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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21.9.9. 선고 2019두53464 판결
조정반지정취소처분취소청구
사건

2019두53464 조정반지정취소처분 취소청구

원고피상고인

법무법인 수인

피고상고인

광주지방국세청장

원심판결

광주고등법원 2019. 9. 5. 선고 2018누6187 판결

판결선고

2021. 9. 9.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 등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사건 개요

가.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원고는 세무사로 등록한 변호사 2인이 구성원으로 포함되어 있는 법무법인으로, 2017. 11. 28. 피고에게 법인세법소득세법 등에 따라 조정반 지정 신청을 하여 2017. 12. 15. 조정반으로 지정되었다(지정번호: 4-0244, 효력기간 2018. 12. 31.).

2) 피고는 2018. 2. 19. 법인세법 제60조 제9항, 같은 법 시행령 제97조의3, 같은 법 시행규칙 제50조의3, 소득세법 제70조 제6항, 같은 법 시행령 제131조의3, 같은 법 시행규칙 제65조의3에 의하여 원고에 대하여 한 조정반 지정을 취소(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하였다.

3) 한편 피고는 이 사건 소송 계속 중인 2019. 7. 9. 행정절차상 하자를 이유로 직권으로 이 사건 처분을 취소하였다.

나. 이 사건 쟁점은 ① 이 사건 처분의 법적 성격과 원고가 이 사건 처분을 다툴 법률상 이익이 있는지 여부, ② 이 사건 처분의 근거 조항인 법인세법 시행령 제97조의3 제1항, 소득세법 시행령 제131조의3 제1항(이하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이라 한다)이 헌법과 법률에 위반되어 무효인지 여부이다.

2. 관련 법령의 개정 경위 및 내용

가. 구 법인세법 시행령(2016. 2. 12. 대통령령 제2698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7조 제9항, 제10항, 구 소득세법 시행령(2016. 2. 17. 대통령령 제2698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31조 제2항, 제4항은, 기획재정부령으로 정하는 법인 또는 사업자의 경우 세무조정계산서 또는 조정계산서(이하 세무조정계산서와 조정계산서를 통틀어 ‘세무조정계산서’라고만 한다)의 작성을 외부 전문가에게 맡기도록 강제하는 외부세무조정제도를 규정하고 있었다. 위 각 시행령 조항의 위임에 따라 세무조정계산서를 작성할 수 있는 세무사 등의 요건을 정한 구 법인세법 시행규칙(2016. 3. 7. 기획재정부령 제54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0조의3 제1항, 제2항, 구 소득세법 시행규칙(2016. 3. 16. 기획재정부령 제55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5조의3 제1항, 제2항은 세무조정계산서는 지방국세청장의 지정을 받은 조정반에 속한 세무사가 작성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 조정반 지정 대상을 ‘2명 이상의 세무사, 세무법인 또는 회계법인’으로 한정하였다.

나. 법무법인이 조정반 지정 신청을 하자 지방국세청장이 법무법인을 조정반으로 지정할 법적 근거가 없음을 이유로 조정반 지정 신청을 거부한 처분의 취소를 구한 사건에서, 대법원은 위 법인세법 시행령·소득세법 시행령 조항이 규정하는 것과 같은 외부세무조정제도를 채택하는 법률에서는 적어도 그 적용 대상 및 세무조정업무를 맡게 될 ‘외부’의 범위 등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을 직접적으로 규정하여야 하는데, 위 각 시행령 조항의 모법 조항인 법인세법소득세법 관련 조항이 이와 같은 외부세무조정제도를 규정하고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외부세무조정제도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 법인세법소득세법의 각 시행령 조항은 모법 조항의 위임 없이 규정된 것이거나 모법 조항의 위임범위를 벗어난 것으로서 무효이고, 그 시행령 조항의 위임에 따른 시행규칙 조항 역시 무효라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15. 8. 20. 선고 2012두23808 전원합의체 판결).

다. 대법원 2012두23808 판결의 취지를 반영하여 개정된 법인세법(2015. 12. 15. 법률 제13555호로 개정된 것) 제60조 제9항소득세법(2015. 12. 15. 법률 제13558호로 개정된 것) 제70조 제6항(이하 위 두 조항을 합쳐 ‘이 사건 모법 조항’이라 한다)에서는 세무조정계산서는 ‘세무사법상 세무사등록부에 등록한 세무사(제1호), 세무사등록부 또는 세무대리업무등록부에 등록한 공인회계사(제2호), 세무사등록부에 등록한 변호사(제3호)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이하 ‘세무사등’이라 한다)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조정반에 소속된 자’가 작성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외부세무조정제도의 근거를 법률에 마련하였고, 조정반에 관한 사항을 대통령령에 위임하였다.

라. 이 사건 모법 조항이 대통령령에 위임한 조정반에 관한 사항을 정하기 위하여 신설된 법인세법 시행령 제97조의3소득세법 시행령 제131조의3에서는, 조정반은 2명 이상의 세무사등(제1호), 세무법인(제2호), 회계법인(제3호)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가 대표자를 선임하여 지방국세청장의 지정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제1항), 조정반의 신청, 지정, 지정취소 및 유효기간 등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을 기획재정부령에 다시 위임하고 있다(법인세법 시행령 제97조의3 제2항, 소득세법 시행령 제131조의3 제3항). 법인세법소득세법의 각 시행규칙에 의하면, 조정반 지정을 받으려는 자는 조정반 지정 신청서를 작성하여 매년 11월 30일까지 대표자의 사무소 소재지 관할 지방국세청장에게 조정반 지정 신청을 하여야 하고, 지방국세청장은 12월 31일까지 지정 여부를 결정하여 통지하고 그 사실을 공고하여야 하며, 조정반 지정의 유효기간은 1년으로 한다(법인세법 시행규칙 제50조의3 제1항, 제2항, 제4항, 소득세법 시행규칙 제65조의3 제1항, 제2항, 제4항).

3.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할 소의 이익이 있는지 여부

직권으로 보건대, 행정처분의 무효 확인 또는 취소를 구하는 소가 제소 당시에는 소의 이익이 있어 적법하였는데, 소송계속 중 해당 행정처분이 기간의 경과 등으로 그 효과가 소멸한 때에 그 처분이 취소되어도 원상회복이 불가능하다고 보이는 경우라 하더라도 무효 확인 또는 취소로써 회복할 수 있는 다른 권리나 이익이 남아 있거나 또는 그 행정처분과 동일한 사유로 위법한 처분이 반복될 위험성이 있어 행정처분의 위법성 확인 내지 불분명한 법률문제에 대한 해명이 필요한 경우에는 행정의 적법성 확보와 그에 대한 사법통제, 국민의 권리구제의 확대 등의 측면에서 예외적으로 그 처분의 취소를 구할 소의 이익을 인정할 수 있다(대법원 2007. 7. 19. 선고 2006두19297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6. 6. 10. 선고 2013두1638 판결 등 참조).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피고는 원심 계속 중 이 사건 처분과 관련하여 행정절차상 하자가 있음을 이유로 2019. 7. 9. 직권으로 이 사건 처분을 취소하였고 이 사건 처분의 취소 대상이었던 원고에 대한 조정반 지정의 효력기간이 경과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지만, 피고는 직권으로 이 사건 처분을 취소한 뒤 다시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을 근거로 원고에 대한 2018년도 조정반 지정을 취소하였고, 이후 원고가 2019년과 2020년에도 조정반 지정 신청을 하였으나 피고는 여전히 원고가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에서 정한 조정반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원고가 조정반 지정에서 제외됨을 통지한 사실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이 존재하는 한 세무사 자격을 가지고 세무조정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변호사가 구성원이거나 소속된 법무법인이 조정반 지정 신청을 하더라도 이 사건 처분과 동일한 사유의 처분이 반복될 위험성이 있어 이 사건 처분의 위법성을 확인할 필요가 있으므로 원고가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할 소의 이익이 인정된다.

