 있어서 그 문서가 가지는 기능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하는 것이므로( 대법원 1997. 12. 26. 선고 95도2221 판결 참조), 사문서변조죄에 있어서도 변조의 대상이 되는 사문서를 위와 같이 보아야 할 것이다. 한편, 문서에 2인 이상의 작성명의인이 있을 때에는 각 명의자 마다 1개의 문서가 성립되므로( 대법원 1987. 7. 21. 선고 87도564 판결 ), 문서에 2인 이상의 작성명의인이 있는 때에 그 명의자의 한 사람이 타 명의자와 합의 없이 행사할 목적으로 그 문서의 내용을 변경하였을 때는 사문서변조죄가 성립된다( 대법원 1977. 7. 12. 선고 77도1736 판결 등 참조). 나아가 이사회 회의록의 성격상 이사회의 결의를 거쳐서만 그 내용을 수정할 수 있다고 할 것이므로 대표이사에게 이사회 회의록에 대한 고유의 수정권한이 있다는 주장은 독자적 견해에 지나지 아니하여 받아들일 수 없고( 대법원 2003. 5. 30. 선고 2003도1174 판결 참조), 사립학교법상 학교법인의 이사회 회의록의 내용을 수정함에 있어서도 위와 같이 보아야 할 것이다.
⑵ 구체적인 판단
㈎ 인정사실
제1심 및 항소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아래와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① 피고인은 학교법인 ○○학원의 이사이자 이사장으로서 2014. 3. 26. 학교법인 ○○학원 2014년도 제1차 이사회 회의(이하 ‘이 사건 회의’라고 한다)를 개최하였는데, 당시 이사들 중 공소외 5를 제외한 피고인, 공소외 1, 공소외 2, 공소외 4, 공소외 3, 공소외 6과 감사 공소외 7이 이 사건 회의에 출석하였다.
② 이 사건 회의 당시 의안 중 교원 임면에 관한 사항 및 교원 신규채용 계획 승인에 관한 사항은 이사들 사이의 이견으로 보류되었고, 이와 관련하여 피고인은 2014. 3. 28. “교원인사안건 처리에 대한 입장”이라는 글을 ○○학원 홈페이지에 게시하였다.
③ 한편, 이사장은 학교법인 ○○학원의 이사회 진행시에 한 녹취를 근거로 이사회 회의록 초안을 작성하여 출석 이사들과 감사의 회람 및 의견 수렴절차를 거쳐 최종본을 작성한 후, 위 최종본에 대하여 다시 출석 이사들과 감사 전원으로부터 간서명 및 서명을 받아 이사회 회의록 작성을 완료하였다(이에 따라 이사회 회의록의 각 페이지 하단에는 참석 이사들과 감사의 간서명란이 있고, 위 회의록의 마지막 페이지에는 이사장과 이사들 및 감사의 각 성명이 기재되어 있으며, 그 옆에 각자의 서명란이 표시되어 주1) 있다)
④ 피고인은 이 사건 회의로부터 2주~3주 후 위와 같은 절차를 거쳐 이 사건 회의록을 작성하여 참석 이사들과 감사에게 간서명 및 서명을 하여 줄 것을 요청하였다. 이에 이사 공소외 3, 공소외 6, 공소외 4와 감사 공소외 7이 이 사건 회의록에 대한 간서명 및 서명을 완료하였으나, 이사 공소외 2, 공소외 1은 위 회의록에 대한 간서명 및 서명을 거부하였다.
⑤ 피고인은 2014. 4. 24. 이사들 중 공소외 4가 있는 자리에서 공소외 1로부터 ‘피고인이 사전에 이 사건 회의의 내용을 공개하였기 때문에 이 사건 회의록에 대한 서명을 거부한다’는 말을 듣고서 공소외 1에게 위 회의록에 그 사유를 기재하도록 하였다. 이에 공소외 1은 이 사건 회의록 중 첫 페이지의 하단 간서명란 밑의 여백에 이 사건 문구를 기재하였다. 그런데, 피고인이나 공소외 1은 당시 이미 이 사건 회의록에 간서명 및 서명을 완료한 이사 공소외 3, 공소외 6, 공소외 4와 감사 공소외 7로부터 이 사건 문구의 기재에 관한 동의나 승낙을 받지 아니하였다(이후에도 출석 이사들 중 공소외 2는 결국 이 사건 회의록에 아무런 서명이나 간서명도 하지 아니하였다).
⑥ 피고인은 2014. 4. 24. 공소외 1에게 이 사건 문구를 삭제하겠다고 알린 후 수정테이프를 이용하여 이 사건 회의록에서 위 문구를 지우고, 2014. 4. 25.경 컴퓨터 및 스캐너를 이용하여 위 문구가 삭제된 회의록을 PDF 파일로 이미지화한 다음 학교법인 ○○학원 홈페이지에 게시하였다.
㈏ 판단
위 인정사실을 위 법리에 비추어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검찰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 각 일시 및 장소에서 이 사건 문구를 삭제하여 학교법인 ○○학원 이사장 및 이사들 명의의 이 사건 회의록을 변조하고 이를 행사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려우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여 무죄를 선고하여야 함에도 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은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있다.