4. 이 사건 처분의 법적 성질 및 법률상 이익 존부(상고이유 제1, 2점)

가. 항고소송의 대상인 ‘처분’이란 “행정청이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 공권력의 행사 또는 그 거부와 그 밖에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을 말한다(행정소송법 제2조 제1항 제1호). 행정청의 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는 추상적· 일반적으로 결정할 수 없고, 구체적인 경우에 관련 법령의 내용과 취지, 그 행위의 주체·내용·형식·절차, 그 행위와 상대방 등 이해관계인이 입는 불이익 사이의 실질적 견련성, 법치행정의 원리와 그 행위와 관련된 행정청이나 이해관계인의 태도 등을 고려하여 개별적으로 결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20. 4. 29. 선고 2017두31064 판결 등 참조).

나. 조정반 지정 등에 관한 법인세법소득세법 관련 법령 규정에 의하면, 이 사건 모법 조항에 정한 세무조정계산서를 작성할 수 있는 자는 반드시 하나의 조정반에 소속되어 세무조정 업무를 수행하여야 하고, 조정반은 관련 법령에 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바로 그 지위가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조정반으로 지정받고자 하는 자의 신청에 대하여 지방국세청장이 조정반 지정 결정을 함으로써 조정반으로서의 지위가 부여된다. 또한 이미 조정반의 지위를 부여하였던 자에게 법령상 조정반 지정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조정반 지정을 취소하는 것은 이 사건 모법 조항에 따른 세무조정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조정반으로서의 법률상 지위를 박탈하는 조치이다.

따라서 이미 조정반으로 지정되었던 원고에 대한 조정반 지정을 취소한 이 사건 처분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하고, 원고는 이 사건 처분의 직접 상대방으로서 조정반 지위를 박탈당한 당사자이므로 그 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도 인정된다.

다. 그러므로 법무법인인 원고에게 법인세법이나 소득세법에 의하여 보호되는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이익이 부존재하여 이 사건 처분을 다툴 법률상 이익이 없다거나 이 사건 처분이 항고소송의 대상이 아니라는 취지의 상고이유 제1, 2점 주장은 이유 없다.

5.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의 위헌·위법성(상고이유 제3 내지 5점)

가. 이 사건 모법 조항의 문언, 규정 체계 및 취지, 다른 규정과의 관계, 관련 법리를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은 모법인 법인세법 제60조 제9항소득세법 제70조 제6항의 위임범위를 벗어나고, 세무사 등록을 한 변호사 또는 이들이 소속된 법무법인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부당하게 침해하며 헌법상의 평등원칙에 위배되어 무효이다. 그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모법의 위임범위 일탈

가) 특정 사안과 관련하여 법률에서 하위 법령에 위임을 한 경우에 모법의 위임범위를 확정하거나 하위 법령이 위임의 한계를 준수하고 있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하위 법령이 규정한 내용이 입법자가 형식적 법률로 스스로 규율하여야 하는 본질적 사항으로서 의회유보의 원칙이 지켜져야 할 영역인지 여부, 당해 법률 규정의 입법 목적과 규정 내용, 규정의 체계, 다른 규정과의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하고, 위임 규정 자체에서 그 의미 내용을 정확하게 알 수 있는 용어를 사용하여 위임의 한계를 분명히 하고 있는데도 그 문언적 의미의 한계를 벗어났는지 여부나, 하위 법령의 내용이 모법 자체로부터 그 위임된 내용의 대강을 예측할 수 있는 범위 내에 속한 것인지 여부, 수권 규정에서 사용하고 있는 용어의 의미를 넘어 그 범위를 확장하거나 축소하여서 위임 내용을 구체화하는 단계를 벗어나 새로운 입법을 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지 여부 등을 구체적으로 따져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2. 12. 20. 선고 2011두30878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5. 8. 20. 선고 2012두23808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나) 대법원 2012두23808 판결이 선고된 후 외부세무조정제도의 근거를 마련하기 위하여 신설된 이 사건 모법 조항은 세무조정계산서 작성의 정확성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세무사등록부 또는 세무대리업무등록부에 등록한 세무사, 공인회계사, 변호사가 ‘조정반’의 형태로 세무조정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면서 그 조정반의 요건 등에 관한 구체적인 사항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은 이 사건 모법 조항이 세무조정계산서 작성 주체로 규정한 세무사등에게 세무조정 업무를 허용하는 것을 전제로, 모법 조항의 위임 취지에 따라 이들로 구성된 조직으로서 정확한 세무조정계산서 작성에 필요한 전문성과 능력의 정도, 이에 필요한 전문가의 규모 등을 고려하여 ’조정반‘의 요건을 구체화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이 사건 모법 조항의 위임 목적 및 취지와 달리 모법 조항에서 세무조정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주체로 규정된 자에 대하여 세무조정 업무 수행 자체를 못하게 하거나 그 수행 범위를 제한하는 것은 모법 조항의 위임범 위를 벗어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다) 세무조정 업무는 회계장부 등 각종 회계자료에 대한 세법의 해석·적용을 통해 세무조정 사항을 확정하고 이를 토대로 조세채무의 근거가 되는 과세표준과 세액을 산출하는 것이다. 따라서 세무조정 업무를 적정하게 수행하기 위해서는 세법 및 이를 해석·적용하는 과정에 수반되는 헌법민법, 상법 등 관련 법령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법률에 대한 체계적인 해석·적용능력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따라서 이와 같은 세무조정 업무에서 법률사무 전반을 취급·처리할 능력이 있는 세무사 자격을 가진 변호사를 배제할 이유가 없고(헌법재판소 2018. 4. 26. 선고 2016헌마116 결정 참조), 따라서 이러한 변호사들로 구성된 법무법인 역시 이 사건 모법 조항에서 예정한 전문성과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라) 세무사법이 2017. 12. 26. 법률 제15288호로 개정되면서, 변호사 자격이 있는 자에게 세무사의 자격을 자동으로 부여하고 있었던 세무사법 제3조 제3호가 삭제되었다. 다만 위 개정 법률의 시행일인 2018. 1. 1. 당시 종전 제3조 제3호에 따라 세무사의 자격이 있었던 사람은 개정 규정에도 불구하고 세무사 자격이 인정된다(부칙 제2조).

위와 같은 세무사법 개정에 따라 2017. 12. 31.까지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자는 세무사 자격을 자동으로 취득하여 관련 규정에 따라 세무대리 업무를 수행할 수 있고, 2018. 1. 1. 이후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자는 세무사 자격이 자동으로 부여되지 않아 세무대리 업무를 할 수 없다. 따라서 법무법인에는 2017. 12. 31. 이전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자로서 세무사 자격까지 자동으로 취득하여 세무사법 등 관련 규정에 의하여 세무조정 업무를 포함한 세무대리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구성원 또는 구성원 아닌 소속 변호사뿐만 아니라 2018. 1. 1. 이후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여 세무대리 업무를 할 수 없는 자가 포함될 수 있다.

그러나 법무법인은 변호사의 직무에 속하는 업무를 수행하고, 법무법인의 구성원이나 구성원 아닌 소속 변호사가 다른 법률에 정한 자격에 의한 직무를 수행할 수 있을 때에는 그 직무를 법인의 업무로 할 수 있으므로(변호사법 제49조 제1항, 제2항), 법무법인은 그 구성원이나 구성원 아닌 소속 변호사가 수행할 수 있는 세무대리 업무를 법인의 업무로 할 수 있다(대법원 2016. 4. 28. 선고 2015두3911 판결 참조). 또한 다른 법률에서 변호사에게 그 법률에 정한 자격에 의한 직무를 법무법인의 업무로 할 때에는 그 직을 수행할 수 있는 변호사 중에서 업무를 담당할 자를 지정하여야 하므로(변호사법 제50조 제2항), 법무법인이 세무조정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 그 구성원 또는 구성원 아닌 소속 변호사 중 세무대리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변호사를 업무를 담당할 변호사(이하 ’담당변호사‘라 한다)로 지정하여야 한다. 한편 지방국세청장은 조정반에 소속된 세무사등이 1명이 된 경우 조정반 지정을 취소할 수 있다(법인세법 시행규칙 제50조의3 제3항 제1호, 소득세법 시행규칙 제65조의3 제3항 제1호).

법무법인 구성원 또는 구성원 아닌 소속 변호사 가운데 세무사 자격을 가지고 세무조정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변호사 외에 세무조정 업무를 수행할 수 없는 변호사가 있더라도, 세무조정 업무는 세무사 자격을 가진 복수의 변호사가 담당변호사로 지정되어 수행하여야 하고, 세무사 자격이 없는 변호사가 세무조정 업무에 관여할 수는 없다. 따라서 법무법인에 세무사 자격이 없는 변호사가 구성원이거나 소속되어 있더라도, 법무법인의 세무조정 업무 수행에 필요한 전문성이 저하되는 등의 문제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마)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은 2명 이상의 세무사등 또는 세무법인, 회계법인을 조정반 지정 대상으로 규정하면서도, 변호사로 구성된 법정 단체인 법무법인을 조정반 지정 대상에서 일률적으로 제외하고 있다. 그런데 변호사는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법률사무소를 둘 수 없고, 법무법인의 구성원 및 구성원 아닌 소속 변호사는 자기나 제3자의 계산으로 변호사 업무를 수행할 수 없으므로(변호사법 제21조 제3항, 제52조 제1항), 법무법인의 구성원 또는 구성원 아닌 소속 변호사는 그 법무법인의 업무만을 수행할 수 있다. 따라서 세무사 자격을 가진 법무법인의 구성원 또는 구성원 아닌 소속 변호사는 법무법인과 독립하여 조정반으로 지정받아 세무조정 업무를 수행할 수 없다.

그러나 앞서 살핀 바와 같이 이 사건 모법 조항이 시행령에 ‘정확한 세무조정계산서 작성’을 확보할 수 있는 ‘세무사등으로 구성된 조직’으로서의 조정반에 관한 요건을 정하도록 위임하였고, 세무사 자격을 가진 변호사는 세무조정 업무에 전문성과 능력이 인정되고 법무법인을 조정반으로 지정하더라도 부적격자의 세무조정 업무 관여로 인한 전문성의 저하가 문제되지 않을 것임을 고려한다면, 시행령에서 이 사건 모법 조항에 따라 세무조정 업무의 담당 주체로 규정된 전문 직역으로 구성된 조직 또는 단체 중 변호사로 구성된 법정 단체인 법무법인을 조정반 지정 대상에서 일률적으로 제외하여 결과적으로 법무법인의 구성원이거나 구성원 아닌 소속 변호사를 세무조정 업무에서 전면적으로 배제하는 내용이 규율될 것이라고는 예상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은 이 사건 모법 조항의 위임범위를 벗어난 것이다.

2) 직업수행의 자유 침해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이 법무법인을 조정반 지정 대상에서 일률적으로 제외한 결과, 세무사 자격이 부여되어 세무조정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변호사는 오로지 2명 이상이 조정반으로 지정받는 형태로만 세무조정 업무를 수행할 수 있고, 법무법인의 구성원이거나 소속된 자는 세무조정 업무를 수행할 수 없다. 법무법인은 그 구성원이거나 소속 변호사가 세무조정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면 이를 법인의 업무로 할 수 있음에도,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이 법무법인을 조정반 지정 대상으로 정하지 않고 있으므로 세무조정 업무를 법무법인의 업무로 할 수 없다.

세무조정계산서 작성의 정확성을 확보하기에 적합한 전문성과 규모를 가진 조정반에 소속된 세무사등에 한하여 세무조정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의 입법 목적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다. 그러나 앞서 살핀 바와 같이 세무사 자격을 부여받아 세무조정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변호사는 외부세무조정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다른 전문 직역과 비교하더라도 세무조정 업무를 수행하기에 충분한 전문성과 능력을 가지고 있다. 또한 법무법인에 세무사 자격이 없는 변호사가 구성원이거나 소속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중 세무사법상 세무대리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변호사만이 세무조정 업무에 관여할 수 있다. 따라서 세무조정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변호사가 구성원으로 되어 있거나 소속된 법무법인을 조정반 지정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세무조정 업무의 정확성 확보’라는 목적을 달성하는 데 적합한 수단이라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은 비례의 원칙에 위반되어 세무사법, 법인세법소득세법에 따라 세무조정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허용된 변호사와 이들이 구성원이거나 소속된 법무법인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한다.

3) 평등원칙 위반

가)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이 법무법인을 조정반 지정 대상에서 제외하여, 세무사 자격이 부여된 변호사는 오로지 2명 이상의 조정반의 형태로만 세무조정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반면, 이 사건 모법 조항에 따른 세무조정 업무가 허용되는 다른 전문 직역인 세무사나 공인회계사는 2명 이상의 조정반 형태뿐만 아니라 이들 전문 직역으로 구성된 세무법인 또는 회계법인의 형태로도 세무조정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그러나 세무사법, 법인세법소득세법에 의하여 세무사 자격이 부여된 변호사에게도 세무조정 업무가 허용된 이상, 세무조정 업무 또한 이러한 변호사의 업무라고 보아야 한다. 세무사 자격을 가진 변호사가 다른 전문 직역에 비하여 세무조정 업무 수행에 전문성이 부족하다고 볼 수 없고, 세무조정 업무는 세무사의 업무 중 가장 핵심적인 업무에 속한다(헌법재판소 2018. 4. 26. 선고 2016헌마116 결정 참조). 따라서 세무사 자격을 가진 변호사의 세무조정 업무수행 형태와 세무사법 또는 공인회계사법 규정에 의하여 그 직무 범위에 ‘세무대리’가 포함되어 있는 세무사 또는 공인회계사(세무사법 제2조 제2호, 공인회계사법 제2조 제2호)의 업무수행 형태의 허용 범위를 달리할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

나) 세무사 자격을 가진 변호사가 2명 이상의 세무사등으로 조정반을 구성하여 세무조정 업무를 수행하는 것과 법무법인의 형태로 세무조정 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업무수행 형태의 차이일 뿐 업무수행의 전문성 등에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고, 달리 법무법인의 업무로 세무조정 업무를 수행한다고 하여 세무조정 업무의 정확성이 저하될 것이라고 볼 합리적인 근거가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모법 조항의 위임 취지인 ‘세무조정 업무의 정확성 확보’에 비추어, 세무조정 업무를 법무법인의 형태로 수행하는 것이 2명 이상의 세무사등이 대표자를 정하여 조정반을 구성하여 업무를 수행하는 것과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볼 수 없고, 이들을 달리 취급할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다) 법무법인에 세무대리 업무를 수행할 수 없는 변호사가 있더라도 앞서 살핀 바와 같이 그러한 변호사는 세무조정 업무를 담당할 수 없으므로, 법무법인을 세무사나 공인회계사로 구성된 단체인 세무법인, 회계법인과 달리 취급할 만한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고도 볼 수 없다.