① 이 사건 공소사실에는 이 사건 회의록의 명의인이 ‘학교법인 ○○학원 이사장 및 이사들’이라고만 기재되어 있다. 학교법인 ○○학원의 이사장은 피고인, 이사들은 공소외 5, 공소외 1, 공소외 2, 공소외 4, 공소외 3, 공소외 6인바, 사문서변조의 객체는 피고인이 아닌 타인 명의의 문서이고, 이사 공소외 5는 이 사건 회의에 출석하지 아니하였으므로, 결국 학교법인 ○○학원의 이사들 중 공소외 1, 공소외 2, 공소외 4, 공소외 3, 공소외 6이 이 사건 공소사실에 기재된 이 사건 회의록의 명의인이 될 수 있다. 또한, 사립학교법의 관련 규정 및 이 사건 회의록의 실제 작성 절차 등을 종합하면, 위 회의록은 작성명의인인 각 출석 이사 마다 위 회의록에 대한 간서명 및 서명을 완료한 때에 각 이사 마다 1개의 문서인 회의록이 진정하게 성립한다고 할 것이다.
② 먼저 피고인의 이 사건 문구 삭제 당시 이 사건 회의록이 이미 진정하게 성립된 공소외 1 명의의 이사회 회의록인지에 관하여 본다. 그런데, ㉠ 이 사건 문구는 이 사건 회의록의 첫째 페이지 하단의 간서명란 밑의 여백에 기재된 것일 뿐이어서, 일반인이 보더라도 위 문구의 기재로 인하여 공소외 1이 진정으로 작성한 이사회 회의록이라고 오신할 만한 형식과 외관을 갖추게 되었다고 보이지 아니하는 점, ㉡ 위 문구에는 공소외 1의 서명이 포함되어 있기는 하나, 이는 그 문언상 피고인의 이사회 내용 사전 유출로 인한 책임을 물어 위 회의록에 대한 서명을 거부한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는 기재에 대한 서명에 불과할 뿐, 위 회의록의 내용을 확인하고 그 내용에 이의가 없다는 취지로 한 서명이라고 볼 수 없는 점, ㉢ 앞서 본 바와 같은 위 문구 기재의 경위 및 목적에 비추어 보더라도 공소외 1이 위 문구를 기재한 것이 위 회의록의 작성명의인으로서 이를 진정하게 성립하게 할 의사로 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문구의 삭제 당시 이 사건 회의록이 사문서변조의 객체가 될 수 있는 공소외 1 명의의 완성된 이사회 회의록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피고인이 이 사건 문구를 삭제한 것은 공소외 1 명의의 이 사건 회의록을 변조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③ 또한, 이 사건 회의의 출석 이사들 중 공소외 2는 이 사건 문구의 기재 및 삭제 당시는 물론 이후에도 계속 위 회의록에 간서명 및 서명을 하지 아니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회의록은 사문서변조의 객체가 될 수 있는 공소외 2 명의의 완성된 이사회 회의록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피고인이 이 사건 문구를 삭제한 것은 공소외 2 명의의 위 회의록을 변조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④ 한편, 이 사건 문구의 기재 당시 이 사건 회의의 나머지 출석 이사들인 공소외 3, 공소외 4, 공소외 6은 이미 이 사건 회의록에 대한 각자의 간서명 및 서명을 완료하였는바, 이로써 공소외 3, 공소외 4, 공소외 6 명의의 위 회의록이 이미 진정하게 성립하였다고 할 것이다. 위와 같이 이미 공소외 3, 공소외 4, 공소외 6 명의 이 사건 회의록이 진정하게 성립한 이후에는 이사회 회의록의 성격상 이사장인 피고인이라고 할지라도 위 작성명의인들의 각 동의나 승낙 없이 이를 임의로 수정할 수는 없다. 따라서 공소외 1이 공소외 3, 공소외 4, 공소외 6의 각 동의나 승낙 없이 피고인의 동의나 승낙만을 얻어 기재한 이 사건 문구는, 공소외 3, 공소외 4, 공소외 6 명의의 이 사건 회의록의 내용으로 포함되지 아니한다. 결국 피고인이 임의로 이 사건 문구를 삭제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삭제 행위는 이사 공소외 3, 공소외 4, 공소외 6 명의의 이 사건 회의록의 ‘문서내용’에 대하여 변경을 가한 것으로 볼 수 없어 사문서변조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3. 결 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 에 따라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음과 같이 다시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1. 공소사실의 요지
이 사건 공소사실은 위 제2의 가항 기재와 같다.
2. 판단
이 사건 공소사실은 위 제2의 다항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 따라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에 따라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주1) 사립학교법 제18조의2(회의록의 작성 및 공개 등) ① 이사회는 다음 사항을 기재한 회의록을 작성하여야 한다. 다만, 이사회 개최 당일에 회의록 작성이 어려운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안건별로 심의·의결 결과를 기록한 회의조서를 작성할 수 있다. 1. 개의·회의중지 및 산회의 일시 2. 안건 3. 의사 4. 출석한 임원과 직원의 성명 5. 표결수 6. 그 밖에 이사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항 ② 회의록 및 회의조서에는 출석임원 전원이 그 성명을 알 수 있도록 자필로 서명하고, 그 회의록 또는 회의조서가 2매 이상인 경우에는 간서명하여야 한다. 다만, 이사회는 출석임원 중 3인을 호선하여 이사회 회의록 및 회의조서에 대표로 간서명 또는 간인하게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