라) 따라서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은 ① 세무사 자격이 부여된 변호사와 세무사 또는 공인회계사, ② 법무법인의 구성원이거나 소속 변호사로서 세무조정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변호사와 법무법인에 소속되지 않은 변호사, ③ 법무법인과 세무법인, 회계법인을 각각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여 평등원칙에도 위반된다.

나. 같은 취지에서 원심은,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이 무효이고, 따라서 무효인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을 근거로 한 이 사건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이와 같은 원심판단에 위임 입법의 한계, 직업수행의 자유, 평등원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6.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는 대법관 김재형의 별개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하였고,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박정화, 대법관 김선수의 보충의견이 있다.

7.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의 효력에 관한 대법관 김재형의 별개의견

원고와 같은 법무법인을 조정반 지정 대상에서 제외한 이 사건 처분이 위법하다는 점에서는 다수의견에 찬성한다. 그러나 위 조항을 무효로 선언할 것이 아니라 법령의 해석·적용을 통하여 원고와 같은 법무법인이 조정반 지정 대상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이 사건 처분을 취소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을 무효로 선언할 경우에 발생하는 문제점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은 ‘2명 이상의 세무사등, 세무법인, 회계법인’을 조정반 지정 대상으로 정하고 있을 뿐이고 법무법인에 관해서는 아무런 규율을 하고 있지 않다. 이 조항이 있기 때문에 법무법인에 대해 조정반 지정을 할 수 없다면, 이 조항이 없다고 해서, 혹은 이 조항을 헌법과 법률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무효라고 선언한다고 해서 법무법인에 대해 조정반 지정을 할 수 있을까? 이 조항을 제정하지 않았다면 법무법인에 대해서 조정반 지정을 할 수 있을까?

이 사건은 수익적 처분에 해당하는 조정반 지정의 근거가 되는 행정법규로서 조정반의 요건 등에 관하여 정한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이 법무법인을 조정반 지정 대상으로 규정하지 않은 이른바 ‘부진정 행정입법부작위’가 문제되는 사안이다.

부진정 입법부작위란, 입법자가 헌법상 입법의무가 있는 사항에 관하여 전혀 입법을 하지 않음으로써 입법행위의 공백이 있는 ‘진정 입법부작위’와 달리, 입법자가 어떤 사항에 관하여 입법을 하였으나 그 내용·범위·절차 등이 불완전·불충분하거나 불공정하여 ‘입법행위에 결함이 있는 경우’를 뜻하고(헌법재판소 1996. 10. 31. 선고 94헌마204 결정 참조), ‘부진정 행정입법부작위’는 이 사건과 같이 행정청이 제정한 행정법규에 결함이 있는 경우를 뜻한다.

이 사건에서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을 무효라고 선언하더라도, 원고와 같은 법무법인을 조정반 지정 대상으로 하는 근거 조항이 마련되지 않는 한 행정청은 원고에 대하여 조정반 지정 처분을 할 수 없다. 수익적 처분의 근거가 된 행정법규가 일정 집단을 수혜대상으로 정하지 않은 것이 위헌·위법인 경우, 해당 집단에 대한 수익적 처분의 근거 조항이 마련되지 않는 한, 그 집단에 대하여 수익적 처분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의 유추·목적론적 확대 또는 헌법합치적 해석을 통한 해결 가능성

1) 법규의 해석은 그 문언에 따라 해석하는 것이 원칙이다. 따라서 이른바 ‘문언의 가능한 의미’가 무엇인지, 문장의 구조나 문맥에 비추어 문언이 어떠한 의미를 갖는지 탐색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문언의 해석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경우에는 법규의 체계, 입법자의 의도 또는 입법 목적 등을 추가적으로 고려하여 법규를 합목적적으로 해석하여 문제를 해결하기도 하고 유추적용 등의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도 한다.

2) 문언의 해석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경우의 하나로, 실정법에 불완전한 부분이 있거나 법문이 구체적인 개별 사안을 완전히 포섭하지 못하는 경우를 들 수 있다. 이러한 경우에 법관은 법규 해석의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여 정당한 결론에 도달하거나 유추 또는 목적론적 축소나 확대를 통하여 법규의 공백을 보충하게 된다.

법규의 유추 또는 목적론적 축소나 확대는 법규 해석의 일종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법규에서 규율하고 있지 않은 사항을 보충하거나 법규에서 규율하고 있는 내용을 축소·확대하는 방법이기 때문에, 엄밀하게 말하면 법규의 해석을 통하여 법을 발견하는 것이라기보다는 법관에 의한 법형성에 해당한다.

법적 규율에 공백이 있는 사안에 대하여 그와 유사한 사안에 관한 법규범을 적용함으로써 그 공백을 보충하는 것을 유추해석 또는 유추적용이라고 한다. 이는 실정법 조항의 문리해석 또는 논리해석만으로는 현실적인 법적 분쟁을 해결할 수 없거나 사회적 정의관념에 현저히 반하는 결과가 초래되는 경우 법원이 실정법의 입법정신을 살려 법적 분쟁을 합리적으로 해결하고 정의관념에 적합한 결과를 도출하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유추를 위해서는 법적 규율이 없는 사안과 법적 규율이 있는 사안 사이에 공통점 또는 유사점이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법규범의 체계, 입법 의도와 목적 등에 비추어 유추가 정당하다고 평가될 수 있어야 한다(대법원 2020. 4. 29. 선고 2019다226135 판결, 대법원 2021. 7. 22. 선고 2019다277812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유추는 법규의 문언에서 규율하지 않은 사항에 관하여 그 공백을 보충하는 방법으로서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벗어나거나 이를 넘어선 해석 또는 법형성이라고 할 수 있지만, 문언에 반하는 해석이나 법형성은 아니다.

목적론적 축소나 확장은 법규의 문언이나 맥락에 따른 해석이 불합리한 결론에 도달하게 되는 경우에 법규의 목적을 고려하여 문언의 가능한 의미보다 축소하거나 확대하여 적용하는 것을 가리킨다. 이것은 일반적으로 목적론적 해석과 명확하게 구별하지 않고 해석의 일종으로 보아 축소해석이나 확대해석이라고 하기도 하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법적 규율의 공백을 보충한다는 점에서 법관에 의한 법형성의 일종이다. 그 가운데 목적론적 확장은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넘어 법규를 확대하여 적용하는 것을 말한다.

침익적 행정처분은 상대방의 권익을 제한하거나 상대방에게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므로 헌법상 요구되는 명확성의 원칙에 따라 그 근거가 되는 행정법규를 더욱 엄격하게 해석·적용하여야 하고, 행정처분의 상대방에게 지나치게 불리한 방향으로 확대해석이나 유추해석을 해서는 안 된다(대법원 2016. 11. 25. 선고 2015두37815 판결 등 참조). 그러나 처분 상대방에게 권리나 이익을 부여하는 이른바 수익적 행정처분의 근거가 되는 행정법규에 대해서는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되거나 불합리한 결과를 막기 위하여 유추나 목적론적 확장을 하는 것이 좀 더 수월하게 허용되어야 한다.

3) 법률의 해석은 헌법 규정과 그 취지를 반영해야 한다. 어떤 법률조항에 대하여 여러 갈래의 해석이 가능한 경우에는 우선 그중 헌법에 부합하는 의미를 채택함으로써 위헌성을 제거하는 헌법합치적 해석을 해야 하고(대법원 2009. 2. 12. 선고 2004두10289 판결 등 참조), 나아가 헌법에 부합하는 해석 중에서도 헌법의 원리와 가치를 가장 잘 실현할 수 있는 의미를 채택하는 헌법정향적 해석을 해야 한다. 어떤 법률조항을 그 문언, 체계와 입법경위 등에 비추어 해석한 결과 불합리하거나 부당한 결론이 도출된다면 이와 같이 헌법을 고려하는 합헌적 해석을 통하여 교정할 수 있다(대법원 2020. 9. 3. 선고 2016두32992 전원합의체 판결 중 대법관 김재형의 별개의견 참조).

이것은 행정처분의 근거가 되는 행정법규를 해석·적용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행정법규는 그 상위 법령인 법률이나 헌법과 합치되도록 해석·적용되어야 한다. 법령의 해석·적용의 권한은 사법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이루는 것이고, 법령이 헌법을 비롯한 상위규범과 조화되도록 해석하는 것은 법령의 해석·적용상 대원칙이므로, 합헌적 법률해석을 포함하는 법령의 해석·적용 권한은 대법원을 최고법원으로 하는 법원에 전속한다(대법원 2001. 4. 27. 선고 95재다14 판결 참조).

헌법합치적 해석을 통한 법규의 공백 보충은 법관에 의한 법형성의 일환이다. 헌법 제107조 제2항에 따라 구체적 사건에 적용할 명령·규칙의 위헌·위법 여부에 대한 최종 심사 권한을 가지는 대법원으로서는 해당 법규의 공백을 보충할 권한도 가진다고 보아야 한다. 이를 들어 행정입법에 관한 행정부의 권한을 침해한다고 볼 수도 없고 권력분립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볼 수도 없다. 더군다나 다수의견과 같이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을 무효화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면,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을 무효화하지 않고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의 문언보다 넓게 법무법인도 조정반 지정 대상으로 보는 것을 행정입법권을 침해하거나 권력분립의 원칙에 반한다고 해서는 안 된다(“대는 소를 포함한다.”).

문제는 어떠한 경우에 어떠한 범위에서 법규의 해석·적용으로 해결할지, 법규의 효력을 없애는 방식으로 해결할 것인 지이다.

4) 법규의 해석과 규범통제는 명백히 구분된다. 규범통제는 하위규범이 상위규범과 합치하는지 여부를 심사하여 규범의 유효성을 판단하는 것이고, 법규의 해석은 법규의 불확정성을 제거하고 규범의 의미와 내용을 명확하게 확정하는 것이다. 즉, 규범통제는 해석 과정 이후에 이루어지는 심사 과정으로서 법규의 해석에 따른 의미 확정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법규의 해석은 규범통제에 우선하는 것이 원칙이다. 규범통제의 대상이 되는 법규는, 가능한 모든 해석 규칙에 따라 헌법을 비롯한 상위규범에 위반된다고 판단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이를 무효로 할 수 없다. 법원이 법규의 해석이 상위규범에 합치할 가능성과 위반될 가능성을 모두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상위규범에 반하는 해석의 가능성을 배제하고 헌법에 합치되는 해석을 선택하여야 한다.

5) 이 사건과 같이 수익적 행정처분의 근거가 되는 행정법규가 일정한 대상 또는 집단을 적용 대상으로 규정하지 않은 것이 헌법과 법률에 위반될 경우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두 가지 선택지를 상정할 수 있다. 첫째, 다수의견과 같이 해당 행정법규를 무효로 선언하고 행정청으로 하여금 관련 법령을 개선하기를 기다리는 방법이다. 둘째, 유추·목적론적 확대 또는 헌법합치적 해석 등을 동원하여 그 집단이 해당 행정법규의 적용대상이 된다고 판단함으로써 해당 법규의 공백을 보충하는 방법이다. 해당 행정법규의 여러 해석 가능성 가운데 그 집단이 적용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해석하는 것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하면서 그 위헌적인 해석방법을 배제하고 적용대상에서 제외되었던 집단을 구제하는 방법도 이에 속한다.

위 두 가지 방법 가운데 다수의견과 같이 해당 행정법규를 무효화하는 방법은 수익적 행정처분을 할 근거를 없애는 것이다. 이 방법으로는 행정법규가 적용 대상으로 규정하지 않는 대상이나 집단에 대해서는 여전히 행정처분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위헌적인 행정법규의 공백으로 생긴 문제를 해소할 수 없다. 행정처분의 근거가 되는 행정법규가 없는데도 행정처분을 할 수 있다고 하려면 행정법규의 무효 선언만으로는 부족하고 새로운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이러한 난점을 해소하기 위하여 해당 행정법규를 유추적용 또는 목적론적 확대를 통하여 상위 법령과 헌법에 합치되도록 해석·적용함으로써 당사자를 직접 구제하는 두 번째 방법을 채택할 필요가 있다.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가 문제될 경우 법원은 문언상 위헌적인 해석과 합헌적인 해석이 모두 가능하다면 법원으로서는 마땅히 위헌적인 해석을 배제하고 합헌적인 해석을 함으로써 가능한 한 법률조항을 유효하게 유지하여야 하고, 이와 같은 헌법합치적 법률해석은 법원의 권한이자 의무이다(대법원 2007. 5. 17. 선고 2006다19054 전원합의체 판결의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김황식, 대법관 박일환의 보충의견 참조). 이러한 헌법합치적 법률해석이 불가능할 경우 법원은 비로소 헌법 제107조 제1항에 따라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게 된다.

헌법 제107조 제2항에 따라 대법원이 그 위헌·위법 여부를 최종적으로 심사할 권한을 가지는 명령·규칙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헌법과 법률에 따라 재판을 하여야 하는 법원으로서는 해당 명령·규칙을 무효화하기 전에 그 법규에 관하여 여러 해석 가능성이 있다면 그 가운데 상위 규범에 부합하는 해석을 하여야 할 권한과 의무가 있다.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이 대통령령이 아니라 법률에 규정되어 있었더라면 대법원이 헌법재판소에 위헌 제청을 할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법률의 해석·적용에 관한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여 원고와 같은 법무법인을 구제하는 방안을 선택하지 않았을까 한다. 법률의 해석과 시행령의 해석은 모두 법규 해석의 일종으로서 기본적으로 같은 방법론을 적용하여야 한다. 이 사건에서 법률의 해석·적용과는 달리 시행령의 해석·적용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고 하고 시행령을 아예 무효화해야 한다는 예외 법리를 도입할 이유가 없다.

또한 대법관 3명 이상으로 구성된 부에서 의견이 일치한 경우 행정법규를 합헌적으로 해석·적용하여 당사자를 구제하는 것이 법원조직법 제7조 제1항 제1호, 제2호에 따라 전원합의체에서 사건을 심리하여 그 근거가 되는 행정법규를 위헌·위법하여 무효라고 선언하는 것에 비하여 부진정 행정입법부작위로 발생하는 위헌적인 법적 규율의 흠결 문제를 손쉽게 해결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6) 지금까지 대법원에서 구체적인 사건에서 규범통제의 일환으로 처분의 근거가 되는 행정법규가 무효라고 판단한 사례는 주로 침익적 행정처분의 근거가 되는 행정법규가 문제된 사안에 대한 것이고, 수익적 행정처분의 근거법규가 특정 집단을 제외한 것이 평등원칙 등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그 근거법규 자체를 무효로 판단한 사례를 찾을 수 없다.

다수의견은 대법원 2015. 8. 20. 선고 2012두23808 전원합의체 판결이 이 사건에 그대로 적용된다는 전제에 서 있지만, 이는 그 사안이 서로 다르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위 판결에서는 법무법인인 원고가 조정반 지정을 신청하자 지방국세청장이 법인세법령과 소득세법령에 법무법인을 조정반으로 지정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조정반 지정 신청을 거부한 사안에 대한 것이다. 당시 구 법인세법 시행령(2016. 2. 12. 대통령령 제2698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7조 제9항, 제10항, 구 소득세법 시행령(2016. 2. 17. 대통령령 제2698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31조 제2항, 제4항이 외부세무조정제도를 정하고 있었다. 위 판결은 이 제도가 국민의 기본권 및 기본적 의무와 관련된 것으로 이를 채택하는 법률에서는 적어도 그 적용대상과 세무조정업무를 맡게 될 ‘외부’의 범위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을 직접적으로 규정하고 있어야 하는데, 그 모법인 법인세법소득세법 조항이 외부세무조정제도를 규정하고 있지 않아 위 각 시행령 조항은 모법 조항의 위임이 없거나 그 위임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무효이고, 각 시행령 조항에 따른 구 법인세법 시행규칙(2016. 3. 7. 기획재정부령 제54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0조의3 제1항, 구 소득세법 시행규칙(2016. 3. 16. 기획재정부령 제55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5조의3 제1항, 제2항 역시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반면 이 사건은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이 정하고 있는 조정반 제도 자체에 위헌·위법 사유가 있다는 것이 아니라, 법무법인을 조정반 지정 대상에서 제외한 부진정 행정입법부작위가 문제되고 있다. 위 대법원 2012두23808 판결에서는 부진정 행정입법부작위는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에, 이 사안에 적용할 수 없다.

이와 달리 대법원 2019. 10. 31. 선고 2016두50907 판결은, 장애인복지법의 적용을 받는 장애의 종류 및 기준을 정하고 있는 장애인복지법 시행령 제2조 제1항 [별표 1]은 보호 대상 장애인을 한정적으로 열거한 것이라고 볼 수 없고, 행정청으로서는 시행령 조항 중 해당 장애(이 사건의 경우 뚜렛증후군)와 가장 유사한 장애의 유형에 관한 규정을 찾아 유추적용할 수 있다고 보아 수익적 행정처분의 근거가 되는 행정법규의 유추적용을 인정하여 문제를 해결하였다. 위 판결에서 시행령 규정을 무효화하고 있지 않다.

법규의 무효를 선언하지 않고 유추해석이나 목적론적 해석을 통하여 법규의 공백을 메우는 이러한 해결 방법은 무수히 많은 대법원 판결에서 채택되었다. 가령 행정사건에 한정해서 보더라도 성전환자의 호적 정정에 관한 대법원 2006. 6. 22.자 2004스42 전원합의체 결정, 구 증권거래법상 공인회계사에 회계법인이 포함된다고 한 대법원 2007. 9. 20. 선고 2006두11590 판결, 국민건강보험법상 위조나 변조에 허위작성이 포함된다고 한 대법원 2019. 8. 30. 선고 2019두38342, 38366 판결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해결 방법은 이 판결과 상관없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7) 부진정 행정입법부작위에 관한 독일의 입법과 판례는 우리나라에서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독일 행정법원법 제43조는 법률관계의 존재나 부존재 또는 행정행위의 무효의 확인을 청구하는 소송을 규정하고 있다. 독일 연방행정법원은 규범이 제정되기는 했지만 동일하게 취급되어야 할 청구를 포함하지 않은 부진정 행정입법부작위가 문제되는 경우, 독일 기본법 제19조 제4항에서 요구하는 효과적인 권리보호를 위하여 위 규정에 따른 확인소송의 형태로 구체적인 법률관계의 존부 또는 행정행위의 무효 확인에 그치지 않고 그 전제가 되는 규범의 적용범위나 해석방법을 일반적으로 확인하는 이른바 ‘규범보충소송’을 허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수익적 행정처분의 근거가 되는 행정법규의 부진정 행정입법부작위가 문제되는 사안에서 유추적용이나 헌법합치적 해석 등을 통하여 상위규범인 헌법과 법률에 합치되도록 행정법규의 흠결이나 공백을 보충함으로써 당사자의 권리를 효과적으로 구제하여야 한다.

8) 다수의견은 법원이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을 무효라고 선언하면 행정기관이 법규를 개선해야 하고 이와 달리 거부처분을 해도 당연무효이므로 원고의 권리를 구제할 수 있을 것이라는 논리에 입각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위와 같이 법규를 개선하기 전까지는 원고에 대한 조정반 지정처분을 할 근거가 없다. 침익적 행정처분에서는 취소 판결을 통해 위법성이 곧바로 제거될 수 있는 반면, 수익적 행정처분에서는 취소 판결을 하더라도 행정입법이 될 때가지 일반적 권리구제가 어렵다. 행정법규의 공백으로 인한 위험이나 불이익을 원고에게 귀속시킬 이유가 없고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의 제정이나 개정 경위에 비추어 보면 법규의 해석·적용을 통한 구제 필요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다.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의 해석·적용

이 사건 모법 조항은, 세무조정계산서 작성의 정확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세무사법상 세무사등록부 또는 세무대리업무등록부에 등록한 세무사, 공인회계사, 변호사’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조정반에 소속된 자에게 세무조정 업무를 허용하고 있고, 그 위임에 따라 조정반 지정 대상을 규정한 것이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이다. 따라서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은 이와 같은 이 사건 모법 조항의 위임 목적과 취지에 부합하면서 이 사건 모법 조항에 따라 세무조정 업무가 허용된 전문 직역의 직업수행의 자유와 평등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해석·적용하여야 한다.

법해석에서 입법자의 의도는 법 문언에 표현된 객관적인 의미나 내용으로부터 추단하여야 하고, 법 문언에 표현되어 있지 않은 주관적 의사에 기초해서는 안 된다.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은 ‘2명 이상의 세무사등’, ‘세무법인’, ‘회계법인’을 조정반 지정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을 뿐이고, 법무법인을 조정반 지정 대상에서 명시적으로 제외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을 입안하고 규정화하는 여러 단계에서 행정부처의 공무원 등에게 법무법인을 제외하겠다는 주관적 의도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을 해석·적용하는 단계에서 위와 같은 주관적 의도에 무조건 구속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 사건 모법 조항에 따라 세무조정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변호사가 구성원이거나 소속되어 있는 법무법인은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이 조정반 지정 대상으로 규정한 ‘2명 이상의 세무사등’, ‘세무법인’, ‘회계법인’과 마찬가지로 세무조정 업무 수행에 필요한 전문성과 능력을 갖춘 세무사 자격을 가진 변호사로 구성된 단체이다. 법무법인은 변호사법 관련 규정에 따라 세무대리 업무를 법인의 업무로 할 수 있고, 세무조정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 그 구성원 또는 구성원 아닌 소속 변호사 중 세무대리 업무를 수행할 변호사를 담당변호사로 지정하여야 하므로 세무사 자격이 없는 변호사의 세무조정 업무 관여로 인한 전문성 저하 등이 문제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에 규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법무법인을 조정반 지정 대상에서 제외한다면 위와 같은 모법 조항의 위임 취지를 몰각시키는 것일 뿐만 아니라 세무조정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변호사 또는 이들이 소속된 법무법인이 누리는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하고 평등의 원칙에 반하는 결과가 된다.

원고와 같은 법무법인에 대해서는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에 규정된 조정반 지정 대상 중 세무조정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전문 직역으로 구성된 단체라는 점에서 이와 유사한 ‘세무법인’ 또는 ‘회계법인’에 관한 법규범을 유추적용하거나 확대적용하여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의 공백이나 흠결을 보충하는 것이 타당하고, 그러한 결론이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의 문언과 그 문언에 드러난 객관적인 입법목적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

라. 결론

피고는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에 규정된 조정반 지정 대상 중 원고와 가장 유사한 집단인 세무법인 또는 회계법인에 관한 규정을 유추적용하거나 확대적용하여 원고가 조정반 지정 대상에 해당한다는 것을 전제로 행정처분을 하여야 한다. 그런데도 원고가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에 규정된 조정반 지정 대상이 아니라는 형식적인 이유만으로 원고에 대하여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을 헌법과 법률에 반한다는 이유로 무효라고 한 다음 이를 근거로 한 이 사건 처분이 위법하다고 본 원심판단에는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의 해석·적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으나, 이 사건 처분을 취소한 결론은 정당하다.

이 의견은 상고를 기각하여야 한다는 결론에서는 다수의견과 같지만 그 이유가 다르므로 별개의견으로 한다.

8.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박정화, 대법관 김선수의 보충의견

별개의견의 지적에 대하여 검토하면서 다수의견의 논거를 보충한다.

가. 별개의견은,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의 무효를 선언하더라도 원고와 같은 법무법인을 조정반 지정 대상으로 하는 근거 조항이 마련되지 않는 한 행정청은 원고에 대하여 조정반 지정을 할 수 없으므로, 결국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을 헌법합치적으로 해석하거나 유추·목적론적 확대를 통하여 법무법인도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에 규정된 조정반 지정 대상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한다.

나. 그러나 별개의견과 같이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이 정하고 있는 ‘2명 이상의 세무사등, 세무법인, 회계법인’에 법무법인이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헌법합치적 해석 또는 유추·목적론적 확대의 범위를 넘는 것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

1) 헌법합치적 해석은 국가의 최고규범인 헌법을 법규해석의 기준으로 삼아 법질서의 통일을 기하여야 한다는 법원리에 그 기초를 두고 있다. 그러나 법적 규율에 공백이 있는 사안에 대한 헌법합치적 해석 또는 유추 또는 목적론적 확대는 법규에 정하여진 문구와 법규의 목적에 따른 한계가 있다. 어느 법적 규율에 대한 헌법합치적 해석은 어디까지나 법규 문언이 다의적이어서 위헌적으로도 합헌적으로도 해석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한 이를 위헌으로 판단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원칙일 뿐, 그 법규 문언이 갖는 일반적인 의미를 뛰어 넘어서거나 그 법규의 제정목적에 비추어 제정권자의 명백한 의지와 취지에 반하는 방향으로까지 무리하게 해석하여 법규 제정권자의 형성권의 범주에 속하는 사항 등에 이르기까지 함부로 간섭하여서는 아니 된다.

별개의견에서 말하는 헌법합치적 해석을 통한 법규의 보충은 입법자가 의도하지 않은 법적 공백이 발생하였을 경우에 논할 수 있을 뿐이다. 법규의 규범적 내용은 입법자의 근본 결정, 입법적 평가, 규범의 목적을 도외시하고 새로이 확정하여서는 아니 되고, 헌법합치적 해석을 통하여 그 입법목적 안에서 그 목적이나 내용을 다소 제한하거나 보완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입법목적을 본질적으로 왜곡하거나 무시하는 해석은 허용되지 않는다.

2) 헌법합치적 해석은 권력분립의 관점에서도 그 한계가 있다. 이 사건에서 문제되는 행정입법의 경우 행정부는 헌법 제75조, 제95조에 따라 법률 또는 대통령령의 위임받은 사항에 대한 입법을 할 권한이 있으며, 법원은 헌법 제107조 제2항에 따라 그 명령·규칙이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되는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 경우 이를 최종적으로 심사할 권한이 있다. 이와 같은 법원의 명령·규칙에 대한 위헌·위법 심사 권한을 통하여 위헌·위법한 행정입법권의 행사를 정당하게 견제하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입법자의 의사를 무시하고 해석을 통하여 사실상 규범의 내용을 변경하는 것은 법원이 실질적 의미에서 법규 제정 기능을 하는 셈이 되어 결과적으로 법규 제정권자의 권한을 침해하는 것이 된다.

3)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은 조정반 지정 대상으로 ‘2명 이상의 세무사등, 세무법인, 회계법인’을 나열하고 있을 뿐이다. ‘2명 이상의 세무사등’은 2명 이상으로 구성된 세무사등의 집합을 의미하고, 세무법인과 회계법인은 각 세무사법공인회계사법의 규정에 따라 세무사 또는 공인회계사로 구성·설립된 법인임이 분명하다. 이와 같은 ‘2명 이상의 세무사등, 세무법인, 회계법인’의 문언적 개념 안에 변호사법에 따라 설립된 ‘법무법인’이 포섭된다고 볼 수 없다.

4) 더군다나 대법원 2012두23808 판결은 법무법인인 원고가 한 조정반 지정 신청을 거부한 처분이 문제된 사건이었다. 위 판결은 구 법인세법 시행령·구 소득세법 시행령 조항과 구 법인세법 시행규칙·구 소득세법 시행규칙 조항이 모법 조항의 위임이 없거나 위임범위를 일탈하였다는 이유로 무효라고 판단하였으나, 위 사건의 원심은 법무법인을 조정반 지정 대상에서 제외한 위 법인세법 시행규칙·소득세법 시행규칙 조항이 모법인 구 법인세법 시행령·구 소득세법 시행령 조항의 위임범위를 벗어나거나 헌법상 평등 원칙에 위배되고 세무사 등록을 한 변호사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부당하게 침해한다는 이유로 무효라고 판단하는 등, 당시 법무법인을 조정반 지정 대상에서 제외한 것이 헌법과 법률에 위반되는지에 대해서도 논의가 있었다. 그런데 위 판결 선고 후 그 취지를 반영하여 외부세무조정제도의 근거를 법인세법소득세법에 신설하면서 조정반에 관한 사항은 대통령령에 위임하였는데, 그 위임에 따라 제정된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은 조정반 지정 대상을 ‘2명 이상의 세무사, 세무법인 또는 회계법인’으로 한정하였던 구 법인세법 시행규칙·소득세법 시행규칙의 내용을 문구만 일부 수정한 채 그대로 시행령에 상향 입법하였다. 이와 같은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의 입법 경위에 비추어 보면, 여전히 법무법인을 조정반 지정 대상에서 명시적으로 배제할 의도로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에서 조정반 지정 대상을 ‘2명 이상의 세무사등, 세무법인, 회계법인’으로 한정한 것이 분명하다.

5) 별개의견에 따르더라도 법규의 해석은 그 문언에 따라 해석하는 것이 원칙이고 문언의 해석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경우 법규의 체계와 입법자의 의도 또는 입법 목적을 고려하여 법규의 해석을 통한 문제 해결을 도모하여야 하며, 입법자의 의도를 왜곡하거나 무시하고 규범의 내용을 새로 확정할 수 없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은 입법자의 의도하지 않은 공백이 문제되는 법규의 흠결 보충이 문제되는 경우라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의 명백한 문언의 의미와 입법 경위 등을 무시하고 법무법인도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이 조정반 지정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는 ‘2명 이상의 세무사등, 세무법인, 회계법인’에 해당한다고 해석·적용하는 것은 앞서 살핀 바와 같은 별개의견의 기준에 따르더라도 헌법합치적 법률해석 또는 유추·목적론적 확대의 한계를 넘는 것이다.

다. 별개의견의 우려와 달리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이 헌법과 법률에 위반되어 무효라는 취지와 그 근거를 명시하고 무효인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에 근거한 이 사건 처분을 취소하는 판결을 선고함으로써 원고의 권리를 구제할 수 있다.

1) 헌법 제107조 제2항은 명령·규칙이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되는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 때에는 대법원은 이를 최종적으로 심사할 권한을 가진다고 하여 법원의 명령·규칙 심사권을 인정하고 있다. 침익적 처분의 근거가 된 법령이 위헌·위법일 경우에 법원이 그 조항을 무효로 선언한 후 해당 처분이 법령상 근거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이를 취소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수익적 처분의 근거 조항이 일정 집단을 수혜대상에서 제외하여 불완전·불충분하게 규율하는 것이 문제되는 부진정 행정입법부작 위의 경우에도 법원은 ‘그 근거 법령이 해당 집단을 적용대상으로 규정하지 않은 것이 헌법과 법률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그 집단에 대한 기존 수익적 처분을 취소하거나 수익적 행정행위의 신청을 거부한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2) 법원이 재판의 전제가 된 명령·규칙을 위헌·위법하다고 판단하더라도 그 판결에 명령·규칙의 효력을 일반적으로 상실시키는 등의 대세효가 없고, 구체적 사건에서 법원이 위헌·위법하여 무효라고 선언한 명령·규칙은 그 재판에서 적용되지 않을 뿐이다. 따라서 어떠한 수익적 처분의 근거 조항인 명령·규칙의 부진정 행정입법부작위가 헌법과 법률, 특히 평등원칙 등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무효라는 취지의 판결이 선고되어 확정되더라도, 그 명령·규칙이 실효되어 기존에 그 명령·규칙의 적용을 받았던 대상에 대한 수익적 처분의 근거까지 소멸하는 것이 아니고, 반대로 수혜 대상에서 제외되었던 집단에 대하여 수익적 처분을 할 수 있는 근거가 곧바로 마련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항고소송의 경우 처분등이 위법하여 이를 취소하거나 무효로 확인하는 확정판결은 그 사건에 관하여 당사자인 행정청과 그 밖의 관계행정청을 기속하고(행정소송법 제30조 제1항, 제38조), 행정처분을 위법하다고 판단하여 취소하는 판결이 확정되면 그 기속력을 받는 행정청 또는 관계행정청은 취소판결의 기속력에 따라 그 판결에서 확인된 위법사유를 배제한 상태에서 다시 처분을 하거나 그 밖에 위법한 결과를 제거하는 조치를 할 의무가 있다(대법원 2019. 10. 17. 선고 2018두104 판결 등 참조).

3) 대법원이 어떠한 명령·규칙이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판단한 판결이 확정되었다면 그 명령·규칙의 위헌성 또는 위법성이 객관적으로 명백하고 그에 따른 행정처분의 하자가 객관적으로 명백하게 되었다고 볼 수 있고, 그 규정이 행정처분의 중요한 부분에 관한 것이어서 결과적으로 그에 따른 행정처분이 중요한 부분에 하자가 있는 것으로 귀착된다면 그와 같은 하자 있는 행정처분은 당연무효로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7. 6. 14. 선고 2004두619 판결 참조).

처분등에 대한 항고소송에서 법원이 처분의 근거가 되는 명령·규칙이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판단하고 이를 이유로 처분을 취소하거나 무효를 확인하는 판결이 확정되었다면, 관계 행정기관은 장래를 향하여 당해 명령·규칙을 그대로 적용하여서는 아니 된다. 특히 일정 집단을 수혜대상에서 제외한 부진정 행정입법부작위가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되어 무효라는 취지의 판결이 선고되어 확정된 경우, 관계 행정기관은 그 판결의 취지에 따라 관련 행정법규를 개선하여 그 판결에서 확인된 위법사유를 배제한 상태에서 다시 처분을 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 이와 달리 판결을 통하여 위헌·위법이 확인된 명령·규칙을 근거로 다시 해당 집단을 수익적 행정처분의 대상에서 제외하는 취지의 처분을 하는 경우, 그와 같은 처분의 하자는 중대· 명백하여 당연무효 사유에 해당한다.

4) 행정소송법 제6조 제1항은 명령·규칙의 해석, 적용에 통일을 기하기 위하여 행정소송에 대한 대법원 판결에 의하여 명령·규칙의 위헌·위법 판결이 확정된 경우 행정안전부장관에 이를 통보하도록 하고, 통보를 받은 행정안전부장관은 지체 없이 통보된 사유를 관보에 게재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대법원이 명령·규칙이 헌법과 법률에 위반된다고 판단한 판결이 확정되고, 그 취지가 관보에 게재되어 관련 행정기관에서도 이를 충분히 인식할 수 있게 된 상태에서도 계속하여 동일한 사유로 위법한 행정처분을 하거나 이에 준하는 행위로 평가될 수 있는 불이익을 처분 상대방에게 준다면, 이는 그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것이 되어 국가배상법 제2조에 정한 국가배상책임이 발생할 여지도 있다(대법원 2007. 5. 10. 선고 2005다31828 판결 참조).

5) 이 사건의 경우, 대법원이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이 위헌·위법하여 무효이므로 이 사건 처분을 취소하는 취지의 판결을 선고하여 확정된 후, 원고가 여전히 세무사 자격을 가지고 세무조정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변호사가 구성원이거나 소속된 법무법인으로서 피고에 대하여 조정반 지정 신청을 하였음에도 피고가 또다시 원고가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에 규정된 조정반 지정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조정반 지정을 거부하는 등의 처분을 한다면 그와 같은 처분은 위법할 뿐만 아니라 그 하자가 중대·명백하여 당연무효 사유에 해당하고, 나아가 국가배상책임이 문제될 수도 있다.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의 제정권자인 행정부는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을 개선하여 그 위헌·위법성을 제거하여야 하고, 피고는 개선된 시행령 조항에 따라 세무사 자격을 가지고 세무조정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변호사가 구성원이거나 소속된 법무법인을 조정반으로 지정하여야 할 것이다. 따라서 다수의견에 따른 판결이 선고되더라도 원고는 자신의 권리를 구제받을 수 있다.

오히려 별개의견에 따라 이 사건 조항을 그대로 두고 법원의 해석에 맡겨 둘 경우, 피고가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의 문언해석을 고집하는 등으로 다시 법무법인의 조정반 지정 신청을 거부할 때에는 당해 법무법인으로서는 법원에 그 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하여야 하는 등으로 신속한 구제를 받을 수 없게 된다.

라. 별개의견에 따를 경우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의 제정권자인 행정부는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을 개정할 의무나 필요가 없게 되고,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을 그대로 유지한 채 요건을 갖춘 법무법인에 대해 조정반으로 지정해주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이는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의 명백한 문언과 배치되는 집행이고, 이러한 상태를 정상적인 법령의 적용과 집행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다수의견과 같이 판결함으로써 행정부로 하여금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을 개정하게 한 다음 그 개정된 내용에 따라 명실상부하게 적용·집행하도록 하는 것이 근원적인 해결책이다. 행정부의 수익적 행정법규의 의도적인 제외 규정으로 인하여 국민의 권리가 침해되는 것을 방지하는 것 또한 법원이 법해석을 하는 데 유념하여야 한다.

이상과 같이 다수의견의 논거를 보충한다.

판사

재판장대법원장김명수

대법관 이기택

대법관 김재형

대법관 조재연

대법관 박정화

대법관 안철상

대법관 민유숙

주심 대법관 김선수

대법관 이동원

대법관 노정희

대법관 노태악

대법관 이흥구

대법관 천대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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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광주고등법원 2019.9.5.선고 2018누6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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